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감정이라는 건 지금 느끼고 있는 기분과 연결되어 있다는 건 알겠죠?"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느낀 감정들은 그것이 동기가 되어 생각하는 사고와 행동으로 나타나게 돼요. 예를 들어 흥미에 대한 감정을 느끼면 탐색을 하게 되고, 자부심을 느끼면 더 큰 목표를 잡고 활발해지게 되고, 감사함이나 고마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면 더 사회적으로 친숙해지게 되며, 기쁨을 느끼면 더 즐기며 놀게 되고, 멋짐이나 우아함을 느끼면 더 나은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고, 분노의 감정을 느끼면 그 대상을 공격하게 되며, 공포의 감정을 느끼면 도피하게 되고, 혐오감을 느끼면 그것을 추방하거나 제거하며, 죄책감을 느끼면 마음을 고쳐잡게 되고, 수치심을 느끼면 사라지려 하고, 슬픔을 느끼면 모든 상황에서 철수하려는 경향들이 나타나죠.[각주:1]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사고-행동 경향성이라고 하지만 어려우니까 감정이 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다는 것 정도만 알면 돼요. "

케이네는 숨을 한번 고르다가 급하게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엄연히 '경향'이니까 꼭 이 감정이면 꼭 이 행동이 나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아두어야 해요. 이렇게 느낀 감정들은 지금 내가 처한 환경에서 스스로가 사회적, 내면적, 생리적으로 적절한지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주된 기능이에요."

"어렵네."

코코로가 원숭이 가면으로 축 늘어지자 다들 잘 모르겠다는 듯 곤란한 표정을 지었고 케이네도 코코로의 반응을 보고 곤란한 말투로 안쓰러워하기 시작했다. 

"훈장님이 코코로 학생에게 미안해. 내가 좀 설명이 재미없는 걸로 유명하거든. 많이 졸렸니?"

"응, 그래도 무슨 말인지는 정말 대충 알겠어."

"구나마 다행이구마이." 마미조가 난처한 기색으로 말을 흘렸다.

"훈장님이 그래도 가르치는 스승답게 박식하셔서 보기 좋네요."

뱌쿠렌도 말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곤란한 표정으로 대하자, 지켜보던 모미지는 그냥 원래부터 자리에 있는 거 자체가 불편해서 난감해하고 나머지도 당혹스러워하는 어정쩡하던 분위기는 아야가 이러면 기사에 사진빨이 안 나온다고 곤란해하여 할 수 없이 코코로가 자세를 고쳐잡으면서 바로 잡혔다.   

"흠, 흠! 그럼 수업 계속할게요. 할 이야기가 많아 일관성없이 늘어지는 건 이해해주시고요. 음. 감정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는 이야기했고. 근데 코코로 학생은 확실히 이해가 된 거죠?"

"응! 진짜야!"

코코로가 여자가면으로 손을 번쩍 들며 외치자, 나즈린이 반사적으로 쿄코의 입을 막았다.

"저기. 훈장님. 아까부터 감정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씀이 잠 올 정도로 너무 어려우니까 그냥 감정이 얼마나 많은지 이야기해 주시는 건 어떨까 싶은데요. 전."

무라사의 건의사항에 케이네가 골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음...그래요! 좋은 건의사항이에요. 일단 감정에 관련된 단어는 하나하나가 꾸며주는 형용사인 만큼 명확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면이 많아요. 그만큼 단정 짓기도 어렵고 복잡하다는 거죠. 게다가 우리는 지금 느끼는 감정 등을 표현하기 위한 이런 형용사들을 사용해 글과 말로 표현하거나 표정으로 이를 드러내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소통을 해요. 대화와 마찬가지로 코코로 학생의 가면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어요." 

코코로가 경청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후토와 누에, 이치린, 쇼도 귀 기울여 듣는 동안 아야는 혼자 신나서 셔터를 쾌속으로 눌러댔고 모미지는 아야가 정신 팔려 있을 때 또다시 필름을 갈다가 소맷자락에 숨겨둔 필름으로 바꿔치기했다.

