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뭐하는 것이더냐! 누가 썰기를 이런 식으로 썰라고 하더냐!”

“그렇지만..

어찌 말대꾸더냐! 행동에는 책임을 지라고 하지 않았더냐.”

죄송해요.”

통탄할 노릇이로다. 잘 보고 배우라고 하는 것을 이리 소홀이 할고.”

소란스러운 부엌으로 다가간 유유코는 다그치는 할아버지와 울먹이는 손녀를 보며 부채질을 하였다.

어려서 그렇지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은데. 요우키.”

“유유코 님께서.”
요우키는 검을 집어 도마에 이리저리 미끄러진 토란을 여러 토막으로 썰어버리면서 깍듯이 인사했다.

역시 요우키 솜씨는 여전하다니까.”

콘파쿠가()가 유유코 님을 보필하려면 기본이지 않겠습니까만.”

근심 가득한 요우키가 돌아보자, 썰다가 미끄러지거나 뭉개져서 난장판이 된 토란 조각들이 다른 도마에 요우무의 걱정만큼이나 쌓여있었다.

할아버지의 할 말을 잃은 표정에 손녀가 쳐다보지 못하자 유유코가 실없는 표정으로 대신 대답했다.

“하다 보면.”

기본부터 다시 가르치겠습니다. 손녀의 보필에 만족하실 때까지.”

에에, 지금도 요우키가 잘해주는데 둘이서 더 잘해주겠지.”

“유유코 님의... ..”

가슴을 툭툭 치며 통탄하는 할아버지 옆에서 아무 말 못 하고 고개만 숙이며 울먹이던 손녀가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닦았다.

아직은 어리니깐. 요우무야. 요우키를 보고 잘 따라 배우렴.”

..”

유유코의 미소의 요우무가 글썽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심 마십시오. 아직은 미더워도 제가 이 넓은 포부를 걸고 유유코 님을 평생을 모실 반석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럼! 요우키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데.”

가슴을 툭툭 치며 자부하는 요우키 옆에서 유유코가 싱글싱글 웃으며 요우무를 쳐다보았다.

앞으로도 더 든든할 거고 말이야. 그렇지?”

!” 어린 시종이자 손녀가 주인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걱정 하덜덜 마시고 자, 방에서 편히 쉬고 계시지요. 제가 토란국에 맛있는 밥상을 대접하겠습니다. 자자.”

할아버지가 주인을 데리고 부엌을 나서자, 할아버지의 반듯하게 잘린 토란 토막들과 손질하는 요령을 몰라 검이 미끄러져서 난잡하게 썰리고 땅에 떨어진 자신의 토막 조각들을 손녀는 노려보듯 바라보았다.

 

2.

, 베어 보거라!”

마당에 놓은 대나무를 검기로 베어버린 요우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우무가 발도술로 재현하였다.

그래. 훌륭했다. 이렇게 곧은 것도 흐름에 베어지기 마련이지.”

두 검을 쥔 요우무가 다시 검을 거두고 발도 자세를 취하자, 요우키도 엄중히 말했다.

자고로 병법에 이르기를, 적에게 대항할 때는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게(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하라 하였다. 항상 검을 뽑기 전에는 생각부터 해야 할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검을 뽑은 요우무의 이마에 할아버지의 딱밤과 함께 불호령이 엄습했다.

생각부터 하고 검을 뽑으랬지 않느냐! 발도 시합이 아니니라!”

죄송합니다.”

더 연습하고 벚꽃놀이 채비를 돕거라. 유유코 님의 모처럼 나들이니 말이다.”

그럼 저기 큰 벚꽃 나무로 가는 건가요?”

어허!! 그건 입에 담지도 말거라.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것이도다.”

그러자 요우무가 오기 겸으로 물었다.

만약 유유코 님이 가자고 하면요?”

그때는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말리거나 우리가 조용해지는 수밖에.”

살기 어린 할아버지의 엄포에 요우무가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조용히 명계에서 발 뻗고 살고 싶으면 알려고 하지 말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요우무가 다시 검을 뽑고 휘두르다가 검기로 주위 나무의 가지를 쳐내자, 요우키가 순간의 검기로 주위의 잡초들을 잔디처럼 마구 쳐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렇게 할 수 있도록 갈고닦으려무나.”

저도 할 수 있어요!”

암 그래야지! 그래야 유유코 님이 널 믿고 단 잠을 이룰게 아니냐.”

입술을 모은 요우무가 고개를 숙이며 답하자 요우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답했다.

유유코 님이 나를 믿는 것은 오랜 세월이지만 유유코님이 너를 믿는 것은 높은 실력이어야 할게 아니더냐. 부리나케 수련을 하거라.”

“유유코 님을.”

그랬으면 좋으려 만.. 말만 앞서는 자는 신용이 없는 법이다. 실력이 있으면 아쉬울 게 없는 것이야.”

실력을 기르도록 노력하면 될까요?”

손녀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세월 가득한 미간의 주름을 찌푸리며 말했다.

실력이 있어야 믿음이 있고 믿음이 있어야 의지가 될게 아니더냐.”

. 정진하겠습니다. 할아버지.”

항상 친족보다는 주인을, 모두를 사부처럼 여기거라.”

요우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결계가 열리며 유카리가 인사했다.

안녕, 유유코는 꽃놀이 준비 치장이 안 끝났다고 기다리라던데.”

! 유카리님. 편하게 기다리시도록 귀빈석으로 모시겠습니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깍듯이 인사하자. 유카리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손부채질을 했다.

뭐하느냐! 얼른 정중히 방으로 뫼시거라. 나는 다과상을 준비하러 가마.”

, 넵넵. 가시죠. 유카리님.”

됐어. 위치 아니까 얼른 따라오렴.”

유카리가 결계로 사라지자 요우무가 허둥거리면서 부리나케 집안으로 들어가고

요우키도 서둘러 부엌으로 들어갔다.

 

3.

 

한참 기다리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경단을 손수 빚어 모양을 내느라

새와 토끼, 꽃등 다양한 모양의 경단과 꿀, 그리고 술과 차가 담긴 다기가 가득한 상을 내온 요우키가 같이 기다리던 손녀와 함께 예를 표하자 유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어. 역시 경험상 감각적인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황공한 말씀이옵니다.”

요우키가 이제 물러가라며 요우무의 등을 두드리자, 요우무가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갔고 요우키도 일어섰다.

그럼 드시고 계십시오. 유유코 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아니, 됐어.”

아니, 그게 무슨 말씀 이시온지.”.”

내가 말이야. 그대와 좀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겠는걸.”

미천한 자에게 하실 말씀이라면 귀하게 새겨 듣겠습니다.”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이 휘동 그래진 요우키 앞에 유카리가 싱긋 웃었다.

오늘 같이 벚꽃 놀이하려고 가려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좀 염려스러워서.”

염려라면 이 제가 책임지고 보필하겠습니다.”

그러자 유카리의 인상이 날카로워졌다.

“사이 교우 아야카시.”

, 그 말씀이시라면..”

유유코 근처에 또 누가 알지?”

쏘아붙이는 유카리 앞에 요우키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저뿐입니다.”

그래. 그쪽만 조용히 하면 저 벚꽃나무도 그냥 큰 벚꽃에 불과하고 유유코도 그 비밀을 일단을 모를 거란 말이야. 그치?”

요우키는 엄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 그래도 벚꽃 철인데 눈치 빠른 유유코면 뭔가 염려스러워서 말이지.”

이미 세월의 무게만큼 제 입도 무겁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아니 아니,. 자네와 유유코와의 정도 무겁잖아.”

유카리는 일어서서 앉아있던 요우키의 두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이 백옥루를 책임지는 손발이라면 아무리 주종관계라도 사사로운 정에 약한 법이니까.”

그전에 저는 무도가입니다. 사심 따위는 이 검에 벤지 오랍니다.”

그전에 시종이잖아.”

요우키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그 반동에 의해 요우키의 머리도 살짝 흔들렸다.

종이 주인의 말을 거스를 수 있나?”

안 되는 걸 말리는 것도 종의 역할이지요.”

그래, 안 말리면 큰일 나니까.. 다만 담벼락에 구멍이 나면 꼭 그게 커져서 담이 허물어진단 말이지.”

그렇다는 즉슨.”

적어도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개화라도 하는 사달이 안 날려면 유유코 앞에서는 아는 사람도, 알아도 말해야 되는 위치 있는 자는 없어야 안심할 수 있지 않겠어?”

그런 것입니까...”

요우키가 주먹을 쥐었다가 떨리는 손을 피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쪼그만 꼬맹이도 아는 거야?”

제 손녀는 모릅니다.”

다행이네. 걔도 알았으면 유유코가 한동안 스스로 청소하고 밥 해 먹어야 했을 테니.”

많이 배웠으나 아무쪼록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아입니다.”

직접 가르쳤으니 그거야 보장된 거겠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소신은 망극합니다.”

유카리는 요우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조용히 초야에서 수련의 길을 떠나겠습니다.”

요우키는 결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그동안 집안일하느라 검이 무척 고팠을 텐데 수고 많았어.”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것마저도 충절이라면 그게 맞겠지요.”

간단하네. 이제 그쪽이 자유고 꼬맹이는 고생해야 되겠지만.”

인연으로 이어진 만남, 회자정리 거자필반이 아니겠습니까.”

유카리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턱을 괴며 쳐다보자 요우키가 엄숙히 일어섰다.

그러면 조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소신 이제 유유코 님의 보위에서 검객으로서의 사명을 찾으러 물러나겠습니다. 손녀가 미덥지 못하더라도 유유코 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유유코가 멍하니 쳐다보자 요우키가 후덕하게 웃었다.

오래된 지음이시니 동등히 행복하게 해 주시니라 믿습니다.”

대답 대신 손을 들어준 유카리에게 요우키가 가볍게 일어서서 나갔고, 깊은 한숨과 함께 술잔을 들이켠 그녀는 정성이 담긴 알록달록한 경단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4.

그게 어디 있더라. 늙어서 그런가, 큰일인 것이야.”

고문서가 가득한 방을 열심히 뒤져보던 요우키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면 내가 이미 처리를 해서 없는 것이던가. 그러지 않았기를 바라야겠구먼.”.”

책들을 정리하고 대문에 싸 둔 작은 짐을 들고 백옥루를 한번 살펴본 요우키는 마치 호연지기와도 같은 포부로 외쳤다.

이 한 몸 남은 생은 벨 수 없는 검성이 되어 돌아오겠노라!”

, 멋잇어.”

유유코는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박수를 치면서 환호해주었고 요우무도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어찌 여기까지 나오셨습니까.”

한동안 이별의 배웅인데 언제 볼 줄 알고?”

귀하신 몸과 얼굴 상하십니다.”

그동안 노고로 상한 몸과 얼굴인 요우키보다야.”

요우키가 웃으면서 경의를 표하고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유유코 님을.”

, 할아버지.”

“세상 물정.”

요우키 손녀니까 잘할 거야 아마.”

유유코의 미소에 요우키는 요우무의 두 어깨를 주물러주었고 그녀도 화답하듯 와락 껴안고 울먹이자 반색하며 꿀밤을 먹였다.

에끼! 주인님 앞에서는 아무리 사적 자리라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느니라.”

..”

“유유코 님을.”

, 못 미더우시겠지만 노력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손녀를 토닥이며 주인에게 절을 올렸다.

신 콘파쿠 요우키, 이만 하직하옵니다. 만년해로 하시옵서서.”

검성이 돼서 돌아오면 그때 잘 큰 손녀를 가르쳐주러 와야 해.”

요우무도 같이 주인에게 절을 올리고 일어선 후, 백옥루를 지탱하던 기둥 하나가 떠나가듯 요우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떠나는 길을 바라보던 유유코와 요우무는 적막과 함께 경의를 표했다.

 

, 요우무.”

, 유유코님.”

오늘은 몹시 피곤하구나, 씻을 물과 얼굴 부기를 뺄 찬 물과 이부자리를 펴 오너라.”.”

, 유유코님. 믿고 맡겨주세요.”

유유코가 방으로 돌아가자 요우무는 대문 쪽을 흘깃 보고서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우물을 향했다.

진작 저 좀 믿으시지 그러셨어요. 할아버지.”

그렇게 우물에서 푼 물을 옆에 있던 물통에 담으며 한스러운 독백을 이어나갔다.

이제 저를 믿어주세요. 가르쳐주신 만큼 잘할게요.”.”

그리고 지금 와서는 성공적이었던 지난 일을 떠올렸다.

 

 

뭐어? 요우키가?”

, 저에게 뭔가 큰일 날만한 비밀이라고 까지만 말하고 함구하라고 했어요.”

가만있어보자, 거기에 또 뭐라고 했는데?”

큰 벚꽃나무 보고 그렇게 말씀만 하신걸요.”

그래? .. 그러면 좋아. 너는 거기까지 아는 거 같고.”

, 뭐를요?”

요우무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의아해하자 유카리는 대조적으로 이마를 짚었다.

, 큰일이네. 이걸 염두에 두고 있어야 했는데.”

, 뭔가 큰일이 나는 게 정말인가 봐요?”

“큰 일 뿐이겠니.. 살고 싶다면 나가보렴.”

?”

요우무가 경악하며 묻자 유카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유유코를 위해서라도 나가라고.”

! 유카리님.”

.. 이게 미리 일어날 큰일을 막은 거기를 바라지만.”

요우무가 고개를 숙이고 한 구석에 앉자, 유카리가 차가운 낯빛으로 요우키를 기다렸다.

 

 

"그래요. 죄송한 일이지만 저도 할아버지도 어쩌면 기회가 필요했어요."

요우무가 도르래의 손잡이를 놓자 우물 끝으로 큰 소리와 함께 울림이 가득했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으니.. , 이제 백옥루에는 유유코 님과 그분이 의지할 저뿐이에요.”

경의를 표하듯 담담한 어조를 마치자마자 요우무가 매우 기다렸다는 듯한 희열감으로 두 물통의 손잡이를 쥐었다.

콘파쿠가의 새로운 손발인 만큼 그동안 고생하신 할아버지의 믿음과 가르침대로 주인님을 열심히 보필하고 모시겠습니다!”

물통을 들고 할아버지, 유유코 님 기다려주세요.’ 신나게 뛰어가는 요우무의 표정에는 천진난만함이 가득할 뿐이었다.

 

 

Posted by 라쿠n
,

                                       산하엽(傘荷葉, 학명:Diphylleia grayi / 이명:Skeleton Flower)

                              6~7월에 산형(形) 꽃차례로 흰색 꽃이 핀다.   일본에 분포하며 꽃잎이 물에 젖으면 투명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문 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바닥의 따뜻한 온기로 데워진 방석 위의 두 요괴는 탁상위의 활짝 핀 달맞이꽃 화분을 사이에 두고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니?”

그렇습니다.”

노란 달맞이꽃 사이로 요우무의 입안 살을 계속 깨무는 듯한 오물거림이 여과 없이 유카리의 눈동자에 비춰줬다.

내가 수긍할지 아닐지를 떠나 일단 저지르고 보는 용기는 가상하구나.”

단도직입이니까요.”

그럼 내 대답이 듣고 싶겠지.”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현자님의 직언을 기다릴 뿐입니다.”

이제 아는 문자 좀 쓸 줄 아는구나.”

감사합니다.”

요우무가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유카리의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그렇게 아랫사람은 위의 평가에 반응하게 되어있지.”

그리고 그녀는 부채를 큰 소리로 폈다.

너에게는 그렇게 유유코의 평가가 신경 쓰이는 거니?”

그럼요!!”

벌떡 일어나 소리를 내지른 요우무는 아차 싶어 다시 무릎을 꿇고 헛기침을 했다.

물론입니다.”

너 얼굴 빨개졌는데.”

물론이라고요.”

그래그래. 뭐 오죽하면 여기까지 왔겠니.”

아랫사람으로서 위의 평가를 바랄 뿐입니다.”

너에게는 그게 보상 같은 거구나.”

부정하진 않지만 확신이 더 정확하겠지요.”

확신이라네 계획처럼 네가 내 식처럼 나를 섬기고 내가 아껴주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주는 헤프닝속에 유유코가 둘 중 누구에게 더 아쉬워하고 질투하나 반응을 보고 그걸 알 수 있다는 거 말이지?”

오랜 친우분이시니 자신과 호기심이 있으시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유코의 애착의 종착이 가까이에 둔 벗이냐같이 사는 종이냐

유카리는 언짢은 표정으로 부채를 접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

요우무는 자신 있게 말했다.

어째서?”

왜냐하면 유유코 님은 반드시 둘이 짰다는 걸 눈치 챌게 분명 하거든요.”

호오. 계속해봐.”

눈치는 이미 귀신같은 분이시니 분명히 저희 의도를 눈치 채실 것이고, 유유코 님의 능청 상 분명 호감 있는 대상에게 역으로 말을 많이 거면서 재미로 떠보실 게 분명하니 그걸로 얼추 내심을 들어내실 겁니다.”

일부러 패를 보여주고 그걸 역 이용한다 라.”

기만이야 말로 허허실실. 방심을 유도하는 기습의 정석이니까요.”

확실히 오래 주인을 본 종이 할 만한 짓이구나.”

현자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주인급인 자가 할 만한 짓은 아니라는 소리야.”

유카리의 다그치는 말투에 요우무는 아쉬운 듯 읊조렸다.

제 아둔한 머리론 현명하신 유카리 님도 내심 궁금 하실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참 말이 많구나.”

죄송합니다.”

내 식은 그저 필요한 말과 답만 말한단다.”

유카리의 표독스러운 표정에 요우무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유카리 님.”

더 숙이렴.”

요우무가 움찔하며 모은 손을 데었던 이마를 정수리로 오도록 숙였다.

그리고 쓸데없는 말은 네 검처럼 다 쳐내렴.”

.”

어차피 이런 제안을 꺼냈다는 거 자체가 나와 유유코의 사이가 이런 일을 장난으로 넘길 만큼 깊다고 네가 봤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경계에서 손을 넣어 요우무의 볼을 찔렀다.

그렇게 우리 사이가 질투가 났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네가 유유코를 종으로서 섬기는 건지 사모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그래서 확신이라고 말씀 드린 겁니다.”

그래, 자꾸 이야기하는 확신. 그거 한번 주인의 입장에서 들어보자.”

제가 노력하는 만큼 높으신 분으로서 그 노력과 마음을 알아준다는 믿음이요.”

인정받고 싶니?”

유카리의 보조개가 들어간 속삭임에 요우무도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우애도 인정 받으셔야죠.”

어머 얘는.”

유카리의 핀잔에 요우무가 자세를 다시 폈다.

나 일어서라고 안했다.”

죄송합니다.”

너나 굴릴 바보 같은 구상이라 나나 유유코나 재미는 있겠구나. 유유코가 질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짜릿할 거 같단 말이지.”

그리고는 요우무의 반령을 잡고 강아지의 털을 쓸 듯 쓰다듬었다.

누가 더 소중한지 떠보는 건 동일선상으로 보는 듯해 건방지지만 심심하기도 하고 언젠가 한번 우리 둘 사이에서 너를 손봐줄 필요가 있었으니 잘 되었구나.”

수긍하신 걸로 알고 그때는 유유코 님처럼 식처럼 모시겠습니다.”

내 식에게 살가운 건 아니지만 노력해보도록 하마. 내숭 많은 유유코의 종을 잃은 표정으로 첫 단추를 꿰는 것도 오래 살면서 보기 힘든 별미 일 테니.”

희열감에 젖은 유카리의 손에서 벗어난 반령과 함께 인사를 하고 유카리의 집을 나선 요우무는 들고 있던 자신의 검집에 매달린 꽃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산하엽(Diphylleia grayi/Skeleton Flower)이 서리가 서려 잎이 투명해져 있을 만큼 서늘한 백옥루의 부엌에서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와중에 구슬땀도 튀지 않게 머리를 천으로 싸맨 요우무가 부지런히 뜨거운 고슬 밥을 고봉으로 푸고 남은 밥은 오니기리를 빗었다.

뜨거운 기름에 튀긴 카라야케를 세어 나오는 기름이 티나도록 하얀 접시에 올리고 미소된장국과 야채볶음을 같이 올려서 상에 올린 요우무가 수증기를 뚫고 나온 반령과 함께 부엌을 나섰다.

유유코 님, 식사하세요!”

. 이것만 하고

방에서 쇼기 연습을 하던 유유코가 대답하자, 천을 벗고 손 부채질을 하던 요우무가 식사상에 앉았다.

유유코 님 식사하세요.”

알았다니까, .”

투덜거리며 방에서 나와 자리에 앉은 유유코가 만족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

오늘도 잘 먹을게.”

. 맛있게 드세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요우무도 낮은 상에서 젓가락을 들자, 유유코는 자신의 상 반대편에 떠진 밥공기를 보며 말했다.

, 이게 요우무 네 밥 아니니?”

, 그거요?”

, 먹고 더 먹으라는 거구나.”

, 아니에요. 그런 건 옆에 둔 오니기리에요.”

그럼 이건 누구 밥이니? 설마 반령 밥?”

아뇨. 얘가 먹을 건 공기인데요.”

! 그럼 누구 제사 밥이니??!!”

그러자 해맑은 미소로 요우무가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

유카리 님이요!”

어안이 벙벙해진 유유코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진짜에요. 그렇죠. 유카리 님!”

얘는 무슨, 유카리가 경계의 요괴라지만 명색이 대 요괴인데 네가 부르면 부른다고 나오는.”

유유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계가 열리며 익숙한 손이 젓가락을 들고 고슬고슬한 밥을 퍼서 경계로 가져가기 시작하자 무안해진 유유코가 말했다.

유카리 제사 밥이라니..’

오늘 온다는 말 없었잖아.”

? 네 종이 말을 안했나보네.”

다른 경계에서 유카리가 밥을 오물거리며 요우무를 비웃듯 말하자 요우무가 살짝 인상을 지었다.

그래? 뭐 밥하느라 잊었나보네.”

그러게. 너네 집 밥 되게 맛있네.”

공짜밥 이니까 그렇지.”

그런가? 푸핫. 유유코도 참. 내가 와서 신경써준 거 아니겠어?”

슬쩍 웃으며 말을 뜬 유카리의 바통을 요우무가 이어받았다.

그럼요. 누구보다 귀하신 분이 오셨는걸요.”

어머, 주인님 친구라고 귀하게 손님대접을 해주니 되게 아래교육 잘 시켰나 보다. 호호.”

내 친구이자 손님에게 당연히 해야 하는 예절인걸. 새삼스럽게.”

그래, 그러네.”

그 말과 함께 유카리의 밥에 카라야케를 손수 소스를 발라 야채에 싸서 요우무가 올려주자, 밥과 같이 집어 먹은 유카리가 미소를 지었다.

근데 내가 손님인데 되게 새삼스럽다.”

에이, 유카리 님도. 맛있게 드셔주시는 것도 기쁜데 이 백옥루에 기쁨만 가져가시게 잘 섬겨야죠!”

되게 예절 깍듯하구나. 귀엽네.”

기특한 듯이 요우무의 머리를 쓰다듬자 유유코도 밥상머리에서 부담스럽게 왜 저러냐는 듯한 표정을 짓으며 밥을 먹었다.

카라야케가 맛있구나.”

, 유카리 님 오신다고 더 신경 많이 썼어요!”

오구오구, 잘했어욤. 내가 먹고 싶다 흘린 말이었는데도 다해주고

젓가락을 놓고 요우무의 두 볼을 꼬집으며 흔들고는 등을 토닥이자, 유유코가 젓가락으로 밥그릇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보기 좋네, 나 내 친구모습도 다 보고 싶으니까 몸 다 들어내서 먹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습을 다 드러낸 유카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요우무에게 그것보라는 듯이 푸시를 주듯 말했다.

자 이제 만족해?”

당연하지. 아까처럼 먹으면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르잖니.”

에이 그거야 경계로 넘어가는 거지.”

, 그런가?”

그럼. 아하핫.”

유카리와 유유코 둘이서 폭소를 터트리자 요우무는 준비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계속 유카리의 밥에 반찬을 올려주며 상황만을 살폈다.

유카리, 근데 왜 갑자기 카라야케야?”

따스한 밥에 따뜻한 카라야케면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아?”

거기에 미소국물까지 밥에 스며들면 금상첨화죠.”

그럼, 요우무. , 너 뭘 좀 아는구나.”

카라야케를 씹던 유카리가 맞장구에 감탄하자 요우무가 재빨리 미소 국물을 받쳐 들며 대령했다.

넵넵. 이제 국물과 드셔요.”

, 그래.”

유카리 님 체하시면 안 돼요, 아셨죠.”

그래그래. 착하다.”

유카리 님이 받아 주시는 건 좋은데 내가 뭔가 딸내미같이 오버하는 건가.’

유카리가 쟤네들 왜 저렇게 부산떠나 하는 유유코의 표정을 보며 슬슬 반응이 나올거 같다 싶은 마음에 들뜨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거이거 이래서는 내가 주인이 아니라 무슨 엄마나 식구가 된 느낌이잖아.’

, 유유코. 방에 못 보던 쇼기가 있던데?”

그거 봤어? 내가 이번에 심심해서 취재하러 오는 텐구들이랑 술내기 쇼기를 둘까 하고 연습하고 있었어.”

어느 쪽이든 술이 동은 나겠네.”

에이 참. 또 그런다.”

, 부인은 못하는거봨크크크킄.”

그럼, 결혼은 못했잖닣히힛.”

얔크크킄킄.”

무릎을 연달아치며 웃는 유유코와 함께 폭소하던 유카리의 옆에서 자신의 밥을 차분히 먹은 요우무는 유카리의 옆에서 무릎을 꿇고 조신조신 그녀의 밥그릇에 가지런히 반찬을 올렸다.

그래. 밥은 잘 먹었니?”

유카리가 목소리를 내려 깔자 요우무도 각을 잡았다.

. 황송합니다. 유카리 님.”
그래, 네 덕에 정말 맛있고 편안하구나.”

감사합니다!”

너 같은 식, 시종이 있어 유유코는 참. 편하겠어.”

그럼 물론이지.”

과분한 칭찬 정말 감사합니다.”

유유코가 자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절을 하며 감사해하는 요우무를 보며 무안해지자 유카리가 속으로 낄낄거리면서 표정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얘는! 네 주인이 보고 있잖니.”

그래도 저는 유카리님이요. 저에게 어엄청 격려해주셔서 넘넘 좋아요.”

요우무가 팔까지 벌리며 격양하자, 유카리의 입에서도 유유코와 같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유카리 님이 맛나게 드셔주시는 모습도 너무 도도하시는 걸요.”

아하핫, 얘는. 네 주인 다 보는데. 란 어릴 때 같네.”

유카리가 눈치 채라는 듯이 크게 팔꿈치로 요우무의 옆구리를 치자, 맞은 상대 쪽도 슬쩍 눈가를 찌뿌렸다.

요우무가 너희 집에서 술 좀 얻어 마신 것 같은데 맛있게 먹고 있는 걸.”

, 유유코님이야 뭐든 맛있게 드시잖아요.”

?”

그럼, 요우무가 뭐든 맛있게 해주니 유유코가 잘 먹겠지.”

격찬 감사드립니다.”

유유코는 이런 착실한 종을 둬서 참 편하겠어.”

아니아니, 잠깐.”

저도 백옥루에 몸이 계신동안 더 보살펴 드릴게요,”

어유, 이 예쁜 것.”

유카리나 요우무나 이제 눈치 챘을 거라 생각하고 서로 갖은 아양을 다 떨자, 유유코도 카라야케를 씹으며 말했다.

요우무, 그만 끼어들고 이제 유카리와 둘이서 이야기 좀 하도록 하마.”

, 좋았는데 그래야 되나?”

능청스럽게 아쉬운 듯이 유카리가 말하자 요우무도 유카리의 품에 파고들며 머리를 비비며 쳐다보았다.

유카리님 말씀이 너무 따스해서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건 내 몸에 붙어서 따스한 거고. 종자.. 아니 식아.”

, 실례했습니다. 식으로서... 아니 종자로서 죄를 지었습니다.”

죄는 니 주인에게 하는 거란다. 나는 식에게 하듯 애교로 봐줄게.”

넓으신 아량 감사드립니다.”

그 광경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유유코가 물었다.

너 식에게 진짜 그렇게 해?”
예쁜 짓을 하면.”

, 그럼 요우무에게는 예쁜 짓을 해서 한다는 거지?”

우아아! 저를 그렇게 예쁘게 보시다니!”

요우무가 벌떡 일어나며 90도로 인사하고 유카리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날선 검 두 사이의 파란만장에서 이렇게 존중받은 몸, 계신동안 가호하며 충정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유카리가 보란 듯이 따라준 술을 마셨다.

봐봐, 예쁜 짓을 하잖아.”

에이 부끄럽다고요.”

그리고 빈 술잔을 크게 내려놓았다.

캬아, 마셔서 그런지 밥도 맛나게 짓고 하는 짓이 더 예쁘네.”

