열쇠도 품 안에 챙긴 모미지가 아야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귀털과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같이 밖으로 나서자, 출입 통제소에서 참배객과 주민을 가려서 검문검색을 시행하는 텐구 경비부대원과 경계작전 중인 대기조, 훈련용 바리케이드를 옮기는 대원, 경광봉으로 각각 길을 안내하는 치안과 대원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투덜거리며 나온 모미지의 눈에 못 보던 요괴들이 끌고 온 수많은 수레가 관문을 통과해 들어오자, 그 광경을 본 아야가 웃으며 물었다.
"저 행렬은 뭐야?"
"몰라. 어차피 넌 몰라도 돼."
삐친 표정의 아야를 뒤로하고 설렁설렁 뒷짐을 지며 검문하는 텐구들에게 그녀가 다가가자, 바로 경례가 그녀를 반겼다.
"산 안에서 단결!"
"그래, 이 화물들 다 뭐야?"
"네, 오늘 미리 납품 예약받은 지저 광물입니다."
모미지가 경비대원에게서 건네받은 상황판에는 '7/24 10시 통과예정 11수레 물자 (콜탄, 희토류, 몰리브덴, 보크사이트, 니켈, 구리, 납, 텅스텐, 보석, 철광석 등 기타)'이라고 적혀있었고 슬쩍 아야의 눈치를 보고서 돌려주었다.
"열심히 근무하도록."
"네, 산 안에서 단결!"
"쳇, 자기만 알기야?"
"아씨, 알아서 뭐하게? 부대 보안사항을 어디 기사 내려고."
"오~ 그래? 그래! 기사 내려 그런다! 왜!!"
목걸이 클립을 끼운 카메라를 목에 멘 아야가 모미지와 옥신각신 싸우면서 산 밖으로 나가는 사이,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하타테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모미지가 완전히 아야에게 붙잡혀 사는 것 같네. 뭐, 나야 일만 제대로 해주면 되지만.'
치장물자가 든 나무상자를 옮기는 병력을 제외하고는 각각 꼬리를 확인하며 코를 킁킁거리는 창과 검을 든 백랑텐구들과 광학장비, 열감시 장비를 낀 카라스텐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그 사이에서 감시 장비를 만지거나 자기 몸만 한 무전기가 실린 가방을 메고 통신하는 캇파들을 바라보던 하타테는 그런 모습이 별로 안 익숙해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산 안에서 단결'이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보며 난감해 했다.
"취지는 좋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를 강요하듯 하는 분위기에선 나같이 소극적인 참여에 소외를 자청하는 요괴도 그대로 받아들일 것 같진 않은데 말야."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라 모미지와 아야의 뒷모습을 자신의 폰 카메라로 찍은 하타테가 나지막히 말했다.
"허어, 그럼 나도 조사 좀 해볼까."
'모미지가 대텐구님 명령을 받고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분명 아야의 행적도 관청에 보고되고 있을 거야.'
산기슭으로 날아가던 하타테는 자신의 염사능력으로 호기심에 아야의 행적을 스캔해보다가 자신의 집에서 헤드셋을 쓴 아야가 글을 받아적는 모습의 사진을 보고 무심하게 넘겼다.
"음악듣는 건가."
붙는 속력만큼 불어오는 바람에 옷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다음 사진을 넘겨본 하타테는 근래 사진들이 모미지랑 함께인 사진이나 사진을 찍는 모습들밖에 없는 것을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좀 쓸만한 사진들은 안 보이네. 쩝."
사진을 살펴보며 주민 통제소에 도착한 하타테는 번호표를 뽑고 잠깐 기다렸다가 텐구 직원이 자신의 부르자 차분하게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무슨 민원으로 오셨습니까?"
'참, 밖에 잘 안 돌아다녔더니 많이도 바뀌었네.' 주변을 돌아보며 속으로 생각하던 하타테가 입을 열었다.
"기자라는 직업 업무상, 행정 공문에 쓸 건데 다른 요괴의 요(妖)적사항도 같이 알아볼 게 있어서."
건네받은 주민증을 기계에 꽂고 그 내용을 확인한 직원이 진지한 태도로 그녀에게 말했다.
