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일요일 (교육 3일차) AM 9시 경


아침을 알리는 햇빛이 얼굴을 덮은 너저분해진 머리카락 사이로 감긴 눈을 비추자, 아야가 머리카락을 들춰내고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이불은 발로 차서 한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광경에 머리를 비볐다가 다시 베개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은 뒤,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잠깐만 더 눈 붙여야지, 눈 붙여야지 하며 피곤함에 무력해진 아야는 조심히 주워온 이불을 덮으며 잠을 청했다.

등의 척추부터 시작해 허리와 날갯죽지로 번지는 감싸 쥐는 듯한 피로와 몸을 지탱하는 이불과 베개의 나른함에 시간과 몸을 맡기던 아야가 정신이 확 들며 재빨리 일어섰다.

"헉! 지금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하고 허겁지겁 씻은 뒤, 바람을 일으켜 물기를 털어내고 수건으로 머리를 말린 그녀는 치마와 반팔 와이셔츠를 챙겨 입고 목에 검은 리본과 허리띠를 차고는 공문을 꺼내 배낭에 넣었다.

다시 거울을 바라보며 눈썹과 입술을 살펴보면서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고 흡수가 잘되라고 손으로 툭툭 두드려준 뒤, 빗으로 머리를 빗고 닦은 수건을 빨래통에 집어 던지자마자 이불을 갰다.

주먹밥으로 대충 요기를 하고 토킨을 쓰고 양말을 신으며 배낭을 멘 아야는 서재에 있던 메모지의 글을 확인하자마자 자신에게 몇 번 뿌린 캇파 공산품인 데오트란트와 살충제, 부채 엽단선(葉団扇)을 챙긴 뒤, 굽이 긴 구두를 신으며 현관을 나섰다.



치안과 텐구들이 순찰도는 내부지역을 지나 검이나 창, 방패로 무장한 경비 부대원들이 초계임무를 보는 외곽지역을 지나간 아야는 관문인 출입 통제소에서 무전기를 든 다른 경비대원의 안내를 받고 경비대장실로 향했다.

건물 안 복도에 배치된 '서고'라고 적힌 책장에 붕붕마루 신문이 배치된 것을 확인하고 기분이 좋아진 아야는 배낭을 열어 7월 24일 일요일자 신간을 그 위에 채워놓고 복도를 거닐다가 어떤 방에서 큰 목소리가 들리자 흥미가 발동해 살짝 방문 틈새로 슬쩍 살펴보았다.

"정규병력인 달토끼들은 지배층인 월인들에게 착취와 억압을 받고 온갖 군, 노역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혜택을 받는 월인들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안하무인인 지배층 월인들에게 존중은커녕 봉사의 대가와 보람을 얻지 못하며 그들이 만든 비합리적인 환경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생당하며 고통받고 있다. 3장, 그러므로 달의 병력 체계에 대해 우리는 달토끼와 월인을 구분해야 하며 달토끼는 월인의 꼭두각시임을 인지하고 그들의 행복과 권리를 짓밟고 그들을 자신들의 뜻을 위해 침략의 수발이자 수단으로 쓰는 원흉인 월인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평화를 깨뜨리는 그들을 규탄하여야 한다. 4장, 우리는."

많은 텐구들이 자리를 잡고 모여있는 가운데, '정훈병'이라는 완장을 찬 텐구가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확성기로 정신교육자료를 읽으면서 대적관(對敵觀) 확립시간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아야는 들키지 않게 벗어나 복도를 걸으며 경비대장실에 도착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아야는 문이 열려있고 문 너머로 많은 이들이 모인 데다가 방의 분위기가 꽤 심상치 않음을 느껴 멀리 떨어져 그들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거 다 설명해봐."

어제자 경비부대원 근무일지, 치안과 체포, 구금 및 출동기록, 경보장치 경보 작동기록과 레이더 기지에서의 침입자 적발기록 등 많은 서류를 탁상에 꺼내놓은 모미지가 자리에 앉은 부관과 치안과장, 작전과장, 경보장치, 레이더를 담당하는 캇파 공병대장에게 다그쳤다.

"분명히 어제 부대가 침입자에 대한 수색작전을 시행하는걸 봤다는 목격자가 있는데 여긴 왜 하나같이 그런 기록이 없는 건지 설명을 좀 해보실까?"