아앙, 감사해요. 유카리 님.”

둘이 쿵짝이 맞는 모습에 야채를 파드득 씹은 유유코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다음 행동을 떠나서 유카리는 자기는 재밌게 놀고 이제 밥상을 엎고 쏟아질 리스크는 선 넘는 요우무쪽으로 갔다고 안도했고, 요우무는 유카리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얼추 보여줬다고 안도하는 그녀들만의 동상이몽이 밥상 위에 차려졌다.

야아, 종자.. . 대견하구나. 그치 유유코?”

반대야.”

, . 내 정신 좀 봐. 식 아니, 종자가 참 대견한 거 같아. 매력에 헤어 나오질 못했는데 너 밑에서 커서 그런지 충성도 곧고 애교도 많고.”

그래, 이제 슬슬 그럼 데리고 살아라는 말이 나올 때도 되었다고.’

응응 맞아. 요우무만한 종이 어딨겠어.”

그러자 요우무의 얼굴에 만족이 번졌다.

역시 모든 걸 꿰뚫어보시는 현명한 지휘자 유유코님!’

그치. 참 잘해주지.”

그러자 유유코가 카라야케를 야채와 같이 집어 유카리의 입에 넣어주면서 말했다.

하지만 너네 식은 이렇게 예쁜 짓을 못해서 안타까워.”

서로 짠 둘이서 사색이 되어 빙긋 웃는 유유코를 바라보자, 유유코가 당황한 유카리의 턱을 한손으로 집고 살짝 올렸다 내렸다 하며 말했다.

이렇게 꼭꼭 씹어 먹으라고.”

으응, 으응.”

옆에서는 육성으로 .’이라고 내뱉을 뻔한 요우무가 경악한 얼굴로 그것을 보며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 .. 부럽다.’

, 유유코 너도 좀 먹어,”

유카리가 다른 반찬을 집어 주자 유카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나는 그런 예쁜 짓 못해.”

그리고는 요우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식은 예쁜 짓 잘하자나.”

……

……

무안해진 둘은 유카리의 슬쩍 못마땅한 눈초리를 최대한 요우무가 의식하며 눈을 내리 깔았다.

.. 그래도 저기 유유코님.”

자자, 아까처럼 예쁜 짓.”

유카리가 유유코 눈치를 보며 능청스럽게 웃으며 손을 돌리자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며 최대한 반령이 몸서리치는 귀여움으로 받아먹었다.

, 진짜 예쁘게 먹는다. 유유코 말 그대로야.”

그럼. 그럼. 누구네 종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컵을 오물거리는 요우무에게 주며 말했다.

오물거리는 건 좋은데 체하겠다. .”

반인반령이 감사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컵을 받아들어 마시자마자 쓴맛에 기침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유령이 웃었다.

어머, 미안. 술이었네?”

어우, 놀랐겠다. .”

그치, 하사주가 되어버렸을 텐데 미안하네. 유카리도 등 좀 토닥여주자. 얘 반은 살아있어서 기도 막히면 유령 직행이라 염마님도 오고 귀찮단 말야.”

? . 그래.”

기침을 하는 요우무에게 둘이서 등을 토닥여주자 요우무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안타까워했다.

으아아.. 유유코님 하사주 라니..’

유카리도 일부러 세게 등을 때리듯 토닥이며 되뇌었다.

유유코 장난이 참 심하네.’

, 괜찮아졌니?”

, 감사합니다.”

괜찮아. 주인이 잘 챙기겠지.”

유카리와 어깨동무를 한 유령주인이 배시시 웃자 요우무도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제가 챙겨드릴 거예요.”

네 몸도 좀 챙기렴.”

유카리가 거들자 요우무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숙이면서 말했다.

흐글흐긍윽, 위가 안전하다면 아래는 상관없지만 검을 보존하듯 언제나 몸도 보존하겠습니다.”

그래그래. 백옥루는 위나 아래나 정말 안전하겠지. 안 그래 유카리?”

물론이지. 맨몸으로 안심하고 오겠는 걸?”

그리고 밥그릇을 보이며 말했다.

밥도 맛있고 말야.”

유유코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요우무가 해준걸.”

그리고는 빈 자신의 밥그릇을 보이며 말했다.

매일 매일 말이야.”

으아아아앙.. 매일매일 해드릴게요 유유코니임.”

요우무가 도게자하듯 엎드려 절하자 유카리가 이제 연극할 필요 없나 싶어서 뒷짐을 졌고, 유유코가 젓가락을 다시며 말했다.

식이 귀엽지 유카리?”

어릴 땐 종자가 다 그렇지 뭐.”

크면?”

글쎄다. 내가 너무 계산기로만 굴렸나.”

아래는 단순한 거 같아.”

뼈있는 말에 유카리도 뼈있게 말했다.

아니 눈앞에만 봐도 복잡은거 같은데.”

그 말에 유유코가 웃음을 지으며 요우무에게 다가가 어깨를 짚고 일어서라고 부축하고 요우무가 울먹이며 격양된 얼굴로 올려보자, 눈물로 글썽이며 일렁거리는 눈가에 분홍색 유유코의 상이 들어왔다.

저기 요우무.”

, 유유코님! 유카리님 말고 유유코님!!”

카라야케 다 떨어졌어.”

?”

얼레, 유유코 너 언제 다 먹은 거야?”

다시 튀겨와.”

. 넵넵!”

아까 요우무가 더운데 힘들게 밥짓고 튀겨와서 더 맛있었단다.”

그녀가 빈 접시를 주며 젓가락으로 자신의 입꼬리를 찌르듯 흔들며 턱을 괴었다.

, 나도 튀겨올게.”

눈치껏 유카리가 경계에 손을 벋어 빈 접시를 들어주었다.

아네요. 종자인 제가 해야죠! 유카리 님은 앉아서 드시고 계세요. 사랑해요. 아니 유유코님을 더 사랑해요! 알았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우무가 유카리의 빈 접시를 뺏어서 부엌으로 달려나갔다.

!”

후훗.”

고함을 지른 유카리 옆에서 유유코가 웃자 유카리가 슬쩍 친구를 바라보았다.

사실 저런 모습이 더 귀엽다니까.”

그러자 유카리도 부엌과 유유코를 슬쩍 바라보며 탄식을 뱉으며 웃었다.

악취미야. .”

더 크기 전에 봐두는 거라고. 봐주지 그러니?”

그런 거라면 참견할 필요는 없지.”

나도 보고나서 더 큰 거 같거든.”

유유코의 흐뭇한 미소에 겸연쩍어진 유카리가 냉수를 들이켰다.

좋게 봐줘서 다행이네.”

후후. 참견해줘서 고마워.”

유유코의 악수 요청에 유카리도 웃으며 악수를 받아들였고 유유코가 잡은 손을 당기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종자가 뭘 원하는지 알았으니 한번만 더 참견해줘.”

그러자. 뭐 맛있었는데 이렇게 된 거 남의 식구 데리고 재미 좀 더 봐야겠어.”

부엌에서 닭고기를 썰던 요우무는 썰어놓은 고기가 밑의 경계로 떨어져 반죽 쟁반으로 굴러가 튀김옷이 되자, 슬쩍 놀랐다.

열심히 하는데 요우무?”

그치? 하루 종일 빗질 쓸 때처럼 열심히 한다니까? 기특하지.”

유유코가 요우무의 볼 살을 꼬집으며 말하자 요우무의 볼가가 붉어졌다.

우리 란이 계산할 때처럼 꾸준하네. 덕분에 손님주인도 더 거들어서 맛나게 먹겠어.”

저기 요우무, 우리는 네가 해준 게 맛있는데 어떻게 해야 맛이 있을까?”

! 유유코님! 제 특제 양념이고요. 무조건 기름이 끓었는지 확인해 봐야하고 뭐부터 말씀 드리자면.”

우리 첸처럼 씩씩하네. 검사야 검사.”

, 유카리님 손부터 씻고 오세요!”

손에 물 묻은 거 안보이니?”

유유코님은 제가 씻겨드릴게요! 여기 이 나무 그릇에

너는 요리법이나 알려줘. , 유유코 이 경계에 손을 넣어.”

아악! 거기서 유카리님이랑 유유코님이랑 손잡을 것 모를 줄 알아요?”

얌전히 닭이나 썰래?”

아악, 너무해,”

참 둘이 귀엽다니까.”

유유코가 공평하게 양손을 내밀면서 둘의 손을 잡어주면서 뜨거운 부엌과 분위기의 열기에 덥혀진 건지 모를 유유코의 손의 온기도 둘의 체온과 맞닿아 따스히 스며들고 있었다.

 

 

 

 

 

 

 

after

 

저기 유카리님.”

왜 그러니. ?”

요리하는 법 배워 오셨다면서요.”

그래, 참 맛있었지.”

그런데 왜 배워 오신 분이 저희에게 가르쳐주시는?”

……

유카리가 째려보는 란과 첸을 보며 우물쭈물 말했다.

이 대 현자 유카리는 너희가 손맛으로 해주는 게 맛있어서 그런단다.”

역시! 유카리 님!”

!”

그리고 둘은 동시에 노려보며 말했다.

거짓말쟁이.”

늘 차갑던 손이 따뜻한 걸 느꼈으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줘.”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서는 유카리를 보며 기가 찬 란이 음식 앞이라 혀는 못 차겠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란님, 유카리 님이 뭐라고 씨부리.. 아니 대체 뭐래는 거예요?”

밥 먹기 싫으신덴다.”

그럼 우리끼리 먹는 거예요?”

란은 굳은 결심으로 유카리의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저 맛집이 해줄 거 얻어먹어야지.”

어머, 많이 컸구나. . 나보고 하는 말이니?”

그럼 그 두 손 못쓴다고 때 쓰실 거면 장갑이라도 끼고 제대로 좀 알려주세요.”

란님, 굳이 식사할 필요는 없다지만 그러다 겨울잠 주무실 때까지 뻐기시면 어쩌시려고요.”

, 그럼 같이 식사하면 되겠다. 이것 보렴. 그게 기름 끓는 거부터 중요한데 그 온도가..”

2.

! 요우무 빗질을 1001번 했어! 대단해!”

,, 감사합니다 유유코님..”

와 요우무 빗질을 1002번 했어! 대단해!”

, 감사드립니다. 유유코님..”

와 요우무 빗질을 1003번 했어! 대단해!”

감사드립니다. 유유코님..”

와 요우무 빗질을 1004번 했어! 대단해!”

그러자 요우무가 나사가 빠져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럼요! 대단하죠! 누구 종인데요!”

유카리네 식이잖니.”

흑흑, 너무해. 아니 죄송해요. 제가 너무할게 아니군요.”

유카리가 해주는 카라야케를 먹으러 곧 갈 텐데 왜 그러니? 진짜 주인을 시험하다니 못됐어.”

제가 못난 종입니다. 사죄드립니다.”

누가 죽게 놔둔데?”

?”

유유코가 작업한다고 한쪽에 두었던 요우무의 검에 달린 꽃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열심히 증명하며 사는 애를 격려안한 내 잘못부터 인과가 아니니?”

저기 그건 유유코 님 업보나 잘못이 아니라 제가 유유코 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제 짧은.”

혹시라도 확인하고 싶다 거든 격려를 받고 싶다고 말을 하렴.”

유유코는 검에 달린 꽃을 풀어 요우무의 머리띠를 올려주고 흰 머리카락사이에 꽂아주었다.

천사같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단다.”

종자가 아무 말 못하고 팔뚝의 반팔 소매로 눈가를 감쌌다.

너처럼 나도 내 검에 달았으니 언제나 잘 보존하고 기억해주렴.”

!”

그때만큼은 반인만이 아닌 반령과 유령의 교감도 푸른 백옥루에 윤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후기: 산하엽은 물이 묻으면 투명해지는 꽃이라 뻔히 속내가 다 보이기 때문인 것과 해골화라는 별명이 흰색 요무와 유령 유유코와 백옥루와 어울린다고 생각해 넣었습니다.

분명 저녁에 쓸 때는 각잡고 썼는데 밤새워서 탈고하니 다 풀어져 있네요. 모두 츄츄하는걸 보시면서 재밌게 봐주시길.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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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참 격세지감을 느껴요. 어쩌면 이런 요상하고 괴팍스러운 일이 사소했을지 모를 짧은 삶에 계기가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운명이나 계시라는 게 있다면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절묘하게 삶을 부여잡고 짜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이 들 만큼요. , 사실 이제 신은 믿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가타카나를 배울 때 조심해야 되는 요괴들의 이름과 종류를 알려주는 부모님과 같이 자라오면서 두 분과 같이 산길을 외우고 송이를 캐어 파는 녹으로 살아왔습니다. 송이는 정말 귀한 식물인지라 잘 차려입은 분들과 거래를 하는 흙투성이의 부모님을 보며 흥정하는 배짱을 동경했습니다. 산바람에 거칠어지시는 부모님의 주름살과 대비되는 그분들의 붉은 눈 속 검열 대에 부모님의 노력의 대가가 정해졌고 그것은 우리 집안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었죠.

부모님은 그분들의 이름을 전부 텐구라고 불러주셨고 저는 붉은 눈은 다 이름인줄 알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불러왔었습니다. 불품 없는 송이들은 저희 집안의 밥상으로 올라왔고 좋아라하는 저를 보며 그분들께서는 우리 같은 직업 말고 높으신 분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죠. 그래야 이런 고생을 안 하고 더 맛난 걸 먹는다고요. 정작 저는 부모님이 캐시는 송이가 좋았는데 말이에요. 우리가 그걸로 먹고 살잖아요?


제가 어린이를 갓 넘을 때가 되었을 무렵, 부모님께서는 학당에 계속 보내시면서 이 요괴 천지에 기술이든 지식이든 교육을 받아야 그나마 살아남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말 깨어 있으셨던 분들이었어요. 어떻게든 쓸모가 없으면 정말 살아남기 힘든 곳이라는 걸 그분들이 더 잘 아셨을 테니까요. 학당에서 공부를 시작해서 끝나면 다른 친구들을 사귀면서 놀고 훈장님께 숙제 못한 부분을 야단도 맞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에게 얼마나 배웠는지 알려드리면 아버지는 그 힘든 산행의 고생도 잊으신 듯 흡족해하시고 어머니께서 캐온 송이를 고르며 칭찬하셨었습니다. 그때는 참 학당이라는게 좋았어요. 친구들도 뵙고 예쁜 훈장님도 보고 무엇보다 힘들게 일하시고 오신 부모님이 제가 뭘 하면 웃으셨거든요.


머리가 점점 영글어가면서 부모님께서는 송이 캐는 법을 알려는 주시는데 그렇게 공을 들이시진 않았었어요. 저는 모르는 단어지만 보험이나 최후의 밥줄이라는 단어를 쓰시더라고요. 그리고 이 일은 고생을 사서하는 일이랍시고 항상 야단치는 말투로 투정을 부렸던 건 기억나네요. 그래서 그저 훈장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공부를 하긴 했는데 점점 어려워 지다보니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거나 제 머리의 한계를 느끼는 날들이 많았어요. 그럴수록 부모님께 그런 모습을 점점 안보여주거나 감추게 되었던 거 같아요. 두 분 기대가 워낙 크셨고 힘들게 일하고 오셨는데 자식으로서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는 않았었으니까요.


청소년이 되고 어느 정도 컸다 싶었을 때는 공부는 어렵고 고생은 무슨 일이든 따라온다는 것을 제일 먼저 깨달은 거 같았어요. 그때는 히에다노 가가 속기사라는 걸 구한다고 하는 등 소위 전문직 이라는게 생겼거든요. 나중에 알고 나서야 머리와 손이 고생하는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안정된 수입과 사회의 인정, 무엇보다 안전하고 몸이 고생하지 않는 직업들이 늘어난 거예요. 물론 아무나 뽑을 수 없으니 등급으로 직업을 나누고 또 마도서일 경우 각 요괴들마다의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지 없는 지를 따져서 높낮이가 생겼어요. 당연히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높은 경쟁률이 치솟았죠. 직업은 한정되어 있고 실력자는 많았으니까요. , 그때 그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많았네요. 그리고 그것은 어린 마음의 패기로 누구나 다 도전하게 하는 욕망을 주었어요. 그래서 뛰어들었죠,


워낙 소문에 능한 그 고위직 텐구들을 상대해서인지 부모님은 먹고사는데 지장도 없고 인정받는 그 안정되고 높으신번역 겸 속기사를 한다는 말에 무척 기뻐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주말에 송이 캐는 걸 일손 돕는다고 따라가면 저 길을 텐구가 나오고 저 길은 액신이 다니니 위험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해주시면서 두려움을 가지게 하셨었죠. 아마 공부에 집중하라고 했던 거 같아요.

한다고 하긴 했었는데 높아진 공부의 질만큼 제 머리가 못 따라간게 문제였죠. 마음속 패기랑 머릿속 암시능력이 맞질 않으니 앉아있기는 거의 하루 종일 앉아있는데 든게 많지가 않았어요. 그럴수록 부모님이 고생하셔서 번 돈을 학당에 바치는 만큼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이 생각으로 도전 했었어요. 정말 중간 평가를 해보면 점수가 안 나오는 부분에서 자괴감이 드는데 어떻게든 붙어서 머리 터질 듯이 했던 걸 생각하면.. 아우 생각하기도 싫은데 생각해버렸네요. 이런.


아무튼 몸서리치는 그런 준비기간을 보내고 시험을 쳤는데 그만 낙방을 해버렸어요. 된 친구들은 좋은 미래를 위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정당한 대가를 얻었고 저는 다시 그 미래를 준비해야 했었죠. 당연한 순리인건 알았지만 좀 아쉬웠어요. 아니 안타까웠어요. 이 현실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말이에요,


참 지금 와서 재밌는 것은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떨어졌는데 부모님이 먼저 생각이 난다는 점이었어요. 낙방에 대한 절망이 지나가면 내 자신에 대한 실망이 왔고 그 다음에 부모님의 실망이 오더군요. 그리고 저는 제 마음속에 죄인이 되었어요. 첫 시험이라 어려웠을 거라는 친구의 조언에 그걸 이룬 친구들보다 노력을 안 하고 공부도 더 못했던 제 자신의 현실이 더 크게 느껴져서 한숨만 푹푹 쉬었어요. 엄연히 사실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날 부모님의 침울한 얼굴 다음에 애써 달래시는 그 표정을 보면서 그것은 현실이 되었어요. 참 뭐하고 해야 할까요. 왜 내 자신이 더 미워졌을까요. 그 땐.


그리고 저는 다시 내년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하다보니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맞는지 회의감이 들긴 했어요. 워낙 어려워서 말이죠. 어릴 때부터 봤던 텐구들의 말은 알겠는데 그 높으신 분들이 쓰는 미사어구 어휘력 시험이랑 다른 요괴들 문자는 외우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점수는 종합이었고 그것 때문에 쪽지 시험에서 좌절하다보니 내가 정말 큰 목표를 잡은 게 아닌가 싶었어요. 훈장님은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했지만 솔직히 노력 했는데 안 됐잖아요.(...) 그래서 저는 내가 노력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구나 하고 코피 터지게 했는데 그만큼 머리도 몸도 혹사가 되니 내가 공부할 뇌가 아닌가 싶어서 밤에 공부하다 밖에 나가 한숨만 푹푹 쉬었어요. 그러다 슬쩍 보면 항상 산행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서로 피로로 누워계시고 제가 안마를 해드리려 하면 공부할 시간 아깝다고 하셔서 측은해져서 안 읽어지는 책을 붙잡고 공부하게 되었네요.


그러다보니 공부보다 사실 부모님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했어요. 아버지께서 산행하시다 미끄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름을 앓으셨거든요. 텐구들은 자기들 네 그 높은 텐구들에게 바칠 송이가 필요한데 저희도 경쟁자가 많으니 밥줄이 끊길 염려가 있어서 비상사태라 어머니랑 같이 산을 타며 송이를 캐면서 독버섯 구별법이나 독도법등 여러 가지를 배웠거든요. 어머니께서 맹수 같은 요괴들에 대해 알려주고 절대 얽히면 안되는 액신이나 엉덩이 구슬을 노리는 캇파 등 정말 자세히 알려주면서 조심스러웠지만 그래야 제 교육비를 버니까요. 그리고 나서 저는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버시는지 더 잘 알게 되었고 공부할때마다 복잡한 생각만 가득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작년의 낙방을 뒤로하고 재시험을 보게 되기 며칠 전 낮, 외울게 하도 많다보니 작년의 시험문제를 외워도 문제를 살짝 비틀거나 조금만 바꾸면 거의 틀리는 제 자신을 보며 정말 머리의 한계를 느껴 학당에서 하당한 후 밖에 나가 바람을 쐬며 멍청한 제 자신을 원망했어요. 이것밖에 안되는 내 자신으로 그 겁나는 결과를 맞이해야 한다니..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누구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켜 주고 싶지 않잖아요. 근데 이제 내 자신도 실망해야하는 판인데 어쩌겠어요.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그 순간 산이 보였고 머릿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실력으로 깨져서 떨어질 바엔 뭔가 일이 있거나 불운으로 떨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 거듭된 실망으로 붙을 희망보다 떨어질 걸 걱정하던 저는.. 그래요 시험 한번밖에 보지 않았지만 예상 문제랑 쪽지시험은 수십, 백 몇 번을 1년 내내 보았으니 제 심정으로는 어려웠어요. 산에서 목숨이 안 위험할 정도로 탈이 나면 시험에서 못해도 덜 부끄럽지는 않을까 이 생각이 들어 바람 쐬러 나갔거나 버섯을 캐러갔다는 핑계를 댈 생각으로 익숙한 산행에 나섰어요.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해야하나.. 실은 그때 무식한 게 맞았으니까요. 그리고 산의 중턱에 오를 때쯤 코스는 아니까 만날 요괴를 정해야 했어요. 아무리 봐도 추수의 신님들은 그렇게 부모님이 위협적으로 말 안했으니 별로 저에게 도움 안 될 거 같고 캇파는 목숨이 위험할 거 같고 적당히 탈이 나려면 얼굴이 익은 텐구들 아니면 액신님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소위 그 액신님의 길에 들어섰어요. 적어도 시험에 떨어지면 그 액신님을 봤기 때문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었으니까요. 참 어린마음에 저도 생각이 참 엉성했네요.


그리고 부모님은 정말 전문가셨어요. 그래서 지금도 존경합니다. 진짜 그 액신님께서 다니시는 길이었거든요.(...) 제가 송이와 독버섯 말고도 돈 되는 나물을 구별할 줄 아는데 계속 갈수록 그런 것들이 점점 손길을 닿지 않고 무성히 자라있었어요. 버릇처럼 조금씩 뜯어가며 가다가 어떤 여자의 말을 들었어요.


넌 초식동물이야? 뭘 그렇게 뜯고 다녀?”

돌아본 뒤에는 마치 가을의 단풍처럼 붉은 옷에 제가 뜯은 나물처럼 푸르고 긴 머리의 여러 장식, 마치 누군가 만든 인형 같은 핏기 없는 모습, 사방에서 돌아가는 검푸른 기운들과 함께 호기심의 찬 눈빛이 저와 마주쳤어요.

그리고 아차싶었는지 서로 물러서고는 액신님이 머리를 긁적였어요.

에이 일 났네... 마주하면 안 되는데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될 걸 사람 하나 잡아버렸잖아.”

말로만 보던 액신님은 정말 표정이 싹 변하는 것도 공포스러웠어요.

! 누가 그러기에 풀을 뜯고 다니래!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 난 잘못 없어.”

액신님의 꾸중에 항상 실수로 아는 문제를 틀리면 꾸중 받던 저의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나물들을 떨어트리고 말했어요.

잘못했어요. 늘 항상 하는 걸요.”

? ?”

잘못할 짓을요.”

그 말을 하는 제자신의 말에 왜 눈물이 고였을까요. 그때 정말 힘들었던 게 폭발 했었나 봐요. 더구나 그 액신님까지 봤으니 더 이상 무너질 곳도 없었겠죠. 그땐.

아니, 내 말 뜻은 꼭 그런 건 아닌데. , 그렇게 큰일이 나지는 않을 거야. 아마도.”

울먹이던 저를 웃으면서 다가와 토닥여주던 액신님을 보며 저도 이젠 만져졌으니 진짜 큰일 났다는 생각에 울먹여져서 그동안 온갖 힘들었던 마음고생이 주마등처럼 지났어요. . 심장이 멎을듯했으니 진짜 주마등이 맞겠네요. 제가 자초한 상황인데 누구나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면 겁을 내게 되는...

그래, ,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너도 참 딱하다고 해야하나 뭔가 사연이 있거나 그러겠지.. 혹시 길을 잃었니?”

제가 고개를 저었어요.

, 다행이다. 난 날 만나서 길을 잃은 줄 알았지. 헤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땐 제가 지지리 궁상이라 귀에 안 들어왔지만요.

발랄한 목소리에 명랑한 말투로 웃는 액신님의 미소에 마음이 조금 진정된 저는 한숨을 쉰 차분히 말했어요.

그래도 액신님을 봐서 기뻐요.”

? 정말?”

제 두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으면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기뻐하는 액신님의 그 밝은 표정은 정말 기뻐보였어요.

어머 어머, 너 정말 보는 눈이 있구나! 솔직히 이 액 때문에 나도 남도 서로 피하기 바쁜데 날 보러 왔다니 정말 고마워. 히히, 덕분에 기분 좋아졌네. 나도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너가 기뻐할까?”

그 해맑은 미소와 감사의 표시에 저는 지금 여러분들이 들으신 말을 다 털어놓았어요.

.. 그랬었구나. 참 많이 힘들었었겠다.”

가장 고생이 많으실 액신님께서 할 말이 많으실 텐데 제가 얼마나 살았다고 이야기를 그렇게 읊고 있었는지,

그래서 여기까지 왔구나. 날 만나러?”

저는 액신님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그래도 고마워. 난 항상 피해 다니는 삶이었는데 어쨌든 날 보러 와주고 이렇게 말도 섞고 있잖아.”

그리고는 제 손을 끌어다 잡으며 말씀하셨어요.

, 악수. 이왕 이렇게 늦어버린 거 서로 고맙다는 의미로 감사의 인사라도 나누자. 얼른.”

, 이렇게요?”

그래! . 손에 힘주고. 그치. . 손뼉도 치자, !”

같이 손뼉까지 치며 친근함을 표현하시는 액신님께 저도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했어요.

액신님도 할 말이 많으시죠?”

에이, 나야 할 말은 많지만 너도 이미 내가 액신이라 알고 있는 걸 털어놔봤자 누가 더 힘드나 밖에 더 되겠어? 네가 하는 일도 경쟁인데 힘든 것마저 경쟁이면 슬프잖아.”

제 손을 잡고 말씀해주시는 액신님의 손은 맥박이 느껴지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안정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냥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만 말해줄게.”

액신님의 하루 일과를 들은 저는 누가 봐도 힘들고 외로워 보이는데 밝게 말씀해주시는 말씀에 숙연해졌어요.

그렇게 지내고 있어.”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살다보니 이렇게 아는 요괴 말고도 말 상대가 생기는 예상치 못할 삶이잖아?”

, 사실 액신님을 처음 뵙게 되서 좋은데 그냥 좀 힘들어서 막 나간 거 같아요...”

말끝을 흐리자 액신님이 두 손으로 잡아주시며 말했어요.

물론 너는 괜찮지 않겠지. 복잡하잖아. 여러 가지 생각이 내 주변의 액처럼 휘감을 테고.”

고개를 끄덕이자 액신님도 주변에 도는 액 하나를 잡았어요.

나도 그래. 이 액들로 인해 나도 말 상대할 대상이 적거든. 정말 밝게 지내려하지만 이 복잡한 속은 썩는데 말이야. 그저 내가 하는 일로 말이야.”

.. 저도 제가 선택한 일인 걸요.”

그래도 서로 속 썩는 건 같구나.”

..”

, 다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목표가 있으면 걱정은 이 액처럼 항상 쌓여만 갈 거고.”

액신님도 그래요?”

저의 질문에 액신님은 주의의 액들을 가리켰어요.

그걸로 파생된 액이 이렇게 산더미처럼 많은걸. 내 몫도 물론 있지만 남의 몫까지 말이야.”

다 짊어지는 삶이신데 힘들지 않으세요?”

뭐 액신이니까 내가 자초하는 거고. 그래서 내가 액신으로서 존재하고.”

힘드시겠다.”

너도 학생으로 존재하느라 고생 많았어.”

그러게요. 서로 다 힘드네요. 내 주변에도 다 힘든 분들 밖에 없어.”

그러게, 힘드니까 서로 이렇게 산골짜기에 박혀있네.”

풀숲에 드리운 저희 그림자가 참 처량하게 느껴졌는데 이상하게 잡힌 손은 오래 잡고있어서 제 맥박이 느껴지다 보니 더 놓고 싶지 않았어요.

