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네가 여기 어쩐 일이야?"
아야가 놀라며 묻자 금발의 풍성한 머릿결로 딱 봐도 귓가가 더워 보이는 단발의 미즈하시 파르시가 손 부채질을 하며 천진난만한 말투로 답했다.
"후, 여기는 어떻게 밖보다 안이 더 바람이 세게 분데? 방 분위기도 딱 내가 좋아하는 뒤숭숭한 분위기이고."
천연덕스럽게 빈자리에 앉은 파르시는 고개를 들어 주위의 표정들을 하나하나를 살폈다.
"절이니까 불교 말로 해야 하나. 딱 아수라장이네. 다들 모여서 서로 의심하고 속으로 시기하고 삭히고 대놓고 싸우는 거 너무 좋아."
"너 진짜 쉽게 보기도 힘든 지저요괴가 뭐하러 온 거야? 아야 네가 부른 거야?"
나즈린이 따지자 아야는 자긴 모른다며 고개를 강하게 저었고, 주위에서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모여들자, 파르시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걱정마, 어쨌든 도우러 온 거긴 한 거라고."
"도대체 어떻게 아시고 온 거죠?"
사실상 자신을 향한 질문에 하야는 자신의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대며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그러네요. 저도 안 불렀는데.. 설마 이번에 다른 기자들이 함부로 기사 낸 거라도 보신 건?"
"아니거든. 사토리가 한 소리해서 온 거야. 내가 마음의 어두운 면은 확실히 알고 있으니 멘레이키의 정신적인 성숙에 도움이 될 거라고 좀 가르쳐주래."
그 말을 듣고 누에가 사토리를 만났던 것을 생각하며 '그래도 신경은 써주는 요괴였구나. 내 부탁을 거절한게 마음에 걸렸었나 보네.'라고 속으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마음의 어두운 면이라... 아직 많이 배우지도 않았는데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생각에 잠긴 뱌쿠렌의 말에 파르시가 밖의 더워로 더워진 머리를 시원한 바람에 도리도리 털면서 답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나도 그래."
동감의 뜻으로 고개를 젓는 파르시를 보며 생각지 못한 대답을 들은 뱌쿠렌이 난처하게 바라보았고, 그 찰나에 파르시도 눈초리들이 자기에게 몰리자 일어서서 그중에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코코로의 두둥실 떠다니는 가면 하나를 집어서 말했다.
"일단 사토리가 그러는데, 내가 질투와 시기의 요괴니까, 그런 것도 엄연히 감정의 하나인데 감정을 배운다면 이런 소위 스스로나 남을 힘들게 하는 '부정적 감정'도 다룰 줄 알아야하고 그러기에는 내가 전문가라고 사정을 하더라고. 좋은건지 나쁜건지.. 에휴, 하여튼 그래야지 자신의 스트레스에 대해 자신감과 극복 능력에 해당하는 심리적 건강성.. 그 사토리가 뭐라고 했었던 용어가 있는데... 아, 자아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있다나."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괜찮을까요? 지금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 마당에."
뱌쿠렌이 슬쩍 후토를 보며 묻자, 후토도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미 좋은 꼴 봤는데 더 상황이 안 좋아진 모습도 얼마든지 볼 수 있네."
그 말에 무라사가 인상을 찌푸리고 파르시가 웃으며 자신이 집은 가면을 품으며 대답했다.
"그래, 안좋으면 나야 신나는 광경이지, 그런데 나는 이 설명을 듣고 '교육' 자체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어서 말야."
"'회의감'이라니요?" 아야가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간 웃음으로 목소리의 끝을 올리며 기분 나쁘게 물었고, 화답하며 피식 비웃은 파르시가 자신이 집었던 코가 긴 텐구가면을 놓으면서 뱌쿠렌의 옆에 쌓여있던 대도서관에서 빌린다고 해놓고 털어온 교육 참고용 책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말했다.
"어디 이 교육하는데 쓰는 교재들을 볼까? '이상 심리학', '성격 심리학', '심리학 원론', '상담 이론', '신경 심리학', '발달 심리학', '청소년 심리학', '분석 심리학','자아 정체감: 청년과 위기', '우리시대의 신경증 성격', '꿈의 분석', '게슈탈트 심리학', '행동주의 심리학' '인본주의 심리학의 이해', 어이쿠, 'DSM-5 해설서'도 있네."
"네, 다 성격을 주시한 심리학에 관련된 책들이죠."
"잠깐 그전에 DSM-5가 뭔데?"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어쩌면 지저요괴들이랑 나와 인연이 깊은 책이지."
"왜 인연이 깊은데?"
코가사가 어리둥절하며 묻자 나즈린이 눈치도 없냐는 듯 짜증을 내며 귀속말로 알려주었고 그제서야 코가사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질투의 요괴인 나도 자각하곤 있지만, 이 체계를 통하면 내가 내 주변에 관심을 받거나 행복한 애들을 싫어하고, 비슷해도 어떤 이유든 만들어서라도 부당한 의심을 하거나 항상 상대방이 접근하거나 보이는 행동에 대해 의도가 있나 살피고 원한을 오랫동안 잘 풀지 않고 예민한 데다가 잘못이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방어기제 중에서도 투사를 계속 쓰는 경향이 몇 수십 년 이상 나왔으니 성격 장애(Personality Disorder)의 A군 성격장애(Cluster A Personality Disorder) 중 편집성 성격장애에 비슷하게 나올 수가 있거든. 정식 진단과 소견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래? 그럼 뭐가 문제인데?"
"혹시 이 책 빌릴 때 소악마가 저작권이 좀 세다고 라벨이 적혀있다던데 그 것 때문에 그러신건가요?"
"에에이, 그렇게 멀리까지 가진 마. 이거 쓴 자들을 봐봐, 카를 융, 알프레드 아들러, 칼 로저스, 헨리 머레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장 피아제 에릭 에릭슨, 베르트하이머, 프레드릭 스키너, 에이브러햄 매슬로우, 카렌 호나이. 다 '인간'이잖아. 이 병리 기준도 인간들을 조사해서 수치화해 평균을 낸 거고."
파르시의 말에 방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이젠 좀 눈치 좀 챘겠지. 이건 '인간'이 쓴 거고 '인간'이 '인간'을 연구하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 인간의 유병률, 사전, 사후검사에 대한 통계를 통해 맞춰진 것들을 요괴에게 함부로 대입할 수 있냐는 거지. 요괴들을 다 모아서 통계를 내던가."
"뭐, 그렇긴 하겠죠. 그래도 우리가 인간처럼 정서나 심리라는게 있으니 일단 인간들이 만든 있는 틀이라도 도입해 알아가보면 발전도 있을 것이고 나쁘지 않을까요? 제가 읽어봤는데 인간도 개나 쥐, 비둘기를 통해 고전적 조건형성이나 조작적 조건형성을 알게 되었는데 요괴들의 감정에 대해 연구가 된건 아니지만 참고할 만은 하잖아요."
아야도 후토와 뱌쿠렌을 보며 동의를 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에이, 그래도 그렇지. 대상이 멘레이키 얜데? 이 모임이 요괴인 얘에게 '인간의 가치관과 정서'를 심어주는거 밖에 더 되겠어?"
그 말에 서로 눈치를 보며 주위에서 속닥거리고 아야와 뱌쿠렌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해진 마미조도 흥미롭게 살피는 사이 아야가 입을 열었다.
"에이, 그래도, 감정이라는 걸 인간만 느끼는게 아니잖아요. 우리도 느끼고, 표현하는 엄연한 감정이 있는데요. 일단은 우리보다 인간이 더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표현할 수도 있으니 그들의 연구를 토대로 코코로 씨같은 '감정의 요괴'가 많은 감정을 익히고 배워서 요괴에게 대입할 필요가 있겠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거라네."
후토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답답하긴, 애초에 우리 요괴의 본질이 뭔데? 나는 질투와 시기의 요괴니까 계속 질투하고 시기하고 그렇게 개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감정을 통해 생존하고 앞으로도 쭉 산다고, 이건 아무리 한정적이고 남들 눈에는 곱게 보여지지 않아도 나의 생에서 문제가 되지 않아. 나의 정체성이니까. 다른 요괴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난동이랑 소란 피우고, 소수의 주요감정만 있고 굳이 이성이 필요하지 않아도 마음 가는 대로 욕구와 충동에 이끌려 눈치나 주변 시선이든 신경 쓸 필요없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날뛰면서 신나게 살잖아."
파르시는 모두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인즉슨 난 요괴의 삶이란 자신의 본분에 맞는 본능으로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쾌락과 자기만족을 추구하고 성취하는, 차라리 요괴들이 막상 겪는 감정을 가르쳐 주는게 요괴인 얘에게 낫다는 거지. 왜 저 멘레이키에게 굳이 이런 요괴의 정체성이 아닌 인간에게 맞춰진 정체성을 강요하느냔 말야. 소위 인간들이 말하는 철이라도 들게 하려는거야?"
아야가 애써 그건 언짢은 표정을 숨기려하고 나머지 요괴들은 곰곰히 본질적 요괴로서의 정체성에 대하여 파르시의 말에 공감이 가서 고심하자, 코코로가 '오오 끌린다, 하고 싶은 대로 날뛴다니.' 라는 혼잣말로 답했다.
"진짜 그럼 내 멋대로 하는게 요괴적인 거야?"
"그럼."
"우와 신나, 뭔가 해방되는 말이야."
"어떤 규율도 규칙도 얽메이지 않지. 누군가 응징하러 찾아오긴 하지만."
