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1시 경 명련사
오후가 되어 작열하는 햇살과 경쟁하듯 끊임없이 바람을 일으키며 땀을 흘리는 아야와 혀를 내밀며 '헥헥'거리는 모미지, 바람마저도 더운지 자신에게 부채질하는 코코로에게 몰아붙이는 사이, 그들의 눈에 방문한 요괴와 사람들로 붐비는 명련사의 바쁜 일상이 펼쳐졌다.
"어? 너희 왔어? 한참 법회라 바쁠 때 왔네. 잘 지냈지?"
신자들을 위한 물통을 나르던 무라사 미나미츠가 그들을 발견하고는 화색이 돌면서 반갑게 인사하자,
삼인방도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무라사 씨. 잘 지내셨나요?"
"뭐, 지내는 거야 똑같지. 교육받으러 온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좀 기다려야 해. 뱌쿠렌이 지금 설법 중이라서 말야. 우리도 지금 정신없고."
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삼인방을 살폈다가 물통을 건네주며 말했다.
"어? 너네 땀 많이 흘렸잖아. 더운 날씨에 찾아오느라 고생했으니 마셔."
"어머, 감사드려요!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도 그늘이 없으니 무척 더웠거든요."
아야와 모미지, 코코로도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는 코코로가 먼저 물을 마시고 손에 물을 조금 적셔서 몸을 식힐 겸 목과 얼굴을 문지르자 바로 받아서 벌컥벌컥 물을 들이켠 아야가 깊은 날숨을 뱉고서 미소를 지었고, 건네받은 모미지는 마시려던 손을 급하게 멈추면서 아야를 돌아보았다.
"야, 너 어느 쪽으로 마셨냐?"
"알아서 마셔. 물만 마시면 됐지!" 아야가 입가를 닦으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내가 너 입댄 곳에 마실 것 같아?"
"니넨 목말라 죽어가는데 그런 거 따지고 있냐?" 무라사가 한심하게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냥 이 언니 허리춤에 있는 이걸로 떠 마시면 안 돼?"
코코로가 무라사의 국자를 가리키며 묻자 무라사가 난색을 보했다.
"미안하지만, 이거 그런 용도아냐. 쓰는데 상관은 없어도 이걸로 마셨다간 좀 기분이 오싹해질걸."
못 견딘 모미지가 물통 전부를 입에 부어버리자, 웃음과 함께 낯익은 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들려왔다.
"하하하. 자네들도 드디어 왔는가."
후토가 소매를 너풀거리며 반갑게 맞이하자 삼인방은 대답대신 여기 왜 있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허 참. 뻔하지 않은가. 교육을 똑바로 하나 안 하나 지켜보러 온 거라네!"
"아침부터 찾아와서 심심하면 종도 쳐가며 내내 기다리더라고." 무라사도 질린듯이 이야기했다.
지나가는 인파를 헤쳐 일로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나즈린이 낯익게 소란스러운 그녀들을 발견하곤 황급히 다가왔다.
"뭐야? 하필 바쁠 때 한꺼번에 다 와버렸잖아. 잠깐만 내가 다 불러올 테니까."
말이 마치기가 무섭게 근처에 있던 쥐떼가 움직이면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설법하는 쇼, 목탁을 두드리면서 경을 외고 있던 이치린, 처음 오는 신자들에게 명랑하게 절 안내를 하던 쿄코와 요사채 1 근처 그늘에서 술과 함께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마미조와 누에, 남을 놀래주려고 준비하다가 석등 그늘 옆에서 잠든 코가사까지 깨워서 데려오자, 나즈린이 쥐들에게 품에서 쌀들을 던져주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냉철하게 일 처리를 시작했다.
"자, 일단 모일 요괴는 모였고 절에 들어온 이상 너희 몸수색부터 해봐야겠어."
"아, 뭐, 그러세요!" 아야도 자신 있는 말투로 팔짱을 끼며 받아쳤다.
"에, 또 말입니까?" 모미지가 숨긴 필름 때문에 난처한 표정을 그대로 표하자 나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귀찮게 되었네요. 모미지도 저도 여기서 무언가 걸린다면 절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호랑이 입에 들어온 셈이니까 각오하곤 있어요. 후후."