그럼 그 시험만 합격하면 행복한 거야?”

아마도요?”

네가 잘하는 거고?”

시험만 통과하면 잘 하겠죠?”

.. 잘 해야 시험을 통과할 텐데.”

뭐 그렇긴 한데.. 솔직히 그것 때문에 걱정이에요. 제가 선택했잖아요.”

또 해볼 수 있잖아.”

또 하다뇨?”

네가 잘 하는 거.”

, 글쎄요. 그때 제가 잘 하는 거랑 제가 하고 싶은 걸 구별하려고 생각하게 되었던거 같네요.

잘하는 거라면.”

나는 잘하는 게 말이야. 이렇게 말 거는 거랑 말을 나누면 내가 거의 이야기를 끄는 거랑 예쁜 거랑 빙빙 도는 춤도 잘 추고 남의 액도 잘 가져가고 행복하게 해주고 엄청 보람찬 게 많아. 너는 어때?”

저는.. 잘 하는 게, ..송이를 잘 따요. 그리고 텐구 들이 주로 쓰는 문자도 알고요. 다른 고급 나물들도 알고 산도 잘 타요.”

그래, 그렇게 말하는 거야. 네 못하는 걸 채우느라 힘들었으니 네가 여기서는 잘하는 걸 생각해.”

하지만 못하는 건 여전한걸요.”

얘는, 내 말을 뭘로 들었니? 난 남의 액을 가져가준다고.”

그리고는 주위의 액 하나를 집어서 윙크하시면서 말했어요.

이게 너의 액이야. 네가 잘하는 걸 한다면 잘 이루어질 거야.”

정말요?”

그럼!”

액신님이 제 액을 가져가 주셨다는 말로도 너무 가슴이 고동치고 들뜬저가 반색하자 액신님도 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이렇게 능력 많고 명석하니 먹고 살 걱정은 없겠네. 네가 잘하는 게 뭐라고?”

제가 시험 걱정을 놓고 들떠서 다시 말하자 액신님도 좋아하시며 말했다.

우와, 그럼 우리 네가 잘하는 거 하러가자.”



그렇게 그날 저는 액신님께 약초나 산나물을 알려드리고 액신님이 두려워 흉한 요괴들이 안 오는 깊은 곳의 고급 송이를 잔뜩 캐고, 캇파들이 노는 폭포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다가온 액신님을 아시는 니토리라는 캇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텐구 문자를 아는 애는 신기하다고 알려준 캇파들이 쓰는 문자를 살짝 배웠어요.


그리고 액신님이 불러서 온 엔가초를 열심히 하는 아야라고 본적 있는 텐구에게서 텐구 문자를 아는 것으로 보안에 조금 위협적일수도 있지만 '기특한 이번 달의 화제대상기사 예약도 받고나서 산에 내려왔어요.


정말 네가 잘하는 게 이렇게 큰 줄 몰랐네. 그치.”

.”

서로 캇파가 준 오이를 한입 베어물고 텐구가 준 과자, 버섯, 더덕, 나물이 가득한 바구니를 가득 든 저와 액신님은 서로 미소를 지었어요.

액신님은 신사가 없으세요?”

생기는 날에는 금지구역이라 거의 나밖에 오지 않겠니. 그래서 내가 사는 곳이 신사지.”

아하. 찾아 뵙고 싶네요. 근데 액신님은 이름이 뭐에요.”

, 카게야마 히나야. 그리고 너는.”

히나님께서 처음 봤을 때 지으신 표정으로 정말 달콤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열심히 살고 경험한 너의 장점으로 선택한 대로 곧 삶을 개척할 누군가겠지.”

뭘 말하든 사족 같은데 제가 굳이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요. 그냥 뭉클한 이 마음을요.

, 참 맞다, 맞다. 멋진 말 생각하느라 깜빡해서 큰일 날 뻔 했네. 빨리 엔가초하자.”


그렇게 둘이 무슨 데덴찌하듯 신나게 엔가초하고 히나님은 돌아서서 말했어요.


고마워. 덕분에 누군가를 만나면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넌 정말 멋진 경험을 주는 아름다운 애야.”

히나 님도 아름다우세요.”

그때 본심이 나와서 히나 님 께서 겸연쩍게 웃으신 거 기억나네요. 묘하게 솔직하신 분이었어.

그럼, 얘가 이제 뭘 좀 아네. 남들보다 짧은 시간에 좀 오래봐서 그런가?”

내일도, 내일 모래도, 그냥 일상이 힘들텐데 히나 님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

그러자 히나 님이 인자하게 말씀하셨어요.

일회일비하지 마렴. 누구나 불행만이 가득하지 않고 그 다음은 행복할 수 있어. 그 반대도.”

그렇군요.”

그래도 어쩌면 이 고생을 하면 누군가는 액을 덜어 행복해지고 나도 내일은 즐거울지도 모르잖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오늘처럼 행복하자.”

그 붉으신 옷과 리본처럼 제 볼도 그 색에 물들여 공감했던 거 같아요.

.”

 

그렇게 제일 생각 많이 나는 그날 저녁에 부모님에게 바구니를 건네 드리고 놀라신 부모님께서 기특하게 보셨다가 표정관리 하신 걸 아직도 기억해요. 하긴 부모님 생에 볼까말까한 정말 비싼 최고급을 캐왔으니 그런 모습도 기특하셨던 거 같아요. 가격 입찰 때 저를 데려오셨더라고요. 아야라는 텐구도 엄청 고급적인 차림으로 그 높으신 텐구 옆에 있었는데 깍듯이 하면서도 저를 보며 알고 있다는 듯 미소지은거 보면 참.


두려움과 불안이 일으킨 사단으로 벌어진 이야기다보니 그래서 그 시험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아마 핵심이 아니까 싶지만 액신님이 액을 다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본 시험은 정말 털렸죠. 그래도 기존보다 점수가 조금 된 것으로 위안삼고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 송이 캐는 기술을 즐겁게 배우고 아무래도 점점 더 텐구들과 서로 친해지면서 신용이 생겨 제가 텐구들의 거래장부기록을 텐구 네 말로 대필해서 편하게 주는 것으로 소문이 나 이쪽 납품으로 어린나이에 으뜸가는 대상이 되어서 명성도 쌓고 잘하고 좋아하는 걸로 열심히 살게 되었거든요. 히나님이 기특하다고 하셨고요. 정말 대놓고 말해주셔서 신사 짓자는 이야기로 너스레를 떨면 회피하시긴 하시지만.


솔직히 시험은 망쳤으니 아무래도 액을 가져간다는 건 그냥 하는 소리였던 거 같아요. 아니면 진짜 뵈어서 불운해 졌는지 도요. 아니 제가 잘하는 걸로 소위 성공을 했으니 액을 가져가신게 맞는 걸까요? 결국 남는 건, 저의 믿음인데 히나님께서 알고 계시겠죠.

그리고 히나님을 보면 불행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산을 타다 다칠 때도 있고 거래가 잘 안될 때도 있고 누구나 죽으니까(...) 결국 끝에는 불행이 있잖아요. 그러니 살면서 행복할 필요는 어느 정도 있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정말요.


그렇게 이 이야기에서 앞으로가 어떻게 되든 생은 길어서 제가 공부하면서 배운 말인 호사다마도 새옹지마도 될 수 있는 인생이니 결과에 너무 불안해하고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나 남는 게 무엇이든 제가 다시 선택을 내리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거나 잘하는 거와 좋아하는 것을 구별 하는 거, 뭐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처럼, 또 자상하고 발랄하셨던 히나님처럼 누군가에게는 말을 들어줄 대상이 필요하다는 거, 그리고 그걸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 그것이 이런 인연의 소중함이 아닐까 싶어요. 그저 이 글로 이어지는 모든 인연들에게 그것이 누구시든지 기댈 대상이 필요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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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최근에 수능철이다보니 지금은 다들 진로 정하기 바쁠때라 SKY캐슬같은 드라마도 나오고 지금은 수시결과가 나왔지만 수시 전까지 포함한다면 올해 하반기는 다들 장고와 불안 걱정에 빠져있으실 때일 거예요.

 

이런 고생하고 수고하신 분들에게 공감도 공감이지만 위안가는 내용을 주고 싶어 무언가를 빈다면 신이지만 불안과 걱정은 사실상 불운과 같은 액이나 다름 없으니 좀더 액을 가져가주시는 액신님에게 어울리고 더 정서적으로 유대되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일부러 독자의 마음으로 느끼게 할수 있는 서사를 구축한 화자가 있는 이야기로 인터뷰/수픽 스러운 문체로 내적 공감이 들도록 적었습니다.(알퐁소 도데의 '별'같이 묘사했어요.) 수많은 불안과 걱정 피로를 이겨내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어려운 목표, 장점과 선호에서 갈등하시면서 다양한 삶을 온갖 감정으로 살아가시는 분들께도 많은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힐링 소설로 남아주기를 바랍니다.


제목인 재수가 없어졌던 어느 날에서 '재수'는 중의적인 단어입니다. 히나를 만나면 불운의 아이콘이니 일단 엔가초부터 해야되서 재수가 없어지는 것도 맞겠지만 2수,3수,4수등 시험볼때의 그 '재수'를 담고 있어서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에 자신의 장점을 살려 막연히 두려워하지 않게된 '나'의 성장으로 재수생이라는 책임감에서 시험을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연연하지 않게 되어 사실상 삼수일수 있는 현실이자만 '나'에겐 더 이상 연연할 필요가 없어 재수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의 '나'는 최대한 중의적으로 써서 요괴일 수도 인간일 수도 있습니다. 히에다노가라고 하기엔 시험낙방에 요괴천지의 요괴의 산을 거늴만큼 요괴들과 더 친숙하고 히나가 사람이라고 한건 그냥 사람처럼 생겨서 말한 걸 수도 있는 거고 엉덩이 구슬은 아무래도 인간적인 공감을 주기위해 넣은거지만 산을 두렵게 하기위한 어머니의 블러핑일 수 있어요. ㅎㅎ 그리고 정말 힘들어서 회피하고 싶은 순간에 회피하려고 하는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아무말이나 하는것 처럼 감정묘사를 솔직히 숨기지 않게 하도록 나이가 어립니다. 그러니 감정을 이입하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본은 송이버섯을 최고급으로 치기 때문에 소위 '잘 하는 것'을 더 값지게 부각시키기 위해 소재로 삼았습니다. 텐구 문자나 캇파문자 속기사등은 창작 설정이에요. 뭐 걔네들 문명이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ㅎㅎ


히나가 만나면 불행해지지만 원래 발랄한 성격이라고 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이런 소재에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자애롭고 나쁜 액도 가져가고 착한 히나 액신님을 찬양합시다.ㅠㅠ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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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네가 여기 어쩐 일이야?"

아야가 놀라며 묻자 금발의 풍성한 머릿결로 딱 봐도 귓가가 더워 보이는 단발의 미즈하시 파르시가 손 부채질을 하며 천진난만한 말투로 답했다.

"후, 여기는 어떻게 밖보다 안이 더 바람이 세게 분데? 방 분위기도 딱 내가 좋아하는 뒤숭숭한 분위기이고."

천연덕스럽게 빈자리에 앉은 파르시는 고개를 들어 주위의 표정들을 하나하나를 살폈다.

"절이니까 불교 말로 해야 하나. 딱 아수라장이네. 다들 모여서 서로 의심하고 속으로 시기하고 삭히고 대놓고 싸우는 거 너무 좋아."

"너 진짜 쉽게 보기도 힘든 지저요괴가 뭐하러 온 거야? 아야 네가 부른 거야?"

나즈린이 따지자 아야는 자긴 모른다며 고개를 강하게 저었고, 주위에서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모여들자, 파르시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걱정마, 어쨌든 도우러 온 거긴 한 거라고."

"도대체 어떻게 아시고 온 거죠?"

사실상 자신을 향한 질문에 하야는 자신의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대며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그러네요. 저도 안 불렀는데.. 설마 이번에 다른 기자들이 함부로 기사 낸 거라도 보신 건?"

"아니거든. 사토리가 한 소리해서 온 거야. 내가 마음의 어두운 면은 확실히 알고 있으니 멘레이키의 정신적인 성숙에 도움이 될 거라고 좀 가르쳐주래."

그 말을 듣고 누에가 사토리를 만났던 것을 생각하며 '그래도 신경은 써주는 요괴였구나. 내 부탁을 거절한게 마음에 걸렸었나 보네.'라고 속으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마음의 어두운 면이라... 아직 많이 배우지도 않았는데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생각에 잠긴 뱌쿠렌의 말에 파르시가 밖의 더워로 더워진 머리를 시원한 바람에 도리도리 털면서 답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나도 그래."

동감의 뜻으로 고개를 젓는 파르시를 보며 생각지 못한 대답을 들은 뱌쿠렌이 난처하게 바라보았고, 그 찰나에 파르시도 눈초리들이 자기에게 몰리자 일어서서 그중에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코코로의 두둥실 떠다니는 가면 하나를 집어서 말했다.

"일단 사토리가 그러는데, 내가 질투와 시기의 요괴니까, 그런 것도 엄연히 감정의 하나인데 감정을 배운다면 이런 소위 스스로나 남을 힘들게 하는 '부정적 감정'도 다룰 줄 알아야하고 그러기에는 내가 전문가라고 사정을 하더라고. 좋은건지 나쁜건지.. 에휴, 하여튼 그래야지 자신의 스트레스에 대해 자신감과 극복 능력에 해당하는 심리적 건강성.. 그 사토리가 뭐라고 했었던 용어가 있는데... 아, 자아탄력성[각주:1]을 키울 수 있다고 있다나."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괜찮을까요? 지금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 마당에."

뱌쿠렌이 슬쩍 후토를 보며 묻자, 후토도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미 좋은 꼴 봤는데 더 상황이 안 좋아진 모습도 얼마든지 볼 수 있네."

그 말에 무라사가 인상을 찌푸리고 파르시가 웃으며 자신이 집은 가면을 품으며 대답했다.

"그래, 안좋으면 나야 신나는 광경이지, 그런데 나는 이 설명을 듣고 '교육' 자체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어서 말야."

"'회의감'이라니요?" 아야가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간 웃음으로 목소리의 끝을 올리며 기분 나쁘게 물었고, 화답하며 피식 비웃은 파르시가 자신이 집었던 코가 긴 텐구가면을 놓으면서 뱌쿠렌의 옆에 쌓여있던 대도서관에서 빌린다고 해놓고 털어온 교육 참고용 책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말했다.

"어디 이 교육하는데 쓰는 교재들을 볼까? '이상 심리학', '성격 심리학', '심리학 원론', '상담 이론', '신경 심리학', '발달 심리학', '청소년 심리학', '분석 심리학','자아 정체감: 청년과 위기', '우리시대의 신경증 성격', '꿈의 분석', '게슈탈트 심리학', '행동주의 심리학' '인본주의 심리학의 이해', 어이쿠, 'DSM-5 해설서'도 있네."

"네, 다 성격을 주시한 심리학에 관련된 책들이죠."

"잠깐 그전에 DSM-5[각주:2]가 뭔데?"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어쩌면 지저요괴들이랑 나와 인연이 깊은 책이지."

"왜 인연이 깊은데?"

코가사가 어리둥절하며 묻자 나즈린이 눈치도 없냐는 듯 짜증을 내며 귀속말로 알려주었고 그제서야 코가사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질투의 요괴인 나도 자각하곤 있지만, 이 체계를 통하면 내가 내 주변에 관심을 받거나 행복한 애들을 싫어하고, 비슷해도 어떤 이유든 만들어서라도 부당한 의심을 하거나 항상 상대방이 접근하거나 보이는 행동에 대해 의도가 있나 살피고 원한을 오랫동안 잘 풀지 않고 예민한 데다가 잘못이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방어기제[각주:3] 중에서도 투사[각주:4]를 계속 쓰는 경향이 몇 수십 년 이상 나왔으니 성격 장애(Personality Disorder)의 A군 성격장애(Cluster A Personality Disorder) 중 편집성 성격장애에 비슷하게 나올 수가 있거든. 정식 진단과 소견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래? 그럼 뭐가 문제인데?"

"혹시 이 책 빌릴 때 소악마가 저작권이 좀 세다고 라벨이 적혀있다던데 그 것 때문에 그러신건가요?"

"에에이, 그렇게 멀리까지 가진 마. 이거 쓴 자들을 봐봐, 카를 융[각주:5], 알프레드 아들러[각주:6], 칼 로저스[각주:7], 헨리 머레이[각주:8], 지그문트 프로이트[각주:9], 장 피아제[각주:10] 에릭 에릭슨[각주:11], 베르트하이머[각주:12], 프레드릭 스키너[각주:13], 에이브러햄 매슬로우[각주:14], 카렌 호나이[각주:15]. 다 '인간'이잖아. 이 병리 기준도 인간들을 조사해서 수치화해 평균을 낸 거고."

파르시의 말에 방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이젠 좀 눈치 좀 챘겠지. 이건 '인간'이 쓴 거고 '인간'이 '인간'을 연구하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 인간의 유병률, 사전, 사후검사에 대한 통계를 통해 맞춰진 것들을 요괴에게 함부로 대입할 수 있냐는 거지. 요괴들을 다 모아서 통계를 내던가."

"뭐, 그렇긴 하겠죠. 그래도 우리가 인간처럼 정서나 심리라는게 있으니 일단 인간들이 만든 있는 틀이라도 도입해 알아가보면 발전도 있을 것이고 나쁘지 않을까요? 제가 읽어봤는데 인간도 개나 쥐, 비둘기를 통해 고전적 조건형성[각주:16]이나 조작적 조건형성[각주:17]을 알게 되었는데 요괴들의 감정에 대해 연구가 된건 아니지만 참고할 만은 하잖아요."

아야도 후토와 뱌쿠렌을 보며 동의를 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에이, 그래도 그렇지. 대상이 멘레이키 얜데? 이 모임이 요괴인 얘에게 '인간의 가치관과 정서'를 심어주는거 밖에 더 되겠어?"
그 말에 서로 눈치를 보며 주위에서 속닥거리고 아야와 뱌쿠렌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해진 마미조도 흥미롭게 살피는 사이 아야가 입을 열었다.

"에이, 그래도, 감정이라는 걸 인간만 느끼는게 아니잖아요. 우리도 느끼고, 표현하는 엄연한 감정이 있는데요. 일단은 우리보다 인간이 더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표현할 수도 있으니 그들의 연구를 토대로 코코로 씨같은 '감정의 요괴'가 많은 감정을 익히고 배워서 요괴에게 대입할 필요가 있겠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거라네."

후토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답답하긴, 애초에 우리 요괴의 본질이 뭔데? 나는 질투와 시기의 요괴니까 계속 질투하고 시기하고 그렇게 개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감정을 통해 생존하고 앞으로도 쭉 산다고, 이건 아무리 한정적이고 남들 눈에는 곱게 보여지지 않아도 나의 생에서 문제가 되지 않아. 나의 정체성이니까. 다른 요괴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난동이랑 소란 피우고, 소수의 주요감정만 있고 굳이 이성이 필요하지 않아도 마음 가는 대로 욕구와 충동에 이끌려 눈치나 주변 시선이든 신경 쓸 필요없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날뛰면서 신나게 살잖아."

 파르시는 모두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인즉슨 난 요괴의 삶이란 자신의 본분에 맞는 본능으로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쾌락과 자기만족을 추구하고 성취하는, 차라리 요괴들이 막상 겪는 감정을 가르쳐 주는게 요괴인 얘에게 낫다는 거지. 왜 저 멘레이키에게 굳이 이런 요괴의 정체성이 아닌 인간에게 맞춰진 정체성을 강요하느냔 말야. 소위 인간들이 말하는 철이라도 들게 하려는거야?"

아야가 애써 그건 언짢은 표정을 숨기려하고 나머지 요괴들은 곰곰히 본질적 요괴로서의 정체성에 대하여 파르시의 말에 공감이 가서 고심하자, 코코로가 '오오 끌린다, 하고 싶은 대로 날뛴다니.' 라는 혼잣말로 답했다.

"진짜 그럼 내 멋대로 하는게 요괴적인 거야?"

"그럼."

"우와 신나, 뭔가 해방되는 말이야."

"어떤 규율도 규칙도 얽메이지 않지. 누군가 응징하러 찾아오긴 하지만."

코코로가 반짝반짝한 눈망울로 박수를 치며 화답하자 더 나아가면 안되겠다 싶은 뱌쿠렌과 아야가 둘을 말렸고 파르시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능청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 요약해서 말하자면 솔직히 다들 요괴라서 잘 느끼겠지만 요괴는 욕구 충동으로 사는 거잖아. 다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러다 무녀에게 깨지기도 하고 말야. 이렇게 힘들게 모여서 겉은 요괴고 속은 인간스럽게 만들려 하느니 아무리 인간과 부대끼는 환상향이라지만 차라리 요괴로서의 정체성을 더 키워주는 게 좋지 않냐는 거지, 안 그래?"

아야의 바람에 금발 단발과 흑발의 단발이 같이 휘날리면서 의기양양한 파르시의 초록눈과 초점이 일치한 붉은 눈의 아야는 그녀를 보다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참, 우리 파르시 씨는 우리가 코코로 양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는 모습에 그렇게 느끼셨군요. 뭐, 주입식 교육은 맞지만요. 그런데 말이죠."

아야가 파르시에게 보란 듯이 책들을 가리켰다.

"그래요. 지적해주신게 맞아요. 그래도 거기에 좀 더 나아가면 우리가 아무리 지성체라지만 윤리는 고사하고 욕구와 충동에 특화되었다 보니 우리가 왜 이런 사고방식으로 살고 왜 그렇게 느끼나 고찰해볼 생각을 못 했겠죠. 그냥 그러고 살면 되니 의문문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우리와 같이 느끼는 감정과 성격, 심지어 그 병리마저 연구했어요. 이런 연구결과와 이론 데이터는 최소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지성체급으로 같은 성격과 감정을 교감할 수 있는 요괴라면 얼마든지 수정해 적용, 인용할 수 있는 거랍니다. 저도 요괴가 요괴의 정신구조와 감정을 분석한 교재로 가르치고 싶지만 말씀처럼 워낙 감정들이 뭔가 과하거나 아예 적거나 들쭉날쭉하니 거의 없잖아요? 인간이 요괴를 두려워해 분석한 글은 있어도. 게다가"

아야는 코코로의 두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다독이듯 주무르면서 말했다.

"코코로 양 같은 '감정'의 요괴에게 인간과 공유할 수 있는 '감정'에 대한 사고와 구성, 기능에 대해서 우리 같은 요괴들이 적절하게 알려주고 맞춰서 지식을 통한 정신적 성숙과 성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오히려 코코로 양은 자신의 정체성인 감정을 잘 이해하게 되면서 더 강해지고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것과 더불어 우리같은 타 요괴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도 헤아리면서 세지겠죠. 감정은 공유하는 거니까요."

흥미롭다는 듯이 보는 파르시에게 코코로의 가면 하나를 집어든 아야가 말을 이었다.

"코코로 양이야 감정의 요괴라지만 현실은 가면 하나 없어지면 대이변이 따라오고 스스로는 가면 찾느라 허둥지둥하는 츠쿠모가미잖아요. 자아가 있지만 수동적인 면모가 있는 츠쿠모가미 요괴의 자아성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아우룰 수 있는 하나의 독립적인 요괴로 만들어주려는 거랍니다. 이런게 성장이고 그녀를 위한 교육 아닐까요?" 

틀린 말이 없어서 고개를 끄덕거린 코코로가 말했다.

"맞아, 자유로운것도 좋고 어쨌든 나 더 성장하고 싶어. 그럼 누구도 못 넘볼 최강이 되겠지!"

"뭐 이 요괴는 양쪽이 좋다니까 서로 좋을대로 생각하자고. 기사에 혈안이 된 텐구가 시선이 몰린 나를 질투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 이렇게 과친절이 되셨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자체가 제 기삿거리니까요. 공들인 일감이라고 하면 공감 가시려나?"

"공 진짜 많이 들이셔서 이 일감을 다 못 먹으면 거 피눈물좀 나시겠어요."

파르시가 여전히 비꼬는 말투로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에이, 사토리 말이 맞긴 맞았네. 하, 남에게 좋은 일 하고 내가 만족감 못 얻으면 손해 본 거 같아 두고두고 짜증 나는데.... 저렇게 주변에 도움과 관심 많이 받는 애라서 은근슬적 얄미워지려고 하고.. 그래도 부탁받은 것도 있어서 여기까지 왔으니 할 수는 없지."

"그래도 파르시의 말은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어차피 우린 요괴니까."

누에가 거들자 마미조와 코가사도 고개를 끄덕이고 여러 생각에 잠긴 이치린과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싶은 나즈린이 풀린 눈으로 멍하니 파르시를 바라보았다.

"참, 너는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계속 주목받아서 좋겠다. 후우."

팔짱을 끼며 코코로를 쳐다보던 파르시가 푸념하듯 말하자, 그 말을 같이 들은 주변에서 코가사와 무라사, 쿄코등이 찰나였지만 살짝 머뭇거렸다.

"시간 끌지 말고 그쪽은 나에게 어떤 걸 가르쳐 줄 거야? 얼른!"

코코로가 호기심에 찬 가면을 보이며 파르시에게 다가오자 파르시가 두 손을 펼쳐 저지했다.

"워워, 너무 가까이 붙지 마. 보기만 해도 더운 마당에."

"네, 이왕 해주실 거면서 말은 참 많으셔요. 그래도 뜨거운 곳에서 오셨으니 충분히 식혀드리죠."

바람의 세기가 강해져 다들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가 되자, 조심히 아야와 파르시의 언쟁중 눈 마주침이나 태도를 살펴보던 마미조가 다수의 시선이 파르시쪽에 정신이 팔렸을 때 조심히 타 종이에 작은 글씨로 글을 빠르게 적은 뒤, 나즈린에게 슬쩍 밀어 넣었다.

'응?'

나즈린이 조심스럽게 다른 종이를 덮어 가리면서 보자, 종이에는 '텐구가 이곳을 관찰하는 수단이 있는지 다우징 요망.'이라는 글씨가 있었고 재빨리 먹 묻은 붓으로 안 보이게 덧칠하고는 펜듈럼을 잡고 주위를 다우징했다.

"논쟁은 된 건가요? 그럼 코코로 양의 교육을 위해서  이렇게 먼길오셨는데, 차라도 마실까요?"

쇼가 웃으면서 말하자 나즈린이 자신을 쳐다보는 마미조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눈치껏 벌떡 일어나 말했다.

"내가 타 올게. 주인." 파르시가 손 부채질을 하며 대답했다.

"냉차 없으면 물으로 줘."

나즈린이 대답하지 않고 방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지나가는 불제자들과 방문객들을 살피면서 지붕에 앉아 쉬고 있던 운잔을 불러 물었다.

"운잔! 혹시 이 근방에서 텐구들을 보거나 수상한 거 못 봤어?"

운잔이 입술을 움직이려다 손가락으로 X를 만드는 것으로 답하자, 나즈린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고마워. 혹시 수상한 애들, 특히 요괴 중에서도 토킨을 쓰거나 텐구가 보이면 말해줘."

고개를 끄덕이는 운잔을 보며 불안했는지 주위를 다시 다우징 해보며 살핀 나즈린이 공양간에서 그릇에 있던 물을 찻잔에 떠서 가지고 들어오자, 다들 나즈린의 눈치를 보며 수군거리고 아야는 마냥 재밌다며 사진을 찍고 있고 삐친 모습의 파르시가 토라져 있는 것과 다르게 쇼는 얼굴이 붉어져서 시선을 돌리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 나즈린의 눈에 비쳤다.

'응? 뭐야. 이거'

"금방 갔다 왔는데 다들 뭐하는 거람? 주인은 또 왜 저러는데."

쇼가 민망한지 나즈린을 쳐다보지 못하자 분위기 파악못한 쿄코가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파르시가 그랬는데 '부하랑 주인이랑 호흡도 잘 맞고 정말 살가운거 보니 살림이라도 차렸나보네.'고 했어."

"...."

징그러워서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깊은 한숨으로 귀를 펄럭이며 물잔을 파르시 앞에 내려놓은 나즈린이 쇼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유언비어 날조는 텐구만 하는게 아니었네. 부러우면 니도 주인 만드시던가요. 주인은 또 저런걸로 뭘 민망해 하고 있어. 그만 하세요. 나까지 민망해지니까."

"무연총에서 절에 들어와서 살림차리건 맞잖아."

"얌마!" 코가사의 너스레에 나즈린이 어이가 없어 성질을 냈다.

"나즈린도 진정하고.. 파르시 씨. 우리 둘은 자주보고 하는 일 같은 거 안 해요."

"엥?" 당황한 쇼의 대답에 파르시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쇼, 자자, 비사문천님. 진정하세요. 생각하고 대답하세요." 뱌쿠렌이 어이없어하는 후토 반대편에서 애써 웃으며 말했다.