코코로가 반짝반짝한 눈망울로 박수를 치며 화답하자 더 나아가면 안되겠다 싶은 뱌쿠렌과 아야가 둘을 말렸고 파르시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능청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 요약해서 말하자면 솔직히 다들 요괴라서 잘 느끼겠지만 요괴는 욕구 충동으로 사는 거잖아. 다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러다 무녀에게 깨지기도 하고 말야. 이렇게 힘들게 모여서 겉은 요괴고 속은 인간스럽게 만들려 하느니 아무리 인간과 부대끼는 환상향이라지만 차라리 요괴로서의 정체성을 더 키워주는 게 좋지 않냐는 거지, 안 그래?"
아야의 바람에 금발 단발과 흑발의 단발이 같이 휘날리면서 의기양양한 파르시의 초록눈과 초점이 일치한 붉은 눈의 아야는 그녀를 보다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참, 우리 파르시 씨는 우리가 코코로 양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는 모습에 그렇게 느끼셨군요. 뭐, 주입식 교육은 맞지만요. 그런데 말이죠."
아야가 파르시에게 보란 듯이 책들을 가리켰다.
"그래요. 지적해주신게 맞아요. 그래도 거기에 좀 더 나아가면 우리가 아무리 지성체라지만 윤리는 고사하고 욕구와 충동에 특화되었다 보니 우리가 왜 이런 사고방식으로 살고 왜 그렇게 느끼나 고찰해볼 생각을 못 했겠죠. 그냥 그러고 살면 되니 의문문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우리와 같이 느끼는 감정과 성격, 심지어 그 병리마저 연구했어요. 이런 연구결과와 이론 데이터는 최소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지성체급으로 같은 성격과 감정을 교감할 수 있는 요괴라면 얼마든지 수정해 적용, 인용할 수 있는 거랍니다. 저도 요괴가 요괴의 정신구조와 감정을 분석한 교재로 가르치고 싶지만 말씀처럼 워낙 감정들이 뭔가 과하거나 아예 적거나 들쭉날쭉하니 거의 없잖아요? 인간이 요괴를 두려워해 분석한 글은 있어도. 게다가"
아야는 코코로의 두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다독이듯 주무르면서 말했다.
"코코로 양 같은 '감정'의 요괴에게 인간과 공유할 수 있는 '감정'에 대한 사고와 구성, 기능에 대해서 우리 같은 요괴들이 적절하게 알려주고 맞춰서 지식을 통한 정신적 성숙과 성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오히려 코코로 양은 자신의 정체성인 감정을 잘 이해하게 되면서 더 강해지고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것과 더불어 우리같은 타 요괴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도 헤아리면서 세지겠죠. 감정은 공유하는 거니까요."
흥미롭다는 듯이 보는 파르시에게 코코로의 가면 하나를 집어든 아야가 말을 이었다.
"코코로 양이야 감정의 요괴라지만 현실은 가면 하나 없어지면 대이변이 따라오고 스스로는 가면 찾느라 허둥지둥하는 츠쿠모가미잖아요. 자아가 있지만 수동적인 면모가 있는 츠쿠모가미 요괴의 자아성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아우룰 수 있는 하나의 독립적인 요괴로 만들어주려는 거랍니다. 이런게 성장이고 그녀를 위한 교육 아닐까요?"
틀린 말이 없어서 고개를 끄덕거린 코코로가 말했다.
"맞아, 자유로운것도 좋고 어쨌든 나 더 성장하고 싶어. 그럼 누구도 못 넘볼 최강이 되겠지!"
"뭐 이 요괴는 양쪽이 좋다니까 서로 좋을대로 생각하자고. 기사에 혈안이 된 텐구가 시선이 몰린 나를 질투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 이렇게 과친절이 되셨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자체가 제 기삿거리니까요. 공들인 일감이라고 하면 공감 가시려나?"
"공 진짜 많이 들이셔서 이 일감을 다 못 먹으면 거 피눈물좀 나시겠어요."
파르시가 여전히 비꼬는 말투로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에이, 사토리 말이 맞긴 맞았네. 하, 남에게 좋은 일 하고 내가 만족감 못 얻으면 손해 본 거 같아 두고두고 짜증 나는데.... 저렇게 주변에 도움과 관심 많이 받는 애라서 은근슬적 얄미워지려고 하고.. 그래도 부탁받은 것도 있어서 여기까지 왔으니 할 수는 없지."
"그래도 파르시의 말은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어차피 우린 요괴니까."
누에가 거들자 마미조와 코가사도 고개를 끄덕이고 여러 생각에 잠긴 이치린과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싶은 나즈린이 풀린 눈으로 멍하니 파르시를 바라보았다.
"참, 너는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계속 주목받아서 좋겠다. 후우."
팔짱을 끼며 코코로를 쳐다보던 파르시가 푸념하듯 말하자, 그 말을 같이 들은 주변에서 코가사와 무라사, 쿄코등이 찰나였지만 살짝 머뭇거렸다.
"시간 끌지 말고 그쪽은 나에게 어떤 걸 가르쳐 줄 거야? 얼른!"
코코로가 호기심에 찬 가면을 보이며 파르시에게 다가오자 파르시가 두 손을 펼쳐 저지했다.
"워워, 너무 가까이 붙지 마. 보기만 해도 더운 마당에."
"네, 이왕 해주실 거면서 말은 참 많으셔요. 그래도 뜨거운 곳에서 오셨으니 충분히 식혀드리죠."
바람의 세기가 강해져 다들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가 되자, 조심히 아야와 파르시의 언쟁중 눈 마주침이나 태도를 살펴보던 마미조가 다수의 시선이 파르시쪽에 정신이 팔렸을 때 조심히 타 종이에 작은 글씨로 글을 빠르게 적은 뒤, 나즈린에게 슬쩍 밀어 넣었다.
'응?'
나즈린이 조심스럽게 다른 종이를 덮어 가리면서 보자, 종이에는 '텐구가 이곳을 관찰하는 수단이 있는지 다우징 요망.'이라는 글씨가 있었고 재빨리 먹 묻은 붓으로 안 보이게 덧칠하고는 펜듈럼을 잡고 주위를 다우징했다.
"논쟁은 된 건가요? 그럼 코코로 양의 교육을 위해서 이렇게 먼길오셨는데, 차라도 마실까요?"
쇼가 웃으면서 말하자 나즈린이 자신을 쳐다보는 마미조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눈치껏 벌떡 일어나 말했다.
"내가 타 올게. 주인." 파르시가 손 부채질을 하며 대답했다.
"냉차 없으면 물으로 줘."
나즈린이 대답하지 않고 방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지나가는 불제자들과 방문객들을 살피면서 지붕에 앉아 쉬고 있던 운잔을 불러 물었다.
"운잔! 혹시 이 근방에서 텐구들을 보거나 수상한 거 못 봤어?"
운잔이 입술을 움직이려다 손가락으로 X를 만드는 것으로 답하자, 나즈린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고마워. 혹시 수상한 애들, 특히 요괴 중에서도 토킨을 쓰거나 텐구가 보이면 말해줘."
고개를 끄덕이는 운잔을 보며 불안했는지 주위를 다시 다우징 해보며 살핀 나즈린이 공양간에서 그릇에 있던 물을 찻잔에 떠서 가지고 들어오자, 다들 나즈린의 눈치를 보며 수군거리고 아야는 마냥 재밌다며 사진을 찍고 있고 삐친 모습의 파르시가 토라져 있는 것과 다르게 쇼는 얼굴이 붉어져서 시선을 돌리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 나즈린의 눈에 비쳤다.
'응? 뭐야. 이거'
"금방 갔다 왔는데 다들 뭐하는 거람? 주인은 또 왜 저러는데."
쇼가 민망한지 나즈린을 쳐다보지 못하자 분위기 파악못한 쿄코가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파르시가 그랬는데 '부하랑 주인이랑 호흡도 잘 맞고 정말 살가운거 보니 살림이라도 차렸나보네.'고 했어."
"...."
징그러워서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깊은 한숨으로 귀를 펄럭이며 물잔을 파르시 앞에 내려놓은 나즈린이 쇼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유언비어 날조는 텐구만 하는게 아니었네. 부러우면 니도 주인 만드시던가요. 주인은 또 저런걸로 뭘 민망해 하고 있어. 그만 하세요. 나까지 민망해지니까."
"무연총에서 절에 들어와서 살림차리건 맞잖아."
"얌마!" 코가사의 너스레에 나즈린이 어이가 없어 성질을 냈다.
"나즈린도 진정하고.. 파르시 씨. 우리 둘은 자주보고 하는 일 같은 거 안 해요."
"엥?" 당황한 쇼의 대답에 파르시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쇼, 자자, 비사문천님. 진정하세요. 생각하고 대답하세요." 뱌쿠렌이 어이없어하는 후토 반대편에서 애써 웃으며 말했다.
"뭔 소리야! 주인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하면 더 오해사잖아!!"
화끈거리는 볼을 손바닥으로 쇼가 두드리며 진정시키자 나즈린이 인상을 쭉 쓰면서 하소연하듯 말했다.
"어휴, 제발 비사문천의 화신답게 체통좀 지키시라고요. 위엄이 안 살잖아요."
"어머, 주인 챙겨주는 거봐, 진짜 주인이랑 부하치곤 너무 애뜻하잖아. 저런 다정한 모습 눈꼴시려."
파르시가 삐져서 고개를 돌려버리자 빡친 나즈린도 버럭버럭 화내며 말했다.
"아! 좀 그렇게 몰아가지 말라고!! 물 던지기 전에 얼른 마셔!"
"자자, 진정좀. 지금 우리만 있는거 아니니까요. 제발."
뱌쿠렌이 땀까지 흘리며 손사래를 치자, 코코로는 부끄러운 표정의 가면으로 수업중 선생님의 첫사랑이야기를 듣는 학생같이 집중했다.
