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10시 15분 요괴의 산 부근
텐구처럼 토킨을 쓰고 그들의 복장으로 변신한 마미조는 자신의 너구리 부하들에게 산과 산의 주변 소문에 대해 알아보라고 물어본 뒤, 산에 입구에 다다랐다.
"몰라보게 달라졌구마이. 구관이 명관이었는데 말여."
담뱃대를 물고 산의 입구인 출입 통제소와 가로등이 비치된 참배로, 한 구석에 마련된 행인을 위한 자판대나 포장마차, 수많은 참배객과 철저하게 검문검색과 관리를 하거나 자기 갈 길에 바쁜 텐구, 검문검색을 하며 오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던 마미조는 참배객을 제외하면 그들이 출입증으로 보이는 카드와 주민증을 내고, 모니터에 인식카드에 대한 전자인증을 마치고 캇파가 만들었을 법한 카메라와 검역 기계를 통과해 신원을 확인한 후, 들어가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산 안쪽으론 그냥 변장했다고 들어가는 건 힘들겠구마이. 그럼 검문 자체를 안 받으면 되제.'
마미조는 슬며시 웃으면서 안경을 벗어 옷에 집어넣고 카기야마 히나의 모습으로 변신하고는 커다란 꼬리를 등에 바싹 붙이고 한 바퀴 두 바퀴 춤추듯 돌면서 출입 통제소로 들어섰고 렌즈가 많이 달린 무거운 고글 같은 것을 착용하고 무장한 카라스텐구와 칼을 찬 백랑텐구 경비대원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못 볼 것을 본 듯, 황급히 고개를 돌렸고 즉시 경보음이 울리면서 급해진 참배객들이 뛰다시피 산으로 올라가고 경비대원들이 철수하며 막힌 문이 열렸다.
"전방에 역신 출현."
"나도 알아! 액을 얻어먹고 싶지 않으면 통과할 때까지 엔가쵸(エンガチョ) 하면서 자세 낮춰!"
다들 혼비백산하며 액막이 풍습인 엔가쵸(エンガチョ) 소리만 중얼중얼 울리게 된 출입통제소의 광경을 바라보던 마미조는 여유 있게 턴을 하면서 유일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카메라들을 힐끗 보고는 산 안으로 들어섰다.
"이거 이거 너무 쉽구마이."
고글을 낀 카라스텐구가 살짝 마미조를 살피다가 백랑텐구에게 말을 걸었다.
"액신(厄神)이 산 안에 거주 중인지 확인했나?"
"기록상으로는 오늘 나간 적이 있어."
"그런가? 좀 이상한 게 액신 주변에 액(厄)이 하나도 보이질 않아."
"조심하라고. 쳐다본 네 쪽에게 다 가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야."
"혹시 모르니까 한번 냄새라도 맡아봐."
[출입 통제소에서 알려드리는 산 내 안내방송입니다. 현재 액신이 등산로로 이동 중이니 주민께서는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주변에 걸린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여유롭게 계단을 걸어 올라가던 마미조는 곳곳마다 '산불 조심', '지하 매설 상수관과 지중화된 전선으로 인해 허가받지 않은 땅파기 금지', '쥐 등 야생동물 해수 방지 운동 중', '여름은 안보의 계절', '산 안에서 단결', '산 밖에서 척결'과 같은 피켓들이 붙여져 있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좀 더 정보를 모으기 위하여 다시 텐구의 복장 차림으로 변신한 후, 다른 경비 텐구들이 서로 잡담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마을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을 돌아보면서 마을로 향하는 길이나 산 위쪽에 가지 못하도록 주변의 나무 아래, 풀 구석마다 '비행 및 출입 금지구역'이라는 팻말이 박혀있고, 수많은 경보장치가 땅바닥에 무수히 굴러다니는 것을 목격한 마미조는 조심스럽게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분명 이렇게 보안이 철저해졌다는 건 무언가 숨겨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겠제. 아무래도 그냥 들어가는 건 무리겠구먼. 그래도 확실히 알아둘 건 알아두어야제.'
그렇게 생각하던 그녀는 주변을 날아다니는 팔에 완장을 찬 치안과 텐구들을 보고는 느긋하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보게. 자네들 말여."
"응? 정지! 정지! 당장 손들어! "
깜짝 놀라 다급하게 경계태세를 취하는 텐구들의 날랜 검 끝이 그녀를 향하자 마미조는 피식 웃으며 천천히 손을 들며 말했다.
"누구냐!"
"내가 요즘 산이 바뀐 게 잘 적응이 안돼가꼬 말여. 길을 잃었는디."
