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럼요! 그럼 다들 어디로 모이면 될까요?”

사진기를 들어 보이며 환희에 찬 눈빛으로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아야를 보던 뱌쿠렌이 같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관음전[각주:1]에서 모이도록 하죠. 지금은 바쁘니 바로 시작하긴 무리고 다른 분들이랑 먼저 가서 쉬고 계세요.”

그 말에 마미조와 누에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먼저 가고 무라사가 쿄코를 부르러 가자, 그 와중에 이치린은 운잔과 함께 절간으로 들어가고 쇼는 자기 주위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다급히 말했다.

“저도 일단 이분들부터 뵙고요. 나즈린!”

나즈린은 쇼가 부르는 것을 보자마자 눈치껏 아야와 모미지, 코코로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고, 코코로는 북적한 쇼의 주변을 보면서 궁금해져서 물었다.

“저 요괴는 왜 사람들이 몰리는 거야?”

“비사문천이기 때문도 있겠지만 실은 불교의 가르침을 받으려는 사람 외의 대부분이 재복(財福) 때문에 그러는 거야. 자신에게 땡전 한 푼 더 들어오길 바라는 거지.”

나즈린이 감흥 없이 말하자 코코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라 걸었고 취재욕에 상기된 아야와는 달리 모미지는 이곳을 향해 멀리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하타테를 천리안으로 발견하곤 저번에 했던 대화가 떠올라 계속 주시했다.

“무슨 하늘을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봐?” 아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냥 한번 쳐다봤을 뿐이야.” 모미지가 단조롭게 말하자 코코로도 호기심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름밖엔 아무것도 없는데.”

“난 내 능력으로 저 구름 너머가 다 보이니까."

"그거 엄청 신기하겠네. 비록 나는 못 보겠지만."

실망 가득한 표정의 가면으로 토라진 마음을 대신하는 코코로에게 모미지는 그녀를 아쉽게 했다는 실망감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한숨을 쉬었고 아야도 가면의 영향으로 천리안이 아무것도 못 보는 걸 보니 이제 한 물 다 갔다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며, 길을 안내하던 나즈린은 자신을 잘 따라오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승강이를 벌이는 이것들 데리고 무슨 일을 하느냐는 실망감에 혀를 차면서 속으로 곱씹었다.

나즈린의 안내로 방으로 들어선 그들은 먼저 온 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자 빈자리를 찾아 앉았고, 모미지는 눈치를 보다 아야가 코코로랑 이야기하는 사이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왔다.

자신의 천리안으로 건물 안 아야의 동태를 파악하고 관음전을 빠져나와 밖에 나와 있는 뱌쿠렌, 쇼의 동선도 잘 피해가며 조심스럽게 범종각[각주:2]에 가까이 다가간 모미지는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하타테에게 메고 있던 배낭을 던져주었다.

"그게 이번에 쓸 촬영장비들입니다."

배낭을 열어 수북한 필름들과 카메라들을 대충 살펴본 하타테는 필름 하나를 꺼내 자신의 주머니에서 비슷한 필름을 꺼내서 모델명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배낭을 돌려주었다.

"좋아. 혹시 지금 바로 취재를 들어가는 거야?"     

"네. 그런데 정황상 지금 여기 오래 있으면 의심받을 상황입니다만."

"응! 걱정마, 그 정도의 눈치는 있으니까 빨리 물건 받고 가."

그녀가 미리 바닥에 내려뒀었던 조그만 상자를 열어 열 개의 필름들을 꺼내서 건네주자 모미지는 필름들을 주섬주섬 품 안에 따로 챙겼다.

"그래서 이걸 이번 촬영하는 필름들과 바꿔치기하면 되는 겁니까?"

"그럼! 그렇게 아야가 찍은 필름을 빼돌려 내가 현상한 다음, 나의 신문인 화과자 염보로 폭로해 기사 소재를 조작하고 사건을 일부러 일으키려는 아야의 왜곡된 기자상에 파국을 맞게 하는 거지!"

"훗, 그럼 서로 잘해봅시다." 모미지가 악수를 청하자 하타테도 웃으며 악수를 하며 말했다.

"이쪽이야말로. 그럼, 누가 보기 전에 이만 가볼게."

"살펴가시죠."

하타테가 눈치를 보며 재빨리 자리를 뜨자 모미지도 고개를 돌려 조심스럽게 자신의 천리안으로 관음전 안에서 아야가 다른 요괴들과 떠드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관음전에 가까워지자 아야가 여전히 떠들고 있음에 코웃음을 친 그녀는 느닷없는 소음에 깜짝 놀랐다.

"모미지씨이잇!!!! 안녕하세요오옷!!!!!" 

쿄코의 목청 어린 소리에 당황한 모미지가 고개를 돌아보자 뒤에는 쿄코와 무라사, 그리고 잡힌 걸로 보이는 후토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고 대답할 새도 없이 후토가 짜증을 부렸다. 

"으음! 몹시 원통하고 분하도다! 이 몸의 부주의로 이 장작더미들이 활활 타는 절경을 보지 못하다니."