아야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을 꺼내자 그와 비교되는 인상 쓴 모미지의 투정 섞인 말이 뒤따랐다.
"뭐야? 완전 호구(虎口)잖아."
"응, 맞아. 호구(虎口)야."
"둘 다 말장난 하지 말고 검사나 받아."
다우징 봉을 금방이라도 찌를 듯이 들이대던 나즈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에 사람들이나 요괴들이 오지 못하도록 한 뒤, 이치린, 마미조, 누에가 유심히 바라보고 '뭐, 저렇게까지 털면 뭐가 나오나?'라고 혼잣말하는 쇼와 심드렁하게 주저앉아서 턱을 괴고 무심히 바라보는 무라사, 뭐가 트집 잡을 게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빛의 후토, 호기심 가득한 쿄코와 코가사의 시선이 아야와 모미지에게 집중되자, 코코로도 곤란한 감정이 들 때 쓰는 원숭이 가면을 꺼내 들며 집중했다.
다우징 봉을 두 손에 쥐고 그녀들 주변에서 흔들던 나즈린은 아야가 목에 맨 카메라, 신경이 쓰여 침이 말라가는 모미지의 검과 방패, 매고 있던 배낭도 따로 빼놓은 채, 이번에는 펜듈럼을 꺼내 들며 열심히 탐지했다.
"허리춤의 벨트 들어봐."
아야가 거만한 표정으로 상의의 양 옆구리를 집고 벨트를 내보였고, 펜듈럼과 벨트를 번갈아 보던 나즈린이 차분하게 말했다.
"금속 반응은 그 외에는 없고 그럼 저 열외대상에 뭔가 있다는 건데."
한숨을 쉬는 모미지를 지나친 나즈린이 펜듈럼을 빼놓은 물건들에 가져다 댔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아야의 카메라를 잡고 이리저리 살폈다가 모서리에 있는 당기는 버튼을 누르려 하자 아야가 다급히 외쳤다.
"잠깐! 그거 당기면 내부가 열리는데 안의 필름이 빛을 받아서 못쓰게 돼요!"
"그거 다시 사주면 되는 거 아냐?" 누에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남의 물건인데 함부로 대해서 손해를 끼치는 건 무례한 일이죠." 쇼가 엄숙하게 반론했다.
"잠깐 확인으로 믿음을 살 수 있으믄 여기서 마구 찍어갈 텐구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닐 것이제."
마미조가 어떻게 하겠냐는 듯 담뱃대를 흔들자, 아야도 머리를 감싸 쥐며 고개를 숙이고 격양된 채로 빠르게 입을 열었다.
"으아악!! 내 필름! 아이고 카메라 만져본 요괴들도 저 말고는 안 계시면서 그거 열면 내부가 뭔지 알기나 하시냐고요!!"
"수상한 게 있나 없나 확인만 할 거야. 그러니까 연다."
씁쓸한 표정으로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는 아야가 팔짱을 끼며 쳐다보는 사이에 나즈린이 카메라의 내부를 열자 복잡한 기계 내부와 더불어 늘어진 필름과 타이머 및 시간 장치, 상단의 렌즈, 캇파가 만든 전지(電池)가 전선에 얽혀 구석에 박혀있는 광경이 드러났다.
"흠.. 흠.. 기계를 모르니 그냥 봐선 진짜 열어봐도 모르겠네. 보면서 사진 찍는 기능과 다른 수상한 물건이라고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도 내부에는 없고." 펜듈럼을 계속 살피던 나즈린이 급하게 당황하자 울상이 된 아야가 울부짖었다.
"어흐흑. 내 필름 하나가 날아갔어. 어흑."
"잘 됐네. 저걸 직접 갈아야 하는 일거리 하나 줄어서." 모미지는 쾌재를 불렀다.
아쉬워하는 누에와 이치린, 아야와 모미지의 표정과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는 마미조와 다르게 쇼와 후토, 코가사와 쿄코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한 초점에 받게 된 나즈린이 난감해서 재빨리 카메라를 닫았다.