"뭔 소리야! 주인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하면 더 오해사잖아!!"

화끈거리는 볼을 손바닥으로 쇼가 두드리며 진정시키자 나즈린이 인상을 쭉 쓰면서 하소연하듯 말했다.

"어휴, 제발 비사문천의 화신답게 체통좀 지키시라고요. 위엄이 안 살잖아요."

"어머, 주인 챙겨주는 거봐, 진짜 주인이랑 부하치곤 너무 애뜻하잖아. 저런 다정한 모습 눈꼴시려."

파르시가 삐져서 고개를 돌려버리자 빡친 나즈린도 버럭버럭 화내며 말했다.

"아! 좀 그렇게 몰아가지 말라고!! 물 던지기 전에 얼른 마셔!"

"자자, 진정좀. 지금 우리만 있는거 아니니까요. 제발."

뱌쿠렌이 땀까지 흘리며 손사래를 치자, 코코로는 부끄러운 표정의 가면으로 수업중 선생님의 첫사랑이야기를 듣는 학생같이 집중했다.

"와, 정말 재밌는 광경이네요. 그렇지 않나요?"

"아니."

"..."

모미지의 칼같은 대답에 아야도 할말 없어져서 그냥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아, 이제 그만하고.. 수업 들어가기 전에 나즈린은 혹시 파르시 말에 혹시라도 어떤 감정이 드는지.. 말해줄 수 있는지.."

"... 아니 주인 무슨 감정이 들어야 하는데요? 창피한거 말이에요?"

".. 아네요."

자신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어이없어서 툭 던져 나즈린을 보고 무언가 마음속 기대가 살짝 흩어진 쇼가 마음을 다잡듯 아쉬움에 고개를 돌리자 나즈린이 팔짱을 끼며 한숨과 함께 말했다.

"주인 체통 신경쓰는 만큼 부하 체면도 좀 신경써달라고요."

"알았어요. 나즈린. 당신의 주인답게 행동하도록 하죠."

진지하게 말하는 쇼를 보며 내가 뭐 심하게 말했나 싶은 나즈린이 속에서 불안이 뒤섞여 바로 안절부절 못했으나 물어보면 더 민망해질까봐 애써 표정관리하며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하여튼 절간은 소란스럽군, 진도 나가아지. 다들 안 그런가."

"에이, 후토 씨. 그냥 놔주세요. 잘하고 있는데."

능청맞게 웃으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아야를 보며 후토가 눈을 깜빡이면서 앞섶을 잡고 털며 말했다.

"자네에게는 이게 재밌는 가십거리로 보이는가?"

"아뇨. 지금 수업하는거 맞아요. 파르시가 무슨 요괴인지 다들 모르시는건 아니시겠죠?"

그말을 들은 후토가 아야의 말을 이해하고는 파르시의 입을 막은 손을 떼고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말햇다.

"질투의 요괴..."

"네, 맞아요. 시기와 질투의 예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거랍니다."

"저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다보니 큰일 생기기 전에 먼저 무기부터 걷어야 할 것 같아요. 다 날붙이, 쇠붙이같은건 모아서 치워주세요."

그 말에 미리 찌를까봐 치워놨던 모미지의 검 위에 누에의 삼지창이나 쇼의 보탑과 창, 미나미츠의 닻등 다른 무기들이 쌓여졌고 주변이 어수선해지자 나즈린의 손으로 X표시를 확실히 본 마미조가 누에에게 말해주고 아야를 주시할 것을 요청하면서 다시 눈치싸움도 시작되었다.

"후후, 이미 아수라장인데 더 문제 커질까봐 무기를 치운다니, 뭐 지금 그대로 진행하는게 걱정되나봐?"

파르시가 떠보며 말하자, 질려버린 뱌쿠렌과 쇼의 입에서 동시에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무간 지옥이 될 순 없으니까."

"무간 지옥을 벌일 순 없죠."

"그래? 뭐, 저 텐구는 그것마저 바랄 것 같은데. 그래도 같은 요괴끼리 돕고 살아야지, 사회생활이라는게 다 그렇고.. 확실히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야하고 너흰 인간이 쓴 책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요한 괴테[각주:18]라는 사람은 '증오는 적극적인 불만이고 질투는 소극적인 불만이다. 따라서 질투가 금방 증오로 바뀌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라고 했었고."

말을 많이 해서 혀가 살짝 마른 파르시가 물을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인간을 자기애를 통한 이기적인 대상으로 본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각주:19]라는 사람은 자기가 쓴 책인 '회상록'에서 '질투속에는 사랑보다 이기심이 더 많다'고 했고 '금언집'에서는 '시기는 증오보다 더욱 비타협적이다'이라고 했어."

"듣기만 해도 겁나 안 좋은거네." 무라사가 투덜거렸다.

"아이, 좀 더 들어봐. 니들 귀엔 더 안좋은 소리니까. '그리고 질투는 항상 사랑과 더불어 태어난다. 그러나 반드시 사랑과 함께 죽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어."

"사랑하기 때문에 질투한다라는 거제?"

마미조의 말에 파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그럼. 그래서 질투는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에서 일어나게 되지. 사랑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질투라는 부정적 감정의 원인이되는 거야. 오묘하고 재밌지 않니?"

"아니." 모미지가 다시 칼같이 대답했다.

살짝 당황한 파르시가 헛기침을 하다가 잠시 생각하던 코코로가 파르시를 관찰하며 물었다.

"근데 질투라는건 증오랑 엄청 가깝네." 

"아, 그렇지. 아무래도, 근데 너 증오는 배웠어?"

"응, 기쁨, 슬픔등 다른 감점들도 케이네 훈장님에게 배웠고 분노와 증오는 모코우에게 배웠어."

"와, 소문만 들었었는데 얘 진짜 많은 이들에게 확실하게 배웠겠네.. 무슨 맞춤형 과외도 아니고. 부럽게"

"아항, 그런게 질투라는 거구나." 눈치가 생겨난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야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

말들 들은 쇼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파르시를 향해 물었다.
"그럼 사랑하기 때문에 질투한다?"

"그치. 질투하기 때문에 '그 상대가 나를 놓지 않게' 나를 더 멋있고 예쁘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고, 또 그 상대가 '나만을' 사랑해 줬으면 하는 이런 자기애와 소유욕이 공존하고 점점 균형이 어긋나 파국이 나거든. 이런 사례가 많기 때문에 나같은 요괴가 계속 존재할 수 있는거지."

코가사와 쿄코가 이야기에 집중하고 누에도 날개를 접고 집중하자, 주위 반응에 얘기가 재밌어졌는지 파르시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뭐 이야기를 들자면 내가 잘해주고 신경쓰는 상대가 감사 표시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게 마음이잖아? 그런데 그 상대에게 다른 대상이 잘해줄 수도 있는데 상대가 그 대상에게 잘해준다고 고마워하는게 무척 신경이 쓰이는 것도 질투야. 여기서 더 심해지면 '내가 그렇게 잘 대해줬는데 어떻게 그럴수 있어'와 같이 평범하게 대하던 상대는 난감하고 나는 감당하기 그지없는 신념이 되어버려서 끝없는 의심과 스트레스, 갈등을 겪지."

"그렇군."

후토가 고개를 끄덕이자, 파르시가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애초에 질투는 말이야. 내가 어떤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좌절을 겪을때 일어나는 분노와 실연당할지 모른다는 근심을 통해 따라오는 두려움, 내가 나를 평가해보고 타인이 나을 염두하지 않을것 같은 부족함과 처량함에서 오는 슬픔. 아주 우습게도 그나마 작동하는 자아에 의해 내가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수치심과 패배감을 느끼는 방식으로 작동이 되거든. 그래서 질투는 증오와 수치감과 연관이 깊어."

"너도 그래?"

"항상 그러지." 누에의 질문에 웃으며 파르시가 히쭉히쭉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또 재밌는게 뭐냐면, 질투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는 거야.  과거에서도 언제든지 끄집어 낼 수 있지. 나랑 상관 없었던 일도 키워드 연관만 있으면 바로 꺼낼 수 있거든. 예를들어 내가 남이랑 사귀고 있는데 남이 옛날에 사귄 전 사람을 꺼내와 괴로워하고 질투하는 것처럼 말이야. 솔직히 나랑 상대의 관계만 현재에 있고 그 전 사람은 이미 과거에 끝났는데도 현재로 가져와 질투하고 왜 헤어졌는지 파헤치고 나와 비교해보고 그러는거야. 이러한 질투는 뭐라고 부르냐면."

다시 물을 마신 파르시가 코코로를 보며 말했다.

"바로 '망상적' 질투라고 해. 이거 생각보다 흔해. 과거일을 왜 꺼내냐고 싸우는게 소설에서도 한 두 장면이 아니거든. 그리고 사랑을 서로 증명하라고, 증명하려고 하지.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증오와 나에 대한 수치감이 뒤따라오고 그 뒤는 정말 심해지면 의처증, 의부증이 되어버리기도 하지. 그리고 파국을 맞고."

파르시는 침을 삼키고 코코로와 계속 눈을 맞췄다.

"자, 그래, 이런 질투라는 감정이 문제를 일으키는데 왜 우리가 이런 감정을 가져야하느냐 생각이 들거야, 그건 이 질투의 요괴가 자아성찰하듯 설명해주도록 하지. 질투는 상당히 보편적인 감정이고 질투를 통해 상황을 분석하고 더 나은 상대를 찾는 생존전략을 쓰며 이 질투를 통하여 서로 질투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서로간의 유대와 애착을 더욱 형성시킨다는 거지. 상대방이 질투할수 있는 행위를 안하기만 해도 되니까. 그리고 질투심을 자극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상대가 나에게 더욱 관심을 끌고 상대에게 나의 가치를 높히며 신경쓰게 할 수 있는 매게체가 될 수 있단 거야."

"음.. 결국 부정적인 감정이라지만 장단점은 있는 거네." 코로로가 질투에 맞는 가면을 찾아보면서 말했다.

"그럼, 질투가 수치심, 증오등 여러 감정이 복합된 감정이다 보니 감수성의 정도와 불안의 정도, 관계 유지 의존도에 따라 일어나는 반응이 달라져. 그리고 아주 역대적으로 질투는 말야. 반드시."

명심하라는 듯이 코코로에게 파르시가 속삭이듯 말했다.

"비극을 부르지."

"음.."

소름돋는지 팔짱을 낀 손으로 두팔을 문지르며 부시시 떠는 코코로를 보며 후토가 버럭 짜증을 냈다.

"자네는 아니 왜 애를 겁주고 그러나!"

"아니, 왜? 사실인데. 네가 한번 대도서관이든 영나암이든 온갖 서재들 다 털어서 질투에 관한 자료 찾아봐. 질투로 인한 비극이 온갖 신화와 이야기, 소설 실화로 한 가득일텐데. 내가 사람들이 질투에 관해 한 말들 기억 못하는거 아니지?"

초록 눈을 반짝이며 자신감있게 말하는 파르시가 그 자신감을 증명하듯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폈다.

"성경이라는 책에는 최초의 살인이 질투때문에 일어났고 인간남자아이[각주:20]가 아버지를 질투하고 양육자인 어머니를 사모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반대로 인간 여자아이가 어머니를 질투하고 이성인 아버지를 사모하는 엘렉트라 컴플렉스, <오셀로>부터 시작해 치정싸움을 비롯한 질투와 관련된 작품이 꽤 많지. 그리고 오셀로라는 책에는 질투는 초록눈의 괴물을 하고 있다고 하고 말야. 자기 자신을 서서히 잠식하면서 파멸을 향해 달려나가는."

"불교에서는 그런 마음은 비워내고 경을 읽으며 불심을 단련하는 것으로 다스립니다. 설명은 들었으니 질투를 다르는 법도 알고 계시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도교에서는 그런 마음은 생에 관해서 정신을 무겁게 하는 것. 수련과 호흡법을 통해 기를 다스린다네."

"흠, 뭐 다 도움되는 말이긴 하네. 일단 아우구스투스[각주:21]라는 사람이 '질투를 느끼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어. 결국 누구하나 헤어나오기 힘든 관계의 기본적인 갈등구조라고, 그래서 이 질투에서 벗어나겠다는 건 힘들지, 반드시 무의식적으로 찾아오게 되어있다고."

"하긴 그러니까 네가 존재하는 거고."

"그럼. 귀여운 꼬꼬마 쥐를 끼고 있는 큰 쥐 아가씨. 이렇게 단순한 시샘만으로도 질투로 이어지는 만큼. 차라리 질투심을 인정하는게 나아. 질투 그 자체인 나처럼."

"무슨 소리야?"

코로로가 황당해하며 제법 질투와 비슷한 가면을 들어보이면서 물었다. 

"그러니까 좀 부정적이고 밖에 꺼내긴 창피한 감정이긴 해도 엄연히 심리적인 도구라고, 하지만 다들 질투심을 표현하지 않고 혼자 삭히면서 주위의 증거들을 통해 머릿속으로 온갖 안좋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속상해하거나 대놓고 감정적으로 표출해서 수치심과 함께 관계가 깨지곤 하지. 그러니까 일단 서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의사가 있다면 그냥 질투를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게 좋아. 그래야 상대방도 질투를 가질만큼 자신에게 감정도 있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걸 알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서로 고쳐나갈 수 있거든. "

그말을 들은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요괴들도 좋은 방법이네하고 수긍하는 사이, 마미조가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방금 서로 관게를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었는디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 털어놓으면 어지 되는감?"

그러자 파르시가 신난표정으로 말했다.

"아항, 그거? 그렇지 않은 관계는 분명히 서로 주도권을 쥐려고 물밑작업에 신경전 벌이는 관계라고, 당연히 털어농은 이야기를 약점으로 잡고 관계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려 하거나 속으로 배신감에 복수하려고 하겠지. 그래서 상대방을 잘 알아야 쓸수있는 전략이야."

"그럼 다른 방법은?"

"응, 그게, 확실히 전문적으로 알려주려면.. "

파르시가 슬쩍 뱌쿠렌이 빌려왔던 책들을 향해 눈치를 보고는 천천히 다가가 책들을 뒤지며 말했다.

"아무래도 더 참고해야할 내용이 이 심리학 책들 중에 전문적으로 있을 것 같아. 잠깐만,"

"참, 아까는 인간 중심 연구들이라더니요. 후후"

아야가 카메라로 책을 살피는 파르시를 찍으며 비웃자 파르시도 버럭 짜증을 냈다.

"아, 씨! 그거야 젤 가르친 다른 요괴보다 내가 더 잘 가르칠거니까!"

"푸후훗, 좋은 질투심이에요. 질투도 분노와 더불어 에너지를 크게 일으키는군요."

아야의 말에 반박은 못하고 책들의 내용을 하나하나 파르시가 살피는 사이, 코코로가 마미조에게 다가가 질투와 관련된 가면이 슬픔의 할머니 가면과 분노의 여우 가면, 곤란할 때의 원숭이가면, 누가봐도 짜증난 가면, 토라진 가면등 여러 가면들 중에 어떤 것이 적절한지 물어보았고 마미조가 인자하게 미소지으며 '네가 느끼는 질투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가면에 투영해보라'라고 대답해주었다.

"아, 찾았다. 여기 이 책에 보면."

마미조의 말에 멍해진 코코로가 듣든지 말든지 들뜬 파르시가 그대로 읊었다.

"그래, 여기 있었네. 지금 해야 할 설명은 인지치료 이론을 대입하면 좀 더 자세하게 도움이 되거든. 질투라는 것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이든 하나의 사건에 대한 자신의 추리이자 추측이든지 간에 그것이 정확한지 알아봐야 한다는거야. 과연 그것이 내부 요인인지 외부요인인지 꼼꼼하게, 자신이 예전에 사랑으로 상처받았거나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상대가 무엇때문에 배신했는지 점검 해야하고 자신이 상대가 굳이 잡아둘 필요가 없는 매력이 떨어지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자아가 약해서 상대에 대한 열등감에 더 의존하고 의심하게되는 경우이니 자아의 불안정성을 점검해야지."

"으흠."

"그런 방법을 인지치료 이론에 대입하면, 먼저 아론 벡[각주:22]의 인지치료에서 마음속에 굳이 생각할 필요없이 자극이나 사건에 대해 자동으로 생각이 들게 하는 자동적 사고가 잘못된 개념화로 일어난 부정적 자동적 사고인 인지적 왜곡으로 인해 실제와 다르게 사고가 왜곡되므로 이 근거없는 인지적 왜곡을 잡고 고쳐나가는 거지. 이를 증거를 탐문하고 대안을 통해 생각을 수정하는 인지 재구성법이라고 하고 마이켄바움[각주:23]이라는 사람의 인지행동 수정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에 대해 진술해 부적응적 행동을 파악하고 새로운 기술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어. 그리고"

그녀가 책의 다음 장을 넘기며 말했다.

"여기 나온 것처럼 다른 인지치료 이론으로 엘리스의 인지,정서,행동치료(REBT)가 있는데. 누구나 합리적 사고 외에 비합리적 사고라는 현실적이지 않고 필연적인 당위적 신념이 정서장애를 일으킨다고 나와있어."

"엘리스가??"

"응? 앨리스가 심리에 대한 책도 썼어??"

"어휴, 그 소리 나올 줄 알았어.. 그 인형사는 앨리스고 여기 이 사람은 인간 남자인 앨버트 엘리스[각주:24]라는 인간이야. 암튼 이 치료에선 예를 들어 내가 보는 사람에 나에 대해서 토라진 사건이 발생하면, 이는 의미있는 활성화된 사건인 A(Activating events)가 되고, 여기서 내가 생각하고 지금 상황을 파악할때 참고하며 믿고 있는  자신의 현재 신념체계인 B(Belief system)로 단계가 넘어가.  거기서 만약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내가 부족하고 매력이 없어서 그런다고 믿거나 증거는 없지만 상대에게 다른 상대가 생겼을 거라고 생각하는 비합리적 신념인 IB(Irrational Belief)을 파악하는 거지. 그리고 진위를 파악하고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논박인 D(Dispute),를 거쳐. 그것을 정당한 합리적 신념인 RB(Rational Belief)으로 바꿔주는 거야. 매력이 없다고 느끼거나 다른 상대가 생겼다고 생각하는건 근거없는 자신의 생각, 비합리적 신념이니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생각했구나 인정하고 내려놓게 하는 인지적인 과정이지.그리고 그 정서,행동의 결과인 C(Consequences),로 들어가지."

"잠깐 질문!"

"음. 뭐지? 배 유령 질문해봐."

"우숩게 들릴 수 있겠지만 왜 A-B-C로 안가고 A-B-D-C로 가는거지?"

"아, 그거? 대부분의 사고는 A-B-C로 들어가는게 맞아. 근데 그 B가 만약 비합리적 신념이라면 그 다음 C의 결과물은 불안, 우울, 시기, 질투, 열등감등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나거든. 그래서 B를 점검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해 논박하는 D가 사이에 끼는거야. 그렇게 비합리적 신념을 고치고 나면 나오는 C의 결과도 좋아지고, 이렇게 논박하면서 새로운 인지나 철학, 인지체계를 가져오는 효과인 E(Effect)단계로 접어들고 그에따른 감정인 F(feeling)단계로 접어들면서 사고 도식이 마무리되지."

"근거를 따져 생각을 바꾼다라. 인지치료라는 말 그대로 인지를 바꾸는 것이로군요."

"와, 탐정같다. 탐정도 추리하고 증거로 모두의 생각을 바꿔 버리잖아."

누에의 말에 마미조도 고개를 끄덕였고 코코로가 종이에 파르시의 말을 받아적다가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쓴 단어를 보며 물었다.

"그럼 비합리적 신념에 대해서 더 설명해줘."

"음, 어디보자, 비합리적 신념은 경험이나 사고에 의해 의식적으로 순간순간 자동으로 떠오르는 자동적 사고, 그 자동적 사고로 인해 생각하게되는 추론(귀인), 부정적인 정서와 관련해 자신이 의식적으로 명확하지 않게 역으로 인지하는 평가적 인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법칙이나 철학, 스트레스나 큰 사건에 대해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내면속의 인지인 핵심적 인지가 있다고 해. 그러니까 너희한테 어울릴 법한데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파르시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뱌쿠렌과 후토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불교나 도교나 상대 종교니까 나쁠거라고 생각하는 자동적 사고, 그로 인해 싸우면서 싸웠으니 적이라고 인식하는 추론, 마찬가지로 싸웠지만 상대 종교와 싸운거니 정당방위고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평가적 인지. 그리고 자기만의 종교적인 색체로 상대를 배제하는 핵심적인 인지가 있는거지."

"으름."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고 후토나 뱌쿠렌이나 표정이 굳어졌다.

"오호, 그렇게 이 종교갈등을 볼 수도 있겠군요. 기사에 참조해야지."

"아이 그런 거 적지마."

"아, 파르시가 엘리스씨 말씀 참고해서 이야기 하셨다고 출처 밝힐게요."

아야가 신나서 문화첩에 적어놓자, 파르시가 투덜거렸다.

"근데 기사로 낸다고?"

"네, 기자가 제 직업이잖아요."

그러자 파르시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난 소설가로 알고 있었는데."

순간 그 말을 듣고 아야가 머뭇거리자 모미지가 딜을 넣었다.

"소설가 맞지. 신문에 지 망상을 집어넣는."

"뭐, 네가 어쨌든 난 소설가로 알고 있을거니까."

"에이 너무해. 진짜."

아야가 토라져서 얼굴을 얼굴을 붉히고 뱌쿠렌이나 후토가 다소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할 말을 다시 시작했다.

"거봐. 이 카라스텐구랑 말 섞으면 안 된다니까."

입을 좀 열려는데 모미지의 한 소리에 흐름이 끊긴 파르시가 입술을 오므리며 불만족을 드러냈다.

"뭐, 요괴들이야 다 제멋대로라지만.. 나도 난데 남들은 이해하기 더 벅차다니까. 암튼 질투는 이정도로 된거 같고 아까 질투가 뭐와 뭐의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했었지?"

"증오와 수치심!"

"와, 멘레이키 너 엄청 잘 기억하고 있잖아?"

"써놨거든."

의기양양하게 필기종이를 보여주는 코코로를 보며 입을 다신 파르시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것도 도움이 되겠네. 그럼 이번에는 부정적 감정중 수치심으로 가볼까? 수치심은 뭐라고 생각해?"

"창피한거?"

"그것도 있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죠. 염치와도 같은."

"주지승 말도 맞긴 하네.. 수치심은 다른 말로 하자면 '자기 불신이자 의혹[각주:25]'이야. 어릴때 성취감을 충족하지 못해서 무언가를 행하는 자신을 의심하고 의식하고 이를 부끄러워 하거든. 특히 대부분은 자신이 감추고 싶어하는 감정이야. 우리처럼 고등한 요괴가 아니라면 사고가 단순해서 왜 그게 부끄러운지 모르겠자먼 조금이라도 자신의 가치관, 관계나 남을 의식하는 사회화가 되어있다면 남에게 절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감정이지. 누구나 아무리 친하더라도 쪽팔렸던거 빠짐없이 다 이야기 하긴 힘들거야."

"음.. 아무래도."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 있는 다수가 아주 잘 겪고 있을 경험이기도 하지. 나 진짜 이런 거 너무 좋다고. 딱 적절하고 어울리잖아!"

"잠깐, 어째서죠?" 도취되어 황홀해하는 파르시를 보고 쇼가 손을 들어 항의하듯 물었다.

파르시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굳이 그걸 내 입으로 말해야겠냐는 식으로 쇼의 얼굴을 보다가 말했다.

"당장 서로 죽여버려도 시원치 않을 두 앙숙 텐구가 쌍으로 곁에 있고, 종교분쟁을 일으킨 두 종교가 얼굴 맞대고 있는데 각자 드는 생각이 뭐겠어, 당장 상대와 겸상하는 것만으로 수치심이 안들고 배겨?"

순간 조용해지면서 서로 침 삼키는 소리와 함께 서로 눈동자들 돌리며 눈치를 보자 뱌쿠렌이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했다.

"자, 파르시 씨. 저희는 그걸 지금 해결하려고.."

"에이, 왜 그래. 다 알면서. 다들 직면하면서 인정하자고. 부정적 감정은 인정하면서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부정, 부인하는것도 다 미숙한 방어기제라고."

파르시가 심리학 책에서 한 페이지를 뱌쿠렌에게 보였다.

안나 프로이트[각주:26]가 제시한 자아가 갈등,불안에 대처하는 방어기제의 종류 - 억압(의식 밖으로 밀어냄 가장 기본적인 무의식적 부정), 부정(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함), 투사(타인에게 갈등원인과 분노를 돌림), 반동형성(내면에서 수용못하는 충동을 반대로 표현), 전치(충동을 다른 대상에 이입), 동일시(존경하고 동경하는 상대의 심리체계를 자신의 내면에 대입), 합리화(자신의 행동에 이유나 부정확한 핑계로 재해석), 이지화(스트레스 대상과 멀어짐), 내면화(갈등원인을 외부대상이 아닌 자신에게 반영, 투사와 반대), / 승화(충동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체) 

"이것을 서로의 사고에 대입하면 댁들이나 우리나 삶에 얽메인 이상 아무도 무결점의 성인군자가 아니야." 

뱌쿠렌이 잠자코 듣고 있자 마미조는 '저 요괴도 내가 갖고 있는 의혹을 비슷하게 갖고 있구마이.'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그녀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자, 이거 보면서 그 긴 모자 종교가는 어때?"

"긴 모자 종교라니! 도교다! 나는.. 아니 우린 굳이 부정하진 않겠네.."

사실은 도교라기 보단 민간신앙인 신토인지라 부끄럽지만 여기 있는 모두 잘 모르니까 대답한 후토도 눈을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아, 그럼 텐구들은 어쩌시려나?"

모미지와 아야가 서로를 쳐다보다가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인상을 잔뜩쓰고 살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고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대자 파르시가 피식 웃었다.

"텐구들은 솔직해서 좋네. 그래요. 다~ 이렇게 해당이 되면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사는 거지. 멘레이키의 교육을 위해서 다들 잘 참고사느라 얼마나 힘드시겠어. 지저의 요괴에게 한 소리 들어서도 부끄울테고 말야."

아무 말없이 파르시에게로 시선이 모아지자, 파르시는 오히려 시선을 즐기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좋아했다.

"모른당께, 서로 지극히 참을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 더 있겄제."

마미조가 떠보듯이 말하자, 파르시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멘레이키를 위해서 서로 싫은데 모이는 거면 정말 정신적으로 성숙한 거고, 나 같으면 뭔가 더 있다고 해도 잡아먹고 싶어서 1분도 못 견딜텐데."

"저기 자꾸 가르치시다가 딴 길로 새다못해 도발을 하시면.." 아야가 난색을 표하며 파르시의 옆구리를 찔렀다.

"걱정말게, 이미 불 지르려다가 잡혔으니까."

"어머? 방화미수?"
뜬금없이 자백을 하면서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후토를 보고 파르시가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앜크킄킄 니들 생각보다 재밌네. 다들 느끼실 수치심은 정말로 가시같은 감정이라 드러내긴 너무 아리기 때문에 쉽지 않은데 놔두면 나만 엄청 힘들어지곤 하지. 텐구들처럼 남과 나, 집단적 규율이 아닌 개요(個妖)적인 감정의 수치심이 있고, 내가 호명한 두 종교측 과 같이 집단 내에서의 수치심처럼 집단의 규칙이나 목적을 자신의 정체성이나 목적으로 삼고 있어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지. 그리고 여기에 이성이 곁들여져서 회의감이나 죄책감으로 이어지고."

참담한 심정으로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어 잠깐 참선(參禪)[각주:27]한 뱌쿠렌이 눈을 뜨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엇흐흠, 파르시 씨..아니 양의 말이 맞습니다. 결국 마음이라는 건 그릇된 것을 비워야도 하지만 그릇된 것을 생각한 나를 내가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법. 제가 경솔했군요. 그리고."

그리고 마미조와 누에쪽으로 방향을 틀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저의 마음이 이심전심[각주:28]되지 않는 듯하니 단합을 위해서라도 말이 더 이상 안 나오게 확실히 해둬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자리는 코코로 양을 위한 자리입니다. 그걸 위해 뭉친 거고 그것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한가요?"

그 말을 들은 마미조는 안경을 닦으며 말했다.

"매사가 폭넓고 느긋할 것 같은 히지리 치고는 꽤나 궤도에 놓이도록 애쓰는 듯한 과민반응이로구마이."

"마미조 씨. 제발 '우리만'이라도 본질을 흐트리지는 맙시다. 우리는 좀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할 필요가 있어요."

"미안하지만 난 교육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당께. 오히려 장려하제. 다만 이 교육이 진행되기 위해서 저 지하의 요괴가 지적한 것처럼 서로 으르덩 거리던 사이가 느닷없이 약속을 잡고 자리를 가질 만큼, 행여나 혹시라도 그걸 감수할 만큼의 거래가 있었는지 외부 개입은 없었는지 검증은 필요하다는 거제."