마미조가 능청스럽게 머리를 만지며 말하자 서로 곁눈질을 몇 번 하던 텐구들은 무전기를 꺼내 들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단 신분증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려, 어디 보자. 여기에 있었는데. 그나저나 가진 게 한두 개가 아닌디 요즘 나이가 먹어서 어떻게 생긴 거였제?"
그러자 다른 텐구가 포승줄을 꺼내고 다른 텐구가 자신의 신분증을 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생긴 겁니다."
마미조가 그것을 보고 품 안에서 빻은 담뱃잎을 보았던 모습과 같은 신분증으로 변신시켜 보여주자 치안과 텐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에게 무전기와 포승줄을 집어넣으라고 지시했다.
"요즘 철저하게 관리하나 본디 수고가 많으이."
"아닙니다. 요즘은 경비대장님도 안 계셔서 최고경계태세거든요."
"경비대장이라 하믄?"
"이누바시리 모미지 경비대장님말입니다."
"으음?"
마미조가 아야의 카메라를 갈아주던 모미지를 생각하며 생각에 잠기자, 다른 텐구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 어르신. 요즘 시대 바뀐 걸 잘 모르시니 의아하시겠네요. 주민 융합령 이후에 텐마님과 대텐구님이 이제 신분이나 종족이 아니라 능력으로 대접해주는 시대가 왔다고 하셔서 신분낮은 백랑텐구에서 천리안의 능력으로 초고속 승진한 능력자이자 존경을 받는 신분이 낮던 여러 텐구들의 우상이십니다."
"호오, 대단하구먼. 훈훈하고 좋은 정보 고마우이."
"가시죠. 마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요새 눈이 어두워가 이상한 게 산에 쫙 있으니 길을 잃으면 힘드니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여."
마미조가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연기를 하자 텐구가 코를 훌쩍 거리고는 대답했다.
"그래도 어르신, 감지기가 산 주변에 가득하니 오히려 이렇게 길 잃으신 분들도 찾고 침입자도 막고 더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으세요. 다만 너무 예민해서 강한 바람이나 야생동물이 건들어버려서 소음공해가 지독할 정도로 심하지만요. "
"그럼 우리 텐구선생들은 경비대장의 수하들인겨?"
"네, 저희가 경비부대 안에 속해있는 내무 경찰 업무를 담당하는 치안과 소속이라서요."
"이렇게 도움도 주고, 수고가 많고만 그래."
"하하. 아닙니다. 근데 어르신, 아까부터 냄새가 조금 특이하시네요."
"야, 우리도 할 일 많으니 빨리 민원 처리해드리자고, 가시죠."
출입 통제소에서 다른 참배객들의 출입을 통제하던 백랑텐구는 코를 훌쩍거리며 고글을 낀 카라스텐구가 고글에 내장되어 있던 이어폰을 빼면서 손짓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통제소 주변 초소 안으로 들어갔다.
초소 안 통신실에서 무전기를 만지던 캇파에게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는 싸인을 하자 캇파가 알겠다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품 안에 있던 두루마리 종이를 펼쳐 써진 그대로 다이얼과 회선을 만진 후, 방음장치가 되어있는 통신실의 문을 닫고 무전기의 수화기를 건네주었다.
"1급 보안통신! 산 안에서 단결. 출입통제소입니다. 일단 수상해 보이는 대상에 대해 어떻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령대로 그냥 통과시켰습니다. 어쩔 수 없죠. 저희가 액신과 맺은 약속도 있고 애초에 검문소에 액이 깃들면 안 되니 검문 자체도 불가능하고요. 예, 예, 그럼요. 저희 백랑텐구들 특기가 뛰어난 후각 아니겠습니까. 물론 혹시 모르니 지나간 다음에 냄새를 맡는 정도지만 말이죠. 하지만 제아무리 검문검색이 어려운 액신으로 다녀도 저희가 이 산에서 한정된 주민의 얼굴과 냄새를 다 아는데 이질적인 너구리 냄새는 지울 수 없지요. 의심? 의심받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얼굴 오래 보지 못했습니다. 설치된 카메라로 몰래 사진도 찍어놨으니 일이 잘못되는 유사시에 침투했다는 증거자료로 쓸 수 있을 겁니다. 저희야 위에서 내려온 대로 했으니 대장님이랑 저희에게 불이익은 없는 건 맞겠죠? 하하하. 알겠습니다. 산 중심 마을로 올라갔을 겁니다. 치안과에 연락해 주시하도록 요청하고 카메라가 찍어내는 일반 사진이나 열 영상 사진 등 증거자료는 전부 부쳐드리겠습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산 안에서 단결."
수화기를 내려놓은 백랑텐구는 캇파가 술과 함께 안주로 먹고있던 오이조각을 입에 집어넣고 씹으면서 말했다.
