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 팬픽/동방 팬픽'에 해당되는 글 41건

  1. 2015.04.04 [4계절 특집 동방팬픽] 그 봄날의 연출 -1

봄이 찾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점심 무렵이 되자 카라스텐구인 샤메이마루 아야와 등에 큰 배낭과 방패, 검을 함께 짊어진 백랑텐구 이누바시리 모미지 두 명은 창공을 날아 백옥루의 경계를 가볍게 넘었다.

낮은 속도로 비행하면서 카메라를 쥔 채, 주변의 사진을 찍으며 들떠있는 아야와 달리 모미지는 같이 날다가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직여 배낭을 들썩거리면서 아야에게 투덜거렸다.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올 겁니까?”

“어머? 뭘요.”

아야가 빙긋 웃으며 묻자 모미지는 화난 표정으로 종이하나를 꺼내들었다.

“이 공문. 그쪽 농간이잖습니까.”

그러자 눈웃음은 어쩔 수 없다지만 베시시 나오는 입의 웃음이라도 카메라로 가린 아야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글쎄요, 후훗, 혹시 지금 대텐구님이 직접 내리신 명에 감히 의구심을 가지는 건지?”

“하아, 진짜! ‘백랑텐구 이누바시리 모미지 귀관은 경계 및 수비 임무에 성실히 임하여 이 곳의 안위를 지켜온 것에 대해 치하하나 앞으로 적의 다양한 침투 및 잡입 후 공작 등에 대한 수색, 호위 및 방어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바, 기존 임무와 병행할 새로운 임무로 침투와 잡입에 능한 카라스텐구 샤메이마루 아야를 따르며 직접 연수를 실시할 것을 명한다’고 대텐구님 명으로 저에게 날아온 이 공문이 그쪽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요?”

모미지가 따지자 아야는 살짝 위로 날아 도도하게 웃으면서 모미지를 아래에서 쳐다보았다.

“뭐, 내가 위에다가 환상향에서 최속이라는 것밖엔 언급 안했던 거 같기도 한데, 잘 기억이 안 나네!”

“대텐구님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명령이 나온다는 게 그쪽 수작이 아니고서야.”

모미지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그럼 이거라도 답해 주시죠? 왜 하필 저로 고른 겁니까?”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아야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뭐, 모든 건 수단일 뿐이니까요. 사실 이번에 준비하는 취재가 있는데 도우미가 필요하기도 해서 그쪽을 데리고 합법적으로 좀 부려 먹으려고요.”

그나마 참아주던 이성의 뚜껑을 따는 아야의 말에 모미지는 성질이 폭발하여 외쳤다.

“지금 대텐구님 명령이니까 하는 수 없이 오늘 근무를 넘기고 그쪽이랑 같이 다니는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

“훗, 이것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것 같네.”

모미지가 든 공문과 똑같은 공문을 품에서 꺼낸 아야는 방방 뛰는 모미지에게 그것을 흔들어 보이며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이 공문은 말이죠. 대텐구님이 내리신 이 교육임무가 종료될 때까지 그쪽은 나에게서 배워야 하는, 제가 엄연히 교육자! 즉 교관이 되고 상하관계가 성립됨을 증명하는 아주 중요한 문서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아래에서 배우는 입장이니 내가 지금 있는 사실 그대로 보고하기 전에 그런 태도를 버리고 얌전히 나에게 협조 하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못마땅한 표정인 모미지는 억지로 이성의 뚜껑을 닫기는 했으나 짜증만 가득해서 자신이 맨 배낭을 다시 들썩거리며 말했다.

“아으으... 그리고 잠입하기 쉽게 해주는 빠른 속력은 그쪽 고유 능력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배웁니까!! 레이센 씨가 에이린 씨 제자로 있다고 해서 봉래의 약을 만들 줄 안답니까!!”

아야는 일부러 속력을 더 내면서 대답했다.

“뭐, 못하면 교육 참여율이 저조했다고 보고하면 되니까.”

“애초에 가르쳐 줄 마음도 없으면서. 그럼 일단 이 배낭에 담긴 건 뭐죠?”

“아, 그건 여분의 카메라와 긁어모은 필름들이야. 오늘 사진을 좀 많이 찍을 거거든.”

“혼자서 잘만 돌아다니면서 찍어내다가 이번엔 도우미가 필요하답시고 끌고 오다니, 이젠 그 역량도 눅눅치 않은가 보죠?”

모미지의 도발적인 말에 아야는 비웃으며 말했다.