"네, 일단 주민증 보안 절차상 혈액 감식도 해주세요."
하타테가 자연스럽게 혈액 감식기에 팔을 대자 바늘이 한번 팔에 찍히면서 채취된 혈액의 감식과 주민증이 꽂힌 기계에 불이 초록빛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한 직원이 자세를 고쳐잡으며 말했다.
"네, 하타테 씨 주민 확인되셨고요. 성함이랑 찾으시는 분 성함, 관계 말씀해주세요."
"히메카이도 하타테. 찾는 요괴는 샤메이마루 아야. 관계는 같은 카라스텐구이자 동료야."
그러자 직원이 슬쩍 하타테의 눈치를 보았다.
"동료요? 동료 관계는 열람이 힘드신데요."
"왜? 같은 기자란 말야. 주민증에 쓰여 있잖아!"
따지는 하타테에게 직원이 옆 직원과 무언가 소곤소곤 말하더니 양해를 구하면서 자리를 비웠고, 정복을 입은 딱 봐도 직급이 높아 보이는 다른 카라스텐구가 토킨을 정돈하고 하타테의 창구로 와서 말을 걸었다.
"하하, 네. 기자시라고요?"
"네. 찾고 싶은 정보가 있어서 왔어요."
그러자 카라스텐구가 주민증을 다시 확인해보고 옆에 있던 무전기의 전원을 켜면서 물었다.
"그러시군요. '기자'야 우리 산에 많으니까요. 그럼 소속이 '신문사'이신가요?'
그러자 하타테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럼요. 화과자념보(花果子念報)가 제 신문이자 1요(1妖) 신문사죠!"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하타테를 병찐듯이 바라본 카라스텐구는 무전기를 끄고 몹시 곤란한지 잠깐 하늘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한 번 푹 쉬고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지만 그런 쪽 소속이시군요. 죄송하지만 요적사항은 개요(個妖)정보보호를 위해 동료라도 악용할 우려가 있어 발급은커녕 열람도 되지 않습니다. 대텐구님이나 관청에서 발급하는 정통 '신문사' 소속 인증서도 필요하고요. 잘 살펴 돌아가십시오. 그럼 이만."
"에에?"
하타테가 놀라든 말든 카라스텐구가 주민증을 건네주며 돌아서자, 텐구 직원이 다시 자리에 앉아서 쫓아내듯 외쳤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잠깐! 그럼 아야도 그 신문사에 가입된 건가요!"
하타테의 외침에 카라스텐구가 황당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돌아보며 말했다.
"저희에게 분명 동료라고 말하시지 않으셨나요? 같은 '신문사' 소속도 아니시면서."
그 말과 함께 다시 돌아서서 다른 텐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창구의 텐구 직원과 다른 손님이 하타테를 멀뚱멀뚱 쳐다보자, 상황이 난감해진 하타테가 뒤로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가다 다들 일 처리로 소란스럽고 바쁜 와중이었지만 조심스럽게 그 카라스텐구와 다른 텐구의 대화가 그녀의 귓가에 들어왔다.
"위에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라면서요?"
"나도 기자라는 말에 혹했는데 말야. 그랬으면 이미 내가 무전 날렸겠지. 이봐, 대화해봤는데 쟨 아무것도 몰라. '신문사'에 알려서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조용히 보내자고."
"그래도 이 산의 기자라면서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정보까지 열람하려 했잖습니까. 저 기자 진짜 뭐죠?"
"자자, 진정해. 영입이 안 되었거나 아직 잘 모르는 비전속인가 보지."
주민 통제소의 문밖을 나선 하타테는 염사능력으로 그들의 대화 모습을 폰의 사진으로 저장한 뒤,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뭐지? 신문사라니 언제 기자들도 집단으로 하는 협동조합 같은 게 생긴 거야?'
"진짜 뭐지?"
작은 돌을 발로 차며 착잡해진 하타테가 나무 옆에 있는 평평한 돌에 앉아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뭔가를 공적으로 알려면 그 신문사에 가입해야 한다는 건데 난 내 신문도 있고 혼자 하는 게 더 끌리는걸. 하, 마음이 안 내키니 뭐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네. 일단 이건 차선으로 두고 수상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니 계속 뒷조사를 해봐야겠어.'