"비밀회선으로 안 해도 되니까 치안과장님 연락하고, 경비부대 상부에도 연락해. 액신으로 변장해있으면 검문검색도 어렵고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캇파가 머뭇거리면서 울상으로 덜덜 떨며 오이를 우물거리는 텐구의 얼굴만 바라보자 텐구가 한숨을 쉬었다.
"이거 하나 먹었다고 그러냐. 하나 더 사줄 테니까 빨리 연결해! 빨리!"
나즈린도 다우징 로드를 들고 바위에 앉아서 길게 한숨을 쉬면서 쥐들을 불렀다.
"자, 너희. 산에 잘 갔다 왔지?"
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방 뛰면서 격양된 움직임을 선보였다.
"응? 너희가 산 안으로 들어가보질 못했다고?"
다른 쥐 몇마리가 하소연하듯 꼬리를 흔들면서 떨리는 울음소리를 내자 나즈린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소리야. 산은 지옥이라니? 산 안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면서?"
다른 쥐가 나즈린에게 귓속말을 하고는 픽하고 죽는 연기를 하자 나즈린도 당황하며 물었다.
"뭐? 산에 이상한 물건들이 소리를 내서 들어가자마자 들켜서 쫓겨나고 들어가더라도 잡히거나 쥐약에 쥐덫으로 많이 죽었다고?"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게다가 고양이도 있고 너희 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도 이상한 물체가 경보음을 울리자마자 잡히거나 쫓겨나서 너희처럼 산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니 무슨 소리야?"
나즈린이 당혹감에 얼굴이 붉어지다가 격분하며 쥐들에게 소리쳤다.
"야, 니들 땅속에 굴 파고 들어가면 되잖아!!"
그러자 쥐들이 항의하듯 펄쩍 뛰면서 매서운 눈초리로 사납게 울어댔다.
"산 지하에 격벽들과 함께 감전되는 줄들과 물이 흐르는 관들이 가득한데 거기도 쥐약과 쥐덫, 고압증기에 위험한 가스로 가득해서 목숨 걸어야 한다고? 음... 나 참."
기가 막혔는지 혀를 찬 나즈린이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쥐들을 달래주고 다우징 로드를 챙겨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도대체 산이 뭐 어떻게 되었길래 그 사달이야. 들어가지 못하면 자세히 알 수가 없잖아. 주변 요괴들에게 물어보면서 정보라도 모아야겠군."
치안과 텐구들의 안내를 받아 마을로 들어온 마미조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
"덕분에 마을에 잘 도착했구먼, 수고가 많구마잉."
"아닙니다. 불편하신 게 있으시다면 저기 제일 큰 건물인 주민 통제소에서 도움받으시면 됩니다. 그럼."
마미조가 돌아가는 그들을 흘깃 쳐다보면서 제일 큰 팻말에 삼각형 안에서 중심을 향해 화살표가 각 꼭짓점으로부터 시작해 모여있는 그림과 함께 '산 안에서 단결'이라는 표어와 함께 각 삼각형의 바깥 꼭짓점에서 시작해서 3개가 대각선처럼 펼쳐져 있는 화살표와 함께 '산 밖에서 척결'이라는 표어가 쓰여 있는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계속 걸어가면서 '여름은 안보의 계절'이라는 문구가 달린 나무판과 색칠하지 않은 거미 같은 그림에 산의 자연이 파괴되고 위에서 달이 지켜보는 그림과 함께 '달의 무자비한 침공을 잊지 말자' 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보고 의아해하며 주민 통제소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카라스텐구가 쥐여주는 번호표를 받고 담당하는 번호부서로 간 마미조는 서류가 가득한 책상에 앉아있는 캇파의 미소와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무슨 민원으로 오셨습니까?"
"내가 요즘 밖을 잘 안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 산이 어떻게 바뀐 것인지 잘 모르겠구마잉."
마미조가 겸연쩍은 미소를 짓자 캇파가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러시군요. 저희가 1년 전에 달의 침공을 받은 건 기억나시죠?"
"아, 그랬제."
"그 때 달의 보이지않는 기계를 통한 삶의 터전인 산의 자연 파괴와 더불어 달에서 선발대로 보낸 정보부대가 아무런 방해없이 산에 침투해 임무를 수행한 그 사건 때문에 산이 발칵 뒤집힌 이후로 안보에 문제가 제기되어 텐구의 힘만으로는 방위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거든요. 그래서 모든 종족이 산 안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주민 융합령 이후로 산 안에서는 모든 종족이 차별없이 단합을 추구하면서 고집 센 텐구들이 높은 자리도 양보하고 저희 캇파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임으서 그렇게 큰 개혁이 있었죠."
"그럼 여긴 어떤 곳일랑가."