그러자 매서운 눈빛의 무라사가 뺏은 것으로 보이는 부싯돌을 집어 던지며 성질을 부렸다.

"허 참, 대놓고 뻔히 보이는 불이문[각주:3]에 불을 붙이려고 하니까 쿄코가 바로 소리를 지르지, 이것 봐, 우리 분명 협의하지 않았었냐? 당분간 적대행위 금지. 적대행위 금지요. 응?"

"적대행위 금지!!" 쿄코도 맞장구쳤다.

"시끄럽다! 하나부터 열까지 괴상하고 요사스러운 것들!" 후토도 귀를 틀어막으며 외쳤다.

"아우, 귀청 떨어지겠네. 쿄코 씨는 그만 좀 소리 지르시고 암튼 이제 다 모여야 할 것 같은데 이 친구 어찌할 건가요?"

"뭐, 데리고 들어가야죠. 데리고 가서 보고하고 청문회를 하든, 협의를 깨든. 그리고 친구는 무슨." 

신경질이 섞인 무라사의 말에 이 일이 파투나서 빨리 끝나고 돌아갈 수 있겠다는 부푼 희망이 생긴 모미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나둘씩 모여드는 관음전 안에서는 여전히 안타까운 표정의 후토와 싸늘한 눈빛의 다수가 아웅다웅하느라 조용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네가 불 지르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너희 수괴가 시킨 일이야? 아니야?"

나즈린이 불쾌함을 드러내며 묻자 후토는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감히 태자님 보고 수괴라니 이 무슨 불경한!!"

"그렇게 불경 타령하다간 불경으로 맞는다. 똑바로 대답해."

누에의 말에 나즈린과 쿄코가 기겁하자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는 누에에게 마미조가 눈치를 주었다.

"누에, 여기선 불경으로 때리는 거 아녀."

"하 무슨 불경한 소릴.. 근데 그쪽은 왜 저런 말을 듣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 나즈린이 무라사를 향해 외치자 무라사가 웃으며 말했다.

"아, 그게 말이지. 요즘은 내가 번뇌가 살짝 껴 영~ 독실하지가 않아서."

혀를 차는 나즈린이나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후토나 동시에 같은 말이 입에서 나왔다.

"가지가지 한다. 진짜."

그리고 둘의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란 서로가 상황을 무마하듯 말을 뱉었다.

"태자님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지만 거사에 대한 나의 뜻을 존중해주실 거라고 믿네."

"하아, 얘 뭐래는 거야. 그럼 결국 그냥 자기가 맘에 안 들어서 그랬다는 거잖아."

모미지는 그렇게 흘러가는 상황을 보고 자기 생각과는 다르게 협의 파투까지 나오지 않자 길게 한숨을 쉬었다.

"적대행위를 한 거라면 그만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물론 그래야지." 나즈린이 모미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나한테 감정에 대해 가르쳐준다고 했었잖아! 이렇게 자기네들끼리 떠들 거야!"

코코로가 분노, 노여움, 실망과 안달 난 표정의 가면들을 현란하게 돌려가며 방방 뛰자 지켜보던 코가사는 아직 감정이 미치지 않았는지 오히려 그런 코코로를 귀여워했다.

"자자, 너무 화내지 마세요.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여기 있는 모두가 분노해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 대판 싸워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긴 하지만요. 후훗."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아야가 말은 그러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코코로의 사진을 찍어대자 코코로는 토라져서 외쳤다.

"그치만 난, 빨리 최강이 되어야 한단 말야! 그러기 위해선 당장 빨리 감정에 대해 배워야만 해!"

그 모습에 아야는 '아, 이래서 기자 할 맛 난다니까.'라고 입 밖으로 흑심을 꺼내며 감정을 담아 셔터를 광속으로 눌러댔다.

"잠깐. 너 지금 뭐라고.."

"자. 그럼 이제 감정에 관해서 이야기해봐야겠죠!!" 아야는 모미지의 말을 쿨하게 피하며 윽박지르듯 외쳤다.

"아, 깜짝이야. 그걸 왜 우리에게 물어!!!"

"누에 씨! 이건 모두 코코로씨의 가면의 영향 때문이라구욧!!!" 아야도 화를 내며 따지자 마미조는 코코로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면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다들 이 멘레이키 숙녀의 기분을 잘 공감하고 있구마. 그려, 그짝 텐구는 어떻게 할 생각인겨?"

"모두를 놀래켜 줄 만한 생각이 아니기만 해봐욧!!!" 코가사도 가면의 영향으로 화를 내듯 말하자, 문이 열리며 쇼와 뱌쿠렌, 이치린이 운잔을 데리고 관음전으로 들어왔다.

"도대체 여기서 뭘 하길래 이렇게 시끄러운 건가요?"

뱌쿠렌이 방 안을 한번 돌아보자 쇼도 의아해하며 나즈린을 쳐다보았다.

"글쎄요. 나즈린. 진짜 서로 술이라도 걸친 건가요?"

나즈린은 할 말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술이라도 걸친..읍읍읍!!!"