"그럼, 어디보자. 모미지는 지금쯤 아야랑 뭐 하고 있으려나."
하타테가 염사로 모미지와 아야의 지금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자, 얼굴만 봐도 빡친 모미지와 투덜거리는 아야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비쳤다.
"얘넨 또 싸우네. 그나저나 어디지?"
AM 10시 25분 인간마을 시장
인간마을의 장터에서 시끄럽게 으르렁거리던 모미지와 아야가 인파를 헤치며 주변을 날았다.
"아잇! 여긴 뭐하러 온 거냐고!"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해! 귀에 본텐 1이 박혔나!"
"허? 참나, 면상보니 다시 생각날수록 화나네, 야! 너 때문에 자리 비워서 부대가 엉망이 됐잖아!"
"네가 간수 못한 거지 그게 뭘 다 나 때문이래?" 아야가 피식 웃으며 맞섰다.
물건이나 식료품을 사고파는 장터에서 소란스러움에 골치가 아파진 모미지가 아야에게 따지자, 아야도 지지않고 맞섰다.
"뭐야? 고맙게 시비를 걸어주고 나야 반갑게 싸우자는 거냐?" 그녀가 검을 뽑아들며 살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호오, 이 많은 인파에서 피해가 나면 너는 마법사가 사은품으로 달린 무녀 종합선물세트에 퇴치당하고 나는 1면 기사를 얻고 좋네!"
아야도 카메라를 눈에 대고 셔터를 누를 준비하자, 주변의 사람들과 요괴들이 그녀들을 쳐다보며 웅성웅성거렸고, 모미지가 안 그래도 심란한데 짜증이 나서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젠장, 하우씨, 소란 피우면 안 되니까 참는다. 공문만 아니면 진짜. 콱!"
"후후, 그나저나 여기 어디쯤 있을 거라고 했는데."
아야가 주변을 살피다가 가게들이 그리 가깝게 붙어있지 않은 빈 공터의 그늘에서 무릎을 든 채로 주저앉아 두 손을 자신의 볼에 대고 두 팔꿈치를 자신의 무릎에 대며 지탱하면서 행인이나 상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코코로를 발견하곤 인사했다.
"코코로 양! 반가워요. 잘 돼 가나요?"
"음. 뭐 그럭저럭." 코코로가 가면을 빙빙 돌리는 것으로 인사했다.
"점심은 먹었니?"
"그럼."
"그래, 여기서 뭘 하고 있니?"
"응, 흰 늑대 텐구언니. 까마귀 언니가 사람이나 요괴들이 각각 어떤 표정을 짓고 대화에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관찰해보라고 해서 사람 많은 곳에서 쳐다보는 중이야."
이제 얼굴이 익어서 그런지 '언니'라고 불러주는 것에 슬쩍 기분 좋아진 모미지가 그러냐면서 같이 옆에 주저앉자, 아야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때요? 좀 알 것 같나요?"
그러자 코코로는 폈던 두 손을 주먹을 쥐어 볼에 괴면서 무표정한 특유의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어떨 때 어떤 표정을 짓는다는 것만 알겠어. 물건을 흥정하거나 살 때, 또 팔렸을 때 활짝 웃으면서 방방 뛰며 기쁜 거랑 흥정에 실패하거나 돈이 부족해서 못 살 때 눈꺼풀이 쳐지고 시선이 아래를 향하면서 한숨을 쉬고 슬픈 거, 좋아하는 걸 사려고 할 때 설렘으로 입꼬리가 올라간다든지, 다른 가게 물건이 더 많이 팔릴까 봐 눈치를 보며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눈썹이 인상 쓰듯 올라가는 시샘 같은 거라든지. 그래도 노가쿠할 때처럼 열심히 관찰 했다구!"
"와, 너 세세하게 잘 봤구나." 모미지가 대견한 듯이 코코로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하하 그럼! 난 감정을 제대로 배워서 더 성장하고 대단해지고 강해질 거야!"
"그 의지 정말 마음에 드네요! 지금 모습도요!" 아야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 사진으로 남겼다.
"하여간, 방심할 틈을 안 줘. 그나저나 엄청 더웠겠다."