"아. 여기는요. 주민 융합령 이후로 주민 등록이 시작되면서 저희 캇파의 과학 기술력과 텐구들의 정보력으로 선진적인 행정체계가 도입되면서 이렇게 주민들이 대텐구님이나 텐마님 같은 상부에게 민원 및 고충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주민 통제소예요. 주로 신분증 갱신이나 발급, 호구(戶口)조사나 연금, 연말정산같은 것들요. 그래서 저 같은 캇파도 이렇게 공직을 맡게 되었죠. 그러니 들어올 때는 출입통제소, 들어와서는 주민통제소를 관리를 받게 되는 거예요."
"아, 그렇고만. 주민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기가?"
"주민증은 일단 개인정보 서류 작성하시고 자택에 대한 호구조사 동의서랑 털이나 혈액같은 신체 인증, 대텐구님의 면담 후 승인서가 미리 필요해서 바로는 안 되세요. 예전에는 널찍하게 받아들였다가 하필 달의 침투부대가 가볍게 들어오는 바람에 정착이 아주 까다로워졌거든요."
'으음, 출입증을 맨들어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건 글렀고만.'
"글면 달에 침공을 받았던 것좀 어떻게 생각허는지 물어볼 수 있을랑가?"
그러자 캇파가 친절했던 웃음은 어딜가고 격분에 찬 눈으로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달은 망해야죠! 없어져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져 하루가 8시간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아주 박살이 나야 한다니까요. 비겁하게 보이지도 않는 공격으로 우리 산을 짓밟고 파괴하고 정탐하고 침략을 위한 베이스캠프까지 호수에 꾸려 유린하고는 책임자가 사과도 없어요! 저희가 파괴된 자연을 복구하는 산 복구사업으로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그것들 때문에 우리 산이 이렇게 된 거라고요!"
주변에 민원을 받던 공무원과 서류를 내던 주민이 기웃거리며 놀라든 말든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캇파를 보던 마미조가 불만에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게 말여. 고것들이 당장 망해야 우리 속이 편할거인디. 내는 모리야 신사쪽에서 해결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는가벼."
"모리아 신사랑 저희랑 별개죠. 사나에 님이 해결을 봐서 달의 침투부대와 비겁한 병기도 혼쭐이 나서 철수했지만 엄연히 박살 난 건 우리인데 우리의 입장에서 해결 본 게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침공 명령을 내린 책임자가 사과도 없다는 데서 더 분통 터지고 괘씸한 거죠."
마미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유심히 듣는 사이, 옆 창구에서 번호표를 책상에 내려놓은 이바라기 카센이 건너편의 공무원과 승강이를 벌였다.
"아니 글쎄, 그 쿵쿵거리는 소음 때문에 우리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을 못 잔다니까요!!"
"자자, 진정하세요. 그곳은 공장지대라 소음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소음 뒤에 울리는 진동은 어떻게 처리하려고요! 소리와 땅을 타고 흐르는 진동은 술식도 뚫는단 말이에요! 이런 공해에 동물이나 요수들이 얼마나 사나워져 있는 줄 알기나 해요?"
"일단 주민 권유로 신청 접수하고 공장과 집 주변에 방음벽을 설치해 드리죠. 그리고 동물용 진정제가 있으니 일단 받아가세요. 그리고 잠시만 무전 좀 받을게요."
마미조는 옆 창구에서 카센에게 '영원정'이라고 써진 약을 건네주는 것을 보고 캇파에게 물었다.
"달이 밉다면서 영원정과는 거래하는가벼?"
"에이, 달이 우리랑 대화를 전혀 안 하려고 해서 그나마 대화의 창구이자 배상 협상하고 있는 곳이 영원정이잖아요. 붕붕마루 신문도 안 읽으셨나 보네요. 원흉이자 달의 지금 지도자의 스승이 영원정 의사 선생님이라는데 그쪽에서 의도한 건 아니지만, 유감이라면서 대신 돈 약간과 약들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합의는 했는데 텐마님이 당장 달의 지도자에 사과를 직접 받아야 하겠다고 뒤집어 진 걸 대텐구님이 이 정도면 꽉 막히고 오만방자한 저들에게서 실질적으로 해결본 거라고 그래서 엄청나게 시끄러웠잖아요. 그래서 토끼 중에서는 그나마 영원정 출신 아니면 산 입구에서부터 맞아 죽을걸요."
"붕붕마루 신문이라면 그 아야라는 텐구가 만든 신문을 말하는 기가?"
"네. 제일 잘 나가는 유력 신문이잖아요."
"다른 신문들도 많은디 제일 잘 나간단 말여?"
"에이, 무슨 말씀을, 대표적으로 달의 특작부대 침투사건을 그 누구보다 빠르고 자세하게 보도해서 작년에 이슈를 일으켰잖아요. 붕붕마루 신문이야 말로 누구보다 자세하고 빠른 기사를 자랑하죠."