"와, 정말 재밌는 광경이네요. 그렇지 않나요?"
"아니."
"..."
모미지의 칼같은 대답에 아야도 할말 없어져서 그냥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아, 이제 그만하고.. 수업 들어가기 전에 나즈린은 혹시 파르시 말에 혹시라도 어떤 감정이 드는지.. 말해줄 수 있는지.."
"... 아니 주인 무슨 감정이 들어야 하는데요? 창피한거 말이에요?"
".. 아네요."
자신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어이없어서 툭 던져 나즈린을 보고 무언가 마음속 기대가 살짝 흩어진 쇼가 마음을 다잡듯 아쉬움에 고개를 돌리자 나즈린이 팔짱을 끼며 한숨과 함께 말했다.
"주인 체통 신경쓰는 만큼 부하 체면도 좀 신경써달라고요."
"알았어요. 나즈린. 당신의 주인답게 행동하도록 하죠."
진지하게 말하는 쇼를 보며 내가 뭐 심하게 말했나 싶은 나즈린이 속에서 불안이 뒤섞여 바로 안절부절 못했으나 물어보면 더 민망해질까봐 애써 표정관리하며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하여튼 절간은 소란스럽군, 진도 나가아지. 다들 안 그런가."
"에이, 후토 씨. 그냥 놔주세요. 잘하고 있는데."
능청맞게 웃으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아야를 보며 후토가 눈을 깜빡이면서 앞섶을 잡고 털며 말했다.
"자네에게는 이게 재밌는 가십거리로 보이는가?"
"아뇨. 지금 수업하는거 맞아요. 파르시가 무슨 요괴인지 다들 모르시는건 아니시겠죠?"
그말을 들은 후토가 아야의 말을 이해하고는 파르시의 입을 막은 손을 떼고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말햇다.
"질투의 요괴..."
"네, 맞아요. 시기와 질투의 예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거랍니다."
"저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다보니 큰일 생기기 전에 먼저 무기부터 걷어야 할 것 같아요. 다 날붙이, 쇠붙이같은건 모아서 치워주세요."
그 말에 미리 찌를까봐 치워놨던 모미지의 검 위에 누에의 삼지창이나 쇼의 보탑과 창, 미나미츠의 닻등 다른 무기들이 쌓여졌고 주변이 어수선해지자 나즈린의 손으로 X표시를 확실히 본 마미조가 누에에게 말해주고 아야를 주시할 것을 요청하면서 다시 눈치싸움도 시작되었다.
"후후, 이미 아수라장인데 더 문제 커질까봐 무기를 치운다니, 뭐 지금 그대로 진행하는게 걱정되나봐?"
파르시가 떠보며 말하자, 질려버린 뱌쿠렌과 쇼의 입에서 동시에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무간 지옥이 될 순 없으니까."
"무간 지옥을 벌일 순 없죠."
"그래? 뭐, 저 텐구는 그것마저 바랄 것 같은데. 그래도 같은 요괴끼리 돕고 살아야지, 사회생활이라는게 다 그렇고.. 확실히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야하고 너흰 인간이 쓴 책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요한 괴테라는 사람은 '증오는 적극적인 불만이고 질투는 소극적인 불만이다. 따라서 질투가 금방 증오로 바뀌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라고 했었고."
말을 많이 해서 혀가 살짝 마른 파르시가 물을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인간을 자기애를 통한 이기적인 대상으로 본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라는 사람은 자기가 쓴 책인 '회상록'에서 '질투속에는 사랑보다 이기심이 더 많다'고 했고 '금언집'에서는 '시기는 증오보다 더욱 비타협적이다'이라고 했어."
"듣기만 해도 겁나 안 좋은거네." 무라사가 투덜거렸다.
"아이, 좀 더 들어봐. 니들 귀엔 더 안좋은 소리니까. '그리고 질투는 항상 사랑과 더불어 태어난다. 그러나 반드시 사랑과 함께 죽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어."
"사랑하기 때문에 질투한다라는 거제?"
마미조의 말에 파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그럼. 그래서 질투는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에서 일어나게 되지. 사랑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질투라는 부정적 감정의 원인이되는 거야. 오묘하고 재밌지 않니?"
"아니." 모미지가 다시 칼같이 대답했다.
살짝 당황한 파르시가 헛기침을 하다가 잠시 생각하던 코코로가 파르시를 관찰하며 물었다.
"근데 질투라는건 증오랑 엄청 가깝네."
"아, 그렇지. 아무래도, 근데 너 증오는 배웠어?"
"응, 기쁨, 슬픔등 다른 감점들도 케이네 훈장님에게 배웠고 분노와 증오는 모코우에게 배웠어."
"와, 소문만 들었었는데 얘 진짜 많은 이들에게 확실하게 배웠겠네.. 무슨 맞춤형 과외도 아니고. 부럽게"
"아항, 그런게 질투라는 거구나." 눈치가 생겨난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야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
말들 들은 쇼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파르시를 향해 물었다.
"그럼 사랑하기 때문에 질투한다?"
"그치. 질투하기 때문에 '그 상대가 나를 놓지 않게' 나를 더 멋있고 예쁘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고, 또 그 상대가 '나만을' 사랑해 줬으면 하는 이런 자기애와 소유욕이 공존하고 점점 균형이 어긋나 파국이 나거든. 이런 사례가 많기 때문에 나같은 요괴가 계속 존재할 수 있는거지."
코가사와 쿄코가 이야기에 집중하고 누에도 날개를 접고 집중하자, 주위 반응에 얘기가 재밌어졌는지 파르시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뭐 이야기를 들자면 내가 잘해주고 신경쓰는 상대가 감사 표시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게 마음이잖아? 그런데 그 상대에게 다른 대상이 잘해줄 수도 있는데 상대가 그 대상에게 잘해준다고 고마워하는게 무척 신경이 쓰이는 것도 질투야. 여기서 더 심해지면 '내가 그렇게 잘 대해줬는데 어떻게 그럴수 있어'와 같이 평범하게 대하던 상대는 난감하고 나는 감당하기 그지없는 신념이 되어버려서 끝없는 의심과 스트레스, 갈등을 겪지."
"그렇군."
후토가 고개를 끄덕이자, 파르시가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애초에 질투는 말이야. 내가 어떤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좌절을 겪을때 일어나는 분노와 실연당할지 모른다는 근심을 통해 따라오는 두려움, 내가 나를 평가해보고 타인이 나을 염두하지 않을것 같은 부족함과 처량함에서 오는 슬픔. 아주 우습게도 그나마 작동하는 자아에 의해 내가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수치심과 패배감을 느끼는 방식으로 작동이 되거든. 그래서 질투는 증오와 수치감과 연관이 깊어."
"너도 그래?"
"항상 그러지." 누에의 질문에 웃으며 파르시가 히쭉히쭉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또 재밌는게 뭐냐면, 질투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는 거야. 과거에서도 언제든지 끄집어 낼 수 있지. 나랑 상관 없었던 일도 키워드 연관만 있으면 바로 꺼낼 수 있거든. 예를들어 내가 남이랑 사귀고 있는데 남이 옛날에 사귄 전 사람을 꺼내와 괴로워하고 질투하는 것처럼 말이야. 솔직히 나랑 상대의 관계만 현재에 있고 그 전 사람은 이미 과거에 끝났는데도 현재로 가져와 질투하고 왜 헤어졌는지 파헤치고 나와 비교해보고 그러는거야. 이러한 질투는 뭐라고 부르냐면."
다시 물을 마신 파르시가 코코로를 보며 말했다.
"바로 '망상적' 질투라고 해. 이거 생각보다 흔해. 과거일을 왜 꺼내냐고 싸우는게 소설에서도 한 두 장면이 아니거든. 그리고 사랑을 서로 증명하라고, 증명하려고 하지.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증오와 나에 대한 수치감이 뒤따라오고 그 뒤는 정말 심해지면 의처증, 의부증이 되어버리기도 하지. 그리고 파국을 맞고."
파르시는 침을 삼키고 코코로와 계속 눈을 맞췄다.
"자, 그래, 이런 질투라는 감정이 문제를 일으키는데 왜 우리가 이런 감정을 가져야하느냐 생각이 들거야, 그건 이 질투의 요괴가 자아성찰하듯 설명해주도록 하지. 질투는 상당히 보편적인 감정이고 질투를 통해 상황을 분석하고 더 나은 상대를 찾는 생존전략을 쓰며 이 질투를 통하여 서로 질투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서로간의 유대와 애착을 더욱 형성시킨다는 거지. 상대방이 질투할수 있는 행위를 안하기만 해도 되니까. 그리고 질투심을 자극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상대가 나에게 더욱 관심을 끌고 상대에게 나의 가치를 높히며 신경쓰게 할 수 있는 매게체가 될 수 있단 거야."
"음.. 결국 부정적인 감정이라지만 장단점은 있는 거네." 코로로가 질투에 맞는 가면을 찾아보면서 말했다.
"그럼, 질투가 수치심, 증오등 여러 감정이 복합된 감정이다 보니 감수성의 정도와 불안의 정도, 관계 유지 의존도에 따라 일어나는 반응이 달라져. 그리고 아주 역대적으로 질투는 말야. 반드시."
명심하라는 듯이 코코로에게 파르시가 속삭이듯 말했다.
"비극을 부르지."
"음.."
소름돋는지 팔짱을 낀 손으로 두팔을 문지르며 부시시 떠는 코코로를 보며 후토가 버럭 짜증을 냈다.
"자네는 아니 왜 애를 겁주고 그러나!"