눈치를 보고 쿄코가 따라 하기 전 순식간에 입을 막은 무라사가 순간 매서워진 뱌쿠렌의 시선을 살피면서 한숨을 길게 쉬며 말했다.

"아니 글쎄, 협의를 마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 도교 잔챙이가 절간을 태우려 하잖아."

"자,잔챙이라고 했느냐!!!!"

무라사와 후토가 티격태격하고, 주위의 질린다는 표정을 눈치껏 읽은 쇼가 한숨을 길게 쉬자 뱌쿠렌은 그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주인도 뱌쿠렌도 알겠지만, 이번 적대행위에 대해서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나즈린에 말에 모미지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뱌쿠렌을 쳐다보았다.

"자, 분노를 내려놓고 진정들 하세요. 우리 불교에서의 근본은 자비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서 중생에게 낙을 주는 자(慈)에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의 어려움을 달아주는 비(悲)를 행하여야 불제자라고 할 수 있는 법입니다."

나가서 탄막으로 싸우자고 아웅다웅하던 무라사가 자세를 고쳐잡고 후토도 뱌쿠렌이 강하다는 걸 아는 만큼 조용해지자 쇼는 좋은 말씀이라며 탄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야 씨, 우리가 이러려고 모인 건 아닐 텐데요? 그렇죠?"

뱌쿠렌이 특유의 웃는 얼굴로 눈치를 주자 아야도 웃음으로 화답하며 말했다.

"네, 물론이죠."

그리고 모미지는 속으로 파투는 물 건거 갔음에 속이 타면서 그냥 아까 판 쫑내게 끼어들 걸 그랬나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럼 도교 측 분도 이왕 온 거 같이 듣는 것으로 하죠. 잘못도 있으니까 그걸로 퉁칩시다."

쇼가 박수를 한번 치면서 웃자 후토는 분하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를 찾아 앉았고 아야가 상황을 이끌기 시작했다.

"자, 이제 다 모였으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합시다. 마침 참관 겸으로 도교 쪽도 참석했고요. 일단 저번에 자기소개는 다 했고 서로에 대해서 처음 만났으니 일단 감정에 대해서 알아야 될 텐데요. 일단 불교 측에서 가르침을 주시도록 하죠."

뱌쿠렌은 자연스럽게 사진기를 꺼내 자세를 취하는 아야와 주변의 시선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어,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되는 건가요?"

"네, 지금 각도도 좋고 조명 잘 받고 있어요!"

"그러죠.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일단 불교 쪽에서 오온(五蘊)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하는데. 근간이 되는 부분이 온(蘊)이고 인간을 구성하는 눈, 코, 입 등 감각적이고 물질적 요소인 색온(色蘊)과 정신요소인 감정,고통,쾌락을 나타내는 수(受), 심상이나 표상을 나타내는 상(想), 인지판단, 주관적 인식으로서의 주체적인 마음을 식(識) 수,상,식 외에 포함되는 의지나 잠재의식을 나타내는 행(行), 네 가지의 온까지 합쳐서 오온(五蘊) 이라고 한답니다. 이것이 우리 불교가 마음을 정신을 포함하는 가치적 요소와 육체를 포함하는 물질적 요소에 대해 생명활동과 정신적 사고가 상호 연관 및 통합된다고 보는 이론이지요. 물론 이는 우리가 집착할 필요가 없이 끝없이 생멸(生滅)하고 변해가는 현상학적인 존재임을 나타내는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만 이곳 환상향에는 뭐.."


후토와 뱌쿠렌이 서로를 쳐다보고 주위가 그 둘을 의식하는 와중에도 모미지는 열심히 눈치를 보면서 카메라의 필름을 갈았다.


"아무튼, 감정이라는 것은 곧 몸으로 마음이 느끼고 몸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 우리 불교에서는 마음과 몸이 연(緣)에 이루어져 있고 연에 의하여 변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음이 경험과 지식에 의해 길러지고 그 마음이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원인과 결과 그리고 다시 그 결과가 원인이 되는 셈이지요. 즉 모든 것은 연으로 연관되어 그러한 연이 변하면 멸하게 되는 법입니다. 꽃이 피는 연일 때 자기 혼자 피는 꽃이 없고 낙엽이 지는 연일 때 자기 혼자 지는 낙엽이 없듯, 모든 것은 변하며 영원히 머물러 있는 법이 없는 셈이지요. 여러분이 이 절에서 온 것도 연으로 온 것이고 모든 걸 마치고 가게 되는 것도 연에 의한 것입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군. 그럼 우린 연이라는 실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꼭두각시이고 결국 모든 게 다 정해져 있다는 거 아닌가."

"뭐, 댁 같은 악연도 연이라면 연이니까."

후토가 딴지를 걸자 이치린도 팔짱을 끼며 응수했고 그만하라는 듯, 뱌쿠렌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이러한 연을 감정에 대입하면 우리가 기분이 좋으면 웃고, 그 웃음을 보는 이의 기분이 좋아지거나 흐뭇해지며 반대로 속이 상하면 화를 내고, 그 화를 받는 이가 또 속이 상하고, 이런 대물림은 다 우리 불교에서 말하는 연에 대한 것이지요. 이치를 알고 불성을 높이며 자신을 가다듬으며 잘못된 논리와 무도한 행동을 일으키는 번뇌의 감정을 떨쳐내는 것이야말로 참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제자가 수행하며 가져야 하는 모습이지요."