캇파가 희동그레해진 눈으로 대답했고, 그 말을 들은 마미조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생각을 할 겸 이야기하던 캇파의 얼굴에서 그 너머를 바라보자, 옆 창구에 있었던 카라스텐구 공무원이 무전기를 귀에 대고 백랑텐구들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그들이 심드렁하게 코를 킁킁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와 자세를 고쳐잡고 말했다.
"알려줘서 고마우이. 수고하시게나."
"네. 수고하세요. 다음 분!"
캇파의 인사를 받으며 주민 통제소를 서둘러 나선 마미조가 투덜거리며 먼저 길을 나서는 카센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보게나."
"응? 네, 무슨 일이시죠?"
"요즘 산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들었네만."
카센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오, 말도 마세요. 그것 때문에 미치겠으니까."
"원래 동물들이 소리에 민감하제.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고 벗어날 수 없으니 답답해 분통 터질일이니께 말여."
"네, 맞아요. 요즘 애들 표정도 짜증이 가득한 표정이라 달래주느라 힘들어요. 정말 그 힘들어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려면 제 마음이 다 미워져서어엉엉"
감정이 복받쳐 우는 카센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울도록 놔둔 마미조가 훌쩍거리는 카센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흑흑. 감사합니다. 누구신지도 모르는 초면에 실례를 범했네요. 죄송해요."
"괜찮혀. 울고 싶을 땐 울어야 응어리가 없는 법이제. 그나저나 내가 알기로는 남이 못 들어가게 술식으로 막혀있다고 들었고만, 그게 완벽하게 차단되는 건 아닌가벼?"
"아무리 술식이라지만 공기나 땅같은 매질이 분리된 확실히 격리되어 있는 결계같은 게 아니라서 소리나 지진같이 큰 진동은 들려요. 훌쩍, 예전에는 대텐구에게 따져도 소식이 없었는데 요즘 주민 통제소가 일 처리는 빠르니 될 때까지 항의하려고요."
눈물을 닦은 카센이 젖은 쪽이 닿지 않게 손수건을 접어서 건네주자 마미조가 받으며 말했다.
"손에 있는 받은 약은 먹임 효과가 있는겨?"
"잠시지만 있긴 있더라고요. 영원정에서 만든 거니 효과는 확실하겠지만. 약을 먹이는 게 좋은 게 아니니 원인부터 해결해달라는 거죠. 자꾸 이렇게 진통제처럼 때우려고만 하니."
"소음을 아예 멈출 수는 없는갑제?"
"요즘 뭘 한다고 한거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아예 출입을 못 하게 하니까요."
"난 나이가 많이 주변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말만 들으면 주민 융합령이후로 모든 주민이 편해진 건 아닌가벼?"
"뭐 편해진 건 사는 데 있어서 능력에 따라 신분과 별개로 평등해졌으니 좋지만, 달의 침략을 받은 것 때문인지 경계가 산 외부뿐만이니라 내부도 삼엄해졌죠. 이상한 시설이나 건물들도 많이 생겼고요. 그래도 종교에 대한 지원과 주민에 대한 복지와 서비스 등 다양한 자유와 생존권을 보장하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다만."
"다만?"
"그전보다 굉장히 폐쇄적으로 바뀌었어요. 주민등록도 그렇고 외부인뿐만 아니라 내부 주민도 철저히 통제하고요. 주변에 감지기를 깔아서 못 들어가게 한 지역도 많은데 산 복구사업 후, 아직 복구되지 않은 지역이라 위험하다고 하지만 수상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렇고만. 내가 붕붕마루 신문에도 비슷한 기사를 본 것 같으인디."
"네? 그랬었나요?"
마미조가 슬쩍 떠보면서 카센의 반응을 살피자 카센이 당황하며 말했다.
"붕붕마루 신문은 그냥 위에서 내려오는 정책에 대한 소리나 가정 통신문, 스캔들을 담는 찌라시에 불과해요. 달의 침공을 보도한 이후로 인기가 좋아져서 자기 위 요괴들의 눈에 들어 팍팍 밀어주느라 산의 유력신문이 되긴 했지만 텐마같이 산의 윗 요괴의 대변인에 불과하다고요. 올바르다고 보긴 힘들죠. 게다가 이렇게 산의 사회를 바꾼 게 텐마와 대텐구인데 그것에 벗어나는 기사를 쓸 리가 없잖아요. 자기도 아래 요괴인 이상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겠죠. 다른 텐구들의 신문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흠.. 그렇구마이."
마미조가 계속 생각하면서 담배를 피려 하자 카센이 기겁하며 말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산에선 산불 방지한다고 금연인데요?"