"아니, 왜? 사실인데. 네가 한번 대도서관이든 영나암이든 온갖 서재들 다 털어서 질투에 관한 자료 찾아봐. 질투로 인한 비극이 온갖 신화와 이야기, 소설 실화로 한 가득일텐데. 내가 사람들이 질투에 관해 한 말들 기억 못하는거 아니지?"
초록 눈을 반짝이며 자신감있게 말하는 파르시가 그 자신감을 증명하듯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폈다.
"성경이라는 책에는 최초의 살인이 질투때문에 일어났고 인간남자아이가 아버지를 질투하고 양육자인 어머니를 사모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반대로 인간 여자아이가 어머니를 질투하고 이성인 아버지를 사모하는 엘렉트라 컴플렉스, <오셀로>부터 시작해 치정싸움을 비롯한 질투와 관련된 작품이 꽤 많지. 그리고 오셀로라는 책에는 질투는 초록눈의 괴물을 하고 있다고 하고 말야. 자기 자신을 서서히 잠식하면서 파멸을 향해 달려나가는."
"불교에서는 그런 마음은 비워내고 경을 읽으며 불심을 단련하는 것으로 다스립니다. 설명은 들었으니 질투를 다르는 법도 알고 계시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도교에서는 그런 마음은 생에 관해서 정신을 무겁게 하는 것. 수련과 호흡법을 통해 기를 다스린다네."
"흠, 뭐 다 도움되는 말이긴 하네. 일단 아우구스투스라는 사람이 '질투를 느끼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어. 결국 누구하나 헤어나오기 힘든 관계의 기본적인 갈등구조라고, 그래서 이 질투에서 벗어나겠다는 건 힘들지, 반드시 무의식적으로 찾아오게 되어있다고."
"하긴 그러니까 네가 존재하는 거고."
"그럼. 귀여운 꼬꼬마 쥐를 끼고 있는 큰 쥐 아가씨. 이렇게 단순한 시샘만으로도 질투로 이어지는 만큼. 차라리 질투심을 인정하는게 나아. 질투 그 자체인 나처럼."
"무슨 소리야?"
코로로가 황당해하며 제법 질투와 비슷한 가면을 들어보이면서 물었다.
"그러니까 좀 부정적이고 밖에 꺼내긴 창피한 감정이긴 해도 엄연히 심리적인 도구라고, 하지만 다들 질투심을 표현하지 않고 혼자 삭히면서 주위의 증거들을 통해 머릿속으로 온갖 안좋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속상해하거나 대놓고 감정적으로 표출해서 수치심과 함께 관계가 깨지곤 하지. 그러니까 일단 서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의사가 있다면 그냥 질투를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게 좋아. 그래야 상대방도 질투를 가질만큼 자신에게 감정도 있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걸 알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서로 고쳐나갈 수 있거든. "
그말을 들은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요괴들도 좋은 방법이네하고 수긍하는 사이, 마미조가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방금 서로 관게를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었는디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 털어놓으면 어지 되는감?"
그러자 파르시가 신난표정으로 말했다.
"아항, 그거? 그렇지 않은 관계는 분명히 서로 주도권을 쥐려고 물밑작업에 신경전 벌이는 관계라고, 당연히 털어농은 이야기를 약점으로 잡고 관계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려 하거나 속으로 배신감에 복수하려고 하겠지. 그래서 상대방을 잘 알아야 쓸수있는 전략이야."
"그럼 다른 방법은?"
"응, 그게, 확실히 전문적으로 알려주려면.. "
파르시가 슬쩍 뱌쿠렌이 빌려왔던 책들을 향해 눈치를 보고는 천천히 다가가 책들을 뒤지며 말했다.
"아무래도 더 참고해야할 내용이 이 심리학 책들 중에 전문적으로 있을 것 같아. 잠깐만,"
"참, 아까는 인간 중심 연구들이라더니요. 후후"
아야가 카메라로 책을 살피는 파르시를 찍으며 비웃자 파르시도 버럭 짜증을 냈다.
"아, 씨! 그거야 젤 가르친 다른 요괴보다 내가 더 잘 가르칠거니까!"
"푸후훗, 좋은 질투심이에요. 질투도 분노와 더불어 에너지를 크게 일으키는군요."
아야의 말에 반박은 못하고 책들의 내용을 하나하나 파르시가 살피는 사이, 코코로가 마미조에게 다가가 질투와 관련된 가면이 슬픔의 할머니 가면과 분노의 여우 가면, 곤란할 때의 원숭이가면, 누가봐도 짜증난 가면, 토라진 가면등 여러 가면들 중에 어떤 것이 적절한지 물어보았고 마미조가 인자하게 미소지으며 '네가 느끼는 질투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가면에 투영해보라'라고 대답해주었다.
"아, 찾았다. 여기 이 책에 보면."
마미조의 말에 멍해진 코코로가 듣든지 말든지 들뜬 파르시가 그대로 읊었다.
"그래, 여기 있었네. 지금 해야 할 설명은 인지치료 이론을 대입하면 좀 더 자세하게 도움이 되거든. 질투라는 것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이든 하나의 사건에 대한 자신의 추리이자 추측이든지 간에 그것이 정확한지 알아봐야 한다는거야. 과연 그것이 내부 요인인지 외부요인인지 꼼꼼하게, 자신이 예전에 사랑으로 상처받았거나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상대가 무엇때문에 배신했는지 점검 해야하고 자신이 상대가 굳이 잡아둘 필요가 없는 매력이 떨어지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자아가 약해서 상대에 대한 열등감에 더 의존하고 의심하게되는 경우이니 자아의 불안정성을 점검해야지."
"으흠."
"그런 방법을 인지치료 이론에 대입하면, 먼저 아론 벡의 인지치료에서 마음속에 굳이 생각할 필요없이 자극이나 사건에 대해 자동으로 생각이 들게 하는 자동적 사고가 잘못된 개념화로 일어난 부정적 자동적 사고인 인지적 왜곡으로 인해 실제와 다르게 사고가 왜곡되므로 이 근거없는 인지적 왜곡을 잡고 고쳐나가는 거지. 이를 증거를 탐문하고 대안을 통해 생각을 수정하는 인지 재구성법이라고 하고 마이켄바움이라는 사람의 인지행동 수정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에 대해 진술해 부적응적 행동을 파악하고 새로운 기술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어. 그리고"
그녀가 책의 다음 장을 넘기며 말했다.
"여기 나온 것처럼 다른 인지치료 이론으로 엘리스의 인지,정서,행동치료(REBT)가 있는데. 누구나 합리적 사고 외에 비합리적 사고라는 현실적이지 않고 필연적인 당위적 신념이 정서장애를 일으킨다고 나와있어."
"엘리스가??"
"응? 앨리스가 심리에 대한 책도 썼어??"
"어휴, 그 소리 나올 줄 알았어.. 그 인형사는 앨리스고 여기 이 사람은 인간 남자인 앨버트 엘리스라는 인간이야. 암튼 이 치료에선 예를 들어 내가 보는 사람에 나에 대해서 토라진 사건이 발생하면, 이는 의미있는 활성화된 사건인 A(Activating events)가 되고, 여기서 내가 생각하고 지금 상황을 파악할때 참고하며 믿고 있는 자신의 현재 신념체계인 B(Belief system)로 단계가 넘어가. 거기서 만약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내가 부족하고 매력이 없어서 그런다고 믿거나 증거는 없지만 상대에게 다른 상대가 생겼을 거라고 생각하는 비합리적 신념인 IB(Irrational Belief)을 파악하는 거지. 그리고 진위를 파악하고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논박인 D(Dispute),를 거쳐. 그것을 정당한 합리적 신념인 RB(Rational Belief)으로 바꿔주는 거야. 매력이 없다고 느끼거나 다른 상대가 생겼다고 생각하는건 근거없는 자신의 생각, 비합리적 신념이니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생각했구나 인정하고 내려놓게 하는 인지적인 과정이지.그리고 그 정서,행동의 결과인 C(Consequences),로 들어가지."
"잠깐 질문!"
"음. 뭐지? 배 유령 질문해봐."
"우숩게 들릴 수 있겠지만 왜 A-B-C로 안가고 A-B-D-C로 가는거지?"
"아, 그거? 대부분의 사고는 A-B-C로 들어가는게 맞아. 근데 그 B가 만약 비합리적 신념이라면 그 다음 C의 결과물은 불안, 우울, 시기, 질투, 열등감등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나거든. 그래서 B를 점검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해 논박하는 D가 사이에 끼는거야. 그렇게 비합리적 신념을 고치고 나면 나오는 C의 결과도 좋아지고, 이렇게 논박하면서 새로운 인지나 철학, 인지체계를 가져오는 효과인 E(Effect)단계로 접어들고 그에따른 감정인 F(feeling)단계로 접어들면서 사고 도식이 마무리되지."
"근거를 따져 생각을 바꾼다라. 인지치료라는 말 그대로 인지를 바꾸는 것이로군요."
"와, 탐정같다. 탐정도 추리하고 증거로 모두의 생각을 바꿔 버리잖아."
누에의 말에 마미조도 고개를 끄덕였고 코코로가 종이에 파르시의 말을 받아적다가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쓴 단어를 보며 물었다.
"그럼 비합리적 신념에 대해서 더 설명해줘."
"음, 어디보자, 비합리적 신념은 경험이나 사고에 의해 의식적으로 순간순간 자동으로 떠오르는 자동적 사고, 그 자동적 사고로 인해 생각하게되는 추론(귀인), 부정적인 정서와 관련해 자신이 의식적으로 명확하지 않게 역으로 인지하는 평가적 인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법칙이나 철학, 스트레스나 큰 사건에 대해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내면속의 인지인 핵심적 인지가 있다고 해. 그러니까 너희한테 어울릴 법한데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파르시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뱌쿠렌과 후토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불교나 도교나 상대 종교니까 나쁠거라고 생각하는 자동적 사고, 그로 인해 싸우면서 싸웠으니 적이라고 인식하는 추론, 마찬가지로 싸웠지만 상대 종교와 싸운거니 정당방위고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평가적 인지. 그리고 자기만의 종교적인 색체로 상대를 배제하는 핵심적인 인지가 있는거지."