"외부 개입이라면 설마 저희를?"

아야가 당황스러워하며 묻자 모미지가 쏘아붙였다.

"저희라니. 난 빼라. 끌고 온 너지."

하타테랑 대화했던 것과 신문자료들, 그리고 조사했던 동족이 공격받았던 것등 여러 심적 물증이 있던 마미조가 반응을 살필겸 먼저 던져보았다.

"좋아요.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지만 전혀, 저는 없습니다. 아야 씨를 통해 좋은 일을 하려고 할뿐. 그것은 비사문천의 화신이신 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네, 그럼요. 좋은 일 하려고 모인 건데요."

사실 마미조나 뱌쿠렌이나 무슨 말 하는건지 영문을 모르겠던 쇼가 그냥 되는대로 말했지만 사실 자기가주지승인 뱌쿠렌보다 더 높다는 사실때문에 은근슬쩍 자존심이 상해서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정말로 신경쓰이나 본데. 일단 교육의 질이 좋으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네. 그래도 명색이 초대받은 입장이고 태자님이 멘레이키를 신경쓰고 있으니 그렇게 따를 뿐. 대화를 요청하여 대화하는 자리이니 분쟁을 원한다면 분쟁을 해줄 수도 있다네. 애초에 난 처음에 신경쓰지도 않았으니까"

후토도 아래쪽의 요괴 입장으로 말하자 누에도 답답해서 깍지를 쥐고 목 뒤를 포개며 말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에겐 설명도 제대로 안해주고 너무 졸속이었잖아. 그리고 이렇게 요란하게 소문내듯 하는 것도, 주위 요괴들이 좋게 본다지만 물어보면 회피하는 것도, 단순히 교육하는 와중에서도 여러세력이 다 엮이고 주위에서 인간 실종사건등 다양한 사건들이 막 일어나는데 아랑곳 없이 이걸 꼭 해야하는 것처럼 양 쪽이 강박적인 것도."

"아, 그랬었군요. 누에도 그렇게 생각할만큼 모두를 헤아리지 못했었네요."

고개를 푹 숙이고 침을 한번 삼킨 뱌쿠렌이 낮은 톤으로 계속 이었다.

"비록 코코로 양 하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모두에게도 좋은 일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해보려다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거레이. 증거를 찾으면 다 나오는 법이니께 진실만 말하면 되제. 특히 저 텐구들도 자유롭지 못하제. 유도심문이 될 것 같으니 예 같은 건 안 들겠네."

여유넘치는 마미조 앞에서 뱌쿠렌이 왜 이러시나 눈을 급히 깜빡거리다가 다시 미소와 함께 진정하며 대답했다.

"네. 정말로 코코로 양을 위해서 준비한 겁니다. 도교와 직접적인 대화는 어려우니 아야 씨 통해서 도교 측에 접근한 거고요. 그리고 서로 교육하기로 동의하면서 합의 했습니다. 모두의 동의를 얻기에는 서로 적개심이 강해서 어쩔수 없었답니다."

"난 몰라. 태자님에게나 여쭤보게나. 애초에 나는 이런 거 반대했었으니까. 그래서 불도 질렀고."

후토가 손사래를 치다가 팔짱을 끼며 삐진 표정의 가면으로 코코로가 노려보자. 역시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텐구는 제일 할말 많을 것 같으이."

마미조가 아야와 모미지를 바라보자, 모미지는 '무슨 소리야?'와 같은 표정으로 황당해하고 아야도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제가 왜요?"

모미지가 따지듯 묻자, 하타테와 내통한 걸 아는 마미조가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물었다.

"자네는 텐구들 중에서 직책이 어떻게 되는감?"

"경비대장입니다. 텐마님과 대텐구님 다음으로 '산의 모든 방위'와 부대 통수권을 가지고 있죠."

"저 신문쓰는 텐구의 신문을 읽은 적이 있당께. 레이더같은 감시초소들을 새로 만들었다고 하든디."

"네, 캇파와 저희 텐구들이 같이 땀흘려 건설했죠. 제 눈을 대체할 적 탐지의 핵심이니까요."

"근디 내가 바깥에서 온 요괴라 아는디 그게 다 바깥의 가장 고급적인 최신 기술이당께. 그게 어떻게 산에 갔느냐 하는 것이지 말여."

"에이, 그렇게 자세히는 모르죠. 그거야 관심도 없고 그저 융합령이후 캇파들에 대한 투자와 대우가 높아져서 폭넓은 연구성과가 늘어난걸로만 알고 있는걸요. 저희야 캇파들 기술을 받아쓰는 건데 캇파들에게 물어보는게 더 빠르겠네요. 자꾸 오해사는 것 같은데 저는 얘랑 한 패가 아니라고요! 저는 노예계약으로 끌려온겁니다. 제가 외부세력에 가깝겠네요!"

따지듯이 하소연하는 모미지를 보며 아야가 히쭉 웃자, 모미지가 곧바로 인상을 쓰며 으르렁댔다.

"그럼 기자텐구는 어떻게 알고 그 기술을 바깥에서 쓰는 용어 그대로 쓴 건가? 바깥에 대해 잘 아는 요괴라도 만난건가?"

"아, 혹시 예전에 취재한거 말씀하신 것 같은데. 캇파들이 전파 선전달 후적발 감시 기술체계는 만들어놨었는데 기술명을 뭘로할까 고민하다가 무연총에서 주운 서적에서 바깥의 인간들도 비슷한 감시체계를 레이더라고 하는걸 알게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대로 쓴거라고 했어요. 책 제목도 기억나요. '21세기 차세대 국방기술체계.'라고요.'

"무연총이라.. 스키마요괴는 아니고?"

마미조가 입을 열고 누에와 이치린, 나즈린이 서로 곁눈질하며 숨을 죽이자, 아야가 능글맞은 미소로 한 손가락만을 들어 흔들면서 핀잔을 주었다.

"스키마요괴가 뭐하러요? 그건 내정간섭이에요."

"에이, 무슨.. 우리도 줏대가 있고 유카리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모미지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근데 얘네 배후는 모리야 신사였는데 유카리도 굳이 얘네한테 낄 이유가 있나? 이 일에 숫가락 얻으려고?"

무라사가 툭하고 던지자 코가사가 손을 잡고 달래주는 코코로의 등을 토닥여준 마미조가 차분히 말했다.

"환상향의 균형과 관리를 생각하는 스키마 요괴라면 종교집단을 고분고분하게 컨트롤할 필요는 있제."

"크킄. 아니, 심증이시라는건 알지만.. 그래요, 유카리 씨는 말이죠. 환상향의 관리도 책임지지만 힘의 균형을 중요시 한다고요. 지금까지 우리 요괴의 산이 달에게 쳐맞고 군사력과 경비력을 강화한 사실에 대해 취재로 인터뷰를 하면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항의하는게 유카리 씨라고요. 힘의 균형을 헤친다나.. 그리고 무엇보다 유카리에게는 하쿠레이 신사의 레이무가 있는데 경쟁상대인 모리야 신사와 협력하고 있는 우리를 밀어준다는건 좀 비약이지 않나요?"

아야의 자신만만한 말투와 상기된 표정에 마미조가 뭔가 멘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준비한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노려보듯 쳐다보자, 주위 다 보라는 듯이 아야가 계속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건 배신이에요. 배신. 게다가 유카리라면 지금 스키마로 어디서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다 듣고 있을텐데. 우리가 견제를 받았으면 받았죠. 그 성격이면 지금 식들 다 데리고 튀어나와서 온갖 난리를 쳤을텐데 보다시피 조용하잖아요?"

'예상했다는 듯이 나오니 심증으로 몰아붙이는 건 여기까지 해야 되겠구마.'

"그런건가. 알았당께. 산이 하도 급속도로 발전하니까 놀라워서 그럴 뿐이제."

"저도 그렇습니다. 마미조 씨. 융합령 이후로 지원받는 캇파들이 얼마나 다 뜯어고치는지. 십일만에 강산이 변해요. 일도 드럽게 많고."

모미지도 공감하며 한탄하자, 실소를 짓는 파르시의 녹색 눈에 비친 아야가 자신의 붉은 눈과 비슷한 홍조와 함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저야 이렇든 저렇든 다 기삿거린데 뭐 어때요. 노다지인데.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게 좋은거 아닐까요? 솔직히 저도 좋은 일 하자고 있는거지 수틀리면 지금 교육 상황이 얼마나 나빠지든 그대로 보도하면 되니 까 이게 파탄나도 저에겐 특종이랍니다. 솔직히 이제 판을 벌린 이상 자리에 대해 그리 애쓸 필요 없어요.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죠."

"그라도 내는 그쪽이 기사를 위해서 사건을 일으킨다고 들었는디, 다른 이와 관계 없다고 보기엔 좀 그러제."

"아, 그래요? 근데 의뢰는 뱌쿠렌 씨가 먼저 저에게 상의했어요. 저는 그걸 조금 확장시킨거고요. 6월이었나.. 6월이었죠?"

"네, 6월.. 며칠이더라.. 아, 20.. 22일 쯤이었죠."

뱌쿠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동안 숨죽여서 눈치만 보던 주변에서 시선이 모여졌다.

"사실입니다. 우리 절 요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만한 의미있는 일이 필요하다고 먼저 아야씨에게 요청했어요."

뱌쿠렌도 쐐기를 찍었다.

"음...이야기 들어보니까네 그럼 뱌쿠렌이 하자고 해서 아야가 도교랑 같이 교육이 되고 있다는거네. 말이 나오고 있는 아야가 중간에서 끌고있는 게 아니라."

무라사가 말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너무 허술해보이지만 정말 진실이에요. 제가 잘해보려다가 여러분들에게 설명이 부족해 의혹이 드는건 충분히 이해하고 죄송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리니 마미조 씨도 부디 이해해주세요."

뒤의 '이해해주세요.'라는 말의 억양이 살짝 쎄게 들어간 걸 들은 마미조는 뱌쿠렌과 텐구들이 뭔가 커넥션이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아야가 알리바이처럼 주위의 한심과 믿음을 쌓는듯 한 상황을 더 만들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흐름을 끊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미조, 우리 그래도 여기저기서 수집해 얻은 정보들 있잖아. 정리해서 한꺼번에 풀면 되지 않을까?'

'고거이 우리가 몰래 뒷조사 해서 얻은거라 정확한 물증없이 의혹만 던지면 우리랑 이 판 다 깨진당께. 지금도 물증이 없으니께 탄막마냥 피해다니잖혀.'

'하긴, 마미조는 솔직히 뒷배경만 알자는거지 수틀려서 멘레이키에 대한 교육이 깨지는건 원하진 않는거니까. 에휴 복잡해.'

"와, 니들 진짜 재밌게 노는구나. 거 좋은 일 좀 한다는데 참."

낄낄 웃는 파르시를 보며 그만 웃으라고 주위에서 눈치를 주자, 파르시가 코가사의 무릎을 배게처럼 배고 멍하니 쳐다보는 코코로에게 의아한 미소를 지어주면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참, 너희들도. 부정적인 감정 다루는 와중인데 이자리에서 의심이나 답답함,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 같은건 익숙해져야지."

솔직히 시비곡직청도 다녀오고 기밀도 읽었던 이치린은 '저 텐구가 수상하고 여기저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건 맞지만 언니가 하는 좋은 일을 돕고있는 건 맞는 것 같은데. 뭔가 더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같이 심경이 복잡해져서 아무 말 없이 손가락 한쪽을 떨면서 눈이 마르도록 마미조와 뱌쿠렌을 빠르게 번갈아 보았고

나즈린도 모미지랑 아야의 서로 죽빵날릴 관계를 의식하며 생각에 생각을 재고하고는 주변을 의식해 눈치를 보며 넓은 귀를 쉬지않고 펄럭이면서 계속 다우징을 반복했다.

그냥 다들 왜 저렇게 예민하나 싶은 쇼와 '잘 모르겠으니 불똥 튀지 않도록 일단 가만히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를 밖에 있는 운잔이 마냥 부러운 코가사, 쿄코가 숨소리도 줄여가며 눈치를 보자, 코가사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놨다 꼬았다 만지작거리면서 그녀의 직모를 반곱슬로 만들며 교육은 언제하나 조바심을 내는 코코로의 허공에 떠있는 가면을 돌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럼 이제 얼추된 건가요? 역시 각오는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군요."

"그래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죠." 아야가 무료한 코코로를 쳐다보는 뱌쿠렌을 거들듯, 다시 카메라를 들면서 대답했다.

파르시는 '놀고들 있네.' 하는 혼잣말과 함께 기지개를 켰다.

"좋아, 당사자가 오래 기다린 것 같으니까 해볼까, 나도 재미좀 많이 봤고. 그럼 뜬금없겠지만 다들 얼추 느꼈을 부정적 감정, 그중에서 이런 수치심은 왜 필요할까?"

쿄코가 자신있게 손을 들자 파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손든 야마비코."

"쪽팔린 상황이라는걸 알려고요!!!"

"음, 음... 일단 정답. 그 외에 또 있어. 멘레이키가 분노에 대해서 배웠다고 했지?"

"응."

"그럼 분노는 왜 필요한데."

코코로가 잠깐 모코의 가르침을 회상하며 말했다.

"내가 나의 주장을 확실하게 남에게 표현하는데 필요하댔어."

"올~ 진짜 잘 배웠네 얘."

코코로가 어깨를 으쓱이며 가면을 덩실덩실 흔들자 아야의 셔터와 표정이 굳은 모미지의 필름갈기가 빨라졌다.

"그럼 수치심은 말야. 내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면 얼굴을 붉히거나 주저않고 안절부절 못하는 표현을 하게 되잖아? 그럼 상대를 안심시키거나 동정, 관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매를 덜어내는 거지."

"생존전략 같은거네." 누에가 대답했다.

"맞아. 특히 어린 대상들이 생존을 위해 더 그렇지. 그러게 상대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거야. 내가 잘못하거나 실수했을때 후폭풍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고, 게다가 수치심은 대부분 내가 주위 시선이나 규율, 규칙등을 어겼거나 벗어났을때 자주 나타난단 말야."

"응."

"사회적 기준을 벗어난 개성이랑은 좀 다른 이야기지만 사회적 기준을 어길때 일어나는 경보와도 같은 거야. 다른 상대나 소속으로부터 소외되거나 저평가 받지 않게 해주는 거지. 다만 이게 심해지면 자신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고 주변의 평가를 받겠지. 그리고 한없이 자신을 낮춰보게 되고 부끄러워하고 그것을 또 부정하고.. 어휴, 너무 멀리갔네. 하여튼 그런 순기능이 있어. 그리고 수치심은 당혹감과 죄책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

코코로가 필기하던 종이에 '수치심-당혹감-죄책감'으로 글씨를 써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당혹감은 수치심보다는 조금 강도가 덜한 감정인데 그만큼 마음의 부담도 덜하지. 열등감이나 자기비하가 들어가지 않으니까,"

"확실히 어감부터 다르긴 하네."

"여기서 당혹스러움을 표현할때 대부분 안절부절 못하거나 얼굴을 만지거나 웃고 시선을 피하지[각주:29]. 수치심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회피를 일으키지만 당혹감은 순간의 곤욕으로 이것을 다시 경험하지 않게 고치겠다는 생각이 들게하고, 수치심은 자기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당혹감은 자신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지. 그냥 실수로 보는거야."

"으음. 확실히 다르긴 하네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상처받는 정도도 다르겠군요."

"그리고 죄책감은 뭐 인과율처럼 원인이라는게 있는거잖아? 수치심이랑은 좀더 다른 게 수치심이 회피하거나 공격적인 성향. 뭐 우리같이 요괴마인드면 '나를 부끄럽게 한 것들은 없에버린다'같이, 그런걸 유발한다면 죄책감은 비록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자신이 타인에게 준 불편이나 고통, 아픔에 대해 책임를 지고 정정하거나 배상하기 위해서 애쓰도록 하는 감정이지[각주:30]." 

파르시가 한 말을 받아적고 붉은 색 염료를 풀어 다른 깨끗한 붓에 묻혀서 밑줄을 짝 그은 코코로가 중요하다는 듯이 별표표시를 했다.

"그래서 수치심은 타인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열등감에 집중한다면 죄책감은 타인에게 입힌 피해에 집중해. 그래서 죗값을 치루면 그것이 사라지지.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그런 근본적인 원인이 결자해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수치심보다 만성적으로 오래가, 그리고 남에게 꺼내기도 싶지않고, 자기내면에서 되뇌어지며 조금이라도 체면, 위신, 자아, 양심이 있다면 효과가 더 자기 비난적이지. 그런 죄책감이 심하게 결여되어 있는 자들은 파괴적 충동을 일삼아서 인간들이 뭐라고 따로 불렀었는데 이 책들 중에 있으려나."

책을 뒤져보던 파르시가 DSM-5를 살펴보며 말했다.

"아, 여깄다. 반사회성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인간나이 15세 이후부터 그렇게 부르고 그 이전은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로 불리고,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흔히 사이코패스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며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쾌락과 이익을 위해 범죄행위등 수단과 방벙을 가리지 않고 후회할때에는 양심의 가책이 아니라 행위의 결과로 인한 처벌에 대한 한탄이고 무모하며 자신의 공격적 사고와 감정, 외현적행동을 그대로 행동으로 표출하는, 그러니까 말보다 주먹이 먼저나가는 식의 행동화(acting-out)을 방어기제로 삼는다.. 이쯤되면 뭔가 익숙하지 않아?"

"... 요괴네." 모미지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요괴네에에!!!!"

"확실히 요괴들이 그렇긴 하지." 후토도 에보시를 정돈하며 말했다.

"그러게 딱 환상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괴들이잖아." 나즈린도 수긍하며 말했다.

"대부분의 요괴들이 죄책감이 있다면 이변을 잘 일으키진 않았겠죠." 쇼도 거들었다.

"그려, 우리 요괴들은 대부분 죄책감이 좀 결여되어 있당께. 있으면 많이 곤란해지비."

"어째서?" 누에가 바람에 휘날린 머리를 마미조에게 빌린 빗으로 빗으며 물었다.

"어.. 그러니까 우리 요괴가 인간의 마음속 두려움으로 산다지만 인간을 잡아먹거나 죽이거나 하잖은가. 다른 요괴도 그렇고, 근데 요괴가 사람 죽이거나 먹고나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생각해랑께. 그 요괴는 잡아먹으면서도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사람을 건들지도 못하게 되구려, 그런 심적 고통속에 살다가 시달려서 죽을거지비."

"아이러니하네."

코코로가 턱을 괴며 아리송한 표정의 가면으로 말했다.

"그래, 어쩌면 죄책감이라는게 없는 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요괴의 기본 소양일지도 몰라. 물론 대놓고 없으신 아마노자쿠는 어떤 꼴이 나셨는지 소문만 들어도 잘 알거고. 환상향이야 다들 알다시피 모난 돌은 정맞는 정도가 아니라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곳이잖아? 아무튼 이런 감정들, 수치심, 당혹감, 죄책감은 흔히들 말하는 우울증, 주변에서 자신을 생각하는 이미지가 두려워 피하게 되는 사회공포증을 유발하지."

"그럼 그런 감정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겄제. 말해주었으면 하는디 말여."

"음, 솔직히 계속 이야기 하면서 느낀 건데 나도 다른 요괴들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으로도 사는거라 대처법을 말해주는 것도 좀 아이러니하지만.."

코코로의 멍한 얼굴도 두 손을 포개며 부탁하는 모습을 본 파르시가 볼이 붉어지고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적어도 남들보다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질투한 나고 저렇게 부탁하니까 해야지 뭐.

"고마워."

"뭘, 굳이 네가 귀여워서 그랬던건 아니거든. 잘 가르쳐서 자랑하고 다니게 만들려고 그런거니까. 이런 감정들은 자기 내면에서 이야기 하기에는 그저 메아리일 뿐이니까.."

"메아리일 뿐이니까!!!!"

"응, 그래. 메아리 전문 요괴야, 믿을 만한 존재에게 털어놓는게 좋아. 그런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자신이 인지하고 있고 명확하게 통제해서 거리를 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니까. 아니면 그냥 털어놓으면서 그런 감정이 어떻고 어떻게 생겼고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구성해 볼 수 있다고. 자고로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이 나오니까. 그리고 상대가 비난하거나 무시하고 몰아붙이지는 않을테니 내가 수치심, 죄책감, 당혹감을 남에게 표현한다고 해서 창피당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자기가 무의식적으로도 자각하게 되는거야."

"물론 믿을만한 존재여야 되겠제?"

"그쵸. 안 그러면 그게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니까."

아야가 사진을 찍고 문화첩에 빠르게 속기하며 모미지에게 필름을 맡길 때 마다 모미지는 꽁쳐든 필름을 조심히 살피면서 눈치를 봤다.

"그리고 수치심을 한단계 낮은 당혹감으로 바꾸거나  방어기제를 점검하는거야. 억압, 부정,합리화, 투사와 같은 나의 정신적에너지를 소모하는 낮은 방어기제를 쓰진 않는지. 내가 너무 높은 기준을 세우지 않았는지 정말 기준에 해당이 안 되었는지 그게 중요한건지 점검하고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대상을 피하되, 그런 감정을 유발한 환경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돼."

부지런히 받아적은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뱌쿠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왕 오셔서 많이 말씀해주시는거 아에 부정적 감정들을 더 다뤄보는게 어떨까요."

"그러려고 온거랍니다. 자, 수치심, 당혹감, 죄책감은 그렇게 된 것 같고. 아까 이런 감정들을 다뤄서 이야기할때 설명하지 않은 자주 나왔던 감정 기억해?"

"응! 열등감이랑 시기심!" 코코로가 필기한 종이에 붉은 선으로 표시해 놓은 것을 보여주었다.

"잘 받아 적었네? 우선적으로 열등감이라는건, 이 아들러라는 사람이 말하기를 모든 존재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이 열등감에 사로잡히면 컴플랙스에 빠지게 되지만 오히려 심리적 건강을 활성화화는 자기완성의 필수동력으로 쓸 수 있다고 했어. 왜냐하면 인간은 현재보다 나은 완전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고 했거든. 그래서 사회적 존재로서 다른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을 평가한다고 했지. 예를 들면."

파르시가 책을 뒤지다가 다른 책을 꺼내들며 말했다.

"여기 매슬로우라는 사람의 욕구계층이론 5가지에서 제일 최하층이 먹고 자고 쉬는 생리적 욕구, 그 다음 층이 해로운 것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안전의 욕구, 중간이 애정과 우정, 소속감등 타인, 대인관계, 사회성을 추구하면서 얻는 사회적 욕구, 그다음 상위층이 내적으로는 자기 존중이나 성취감등 자존감을 세우고 외적으로는 지위와 인정, 존경을 받는 존경의 욕구, 그리고 가장 최상층이 자신이 성장하여 잠재력을 달성하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것이 되어 자기를 충족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하는데 이것으로도 사회적 관심과 자신의 욕망으로 열등감이 생겨난다는걸 알수 있지, 끊임없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능력과 남의 능력을 비교하고 사회의 관심을 충족하려 하니까. 

"사회의 관심 충족!!!"

쿄코가 따라말하고 코가사도 종이를 집어 받아 적기 시작하자 아야가 그런 모습들도 사진을 찍었다.

한편 그 말을 잠자코 듣고있던 쇼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뱌쿠렌에게 가지고 있던 억압된 열등감의 반응이 와서 뱌쿠렌을 계속 의식하다가, 파르시의 말은 귀담아듬으면서도 손으로 염주를 돌리는 시늉으로 충동적으로 드는 마음을 잡으려고 숨을 고르며 안간힘을 썼다.

"하여간 인간들은 너무 인간 중심적으로 봐서 직접 대입은 힘들겠지만 우리도 사회적 존재이니 공감하고 적용할 수 있겠지. 이런 긍정적인 열등감에 의한 자기 개발과정을 우월성의 추구라고 하고 이것이 긍정적일때 자기완성 또는 자아실현이라고 불러, 반대로 개인이 열등감을 개인적인 우월성의 추구에 집착하면 파괴적인 생활 양식으로 신경증에 빠지고 열등감 콤플렉스을 일으키지[각주:31],"

쿄코와 코가사가 귀담아 들으면서 진지하게 고심하고 무라사가 손을 들어 물었다.

"그건 존재들은 왜 그렇게 열등감에 빠지는 거야?"

파르시가 자신의 전문인 질투심이 아니다보니 책을 참고하며 받아적던 코코로에게 말했다.

"대부분 어릴때 선택권을 주지않는 부모에게 길러져서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믿고 지레 겁먹는 열등감인 기관 열등감, 과잉보호나 양육태만이 원인이라고 해."

"응 그렇구나."

"와, 그럼 열등감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거네요?"

쇼가 휘동그레진 눈으로 입을 닫지 못하면서 정말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파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

"잠깐, 개인적인 우월성의 추구는 뭔데? 그럼."

이치린이 질문하자 파르시가 바로 답했다.

"우월성의 추구가 무능력한 것을 유능한 것으로 바꾸는 경향성인 만큼 단순히 내가 못했으니 내가 이걸 반드시 키워야한다는 필연성에 집작하고 불안해하고 하는 것처럼 다소 개인적인 부분에 국한하는 거지, 내가 부족한 부분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비교하고 실력을 키우거나 다른 잘하는 부분을 키워서 만회하며 자신감을 충족하는 것처럼 열등감을 추진력의 원료로 쓰는게 개발적인 것이고."

"아항." 코코로가 빠르게 받아적었다.

"그래서 이 아들러라는 사람은 잘못된 생활 양식을 바꾸는 것을 치료의 원칙으로 삼았는데 그건 넘어가고, 이번에는 시기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시기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야기하느라 흥이나서 들뜬 파르시가 침도 안삼키고 묻자, 코코로가 손을 들었다.

"부러워하다 못해 미워하는거!"

"음.. 문맥상 정확해."

파르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코코로를 바라보자 종이에 열심히 필기하면서 파르시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모습이 눈 앞에서 비춰지자 내심 뿌듯함이 돋아났다.

'얘가 너무 집중해서 배우니까 더 가르쳐주고 싶어지네.. 지금까지 가르쳐준 자들이 이런 열성적인 관심과 집중을 받았단 말야? 에잇, 그렇다면 걔네들보다 내가 훨씬 더 잘 가르쳐서 관심을 더 많이 받고 말겠어!'

"암튼 시기심이라는 건 말야. 나보다 낫거나 나에게 없는 장점을 가진 누군가에게 울화와 짜증이 섞인 감정을 나타내는 거야. 질투랑은 인과관계 같은 건데, 무언가를 부러워해 '시기'를 느끼고 '질투'하게 되는 것처럼 말야."

"부러워 하는 감정..?"

코코로가 턱을 괴며 주위를 살피자 쿄코등 주변에서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그리고 누구나 드러내거나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지. 누군가를 시기한다는건 주위에서도 곱게 보지 않지만 자기에게도 곱게 비춰지지 않거든."

"감정을 느끼면서도 인정하지 않는다라. 모르는거랑은 달라서 흥미롭네."

"뭐, 그 '모른다'도 자기가 '모른다고 뒤로 숨는'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야."

"확실히 시기하는 감정을 밝히지 못하는건 자존심도 있고 주변 인식도 있을 테니까요."

뱌쿠렌이 정리하듯 한 말에 팔짱을 낀 후토도 지그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기심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거지? 그치?"

"맞아, 다 그럴거야. 밝히지 않으니까 파르시 말대로 우리가 모르는 거겠지?"

쿄코의 질문에 코가사가 바로 화답하고 무라사도 짧게 선장를 고쳐쓰며 독백하듯 말을 흘렸다.

"그러겠지. 그럴 수밖에 없겠지. 특히 위아래의 명령과 충성을 받는 위계질서가 명확한 텐구들이 더 잘 느낄 것 같은데. 아니려나?"

슬쩍 머뭇거린 모미지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하는 코코로의 멍한 표정을 보면서 손을 자신이 융합령 전 하급 백랑텐구였을때 느꼈던 기억과 보상 및 대우, 위에 대해 눈치를 봐야했던 아쉬운 공과 사의 기억들과 아쉽고 서럽고 불편했던 과거의 감정들이 떠올랐다.

점점 표정관리를 못할만큼 복받친 감정이 얼굴에 펼쳐지면서 아야의 눈치를 보며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채, 조심조심 얼버부렸다.

"아.. 뭐.. 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뭐 그런 감정이라잖습니까."

"뭐, 그렇죠. 모미지가 직급이 높던 말던 카라스텐구인 절 얼마나 부러워 했겠어요?"

"아닌데. 오히려 니가 지금 밑에서 상부의 인정을 받아 더 높은 중책에 오른 날 부러워 해야지. 부리 털지마."

"에에~ 진짜? 아닐걸?"