"목격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록은 정확합니다. 정기적으로 하는 침입자 집단 체포훈련을 시행하는 걸 누군가가 착각했나 보죠."

기존부터 고위직이던 카라스텐구인 치안과장이 옷을 잡고 털면서 바람을 일으켜 몸의 열기를 식히고는 행정병이 가져온 냉차를 마시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집단 체포훈련이면 주체가 어디지? 경비부대면 밑에서부터 올라온 내가 모를리 없고 치안과인가?"

"그렇습니다."

"내부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과가 체포 훈련을 하는데 왜 외곽인 경비부대도 총동원되지? 부관!"

"정기적인 합동훈련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폭죽'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다보니 만전을 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적 탐지 전력의 8할을 담당하시는 대장님이 안 계실 때는 침입자 발견 및 요격능력이 경비부대와 캇파들의 감시장비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곤두박질치는지라 바로 최고경계태세가 발동된 만큼 각 부서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니까요."

부관이 서류의 일정표를 꺼내보이면서 그렇게 말하자 모미지가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기록 서류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며 말했다.

"단순한 훈련이었는데도 모든걸 총괄하고 알아야 할 나에게 보고도 없었고 기록도 없다? 분명히 내가 상관일텐데 말이야. 나도 그렇게 위로 즉각즉각 올려보냈던게 보고였는데 내가 위가 되니 보고랑 정황이 따로놀고 있잖아."

표정의 변화없이 태연하게 팔짱을 끼고 듣는 작전과장과는 상반되게 치안과장이 머리를 긁으며 미간을 찌푸리며 자세를 고쳐잡자 모미지도 인상을 팍 썼다.

"어떻게 생각해?"

"아마도오..  시정이 필요한 것 같아 보입니다."

모미지가 뒷머리를 쓸어내리며 잠깐 생각하고는 말했다.

"게다가 지나가는 요정도 적발하는 경보장치와 레이더 탐지기가 그런 병력이 움직였는데도 탐지 기록이 깨끗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가끔 기계가 고장이 날 때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우리 캇파대원들이 예산 받는 즉시 바로 정비에 들어가고 있고요. 그리고 가뜩이나 결재할 서류가 체계없이 난잡해지니까 원래 계획에 있던 일이나 별일이 아니면 최대한 간소화해서 굳이 기록 안합니다. 행정에서 미리 있는 내용을 다 포함하면 행정맡은 텐구들이든 캇파들이든 다 과로사합니다. 경비대장님."

"네, 대장님. 경보장치가 너무 예민해서 지나가는 새나 두더지도 탐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것까지 적었다간 처리해야 할 서류가 2배는 늘 겁니다." 부관도 거들면서 말했다.

그러자 모미지가 서재에서 서류함을 꺼내 기록을 보이며 말했다.

"그럼 이게 21일, 글피 전에 작전과 정보사항 보고기록인데 왜 다른 부서의 기록에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던 대텐구님 명령으로 기술된 정기 훈련보고에 레이더 탐지사항이랑 경보가 울린 기록이 있는 거지?"

격양된 그녀가 들어서 내보인 서류에 공병대장과 치안과장이 답답한건지 성가신건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일단 저희 공병대가 경보장치와 통신, 탐지의 기술적인 부분을 맡고 있고 그에 따른 모든 정보는 작전과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병대가 정규군인 경비부대가 아니라 의무부대와 같은 독립부대인 점을 고려하심과 더불어 사소하고 잦은 일은 기록 안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다 관행이었고 딱히 대텐구님이 지정한 규칙으로 정해진 게 없으니까요. 게다가 작전과가 기록을 하든 안하든 우린 일단 전부 드린마당에 그쪽 관할에 저희가 신경 쓸 일은 아니죠."

"힘드니까 관행으로 빠지는 건 그 점이 편한 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내가 없을 때는 전부 기록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하지. 작전과장은?"

그러자 작전과장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경비대장님도 아실 건 아셔야지요."

모미지가 꺼내놓은 서류를 살피며 찾다가 작전과장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자 작전과 서류는 왜 보이지 않지?"

그 말에 작전과장이 옆의 서류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탁상에 놓았다.