"뱌쿠렌의 말씀처럼 우리가 연에 의해 흘러가는 만큼 연연할 필요도, 집착할 필요도 욕심을 부릴 필요도 없는 겁니다. 마음에 고요한 평화를 가지고 번뇌를 버리며 불심을 기르는 것이니까요."

쇼가 거들자 나즈린과 이치린이 '오오!' 하며 놀랐고 아야는 열심히 쇼 말고도 그 둘을 찍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여전히 뾰로통한 얼굴의 후토가 아무 말 하지 않자 쇼의 지원을 받은 뱌쿠렌이 말을 이었다.

"여기서 번뇌의 감정이란 사물의 도리를 분별하지 못해 생존 욕에 굴복하여 모든 것에 집착하는 무지를 말하는 무명과 보고 듣는 모든 것을 탐내는 격한 욕망인 애욕을 말하는데 이 두 개를 토대로 탐욕, 성냄, 어리석음, 그릇된 견해, 원한, 질투, 아부, 자만, 오만, 비방, 방종, 이기심과 같은 번뇌들이 생겨나지요. 이 번뇌의 불은 자신을 태우고, 다른 사람들도 괴롭히게 됩니다."

아야가 사진을 몇 장 찍고서 문화첩에 최대한 핵심만 적으려고 하고, 경청하는 쇼와 나즈린, 이치린과 마미조, 길지만 최대한 들으려고 노력하는 운잔, 누에, 무라사와 달리 장황한 설명에 나머지는 고개만 끄덕 끄덕거렸다.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나에겐 너무 어려워."

코코로가 알 수가 없는 표정의 가면을 보이자 이치린이 차분히 물어보았다.

"혹시 번뇌가 뭔지는 알 것 같아?"

"음, 그냥 머릿속에서 드는 나쁜 생각?"

"다행이네. 그렇게 이해하면 돼, 그리고 마음의 본성이라는 건 음, 해가 뜨면 밝다고 느끼는 것과 해가 지면 어둡다고 느끼는 게 다 한때의 마음이잖아. 이걸 우리 불교식으로 풀면 밝음과 어둠이라는 밖의 연(緣)에 이끌려서 밝음과 어둠을 아는 마음이 생기지만 이건 다 한때의 마음일 뿐이야. 진짜 마음의 본체는 그 밝고 어둠을 아는 힘의 근본이 마음의 본체라는 거지. 그러니까 밖의 인연에 끌려 생기거나 멸하는 선악과 애증의 감정은 결국 자신의 마음에 쌓여가는 일상의 티 끝에 의해서 일어나는 한때의 마음이라는 거야."

"아. 그렇구나. 정말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난해하지만 알 것 같기도 해. 무진장 어렵지만."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난감할 때 쓰는 원숭이 가면을 기웃거리며 말했다.

"근데 결국 감정 이야기는 마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네?"

"그럼요. 자신이 마음속으로 느끼는 모든 게 감정이 되는 거니까요." 아야가 대답했다.

"그런가." 코코로가 생각에 잠기자 나즈린도 입을 열었다.

"아까 주인이 말한 것처럼 번뇌는 티 끝이라도 마음을 더럽히지만 그러한 번뇌도 더럽힐 수 없는 본래의 깨끗한 마음이 원래 있으니까. 그것이 바로 불성(佛性)이고 본래 갖추어져 있으므로 누구나 깨달을수 있고 누구나 번뇌를 버릴 수 있어. 그치? 주인."

"네, 물론입니다. 누구든 착하다, 나쁘다. 고맙다, 밉다, 있다, 없다 등, 자신이 만든 형체도 마땅한 증거도 없는 생각을 항상 되새기면서 그러한 생각의 부림을 받고, 그 견해와 틀에 박혀서 밖을 쫓기 때문에 괴로움에 빠지는 것이죠. 이러한 생각은 결국 번뇌입니다. 덧없는 것이죠. 이런 번뇌에 속박당하면 그 대상은 전혀 상관도 없는데 마음만 상하게 되고 그 화는 결국 그 대상에 미칠 수밖에 없으니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남이 주든 자신이 만들었던 비합리적이고 거짓된 견해를 밖에서 받았듯이 밖의 연으로 돌려주고 속박당한 적 없는 자신의 본성으로 돌아오면 몸과 마음은 번뇌에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경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쇼의 말에 뱌쿠렌이 매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머지도 탄복하는 사이, 후토마저도 '어 그럴듯한데'라고 말하자 나즈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와, 주인 생각보다 말 엄청 잘하는데."

"하하, 나즈린. 제가 요즘 공부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쇼가 엄지를 치켜들고 나즈린이 박수를 치자 무라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기자랑 카메라 앞에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쇼와 나즈린이 동시에 무라사를 쳐다보자, 그녀는 여전히 웃었고 누에는 옆에서 장난끼 넘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뭘 그리 핀잔을 주고 그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멋지구만."