손에서부터 열기가 느껴졌는지 놀라는 모미지에게 코코로가 깜빡했다는 듯 손으로 볼을 두번 두드리고 부채를 펴서 자신에게 부채질했다.
이미 입은 체크무늬 남방셔츠의 소매를 접어 반팔처럼 만든 코코로의 모습을 보면서 아야가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모미지처럼 옷이 어깻죽지가 뚫려있는 게 아니라서 더운 날씨에 힘들겠어요. 잠깐만요."
말을 마치고 모미지가 맨 배낭에서 자신의 신문뭉치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은 아야를 보고 모미지와 코코로가 같이 황당한 말투로 물었다.
"뭐하는 거야?" / "야, 뭐해?"
"후후."
아야가 웃으면서 팔짱을 낀 채로 엽단선을 여러 번 흔들자 세찬 강풍이 몰아닥치며 신문들을 사방팔방으로 널리 날려버렸고, 그 바람을 고스란히 맞은 코코로와 모미지의 머리모양도 엉망이 되었다.
"보다시피 일하는 중이지. 자, 코코로양, 결자해지(結者解之)니까, 언니가 정돈해 줄게요."
모미지가 투덜거리며 자신의 손으로 단발인 머리를 대충 넘겨서 정돈하는 사이, 어느새 꺼내 든 빗으로 아야가 머리를 빗겨주자 코코로는 잠시 부채질을 멈추고 다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치르노에게 사온 얼음을 부으며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모습이나 시원해지라고 바닥에 물을 뿌리고 각각 부채를 흔들면서 더위에 힘들어하면서도 손님이 오자 웃으면서 장사하는 상인의 모습, 주위를 살피며 음료를 마시면서 구매할 물품에 대해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흥미로운 표정으로 구경하는 다른 손님의 광경이 코코로의 눈에 들어왔다.
"이거 좀 더 깎아주면 안될까. 다들 왜 이렇게 비싸졌데 그려."
"에이, 우리도 남는 거 없이 깎은 거예요. 요새 살 수 있는 건 물가가 하도 올라서 이정도면 거저지 거저. 다른 집 가보봐도 이 가격보다 높을 거예요. 시가일테니까."
"안 살수는 없겠지만 요즘 가격들이 다 섭섭하네. 아쉽게스리."
"가격에다 요즘 다 오를 때에 우리도 어떻게든 사가시라고 깍을 만큼 깍아드리는 거예요."
코코로는 주변 상점의 흥정을 바라보며 앉아있다가 아야가 바람에 날린 머리를 빗겨주면서 슬쩍 기분 좋을 때 쓰는 노인 가면을 꺼내 들어 감정표현하였고 그런 모습을 바라본 모미지는 코코로가 바라보는 시선을 살펴보고는 웃으면서 기분 겸 자신의 천리안으로 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음?"
모미지의 천리안 시야에 투시로 뚫은 건물 벽 너머로 미코가 수행자 몇몇과 함께 시장 근처에서 주변 사람들과 만나는 모습이 들어오자,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모미지가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멀리서 주변 건물 벽 너머로 토지코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엥?"
"자꾸 아까부터 무슨 소리야?" 아야가 예쁘게 빗긴 머리모양을 코코로에게 거울로 보여주며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아니, 그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별로 좋은 감정도 없고 시끄러워질까 봐 그냥 쳐다만 보면서 대답했다.
"아냐, 그냥. 기분 탓이겠지."
대충 얼버무리고 돌아서서 코코로를 보던 모미지와 아야, 그리고 계속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던 코코로의 귓가에 그녀들을 쳐다보던 몇몇 사람이나 요괴들이 웅성거리던 대화가 열기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스멀스멀 귓가에 들어왔다.
"쟤 좀 귀엽지 않아?"
"어디? 예쁘장하게 생겼네. 텐구들이랑 붙어있는 걸 보니 요괴인 것 같은데."
"어디 기분이 안 좋은 건가. 표정이 굳어있네. 오싹하게."
"어머, 쟤 좀 봐. 가면만 떠 있고 굳어서 표정이 하나도 없어. 표정을 저렇게밖에 못 짓나."