"아, 쪼까 마음이 답답해서 말이제."
담뱃대를 집어넣는 그녀가 겸연쩍은 미소로 말하자 카센도 답답한 듯 말했다.
"투명한 물체가 자연을 박살 낸 후에 그거 원상태로 복구하는 산 복구사업에 노동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하더라고요. 저도 동물들에게 먹일 먹이가 없어져 큰일을 겪었고 캇파들도 삶의 터전인 물가가 없어졌으니 뭐.. 그래서 자연보호에 혈안이 돼서 불만 보면 텐구나 캇파들이 뒤집혀요."
"아까 통제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생각보다 하지 말라는 게 많은가벼."
"심지어 가로등에 안내 스피커 설치한다고 지하에 깔아놓은 전기선과 물이 없어서 지하 수로관으로 지하수를 끌어오기 때문에 땅도 함부로 못 파는 걸요. 치안과에 잡혀가 조사받아요."
"참, 주민으로 살기도 박하구마이."
"뭐, 어쩌다 여기 살게 됬으니 할 말 없죠. 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할테니까요. 침입자를 찾기 위한 감지기 때문인지 시종일관 울림소리가 끊임이 없어서 야생동물이 거의 사라졌거든요. 시끄럽기는 해도, 사실 제가 할 말은 아닌 게 저야 키우던 동물이 탈출해서 길을 잃으면 감지기 덕분에 쉽게 찾지만요."
카센이 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머뭇머뭇하더니 황급히 서두르며 말했다.
"저 애들 약좀 줘야 돼서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선인 양반. 내가 제대로 된 신문을 읽고 싶어서 그러는디 아야같은 흔한 기자들 말고 다른 방향으로 쓰는 기자들을 더 아는가?"
"음.. 글쎄요. 기자들은 다 똑같아서요. 음.. 아! 얼굴도 잘 못 뵈고 소식이 없어서 이 산 어딘가에 아직도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하타테 씨라고 그분도 기자인데 예전에 신문으로 아야 씨랑 다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분 신문을 한 번 찾아보세요."
"고맙구만 그려."
만족스러움이 가득한 마미조의 인자한 미소에 카센도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아네요. 저야말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죠. 그럼."
카센의 '오늘은 왜 이렇게 늑대 애들이 많이 돌아다니지.'라는 혼잣말까지 들은 마미조가 치안과 텐구들과 걸었던 길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자마자 길가마다 무장한 카라스텐구들과 코를 킁킁거리는 백랑텐구들이 서둘러 수색에 나서는 것을 목격했다.
'이것들이 냄새로 찾는 모양인가비. 다음엔 더 주의를 해야 쓰겠구먼.'
마미조가 히나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경비병력이 쫙 깔린 길을 벗어서 풀 내음이 물씬나는 풀숲에 몸을 숨기며 탐지기가 있나 없나 두리번거리며 조심조심 내려가자, 하늘에서 무전기를 등에 멘 텐구와 옆에서 무전기의 수화기를 든 텐구가 긴급한 목소리로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산 동쪽에 침입자 발견! 기체 생명체로 추정된다! 즉시 요격 및 체포 바람!"
'기체 생명체 말여?'
마미조가 뭐지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저야 운잔을 보내면 되니까요.'라고 했던 이치린의 말이 생각나 피식 웃었다.
"아이고오. 운잔도 대놓고 들어갔나 봅네. 구름 속에서 멀리 지켜봤으면 들키지 않았을 거인디."
"거기 누구야! 수풀에서 나와!"
혼잣말하던 마미조에게 백랑텐구가 매서운 눈빛으로 불빛을 비추며 검을 겨누자, 마미조가 아무 말 없이 수풀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헉, 액신! 음. 어. 액신님 전 눈이 없습니다. 못 본 거예요. 삼점일사이구팔사육삼이칠.."
백랑텐구가 냄새를 맡을 겨를도 없이 멘탈이 나가 눈을 감은 체 벌벌 떨며 엔가쵸(エンガチョ)를 하면서 액막이와 함께 조심조심 뒷걸음치자, 장난기가 발동한 마미조가 웃으며 다가갔다.
"아악! 잘못했어요! 오지 마세요! 이사삼구구사팔칠육삼이삼삼아아악!! 이팔칠!!."
그러나 못 볼 것을 본 듯 머리를 부여잡고 덜덜 떨며 뒤돌아서 도망하려 하는 텐구에게서 나온 다음 소리가 재밌게 보던 마미조의 유희를 깨트렸다.
[무슨 일이야! 진정하고 보고해라! 방금 액신이라고 했나?]
'이런, 무전기를 켜두고 있었고만. 우짜면 새때마냥 몰려올 수도 있겠구먼.'