"하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마미조씨."

쇼가 겸연쩍어하고 아야가 열심히 문화첩에 적는 사이 뱌쿠렌이 정리하듯 말했다.

"자, 가르침이란 말로만 이해하기 너무 장황한 법이죠. 위와 같은 번뇌에서 벗어나 언제든 어디서든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그 모습을 바르게 생각하고 마음을 자제하면서 부처님의 자비심을 키우며,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자비심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 어렵지만 대충 무슨 소린지는 알겠어." 코코로가 가면은 그대로인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씀이네요." 쇼가 탄복하며 말하자, 문화첩을 꺼낸 아야가 나서면서 말했다.

"이봐, 텐구! 생각해보니까 우리 협의할 때 포교금지 아니었던가!"

"협의는 지가 먼저 깨 놓고." 후토의 딴지에 나즈린도 맞섰다.

"아아, 그거요. 생각해보니까 불교에서 가르치는 건데 불교 입장에서의 가르침도 들어봐야죠. 엄연히 우리 코코로씨가 판단할 문제일 뿐. 포교와는 별개에요. 어차피 도교도 가르칠 텐데 상관없지 않을까요."

자신을 바라보는 아야의 말에 후토가 '그런가'하고 물러서자 마미조는 자신의 꼬리털에 붙은 쿄코를 보고 웃으며 누에와 후토를 주시했고, 모미지는 아야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아야가 찍은 필름 중 하나를 하타테가 준 필름으로 바꿔치기했다.

조심스럽게 누가 보진 않았나 주위를 살핀 모미지는 옷매무새를 다듬는 척을 하면서 소매에 숨긴 필름을 자신의 품에 넣었고 아야는 그러거나 말거나 모미지가 필름을 간 카메라를 들면서 말했다.

"불교 쪽 주지 스님의 감정에 대한 말씀은 들었고, 이제 코코로씨에게 감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선 아무래도 다른 전문가가 필요하겠죠?"

"엥, 무슨 소리야? 누굴?"

나즈린이 황당한 얼굴로 한소리를 하고, 나머지도 의아했지만, 말이 끝마치기 무섭게 잔상만을 남기고 방을 나서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아야는 모미지가 필름 하나를 또 바꿔치기 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누군가를 데리고 관음전으로 들어왔다.



"어머 어머, 아야 씨가 빠른 건 알았지만 이렇게 정신없이 빠를 줄이야. 멀미나겠어요."

"뭘요. 언제나 환상향 최고 속도를 자랑한답니다!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리고. 그런데 선생님.. 머리가 좀 헝클어지셨네요."

"어머, 진짜요?!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데서.. 머리 안 감은 것처럼 보지는 않을까요? 아아, 어쩜 좋지. 혹시라도 누워서 잔 표시처럼 나는 거 아니겠죠?"

아야의 말에 깜짝 놀라 살짝 삐뚤어진 모자를 정돈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를 본 모미지와 코코로를 비롯한 나머지 일원들도 살짝 당황했다.

"저 텐구는 순 막무가내야." 무라사의 말에 거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인사드리세요. 다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 특별히 교육을 맡아주실 인간마을에서 교육을 맡고 계시는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훈장님이세요."

"어머, 흠흠, 교육자로서 꼴사나운 모습 다 보인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반갑습니다. 카미시라사와 케이네입니다."

조신하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케이네에게 다들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뱌쿠렌이 미소로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훈장님. 저는 이곳 주지승 히지리 뱌쿠렌입니다. 명련사에 오신걸 환영하고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아, 네. 주지승님. 명성 높으신 분을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쇼는 자신이 절의 본존이라고 인사드릴까 하며 나서려다 둘의 대화가 이어지자 타이밍을 놓쳤다 생각하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 시간에 서당은 어떡하시고 여기에?"

"서당은 어떡하시고..읍읍."

뱌쿠렌의 말을 따라 하려던 쿄코의 입을 아까보다 빨리 무라사가 막자, 나즈린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길게 쉬고 다시 고개를 저었다.

"어머, 깜짝이야. 야마비코도 있었네요. 어쩜, 나 여기 와서 계속 놀라기만 하니. 어우."

"걱정 마. 우리 이러다 계속 돌아가면서 한숨 쉬게 생겼으니까."

누에가 여전히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턱을 괴면서 말하자 케이네도 어설프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하, 아까 주지승님이 물어보셨는데 오늘 서당 방학이에요. 방학식 끝나고 오는 길이랍니다."

그녀는 코코로를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아야 씨가 한 요괴에게 교육자로서 참된 교육을 해주시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그것에 대한 답변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귀엽고 예쁘장한 네가 코코로 학생이구나."

"여어, 내가 바로 하타노 코코로이시다!"

코코로도 호기심 가득한 가면을 보이며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인사하자, 코코로의 태도에 살짝 당황한 주변 요괴들이랑은 다르게 케이네는 웃으며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춰 말을 걸었다.