"으름."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고 후토나 뱌쿠렌이나 표정이 굳어졌다.
"오호, 그렇게 이 종교갈등을 볼 수도 있겠군요. 기사에 참조해야지."
"아이 그런 거 적지마."
"아, 파르시가 엘리스씨 말씀 참고해서 이야기 하셨다고 출처 밝힐게요."
아야가 신나서 문화첩에 적어놓자, 파르시가 투덜거렸다.
"근데 기사로 낸다고?"
"네, 기자가 제 직업이잖아요."
그러자 파르시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난 소설가로 알고 있었는데."
순간 그 말을 듣고 아야가 머뭇거리자 모미지가 딜을 넣었다.
"소설가 맞지. 신문에 지 망상을 집어넣는."
"뭐, 네가 어쨌든 난 소설가로 알고 있을거니까."
"에이 너무해. 진짜."
아야가 토라져서 얼굴을 얼굴을 붉히고 뱌쿠렌이나 후토가 다소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할 말을 다시 시작했다.
"거봐. 이 카라스텐구랑 말 섞으면 안 된다니까."
입을 좀 열려는데 모미지의 한 소리에 흐름이 끊긴 파르시가 입술을 오므리며 불만족을 드러냈다.
"뭐, 요괴들이야 다 제멋대로라지만.. 나도 난데 남들은 이해하기 더 벅차다니까. 암튼 질투는 이정도로 된거 같고 아까 질투가 뭐와 뭐의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했었지?"
"증오와 수치심!"
"와, 멘레이키 너 엄청 잘 기억하고 있잖아?"
"써놨거든."
의기양양하게 필기종이를 보여주는 코코로를 보며 입을 다신 파르시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것도 도움이 되겠네. 그럼 이번에는 부정적 감정중 수치심으로 가볼까? 수치심은 뭐라고 생각해?"
"창피한거?"
"그것도 있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죠. 염치와도 같은."
"주지승 말도 맞긴 하네.. 수치심은 다른 말로 하자면 '자기 불신이자 의혹'이야. 어릴때 성취감을 충족하지 못해서 무언가를 행하는 자신을 의심하고 의식하고 이를 부끄러워 하거든. 특히 대부분은 자신이 감추고 싶어하는 감정이야. 우리처럼 고등한 요괴가 아니라면 사고가 단순해서 왜 그게 부끄러운지 모르겠자먼 조금이라도 자신의 가치관, 관계나 남을 의식하는 사회화가 되어있다면 남에게 절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감정이지. 누구나 아무리 친하더라도 쪽팔렸던거 빠짐없이 다 이야기 하긴 힘들거야."
"음.. 아무래도."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 있는 다수가 아주 잘 겪고 있을 경험이기도 하지. 나 진짜 이런 거 너무 좋다고. 딱 적절하고 어울리잖아!"
"잠깐, 어째서죠?" 도취되어 황홀해하는 파르시를 보고 쇼가 손을 들어 항의하듯 물었다.
파르시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굳이 그걸 내 입으로 말해야겠냐는 식으로 쇼의 얼굴을 보다가 말했다.
"당장 서로 죽여버려도 시원치 않을 두 앙숙 텐구가 쌍으로 곁에 있고, 종교분쟁을 일으킨 두 종교가 얼굴 맞대고 있는데 각자 드는 생각이 뭐겠어, 당장 상대와 겸상하는 것만으로 수치심이 안들고 배겨?"
순간 조용해지면서 서로 침 삼키는 소리와 함께 서로 눈동자들 돌리며 눈치를 보자 뱌쿠렌이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했다.
"자, 파르시 씨. 저희는 그걸 지금 해결하려고.."
"에이, 왜 그래. 다 알면서. 다들 직면하면서 인정하자고. 부정적 감정은 인정하면서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부정, 부인하는것도 다 미숙한 방어기제라고."
파르시가 심리학 책에서 한 페이지를 뱌쿠렌에게 보였다.
안나 프로이트가 제시한 자아가 갈등,불안에 대처하는 방어기제의 종류 - 억압(의식 밖으로 밀어냄 가장 기본적인 무의식적 부정), 부정(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함), 투사(타인에게 갈등원인과 분노를 돌림), 반동형성(내면에서 수용못하는 충동을 반대로 표현), 전치(충동을 다른 대상에 이입), 동일시(존경하고 동경하는 상대의 심리체계를 자신의 내면에 대입), 합리화(자신의 행동에 이유나 부정확한 핑계로 재해석), 이지화(스트레스 대상과 멀어짐), 내면화(갈등원인을 외부대상이 아닌 자신에게 반영, 투사와 반대), / 승화(충동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체)
"이것을 서로의 사고에 대입하면 댁들이나 우리나 삶에 얽메인 이상 아무도 무결점의 성인군자가 아니야."
뱌쿠렌이 잠자코 듣고 있자 마미조는 '저 요괴도 내가 갖고 있는 의혹을 비슷하게 갖고 있구마이.'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그녀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자, 이거 보면서 그 긴 모자 종교가는 어때?"
"긴 모자 종교라니! 도교다! 나는.. 아니 우린 굳이 부정하진 않겠네.."
사실은 도교라기 보단 민간신앙인 신토인지라 부끄럽지만 여기 있는 모두 잘 모르니까 대답한 후토도 눈을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아, 그럼 텐구들은 어쩌시려나?"
모미지와 아야가 서로를 쳐다보다가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인상을 잔뜩쓰고 살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고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대자 파르시가 피식 웃었다.
"텐구들은 솔직해서 좋네. 그래요. 다~ 이렇게 해당이 되면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사는 거지. 멘레이키의 교육을 위해서 다들 잘 참고사느라 얼마나 힘드시겠어. 지저의 요괴에게 한 소리 들어서도 부끄울테고 말야."
아무 말없이 파르시에게로 시선이 모아지자, 파르시는 오히려 시선을 즐기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좋아했다.
"모른당께, 서로 지극히 참을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 더 있겄제."
마미조가 떠보듯이 말하자, 파르시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멘레이키를 위해서 서로 싫은데 모이는 거면 정말 정신적으로 성숙한 거고, 나 같으면 뭔가 더 있다고 해도 잡아먹고 싶어서 1분도 못 견딜텐데."
"저기 자꾸 가르치시다가 딴 길로 새다못해 도발을 하시면.." 아야가 난색을 표하며 파르시의 옆구리를 찔렀다.
"걱정말게, 이미 불 지르려다가 잡혔으니까."
"어머? 방화미수?"
뜬금없이 자백을 하면서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후토를 보고 파르시가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앜크킄킄 니들 생각보다 재밌네. 다들 느끼실 수치심은 정말로 가시같은 감정이라 드러내긴 너무 아리기 때문에 쉽지 않은데 놔두면 나만 엄청 힘들어지곤 하지. 텐구들처럼 남과 나, 집단적 규율이 아닌 개요(個妖)적인 감정의 수치심이 있고, 내가 호명한 두 종교측 과 같이 집단 내에서의 수치심처럼 집단의 규칙이나 목적을 자신의 정체성이나 목적으로 삼고 있어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지. 그리고 여기에 이성이 곁들여져서 회의감이나 죄책감으로 이어지고."
참담한 심정으로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어 잠깐 참선(參禪)한 뱌쿠렌이 눈을 뜨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엇흐흠, 파르시 씨..아니 양의 말이 맞습니다. 결국 마음이라는 건 그릇된 것을 비워야도 하지만 그릇된 것을 생각한 나를 내가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법. 제가 경솔했군요. 그리고."
그리고 마미조와 누에쪽으로 방향을 틀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저의 마음이 이심전심되지 않는 듯하니 단합을 위해서라도 말이 더 이상 안 나오게 확실히 해둬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자리는 코코로 양을 위한 자리입니다. 그걸 위해 뭉친 거고 그것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한가요?"
그 말을 들은 마미조는 안경을 닦으며 말했다.
"매사가 폭넓고 느긋할 것 같은 히지리 치고는 꽤나 궤도에 놓이도록 애쓰는 듯한 과민반응이로구마이."
"마미조 씨. 제발 '우리만'이라도 본질을 흐트리지는 맙시다. 우리는 좀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할 필요가 있어요."
"미안하지만 난 교육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당께. 오히려 장려하제. 다만 이 교육이 진행되기 위해서 저 지하의 요괴가 지적한 것처럼 서로 으르덩 거리던 사이가 느닷없이 약속을 잡고 자리를 가질 만큼, 행여나 혹시라도 그걸 감수할 만큼의 거래가 있었는지 외부 개입은 없었는지 검증은 필요하다는 거제."
"외부 개입이라면 설마 저희를?"
아야가 당황스러워하며 묻자 모미지가 쏘아붙였다.
"저희라니. 난 빼라. 끌고 온 너지."
하타테랑 대화했던 것과 신문자료들, 그리고 조사했던 동족이 공격받았던 것등 여러 심적 물증이 있던 마미조가 반응을 살필겸 먼저 던져보았다.
"좋아요.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지만 전혀, 저는 없습니다. 아야 씨를 통해 좋은 일을 하려고 할뿐. 그것은 비사문천의 화신이신 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네, 그럼요. 좋은 일 하려고 모인 건데요."