"뭐, 없으면 됐잖아. 이거 하나 가격 청구해."
민망한지 붉어진 얼굴로 카메라를 내려놓고 배낭을 뒤져본 나즈린이 얇은 금속통으로 된 스프레이들을 꺼내 들며 물었다.
"이건 뭐야?"
"그견 땀냄셰 제겨용 데오트란트랑 모기 퇴치용 살충제에여." 아야가 울먹이면서 발음이 깨진 그대로 답했다.
"뭔가 이상하거나 위험한 물질 든 건 아니지?"
나즈린이 에어로졸 스프레이를 가리키며 물어보자 아야가 성분표시 그대로라고 답했고, 카메라와 필름들로 가득한 배낭까지 살피고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에이, 없네. 검사 끝났어."
"절간 것들은 의심이 많아 참으로 깐깐하구만." 후토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야 씨, 카메라는 괜찮나요?"
"괜찮나요오옷?????"
쇼와 쿄코의 물음에 재빨리 다가가 카메라를 확인한 아야는 내부를 열어 살펴보고 못마땅한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카메라는 괜찮은데 빛노출이 심해서 필름 일부를 못 쓰게 됐어요."
"미안하구마이, 오늘 함께하는 시간에서 떳떳해지는 것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믄 아깝진 않을 것이구려."
마미조가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아쉬워하는 누에 곁에서 다가와 필름 값을 건네주며 아야의 어깨를 토닥여주자, 아야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우, 네, 그걸로 일단 위안 삼아야죠. 잘 알았으니까 다음에 또 하실 때는 미리 필름을 뺄게요."
그 모습을 본 나즈린은 슬쩍 고개를 돌리며 혀를 차면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금덩이 하나 쥐여주고 퉁칠려 그랬는데.'
계속 지켜보던 코코로가 평범할 때 쓰는 소녀 가면으로 돌아가자,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든 말든 관심이 떨어진 코가사가 오드아이를 반짝거리며 귀엽게 여기던 코코로에게 물병을 더 건네주면서 부채질을 해주었다.
"자, 이제 나즈린은 다 된 거 같으니까. 사실 오늘 가르침은 뱌쿠렌이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하필 법회중이니까 제가 대타로 들어가고 뱌쿠렌을 불러올게요."
쇼가 말을 마치고는 머뭇거리더니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어디로 둘지 모를 눈초리로 나즈린에게 말했다.
"저기 나즈린. 내가 아무래도 보탑을 어디다 뒀는데 거기가 어딘지 모르겠네요."
"아잇! 주인!! 내가 저번에도 간수 잘하랬잖아!!"
동공이 커진 나즈린이 귀를 펄럭이며 방방 뛰면서 언성을 높이자 쇼가 겸연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무심결에 놔뒀는데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 나요."
"아이 정말. 내가 못 살아!"
한숨을 쉬면서 미간을 찌푸린 나즈린이 쥐들에게 명령을 주고는 쇼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에휴, 알았으니까 주인. 어차피 뱌쿠렌 데려올 거니까 가면서 찾자고요."
일행을 뒤로하고 쇼와 함께 절간을 돌아다니던 나즈린은 자신의 펜듈럼을 살피다가 요사채의 한 방에서 보탑을 발견하고는 쇼에게 똑똑히 보라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손가락으로 말없이 그것을 가리켰다.
"하하. 여기 있었네요.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였는데 나즈린이 찾으면 금방 나오네요!"
쇼가 겸연쩍게 어설픈 미소와 윙크를 지으며 어디로 둘지 모를 눈초리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자 나즈린이 위장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한숨을 내뿜으며 말했다.
"물건 좀 함부로 두지 말라고요! 주인."
"알았어요. 알았어."
"저번에도 그랬잖아요! 한번 말하면 좀 들으라고요!"
"네, 그럴게요."
쇼가 웃으면서 말하자 보탑을 쥐어둔 나즈린이 눈을 깜빡이면서 쇼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받고 일단 따라오세요!"