"다만 이게 무척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보니까 정작 그 의미가 맞는지, 정확하게 나도 이해하고 상대방도 이해하도록 표현하고 있는지도 무척 어려운 거죠. 감정에 대한 형용사만 하더라도 '귀찮은, 권태로운, 기분 나쁜, 기운 빠진, 난처한, 공허한, 거북한, 답답한, 마음이 안 놓이는, 시무룩한, 어안이 벙벙한, 아연실색하는, 위축된, 주눅이 든, 민망한, 싫증 나는, 속상한, 맥 빠진, 무기력한, 시큰둥한, 넌더리 나는, 권태로운, 단조로운, 찜찜한, 초조한, 중압감을 느끼는, 허탈한' 등과 같이 사람이고 요괴고 축 처지고 힘든 감정을 비롯해서 '도취한, 기운이 나는, 기분 좋은, 고양된, 명랑한, 격양된, 낙관하는, 만끽하는, 원기 왕성한, 생기 있는, 안심되는, 열렬한, 몰입한, 만족하는, 벅찬, 들뜬, 쾌활한, 통쾌한, 행복한, 힘이 넘치는, 발랄한' 과 같이 신나게 하고 들뜨게 하는 표현 등 가지각색인데, 상황과 의미에 따라 긍정이냐 부정이냐에서 또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내가 겉으로 표현하고 있는 감정이 어떤 기분의 감정인지, 또 상대는 어떤 기분의 감정인지를 유추하고 표현해보거나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어요."

코코로가 케이네의 설명에 가면들을 빙빙 돌려가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볼을 긁적였다.

"그러므로 코코로 학생처럼 다양한 감정이 있는 요괴가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감정을 이해하도록 도와줄 수 있고 자신의 직, 간접적으로 문제와 관련이 되는 감정에 대해 바꿀 수 있도록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요. 문제 되는 조건을 바꿔서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은 남긴 하겠지만 버릴 것은 버리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솔직히 저게 지금 코코로 씨를 가르치는 이유 중 핵심이에요." 아야가 옆에서 껴들었다.

"의미는 정말 좋네요." 쇼가 웃으며 말하자 근처에 있던 있던 코가사나 쿄코, 나즈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 능력이 나를 이해하고 남을 도울 수도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감정은 어떻게 해야 세져?"

"감정이 세진 다라.. 감정은 사실 세진다는 개념이 아니라서 코코로 학생, 잠시만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생각해 보고요."

"그야 화나고 빡치면 눈이 뒤집힐 정도로 감정이 폭발해서 엄청 세지잖아."

"그건 그냥 분노표현이잖아요. 음... 생각 중이니까 잠깐만요."

누에가 너스레를 떨자 망설이던 케이네가 제지했다.

"악을 멀리하고 속세에 얽매이지 말며 충동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절제하여야 하네!"

"감정을 절제하여야 해요!!!!" 후토의 말을 쿄코가 되풀이했다.

"놀라면 세지니까 누가 놀래키면 크게 놀라면 돼!"

"코가사 씨. 약 팔지 마세요." / "약 팔지 마세요!!!!"

"결국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고 잘 표현하는 게 코코로 양의 감정이 발전하는 길인 거군요."

뱌쿠렌이 특유의 인자한 웃음으로 케이네에게 말했다.

"음.. 네, 그게 적절하겠네요, 주지승님. 너의 능력을 잘 활용하는 길이 네가 강해지는 길일 테니까."

"좋아! 그럼 열심히 배울래! 얼른얼른 단련해서 최강이 되어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무찔러주겠어!"

"아하핫. 와, 얘 승부욕 하나는 대단한데!" 누에가 코코로를 가리키며 웃자 마미조가 병쩌진 주변 분위기를 살피며 친구의 옆구리를 툭툭 찔렀다.

"우리 잘하고 있는 거 맞는지 모르겠네."