"괜히 요괴인 멘레이키겠어. 저 얼굴도 다 가면이겠지. 속은 아마 다를걸."
"예쁘지만, 표정을 알 수 없으니 저 요괴가 안에선 무슨 생각을 할지 어떻게 알아. 방심할 때 습격할까 봐 보는 사람이 다 불안해."
"저 요괴 표정이 소름 끼치도록 없어서 화나 있는 것 같은데, 여기 있다 습격 당하는 거 아냐? 무섭다."
인파 사이로 지나가는 소리를 들은 코코로가 움찔하며 황급히 심란할 때 쓰는 원숭이 가면으로 바꾸자, 아야와 모미지도 당황했다.
"방금 입턴 것들 누구야! 당장 안 튀어나와!"
방패와 검을 빼 들며 모미지가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서 웅성웅성 소란이 일었고, 코코로가 머리 모양을 살피던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자 아야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괜찮은지 옆에서 되물었다.
"아니 이것들이 요괴들 걸고넘어질 게 없어서 이젠 표정으로 걸고넘어지느냐고! 어!!"
안 그래도 이런저런 일에 쌓인 스트레스로 흥분한 모미지가 언성을 높이며 무력시위를 하자, 사람들이나 주변 요괴들이 동요하면서도 그녀의 동태를 지켜보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표정없는 모습을 멍하니 계속 쳐다보다가 집게손가락을 펴서 자신의 입 끝을 슬쩍 올려보고 눈 끝도 올려보거나 잡아당겨보던 코코로는 긴 한숨을 한 번 쉬었다.
"코코로 양의 속이 많이 상했겠어요. 저들도 자기들만의 느끼는 감정이 있고 어떻게 말하든 자유라지만 남의 특징을 대놓고 함부로 대하다니 존중이라곤 없군요. 요괴가 원래 인간의 두려움으로 살아간다지만 저런 상처가 되는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요."
아야가 코코로를 달래주자 코코로가 계속 거울로 얼굴을 비쳐보다가 어제 누에가 자신의 가면들을 치며 했던 말이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여기 있잖아. 네 표정들. 그래. 이것들이 너고 너의 얼굴이자 표정들이라고.'
코코로가 슬쩍 거울을 올려 자신이 가면들을 비추면서 자신의 감정대로 움직이는 가면들의 표정들 하나하나를 살피다가 다시 노인 가면으로 고정하고는 도도하게 일어서서 자신에게 부채질한 뒤, 거울을 내려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쇼가 했던 말도 회상했다.
'무표정도 솔직한 표정이잖아요.'
"응? 코코로 양 괜찮아요?" 아야가 놀란 눈으로 묻자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가면이든 얼굴이든 다 내 표정이니까."
그리고는 거울로 모미지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언니도 내가 괜찮으니까 그만 화 풀어."
"하나같이 입만 살아선! 아니 어떻게 된.. 응. 그래. 괜찮니?"
방패와 검을 도로 집어 넣은 모미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짚자 괜찮다는 표시로 공중에 뜨면서 가면들을 흔들었다.
"뭐해? 언니들, 나 얼른얼른 강해지려면 빨리 감정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주변이 그녀들을 쳐다보며 웅성거리는 와중에 아야와 모미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날 준비를 했다.
"하긴, 이럴 시간도 없겠네요. 얼른 배우러 가야죠. 그래도."
아야가 냉혹한 표정으로 엽단선을 몇 번 흔들자, 돌풍이 몰아닥치며 주변을 휘저었다.
"벌 줄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모미지도 배낭을 들쳐메듯 뒷짐을 지면서 코코로와 아야를 따라 날아가자, 멀리서 쭉 지켜보던 토지코는 멍한 표정으로 난잡한 심정을 정리못해 하소연하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무리 지켜봐도 저 텐구들이 뭘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니까. 곽청아랑 엮인 건 좀 내키지 않지만 수상쩍어. 몰래 알아보려고 해도 저 늑대텐구의 시야에 걸리니."