언성을 높인 나즈린에게 '또 한소리 듣겠구나.' 하며 끌려간 쇼는 공양간에서 나즈린이 건네준 자두와 도자기 병 하나를 받아들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과즙 많고 상큼한 자두가 제철이니까 설법할 때 혀 마르면 꼭꼭 챙겨 드시고 말하느라 목 타지 않게 물도 마셔주고 그러세요. 주인."
투덜거리는 말투로 팔짱을 끼며 시선을 옆으로 돌리는 나즈린을 바라본 쇼가 흐뭇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그럴게요."
"아 뭐해요! 다 기다리니까 얼른 가시고! 수고하시고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쇼의 등을 떠밀듯이 밀며 재촉하는 나즈린을 슬쩍 바라본 쇼가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뱌쿠렌의 대타로 들어가자 나즈린도 일행과 합류해 뱌쿠렌을 기다렸다.
"음, 진짜 냄새가 잘 안 나네, 뭔가 묻혀가는 것 같은 아주 미세한 향이 남아있긴 하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어."
아야가 가져온 데오트란트를 몸에 뿌려보며 냄새를 맡아보곤 감평하는 무라사 옆에서 나즈린과 이치린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야생의 후각을 가진 나즈린이 맡기엔 어때?"
"채취가 확실히 가려지긴 하네."
"캇파들이 요즘 이런 쓸만한 화장품도 만드나 봐."
"뭐, 캇파들이야 돈이 되는 거면 무엇이든 만드니까요." 아야가 웃으며 이치린의 말을 거들었다.
"나도 좀 뿌려줄래? 바람이 불긴 해도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하긴 너가 입은 옷이 더워서 그런지 땀 많이 흘리긴 했네."
두건을 벗고 소매도 반팔로 접은 이치린에게 무라사가 조밀하게 데오트란트를 뿌려주자, 슬쩍 눈치를 보던 후토가 수건을 가져와 이치린의 목 등과 볼에서부터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응?"
이치린이 당황해서 쳐다보자 후토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당장 씻지도 않을거면 땀냄새라도 덜 나야 할 것 아닌가? 절은 공공예절 정도는 지킬줄 알았더니만,"
"뭐? 얌마!"
"아하하하핫!!"
이치린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손을 높이 들며 소리치자 후토는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로 답하며 다 닦은 수건을 쥐여주고는 살그머니 주위에서 떨어졌다.
"저런 거랑 이런 건 어디서 팔아요?" 코가사가 살충제를 뿌려 코코로 주변을 배회하는 모기는 물론 벽에 앉아서 쉬고 있는 모기도 잡으며 물었다.
"캇파들이 인간 마을이나 산의 입구 참배로에 새로 생긴 장터에서 팝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공산품이죠."
모미지가 대답하고는 마음속으로 자꾸 부하들에 대한 의심이 들어 산 쪽 방향을 쳐다보면서 천리안으로 산의 모든 동태를 감시하자, 코가사가 숨을 한번 들이켜며 말했다.
"그렇구나. 놀랍네. 징글징글한 모기는 분명 빌빌거리며 죽는데, 시체가 나는 특유의 냄새마저도 못 느끼겠으니."
쿄코까지 달라붙어 데오트란트를 서로 뿌려대자 멀찌감치 뒤의 그늘에서 앉아 짧은 머리카락을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면서 지켜보던 누에가 파르르 흔들리는 머리 위 잎사귀처럼 바람을 온몸으로 쐬는 마미조에게 말했다.
"마미조, 저거 사줄까."
"됐다마. 그 돈으로 같이 안주에 술이나 걸치믄서 시간이나 흘려 보내자구마."
그러자 누에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긴 그게 더 기분 좋겠네."
아야가 틈새시장을 노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치린 씨. 그런데 운잔 씨가 안 보이네요."
자신도 모르게 움찔한 이치린이 떨려오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최대한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아, 운잔은 말야. 공부하는 게 지루하다고 도망갔어."
"음, 그렇군요. 사진으로 같이 남기려 했는데 아쉽네요."
'뭐, 사실 너희 산을 감시하러 보냈지만.'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아쉬워하는 아야를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무마한 이치린이 잘 넘어갔거니 하고 마음의 안도감을 붙잡을 때, 쇼와 교체된 뱌쿠렌이 차분히 걸어와 얼굴을 비치며 모두에게 합장했다.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뵙게 돼서 참으로 좋은 시간 이내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머리를 뒤로 젖히며 쓸어내려 정돈하면서 눈웃음을 지은 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아야와 모미지, 코코로에게 말을 걸었다.