“후훗, 그런 건 아니고 다 생각이 있어. 말해줄 수 있는 모미지의 일차적 역할은 짐꾼 역할이지만.”

“진짜 알뜰하게 부려먹으려고 수 쓴 건 확실하군요. 그럼 이거 버리고 바로 복귀해서 그냥 임무중 분실로 시말서나 쓸랍니다.”

모미지가 퉁명스럽게 배낭을 벗어 한쪽 끈만 잡고 버리려는 행동을 취하자 아야가 곧바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거 필름 하나라도 잃어버렸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럼 맡기지 말고 직접 챙기시던가.”

배낭을 흔들며 아야를 약 올리던 모미지는 갑자기 어딘가를 주시하며 말했다.

“멀리서 칼든 문지기가 우릴 향해 오는데요.”

“오호, 과연 천리안! 그렇다면.”

아야는 모미지를 향해 한손에는 공문, 다른 한손으로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거리며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목줄이 없어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진 못하니까. 느려 터졌겠지만 알아서 충실하게 잘 따라와.”

모미지는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면서 억지로 화를 참으며 말했다.

“진짜 개 취급 하깁니까. 길가다 뒤에서 탄막 날아오면 전줄 아십쇼!”

하지만 아야의 모습이 희미하게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잔상(殘像)임을 그제서야 안 모미지는 주변을 다급히 살피며 날아가는 아야와 문지기가 뿌리기 시작한 탄막의 위치를 재빨리 파악하였다.

‘뭐지? 교란작전인가? 아니, 그러면 따라오라고 할 리가 없는데..?’

그녀는 할 수 없이 배낭을 다시 메고 자신의 방패와 칼을 잘 챙긴 뒤, 멀리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탄막과는 반대 방향으로 회피기동하며 아야가 먼저 기다리고 있는 마당을 향해 날아갔다.

모미지가 도착하자 기척을 느낀 아야는 백옥루의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몇 장 찍다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잘 따라오질 못하네, 그래서 우리 요괴의 산에서 잘 안 벗어나고 박혀있는 건가?”

“그쪽이 엄청 빠른 겁니다. 저야 뭐 그게 제 임무고 그 자리에서 침입자를 격퇴할 때까지 싸우니 스피드가 중요치 않지만 그쪽이야 튀어야 할 테니 빨라야겠죠.”

그러자 아야가 화를 참으면서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후후, 미안하지만 저 힘좀 쎄요. 오히려 도망치는 적을 끝까지 따라가서 박살내는 편이랍니다.”

“그럼 저처럼 침입자 쫓는 경비나 하시죠? 잘하시겠네요.”

“각자 제 역할이 있는 법이죠. 모미지처럼 열심히 집 지키는 개 역할이 있고 저처럼 정보를 수집, 공유, 전달하는 역할이 있고요.

모미지는 화를 내며 대답했다.

“거 참! 개 취급 그만하시죠! 늑대라니까!!”

그러건 말건 아야도 비웃으며 화답했다.

“늑대는 개과 아닌가요? 내가 잘못 알았나아?”

옥신각신 다투던 둘은 가까이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 자리에는 콘파쿠 요우무가 빗자루와 백루검을 같이 들고 서 있었다.

“지금 명계에 함부로 넘어오셨죠!”

“아 그 탄막이 경고사격이었던 건가?”

모미지가 그렇게 말하고는 요우무를 살펴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지금 저 들고 있는 빗자루는 뭐죠?”

그 말을 듣고 요우무가 황급히 빗자루를 버리자 아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마당 쓸다가 급하게 왔나보죠.”

요우무는 살짝 민망해서 헛기침을 한 뒤,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경계를 넘어서 오신 이상, 허가받지 않고 오셨다면 침입자로 간주하고 베겠습니다.”

“자자, 모미지. 뭐하고 있어요?”

아야의 말에 모미지가 눈치껏 방패와 검을 들고 무장하자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대치(對峙)상황이 벌어졌다.

아야는 나서려다 말고 귓속말로 모미지에게 조용히 명령을 전달했다.

‘절대로 이 상황에서 공격하거나 그러지 말고 가만히 있어.’

“지금 싸우러 오신 걸로 보고 베어도 되는 거죠?”

요우무가 등 뒤의 누관검도 꺼내서 검자루를 고쳐 잡으며 묻자 아야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아니죠. 정식으로 인사하면 깨끗하고 올바른 샤메이마루 아야입니다! 저희는 백옥루를 취재를 하러 왔답니다. 유유코 씨와 요우무 씨도 같이요.”