바람에 날려 헝클어진 머릿결을 정돈하며 미코가 요괴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향을 바라본 토지코가 뜨거워지는 햇살이 빛을 발하며 머무르는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느끼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태자님은 포교가 안 되는 점을 고려해 종교를 가지지 않은 자들과 어울리시고, 후토는 텐구와 절 것들 감시하러 갔고, 나는 바깥에서 텐구들을 감시하고. 우리 쪽도 할만큼 하는 것 같은데 곽청아도 솔직히 불안하고 믿진 못하겠지만 자기도 한 역할 해주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거야. 곽청아 말도 그렇고 내가 느끼기에도 뭔가 수상쩍어."
입 밖으로 속의 말을 내려놓은 토지코는 가벼워진 듯이 날아올라 텐구들이 향한 방향으로 뒤쫓았고 일하는 부하들처럼 미코도 어수선한 인파 속에서도 열심히 이야기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텐데 열사병이나 더위 타지 않도록 다른 분들 다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토요사토미미노 님."
"토요사토미미노 님. 도교에는 더위를 피하는 방법도 있나요. 하핫."
"하하하, 실질적으로 필요하면서도 유쾌한 질문이로군요. 따지고 본다면 더위는 본질이 육체적 고통, 선인이 된다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답니다. 도교의 가르침에 따라 신념을 지니고 수행을 통해 평온함을 되찾고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지요. 그러니 스스로 믿음을 가지세요. 제 측근들이 없어서 아쉽지만 이렇게 다 같이 나들이도 하고 질문을 받고 답을 해드릴 수 있으니 좋군요."
홀 2을 들면서 다른 도교 수행자들과 같이 과일이나 복숭아를 갈아 만든 냉 음료를 사 마시며 장도 보고 열심히 대화를 나누던 미코는 자신을 지켜보는 행인들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가게 구석에서 자신을 슬그머니 지켜보며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 몇몇을 흘겨보곤 눈을 감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기고 귀를 기울였다.
수행자들과 말을 섞던 사람 중 한 명이 전단지처럼 도교에 대한 내용이 적힌 종이를 가지고 조용히 있는 미코에게 물었다.
"저기 예전에 마을에 뿌려진 이 종이를 읽다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수행자가 웃으면서 그 사람에게 말했다.
"아, 전에 뿌린 전단지군요. 궁금하시다면 직접 토요사토미미노 님에게 여쭤보셔도 괜찮습니다."
"토요사토미미노 님! 그럼 누구나 도교를 믿고 수행을 받으면 선인이 될 수 있는 건가요?"
그러자 미코가 눈을 뜨면서 천진난만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질문에는 답 해드려야죠. 그렇답니다. '기(氣)'라고 할 수 있는 음양(陰陽)의 조화와 오행(五行)의 순리에 따른 것. 도술을 연마하고 자신의 마음을 갈고 닦으며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면 누구나 선인이 될 수 있지요. 그것이 큰 꼬리가 달린 짐승일지라도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도교를 믿어보도록 하죠." 물어본 사람이 웃으며 말하자 미코도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쪽의 욕구와 열망이 들리는군요. 드디어 본질을 깨우치고 어두웠던 내면의 눈을 뜨신 것입니다."
말을 마친 미코가 감사의 인사를 받고는 그에 답하듯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상쾌한 복숭아 음료를 마셔가며 수행자들과 쏟아지는 질문,
주변의 흥정, 하나라도 팔기 위한 열띤 홍보들로 어우러진 거리를 거닐자, 햇빛이 채운 구름 한 점 없는 텅 빈 마을의 하늘에서는
어디선가 금방 날아온 사나에가 연둣빛 긴 머리를 풀잎처럼 바람에 휘날리면서 돌풍으로 소란이 일었던 장터 쪽을 향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유심히 곳곳을 살폈다.
'2차 창작 팬픽 > 동방 팬픽' 카테고리의 다른 글
[4계절 특집 동방팬픽] 그 여름날의 연출 - 18 (0) | 2016.05.16 |
---|---|
[4계절 특집 동방팬픽] 그 여름날의 연출 - 17 (0) | 2016.05.07 |
[4계절 특집 동방팬픽] 그 여름날의 연출 - 15 (0) | 2016.04.24 |
[4계절 특집 동방팬픽] 그 여름날의 연출 - 14 (0) | 2016.04.20 |
[4계절 특집 동방팬픽] 그 여름날의 연출 - 13 (0) | 2016.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