"오시는 길은 어떠셨나요?"
"네,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좀 더운 것 빼곤 무난했어요."
아야가 쑥스러워서 목 등을 여러 번 문지르며 대답하고 코코로도 고개를 끄덕이자, 모미지도 말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더우신데도 이렇게 찾아뵈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고생 많으셨네요."
옆에서 마음껏 뿌린 이치린으로부터 테오트란트를 건네받은 코가사가 해맑은 얼굴로 코로로에게 테오트란트를 뿌려주자, 뱌쿠렌도 안색이 더 밝아지며 경쾌한 어조로 말했다.
"이 좋은 시간에 절에서 코코로 양에게 가르침을 주게 되어서 영광스럽네요. 부디 마음의 양식과 지식을 추억 속에 쌓아가시길."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고 후토도 달갑지는 않지만 인정한다는 듯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것을 아야가 사진으로 남김과 동시에 무기를 거두고 팔상전 2에 모두 모이게 하여 다소곳하게 앉혔다.
"자, 설법 대신 오늘의 가르침을 시작해보도록 하죠."
뱌쿠렌이 말을 마치고는 수많은 책을 꺼내놓자, 다들 목덜미를 만지작거리거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당황했다.
"아, 저번에 케이네 훈장님과 모코우 씨의 좋은 말씀과 가르침을 듣고 깊이 생각을 해보았어요. 과연 코코로 양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가르침이란 무엇일까, 불교적 입장에서 가르쳤음과 동시에 더 깊이 생각하고 응용할 수 있는 재량을 더 높여주기 위해서는 좀 더 관용적이고 포용적일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책들을 정리하며 다시 쌓아둔 뱌쿠렌이 아야의 플래시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대도서관, 영나암에서 감정, 성격에 관한 책을 빌려 제가 미리 예습했었습니다. 저는 불교에 귀의한 승려이지만 약속이 절에서 가르치는 것만큼 코코로 양이 절에 온 인상 불교적 입장뿐만 아니라 하나의 생애에 도움이 되기를 절실히 바라므로 얻어 가는 게 많도록 방대한 지식을 가르쳐주려 합니다."
후토가 굉장히 흥미로운 표정으로 턱을 괴면서 뱌쿠렌을 쳐다보자 코코로도 흡족해하며 말했다.
"좋아! 덕분에 엄청 광범위하게 강해질 수 있겠어!"
만약을 대비하여 모미지 옆에 앉은 이치린과 나즈린이 맞는 말이라 감탄하여 손뼉을 치긴 해도 불교적 입장이라 어설픈 웃음의 애매모호 표정을 지었고 다른 요괴들도 호탕하게 웃는 마미조를 포함해 감탄사를 던지면서 뱌쿠렌에게 열망 있는 눈길로 답하자 뱌쿠렌이 입을 열었다.
"불교적 입장은 그대로 유지하는 거니까 아야 씨는 기사 이상하게 쓰지 말아 주시고요."
"아, 네네. 그럼요." 아야가 빙긋 웃으면서 그대로 펜을 꺼내 문화첩에 적으며 말했다.
"그리고 부탁 좀 드려볼게요."
아야가 그 말에 의아해 하며 머리를 긁적이면서 뱌쿠렌을 바라봤다가 그녀의 손을 흔드는 제스처를 이해하고는 엽단선을 흔들어 피부의 땀샘도 움추려들 서늘한 바람을 실내에 솔솔 불어넣었다.
"자, 그럼 저 대신 수고 해주시는 본존이신 쇼 씨에게 감사를 드리며 이렇게 다들 감정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 모였으니 오늘 감정과 기분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본론에 들어가 보도록 하죠."
"네, 주지승님. 좋은 생각이시네요."
"그럼 코코로 양부터 시작할까요?"
"난 아주 신나고 좋은데?"