모미지의 회피하듯 싹 굳은 표정의 정색어린 급반격과 아야의 도발에 누에나 이치린은 일단 둘 사이를 한패로 염두하고 있었으나 하는 것을 보면 명확하게 짚기 어려워서 고민스러운 얼굴로 지그시 쳐다보았고 두손으로 머리를 싸매며 생각하던 뱌쿠렌이 그만하라는 신호를 주자 둘다 조용히 눈치를 보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1. (Block & Block, 1980) [본문으로]
  2. American Philological Association (미국 정신 의학회, 2015) [본문으로]
  3. 지성생물은 기본적으로 갈등으로 비롯된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수단, 원초적인 실리적 고통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나 무분별하고 충동적으로 사용되면 병리가 되며, 무의식적으로 작동된다는 특징이 있다. [본문으로]
  4. projection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지 않은 충동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원인을 돌리는 것, 예;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게 아니라 남에게 잘못이 있어서 자신에게 그러는 것으로 돌림. [본문으로]
  5. 분석 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스위스의 심리학자, 정신 의학자, 컴플렉스와 히스테리등의 용어를 사용 [본문으로]
  6.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개인심리학의 기초를 세움, 열등감의 단어 사용과 정서의 기능에 초점 [본문으로]
  7. 미국의 심리학자, 내담자중(피상담자) 중심 치료와 인간성에 대한 인본주의 심리학의 기초를 세움 [본문으로]
  8. 미국의 심리학자, 욕구 및 동기를 통한 성격이론의 기초를 세움, 투사를 통한 주제통각검사(TAT)를 모건과 같이 개발 [본문으로]
  9. 정신분석학으로 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심리학자 [본문으로]
  10. 아동기의 인지 발달이 사람의 발달 과정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발달 과정을 단계별로 나눈 인지발달이론을 창시한 스위스의 구성주의 심리학자 [본문으로]
  11. 인간이 평생을 통한 욕구와 자아, 사회,문화에 걸쳐 발달하는는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을 창시한 심리학자, 덴마크인 부모에서 독일에서 태어나 성장기에 정체감 위기에 대한 경험으로 이론을 만듦, 후에 오스트리아를 거쳐 미국으로 이민, [본문으로]
  12. 독일의 심리학자,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자극통합 및 지각중심의 게슈탈트(형태) 심리학을 퀼러, 코프가와 함께 창시함. [본문으로]
  13. 조작적 조건형성(특정 행동이 강화와 처벌같은 자극과 연합되어 이루어지는 학습, 파블로프의 자극-반응의 고전적 조건형성과 다름)을 창시한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 이를 증명한 스키너 상자 실험으로 유명. [본문으로]
  14. 욕구의 5단계(1단계-생리적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소속감과 애정욕구, 4단계-존경(자존)욕구 5단계-자아실현의 욕구)를 발표하고 인본주의 심리학을 창시한 미국의 심리학자,철학자 [본문으로]
  15.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신프로이트 학파로서 불안과 신경증을 통해 성격과 심리를 다루고 여성적 정체성에 대해 정리한 여성 심리학자 ,정신분석가 [본문으로]
  16.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알려졌으며 개에게 소리를 들려주고(조건 자극) 먹이(무조건 자극)를 주면 추후 소리(중립자극)만 들려도 침을 흘리는(조건반응) 학습 과정이 형성됨. 호감있는 홍보모델과 브랜드를 동일시하게 만드는 광고효과를 설명하는 효시가 됨. [본문으로]
  17. 스키너 박스(Skinner box)라고 불린 실험으로 쥐나 비둘기를 담은 상자에 버튼을 넣어 누를시 먹이(보상 및 강화물)를 주거나 전기충격(처벌)을 주는 단추를 넣으면 버튼을 누르는 것을 학습하여 반복하거나(강화) 처벌을 받지 않기위해 버튼을 누르는 행동이 없어지는(소거) 모습이 나타나며, 추후 반응에 대해 반응이 나타날 확률을 감소 또는 증가시키는 것을 조각적 조건형성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18. Johann Wolfgang 18세기von Goethe 독일의 세계적 작가이자 시인, 과학자이자 철학자. [본문으로]
  19. François de La Rochefoucauld, 17세기의 프랑스 작가, 모탈리스트(인간성을 탐구한 문필가) [본문으로]
  20. (3~5세, 프로이트 심리성적 발달단계 남근기 해당) [본문으로]
  21. 옥타비아누스, 카이사르의 후계자이자 로마의 황제 [본문으로]
  22. 인지치료 이론 및 치료기법에 대해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인지행동치료(CBT),벡 우울척도, 불안척도등 다양한 검사척도도 개발. [본문으로]
  23. Donald Meichenbaum 자기 지시적치료와 인지행동수정, 스트레스 예방훈련에 대해 발표한 미국의 심리학자 [본문으로]
  24. Albert Ellis, 미국의 심리학자, 인지.정서.행동치료(REBT)를 발표해 영향을 끼침. [본문으로]
  25. 에릭슨(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erik erikson 8 stages) 2단계(2~3세) 성취감 대 수치심(Will, Autonomy vs. Shame) [본문으로]
  26. Anna Freud 자아의 능력과 아동 정신분석에 대해 연구한 정신분석가,심리학자 과거 관계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대상관계 이론을 창시한 멜라니 클라인과 카렌 호나이와 더불어 영향을 끼친 여성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 [본문으로]
  27.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의 일은 마음먹기 달려있다)를 통해 앉아서 마음을 수련하는 불교의 수행법, [본문으로]
  28. 以心傳心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함 [본문으로]
  29. Buss D. M., Self-Consciousness and Social Anxiety, San Francisco, Freeman. 1980 [본문으로]
  30. Tangney J, P., Wagner P, E., Hill -Barlow D. et al., , J, pers, Soc, Pycbol.,(1996) [본문으로]
  31. Ryckman, (2000) [본문으로]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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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시 35분 묘렌사


한참 뒤, 묘렌사에 들어온 마미조는 승려나 염불을 드리러 온 다른 요괴나 인간들 사이를 지나 일행을 찾다가 관음전(觀音殿)에서 운잔이 주변을 살피고 있고 익숙한 여러 말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끼고는 노크하며 문을 열었다.

"아아, 좀 늦었지 말여. 미안하당께."

"아냐, 괜찮아." 코코로가 열심히 거울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며 대답했다.

"뭘 하고 있었당가?"

누에의 빈 옆자리에 앉은 마미조의 질문에 열심히 사진을 찍는 아야 옆에 있던 뱌쿠렌이 특유의 미소로 말했다.

"아무래도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면 무의식적으로 감정이 투사(投射)[각주:1]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마미조 씨가 저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떨리는 선이나 굵은 선 같은 것으로 확실하진 않아도 감정이 드러날 수 있잖아요?"

고개를 끄덕인 마미조가 의기양양하게 종이들을 꺼내며 이것저것 신나게 그려보는 코코로를 바라보았다.

"무척 신나보이는구마이."

"그러게."

옆의 누에가 마미조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날개를 접으면서 선투성이의 검은 구체를 덕지덕지 종이에 그렸다.

"너는 그거 뭘 그린 거야? 루미아야?"

마미조처럼 늦게 도착한 이치린이 묻자 누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무슨 그림인지 모르겠지? 정체불명의 나라고!"

'어휴, 그래라.'라고 말하듯 의기양양한 누에 앞에서 고개를 돌린 이치린은 코가사와 떠드는 쇼를 힐긋힐긋 보면서 그녀를 그리고 있던 나즈린을 보곤 피식 웃음을 지었다.

"와, 생각보다 나즈린도 꽤나 귀엽고 수줍네."

"아, 아니! 아니거든."

"아니긴 뭘." 능글맞은 그녀의 말에 나즈린이 얼굴을 붉히며 짜증을 부렸다.

"아니거드은!!!!!"

난데없는 쿄코의 복장에 주위가 조용해지면서 모든 시선이 쿄코를 향해 몰렸다.

"저 쿄코 양. 뭐가 아니라는 건가요?"

당황스러운 얼굴로 뱌쿠렌에 묻자 쿄코가 당황하며 고개를 저으면서 얼버무렸다.

"아.. 아네욧."

"참, 이 절은 격식없이 요란하군." 후토가 한소리를 하면서 절이 화염에 불타는 모습을 열심히 그려댔다.

"남의 집에서 이런 그림 그리는 거 너무 교양 없지 않아?"

무라사가 멸시에 찬 눈빛으로 후토를 바라보자 후토도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아, 걱정 말게. 진짜로 불 질렀던 걸 좀 더 상상력을 확장시켜 그린 거니까."

"아니 좀, 요점 피해 가지 말아줄래?" 손바닥으로 입을 감싸며 한숨을 쉰 무라사가 짜증을 숨기지 못했다.

"너무 그러지 말아주겠나, 다른 그림도 그렸으니까."

웃는 얼굴로 자신의 다른 그림을 번쩍 들어보인 후토의 손에는 붓을 잡고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코코로외에 이치린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응???"

이치린이 당황하자 후토는 무심하게 두건을 벗어서 풍성한 하늘색 옆머리를 너풀거리는 모습까지 그린 그림을 꺼내 들었다.

"와.. 잘 그렸다."

코가사가 박수를 치자 후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린은 왜 그린 거야?"

"두건 벗은 게 예쁜지 쓴 게 예쁜지 비교해보려고 그렸다네." 

후토의 말에 물어본 무라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화답했다.

"아니 그러면 벗어줄 수 있냐고 직접 물어보면 될 거 아냐. 이상한데 점잔빼지 말고...."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진 후토와 이치린이 서로 고개를 돌리며 얼버무렸다.

"아잇 짜증나, 쟤는 날 왜 그려가지고..."

"아, 아무리 그래도 적지에서도 겨, 격식을 차리는 게 귀인인 것!"

무라사가 옆에서 지켜보다가 문득 코가사가 열심히 그린 그림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와, 코가사 진짜 잘 그렸다."

"아냐, 나 진짜 못 그렸어. 시간도 걸리고 그림 잘못 그리는 편이야."

"응? 내가 보기엔 잘 그리는데. 엄청."

"아냐. 물론 내가 그린 그림이긴 해도.. 솔직히 표현이 별로라 그림 잘 그리진 못해."

코가사가 손사래를 치자, '거 참, 이상하네.'라는 말과 함께 잠깐 생각한 무라사가 다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와 그럼 코가사 그림 못 그렸네. 정말. 본인이 봐도 별로라고 하니."

그러자 막상 들으니 살짝 표정이 짜증 난 코가사가 억지로 웃는 것을 보고 무라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왜? 네가 직접 못 그린다며."

"아 그래.. 그래, 내가 말하긴 했네. 미안." 아쉬운듯이 코가사가 하릴없이 채색 덧칠을 덕지덕지 감정을 실려 붓 끝을 버무렸다.

"아니, 뭐 어쩌라는 거야?" 무라사도 팔짱을 끼며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았다.

"그럴때는 열심히 그렸다고 결과만 아니라 과정도 칭찬해주세요. 아무래도 자기가 잘 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부담스럽지만 내가 그린 자부심이라는게 있잖아요. 미나미츠."

가까이 다가간 뱌쿠렌이 미소로 코가사와 무라사 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독려하자, 무라사도 모자를 고쳐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조심할께."

"나도 말을 똑바로 했어야하는데 겸손스럽게 말하다 보니.. 미안."

"그래요. 서로 인정하고 사과하니 얼마나 보기 좋나요. 나무삼."

합장하며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뱌쿠렌을 향해 카메라 렌즈를 맞추고 사진을 찍어대는 아야도 무덤덤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미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와, 주지승님 덕분에 좋은 분위기를 필름에 담아가는군요! 화목하고 보기 아주 좋아요."

건너편에서 뱌쿠렌의 그런 모습을 보던 쇼는 입술을 오므리면서 초조한 눈빛으로 붓을 종이에 빙빙 돌리며 생각했다.

'나도 훈화를 하면서 비사문천답게 먼저 나섰어야 하나..'

옆에서 쥐들에게 의견을 물으며 밑선을 덧칠하던 나즈린의 눈에 은근슬쩍 바라본 주인의 탐탁치 않은 심각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

"응? 주인,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하셔?"

"아, 나즈린. 아야 씨 말대로 보기 좋은 광경이라서요. 아하핫."

나즈린의 어깨에 손을 짚고 당기면서 웃는 쇼를 보며 '이런 실없는 주인.'하며 한소리를 뱉는 나즈린의 옆에서 쿄코가 이리저리 춤추는 손의 삐뚤삐뚤한 선으로 조심조심 밑선을 따면서 까칠한 종이의 질감을 붓으로 쓰윽 문지르면서 자국들을 남겼다.

무라사도 푼 여러색의 물감중 푸른 색들을 큰 붓에 문지르고는 흰 종이에 돌리듯이 문지르며 농도를 조절해 물결을 표현하고 아야의 카메라 필름을 갈아준 모미지는 누구 하나 잡아먹을 만큼 날카로운 선으로 대칭이 전혀 안맞는 그림을 애써서 그렸다.

각자 그리는 그림이 시야에 들어온 쇼는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았다가 만다라가 가득한 자신의 그림이 뭔가 허전해보여 은근슬쩍 나즈린의 그림을 살펴보았다.

"아잇! 주인. 보지마! 아직 덜 그렸단 말야. "

레이저 탄막을 흩뿌린것 같은 직선과 휘어진 곡선투성이의 그림을 본 쇼가 옆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이거 추상화인가요? 나즈린"

"아니.. 주인. 그냥 내가 못그린거야." 나즈린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아, 미안하군요. 제 실례에요."

쇼가 황급히 사과하자 나즈린이 손사래를 쳤다.

"아냐, 주인 눈에 그렇게 보였으면 됬지."

"원래 뭐 그린 거길래?" 누에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뭘 그린 거길레에에!!!!"

"뭘 그린거든 눈에 보이는 사물이 그것이 되는 법이죠. 마음에 따라 달린 것이니."

뱌쿠렌이 나즈린을 감싸주는 말로 두둔하자, 누에도 자신이 정체불명의 요괴라 다른 상대에게 두려워하는 경험의 산물로 비춰진다는 사실이 떠올라 공감하는 뜻으로 마미조에게 기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주지승님. 하긴 아무리 정확하고 세밀한 그림도 제가 가진 이 사진기를 못이기는 것처럼 어떻게 표현하고 열성을 다했느냐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작품이라고 부르는 거고요."

아야의 말에 뱌쿠렌이 합장으로 동의하자, 나름 열심히 그리던 모미지도 힐끗 눈치를 보면서 필름을 빼돌렸고 후토가 '말만 하지 말고 그림 좀 그리자.' 하며 옆에서 다른 물감을 빌려갔다.

"그 말 맞는 것 같아! 나도 열심히 그렸어!"

코코로가 자랑하듯 가면들과 함께 거울로 본 자신의 표정없는 얼굴 그림을 보이자. 다들 박수를 치면서 격려했다.

"세밀한게 에쁘게 그렸네. 귀여워."

"그러게."

"지금까지 봤던 가면들 다 표현한 것 봐봐. 신경 많이 썼겠어."

주위의 칭찬과 격려에 의기양양해진 코코로가 그림을 펄럭이며 춤사위로 화답하자, 치마와 소매가 너풀거리면서 한번 돌때마다 아야의 카메라 필름이 돌아가는 속도도 빨라졌다.

"와, 정말 춤추는 것도 예쁘군요. 나중에 파노라마 모드로도 찍어 봐야겠어요."

한번 춰보고는 주위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는지 두둥실 떠다니는 가면들과 함께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냥 추면 좀 허전하니까 부채좀 아무거나 줄 수 있어? 내 부채가 안 보여서."

"응, 자."

모미지가 생각 없이 주위에 놓여있던 부채를 집어서 건네주자, 카메라의 상에 많이 보던 부채가 코코로의 손에 들려서 흔들리지 직전인 것을보 고 잠깐 멈췄다가 카메라를 황급히 내렸다.

"야 이 빠가사리 텐구야! 너는 뇌가 우동사리야? 저거 엽단선이잖아!"

"아, 그랬나? 그랬구나~ 니꺼였구나~ 안 미안." 모미지가 쳐다도 안 보고 영혼 없이 대답했다.

"야! 그게 비아냥 될 문제가 아니라고. 코코로양. 그거 흔들면 아주 위험하니까 얼른 주세요."

황당한 표정의 가면을 흔들면서 아무런 표정 없이 코코로가 춤출 때의 자세를 취하자, 마찬가지로 주변이 고개를 갸우뚱하든 말든 기겁한 표정의 아야가 땀을 흘리며 말과 행동을 서둘렀다.

"워워워!!! 흔들면 안 된다니까요. 태풍에 휩쓸리고 싶지 않으면 이리 주세요."

콧바람과 함께 웃는 표정의 가면으로 코코로에게 부채를 건네받자 마자 바로 허리춤에 끼우고는 흐르는 땀을 자신의 능력으로 부는 바람으로 털어버리며 말했다.

"소란 피워서 죄송합니다. 엽단선은 한번 부치면 집 따위는 그냥 날아가는 바람이 나와서요."

"그럼 간수를 잘하든가."

"뭐야! 꺼내서 준 게 누군데!"

모미지의 비야냥에 아야도 화를 내며 말하자, 잠자코 보고있던 이치린은 턱을 괴며 장고[각주:2]에 빠졌다.

'분명 저 둘이 붙어서 일을 벌이는 거라고 추리하면 저렇게 싸워대는 것도 연막인가?'

의심에 찬 눈초리를 숨기지 않고 쳐다보던 이치린이 붓을 종이에 할퀴듯 칠하면서 무늬를 내자,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던 코가사가 뭔가 생각난 듯 큰 소리를 냈다.

"아! 좋은 생각이 났어!!"

"응? 뭐가요? 코가사 양."

 주위의 시선이 모아진 코가사가 한쪽에 놓인 종이 뭉치를 들고 빈 종이를 코코로만 빼고 하나하나씩 나눠주며 말했다.

"자, 순서대로 하나씩 받고. 코코로는 아까 춤춘 걸 동작마다 단계별로 나눠 봐줘."

코가사의 말을 이해못한 코코로가 창고에 갔다 온 쿄코에게서 부채를 건네받고는 코가사만 멀뚱멀뚱 쳐다보자, 코가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그럼 한번 다시 춤춰 봐줄래?"

다들 종이를 만지며 코가사와 코코로를 쳐다보는 사이, 코가사가 느낌을 살려 팔을 펴면서 발을 딛으려는 코코로의 동작을 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 거기서 멈춰줘."

"응?"

갑자기 멈추면서 반동으로 몸을 떤 코코로가 놀란 가면으로 코가사를 바라보자, 코가사는 가장 가까이 있던 아야에게 말했다.

"아야 씨는 저 장면 잘 기억하고 그려주세요."

사진기 플래시를 터트린 아야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팬을 잡자, 그 모습을 본 코가사가 만족스럽게 말했다.

"좋아. 다시 춰보고 내가 멈추라면 멈춰줘."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가면을 흔든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몸을 흔들기 위해 동작을 취했다.
"멈춰. 이건 모미지 씨가 잘 기억하고 그려주세요. 그래 주실 수 있죠?"

"나 그렇게 빠르게는 못 그리는데."

"그냥 자세만 기억하고 그려주세요. 다시 춤춰줄래."

코가사의 말에 따라 코코로의 춤 동작 하나하나를 안에 있던 모두가 단계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코가사도 마지막으로 코코로의 모습을 보고는 빠르게 붓으로 그렸다.

"근데 이거 왜 한 거야?"

춤추고도 아리송해진 코코로가 묻자 코가사가 마미조와 누에 사이에서 그녀들이 그리는 그림들을 보면서 혀를 내밀며 말했다.

"아까 아야 씨의 파노라마라는 말에서 영감을 얻었거든." 

"응? 그럼 혀는 왜 내민 거야?"

"아, 이거. 내가 자주 하는 버릇인데, 내 본ㅊ..ㅔ..아니, 내 우산이 혀를 내밀있는 것처럼 나도 '메롱'하는 거야. 혀 내미는 걸로 놀라게 하는데는 무리인것 같고, 장난스럽게 보이도록 자주 해."

겸연쩍게 다시 혀를 내밀며 말하는 코가사를 보고는 코코로도 잠깐 멈칫하더니 무심하게 코가사를 바라보다 따라서 혀를 내밀었다. 
"에ㄹ엉~이어케?"

"푸힛. 맞아. 생각해보니 이것도 감정표현이네? 아야 씨도 그렇죠?"

"네, 맞아요." 코가사가 바로 보이는 방향에 있던 아야가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마미조는요?"

하타테가 모미지와 같이 일을 꾸미고 있다는 말을 기억하고 모미지를 티나지 않게 슬쩍슬쩍 주시하던 마미조가 코가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혀를 내미는 코코로에게 미소로 화답하자, 심드렁하게 턱을 괸 누에가 날개에 먹물 묻혀가며 그리고 있건 코코로의 그림에 혀 내미는 모습을 덧칠했다.

눈과 볼은 전혀 미동도 없는 채로 혀만 메롱 내민 모습을 본 뱌쿠렌과 쇼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자, 후토도 골몰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가면 하난 태자님이 잘 만드신 것 같긴 하단 말이야.'

"자, 그럼 이제 다들 다 그리셨나요?"

뱌쿠렌이 진행하면서 묻자 다들 그림을 보여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다 된 것 같군요. 다들 빠르셔.. 자,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코가사 양?"

"아, 그거. 다들 이리 줘보세요." 

나눠준 순서와 반대로 그림들을 돌려받은 코가사가 종이들을 포개서 바닥에 대고 손으로 눌러 반듯하게 하고는 모아쥐면서 말했다.

"자, 아까 춤추는 동작 나눠서 다들 그리셨잖아요? 그림은 제각각이지만 이렇게 하면."

한쪽 모서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튕기듯이 한 장, 한 장 놓자마자 각 동작의 그림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모습의 코코로가 춤추는 모습이 빠르게 펼쳐졌다.

"와, 대단해. 내가 춤추는 모습이 펼쳐지잖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다가온 코코로의 눈앞에 코가사가 다시 처음부터 종이를 튕기기 시작하자 팔을 살짝 들고 몸을 틀면서 한 바퀴 도는 춤사위가 아주 빠르게 펼쳐졌다.

"지금은 좀 띄엄띄엄 하긴 한데 더 자세하게 한 장 한 장 많이 그려서 튕기면 엄청 자연스럽게 나와."

"오, 그런 방법은 어떻게 안 거야?"

나즈린의 질문에 코가사가 슬쩍 머뭇거리다가 슬픈 눈의 미소로 말했다.

"배척을 많이 받아서 혼자 놀다 보니까 그냥 알게 된 거야."

"아. 그래. 경험이었구나."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으로 나즈린이 안쓰럽게 대답하자 반짝이는 눈으로 빨리 튕겨달라고 조르는 코코로를 보며 코가사가 다시 종이들을 튕겼다.

"확실히 언니 말대로 동작이 띄엄띄엄 있는 게 있네. 다들 다시 세밀하게 많이 그려주면 안 될까?"

코코로가 방방 뛰면서 조르자, 다들 난처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 저걸로도 충분하잖아. 더 많이 하면 중노동이라고."

무라사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코코로가 아쉬운 표정으로 가면으로 표정없이 바라보았다.

'와, 표정 없이 쳐다보니까 화내는 것 같네..'

"혹시 화난 건진 모르겠지만, 너도 그려봐서 알잖아. 정말 대충 그리지 않는 한 은근히 힘들다고."

"후.. 알았어. 내가 무리한 부탁을 했었네. 다들 그려줘서 고마워."

코코로가 돌아서서 다시 코가사 앞으로 가서 움직이는 그림을 보자, 누에가 조심스럽게 코가사가 튕기는 모습을 보며 마미조에게 말했다.

"저거 바깥세계의 그.. 영환가 애니멘가랑 원리는 같은 거지?"

"글제. 많은 종이를 한 장 한 장 다른 그림으로 돌리는 겅께." 

여전히 아쉬운 표정의 코코로에게 아야가 가방에서 어떤 카메라를 꺼내와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죠. 코코로양, 저한테 해결책이 있으니깐요."

"또 설레발 시작이다. 저 망할 텐구."

"너도 텐구야. 마.." 혀를 차는 모미지 옆에서 무라사가 어이없어하며 핀잔을 줬다.

"오옷, 뭔데? 뭔데?"

코코로가 두 손을 모아 목 아래에 붙이고 방방 뛰며 묻자, 아야가 의기양양하게 손에 쥔 즉석카메라를 보였다.

"짜잔. 바로 이 체키[각주:3] 인스턴트카메라죠. 필름이 겁나 비싸다는 게 흠이지만 환상의 컷을 위해서라면."

"에?"

"코코로양, 놀라지 말고 아까처럼 끊어서 춤사위를 보여주세요."

아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춤을 한번 시범 삼아 춰본 코코로가 동작을 단계별로 나눠보고는 준비가 되었다며 아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시작해봅시다! 카메라 의식하지 마시고, 멈추면 찍겠습니다."

코코로가 동작을 멈출 때 아야가 셔터를 누르고는 카메라 밑에서 인화된 필름을 꺼내 마르라고 조심스럽게 밑에 내려놓고는 다시 한 동작 한 동작을 모미지가 짜증 내며 던져주는 큼지막한 카메라 필름을 받아 갈면서 찍었다.

"휴, 한 동작 다 찍었다. 코코로양, 지금까지 찍은 동작 한번 다시 춰줄 수 있나요?"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까지 끊었던 한 동작을 한번에 춰보자,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던 아야가 말했다.

"이 한 동작이 8초네요. 이걸 찍으려고 든 필름은 30장."

"이거 비싸다면서 무슨 돈으로 샀냐? " 모미지가 비아냥거리며 찍은 필름을 빨리 마르라고 흔들었다.

"다 돈이 생.. 얌마! 지금 뭐하는 짓거리야!" 
"뭐? 빨리 말려야지." 모미지가 쳐다도 안 보고 흔들며 말했다.

"그랬다간 고착이 안되서 색 다 번진다고! 빨리 안 놔!"

그 말에 볼 한쪽에 공기를 머금고 '후~'하고 불면서 불만 찬 한숨을 쉰 모미지가 바닥에 내려놓고 남은 필름들을 배낭에 주섬주섬 넣었다.

몇 분 지나자 색이 다 올라온 사진들을 조심조심 포갠 아야가 다들 보이도록 모이게 하며 말했다.

"자, 이번에는 제가 튕깁니다."

한 번에 쑥 손가락으로 튕기자,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보이기 시작하면서 코코로가 춤추는 모습이 빠르게 동작 별로 지나갔다.

"와, 더 깔끔해졌어. 내 모습도 더 잘 나오고, 나의 춤추는 모습이 남의 눈에는 이렇구나. 참 아름다운 광경이네..."

황홀한 표정의 가면으로 유심히 쳐다보던 코코로가 코가사의 손에 들려있던 그림들과 아야의 손에 든 사진들을 둘 다 가리키며 말하자, 주위에서 미소와 웃음꽃이 피었다.
"나 진짜 기분 좋아졌어. 다들 나 그려줘서 고마워."

"호호, 이렇게 필름을 많이 쓰면 더 길게 찍을 수도 있겠네요. 아야 씨."

뱌쿠렌이 미소로 말하자 아야도 동의하며 다시 튕기고 대답했다.

"네, 그러게요."

"에이, 그거야 바깥세계에선 이미.."

누에가 피식 웃으며 한소리를 하려다가 마미조가 옆구리를 툭 치자, 아차 싶어서 입을 닫았다.

"응? 바깥세계가 어쨌다고?"

옆에서 무라사가 묻자 누에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저 텐구들부터 시작해서 니들 전부 요즘 이상해."

 "뭐가?" 괜히 찔린 나즈린이 짜증 내며 입술을 깨물며 말하는 무라사에게 따졌다.

"그냥 느낌이 전부 다."

"느낌만으로 남을 의심하는 건 잘못된 일이랍니다. 부디 이 절에서는 다들 그러지 마세요."

"쯥, 뭐 그렇다면야."

이치린이 무라사의 말을 반박하려다가 오히려 뱌쿠렌이 나서자 슬쩍 당황해서 나즈린을 쳐다보았고 나즈린도 귀를 펄럭이며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잘 모르겠다는 의사 표현을 나눴다.

"하긴 미나미츠씨가 그럴 만도 하죠. 나도 이 까마귀 하는 짓이 수상해 미치겠는데."

모미지가 배낭을 던지며 투덜거리는 볼멘소리를 하자, 주위 시선이 한순간에 모여졌다.

"뭐?" 누에가 당황스러워서 물었다.

"하하하, 얜 또 뭐래. 아는 것도 자기 개털 한 올만큼 없는 멍멍이가, 그리고 내가 배낭 던지지 말랬지!"

"시끄러운 소리 집어치워. 난 늑대고, 니 취미생활에 노가다 뛰고 싶은 마음 없다."

"어휴, 이게 지금까지 잘하다 진상 피울래!!"

