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을 다 들인 죽순 밥을 밥그릇에 푸기 시작한 이치린을 도와 모미지가 코를 막고 상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을 올리자, 아야도 다른 접시들을 상에 올리는 것을 도우면서 큰 식사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이거 상이 굉장히 큰데 가지고 갈 수 있어?"

커다란 항아리에서 우메보시(매실 장아찌)를 국자로 그릇에 퍼담던 무라사가 묻자 아야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텐구들은 힘이 세거든요."

"그래, 그럼. 부탁해."

밥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로 인해 이마에 땀이 맺힌 이치린은 슬며시 불어온 바람에 수증기가 흩어지며 시원해지자, 바람이 부는 방향을 쳐다보았고 눈이 마주친 아야가 엄지를 치켜들며 웃었다.

"꽤 쓸만한 재주네."

"더울 때 많이 불러주세요. 흐흐."

무라사가 그릇을 상에 마지막으로 두자마자 아야가 모미지와 같이 상을 들고 마당에 놓았고, 밖에서 바람을 쐬던 운잔이 그것을 보고 쿄코에게 이야기해주면서 쿄코가 즉각 응답하며 모두를 불러모았다.

깍지를 끼고 자신의 뒷덜미를 짚으며 걸어오는 쇼와 나즈린, 마미조와 누에, 코가사와 코코로가 아야와 모미지가 먼저 않은 밥상에 모이자, 공양간에 있던 뱌쿠렌과 무라사, 후토와 이치린도 합석했다.

"자, 식겠어요. 얼른 드실 수 있도록 다 자리에 앉아볼까요."

뱌쿠렌의 말에 나즈린과 무라사가 방석을 가져와 개수만큼 놓고 쿄코와 코가사가 손수건과 수저, 젓가락을 놓으면서 위치를 정하는 사이, 모미지는 아까일로 살짝 투덜거리며 방석에 앉았다.

'아. 하필 맛있는 냄새에 이성을 잃어서 저 망할 까마귀에게 부끄러운 모습만 보였네. 맛있긴 했어도 아우 젠장. 쪽팔려..'

그리고는 턱을 들어 고개를 등에 붙이고 하늘을 향해 한숨을 쉬면서 콧가를 쓱 닦았다.

 '아우 하필이면.. 미치겠다. 진짜.'

깊은 한숨과 함께 밥상을 본 모미지는 옆이 빈걸 보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서있는 아야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저보고 여기 앉으라고요?! 농담이죠?"

"뭐가 농담이야. 잘만 붙어다니는 것들이, 음식 식으니까 들게 얼른 앉아.

무라사가 흘기듯이 면박을 주자 모미지가 방석을 뒤로 빼며 외쳤다.

"아, 썅 뭐야! 저리 가!"

"밥상머리에서 뭐하는 겐가! 얼른 앉게나."

후토가 다그쳤으나 둘은 쳐다도 안보고 서로에게 삿대질 하며 말했다.

"그건 비즈니스니까 붙어있는 거구요! 밥맛 떨어지게 어딜!"

"밥상머리에서 저 머리통 보기 짜증나니까 자리 바꿔주세요!"

코코로가 마치 한심하게 보는듯한 무표정으로 호기심 가득한 가면을 앞세워 쳐다보든 말든 서로 노발대발 하는 사이, 어이없게 바라보던 이치린의 눈치를 살핀 운잔이 주먹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제서야 신경전을 멈춘 둘이 씩씩 어깨를 떨며 서로를 노려보자 뱌쿠렌이 다가와 말했다.

"다같이 열심히 마련한 음식을 더불어서 식사하는 자리에 소동피우지 마세요!"

서로의 입에서 "쯥." "흥."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 눈치를 본 아야와 모미지가 서로 한숨을 길게 쉬다가 결국 사이에 코코로를 끼고 앉았고 코코로가 둘의 등을 토닥여주었고, 쿄코와 운잔이 마지막으로 자리에 앉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자리에서 뱌쿠렌의 '나무삼' 소리와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젓가락을 들며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이거 엄청 맛있다."

흰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의 꼬들꼬들한 식감과 쫄깃 죽순, 양념간장이 어우러지는 맛에 젓가락질이 빨라진 코코로가 뜨거워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긴 소매로 닦으며 말했다.

"그치만 너무 더워."