"왜 기분이 좋을까요?" 뱌쿠렌이 손을 다소곳하게 포개며 인자한 미소로 물었다.
"얼른 배워서 엄청 강해질 거니까!"
코코로가 들뜬 표정의 가면으로 주먹을 움켜잡고 뒤로 팔을 당기며 의지를 불태우자 코가사도 우산을 젖히고 코코로를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저도 좋아요! 코코로도 또 보고요!"
"전 그냥 무난해요." 이치린이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왜 그런지 물어봐도 될까요?"
"뭐, 딱히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오늘 그냥 그래요."
"그렇군요. 나즈린은요?"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나즈린도 살짝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으흠, 그럼 미나미츠는 어떤가요?"
"난 좋아. 이런 만남은 시간 빨리 때우는 데 안성맞춤이거든."
웃고는 있지만 귀찮음이 묻어나오는 말투와 억양의 무라사를 보고 뱌쿠렌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독백했다.
"오늘은 우리 절 쪽이 분위기가 처진 것 같군요."
고소함에 피식 미소를 짓는 후토와 눈이 마주친 뱌쿠렌은 그녀에게 잔잔한 말투로 물었다.
"후토 씨는 기분이 어떤신가요?"
"절간에서 파계한 무리에게 둘러싸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군."
후토가 디스와 호감을 넘나드는 대답을 하자 이치린과 뱌쿠렌, 나즈린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도 다들 모여서 떠들썩하고 좋아요!!! 쿄코도 옆에서 활짝 웃으며 끼어들었다.
"저 역시 이렇게 다들 모이시는 자리에 껴서 얼굴도 뵙고 좋네요!"
아야가 카메라를 열심히 들이대며 플래시를 터트리고 말하자, 뱌쿠렌이 머뭇거리는 모미지에게 물었다.
"이제 한 분 남으셨네요."
"예? 아, 저는."
모미지는 솔직히 사건도 있고 기분이 난장판이었기에 불편한 심기를 우회하여 표현했다.
"좋았을 수도 있었겠네요. 아니 이 까마귀랑 같이 있지만 않았어도 말이죠."
"피, 난 좋은 줄 아냐."
"그럼 부르지 마!"
"이렇게 합법적으로 부려 먹는 기회가 흔한 줄 아니?" 아야가 비웃으며 엽단선으로 입을 가렸다.
"아이 이게 진짜 작작 좀 골탕먹여라! 아작나기 싫으면!"
'자자, 알았으니까 두 분 다 그만 하세요."
모미지가 한숨을 푹 내쉬고 아야가 웃음을 짓는 사이, 뱌쿠렌이 목탁을 몇 번 치면서 분위기를 정돈하며 말했다.
"그래요. 다들 어떤 기분인지 우리가 서로 알게 되었네요. 코코로 양도 들으면서 공감이 가나요?"
"응,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론 모르지만 지금 기분은 알겠어."
"네, 그런 공감하는 자세가 중요한 법이니까 배워가면서 잘 기르도록 해요. 그럼 설법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불교에서 감정에 관해 이야기했었는데 오늘은 기쁨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죠. 우리 불교에서 기쁨이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번뇌를 버리고 자신이 참된 깨달음을 얻게 될 때 주어지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신의 욕구나 바람이 충분히 충족되었을 때 오는 행복감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행복과 연관이 매우 깊은 감정이죠."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쁠 때 쓰는 노인 가면을 꺼내서 수긍했다.
"행복에는 4가지가 있는데 평온하고 진정된 상태에서 외부 조건에 따라 충분함과 행복을 느끼는 만족, 내부에서부터 행복감을 느끼고 외부 조건에 연연하지 않는 평정심. 들뜨고 흥분이 되는 상태에서 외부조건에 따라 유쾌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기쁨, 마지막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분이 주장한 에우다이모니아(eudaemonia)라고 하여 좋은 영혼이라는 뜻으로 내부에서부터 삶의 즐거움이 동기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유용한 활동에 참가하는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성취감 및 의욕심이 있어요."
"만족, 평정심, 기쁨, 성취감과 의욕심!"
코코로가 뱌쿠렌의 말을 복창하면서 웃는 류의 가면들을 돌려가며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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