사실 마미조나 뱌쿠렌이나 무슨 말 하는건지 영문을 모르겠던 쇼가 그냥 되는대로 말했지만 사실 자기가주지승인 뱌쿠렌보다 더 높다는 사실때문에 은근슬쩍 자존심이 상해서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정말로 신경쓰이나 본데. 일단 교육의 질이 좋으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네. 그래도 명색이 초대받은 입장이고 태자님이 멘레이키를 신경쓰고 있으니 그렇게 따를 뿐. 대화를 요청하여 대화하는 자리이니 분쟁을 원한다면 분쟁을 해줄 수도 있다네. 애초에 난 처음에 신경쓰지도 않았으니까"
후토도 아래쪽의 요괴 입장으로 말하자 누에도 답답해서 깍지를 쥐고 목 뒤를 포개며 말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에겐 설명도 제대로 안해주고 너무 졸속이었잖아. 그리고 이렇게 요란하게 소문내듯 하는 것도, 주위 요괴들이 좋게 본다지만 물어보면 회피하는 것도, 단순히 교육하는 와중에서도 여러세력이 다 엮이고 주위에서 인간 실종사건등 다양한 사건들이 막 일어나는데 아랑곳 없이 이걸 꼭 해야하는 것처럼 양 쪽이 강박적인 것도."
"아, 그랬었군요. 누에도 그렇게 생각할만큼 모두를 헤아리지 못했었네요."
고개를 푹 숙이고 침을 한번 삼킨 뱌쿠렌이 낮은 톤으로 계속 이었다.
"비록 코코로 양 하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모두에게도 좋은 일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해보려다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거레이. 증거를 찾으면 다 나오는 법이니께 진실만 말하면 되제. 특히 저 텐구들도 자유롭지 못하제. 유도심문이 될 것 같으니 예 같은 건 안 들겠네."
여유넘치는 마미조 앞에서 뱌쿠렌이 왜 이러시나 눈을 급히 깜빡거리다가 다시 미소와 함께 진정하며 대답했다.
"네. 정말로 코코로 양을 위해서 준비한 겁니다. 도교와 직접적인 대화는 어려우니 아야 씨 통해서 도교 측에 접근한 거고요. 그리고 서로 교육하기로 동의하면서 합의 했습니다. 모두의 동의를 얻기에는 서로 적개심이 강해서 어쩔수 없었답니다."
"난 몰라. 태자님에게나 여쭤보게나. 애초에 나는 이런 거 반대했었으니까. 그래서 불도 질렀고."
후토가 손사래를 치다가 팔짱을 끼며 삐진 표정의 가면으로 코코로가 노려보자. 역시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텐구는 제일 할말 많을 것 같으이."
마미조가 아야와 모미지를 바라보자, 모미지는 '무슨 소리야?'와 같은 표정으로 황당해하고 아야도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제가 왜요?"
모미지가 따지듯 묻자, 하타테와 내통한 걸 아는 마미조가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물었다.
"자네는 텐구들 중에서 직책이 어떻게 되는감?"
"경비대장입니다. 텐마님과 대텐구님 다음으로 '산의 모든 방위'와 부대 통수권을 가지고 있죠."
"저 신문쓰는 텐구의 신문을 읽은 적이 있당께. 레이더같은 감시초소들을 새로 만들었다고 하든디."
"네, 캇파와 저희 텐구들이 같이 땀흘려 건설했죠. 제 눈을 대체할 적 탐지의 핵심이니까요."
"근디 내가 바깥에서 온 요괴라 아는디 그게 다 바깥의 가장 고급적인 최신 기술이당께. 그게 어떻게 산에 갔느냐 하는 것이지 말여."
"에이, 그렇게 자세히는 모르죠. 그거야 관심도 없고 그저 융합령이후 캇파들에 대한 투자와 대우가 높아져서 폭넓은 연구성과가 늘어난걸로만 알고 있는걸요. 저희야 캇파들 기술을 받아쓰는 건데 캇파들에게 물어보는게 더 빠르겠네요. 자꾸 오해사는 것 같은데 저는 얘랑 한 패가 아니라고요! 저는 노예계약으로 끌려온겁니다. 제가 외부세력에 가깝겠네요!"
따지듯이 하소연하는 모미지를 보며 아야가 히쭉 웃자, 모미지가 곧바로 인상을 쓰며 으르렁댔다.
"그럼 기자텐구는 어떻게 알고 그 기술을 바깥에서 쓰는 용어 그대로 쓴 건가? 바깥에 대해 잘 아는 요괴라도 만난건가?"
"아, 혹시 예전에 취재한거 말씀하신 것 같은데. 캇파들이 전파 선전달 후적발 감시 기술체계는 만들어놨었는데 기술명을 뭘로할까 고민하다가 무연총에서 주운 서적에서 바깥의 인간들도 비슷한 감시체계를 레이더라고 하는걸 알게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대로 쓴거라고 했어요. 책 제목도 기억나요. '21세기 차세대 국방기술체계.'라고요.'
"무연총이라.. 스키마요괴는 아니고?"
마미조가 입을 열고 누에와 이치린, 나즈린이 서로 곁눈질하며 숨을 죽이자, 아야가 능글맞은 미소로 한 손가락만을 들어 흔들면서 핀잔을 주었다.
"스키마요괴가 뭐하러요? 그건 내정간섭이에요."
"에이, 무슨.. 우리도 줏대가 있고 유카리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모미지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근데 얘네 배후는 모리야 신사였는데 유카리도 굳이 얘네한테 낄 이유가 있나? 이 일에 숫가락 얻으려고?"
무라사가 툭하고 던지자 코가사가 손을 잡고 달래주는 코코로의 등을 토닥여준 마미조가 차분히 말했다.
"환상향의 균형과 관리를 생각하는 스키마 요괴라면 종교집단을 고분고분하게 컨트롤할 필요는 있제."
"크킄. 아니, 심증이시라는건 알지만.. 그래요, 유카리 씨는 말이죠. 환상향의 관리도 책임지지만 힘의 균형을 중요시 한다고요. 지금까지 우리 요괴의 산이 달에게 쳐맞고 군사력과 경비력을 강화한 사실에 대해 취재로 인터뷰를 하면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항의하는게 유카리 씨라고요. 힘의 균형을 헤친다나.. 그리고 무엇보다 유카리에게는 하쿠레이 신사의 레이무가 있는데 경쟁상대인 모리야 신사와 협력하고 있는 우리를 밀어준다는건 좀 비약이지 않나요?"
아야의 자신만만한 말투와 상기된 표정에 마미조가 뭔가 멘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준비한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노려보듯 쳐다보자, 주위 다 보라는 듯이 아야가 계속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건 배신이에요. 배신. 게다가 유카리라면 지금 스키마로 어디서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다 듣고 있을텐데. 우리가 견제를 받았으면 받았죠. 그 성격이면 지금 식들 다 데리고 튀어나와서 온갖 난리를 쳤을텐데 보다시피 조용하잖아요?"
'예상했다는 듯이 나오니 심증으로 몰아붙이는 건 여기까지 해야 되겠구마.'
"그런건가. 알았당께. 산이 하도 급속도로 발전하니까 놀라워서 그럴 뿐이제."
"저도 그렇습니다. 마미조 씨. 융합령 이후로 지원받는 캇파들이 얼마나 다 뜯어고치는지. 십일만에 강산이 변해요. 일도 드럽게 많고."
모미지도 공감하며 한탄하자, 실소를 짓는 파르시의 녹색 눈에 비친 아야가 자신의 붉은 눈과 비슷한 홍조와 함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저야 이렇든 저렇든 다 기삿거린데 뭐 어때요. 노다지인데.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게 좋은거 아닐까요? 솔직히 저도 좋은 일 하자고 있는거지 수틀리면 지금 교육 상황이 얼마나 나빠지든 그대로 보도하면 되니 까 이게 파탄나도 저에겐 특종이랍니다. 솔직히 이제 판을 벌린 이상 자리에 대해 그리 애쓸 필요 없어요.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죠."
"그라도 내는 그쪽이 기사를 위해서 사건을 일으킨다고 들었는디, 다른 이와 관계 없다고 보기엔 좀 그러제."
"아, 그래요? 근데 의뢰는 뱌쿠렌 씨가 먼저 저에게 상의했어요. 저는 그걸 조금 확장시킨거고요. 6월이었나.. 6월이었죠?"
"네, 6월.. 며칠이더라.. 아, 20.. 22일 쯤이었죠."
뱌쿠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동안 숨죽여서 눈치만 보던 주변에서 시선이 모여졌다.
"사실입니다. 우리 절 요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만한 의미있는 일이 필요하다고 먼저 아야씨에게 요청했어요."
뱌쿠렌도 쐐기를 찍었다.
"음...이야기 들어보니까네 그럼 뱌쿠렌이 하자고 해서 아야가 도교랑 같이 교육이 되고 있다는거네. 말이 나오고 있는 아야가 중간에서 끌고있는 게 아니라."
무라사가 말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너무 허술해보이지만 정말 진실이에요. 제가 잘해보려다가 여러분들에게 설명이 부족해 의혹이 드는건 충분히 이해하고 죄송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리니 마미조 씨도 부디 이해해주세요."
뒤의 '이해해주세요.'라는 말의 억양이 살짝 쎄게 들어간 걸 들은 마미조는 뱌쿠렌과 텐구들이 뭔가 커넥션이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아야가 알리바이처럼 주위의 한심과 믿음을 쌓는듯 한 상황을 더 만들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흐름을 끊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미조, 우리 그래도 여기저기서 수집해 얻은 정보들 있잖아. 정리해서 한꺼번에 풀면 되지 않을까?'