"음. 정말 츠쿠모가미인 멘레이키답게 가면으로 감정을 표현하는구나. 거리에서 춤추는 걸 본 적은 있었지만 직접 보니 신기한걸."

"저도 같은 츠쿠모가미에요. 훈장님! 어때요? 놀랐죠?" 코가사도 옆에서 껴들었다.

"응. 네가.. 코가사였던가.. 코가사 학생 맞지?"

"네! 어떻게 알고 계시네요!" 

분명 놀라게 해줄려고 했는데 오히려 자기가 더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본 케이네가 미안함에 살짝 아야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 요괴 학생이 한때 유모 일 한다고 애들을 울렸었다던...'

'네. 맞아요. 지금은 아니지만요.' 아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

코가사가 들떠서 들고 있던 우산을 흔들고 이치린이 먼지 날린다며 말리는 사이, 코코로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 나를 최강으로 만들어줄 상대가 그대인 건가?"

"음.. 난 무술 같은 걸 다루는 교관이 아니라서 널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진 모르지만 너를 성장하게 도와줄 수 있단다. 그게 지금 맡은 일이자 교육자로서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인걸."

"케이네 훈장님이 교육 부분에서는 이 환상향에서 최고로 전문적인 분이시니 믿고 따라도 된답니다."

옆에서 아야가 거들자 쿄코도 바로 거들었다.

"환상향에서 최고로 전문적인 분!!!"

그러자 코코로도 수긍하고 들뜬 가면을 보이며 외쳤다.

"그럼 당장 날 가르쳐줘!"

"그래, 교육자로서 가르친다는 건 상당한 보람이니까, 휴가인 방학이라도 언제든지 교육의 문은 열려있단다. 그럼 가만있어봐, 아야 씨.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죠?"

"와, 그럼 케이네 훈장님이 방학 보충 학습하시는 거군요."

"아냐. 저건 과외지. 과외." 이치린이 한마디를 하자 무라사가 딱 잘라 말했다.

후토가 진지하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석하는 사이, 모미지는 아야의 눈치를 보면서 아야가 건네준 필름을 일단은 정상적으로 갈았고 누에는 도대체 나는 왜 여기에 있고 다 같이 모여서 뭘 할 생각인가 혀를 차면서 마미조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물어보려다가 평소와는 다르게 매서워진 눈빛과 다소 심각한 표정의 친구를 보고는 당황해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자자, 훈장님. 카메라 쳐다보지 마시고, 시선 의식하지 마시면서 일단 감정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세요,"

카메라를 치켜세우고 사진이 잘 나올 각도를 잡은 아야가 응답하자 케이네가 코코로에게 말을 꺼냈다.

"음. 그럼 감정에 대해서 먼저 시작하자면...."

"훈장님! 카메라쪽 보지 마세요. 자연스럽게. 아셨죠? 자연스럽게!"

아야가 카메라를 잡지 않은 손까지 돌려가며 제스처를 취하자 케이네가 당황하면서 말했다.

"아, 네? 자연스럽게요? 흠흠, 카메라만 안 보면 좀 자연스러운가요?"

그러자 아야가 카메라를 내려놓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뇨! 지금 행동이 무진장 부자연스럽잖아요!! 카메라 보지 마시고 턱 좀 안으로 집어넣으시고, 어깨도 좀 펴시고, 시선은 코코로 양을 향해서. 팔 떨지 마시고요."

그 말을 듣고 자세를 고쳐잡은 케이네를 향해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트리자, 늘 하던 일이지만 다 보는 앞에서 누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되어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가 말을 꺼냈다.

"그래요. 일단 제 전공은 아니지만 감정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감정이라는 의미 자체는 한자로 느끼다는 뜻을 지닌 감(感)에 뜻 또는 마음이 움직이는 뜻을 가진, 정(情)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즉 사물이나 대상, 사건에 대해 느끼어 반응하는 심정이나 마음의 느낌을 의미하죠."

"어어이, 텐구처자, 흥을 깨서 미안하지만 쪼까 묻고 싶은기 있는디, 내는 위탁이라고 했길래 우리가 직접 멘레이키를 계속 가르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갑제?"

내려간 안경을 한 손으로 올리는 마미조의 말에 아야가 입을 열었고 모두의 시선은 마미조를 향했다.

"아, 그거요? 생각해 보았는데 감정이 원래 다양한 느낌을 아우르는 단어인 만큼 명련사의 불교 입장에서만의 교육은 어쩌면 편향된 시점으로서 하나의 잣대가 되어 편견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서 말이죠. 게다가 도교 측의 후토 씨도 포교에 대해 경계한 만큼 그런 걸 달가워하지 않을 테고요. 일단 감정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듯 복합적인 시각에서 배우게 해야 코코로 씨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아야의 능청스러운 웃음이 마미조의 안경에 비춰지는 사이, 후토를 비롯해 몇 명은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은 '명련사에서' 교육을 하고 있잖아요. 선생님. 계속 진행해주세요."