"제 수하들이 보고드리러 갈 때마다 안 계셔서 늦었습니다."

마치 눈치를 보는듯이 헛기침을 하며 위축하는 다른 요괴들처럼 슬쩍 작전과장을 쳐다본 모미지는 그녀가 높은 지위와 출신이었음이 내심 상기되고는 여전히 차분한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언성을 내며 말했다.

"어제 보고가 오늘 오게 되어있진 않는 것 같은데? 상부에서 더 들어온 정보는!"

"없습니다."

모미지는 떨떠름한 표정의 치안과장과 부관, 공병대장과 무표정에 가까운 시큰둥한 얼굴의 작전과장에게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다들 내가 자리를 비우는 와중에 빡세게 업무 보는거 충분히 이해하고 미안하네. 이 모든 상황은 내가 원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나도 미칠 것 같지만 대텐구님 명령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거니까 다 종료될 때까지 자기 맡은 일에 최선 다할 수 있도록 하고. 지금 서류건에 대해선 말야. 내가 대장이잖아. 내가 밑에 있을때보다 더위에서 내 부대일을 못 보고 있는건 이상하잖아. 엄연히 보고체계라는 게 있는 거니까 있는 그대로 신용있게 자료 내올 수 있도록."

그리고는 하소연하듯 팔짱을 끼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난 너희 믿고 싶으니까 믿을 수 있게끔 해줘."

"예."

모인 요괴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모미지가 차분하게 말했다.

"좋아, 그럼 이건 이쯤으로 해두고, 공병대장, 듣자하니 이번에 새로 오이밭을 가꿨다면서."

"아, 하하. 벌써 귀에 들어가셨다니. 이번에 공사마감이 잘 돼서 대텐구님께 감독 잘했다고 받은 땅에 농사짓고 있죠. 부하들에게 나눠줄 정도로 잘 영글었으니까 나중에 놀러 오시면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오, 그럼 그땐 제가 술도 챙겨 가겠습니다." 치안과장도 웃으며 말했다.

"뭐, 저희 캇파들이 공장 특구에서 만든 비료 덕분 아니겠습니까. 산 복구사업의 주춧돌이기도 하죠. 하하."

"캇파들의 노고야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니까, 솔직히 거기 근처 너무 시끄럽긴 해." 

"소음은 뭐 작업상 어쩔 수 없죠. 그러고 보니 요즘 작업이 잦아서 작업 병력 차출 건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힘들게 일하고 오는 거면 그쪽에서도 좀 잘 챙겨줘. 퇴근 시간 잘 맞춰주고 고기나 술이라도 더 돌려주던지."

"그럼요. 텐구들이 힘이 세다 보니 작업도 빨리 이루어지는데 보급이랑 예산 들어오는 대로 더 많이 챙겨주어야죠. 하하핫."

"응? 그쪽에 보급이나 예산은 후하게 쳐주지 않나?"

"그렇긴 해도 다 공사비랑 자재, 여러 설비나 소모품 등 줄줄 빠져나가니까요. 그런 것 빼면 부대 운영비는 사실 경비부대보다 조금 더 받는 정도입니다."

"치안과도 유치장이나 부대 관리비가 빠듯한데 다 거기서 거긴가 봅니다." 치안과장도 공감한다는 듯이 말했다.

"경리과에 물어봐야겠지만 어쨌거나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부관도 참여하며 입을 열었다.

"어디 가나 사정 마찬가지지 뭐, 더 부족한 거나 서운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

모미지가 냉차를 홀짝거리다가 푹 담구면서 열기로 가득해진 혀를 식히며 말하자 작전과장이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치안과장도 '허허' 웃으며 분위기에 동조하자 공병대장이 대답했다.

"그럼요. 이렇게 밑 사정을 잘 헤아려주시는 경비대장님이 잘 알아주시니까 저희 캇파들도 마음 놓고 어울리면서 근무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과연 대텐구님의 융합령에 잘 어울리시고 혜안 있는 인사이시죠."

그러자 모미지가 공병대장에게 손등을 보이면서 상하로 흔들며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부 그만해. 하핫."

"그래도 듣는 게 싫지는 않지 않으십니까. 하하하."

"아니까 그만하라곸크크킄." 모미지도 덩달아 웃음이 터지며 말했다.