'고거이 우리가 몰래 뒷조사 해서 얻은거라 정확한 물증없이 의혹만 던지면 우리랑 이 판 다 깨진당께. 지금도 물증이 없으니께 탄막마냥 피해다니잖혀.'
'하긴, 마미조는 솔직히 뒷배경만 알자는거지 수틀려서 멘레이키에 대한 교육이 깨지는건 원하진 않는거니까. 에휴 복잡해.'
"와, 니들 진짜 재밌게 노는구나. 거 좋은 일 좀 한다는데 참."
낄낄 웃는 파르시를 보며 그만 웃으라고 주위에서 눈치를 주자, 파르시가 코가사의 무릎을 배게처럼 배고 멍하니 쳐다보는 코코로에게 의아한 미소를 지어주면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참, 너희들도. 부정적인 감정 다루는 와중인데 이자리에서 의심이나 답답함,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 같은건 익숙해져야지."
솔직히 시비곡직청도 다녀오고 기밀도 읽었던 이치린은 '저 텐구가 수상하고 여기저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건 맞지만 언니가 하는 좋은 일을 돕고있는 건 맞는 것 같은데. 뭔가 더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같이 심경이 복잡해져서 아무 말 없이 손가락 한쪽을 떨면서 눈이 마르도록 마미조와 뱌쿠렌을 빠르게 번갈아 보았고
나즈린도 모미지랑 아야의 서로 죽빵날릴 관계를 의식하며 생각에 생각을 재고하고는 주변을 의식해 눈치를 보며 넓은 귀를 쉬지않고 펄럭이면서 계속 다우징을 반복했다.
그냥 다들 왜 저렇게 예민하나 싶은 쇼와 '잘 모르겠으니 불똥 튀지 않도록 일단 가만히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를 밖에 있는 운잔이 마냥 부러운 코가사, 쿄코가 숨소리도 줄여가며 눈치를 보자, 코가사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놨다 꼬았다 만지작거리면서 그녀의 직모를 반곱슬로 만들며 교육은 언제하나 조바심을 내는 코코로의 허공에 떠있는 가면을 돌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럼 이제 얼추된 건가요? 역시 각오는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군요."
"그래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죠." 아야가 무료한 코코로를 쳐다보는 뱌쿠렌을 거들듯, 다시 카메라를 들면서 대답했다.
파르시는 '놀고들 있네.' 하는 혼잣말과 함께 기지개를 켰다.
"좋아, 당사자가 오래 기다린 것 같으니까 해볼까, 나도 재미좀 많이 봤고. 그럼 뜬금없겠지만 다들 얼추 느꼈을 부정적 감정, 그중에서 이런 수치심은 왜 필요할까?"
쿄코가 자신있게 손을 들자 파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손든 야마비코."
"쪽팔린 상황이라는걸 알려고요!!!"
"음, 음... 일단 정답. 그 외에 또 있어. 멘레이키가 분노에 대해서 배웠다고 했지?"
"응."
"그럼 분노는 왜 필요한데."
코코로가 잠깐 모코의 가르침을 회상하며 말했다.
"내가 나의 주장을 확실하게 남에게 표현하는데 필요하댔어."
"올~ 진짜 잘 배웠네 얘."
코코로가 어깨를 으쓱이며 가면을 덩실덩실 흔들자 아야의 셔터와 표정이 굳은 모미지의 필름갈기가 빨라졌다.
"그럼 수치심은 말야. 내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면 얼굴을 붉히거나 주저않고 안절부절 못하는 표현을 하게 되잖아? 그럼 상대를 안심시키거나 동정, 관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매를 덜어내는 거지."
"생존전략 같은거네." 누에가 대답했다.
"맞아. 특히 어린 대상들이 생존을 위해 더 그렇지. 그러게 상대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거야. 내가 잘못하거나 실수했을때 후폭풍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고, 게다가 수치심은 대부분 내가 주위 시선이나 규율, 규칙등을 어겼거나 벗어났을때 자주 나타난단 말야."
"응."
"사회적 기준을 벗어난 개성이랑은 좀 다른 이야기지만 사회적 기준을 어길때 일어나는 경보와도 같은 거야. 다른 상대나 소속으로부터 소외되거나 저평가 받지 않게 해주는 거지. 다만 이게 심해지면 자신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고 주변의 평가를 받겠지. 그리고 한없이 자신을 낮춰보게 되고 부끄러워하고 그것을 또 부정하고.. 어휴, 너무 멀리갔네. 하여튼 그런 순기능이 있어. 그리고 수치심은 당혹감과 죄책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
코코로가 필기하던 종이에 '수치심-당혹감-죄책감'으로 글씨를 써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당혹감은 수치심보다는 조금 강도가 덜한 감정인데 그만큼 마음의 부담도 덜하지. 열등감이나 자기비하가 들어가지 않으니까,"
"확실히 어감부터 다르긴 하네."
"여기서 당혹스러움을 표현할때 대부분 안절부절 못하거나 얼굴을 만지거나 웃고 시선을 피하지. 수치심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회피를 일으키지만 당혹감은 순간의 곤욕으로 이것을 다시 경험하지 않게 고치겠다는 생각이 들게하고, 수치심은 자기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당혹감은 자신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지. 그냥 실수로 보는거야."
"으음. 확실히 다르긴 하네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상처받는 정도도 다르겠군요."
"그리고 죄책감은 뭐 인과율처럼 원인이라는게 있는거잖아? 수치심이랑은 좀더 다른 게 수치심이 회피하거나 공격적인 성향. 뭐 우리같이 요괴마인드면 '나를 부끄럽게 한 것들은 없에버린다'같이, 그런걸 유발한다면 죄책감은 비록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자신이 타인에게 준 불편이나 고통, 아픔에 대해 책임를 지고 정정하거나 배상하기 위해서 애쓰도록 하는 감정이지."
파르시가 한 말을 받아적고 붉은 색 염료를 풀어 다른 깨끗한 붓에 묻혀서 밑줄을 짝 그은 코코로가 중요하다는 듯이 별표표시를 했다.
"그래서 수치심은 타인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열등감에 집중한다면 죄책감은 타인에게 입힌 피해에 집중해. 그래서 죗값을 치루면 그것이 사라지지.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그런 근본적인 원인이 결자해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수치심보다 만성적으로 오래가, 그리고 남에게 꺼내기도 싶지않고, 자기내면에서 되뇌어지며 조금이라도 체면, 위신, 자아, 양심이 있다면 효과가 더 자기 비난적이지. 그런 죄책감이 심하게 결여되어 있는 자들은 파괴적 충동을 일삼아서 인간들이 뭐라고 따로 불렀었는데 이 책들 중에 있으려나."
책을 뒤져보던 파르시가 DSM-5를 살펴보며 말했다.
"아, 여깄다. 반사회성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인간나이 15세 이후부터 그렇게 부르고 그 이전은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로 불리고,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흔히 사이코패스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며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쾌락과 이익을 위해 범죄행위등 수단과 방벙을 가리지 않고 후회할때에는 양심의 가책이 아니라 행위의 결과로 인한 처벌에 대한 한탄이고 무모하며 자신의 공격적 사고와 감정, 외현적행동을 그대로 행동으로 표출하는, 그러니까 말보다 주먹이 먼저나가는 식의 행동화(acting-out)을 방어기제로 삼는다.. 이쯤되면 뭔가 익숙하지 않아?"
"... 요괴네." 모미지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요괴네에에!!!!"
"확실히 요괴들이 그렇긴 하지." 후토도 에보시를 정돈하며 말했다.
"그러게 딱 환상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괴들이잖아." 나즈린도 수긍하며 말했다.
"대부분의 요괴들이 죄책감이 있다면 이변을 잘 일으키진 않았겠죠." 쇼도 거들었다.
"그려, 우리 요괴들은 대부분 죄책감이 좀 결여되어 있당께. 있으면 많이 곤란해지비."
"어째서?" 누에가 바람에 휘날린 머리를 마미조에게 빌린 빗으로 빗으며 물었다.
"어.. 그러니까 우리 요괴가 인간의 마음속 두려움으로 산다지만 인간을 잡아먹거나 죽이거나 하잖은가. 다른 요괴도 그렇고, 근데 요괴가 사람 죽이거나 먹고나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생각해랑께. 그 요괴는 잡아먹으면서도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사람을 건들지도 못하게 되구려, 그런 심적 고통속에 살다가 시달려서 죽을거지비."
"아이러니하네."
코코로가 턱을 괴며 아리송한 표정의 가면으로 말했다.
"그래, 어쩌면 죄책감이라는게 없는 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요괴의 기본 소양일지도 몰라. 물론 대놓고 없으신 아마노자쿠는 어떤 꼴이 나셨는지 소문만 들어도 잘 알거고. 환상향이야 다들 알다시피 모난 돌은 정맞는 정도가 아니라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곳이잖아? 아무튼 이런 감정들, 수치심, 당혹감, 죄책감은 흔히들 말하는 우울증, 주변에서 자신을 생각하는 이미지가 두려워 피하게 되는 사회공포증을 유발하지."
"그럼 그런 감정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겄제. 말해주었으면 하는디 말여."
"음, 솔직히 계속 이야기 하면서 느낀 건데 나도 다른 요괴들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으로도 사는거라 대처법을 말해주는 것도 좀 아이러니하지만.."
코코로의 멍한 얼굴도 두 손을 포개며 부탁하는 모습을 본 파르시가 볼이 붉어지고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적어도 남들보다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질투한 나고 저렇게 부탁하니까 해야지 뭐.
"고마워."
"뭘, 굳이 네가 귀여워서 그랬던건 아니거든. 잘 가르쳐서 자랑하고 다니게 만들려고 그런거니까. 이런 감정들은 자기 내면에서 이야기 하기에는 그저 메아리일 뿐이니까.."