"글쎄요." 팔짱을 낀 나즈린의 한심스러운 푸념에 쇼가 눈을 깜빡이며 응답했다.

"나에게 배우는 학생치곤 드물게 수업에 참여하려는 열의가 대단하구나! 졸지도 않고 열심이라서 이 훈장님은 감격스러워."

케이네가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지 글썽거리는 눈물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얼굴을 붉히자 아야가 셔터를 누르면서 손수건을 건넸다.

"훈장님, 괜찮으신지."

"네, 괜찮아요. 훌쩍. 믿을 수가 없어요. 맨날 2~3교시 넘어가면 애들 허리가 고꾸라지고 눈이 풀어지는 역사만 보다가 이렇게 표정부터 자세까지 한결같은 학생은 간만이라 훌쩍, 더 잘 가르쳐주고 싶네요."

흐느끼는 케이네의 말에 코코로는 방화범을 닮은 가면과 큰 코를 가진 텐구의 가면을 번갈아 보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참, 분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았는데 그 방면을 잘 아는 지음[각주:2]이 있으니 그쪽에서 배우는 게 좋겠구나. 그럼 계속 수업해야겠지. 이론은 되었으니 아까 했던 것처럼 부르는 감정에 따라 가면과 함께 어떤 감정이 들고 표현하는지 명확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막막한'을 표현해 보겠니?"

손수건을 고이 접어서 아야에게 돌려준 케이네가 붉어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묻자 코코로가 머리를 긁적이며 가면을 빙빙 돌려가면서 곤란할 때 쓰는 원숭이 가면을 내보였다가 뭔가 아니다 싶어 가면들을 하나하나 내보면서 망설여 하고, 모미지가 필름을 갈아 준 카메라로 셔터를 여전히 광속으로 눌러대며 희희낙락하는 아야와 대조적으로 모미지의 얼굴에는 심드렁함이 가득했다. 

"음.. 에휴, 뭐로 고르지."

가면을 빙빙 돌리던 코코로가 답답한지 주먹을 쥔 두 손을 허리에 대고 한숨을 쉬었다.

"와, 코코로 학생이 잘 표현하고 있네요.

"에? 진짜?" 케이네의 말에 코코로가 당황하며 외쳤다.

"그럼요. 가면의 요괴라고 꼭 가면을 내야만 감정이 표현되는 게 아니니까요. 무엇을 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을 가면을 돌려가며 망설이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잖아요. 코코로 학생의 가면을 우리의 표정이라고 친다면 표정이 가장 확실히 감정을 알 수 있는 창이긴 하나 행동, 말투, 모습, 기분 등으로도 얼마든지 세세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요."

"아, 아!! 그럼 난 너무 가면에 연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 막막함은 확실히 알겠어."

"확실히 보는 나도 막막한 심정이 들어." 무라사의 말에 다들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나 요괴가 감정을 표현할 때 표정이나 행동들을 관찰해보는 것도 좋아요. 지금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이 느낌을 하는 만큼 감정은 충분히 교감하고 공유될 수 있으니까요. 다음 감정은 의기양양한."

코코로가 인자한 미소의 노인 가면을 보이면서 어깨를 들썩였다.

"다음은, 질투나는."

코코로는 고개를 젖힌 뒤, 분노할 때 쓰는 반야의 가면으로 팔짱을 꼈다.

"지금 코코로 학생은 어떤 기분이 들어요?"

"음! 빡쳐!" 아야의 질문에 코코로가 언성을 높였다.

"질투해 본 적이 있어요?"

"딱히 없는데! 그냥 상대에게 화내는 거 아냐!"

"아야 씨. 그거 기사 가십거리란에 쓰시려고 물어보는 거죠?" 방심을 틈탄 쇼의 말에 아야만 빼고 다들 웃음이 터지자, 아야가 성을 내며 말했다.