"밥이 뜨거우니까 천천히 후후 불면서 드세요."

뱌쿠렌이 인자한 미소로 합장하며 코코로를 쳐다보았다.

"허어~ 후우~"

무표정한 표정으로 밥에 입김을 불어넣는 모습에 마냥 귀여워진 아야와 모미지는 그 광경에 피식 웃었다.

"게다가 얜 지금 옷이 긴 팔이잖아."

"나즈린 치마 밑단처럼 곳곳이 구멍 난 치마라 통풍이 잘되어서 괜찮아!" 나즈린에 말에 코코로가 손을 흔들며 답했다.

"밖인데도 생각보다 덥네요. 아까 치르노가 있었을 땐 시원했는데."

쇼가 손 부채질을 하며 말하자 나즈린이 말했다.

"요즘 한창 열대야잖아. 주인."

"하, 날도 덥고. 그러니까 시원하게 좀 들이켰으면 하는데."

"하하, 실없는 소리 말고 열심히 만든 식사에 전념하세요." 뱌쿠렌이 칼같이 대답했다.

"헹. 역시 그렇군요."

쇼가 아쉬운듯이 말하자, 뱌쿠렌이 웃으며 말했다.

"절에서 코코로 양이 음주가무를 배웠다고 기사가 나면 참 볼만하겠네요."

"네, 어쩔 수 없죠." 쇼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나는 그런 기사 나도 될 것 같다네." 후토가 밥을 먹으면서 말하자 다들 후토를 쳐다보았다.

"뱌쿠렌 말대로 진짜로 안 되겠네요." 아쉬운 표정으로 말하는 쇼에게 나즈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워, 바람! 텐구언니 바람좀!"

"헤헤, 세기는 어느 정도?" 아야가 젓가락을 흔들면서 웃으며 물었다.

"머리 대빵 휘날리게!"

코코로가 아야의 팔을 잡아당기며 요청하자 아야가 시원한 바람을 일으켰고, 모두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따라 흩날리면서 주변이 제법 서늘해지자 접시에 올려진 음식들이 수많은 젓가락질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야참플이 고야가 생각보다 아삭거리고 두부와 계란을 넣어서 그런지 부드럽고 맛깔나게 간이 잘 되어있네요."

모미지가 냄새를 음미하면서 허겁지겁 입에 넣는 광경 옆에서 아야가 사진을 한 장 찍으며 감탄하자 뱌쿠렌이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요리한 것에 맛있게 먹어주셔서 제가 다 감사하네요."

"이치린 씨는 이 중에서 어떤 음식이 마음에 드세요?"

카메라를 들이대는 아야에게 민망한 표정을 짓던 이치린은 뱌쿠렌을 슬쩍 쳐다보고는 마지못해 미소국을 가리켰다.

"생각보다 맛있더라고. 이거."

"하하핫. 당연하지 않느냐!!"

기고만장해진 후토가 기뻐하는 모습까지 카메라로 찍어댄 아야가 문화첩을 꺼내 이치린에게 계속 물었다.

"어떤 점에서 맛있었던 거죠?"

"두부도 잘 익었고 버섯도 손질이 잘돼서 부드러우면서 담백하고 미소가 빛깔 좋게 잘 우러나서.."

"네, 그렇군요!" 아야가 그 말을 펜으로 받아 적은 후, 열심히 먹고 있던 코가사를 카메라로 찍으면서 물었다.

"코가사 씨는 어떤 음식이 마음에 드세요?"

"난 미쯔바 무침! 통깨를 넣어 고소하고 윤기가 흐르고 짭조름한 게 마음에 들어! 밥이랑도 잘 맞고."

그 말에 무라사가 흐뭇해 하자 코가사도 웃으면서 젓가락으로 무침을 집어 입에 넣었다. 

"누에 씨는요?"

"야, 이렇게 가까이에선 내 얼굴에 갖다 대지 마."

아야가 한 손으로 카메라를 집어 누에에게 들이대자 누에가 역정을 냈다.

"에, 어차피 누에 씨는 능력 때문이신지 자체 모자이크가 돼서 안 찍혀요."

"참나, 그럼 셔터는 왜 누르는데?"

"그야, 모자이크된 대상이 뭘 드시는 거라도 찍으면 제 신문에 이슈가 되니까요! 궁금해서 더 많이들 보겠죠?"