마미조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 아랫길로 뛰어가 산을 벗어나는 사이, 다른 텐구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신없이 움직였고, 관문인 출입통제소에 다다르자 텐구와 캇파들의 의도적인 무관심 속에 유유히 춤추듯 턴을 몇 바퀴 돌면서 산을 벗어났다.
AM 11시 50분 인간마을 시장
"지금쯤 교육 잘 받고 있으려나."
인간 마을에서 토지코와 함께 시장을 나돌던 미코가 너스레를 떨었지만 토지코는 아무런 반응 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런 이런, 자네는 나에게 회의감을 가지고 있군.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가?"
"옛? 아니 아닙니!"
얼굴까지 붉어지며 황급히 부인하려던 토지코의 입에 집게손가락을 붙여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미코가 싸늘하게 말했다.
"자네는 자네의 욕망과 속마음을 꿰뚫는 나를 능멸하는 건가?"
"죄송합니다."
"그래, 애써서 자길 변호하고 변명할 필요 없네. 죄송하다는 말이면 다 끝나. 그 외에 뭐가 더 필요한가."
"다만..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걱정하지 말게. 난 장사꾼이 아니더라도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아. 도교의 증진을 위한 길이지."
미코의 웃는 모습과 다르게 심란한 표정의 토지코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휴, 얼토당토 않고 아무런 개연성 없는 이 일에 분명히 태자님 말씀이 맞기를 바랍니다."
미코가 길을 걸어가면서 무언가 발견하고는 토지코에게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는 요괴는 그 절의 요괴가 아닌가?"
토지코가 깜짝 놀라 미코가 가리키는 방향을 유심히 쳐다보자, 그곳에는 나즈린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고 있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태자님, 절의 쥐 요괴죠."
"으흠."
미코가 나즈린이 눈치 못 채도록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조심조심 거리를 두고 접근하자, 토지코도 의아해하며 조심히 미코의 뒤를 따랐다.
같은 시간, 시장의 한쪽에 있던 나즈린은 소문을 들으면서 정보를 모으는데 한창이었다.
"그럼 산에서 텐구들이 뭐라고 했는데?"
"그냥 이곳저곳 돌면서 아마노자쿠를 본 적 없냐고 물었었지."
"아마노자쿠? 그 외에 산에서 뭐 이상한 건 없었어?"
"요즘 텐구랑 캇파들이 모리야 신사로 가는 길을 개방해서 오고 가기가 쉬워졌어. 산 깊숙이는 못 들어가지만 요괴들이 종교적인 부분에서 인정하고 물러섰다는 건 모리야 신사의 강성함을 인정하고 숙였다고 봐도 되겠지. 자기들은 부분적 개방주의라고 말하긴 하지만 말이야."
"모리야 신사는 왜?"
팔짱을 낀 나즈린이 심드렁하게 말하자 행인 중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모리야 신사만큼 우리 인간에게 편의를 잘 봐주고 요괴를 잘 퇴치해주는 곳도 없거든. 그러니까 산의 요괴들도 굴복해 따르는 거지, 요괴들이 소란을 피우려고 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요즘 신통력이 굉장한 사나에님이 바람처럼 와서 친절하게 금방 해결해주고 가시니까 말이야. 너희와 좀 반대지."
"우리가 뭘?"
"에이, 알면서 감싸주고 그래. 비위생적이고 곡식이라면 싸그리 먹어치우는 극성맞은 절의 쥐떼에 요괴들의 음주 난동에 귀청 떨어지는 소음에, 너희가 폐 끼치는 것만으로도 인간에겐 시련이자 재앙이라고."
나즈린이 기분이 나빠서 금덩이를 각자에게 하나 던져주자 행인이 반색하며 말했다.
"아이, 뭐. 우리 인간이야 알 수 없는 요괴에 대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거고. 지금 어쩔 수 없이 다 같이 사니까 기본적인 생활에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
"하아, 그럼 혹시 아야라는 까마귀 요괴에 대해선."
"아, 그 자기가 깨끗하고 정확하다고 질리도록 말하고 다니는 이상한 신문을 대량으로 뿌리는 요괴 낭자를 말하는 거야?"
"응, 맞아."
"뭐, 찌라시나 뿌리지 뭐. 나무에 불붙이기 전에 쓰는 불쏘시개로 쓸만한 연료말야."
"근래에 그전보다 엄청나게 뿌리고 다니더라고. 팔심이 어마어마해서 현관 문에 '신문 사절'이라고 붙였는데도 대문을 관통하고 방문까지 뚫어서 안방 옷장에 깊숙이 박혀 있더라니까. 돌돌 말린 신문지 뭉치가 말이야."