"아니거든요!!! 중요한 거라고요!! 질투란 질투를 유발하는 상대가 있는 법! 그 상대가 나를 봐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을 수 있고 나와 언제나 함께 있어 주길 바라는 소유욕이 있을 수 있고 나에게 마음이나 관심을 주지 않는 상대나 상대가 관심을 주는 나 아닌 다른 상대에게 미움과 안타까움이 있을 수 있는 거라고요. 복합적으로는 애정과 미움이 섞여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엄청 복잡해. 가면을 두 개 낼 수는 없잖아." 코코로가 난감하고 당혹스러울 때 쓰는 원숭이 가면에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가면에 연연하지 말고 그런 감정들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상대는 어떻게 느껴질 수 있는지 공감하자는 거죠."

"갈등을 잘 일으키는 양가감정이기도 하죠." 케이네가 곁들였다.

"표정이 안 되면 그냥 볼에 바람 가득 채우고 정면 쳐다보는 건 어때!!"

코가사의 느닷없는 말에 따라 코코로가 여전히 팔짱 낀 상태로 볼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입을 내밀면서 '뿌우' 하듯 눈을 깜빡이자 다들 낄낄거리며 뒹굴면서 웃었다.

"풉."

"이얔크크크킄! 야, 코가사 너 천재닼킄크우프흨!!"

"천재다아아아!!!!!!!!!!"

"야~ 가면 다 필요 없어! 으힠, 와아아 저거 진짜로 토라진거얔!! 까하하햑!"

"굳이 표정 못지어도 저러니 진짜 질투 난 것 같은데욬킄킄."

모미지가 피식 소리와 함께 웃었으며 이치린과 운잔, 쇼가 뒤집어지고 뱌쿠렌이 쿄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복창을 막고, 무라사가 이치린을, 나즈린이 쇼의 등을 두드려주며 진정시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태자님이 만드신 멘레이키를 자네들 장난감 취급하지 말게나!!"

후토가 방방 뛰며 외치자 뱌쿠렌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저희의 태도에 기분 상하셨다면 사과드리죠."

"아니, 그러니까.. 뭐 내가 불 지른 것도 있고.. 암튼 그래도 데려와 가르치는 것이면 좀 진지하게 대해 달라는 것일세!" 후토가 두 집게손가락을 서로 비비면서 살짝 머뭇거리며 말했다.

"근데 솔직히 얘가 귀여운 건 사실이잖아." 무라사의 무심한 표정의 한마디에 후토도 고개를 숙이며 난처해 했다.

"뭐, 뭐. 그것은 부인할 수는 없네만...저기..아무래도 태자님이 만드셨으니."

누에도 낄낄거리다가 웃고는 있지만 자신의 경험상 여전히 진지한 표정의 마미조를 보고는 찜찜해져서 조용히 속삭였다.

"마미조, 무슨 일 있어?"

"있다 얘기 하구마. 지금은 수업이나 봐야 하것제."

"그럼 계속 수업을 하도록 하죠. 이해하고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니까요. 좀 더 전문적으로 가르쳐주고 싶어져서 이야기하자면 감정, 기분, 느낌등은 정서라는 큰 범주에 들어가요. 감정은 굉장히 생물, 생리적인 부분을 가리켜 말하고 기분은 오랜기간 약하게 지속되면서 그 시작이나 끝이 불분명하고 느낌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관적인 의사가 더 강조될 때 사용이 되지만 일상에서 구분은 거의 없어요. 음, 그리고"

케이네가 잠깐 멈칫하며 위를 올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아, 생각났어요. 정서는 자극이나 대상이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될 때와 방금 말했던 불안하면 다리를 떠는 것처럼 감정이 행동을 유발하는 행동경향성, 신체적 변화 수반성이라고 하여 감정이 들 때, 몸의 혈압이 상승하거나 심장박동수가 올라가고 몸에 힘이 들어가거나 빠지는 등 몸을 통해 심리를 느낄 수 있는 의사소통 기능 이렇게 세 가지[각주:3]로 볼 수 있어요. 즉, 정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생존에 필요한 행동이나 상황에 맞게 행동을 유발해 생존과 정보전달과 관련된 의사소통 및 사회적 적응을 돕죠. 특히 자신의 욕구와 관심사는 자기가 의사판단을 하는데 중요한 판단 근거이기도 해요. 자, 코코로 학생. 들어서 이해가 되는 부분들을 말해볼까요?"