빙그레 웃는 아야에게 질렸다는 듯 어이없게 바라보던 누에가 혀를 차다가 할 수 없는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음.. 음.. 아무리 생각해도 고야참플이 제일 맛있던데."

"나도 마찬가지랑께." 마미조도 덩달아 말했다.

"저도요. 밥도 맛있지만 고야참플이 마음에 드네요."

쇼도 덩달아 말하고 모미지와 쿄코도 고개를 끄덕이자 뱌쿠렌이 말했다.

"하하, 여러분들. 지금 유일하게 거기에만 고기가 들어가 있다고 그러는 거 아니죠?" 

그 순간, 찰나였지만 상 주변은 조용히 밥만 먹으며 정적에 휩싸였다.

"이게요. 아주 씹는 맛이 그냥."

쇼가 생각 안하고 고양된 기분 그대로 웃으며 속내를 말하자 나즈린이 눈을 감으며 자신의 이마를 짚었.

난감해진 뱌쿠렌과 반대되게 웃음이 터진 광경을 아야가 펜으로 문화첩에 받아적자 한숨을 쉬던 뱌쿠렌이 나지막히 외쳤다.

"그거 적지 마세요." 

"에이, 아쉬운데. 그럼 다음! 후토 씨는요?"

"죽순 밥이 제일 마음에 든다네. 잘 익은 꼬들꼬들한 죽순과 고슬고슬한 밥이 내가 만든 국에 어울리니까 말일세."

후토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보는 이치린을 보며 말하자 아야가 고스란히 받아적고 나서 후토의 식사하는 모습을 찍었다. 

"그렇군요. 저도 사실 제가 요리했지만, 밥이 정말 잘 되었어요. 죽순 손질도 잘 되었고요. 저도 죽순 밥이 마음에 드네요."

뱌쿠렌이 말을 마치고 밥을 한 젓가락 먹자, 이치린도 살짝 감격한 표정으로 그 둘을 슬쩍 쳐다보았고 아야도 자동으로 셔터를 눌렀다.

맛있게 밥을 먹던 모미지 대신 필름을 스스로 갈아 끼운 아야가 흐뭇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손가락으로 죽순 밥을 가리키는 운잔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서 무라사를 바라보았다.

"그럼 미나미츠 씨는 마음에 드시는 음식이 뭐죠?"

"응? 그야 내가 한 아삭한 미쯔바 무침."

너무나 담담하게 말하는 무라사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 아야가 문화첩에 그대로 적었다.

"스스로 만든 부분에서 어떤 점이 좋으신 건지 자세히 여쭤볼 수 있을까요?"

"참나물은 여름에 좋은 나물이고 내가 한 것처럼 양념으로 새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을 내서 입맛을 돋우고 단순히 무치는 것만으로도 밥과 같이 먹을 수 있거든."

"오오, 그렇군요."

"뭐 재료만 더 있으면 더 좋은 솜씨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말이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무라사가 거드름을 피우며 웃자 이치린도 딴죽을 걸었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아야가 사진을 몇 장 찍고서 나즈린을 바라보자 나즈린이 젓가락을 입에 물고 말했다.

"난 죽순밥. 곡식이 늘 먹던 거라 입에 맞거든. 밥이 잘 익어서 식감도 좋고 죽순도 고소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데 이 식사자리가 쿄코 씨도 쉬어주시는 시간이 되는 것 같네요."

열심히 밥과 반찬을 먹던 쿄코가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아야를 바라보자 아야가 웃으며 말했다.

"항상 남의 말만 따라 하려면 목 아프잖아요."

쿄코가 미소국을 마시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고개를 끄덕이자 나즈린도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따라 하면 우리의 귀도 아프고 말이지."

주위의 웃음소리와 함께 식탁을 찍던 아야가 우메보시의 사진을 한 장 찍으면서 의아해 하며 물었다.

"아, 근데 우메보시는 아무도 안 골랐네요?"

그러자 무라사가 겸연쩍은 듯이 말했다.

"뭐, 밑반찬이기도 하고. 여기서는 매실의 제철인 6월마다 매년 잔뜩 담가서 여름내 질리도록 먹고 있으니까."

"오, 그랬었군요! 그래도 새콤한 데다가 과육도 촉촉하면서도 부드럽고 맛있던 걸요."

"그 우메보시가 딱 5년 되었는데 생각보다 잘 되었거든."