"그래? 흠, 그거 말고 뭐 더 이상한거 없어? 평소와 다르다거나"
"글쎄. 그 외엔 옆집에서 소문으로 들은 건데 요즘 일어나는 사건에 관해 자주 물어보긴 하지. 기삿거리로 쓰려나 봐."
"맞아. 나도 들었어."
말하는 사람과 옆 사람이 맞장구를 치자 나즈린이 물었다.
"무슨 소문?"
"아, 요즘 인간 마을에서 괴담 같은 사건인데 밤중에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거야. 완전히 실종되는 예도 있고 다시 돌아오는 예도 있는데 멀쩡해 보여도 그 사건에 대해 물어보면 벌벌 떨면서 자신은 모른다고 입을 다문다더군."
"뭐?"
"아니, 내가 듣기론 말이야. 뿔이 뾰족한 오니들이 습격하는 거라고 하던데. 습격당한 사람이 그렇게만 말했어."
"오니라고?"
"아무튼 성격이 나쁘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더 그렇다고 하더라고. 우리야 하쿠레이 신사에는 '그 오니'가 있으니 말하기 껄끄러워서 모리야 신사에 퇴치를 부탁했거든."
"그래서?" 나즈린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사나에 님이 사람들을 습격하지 말라고 대판 혼내줬는데 그때부터 기습적으로 더 기승을 부리는가 봐. 요괴스럽게 뻔뻔하더라고. 가만히 있는 자기들을 건드렸다고 말야."
"근데 그거 오니들이 한 건 맞대?"
나즈린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습격당한 사람들 말로는 그랬어. 뿔이 있고 둔탁한 저음의 오니 목소리였다고."
"흠... 습격당한 사람 좀 알려줄 수 있어?"
나즈린이 금덩이를 하나 더 나눠주자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그러지."
나즈린을 발견하고는 뒤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미코가 웃으며 돌아서자, 그 광경을 보던 토지코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외쳤다.
"절도 어지간히 관리가 안 되는 모양이군요. 지금은 교육시간 아닙니까."
"저 요괴가 가르치는건 아니니 심려치말게. 후후."
미코의 웃음을 여전히 의아하게 생각한 토지코가 물었다.
"태자님. 지금이라도 저렇게 절의 일행이 이탈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것도 절에 압박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보아하니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정보를 모으고 수작부리는 거 같은데 말이죠."
"자네의 답답하고 의아한 마음은 알겠으나 엄연히 이 일은 내 생각 안에 있네. 지금은 우리의 대외적인 이미지도 있고 멘레이키가 얼마나 배워가는 게 중요하지 딴지를 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말이야."
토지코가 '끄음'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자 옆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누가 뭘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요?"
"그야 멘레이키가 제대로 감정에 대해 알아..."
고개를 돌린 미코의 눈앞에 웃고는 있는데 소름 끼치도록 눈매가 날카로워진 곽청아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누가 무슨 감정을 배워요?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 거죠?"
"아하하, 별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나."
당황하는 미코에게 곽청아가 가까이 다가가며 살벌하게 말했다.
"말씀은 전혀 별것이 아닌 거 같은데요. 요즘 잘 안 보이셔서 이상해 뒤를 좀 캤더니, 뭘 꾸미고 있죠?"
'헉, 태자님이 곽청아가 절대 알면 안 된다고 했는데..'
토지코가 기겁해서 어쩔줄을 모르며 그들을 바라보자 미코가 당황한 채로 말했다.
"아, 있잖아. 그게 말이지. 멘레이키를 절에 교육을 맡겼거든. 텐구가 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뭐라고요? 그걸 받아들여요?"
"그럼 조건이 좋은데. 해야지."
"절이랑 그렇게 싸우고 이제 와서요? 후후후후 정말 웃기는 상황이네요. 직접 하자고 한 건가요? 아님 그 텐구들이 먼저 하자고 한 건가요?"
"텐구들이 머, 먼저 하자고 하긴 했는데." 미코가 난처함에 말을 막 던지며 말했다.
'응? 왠지 그때 엄중한 말투와는 다르게 다 말해주시는 거 같은 느낌인데."
토지코가 여전히 의아한 채로 바라보자 팔짱을 낀 곽청아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흠, 알겠어요. 참 꼴사나운 일을 하다니. 잘 알아두도록 하죠. 이 우스꽝스러운 일에 제가 뭘 하든 막진 마시고요. 후훗"
곽청아가 말을 마치고 사라지자 당황함에 땀까지 흘린 미코가 땀을 닦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후, 깜짝 놀라서 다 말해버렸네. 사고나 치지 말아야 할 텐데 큰일이군."
'정말 그러셨던 걸까. 아님..'
토지코가 애석해 하는 미코의 뒤에서 유심히 그녀를 바라보자 미코가 머리를 긁으며 가자는 손짓을 하고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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