코코로가 심드렁해 보이기까지 하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짚으며 말했다.

"음, 정서안에 감정과 기분, 느낌이 있고, 다 같은 의미지만 미세하게 다르고, 관심사랑 행동을 일으키는 거랑, 의사소통기능이 있고, 또.. 내가 판단하는데 근거가 될 수 있어!"

"어머, 잘 요약해서 이해했어요! 계속 듣다가 혹시라도 이해가 안 되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해주어야 해요. 방금 코코로 학생이 말한 내용에 따라서 정서의 중요한 기능은 정서를 느끼는 존재의 관심사와 욕구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공감 및 이해 기능이에요. 그리고 그 감정들을 통합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여 느끼고 행동하게 되는데."

케이네가 목이 마른지 물 한 컵을 얻어마시고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상에서 무언가 상황에 처하면 망설이다 못해 결정을 못 내린다든지, 그래서 주위의 의견을 따르고 나서 나중에 후회한다든지, 이런 마음도 들었다 저런 마음도 들었다가 유유부단한 요괴들이나 사람들의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분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앞에서 말한 정서의 중요한 기능인 관심사나 욕구에 대한 무지로 인해 이해는 커녕 감정상태에 대한 정서적 정보활용 및 통합이 전혀 안 되니 의사에 대한 근거를 찾지 못해 갈팡지팡하게 되는 게 공통적이죠. 근거가 없으니 남에게 의지하고 또 내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니 책임지기엔 후회도 들고, 뭐 그렇게 악순환을 겪게되는 거랍니다."

"아항!"

코코로의 대답과 함께 그 말을 들은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오~' 와 같은 감탄사를 내자, 케이네가 더 힘을 내서 진행했다.

"그래서 정서는 상황에 대한 적당한 생각과 대처능력을 키워주고 좋은 기분의 경험은 긍정적 정보와 사건을 빠르게 처리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하고 불쾌한 기분의 경험은 부정적 정보와 사건을 빠르게 처리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추게 하기 때문에 기억에도 영향을 주어요. 기억 과정인 '자극'(stimulus)과 그 자극을 부호로 정보화하여 단기기억에 저장하는 '기명'(memorizing) 단계에 영향을 주고 바로 다음인,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에서 그 저장된 기억을 장기기억에 보존하는 '파지'(retention) 단계와 그걸 꺼내서 회상하는 재인(recognition) 단계에 큰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좋은 기분에서는 좋았던 기억이 더 잘 생각나고 나쁠때는 부정적인 기억들이나 가슴아프던 일이 더 잘 생각이 나죠."

"와, 훈장님. 그런 것도 아세요?"

문화첩에 받아적던 아야와 뱌쿠렌, 쇼가 경악에 가깝게 흔들리는 눈으로 쳐다보며 놀라자, 케이네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앞머리를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하하하, 저 실은 그게요. 학부모님들이 우리애가 자꾸 공부하다가 암기를 못하는데 기억력이 부족하거나 머리가 나빠서 그런건지 하도 많이 물어보셔서... 잘못된 정보를 줘서는 안 되니 의학적 지식이 많은 영원정의 에이린 씨에게 따로 물어서 배웠던 거예요."

"응, 자극, 기명, 파지, 재인! 이 과정에 감정이 끼어든다는 거야?" 코코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역으로 나쁜기억이 떠오르면 기분이 나빠지고, 좋은 기억이 떠오르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감정이라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감정을 표현한다고 하면, 예를 들어 좋은 감정이든 싫은 감정이든 아니면 슬퍼하는 감정이든 나의 시야에서 보이게 된다면 무언가 나에게 요구가 들어가는 것 같고. 어떻게든 저 상황을 해결해주거나 동조해주거나 하듯이 대처해 줘야한다는 압박감이 들어 부담스럽기도 하죠?"