아 야가 손을 돌리면서 제스처를 보이자 케이네가 헛기침을 하며 어디까지 했는지 물어보는 사이, 코가사가 빗을 가져와 코코로 옆에 바싹 붙어 앉아서 말을 걸면서 머리카락을 빗겨주었고 모미지는 아야가 정신 팔린 사이에 눈치껏 찍은 필름을 바꿔 쳤으며 누에는 표정은 분명 웃고 있는데 뭔가 생각에 잠긴듯한 친구를 보고는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일단 감정에 대해서 쉽게 말하면 지금 드는 기분 등 내가 지금 느끼는 모든 것이에요. 코코로 학생 같은 경우는 표정 대신 가면으로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 말이나 표정, 몸짓으로 표현을 하게 되는데, 이런 감정들은 나와 다른 대상에게도 영향을 미쳐요. 즉 친구든 가족이든 사회생활을 하는 존재로서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는 거죠. 어린아이가 웃고 울고 하는 것으로 부모에게 자신의 상태도 알리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요. 코코로 학생이 지금 가면이 몇 개라고 했죠?"

"66개!"

"66개라면 츠쿠모가미로서 가면의 하나하나가 고유의 감정을 담고 있다는 건데 사실 감정에 대한 형용사나 단어는 훨씬 더 많아요. 우리가 기본적으로 희로애락이라고 하는 것처럼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등 언어적인 표현을 적게 사용할 뿐이죠. 일단 확실히 이해가 되게 하려면..."

케이네가 코코로를 쳐다보며 어떻게 해야 더 잘 가르쳐줄지 고민에 빠지자 옆에서 마미조가 담배를 한 모금 피우면서 훈수를 두었다.

"어차피 우리 코코로가 가면의 요괴니께 감정과 관련딘 말을 해주면 그에 맞는 가면으로 표현하는 기 좋지 않겠남."

"그거 좋겠네요. 그럼 먼저 감정에 해당하는 단어를 말하면 그것에 맞는 가면을 보여주는 거예요. 코코로 학생. 이해가 됐나요?"

코코로가 표정의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의 요괴들은 마치 자녀들의 학예회를 보는 학부모들처럼 흥미롭게 시선을 집중했다.

"기쁜." 코코로는 웃고 있는 노인의 가면을 꺼내며 두팔을 흔들어 보였다.

"서글픈" 그러자 눈매가 축 처진 할머니 가면을 꺼내면서 고개를 숙이고 뒷짐을 진 뒤 무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쩔 줄 모르는." 그녀는 딱 봐도 놀란 표정의 가면을 꺼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음, 그럼 냉담한." 케이네의 말을 듣고는 고민하면서 원숭이 가면과 평소 기분의 여자 가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바꾸기를 반복하다가 원숭이 가면을 보이면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우히히힠. 너무 귀여워크킄."

쇼가 갑자기 웃음이 터져서 말을 내뱉자 다들 말없이 냉담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 죄송해욬크킄으흡흡. 표정은 안 바뀐뎈킄킄 행동이 너뭌킄크킄"

코코로가 놀란 가면을 보인 다음 평소의 여자 가면으로 바꾸고 보다못한 나즈린이 한심한 표정으로 쇼의 등을 툭툭 두드리는 와중에도 이미 터져버린 웃음은 주체되지 못했다.

"크크킄크킄 아우, 아니 근뎈프흐흡, 너무 앙증맞앜크킄 아우, 생각없이 보다 터져썪낄낄낄."

나즈린이 한숨을 쉬며 진정되라고 등을 두드리는 와중에도 쇼가 눈물까지 흘리며 외쳤다.

"아, 나즈린도 봤어욬크킄. 얘가 팔짱 끼고 고개를 돌리느뎈킄크크킄 그어 것도 한 번에 획! 하고돌았크킄킄킄 아우 어쩜킄킄 좋지 나. 갑자기 터졌썻 배아폌크킄"

누에와 무라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마미조가 말없이 담배 연기를 뿜자 뱌쿠렌이 말했다.

"쇼 씨가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래요."

"실없어 보이는 게 위엄도 없군그래!" 후토도 껴들었다.

"이봐, 주인은 까도 내가 까." 나즈린도 지지 않고 맞섰다.

"아흑, 아, 근데 너무 귀엽잖아욬크크킄킄"

"귀엽잖아요옷!!!!!!!!!!!"

쿄코도 본능적으로 쇼의 말을 따라 하자 코코로가 깜짝 놀라 고개를 휙 돌려 쳐다보았지만, 가면과 표정 무엇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춐크킄 진짜 앙증맞죸크크킄." 코가사도 쇼와 맞장구치면서 코코로의 귀여움에 견디질 못하자 이치린과 운잔은 그저 점잖게 사진만 열심히 찍어대는 아야를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자자, 다들 조용! 수업시간에 떠드는 거 아네요!"

"떠드는 거 아네요!!!!"

케이네가 버럭 외치면서 쿄코를 통해 분위기를 잡으며 아야에게 말했다.

"수업에 방해되면 박치기해도 되나요?"

"네, 어차피 훈장님 수업 시간이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아, 그럼.."

케이네는 슬쩍 아야의 카메라를 의식하며 침을 삼키고는 말을 건넸다.