"아후훗, 암튼 나에게 너스레도 챙겨줄 신경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내 대원들도 신경 써주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산에선 다 한 식구인걸요."

"좋아, 그럼. 다 숙지 된 거 같으니 이번 회의는 이쯤으로 해두지."

"네, 그럼 저흰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작전과장과 치안과장, 공병대장이 경례하면서 물러가자 모미지는 남은 냉차를 다 마시며 부관을 돌려보내고 혹시나 싶어 화장실에 가는 척하고 그들 뒤를 슬며시 밟자, 현관에서 치안과장과 공병대장이 다른 백랑텐구에게 경례를 받고나서 서로 작전과장에게 하소연하듯 손짓을 크게 하며 이야기하고, 작전과장이 고개를 저으며 진정하라는 듯이 박수를 한번치면서 말하고 달래는 모습을 바라보고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빠르게 방으로 들어왔다.


스스로 찻잔들을 한구석에 치운 뒤, 뭔가 숨기는게 있는거라고 마음에 걸린 모미지는 자리에 앉아 작전과장이 내놓은 보안처리가 된 서류에 자신의 열쇠를 꽂고 돌린 뒤,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보안장치를 해제하고 내용을 훑어 보았다.

서류에 '7/23 초계 작전 결과 보고'라는 제목과 함께 '발령- 최고경계태세'로 시작하는 내용과 같이

'10:17 설치류 다량 침입 적발 및 처리,

10:45 침입자 2명(기체생명체 1명 및 거동이 수상한 자 1명) 적발,
미확인 침입자 확인 후 경비 1대대 투입 및 치안과 긴급 체포조 출동하였으나 탐색실패,

15:12 기체생명체 추가 침입 적발, 상부의 감시 지시로 감시작전 개시, 설치류 추가 침입 요격. 

17:03 요정 추정 침입자 1명 북북서 방향 적발 및 요격' 와 같은 기록들이 적혀있었다.

"응? 어제자?"

모미지가 다음 장을 펼쳐보자 경보장치들이 산의 어디서부터 경보가 울렸는지 시간별로 표시된 지도와 액신(神) 경보 기록, 열 감지 카메라 사진과 대기 중 성분을 분석해 수상한 물체를 탐지하는 기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실시간 기록, 시간별 각종 레이더 탐지 기록들이 표시되어 있자, 꼼꼼히 챙겨본 모미지는 당혹스러워 다시 쳐다보았다.

"어? 어라? 뭐야 이거?"

잠시 잡생각을 멈추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근거로 잡고 머리를 굴려보던 모미지는 뒷목을 부여잡으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분명히 아무런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들었고 상황판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는데 지금 이건 그게 다 거짓말이라는 거잖아."

작전과의 기록 중에서도 '설치류'와 '기체 생명체'라는 단어에 딱 해당하는 두 명이 연상되던 모미지는 혹시나 하며 치안과 기록과 공병대의 기록, 작전과 기록을 사흘 것까지 가져와 교차검증을 해보았지만, 작전과 기록 외에는 두 과의 침입자 적발 기록이 사소한 침입 한 두개 빼고는 자료가 부실하거나 모두 깨끗한 것을 보곤 의자에 몸을 기대고 깍지를 쥔 손을 자신의 뒤통수에 포개며 천장을 보곤 격양된 마음으로 생각했다.

"하..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건 아니겠지."

하지만 아까 자신이 현관에서 모습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끈하며 속으로 외쳤다.

'이것들이 감히 사기를 쳐? 비리 잡으라고 만들어진 치안과가 공병대와 짜고 비리를 저지르지 않나, 한 번 다 징계를 내리든가 해야지.'

한숨을 길게 쉬고 서류를 정리하려던 모미지는 잠깐 머뭇거리며 속으로 되뇌었다.

'아, 가만. 근데 작전과장은 왜 이걸 나한테 저 둘을 피해서 알려준거지.? 서로 같은 기존 고위급일텐테 한 패가 아닌 건가?'

"어흠.. 뭐지. 뭘까. 분명 내가 불편하고 태도는 마음에 안들지만."

꼬리를 말았다 폈다하며 답답해하던 모미지가 자료를 계속 보면서 마음속에 걸리는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다 하나가 딱 걸려서 속으로 되뇌었다.