"아니라곤 못하죠. 계속 신경 쓰이고 눈에 밟히니까요." 이치린이 참여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실은, 제가 누누히 이야기했지만 감정이라는 건 말 그대로 느낌. 그냥 그대로 느끼면 되어요. 감정은 의사표현이기 때문에 슬프면 슬픔을 그만큼 느끼고 즐거우면 즐거움을 그만큼 느끼면 그만인거죠. 환경적, 내적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반응인 만큼 충분히 그 감정을 느끼면 자극도 감정도 싹 가시게 되어 있어요. 건강한 감정은 이런 거예요. 오히려 감정표현이 잘 안되는게 건강하지 못한 거예요. 그러니 누군가 감정을 표현한다면 그대로 놔두어서 충분히 그 감정을 표현하게끔 해주는 것도 충분한 방법이랍니다. 그렇게 해주면 감정표현이 솔직해지고 자신이 감정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영향으로 부담스럽거나 회피적이지 않게 될 수 있으니 충분히 도와준 방법이에요."

"지식의 보고인 훈장님의 참으로 참된 가르침이구먼." 마미조가 감탄스럽게 웃으며 누에와 같이 너스레를 떨었고,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이해하려고 고뇌하는 코가사와 고개를 떨궜다가 올렸다하며 눈커플을 힘들게 뜨고 있느 쿄코, 상체가 앞으로 쏠리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듣고있는 나즈린과 케이네에게 시선이 고정된 모미지, 후토, 무라사가 주위를 이루었다.

충분히 입이 예열되어 작두를 탄 듯 수업을 진행하던 케이네는 마미조의 덕담이 포괄적으로 수업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도 느껴져 흐뭇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감사합니다. 후타츠이와 씨. 코코로 학생. 이제 좀 알 것 같나요?"

"응! 어렵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참으로 박식한 게 우리 태자님이 만든 작품답구만!" 후토가 여긴 절이라는 사실이 신경 쓰이지 않는 만큼,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면서 팔을 높이 흔들며 감탄해 외쳤다.

"자, 그럼 코코로 학생. 다시 감정표현을 연습해볼까요? '절실한'!"



그렇게 똑같이 몇 번 더 연습하다 절에서 감사의 의미로 챙겨준 과일을 든 케이네가 모두의 배웅과 함께 웃으며 돌아갔고 후토도 코코로를 챙겨 돌아가자, 모미지도 아야의 짐을 집어던져서 돌려주며 자신의 검과 방패를 메고 같이 일주문[각주:4]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난 별다른 말도 안 했었네.'

아야의 뒤에서 걸어가며 자신이 빼돌린 필름들을 살짝 쳐다보던 모미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거 하느라. 또 필름 갈라 바빴었지. 할 것도 많았는데 진짜 일꾼이잖아.'

"아야 너는 이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푸념을 하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모미지의 말에 앞에서 걸어가던 아야는 등을 돌려 카메라를 들어 보이면서 웃었다.

"그럼! 아주 도움이 되지! 안 믿어질 만큼 너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거야!"

그 말과 함께 공중을 날면서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들뜬 아야의 모습을 바라보던 모미지는 어이가 없었지만, 자신이 바꿔치기한 필름을 만지며 비로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PM 9시 40분 묘렌사 


밤이 무르익자, 묘렌사의 어느 한 방에 운잔을 낀 이치린, 나즈린과 누에, 그리고 마미조가 각각 앉아서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우릴 부른 이유가 뭐야?"

나즈린이 심드렁하게 묻자 누에가 기다리듯 마미조를 쳐다보았고 마미조가 입을 열었다.


  1. (Fredrickson, 1998,) [본문으로]
  2. 知音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신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 [본문으로]
  3. (Frijda 1986) [본문으로]
  4. 절의 가장 첫번째 문 [본문으로]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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