고개를 끄덕이면서 코코로를 슬쩍 쳐다본 아야가 코코로에게 카메라를 향하며 물었다.

"자, 코코로 양은 어떤 게 마음에 드세요?"

그 순간 불교 측과 도교 측인 후토도 살짝 긴장하자 코코로가 열심히 먹으면서 말했다.

"응, 좀 더 먹어봐야 알 것 같은데."

"그래요. 그럼 다 비우고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뱌쿠렌이 중재하고 나서 모미지에게 지금 필요 없으니 밥이나 먹으라고 투덜거리면서 찍은 카메라들의 필름을 정리하는 아야를 제외하면 나즈린이 어깨 쪽 케이프와 소매가 바람에 휘날리는 와중에도 쇼에게 물을 떠다 주고 마미조가 고야와 고기 몇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누에가 먹던 밥 위에 얹어주거나 뱌쿠렌이 모미지와 코코로가 비운 접시에 직접 국자로 음식을 담아주는 등, 식사를 계속했고, 필름 정리를 마친 아야도 플래시를 살짝 터뜨려서 모두를 놀라게 하는 장난을 치면서 합류하며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들이 그릇을 다 비우자, 다들 빈 그릇이 가득한 상을 치우지 않고 코코로를 쳐다보았다.

"자, 코코로 양은 어떤 게 마음에 들어요?"

아야가 카메라로 코코로를 찍을 준비를 하면서 묻자, 시선이 모여진 코코로가 팔짱을 끼며 사뭇 심각해진 불교 측 인원들의 표정과 침을 삼키며 턱을 괸 후토와는 달리 감정이 전혀 담기지 않은 얼굴로 표정 없이 말했다.

"미소국."

두 주먹을 젖히며 소리를 지르면서 기뻐하는 후토와 아쉬운지 "헤에.." 하며 아쉬운 표정의 이치린, 허탈해 하는 무라사를 비롯한 불교 측의 희비가 엇갈리는 광경을 아야가 카메라로 담았고 그걸 무심하게 바라보던 모미지는 껄껄 웃는 마미조와 피식하고 웃는 누에를 지나치며 코코로에게 다가갔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그래?"

"그냥 아까 뜨거운 밥에 국 부어서 먹으니까 맛있어서."

모미지가 그 말을 듣고 슬쩍 코코로의 머리 위를 쳐다보자 그 허공에는 즐거운 표정의 방화범 가면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는 모미지에게 자극을 주듯 코코로가 재빨리 귓속말로 속삭였다.

'실은 말이야. 킥킥. 표가 너무 갈리잖아.'

그 말을 듣고 모미지가 코코로를 쳐다보자, 코코로는 여전히 표정없는 얼굴로 모미지를 쳐다보며 가면을 흔들어댔다.

"그랬어요?"

"어이씨, 깜짝이야!"

미지가 반대편 귀에서 소리가 들리자 놀라 돌아보자, 바로 옆에서 아야가 문화첩으로 무언가를 받아적었다.

"뭐야? 방금 저기 있었는데?"

"환상향 최속을 언제까지 무시할런지.. 둔탱이니까 적응이 힘든 거 맞죠?"

"허어, 그러셔? 그럼 그쪽은 천리안을 언제까지 무시할런지. 여기저기 들쑤시고 오지랖만 넓으니 적응이 힘든 거겠지."

"뭐? 오지랖? 천리안은 개뿔. 바로 옆에 와도 못보는데욬크킄!"

"내가 눈이 앞에 두 개 달렸지 옆에 달렸냐! 옆으로 온 걸 내가 어떻게 봐!!"

"아, 천리안도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네. 천 리 밖만 보느라 한 치 앞도 못 보니까."

"이게! 그렇게 빨라 봤자 난리나 피우는 데 쓰면서, 네 조잡한 신문에 종이가 되어 사라지는 나무가 불쌍하다! 나무한테 사과해!"

아야와 모미지가 서로 온갖 말을 주고받자, 얘네 뭐하냐는 듯이 어이없게 바라보는 누에의 옆에 낀 코코로가 마미조의 쓰다듬을 받으며 흥미롭게 그 둘을 쳐다보았고, 감격에 찬 후토가 '태자님 해냈습니다!' 하며 들떠있는 사이 이치린과 나즈린도 그 모습을 슬쩍 바라보았다.