'게다가 전부터 걸리던 건데 우리 예산이 어떻게 처리되길래 다들 예산이 부족하다 이 소리가 나오는 거야? 공사가 잦은 공병대에 돈이 덜 돌면 문제가 있는 건데. 설마 이것도 비리..?'

순간 정색하며 당황한 모미지가 자신의 서재 옆의 책장에서 '경비부대 백서'라고 적힌 책을 허겁지겁 꺼내서 예산안 페이지를 펼쳐서 살펴보았다.

"산 보유 총 방위예산 4,826만엔[각주:1], 정규부대/ 경비부대 예산 1,965만엔, 대텐구령 직속부대/ 의무부대 720만엔, 공병대 1,336만엔. 대텐구령 직속 특수부대/ 신속 대응부대 805만엔,"

그리고는 지난번 회의에서 받았던 처리되지 않은 경리과 결재 서류를 꺼내 내용의 제일 끝 부분을 살펴보았다.

"경비부대 각 과 합산 경비부대 실질 운영 총예산. 1,946만엔."

하지만 그 아래 실질적으로 결제된 내용을 보자 모미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운영비 보급품 및 장비 5월 선급 현금 결제, 지출액 1,019만엔. 잔액 927만엔? 진짜 뭐지?"

현장에서 구르던 출신이라 서류가 익숙하지 않은 체질이던 모미지는 자신이 빼먹은 게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당황스러워서 과거 결재 서류를 꺼내려던 중, 한구석에 자리 잡은 무전기에 눈이 갔다.

"그래,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그녀는 무전기를 작동시키고 통신문에 써진 경리과 연락 코드대로 다이얼과 버튼을 눌렀다.

"9.5 그리고 3."

'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리자 모미지가 통신 은어를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당소 경비대장실. 귀관 각응(角鷹[각주:2] 경비대장)인데 현재 음성 입감되는지?"

[당소 경리과, 입감 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각행(角行[각주:3] 경리과장)는 아닌 것 같은데 혹시 그쪽 각행이 주변에 있는지?"

[수신, 부재중입니다. 불러 드릴까요?]

"그럼 자네가 눈치껏 뭘 좀 해줘야겠어. 들켜도 책임져 줄 테니까 그쪽 부서 서류 중 5월 자 자료 좀 찾아봐."

[입감 했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미지가 방심할 시간도 없이 다음 무전이 들어왔다.

[찾았습니다. 올해 5월자 결제 처리내용입니다. 기밀이라 무전기의 음성 암호화 모듈을 작동 했습니다. 송신.]

"수신 양호, 이쪽도 작동 중이다. 거기서 우리 경비부대 5월에 계산된 예산이랑 보급품 물품 좀 확인해 주겠어? 금액 1019만 엔인데."

[에.. 각응님. 저희 원래 사용 가능한 총예산이 927만 엔입니다. 서류에는 이미 사용 불가능한 1019만 엔이 경보장치 구입 보수비로 나갔습니다만.]

모미지가 황당해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가 추스르듯 다시 잡으며 물었다.

"이미 그전부터 있던 장비들인데 내역에 대해 확실하게 확인 가능한지? 송신."

[불가능합니다. 이미 서류에 거래내역이 그렇게 등록돼 있어서 구매물품을 가져와 대조하지 않는 한 저희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입감 했으니 계속 수고하도록. 이상."

수화기를 내려놓은 모미지는 그 즉시 책상에 주먹을 치며 분개했다.

'이런 썅! 감히 이것들이 공금횡령을 해!'

팔꿈치를 책상에 붙이고 볼에 주먹을 괸 그녀는 착잡한 마음으로 다른 손을 허리춤에 짚으며 되뇌었다.

'멀리 있는 것도 꿰뚫어보는 내가 안은 한 치 앞을 못 보고 있었다니... 이걸 대텐구님에게 보고 해야 하나, 공론화 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알려야 하나. 기자라면 아무래도....'

그 즉시 천둥처럼 느닷없이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놀란 모미지가 허겁지겁 자료를 다 치우고서 헛기침을 몇 번 하다가 시치미를 떼며 외쳤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부관과 함께 반갑게 손을 흔들며 웃는 아야를 보자마자 머릿속부터 뚜껑이 열린 모미지가 외쳤다.