"또 싸워?" 코코로가 지겹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는 짜증 가득한 가면으로 바라보았고 유심히 바라보는 마미조 사이로 둘을 살피던 나즈린도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둘이 싸우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겁나 사이 안 좋은 거 같긴 한데. 근데 한패면 저런 말이 나올 수가 있나..'

"자자, 둘 다 그 정도만 하세요!! 어디 절에서 함부로!"

재밌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후토 옆에서 쇼가 언성을 높이며 중재하자, 자신의 옆 머리를 쥐어 뜯을 만큼 잡아당기며 짜증을 낸 모미지가 긴 한숨을 쉬며 돌아섰고, 아야도 토킨을 벗어 머리를 쓸어내리고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죄송합니다, 쟤 때문에 텐구로서 창피한 모습 보였네요."

"뭐 어차피 둘 다 텐군데." 무라사가 한심스럽게 말했다.

"저도 죄송합니다. 너무 이해 안 되고 속상한 게 벅차올라서.."

그 말에 코코로도 다시 평범한 가면으로 돌아오며 모미지를 쳐다보았다.

"응? 모미지 씨, 무엇 때문에요?"

뱌쿠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인자하게 합장을 하자 모미지가 노려보다시피 하는 아야와 마미조 상이에서 입을 다시며 말했다.

"이게 좋은 일이라는건 알지만 제가 제 일은 못 하고 여기서 왜 저 조류랑 왜 이러고 있지하는 거요. 다들 알잖아요. 저 산에서 망이나 보고 순찰이나 하고 있어야 해요. 근데 저는 제자리에 없지, 업무는 밀리지, 저 망할 면상은 계속 봐야 하지.."

"하아, 모미지 씨가 마음에 짐이 많으셨군요. 저도 모미지 씨가 산에서 성실히 일한다고 들어서 자기 일에 전념하시는 만큼 얼마나 상심 크실지 와 닿네요. 이청득심[각주:4]이라고 하는 것처럼 언제나 모미지 씨의 말을 들어주고 경청할 상대가 되어드리죠."

뱌쿠렌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긴 한숨과 함께 얼굴이 달아오른 모미지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뱌쿠렌이 다가가 등을 토닥여주었다.

'...?!'

갑자기 뭔가 생각난 모미지가 고개를 들고 뱌쿠렌을 쳐다보았다.

"잠깐, 근데 제가 성실히 일한다는 걸 절분이신 주지승님이 어떻게 아시죠?"

"에.. 아하하핫. 저기 그게 말이죠.."

그러자 당황한 뱌쿠렌이 눈치를 살피며 말은 못하고 떠는 손으로 입바람으로 앞머리를 날리는 아야를 가리켰다.    

"아이 썩을... 또 너냐?"

"얜 좋은 소리를 해줘도 난리네. 단순해서 난동 피우는 거 좋아하는 거 보면 개과가 맞나 봐."

"부리나 안 놀리면 다행이게. 아, 빡쳐."

뱌쿠렌이 방금 말했던 접근법과 대화법을 다시 기억하며 상대방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생각하는 쇼 사이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유추하던 누에가 둘이 뭔가 꾸민다고 보기에는 조금 이상하니 아야가 다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마미조에게 귓속말하자, 마미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뭐야. 둘 다 짜증 그만내고 나좀 가르쳐달라고. 둘이 붙어있지 말든지, 자꾸 분위기 깨지마!" 

방방뛰는 코코로를 보며 아야가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사진들을 튕기자, 언제 화냈냐는 듯이 코코로가  '와아'하며 주먹 쥔 양 손을 흔들며 좋아했다. 

"그래도 코가사때문에 다양한 표현방법을 알게 되었네요."

"헤, 고마워요. 주지승님."

'메롱'하고 혀를 내밀며 옆머리를 넘기고 겸연쩍게 웃는 코가사의 모습을 아야가 순식간에 다른 손에 쥔 카메라로 찍자, 코코로도 '메롱'하며 혀를 내미는 모습을 따라 했다.

"나두어 찌허져어."

그러자 곧바로 코코로를 향해 플래시가 터졌고 분명 카메라가 코가사를 향해있던 아야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다른 카메라로 역광으로 상을 잡은 후토가 아야와 눈이 마주치며 물었다.    

"어어, 텐구. 지금 딱 빛이 예쁜데 이거 섬광은 어떻게 끄는 건가?"

"에이, 남의 걸 쓰시고 그래. 그거 조작 어려우니까 당장 이리 주세요."

아야가 거만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돌려받아 조작 다이얼을 만지자, 마미조가 천천히 인중에서 내려간 안경을 올렸다.

"텐구 처자에게 묻고 싶은 게 있구먼, 그럼 그 비싼 체키 필름을 사려면 돈이 꽤 들었응것 같은디 말여."

"아 네, 자, 후토 씨. 여기요. 마미조 씨도 사시게요? 요즘 물량이 없어서 잘 안 팔걸요?"
"내는 텐구들이 카메라를 다 사 갔다고 들었당께. 사려고 해도 못 사지 말여."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마미조를 보며 아야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아, 요즘 텐구들 사이에서 취미생활로 사진 붐이 불다 보니 카메라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거든요."

"그럼 필름만은 시중에 왜 남아도는감? 분명 소모품일 텐데 말여."

"그거야 캇파들이 만드는 필름을 쓰니까 시중의 필름을 살 필요가 없죠. 산에서 자급자족이 되니까요. 저 즉석카메라 필름은 시중에도 없는 거라 특별히 캇파들이 만든 거랍니다."

모미지도 맞는 말이라 고개를 끄덕이자, '저런 거 굳이 왜 묻지?' 하며 무덤덤한 주위와는 달리 이치린, 나즈린, 누에와 마미조는 유심히 아야의 말과 태도를 살피고 귀 기울였다.

"흠, 그려, 그랬었고만. 이번 취재에 돈이 정말 많이 들었겠구마이."

"마미조 씨 말이 맞습니다. 얘가 신문이랍시고 만드는 종잇값만 하더라도 엄청날텐데 말이죠."

모미지가 한술 더 떠서 비야냥거리자 이치린과 나즈린은 계속 모미지의 태도를 살폈고 아야도 비웃으며 말했다.

"후후, 단순하게 생각해서 문제들이라니깐. 제가 모리야 신사와 요괴의 산의 위임을 받아 이번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들 잊으신건가요?"

"아, 글면."

"네. 돈이야 산에서 주는 지원금 말고도 모리야 신사가 다 대주고 있답니다. 좋은 일에 직접 돕지는 못해서 죄송하고 물심양면으로 돕겠다네요."

쇼를 비롯해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자 후토도 다 찍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소리 했다.

"우리 도교 측도 십시일반 보태고 있다네."

"그럼요. 다들 코코로 양을 위해 좋은 일 한다는데요."

"다들 그것만 보고?"

누에가 의미심장하게 묻자, 그럼 뭐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야가 붉은 섬광의 눈을 비추며 답했다.

"네, 다들 그런 거 아니면 뭘 생각하시는 거예요?" 

의문문이 의문문으로 돌아오자 살짝 인상을 찌푸린 누에의 주변에선 관계없던 요괴들의 미심쩍은 표정이 순간 교차했다.  

"그러게요, 솔직히 다들 코코로 교육때문에 모인 거였잖아요."

쇼가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말하다가 누에와 더불어 이치린과 나즈린등이 표정이 진지하자 당황하며 다시 말했다.

"그럼 아니었나요? 우리 잘못 모인 것도 아니잖아요. 여기 후토 씨도 계신걸요."

헛기침을 하며 후토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좋은 일 하겠다고 그러는데도 이러시니.. 다들 자기만을 생각하며 이변 일으키시다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서 그러신가. 음.. 아! 알겠다."

아야가 도도하게 웃으며 붉은 눈애 못미더워하는 누에의 얼굴을 담고 입을 열었다.

"혹시 같이 제 기삿거리가 되는게 싫으신 건가요?"

"누에로서는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제. 글고 이게 정작 그짝 텐구 처자의 기삿거리를 위해서 벌어진거믄 판이 너무 크기도 하거레이."

마미조가 친구를 변호하며 말하자 아야도 카메라를 만지며 여전히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대답했다.

"아항, 그건 것 때문이셨구나. 하지만 이건 제 특종이에요. 특종이면 특종답게 판을 더 키우는게 뭐가 이상한가요? 그리고 이게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쯤 이 자리엔 무녀들이 다 박살 내놓았겠죠. 하지만 그랬나요? 조용한 것도 모잘라 오히려 돕고 있으니 이 일이 나쁠 게 없는 거죠. 전 오히려 종교집단들이 이 일을 기사거리로 만드는걸 장려하는 줄 알았는데.. "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한바퀴 돌리는 아야를 보며 몇몇이 수긍하자, 반박하려는 누에의 입을 틀어막듯이 다음 후속타가 능청스럽게 아야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아! 맞다. 맞다. 죄송해요. 누에 씨. 제가 이것저것 다 들춰내는 '기자'라 계속 카메라를 잡다보니 깜빡! 했지 뭐예요. '정체불명'의 요괴라는걸 항상 잊어서 말이에요. 정말 죄송해요."

90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아야가 사과하자, 주위의 의혹가득한 표정이 오히려 누에를 향했고 마미조가 '에휴~' 소리로 말을 열려 하자 끝이 아니라는 듯이 허리 숙인 아야의 추가타가 작렬했다.

"그러니 누에씨도 정체불명의 능력으로 제 카메라에 전혀 찍히지 않으신다는 점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게 진짜..'

"지금 말이 무슨 의미당까?"

미간을 찌뿌리며 얼굴이 붉어진 누에가 속으로도 짜증을 내고 진지하게 화난 표정의 마미조가 입술을 물면서 묻자, 허리를 피며 미소로 답한 아야가 당당하게 주위 모두 보라는 듯이 큰 소리로 답했다.

"카메라에 뭐가 찍혀야 기삿거리라도 되는데. 모자이크밖에 안 찍히니 정체걱정할 필요가 없으시다는 거죠! 한마디로 기우[각주:5]라는 거예요! 기우!!"

"아니 니 말만 하고 화제 돌리지마. 난 다들 싸우던 사이가 요괴하나 가르치는걸로 순조롭고 살갑게 굴게 된다는게 뭔가 더 뒷배경이 있지 않을까 하는거라고. 그 뭐냐, 개연성이 없잖아. 개연성이!"

누에의 말에 마미조가 고개를 끄덕이고 이치린과 나즈린은 각자 어이없게 바라보는 쇼를 비롯해 주위 요괴들을 의식해 동조는 하지면 말라가는 혀를 적시며 눈치를 보았고 지켜보던 후토가 눈을 뜨며 말했다.

"정체불명의 요괴가 카메라때문에 많이 예민해졌는가 보군. 우리가 낀게 별로 곱지 않다는건 알겠네."

"후토 씨. 기왕 오셨는데 좀 속상하셨다면 제가 죄송해요."

아야가 안절부절 못하고 덜덜 떨며 후토에게 사과하자 한숨을 쉰 뱌쿠렌도 합장하며 말했다.

"우리 누에 양이 신경이 곤두셨었나 보네요. 제가 대의에만 신경쓰고 개요사정을 헤아리지 못한 불찰이 큽니다. "

"저도 신경 썼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내가 교육에만 졸라서 언니 능력을 이해 못했었네. 나도 미안."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하는 쇼를 따라 코코로도 슬픈 표정의 가면으로 누에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고 보다못한 마미조가 말했다.

"다들 그런 식으로 몰고가지 말그레이. 논점의 본질을 트리지말고. 의혹을 좀더 풀자는 거제."

"의혹이라, 어떤 의혹인지 감은 안잡히는데 지금 의혹은 확실하게 풀어서 보여주면 되겠네요."

아야가 즉석카메라를 들고 누에의 사진을 찍고는 필름이 인화되기를 기다리자, 필름에는 정체를 알수없는 모자이크가 가득했다.

"자, 보이시죠? 그러니 기삿거리가 되어서 정체가 밝혀질 걱정 없으셔도 된답니다."

"그러네." 무라사도 동의하며 대답했다.

"진짜다. 언니, 이제 괜찮을것 같아."

코코로도 두팔 벌려 반기면서 말하자마자 다른 뉘양스의 말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아뇨, 분명 뭔가 있을 겁니다. 마미조 씨 말에 동감해요. 다른 카메라로도 해봐!"

느닷없이 기회를 엿보던 모미지가 칼같은 눈으로 배낭을 툭 하고 던지자, 마미조, 누에, 이치린, 나즈린 할 것 없이 아야도 놀라며 말했다.

"뭐어?"

"다시 해보라고, 이 텐구 분명 지금 사기치고 있는 걸 겁니다. 느낌이 그래요!"

'차라리 지금 뭐든 파토나서 다신 끌려다니지 않고 이 면상 안보는게 낫지.'

"허? 허어?! 허허커컼크킄. 나 참."

어안이 벙벙해진 아야가 기가 막혀 웃으면서 차마 찍은 필름이 상할까봐 꺼낼수는 없고 배낭에 있던 여분의 사진들을 꺼내 보여주는 사이, 아야가 신경쓰지 않던 널부러진 필름을 뒤따라 배낭속의 사진과 필름들을 꺼내던 모미지가 교묘히 소매속에 넣는 것으로 바꿔치기 했다.

"걱정마세요. 누에 씨, 마미조 씨, 제가 책임지고 찾아낼게요. 이 입만 가벼운 카라스 텐구, 어디 숨겼는지 내가 꼭 찾아내고 만다."

일부러 크게 소리내며 아야가 눈치 못 채도록 정신없이 헤집자, 황당해하는 표정의 가면을 낀 코코로와 더블어 옆에 나즈린이 초점없이 멍해진 눈으로 귀를 곤두세우면서 펼쳐지는 광경을 이해하려 애썼다.

'오버라고 하기엔 저건 쌍으로 진짜 싫어하는거 아닌가?'

'서로 저렇게 할 정도면 연막이라고 보기엔 너무 막장인데.'

이치린도 어이없어하며 상황을 계속 살펴보자, 모미지가 투덜거리며 뒤엎듯 뒤지면서 말했다.

"아, 왜 없는거야. 분명 사기친 증거가 나와야하는데 기사랍시고 별 잡소리적은 글이랑 초상권 사케로 바꿔먹은 도촬 사진들만 있네."

"도촬은 인정하는데 자꾸 비야냥 거리지 말아줄래!"

대충 상황을 파악한 마미조가 슬그머니 웃으며 어이없어하는 누에 옆에서 위로하듯 친구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서로 싫어하는게 연막은 아닌것 같으니 둘이 충동질하여 적당히 정보를 얻는데 써먹을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며 궁리하기 시작했다. 

"자, 다들 그만하세요. 다 불러모은 자리에서 뭐하는 겁니까!"

"하아, 쇼 말이 맞아. 니들도 그만좀해..  왜 서로 가지가지 하지 못해 안달인 거야. 적 앞에서 서로 좋은 꼴 보여준다. 진짜,"

무라사가 후토를 쳐다보며 말하자 어떻게 진정시키나 고민하는 뱌쿠렌과 쇼, 모미지의 태도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이치린, 나즈린, 마미조와 누에를 제외한 다수가 혀를 끌끌 차는 후토를 의식하며 불똥이 튈까 조용히 몸을 사리면서 분위기를 파악했다.

'서로 사기치는거라도 저렇게 싫어하는게 자연스럽게 나올 수가 있나? 한패가 아니더라도 저렇게 리스크 큰 애를 데리고 뭔가를 한다고?'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치린에게 무언가 다가와 어깨를 쎄게 주무르자, 놀란 이치린이 기겁하며 말했다.

"뭐, 뭐얏!"

황급히 고개를 돌린 그녀에 눈에 열심히 어깨를 주물러주던 후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넨 뭐 그리 진지한가? 그렇게 자세를 숙여서 생각하단 어깨가 뭉쳐 아프다네."

"아이, 니가 눌러서 더 아프거든요! 갑자기 왜 어깨를 주무르는거야!"

"이렇게 혈자리들을 눌러주면 긴장이 더 풀릴걸세. 그래도 코코로를 교육하러 모인 자리인데 이렇게 심각해져야 되겠는가."

마지막 말에 이치린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의식하며 '쯥'소리와 함께 한숨을 쉬자, 누구보다 열심히 뒤지는 모미지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사진과 필름 뒤지기에 열을 올렸다.

"아잇 진짜, 확실히 있어야하는데. "

"뭐 한게 있어야 나오지. 있긴 개뿔."

모미지의 투정에 아야가 비꼬는 사이, 방문에서 누군가가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누가 왔나봐요."

"누가 왔나봐아!!!요요오!!" 분위기가 안 좋아 눈치껏 계속 입을 막던 쿄코가 놀라서 손을 놓치며 무조건 반사적으로 따라했다.

"네, 누구세요?"

"아, 안녕, 여기 모여있었네. 다들. 밖에 구름요괴도 있고 시끄러워서 더운데 빨리 찾을 수 있었지 뭐야? 후후,"

코가사가 문을 열자 초록 눈의 요괴가 웃으며 다수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1. 외부 세계나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이전시켜 표출하 는 심리적 작용 [본문으로]
  2. 長考: 깊히 오래 생각함. [본문으로]
  3. (チェキ 즉석카메라를 일컫는 일본의 상표명, 다른 상표명인 폴로라이드와 비슷.) [본문으로]
  4. 以聽得心 남의 말을 들어주어 남의 마음을 얻는다. 경청의 중요성을 담은 사자성으로 '이 세상에 모든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는 불교의 가르침과 비슷함. [본문으로]
  5. (杞憂) 쓸데 없는 걱정 [본문으로]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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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족한 미소로 마미조를 도와주는 손길이 빨라진 하타테가 의기양양하게 신문들을 날짜 별로 펼쳐놓았다.

"일단 핵심 주제들을 알아야 하니께 큼지막한 사건 별로 봐야쓰겄으이."

"큼지막한 사건이라면 헤드라인부터 보면 되죠! 그게 신문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니까 말이에요."

"그러제. 하타테 양도 기자답게 초점을 잡고 추론하는 능력이 날카롭구만 그려."

첫 번째 기준을 작년 요괴의 산에서 벌어진 자연이 황폐화된 이변으로 삼은 마미조가 날짜별로 신문들을 확인하자, 하타테도 아야의 신문들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내용을 살폈다.

"이 신문이 '요괴의 산 침공'으로 부터 1주일 뒤인데 이때부터 신문 발행 간격이 매우 빨라졌어요. 그럴만한 대사건이었지만."

"요괴의 산 침공 말여?"

"네. 사건에 대한 저희 공식 명칭이에요. 귀찮지만 저도 꼴에 텐구니까 어쩔 수 없이 나간 정기적으로 텐구들 회의 나갈때마다 뭣모르고 달에게 당했다고 분개해 했어요. 실은 저야 텐구 정기 회의에만 나가고 집에 박혀있다보니 상부가 어떻게 굴러 가는지 잘은 모르지만.."

하타테의 말에 '내부자'라서 기대했던 마미조가 미간을 살짝 찌뿌리며 심층정보에 대한 아쉬움을 몰래 표현하며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그때부터 ''방어'를 위한 '군' 개념이 생겨나긴 했어요. 구멍난 방첩력, 초계임무 및 방위력도요."   
"음? 방첩력?"

마미조가 희동그레진 눈으로 쳐다보자 하타테가 신문 하나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네, 공격 당한게 다가 아니었거든요. 보세요. 달 침공 이후 며칠 안 되서 나온 기사를요."

그녀가 펼쳐든 신문의 헤드라인과 기사들을 유심히 본 마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래 침공의 배후는 달, 명분은 천도

<긴급 단신>

이변조사 및 대처에 나선 무녀 레이무, 사나에 증언, 달에서 '천도'겸 '정화'목적으로 기계를 푼 것으로..

'이글레빗'이라는 달토끼 특작부대가 호수에 미리 침투하여 임무 수행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세간 경악.

빼돌려진 정보가 무엇인지 이변을 해결한 사나에 양과 협력하여 취재중. 

텐마 격노 '명백한 침공 행위 강력 규탄.'  대텐구 대변요괴 '구멍뚤린 외, 내부 경계에 대텐구 및 상부 충격, 엄밀히 조사해 백랑텐구 초계조 징계위원회 열 것.' 여론, 불시의 국지도발에 '보복불사' 주장피력, 격양되어 일촉즉발 위기.

 

"이글레빗이라.."

"적 특수부대가 본진 내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는건 명백한 선전포고잖아요. '침략'이 아닌 '천도'라는 혈압오르는 단어 사용에 투명한 기계로 단시간에 자연을 박살내놓은 압도적인 군사기술력에 유린당했으니... 게다가 백랑텐구들까지 풀어서 엄격히 경계를 서는 배타적이었던 우리로서 '산 안'의 호수에 침투까지 허용했으니 안방에 적이 있다는건 이미 비정규전을 당할 정도로 '전선'이 붕괴되었다는 거라서 얼굴도 거의 못 뵙던 텐마님이 아주 방방 뛰셨죠. 우리가 못 봐서 그렇지 텐마님도 이불이 남아나지 않으셨을테지만. 까하핫."

가볍고도 씁쓸한 헛웃음을 짓는 하타테의 말을 들은 마미조가 그녀의 자조섞인 농담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중하여 기사들을 살폈다.

"그 다음 2주 뒤의 신문이로구만 그려. 큰 제목들만 봐 봄세."

 

 영원정과 협력한 요괴의 산 침공 공동 진상규명위원회 발족, 달과 교섭 시작.

<주요 단신>

침공 원흉으로 월인인 키신 사구메로 밝혀져 영원정의 에이린 씨를 통하여 달에게 사죄와 피해보상요구할 것,  텐마 기자회견  '보복 이전에 순리와 자존심의 문제.'  전문가들 민심 완화 목적으로 보여.

-대텐구 에이린씨와 연계하여 공동 사과 요구교섭안 작성시작. 밀회 예정.

-초계조 징계위원회 대텐구령으로 해체, 그 이유로는 '방위 임무에 문제가 아닌 체계 자체의 문제'지적.

달의 우월한 기술은 캇파의 과학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어.- 카와시로 니토리 인터뷰 - 3면에서 계속

 

"달과 대화를 시도.. 지상에 있는 영원정을 매개체로 했나보구마이."

"네, 그럼요. 저도 알아봤는데 달과 직접 대화는 전혀 말이 안 통하는 애들인건 둘째치고 전쟁불사를 외칠 정도로 우리가 쳐들어 갈 분위기였으니까요. 하필 카라스텐구라 그때 끌려가서 민방위 훈련이 많이 귀찮았지만. 쯥.  그래도 체면과 가오로 사는 텐구다보니 폼나게 신사적으로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던 거죠. 뭐.. 근데.."

손으로 턱을 괴며 말을 머뭇거리는 하타테를 보며 마미조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근데 라니? 뭘 말임가그려?"

"계속 살펴보시면 아실 거예요. 저도 기사쓴 적이 있어서  제 화과자 염보랑 교차검증해도 내용은 비슷할 것 같긴 해도요."

아래에 있던 기사까지 꼼꼼히 읽은 마미조가 신문이 팟팟하게 펼쳐지는 소리로 응답했다.

 

산 복구 사업 1차 사업자 명단 공개

-이번 침공으로 파괴된 자연을 조속히 복구하기 위하여 요괴의 산의 자산으로 계획된 산 복구사업에서 사업 파트너로 '카자미 유카', '아키 시즈하', '아키 미노리코'가 선정되어 3일 내 계약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사업 당국이 밝혔다. 보조 사업 파트너로 '릴리 화이트', '리글 나이트버그'와도 조속한 산의 생태계 복구를 위해 선정대상으로 물망에 올라 계약 준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캇파의 기술로 비료설비 생산을 위한 화학 비료공장 부지 선정 완료, 착공 시작.


"확실히 이 사건 이후로 기존의 일상적인 내용이 많이 없구먼."

"아무래도 그렇죠. 다른 텐구들 신문도 마찬가지고요. 우리에겐 큰 충격이었으니까. 제 신문도 그렇고 다들 '눈 뜨고 당했다'는 사실에 눈이 뒤집혔거든요."

 

달 공개적 사과 거부로 협상 결렬. 피해배상은 할 의향 있다고 밝혀.

<주요 단신>

-텐마와 대텐구가 공동으로 주장한 요구사항 거부.  영원정 에이린은 달로서는 무리한 요구, 하지만 대리사과의 의미로 피해보상은 도울 것이라고 밝혀. 대화 창구로 공동 진상규명위원회는 유지할 것.

-대텐구 대변요괴 曰. 텐마와 산의 지배층, 피지배층, 타 요괴들이 격노한 상황이지만 뭐라도 얻기위해 피해보상에는 협의할 것.

-달에 대한 여론 악화, 보복불사하나 이번 사건을 바라본 군사고문 베테랑 백랑텐구과 기술고문 캇파들 의견으로 현재 방위체제와 무장능력으로는 달 못 이겨. 

"사건 후 두 달전 신문인데 제3자 입장에서는 꽤 달이 잘못한 것처럼 써진것 같구마이. 마치 기관지처럼 느껴지고 말여."

"우리도 그렇게 많은거 바란거 아니었어요. 저도 염사해서 지켜봤었는데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 진심으로 사과를 요구했을 뿐인데 그것마저 달쪽이 거부하더라니까요. 때려놓고 사과도 거부하니 더 빡칠 수 밖에요."

"흠.. 이게 그 다음 달 신문."

 

대텐구령 '주민 융합령 발령'

텐마 승인후 曰. 산의 부흥을 위해 종교와 신분제를 넘고 다양한 요괴들의 구심점될 것.

대텐구가 직접 사회, 행정 체계와 방위체계를 개편하면서 신분과 종족에 상관없이 능력만으로 그 계급을 맡는 '융합'을 위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텐구, 캇파, 신, 요정 할 것 없이 누구나 산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그에 합당한 자리와 함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여 큰 파장을 몰고 있다.

단순히 백랑텐구들이나 카라스텐구들이 초계 및 방위를 서던 기존 신분적 방위 체계에서 정규군대인 경비부대를 창설하고 치안을 위한 치안과, 보급과, 병기과, 전술및 작전, 통신을 위한 작전과등 부서를 나누어 효율적으로 운용할 예정이며 경비부대장으로는 천리안을 가진 백랑텐구 '이누바시리 모미지'가 다른 고위직을 제치고 능력만으로 낙점되어 파격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군사 방위력 강화를 위해 체계 개편 및 캇파의 과학기술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우대할 예정이며 다른 요괴나 종족들도 산에 산다면 그만큼의 능력대로 대우할 것을 약속하는 처사는 같은 공동체로서 모리야신사와의 관계 개선 및 협력을 신호탄으로 텐구들과 고위직을 제외하고 매우 환영받고 있으며 이번 주 말로 산 안의 종족에 대해 상호 방위 및 우호 협약을 맺을 것으로 밝혔다. 또한 적 침투부대의 공작을 막기위해 경비체계 개편 및 주민등록 제도가 실시되어 오는 월요일부터 주민 등록 및 주민관리를 위한 주민 통제소와 출입통제소를 설치하여 더 나은 주민 서비스를 위해 행정 체계도 개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세간에는 이번 조치가 개혁적으로 환영 받으나 기득층과 구 체계에 익숙한 이들에게 매우 강한 비판과 거부를 보이며 반발을 뜻으로 분열적인 움직임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강력한 항의와 규탄이 예상된다. -2면에서 계속


"항상 궁금했던 거신디 이 융합령이라는게 말혀. 말로만 들으면 꽤나 합리적이고 평등한 것 같은디 내가 보기엔 오히려 더 꽁꽁 싸매고 감추려는 것 같으이. 텐구아씨는 어쩐가?"

양갈래 머리를 각각 손으로 잡고 돌리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던 하타테는 고심하다가 대답했다.

"저야 뭐 산에서 기존의 기득권층에 가까운 종족인 카라스텐구긴 해도,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산을 보면 긍정적으로 봐요. 다만."

"다만?"

"말씀처럼 꽁꽁 싸맨다는게.. 저야 밖에 많이 안돌아다녀도 느낄수 있을만큼, 다양한 종족들이 서로 능력에 맞는 자리를 맡고 외부에 대해 허용선에는 개방적이지만 그 반대로 허용되지 않는 쪽에서는 심할만큼 폐쇄되고 통제받고 있어요.  주민등록도 그렇고 범죄를 막는다고 치안과가 막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끌려가는 자리도 많아지고 출입 불가구역도 많아졌고요."

'솔직히는 내가 요괴 많은 자리는 안내켜서 부쩍 많아진 여러 행사나 공무자리에 끌려다니기 귀찮아 그렇지만.'

그녀의 귓가를 쓸어내리며 자신이 요괴의 산에 침투했던 회상에 잠긴 마미조에게 문득 무언가 떠오른 하타테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 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처럼 부조리에 대해 파고계시다니 공감대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러자 마미조가 차분하게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

"아직 초야에 묻혀있지만 하루사키 히카리(春先 光)라고 하네."