모미지는 '공문서로 장난치는 텐구가 올바름은 개뿔.'이라고 생각하며 딴지를 거려다 대화중이므로 억지로 참았다.

“엥? 취재요?”

검들을 다시 검집에 꽂아두고 머리를 만지며 반령을 바라보면서 기억을 더듬어보던 요우무가 되물었다.

“전 취재요청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 혹시 유유코님께 허가 받으신 건가요?”

그러자, 아야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뇨.”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들을 뽑아들며 겨누는 요우무를 보고 모미지도 방패와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허가도 안 받으셨다니 그럼 확실히 침입자시네요. 경고는 이 정도로 하고 돌아가시지 않으면 당장 베도록 하죠.”

“아님 제가 유유코 씨에게 지금 직접 받아도 될 텐데요.”

“침입자이신 이상 저를 거치시지 않고서는 유유코님을 뵐 수 없으실 겁니다!”

모미지는 어차피 만날거면 잔상으로 문지기를 따돌리고 찾아가보면 되지 자기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냐는 생각에 아야에게 말했다.

“참, 침입자를 쫓던 저에게 침입자 역할도 시켜주시고 여러 가지로 상큼한 경험 감사합니다. 아야 씨.”

모미지의 비꼬는 말에 아야도 화답했다.

“그대로 있기나 하세요. 제가 말한 거 잊지 말고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제가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봅니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지 말고 자세나 잘 잡아요.”

요우무는 침입한 두 명이 큰 소리로 서로 싸워대는 양상에 뭔가 이상함을 느껴 계속 지켜보다가 다시 물었다.

“저기, 두 분 진짜 여기에 뭐 하러 온 거죠? 아야 씨는 이변에 대해서 기사를 쓰시더니 이젠 기사를 쓸 겸 직접 이변이라도 일으킬 생각이라도 하고 오신건가요?”

모미지는 빨리 끝나고 복귀하고 싶은 마음에 초를 칠 생각으로 말했다.

“우리 임무는 침투 및 잠이ㅂ,, 컥!”

하지만 순식간에 아야의 팔꿈치가 모미지의 옆구리를 강타하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네? 뭐라구요?”

옆구리를 부여잡고 뒹구는 모미지를 바라보던 요우무도 지금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 당황한 말투로 다시 물었다.

“하핫, 그럼 거창하게 한번 말해볼까요. 이번에 봄 특집을 기획중인데 이 백옥루의 구석구석과 아름다운 장관을 이 카메라로 찍어서 봄맞이 백옥루 관광명소 특별편도 실을 예정이랍니다.”

‘뭐? 지금 그런 거 찍으려고 날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거야??!!’

들뜬 아야와는 달리 바닥을 구르던 모미지는 아프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고 요우무도 정말로 놀라서 되물었다.

“지금 그게 무슨?”

“봄 특집이면 릴리 화이트만 데리고 써도 한가득일 텐데요.”

모미지가 핀잔을 주자 아야도 비웃으며 화답했다.

“후후 이 아야가 그렇게 단순하게 쓸 것 같아요? 아마 제 기사를 보면 백옥루만의 아름다운 봄과 그 장관에 특집기사를 본 인파가 많이 찾아올 거예요.”

일단 아야의 말에 ‘기사를 보고 많은 이들이 구경하러 백옥루를 찾아온다 ⟶ 그들이 넓은 정원을 더럽히거나 쓰레기를 버린다 ⟶ 그걸 내가 다 치운다’ 라는 환상의 삼단논법이 머릿속에서 자동완성된 요우무가 격하게 반응했다.

“안돼요! 절대 안돼요!! 지금도 혼자 일하느라 힘든데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참, 이 넒은 곳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알리겠다는 건데 그렇게 협조가 어려운가요?”

“명계가 어떤 곳인지 정말 몰라서 그러세요! 그리고 여기 한번 청소해보시면 아야 씨 입에서 그런 말씀 안 나오실걸요!!”

“에이, 오히려 그쪽이 더 잘 몰라서 그런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요우무는 아야의 말을 끊고 검을 겨누며 말했다.

“네, 말씀대로 저는 잘 모르겠고 일단 경고를 무시하셨으니 베겠습니다.”

그러자 아야는 어딘가 보고서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참, 불법 침입 그런 거 아니라니깐 그러네.”

검을 어깨위로 든 요우무는 익숙한 기척과 함께 아야가 반가운 모습으로 자신의 등 뒤를 바라보자 반사적으로 등 뒤를 바라보았다.

 

Posted by 라쿠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