"야, 저거 분리수거해서 내 직장에서 내다 버려!"

"네..넵?"

"어휴, 말하는 꼬라지도 참 모미지답네. 진짜 직장일 할 시간이니까 얼른 튀어나와."

당황하는 부관옆에서 손가락을 흔들면서 비웃는 아야가 공문을 꺼내며 말하자 모미지가 버럭 하며 받아쳤다.

"야! 저거 누가 진영에 들여보냈어!! 보안 똑바로 못하지!!"

"환상향 최속을 자랑하는 내 스피드로 다 뚫고 온 거란다. 후후."

빡친 모미지가 아야의 눈앞으로 다가갔으나 아야가 미동조차 없다가 뭔가 살짝 흐릿해지자, 손으로 한번 휘둘러보았지만 짚이는 것 없이 허공만 갈랐다.

'잔상(殘像)?'

"까하하핫. 뭐야? 천리안도 이제 약빨이 다 된 거야?" 모미지의 등 뒤에서 아야가 실실 비웃으면서 팔짱을 끼고 상반신과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모미지를 쳐다보았다.

"시끄러워. 방심한 거야. 이 잔상 생각보다 안 없어지네." 방패와 검을 챙긴 모미지가 아야에게 다가가 응징하기 위해 소름 끼치게 다가가자 아야는 태연하게 공문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뭐해? 교육시간이야. 즉 니가 일할 시간이 됐다는 거지."

깊은 한숨과 함께 떨리는 주먹으로 빡침을 표현하던 모미지가 아야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대텐구님 부하라 명령에 따를 뿐인 줄 알아."

"그래. 그럼 어서 가자." 아야도 미소를 지으며 배낭을 모미지에게 내려놓고는 신이 나서 허공을 날며 방 밖으로 나섰다.

그 광경을 본 모미지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부관에게 나가라고 싸인을 준 뒤, 그녀가 나가자 앞머리를 쥐어뜯으며 방패와 검을 배낭 위에 끼우고 멘 후,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아야의 잔상에 화풀이로 옆구리를 허공을 가르듯 치고는 서랍을 열어서 미리 챙겨둔 빈 필름을 배낭 주머니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부대 공금횡령 비리 보고누락에 안그래도 빡치는데 시간 아깝게 아야의 농간질이라니.. 속이 미여터지겠군.'

그리고 방을 나선 뒤, 문을 잠그면서 찜찜한 기분에 다시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가만, 그런데 왜 점잔빼는 작전과장만 정확하게 보고하고 나머지는 다 짜고 치는 것처럼 나에게 조용했던 거지? 그저 이것들이 이 비리와 다 연관이 있어서?'

방문을 잠근 열쇠를 품에 넣으면서 목을 한번 돌려서 풀어주고 두 주먹으로 볼을 문질러주며 머리가 아파서 목 뒤쪽과 관자놀이를 손끝에 힘을 주며 지압해준 모미지가 갑갑한 심정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고뇌했다.

'부대 운영비에 해당하는 그 많은 돈이 경리과에서 눈감아주듯 빠져나갔다는 건데. 그럼 직책으로 따지는 융합령 전, 나보다 신분상 윗선이었던 텐구들의 농간일 수도 있으니 일단 대텐구님에게 보고하고 처리경과를 보면서 아야가 눈치채지 않도록 하타테 씨에게 내부고발겸 특종으로 쓰라고 자료를 넘겨줘야겠어.'

  1. 1엔을 현재의 오천엔~만엔정도의 가치로 추산, 동방 화영총 샤메이마루/테위 대사중 테위: 사실 1엔보다 더 좋은 재료가 있는데 이 쪽은 두 엔. / 아야: 너무 높습니다. (てゐ: 実は一円のネタより、もっと良いネタがあるんだけど…… こっちは二円 /文: 高すぎす……) 에서 일단 가치 대략 유추 (물론 둘 다 장난삼아 하는 이야기 일 가능성도 염두해 두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2. 대장기에서 말 중 하나인 용마(龍馬)가 승격한 말. [본문으로]
  3. 대장기의 말중 하나로 승격하면 용마(龍馬)가 됨. [본문으로]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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