뱌쿠렌이 중재하면서 멈춘 아야와 모미지는 서로 못마땅하게 쳐다보면서 코코로를 사이에 끼고 식사를 마쳤고, 뒤처리 및 설거지를 도와준 뒤, 절의 요괴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돌아갈 채비를 했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고 가네요."

"아네요. 두 분이 뒷정리까지 해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제 좋은 기사만 써주시면 되죠.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퍼질 수 없지만, 덕인(德人)의 명성은 온 바람을 거슬러 온 세상에 퍼지는 법이니까요."

"네, 제 신문으로 두 종교의 명성을 꼭 넓힐 수 있도록 할게요."

아야와 모미지의 인사를 받아들인 뱌쿠렌이 인사하자 쇼도 옆으로 다가섰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합장과 함께 작별인사를 받은 아야와 검을 차고 배낭을 멘 모미지, 코코로가 돌아서 날아가자, 손을 흔들어주다 먼저 돌아선 뱌쿠렌이 안으로 걸어가자 쇼도 돌아서면서 뱌쿠렌의 뒤를 따라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섰다.



"신문으로 명성을 높여?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아항, 뭐, 그렇게 생각하시던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던 모미지가 코코로를 사이에 끼고 불만 가득한 말투로 따지자, 아야가 웃으며 물었다.

"너같이 스캔들을 즐기는 파파라치에게 가십거리 기사가 되는 것만으로도 손해잖아."

"허, 제대로 안 읽었나 보네. 그런 것만 쓰는 거 아니거든요?"

"애초에 제대로 읽힐 종이 쪼가리도 아니잖아! 그걸 누가 읽어!"

"많이 읽어! 멍청아! 너만 모르지!"

모미지가 언성을 높이고 아야도 발끈하자 그 사이에 낀 코코로는 무심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다른 신문보다 더 많이 뿌려버리는 데 안 읽히겠냐!!"

"그럼 읽지 마시던가. 나는 니 말대로 종이 아까운 줄 모르거등요? 후후."

서로 으르릉거리는 말들을 들던 코코로가 그만하라는 듯 서로의 팔에 팔짱을 끼고 강하게 힘을 주자,

아야와 모미지도 양쪽을 번갈아 보는 코코로의 얼굴을 보고 무안해져서 각자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날아갔다.



"그럼 돌아가 보겠네!"

말 끝나기가 무섭게 후토가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도술로 자취를 감춰버리자 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저녁은 해결하고 가서 기분 좋은가 봐."

그 말에 나즈린과 쿄코, 이치린이 웃자, 쇼가 장난기 많은 표정으로 말했다.

"불 지른 것에 비하면 뭐 수지 남는 장사지. 주인." 나즈린이 거들듯 속삭였다.

"네, 뭐, 우리야 지나간 일에 연연할 필요 없으니까요. 이제 각자 자기 할 일이나 합시다."

쿄코가 문단속을 하러 일주문으로 날아가고, 마미조가 슬그머니 들어온 너구리 요괴 몇 마리와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비치는 중에 뱌쿠렌이 본전 대웅전에서 자리에 앉아 목탁을 치며 불경을 읊기 시작하자, 쇼도 남는 방에 짐을 푼 나즈린과 잠깐 말을 섞다가 어디서 머무를지 몰라 복도를 기웃기웃하는 코가사에게 잠잘 방을 알려주었고, 호롱불과 방석, 불경 몇 권을 챙겨 범종각으로 가서 범종을 한 번 치고 밤공기에 실려 마음을 청아하게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는 자리를 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쇼와 헤어진 나즈린은 쥐들과 함께 복도를 걸어가다 슬쩍슬쩍 눈치를 보고서는 깊숙하고도 외진 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 왔어?"

"이제 나즈린도 왔으니 다 모인 것 같네."

방안에는 운잔과 이치린, 누에와 마미조가 서로를 방석을 깔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준비를 하고 있었고,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는 쥐 한 두 마리만 놔두고 나머지에게 누가 오는지 주위를 살피게끔 명령한 나즈린도 자리에 앉았다.

"나까지 해서 다 모인것 같은데, 늦게 왔으니 나부터 오늘 있었던 일을 꺼내면 되겠지?"

다우징 봉을 꺼낸 나즈린이 이치린, 누에, 마미조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계속 열었다.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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