"메아리일 뿐이니까!!!!"
"응, 그래. 메아리 전문 요괴야, 믿을 만한 존재에게 털어놓는게 좋아. 그런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자신이 인지하고 있고 명확하게 통제해서 거리를 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니까. 아니면 그냥 털어놓으면서 그런 감정이 어떻고 어떻게 생겼고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구성해 볼 수 있다고. 자고로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이 나오니까. 그리고 상대가 비난하거나 무시하고 몰아붙이지는 않을테니 내가 수치심, 죄책감, 당혹감을 남에게 표현한다고 해서 창피당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자기가 무의식적으로도 자각하게 되는거야."
"물론 믿을만한 존재여야 되겠제?"
"그쵸. 안 그러면 그게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니까."
아야가 사진을 찍고 문화첩에 빠르게 속기하며 모미지에게 필름을 맡길 때 마다 모미지는 꽁쳐든 필름을 조심히 살피면서 눈치를 봤다.
"그리고 수치심을 한단계 낮은 당혹감으로 바꾸거나 방어기제를 점검하는거야. 억압, 부정,합리화, 투사와 같은 나의 정신적에너지를 소모하는 낮은 방어기제를 쓰진 않는지. 내가 너무 높은 기준을 세우지 않았는지 정말 기준에 해당이 안 되었는지 그게 중요한건지 점검하고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대상을 피하되, 그런 감정을 유발한 환경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돼."
부지런히 받아적은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뱌쿠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왕 오셔서 많이 말씀해주시는거 아에 부정적 감정들을 더 다뤄보는게 어떨까요."
"그러려고 온거랍니다. 자, 수치심, 당혹감, 죄책감은 그렇게 된 것 같고. 아까 이런 감정들을 다뤄서 이야기할때 설명하지 않은 자주 나왔던 감정 기억해?"
"응! 열등감이랑 시기심!" 코코로가 필기한 종이에 붉은 선으로 표시해 놓은 것을 보여주었다.
"잘 받아 적었네? 우선적으로 열등감이라는건, 이 아들러라는 사람이 말하기를 모든 존재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이 열등감에 사로잡히면 컴플랙스에 빠지게 되지만 오히려 심리적 건강을 활성화화는 자기완성의 필수동력으로 쓸 수 있다고 했어. 왜냐하면 인간은 현재보다 나은 완전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고 했거든. 그래서 사회적 존재로서 다른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을 평가한다고 했지. 예를 들면."
파르시가 책을 뒤지다가 다른 책을 꺼내들며 말했다.
"여기 매슬로우라는 사람의 욕구계층이론 5가지에서 제일 최하층이 먹고 자고 쉬는 생리적 욕구, 그 다음 층이 해로운 것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안전의 욕구, 중간이 애정과 우정, 소속감등 타인, 대인관계, 사회성을 추구하면서 얻는 사회적 욕구, 그다음 상위층이 내적으로는 자기 존중이나 성취감등 자존감을 세우고 외적으로는 지위와 인정, 존경을 받는 존경의 욕구, 그리고 가장 최상층이 자신이 성장하여 잠재력을 달성하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것이 되어 자기를 충족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하는데 이것으로도 사회적 관심과 자신의 욕망으로 열등감이 생겨난다는걸 알수 있지, 끊임없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능력과 남의 능력을 비교하고 사회의 관심을 충족하려 하니까.
"사회의 관심 충족!!!"
쿄코가 따라말하고 코가사도 종이를 집어 받아 적기 시작하자 아야가 그런 모습들도 사진을 찍었다.
한편 그 말을 잠자코 듣고있던 쇼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뱌쿠렌에게 가지고 있던 억압된 열등감의 반응이 와서 뱌쿠렌을 계속 의식하다가, 파르시의 말은 귀담아듬으면서도 손으로 염주를 돌리는 시늉으로 충동적으로 드는 마음을 잡으려고 숨을 고르며 안간힘을 썼다.
"하여간 인간들은 너무 인간 중심적으로 봐서 직접 대입은 힘들겠지만 우리도 사회적 존재이니 공감하고 적용할 수 있겠지. 이런 긍정적인 열등감에 의한 자기 개발과정을 우월성의 추구라고 하고 이것이 긍정적일때 자기완성 또는 자아실현이라고 불러, 반대로 개인이 열등감을 개인적인 우월성의 추구에 집착하면 파괴적인 생활 양식으로 신경증에 빠지고 열등감 콤플렉스을 일으키지,"
쿄코와 코가사가 귀담아 들으면서 진지하게 고심하고 무라사가 손을 들어 물었다.
"그건 존재들은 왜 그렇게 열등감에 빠지는 거야?"
파르시가 자신의 전문인 질투심이 아니다보니 책을 참고하며 받아적던 코코로에게 말했다.
"대부분 어릴때 선택권을 주지않는 부모에게 길러져서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믿고 지레 겁먹는 열등감인 기관 열등감, 과잉보호나 양육태만이 원인이라고 해."
"응 그렇구나."
"와, 그럼 열등감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거네요?"
쇼가 휘동그레진 눈으로 입을 닫지 못하면서 정말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파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
"잠깐, 개인적인 우월성의 추구는 뭔데? 그럼."
이치린이 질문하자 파르시가 바로 답했다.
"우월성의 추구가 무능력한 것을 유능한 것으로 바꾸는 경향성인 만큼 단순히 내가 못했으니 내가 이걸 반드시 키워야한다는 필연성에 집작하고 불안해하고 하는 것처럼 다소 개인적인 부분에 국한하는 거지, 내가 부족한 부분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비교하고 실력을 키우거나 다른 잘하는 부분을 키워서 만회하며 자신감을 충족하는 것처럼 열등감을 추진력의 원료로 쓰는게 개발적인 것이고."
"아항." 코코로가 빠르게 받아적었다.
"그래서 이 아들러라는 사람은 잘못된 생활 양식을 바꾸는 것을 치료의 원칙으로 삼았는데 그건 넘어가고, 이번에는 시기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시기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야기하느라 흥이나서 들뜬 파르시가 침도 안삼키고 묻자, 코코로가 손을 들었다.
"부러워하다 못해 미워하는거!"
"음.. 문맥상 정확해."
파르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코코로를 바라보자 종이에 열심히 필기하면서 파르시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모습이 눈 앞에서 비춰지자 내심 뿌듯함이 돋아났다.
'얘가 너무 집중해서 배우니까 더 가르쳐주고 싶어지네.. 지금까지 가르쳐준 자들이 이런 열성적인 관심과 집중을 받았단 말야? 에잇, 그렇다면 걔네들보다 내가 훨씬 더 잘 가르쳐서 관심을 더 많이 받고 말겠어!'
"암튼 시기심이라는 건 말야. 나보다 낫거나 나에게 없는 장점을 가진 누군가에게 울화와 짜증이 섞인 감정을 나타내는 거야. 질투랑은 인과관계 같은 건데, 무언가를 부러워해 '시기'를 느끼고 '질투'하게 되는 것처럼 말야."
"부러워 하는 감정..?"
코코로가 턱을 괴며 주위를 살피자 쿄코등 주변에서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그리고 누구나 드러내거나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지. 누군가를 시기한다는건 주위에서도 곱게 보지 않지만 자기에게도 곱게 비춰지지 않거든."
"감정을 느끼면서도 인정하지 않는다라. 모르는거랑은 달라서 흥미롭네."
"뭐, 그 '모른다'도 자기가 '모른다고 뒤로 숨는'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야."
"확실히 시기하는 감정을 밝히지 못하는건 자존심도 있고 주변 인식도 있을 테니까요."
뱌쿠렌이 정리하듯 한 말에 팔짱을 낀 후토도 지그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기심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거지? 그치?"
"맞아, 다 그럴거야. 밝히지 않으니까 파르시 말대로 우리가 모르는 거겠지?"
쿄코의 질문에 코가사가 바로 화답하고 무라사도 짧게 선장모를 고쳐쓰며 독백하듯 말을 흘렸다.
"그러겠지. 그럴 수밖에 없겠지. 특히 위아래의 명령과 충성을 받는 위계질서가 명확한 텐구들이 더 잘 느낄 것 같은데. 아니려나?"
슬쩍 머뭇거린 모미지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하는 코코로의 멍한 표정을 보면서 손을 자신이 융합령 전 하급 백랑텐구였을때 느꼈던 기억과 보상 및 대우, 위에 대해 눈치를 봐야했던 아쉬운 공과 사의 기억들과 아쉽고 서럽고 불편했던 과거의 감정들이 떠올랐다.
점점 표정관리를 못할만큼 복받친 감정이 얼굴에 펼쳐지면서 아야의 눈치를 보며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채, 조심조심 얼버부렸다.
"아.. 뭐.. 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뭐 그런 감정이라잖습니까."
"뭐, 그렇죠. 모미지가 직급이 높던 말던 카라스텐구인 절 얼마나 부러워 했겠어요?"
"아닌데. 오히려 니가 지금 밑에서 상부의 인정을 받아 더 높은 중책에 오른 날 부러워 해야지. 부리 털지마."
"에에~ 진짜? 아닐걸?"
모미지의 회피하듯 싹 굳은 표정의 정색어린 급반격과 아야의 도발에 누에나 이치린은 일단 둘 사이를 한패로 염두하고 있었으나 하는 것을 보면 명확하게 짚기 어려워서 고민스러운 얼굴로 지그시 쳐다보았고 두손으로 머리를 싸매며 생각하던 뱌쿠렌이 그만하라는 신호를 주자 둘다 조용히 눈치를 보며 자세를 고쳐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