"저기 혹시 처벌 장면도 카메라로 찍는 건 아니겠죠?"

"아뇨. 찍을 건데요? 저 기자잖아요."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아야를 보고 케이네는 머리를 쥐어짜듯 부여잡으며 말했다.

"으이구, 안 좋은 기삿거릴 만들어 줄 수 없으니 일단 수업을 진행해야겠네요. 코코로 학생은 '냉담한'에서 가면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왜 그랬었는지 물어볼 수 있을까?"

"단어가 너무 어려워."

"두 가면을 다 어떨 때 쓰는지 각각 말해 볼 수 있을랑가."

담뱃대를 내려놓고 누에가 건네준 천으로 안경을 닦는 마미조가 묻자 코코로는 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는 이 평범한 여자 가면은 정말 평소에 쓴단 말야. 이 원숭이 가면은 곤란하거나 당황했을 때 쓰고, 근데 냉담함이면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상대를 보기만 해도 일말의 동정심 없이 보기만 해도 당혹스럽고 어이없다는 모습도 보여야 할지 잘 모르겠어. 어쨌든 둘 다 차갑게 대하는 것은 맞는데 말야."

"코코로 학생의 가면은 너무 획일적이라서 그래요. 정해진 가면에 감정 하나로만 쓰니까요. 우리처럼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과는 좀 다르죠."

"잠깐, 흥 깨서 미안하지만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어."

무라사가 손을 들어 질문하자 케이네가 대답했다.

"네, 미나미츠 학생, 질문하세요."

"계속 보면서 느끼는 건데 방금 감정표현을 하는 것만 봐도 충분히 감정을 잘 드러내는 것 같은데 말이야. 감정을 아는 건 그렇다 쳐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까지 배우는 게 얘한테 의미가 있을까?"

"아, 그거요." 아야가 웃으며 케이네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케이네도 약속이라도 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말일세! 이 면령기는 츠쿠모가미중에서도 그 능력이 매우 출중하고 치명적이기 때문이지."

"무슨 소리야." 무라사가 기고만장한 후토를 보고 어이없어하고 츠쿠모가미인 코가사도 우산을 빙빙 돌리며 궁금해하자 케이네가 코코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코코로 학생이 제가 그 감정을 이야기하면 반응한 것처럼 가지고 있는 감정 자체는 풍부해요. 66가지나 되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정확히 잘 다루냐는 별개죠. 아야 씨가 미리 알려주셨고 저도 살짝 살펴봤는데 가면으로 그 감정을 표현하면 그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 감정을 강제로 공유하게 되는 효과가 있고 가면을 잃어버린 사건 이외에도 이러한 영향으로 일들이 많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얼마 전에는 코코로양이 토라져서 부정적인 감정을 품었다가 주변 사람들도 부정적인 감정이 강제로 공유되는 바람에 탄막 난투극이 벌어졌다고 하던데. 아야 씨도 저에게 부탁하면서 말한 거지만 사건 자체가 코코로양의 본의는 아니나 엄연히 자아가 있는 요괴로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져 원흉으로 계속 지목받게 되는 건 육체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중요한 요괴로서 마음에 큰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도 교육자로서 확실하게 감정을 알고 다스리면서 제대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긴 가면이 하나라도 없어지면 즉시 영향을 받는 츠쿠모가미로서 자신이 그런 감정을 확실하게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중요하겠군요."

뱌쿠렌의 정의에 후토는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니까 결국 텐구와 훈장의 목적은 이 교육을 통해서 감정에 대해 자기가 스스로 자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 요괴로서 가지는 태생적 취약점을 어떻게든 극복시키겠다는 거야?"

아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고 케이네도 고개를 끄덕이자 무라사는 피식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게 과연 쟤한테 도움이 될까 궁금해지는데."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이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한 요괴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는 일인데 얼마나 값져요."

아야가 사진을 찍으면서 말하자 누에가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아무리 봐도 텐구 너는 기삿거리만 챙기려고 그러는 것 같다고."

"그렇게 몰아가시다니 섭섭하군요. 아휴, 요괴가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진짜."

모미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아야가 발끈하면서 서운한 태도를 보이자, 케이네가 다시 말을 꺼냈다.

"구성원이 많으니 진행이 더디긴 하네요. 그래도 제 수업치고 퍼질러 주무시는 분들이 없어서 어쩜 그리 다행인지 몰라요."

케이네가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지 눈물을 글썽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한번 쉬자 다들 병쩌서 그녀만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지루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하시고 진행하세요." 아야가 그러한 모습까지 카메라의 렌즈에 담으며 셔터를 열심히 누르면서 진행했다.




(참고자료: 한영대역 - 불교성전 석능가  감수, 조일제 영역 사단법인 불교신도협회 재단법인 (나옹)불교전도협회)


  1. 관음보살을 모시는 전각 [본문으로]
  2. 부처님께 예배드릴 때 사용되는 불교 도구인 범종을 놓아두는 장소. 이층의 누각으로 되어 있을 때는 범종루라고 한다. [본문으로]
  3. 不二門: 사찰에서 본당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 [본문으로]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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