"네, 히카리 씨. 같이 취재해서 다행이에요. 혼자면 아무래도 교차검증이 힘들잖아요."

정중히 악수한 하타테가 두 손을 모으고 몸을 흔들면서 기뻐하자, 여전히 머리속으로 의혹과 증거들을 종합하고 교정하던 마미조가 흐뭇하게 웃었다.

"혼자?"

"아, 네."

순간 모미지가 떠오른 하타테가 아차 싶었지만, 이미 먼저 말해버렸기에 뭐 상관있겠나 싶어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나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서 다행이구마이."

"네, 그러게요. 헤헤."

반짝이는 안경너머로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마미조의 동공을 본 하타테가 쑥스럽게 웃었다.

"그럼 같이 융합령 다음에 기사들을 보장께."


괴사건 발생, 전대 미문의 연쇄 실종사건.

3차례나 인간 및 요괴실종, 대상자들은 어떤 증거나 사유도 없이 사라져 하쿠레이 레이무, 키리사메 마리사, 코치야 사나에등 무녀와 마법사도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고 용의대상은 금품이나 원한관계는 아닌 것으로 지정하고 요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차례는 인간마을에서 실종자들이 최종 목격되었으나 이번 실종자는 3일 전 안개의 호수에서 낚시하던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마을을 자주 접하거나 이익및 생존상 머무르는 요괴들은 이번 주 토요일 결백을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하쿠레이 신사에 낼 예정으로 본래 있어야할 존재들이 없어지는 해당 '이변'의 목격자들은 두 신사에 제보하겠다고 밝혔다.

텐마 曰 요괴의 산은 기존의 고립주의에서 '부분적 개방주의' 노선 채택

-신설된 주민 통제소에서 가을 말까지 주민등록 완료, 개편된 행정체계 출범. 외부 출입통제의 전권은 경비부대가 담당할 것

이번 대 회의에서 '이글레빗 침투사건' 및 '요괴의 산 침공'에 대해 달 규탄 결의안과 더블어 산에서 오니를 몰아내고 삶의 터전인 산을 지키고 외부의 칩입을 경계하며 우리끼리 잘 사는 고립적인 노선이 이번 사건에서 겪은 산의 피해가 외부에 대한 관심이나 이슈가 되지 않는 것과 달에 대한 비판으로 외부 여론이 모아지지 않는 것의 원인이라고 파악한 상부의 의견에 공감한 텐마는 침공 및 침투를 받지 않도록 경계는 확실히 강화하되 타요괴나 인간에 대한 친선, 산의 등산로나 모리야 신사에 대한 참배루트등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적극적으로 환상향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산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개선하며 지지도와 동맹, 밀월관계를 조성하고 우리가 겪고 있는 사건이나 갈등처럼 완화할 수 있도록 시비곡직청과 협력하여 분쟁조정위원회를 창설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주요단신-'이나바 루트'로 임시명칭된 이글레빗 침투현장인 호수 주변 안보공원 조성, 초계에 대한 경각심 세워.


레이더 기지 3기 완공, 추후 경계지역 확보를 위한 관측소 및 탐지기 개발.

각자 주제를 정해 지원을 받고 하고싶은 기술을 개발하는 '개별연구'사업에서 캇파들이 그 지원과 기술을 활용해 도서관에서 얻은 바깥세계에 대한 정보로 OTH (Over the horizon) 레이더라는 거대한 초 수평선 레이더와 전파 수집, 방출용 안테나, 주파수를 다양히 활용하는 초대형 UHF(Ultra High Frequency) 3GHz ~ 30GHz 출력 레이더,  S밴드 주파수 레이더와 공중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고출력 비선회형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등 이번 침공에서 쓰인 달의 병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전파에 살짝 부딪히기만 하면 되며' 하늘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들을 마련 및 배치하고 백랑텐구들의 건설지원으로 '우리의 눈'을 완공하였다고 캇파들이 선언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감시체계의 기술 프로젝트장을 맡은 카와시로 니토리는 더 많은 금전 지원이 예정되고 설비가 늘어나는 만큼, 땅에서 쓸수있는 장비도 곧 대량생산에 들어가 걸어다니거나 날아다니는 것들은 화면으로 보고 전부 검문할 수 있을 정도의 더 고성능의 조기 경보 및 공중감시체계가 앞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실종사건에 대해서도 다뤘고, 내정도 굉장히 자세하긴 한데 이 부분은 기관지가 따로 없구먼."

혀를 차듯 '쯥' 소리를 낸 마미조를 보며 하타테가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취재했나 싶을정도로 굉장히 자세했다고요. 기자라면 늦더라도 이렇게 하나하나 정확히 기사를 내야 하는데."

그 말을 들은 마미조가 슬쩍 병찐 표정을 지으며 '역시 그들의 사회에 속한 텐구는 텐구구마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바깥세계의 기술이라는게 영 거슬리는구마이."

"네? 왜요. 카메라나 제 폰카등 바깥세계에서 온 기술들중 쓸만한 건 써서 편리한데요."

"내 말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바로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대도서관에 바깥세계의 최신기술이 이렇게 자세히 나와있다는게 좀 걸린다는 거제."

"아, 그런가ㅇ..ㅛ." 고개를 끄덕이려던 하타테가 말끝을 흘리고는 잠깐 생각했다가 놀라면서 말했다.

"아니, 잠깐 근데 그 기술들이 '최신'기술이라는 건 그쪽이 어떻게 아세요? 바깥세계 기술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순간, 자신이 위장중이라는 걸 감안하던 마미조는 굳이 꼬리밟히게 자신이 바깥에서 온 요괴인걸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능글맞게 웃으며 무마했다.

"허허이, 그거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있는 바깥세계 문물중 들어본 것들이 아니니께 바깥세계에서도 최신이 아닐까 내가 유추한 거제."

"아, 그런가.. 오래된 대도서관에 그런' 최신'기록들이 없을 거라고 추측하시는 거군요. 근데... 추측하시는 것 처럼 그 기술이 최신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기술이라는게 어쨌든 원리만 알면 어떻게든 응용 가능하니까요."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치는 하타테가 핀잔을 주자 'OTH니 S밴드니 명칭자체가 환상향이 아니라 바깥세계에서 근래에 지어진 건데 그걸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니께.'라고 속으로 반박한 마미조가 오히려 하타테를 보면서 역시 조직에 속한 텐구라 안쪽 일은 감싸돌게 되는구려 하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다가 도대체 어떻게 텐구들과 캇파들이 바깥세계의 첨단기술을 얻어낸 것인지 추리하며 다음 신문을 꺼냈다. 


겨울철 독감 유행막는 음식 10가지 공개  

갑작스러운 추위로 독감환자 잦아 건강을 책임질 레티 화이트락(요정)의 겨울 특선 레시피 공개. -2면에서 계속

-모리야 신사의 겨울나기 

옛날의 앙금을 화해로 풀고 협력을 약속한 모리야 신사쪽 현인신인 코치야 사나에와 백량텐구들이 벤 장작을 풀어 통제구역 조성으로 임시 허용된 참배로를 이용하는 참배객들에게도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후지와라 모코우의 불쇼 행사 이달말 예정, 올겨울 가장 따뜻한 공연이 온다. 장소: 참배로 상업지구부지

-캇파 공병대 창설. 상호협력 협정 후 과학기술향상을 위한 지원 및 캇파도 산의 일원 우대, 그외 삼림복구 목적으로 비료생산 증대를 위해 화학 비료공장 제 2지대 신설부지 선정.
피해보상 합의차원에서 타결된 영원정 의료품 대량 공급지원 오늘부터 시작, 배포는 주민 통제소로 알려져.

 

"그 해 겨울 기사구마."

"이때가 무척 춥긴 했죠. 저야 다행이도 집안에서 따뜻하게 보냈지만."

마미조가 손가락으로 '통제구역 조성'이라는 단어를 문지르며 다음 신문을 살폈다.

"음, 이 다음의 기사는 봄에 그 특집이고 말이여."

"네, 그건 저도 읽었어요. 이때부터 아야가 취재가 아니라 자기가 기사를 만들기 시작했죠. 지금까지 읽은 기사들은 그래도 자기가 일어난 사건을 직접 찍은 취재였잖아요? 그런데 이제 신문을 위해 사건을 일으키다니,말도 안되는 거잖아요?"

경약되서 성을 내는 하타테가 폰으로 검색한 아야의 신문사진들을 보이며 미간을 찌뿌리자, 마미조도 공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라제. 당연하고 말고."

하지만 침을 삼킨 마미조가 타이르듯이 인자한 미소로 말했다.

"한디, 지금 이 기사들도이 엄연히 사실이래지마이 이렇게 충실한 기관지처럼 초점이 맞춰저 있다는 거슨 여론몰이를 위한 것일수도 있제."

살짝 인상을 찡그린 하타테가 대답했다.

"프로파간다[각주:1]라는 건가요?" 
"지금까지 읽은 작년 기사들은 느그 텐마나 대텐구 입장에서 쓴거처럼 보이니께 하는 말이제."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본 하타테가 망설이며 입술을 깨물자, 마미조가 봄 특집 이후의 기사들을 살폈다.

"쩝,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저도 어쩔 수 없이 집단에 속한 몸이라 생각 안해봤지만.. 하지만 그럴만한 큰 사건이었고 여기까지는 실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엄연한 신속한 사실이었어요. 적어도 자기가 창작하지는 않아서 곱게 봤다니 이것처럼 사건을 일으켜서 특종을 만들려고 한다니까요." 

"그렇구만.. 그짝은 취재의 진실성에 초점을 맞춰들고 있구마이."

봄철 특집 기사를 가리키며 못마땅해하는 하타테를 돌아본 마미조가 안쓰러운 눈길로 말했다.

"그래도 기자라면 신문의 방향과 읽은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봐야제. 어느 사건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를 말여."
머뭇거리며 그녀의 말을 경청한 하타테는 유심히 그녀를 보다가 알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럼 봄 이후에는 일반적인 사설이 가득한 신문으로 돌아왔구마이. 이번에 아야랑 모미지랑 코코로랑 절에 같이 붙어서 오는디 고건 하타테 양이 어떻게 생각하는감?"

마미조의 은근슬쩍 관계 정보를 얻으려는 말에 하타테가 친근한 말투로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다 아야의 쇼죠! 어마어마한 특종을 '만드려고' 하는 건데요. 코코로라면 멘레이키를 말하시는 것 같은데, 어쩔수없이 제 3자를 끌고와야 할 정도로 누가봐도 자연스럽지가 않잖아요? 세상에 모미지랑 아야랑 같이 붙어다니다니, 분명 모미지가 약점 잡혀서 억지로 끌려나오는 거라는건 산에 사는 누구나 다 알죠. 서로 죽이려고 벼르는 사이인데."

'모미지가 아야한테 약점을 잡혔다라.. 어찌면 완전한 한 패가 아닐 수도 있겠구마이..'

"아야랑 모미지 둘은 다 주변 이야기가 똑같구마이."

"아니 정말로 둘이 엄청 싫어한다니까요, 서로 죽이려고 한다는게 농담이 아니라고요. 그래서"

슬쩍 마미조를 쳐다본 하타테는 왠지 믿어도 되겠다는 호감과 친근함에 경계심을 풀고 말했다.

"그래서 같이 아야 뒤통수치려고 저랑 짜고 있거든요. 조심히요."

"뒤통수라니?"

마미조가 놀랐다가 곧바로 특유의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으며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바라보자, 하타테도 따라 웃으며 주위 눈치를 보고는 귀속말로 말했다.

"히카리 씨에게만 하는 말이니까 비밀로 해야되는 거 필수! 아시죠? 실은 말이죠. 아야하는 짓이 못마땅해서요. 아야에게 약점 잡혀서 억지로 끌려나오는 모미지가 대단히 빡쳐 있다보니 이번 취재에서 필름을 갈때 제가 제공한 빈 필름이랑 찍은 필름들을 바꿔치기해서 빼돌리기로 했거든요."

"오호. 대단하구마이."

"그래서 필름들 몇개를 제가 입수해서 저의 화과자염보에서 이런 사건을 쫓는 기자라고 할 수 없는 아야의 파렴치한 사건연출을 낱낱이 폭도해서 망신을 주고 기자윤리를 구현하는게 모미지와 저의 계획이에요."

의기양양한 하타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낄낄 웃으며 박수를 친 마미조가 대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멋지구마이. 산에도 이런 참 기자가 있다니께. 환상향도 그렇게 어둡지는 않으이."

"그럼요. 히카리 씨처럼 사실을 밝히려는 기자들끼리 힘을 합쳐야죠. 그래서 알려드린 거예요."

한손으로 브이자를 만들며 볼에 붙이고는 윙크하면서 하타테가 신뢰감을 표하자 그녀도 꼬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야제, 같은 기자들끼리 협력해서 진실을 밝히야지 말여. 하울없이 아는 정보를 줄 거랑께."

"어머, 고마워라. 모미지뿐만 아니라 연륜이랑 격식있으신 분과도 같이 한다니 다행이네요. 쓸만한 필름들이 입수되는 대로 정보를 공유해드릴게요. 잘 부탁드려요."

하타테가 악수를 청하자 마미조도 악수하면서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암, 내도 잘 부탁한당께. 고마우이."

서로 웃으며 악수하던 사이 선반 잡동사니 아래에 수북히 쌓인 신문들을 본 마미조가 악수를 마치자마자 시선에 있던 신문들을 꺼냈다.

"그런데 말이여, 같은 산의 기자양반이믄 아야가 지금 하는 일이 엠바고중인데도 소문이 나서 이 회동자체가 다른 텐구기자들에게도 다 기사로 나왔다는디 어찌 생각하는감?"

"네? 정말요??!!"

깜짝 놀라 몸서리치며 안절부절 못하는 하타테를 보고 오히려 마미조가 놀라며 물었다.

"응? 아는게 아니었나보이?"

"제, 제가 일체 교류가 없어서... 어떤 식으로 났는데요?? 네?"

허겁지겁 묻는 하타테에게 마미조도 직접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애일까 살짝 의심하며 말했다.

"불교와 도교가 만난다는것 자체에만 초점이 있제."

"아, 그래요? 다들 본질을 꿰진 못했군요. 그럼 제 신문이야말로 아야의 장난질에 대한 진실을 알릴 창이 되겠네요."

"그랬으면 좋겠구먼, 여여, 이 것이 주인장이 놔둔 다른 텐구들의 신문이로구마이."

"헉, 제 화과자염보도 있어요?"

하타테와 마미조가 같이 붕붕마루 신문과 섞이지 않게 신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하타테가 한숨을 쉬었다.

"아이.. 이 주인장은 구독을 안하나. 가게에 화과자만 겁나 많던데.."

"다른 텐구 신문들도 뉘양스가 붕붕마루 신문이랑 비슷하구마이. 대부분 신문에서 기자들이 '노선'이나 '성향'이라고 부르는 것 말일세."

"네? 예를 들면요?"

"보수나 진보, 중도, 강경과 온건 같은거 말이여. 대게 큰 사건의 초점은 아야의 신문이랑 같은 걸 보면 하타테 양이 말하는 '상부'의 영향인지 아니면 아야의 초점에 이들이 따르는 건지는 생각해봐야쓰것제."

마미조의 견문에 감탄한 하타테가 '오..' 소리를 내며 턱을 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폰으로 자신의 신문기사를 검색해 보여주었다.

"그럼 저는요? 제 폰으로 염사해서 보여드릴게요."

하타테의 폰에서 화살표 버튼을 눌러 스크롤을 내리면서 기사를 읽은 마미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다르구마. 한디 신기한건 그 소위 말하는 '달의 산 침공' 이후에 신문들이 뭔가 그 '사건'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획일화가 된 느낌인디 그짝 하타테 양의 신문은 뭔가 사건을 따라가긴 하면서도 주관이 더 강한 느낌이로구마."

"아, 그런가요?"

저게 칭찬인지 아닌지 아리송해진 하타테가 언짢은 표정으로 대답은 하자, 마미조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기자는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면서 배우는 거제. 염사라는 기자로서 최고로 몸이 편한 능력이 있으니 기죽지는 말어."

 "헤, 역시 그렇죠?"

쑥쓰러워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던 하타테를 보며 자신이 말한 '염사(念寫)'라는 말에 뭔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 마미조가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

"근디 방금 그 신문, 그 폰으로 염사했던 기가?"

"네, 제가 생각하면 바로 이 폰으로 염사해서 화면에 사진을 띄어주죠. 그걸 인쇄장치로 뽑는거고요."

"그럼 말이제, 이번 오니들이 벌인다는 사건들좀 염사해 봐줄 수 있겠는가 말여."

"네."

하타테가 염사하며 사진을 보여주자, 불이 튀어나온 복면쓴 닌자같은 요괴들이 사람과 대면하거나 진짜 오니처럼 보이는 요괴들이 대질심문하는 모습들이 사진에 드러났다.

'음.. 이건 진짜 오니들이 하는 것일수도 있겄는디..'

"그럼 말이제, 아야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나 염사해 줄 수 있는가?

"그럼요. 잠시만요."

아야가 폰에서 폴더하나를 열어 사진파일 목록들을 꺼내 슬라이드 쇼 보기로 전환하며 말했다.

"옆에 화살표 버튼 누르시면 시간별로 보실 수 있어요."

안경 너머로 날카로워진 마미조의 동공에 아야가 앉아서 안경을 끼고 문화첩의 내용을 다시 기록하는 사진, 다른 요정들을 취재하는 사진, 코코로와 같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사진, 텐구 전통 정복을 입고 회의하는 사진등, 일상적인 사진들이 비춰지자, 마미조가 생각하는 이번 교육의 뒷사정과는 그리 관계가 없다고 판단해서 한숨을 쉬었다.

"그다지 별거는 없구마이."

"그쵸. 실은 그게 염사의 맹점이긴 한데요."

"엥, 그게 무슨 말인겨?"

하타테가 폰을 돌려받고는 눈을 감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염사가 제가 생각하는 주제를 그대로 사진으로 담아주는 거라 저의 상상력이 반영되면 사진 연상에도 영향이 가거든요. 그러니까 예륻 들면 제가 지금 포도를 먹는 장면을 생각해보죠."

하타테가 말을 끝나자마자 폰의 화면에 다양한 시간대의 여러종류의 포도를 먹는 요괴나 사람들의 사진이 무수하게 생겨나는 장면이 나타났다.

"자, 이 사진들은 실제로 있었던 것들을 염사했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제 폰을 먹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폰은 무심하게 곧바로 하타테가 체크무늬 폰을 입에 물거나 씹어먹거나 요리하는 사진들을 나타냈다.

"자. 보이시죠?"

"없는 장면은 하타테 양의 상상력에 의존하며 만들어진다는 거구마이,"

"네. 대신 시간은 애매하게 찍히죠. 사실 이걸로 판별 가능하긴 한데.. 생각과 상상에 의존하는 염사의 문제라서 어쩌면 저야말로 날조와 가까워 질 수 있어서 아야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들을 부러워했었고요."

"하아, 고러니께 신빙성이 없어서 그런거제?"

잠깐 하타테의 능력을 빌어 아야가 꿍꿍이를 벌이는 사진을 만들어 증거로 써볼까 생각해본 마미조는 아야야 사건정도는 훤히 꿰고있기에 바로 자신의 사진들로 위증이자 날조라고 반격할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만 생각을 접고 한숨을 쉬었다.

"네, 실은 뭔가 증거품라고 보긴 애매하죠. 제가 정말 아무 생각 안하고 정확한 현장이 찍히지 않는 한."

"그렇고만. 쓸만한 사진이 나오면 공유해주겠나?"

"그럼요. 물론이죠."

"고마우이."

"아, 이렇게 뵌것도 기념인데 우리 셀카나 찍을까요? 아야처럼 구식 카메라로는 절대 못하는 거예요."

"응?"

하타테가 마미조를 가까이 끌어당기면서 셀카모드의 폰에 둘의 얼굴이 다 들어가도록 잡고 귀여운 표정을 짓자, 마미조도 당황함을 감추며 미소를 따라짓는 사이 폰의 플래시가 터졌다.

"자, 예쁘게 나왔네요. 저장! 그쪽이 폰이 없으시니 전송은 못해드리고 나중에 출력해서 뵈면 보내드릴게요."

"흐미, 고맙구만." 마미조가 괜히 찍었나하는 생각이 들어 발랄한 하타테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차와 다과를 즐기던 레이무와 마리사는 바느질로 옷감의 안쪽 부분을 실밥이 안나오도록 마감하던 린노스케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린노스케 씨는 피서 안 가세요?"

뜨거운 차를 후후 불면서 들이킨 레이무가 이마의 땀방울을 소매로 닦으며 물었다.

"이 그늘에서 내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나에겐 피서야. 레이무."

"아니, 이렇게 햇빛이 잘 드는 계절에 바깥바람도 좀 쐬야지. 코우린도 참!"

"무연총가서 잘만 쐰단다. 마리사."

"아니! 그건 수집 일하러 가는 거잖아!" 마리사가 린노스케에게 역으로 따졌다.

"너무 일만 하는 것 같아서 쉬라는 거죠. 저나 마리사나 여기서 쉬는 것처럼요. 내일 요괴의 산에서 축제도 한다던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해주니 고려는 해봐야겠군."

고개를 숙이면서 작업하느라 콧등에서 내려간 안경을 다시 올린 린노스케가 대답하자, 레이무가 은근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 그리고 다음에 옷 만들 때 옷감 소재 좀.. 땀 흡수가 되든지 가볍고 얇아서 통풍이 잘 되든지 좀 해주세요."

"기능성이라.. 고려해보도록 하지."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인데 땀 흘리면 등에 딱 달라붙어서 겨드랑이 빼고 땀띠 날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이라고요."

"나도 이 옷 그대로 옷 소재만 바꾸면 시원할라나? 코우린?"

"내 리본이랑 네 모자도 코우린에게 따져서 소재 바꿔야할 것 같아. 푸흐흡."

"그런가? 하긴 내 모자도 이 날씨에 보기만 해도 더워니까.크히히힛."

소녀 둘이서 까르르 웃으며 이야기하자 사이에서 낀 린노스케는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다른 색의 실을 바늘구멍에 꿰었다.

"이것저것 감사드려요. 히카리 씨."

"내야 말로 큰 도움이 되었당께."

서로 대화하면서 창문이 비추는 바깥쪽으로 나온 하타테와 마미조를 본 둘은 레이무가 먼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요괴 둘이서 쌍으로 붙어다니네."

"꺼내놓은 신문은 다 정리했나?"

린노스케가 묻자 마미조나 하타테나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역시 그렇군."

바로 체념하고 고개를 젓는 린노스케를 본 마리사가 피식 웃었다.




동 시각, 마을 현장지휘소에서 바닥에서 새는 액체질소의 연기에 다리를 떨며 화면을 응시하고 있던 캇파가 눈을 비비면서 다시 확인해보고는 헤드셋을 벗으며 말했다.

"아우씨, 추워서 닭살 다 돋네... 저기 조장님!"

"왜?" 헤드셋으로 통신중이던 카라스텐구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혹시 저희 작전중에 카라스텐구 한 마리 추가 단독수행이라도 들어갔습니까? 화면에는 보이는데 어떤수단으로도 연락이 통 안되서 말입니다."

"뭔 소리야? 작전 수행 요원은 명단에 있는 게 다잖아."

"아니, 그게.. 여기 화면에 창문쪽 보시면.. 조장님 화면에 영상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텐구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있던 귀신장이 입술을 오므리고 턱을 올리면서 그녀들을 살피며 언성을 높혔다.

"야, 왜? 무슨 문제 있냐?"

"아, 아닙니다. 요원 점검중이라서요."

"그래? 아, 난 또 니들 호들갑 떨길래 사선이나 아마노자쿠라도 발견한 줄 알았잖아." 

"헤헤, 저희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일찍 퇴근하게요. 흐흐"

"그러니까 뭐든지 문제 일으키는 놈들 크게 한 건 잡으면 너희나 나나 서로 좋고 편하잖아. 계속 예의주시하도록 해."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능청스럽게 넘긴 조장이 바로 표정이 굳으면서 작전 요원리스트를 확인하며 화면의 채팅창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지금부터 귀신장님 못보는 화면상으로 회의한다. 작전 외 텐구가 관측되고 있는 화면의 카메라가 향림당을 비추고 있는게 맞는가?]

[그렇습니다. 조장님.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그 카메라의 열감지화면을 보시죠.]

조장이 열감지 화면에서 벽 넘어 하타테의 옆에있는 마미조의 큰 꼬리가 붉은 색깔로 표시되는 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변신해서 외형은 다르지만 열감지로 측정된 큰 꼬리로 보아 '주요관찰요괴'로 보인다. 옆에있는 카라스텐구의 신원을 조회하라.]

[중앙 서버 연결해 정보 확인해보겠습니다.]

[제가 아는데 히메카이도 하타테라고 보기 드문 애입니다. 밖에 잘 안 돌아다니는 애일텐데 의외네요.]

그러자 조장이 인상을 찌부리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아니 그럼 지금 주요관찰요괴랑 조우 하는 게 임무수행이 아니라면 현황상 문제있는 거 아닌가?]

[네?]

[지금 시국에 '주요관찰요괴'랑 이야기하고 있다는게 임무 수행중이 아니라면 이적행위로 당연히 의심해볼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거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어떻게 할까요? 그리고 본사에 보고해야 할까요?]

 '파견'이라고 적힌 글자 반대편에 '공무집행'이라고 쓰인 완장을 찬 백량텐구가 계속 둘을 감시하며 조이스틱으로 여러 카메라의 초점을 조작해 향림당 창문을 클로즈업하며 사진을 계속 찍으며 묻자, 조장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약주를 마시면서 자신들을 살펴보는 귀신장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본사 사장님에겐 내가 보고하겠다. 일단 모든 채널 열어놓고 더 자세하게 알도록 가용 가능한 요원 하나 투입해.]



"헌디 무녀에게 묻고 싶은게 있는데 말여."

"응, 난데 없이 뭔데?"

레이무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마미조가 진지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요즘 요괴의 산 분위기가 꽤나 요란스러운디 말여. 특히 아야가 뭔가 종교가들을 모아 주선떠는 것도 그렇고 하쿠레이 신사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궁금하당께."

"하하, 참나. 난 또 무슨 소린가 했네."

레이무가 피식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요괴의 산에서 요괴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인간을 건들거나 이변이 아니라면 굳이 나설 필요가 없지."

"호오. 다른 종교들이 관련된 일인데도 말이여?"

"요괴의 산 녀석들이야 모리야 신사에게 충성하는 건 아니꼽지만 이제 인간들에게 잘해주니까 많이 좋아진 상황이고, 그 녀석들이 지지고 볶다가 한탕 터져서 종교전쟁이라도 벌어지면 그때 나서면 되지. 미심쩍지만 아직까지 일어나지도 않은 조용한 일에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진 않아. 벌집쑤시는 것처럼 무척 귀찮다고 그거. 여기서 차나 축내는게 나아."

레이무의 피곤 섞인 말에 듣다 짜증이 올라오는 린노스케였지만 다른 손님이 들어오자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아, 안녕하세요. 어린 요괴한테 신길 신발이 필요한데 혹시 아주 작은 규격도 있나요?"

"네. 잠시만 기다리시죠. 발 크기가 얼마나 되시죠?"

"한, 요만해요."

바구니를 맨 주부 요괴로 보이는 상대를 맞이하고 물건을 꺼내러 간 린노스케 옆에서 마미조가 흥미롭다는 듯이 레이무를 보며 말했다.

"내가 아는 무녀는 무슨 일이 있으면 들쑤시기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말이제."

"아니, 지들끼리 잘 되가는 거에 내가 굳이 건드려서 독박 쓸일 있어? 뭔가 분명히 틀어져서 지들끼리 싸울 때, 그 때 참여할거라니까."

"그치, 어차피 서로 그렇게 싸웠는데 그거 자리 몇 번 가진다고 화기애애 한다는 건 쇼지."

마리사도 남은 만쥬를 먹으면서 맞장구 치자, 하타테가 녹음기능을 그대로 킨 체로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무녀랑 마법사에게는 얻을만한게 생각보다 없네요. 히카리 씨."

그 말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레이무가 하타테와 마미조를 번갈아보자, 마미조가 능청스럽게 웃었다.

"뭐? 히카리??"

"히카리가 누군데?"

"이분." 하타테가 손가락으로 마미조를 가리켰다.

"얘 이름이 뭐라고?" 레이무도 어이없어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히카리 씨라고! 히카리! 같은 기자분이고!" 도리어 하타테가 키득키득 웃는 마리사 반대편에서 성을 내며 외쳤고 그 말에 병쪄서 입을 닫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해진 레이무가 기가 막힌듯이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와하하.. 진짜 사기를 밥 먹듯이 치는 능력이네"

마리사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마미조를 쳐다보자 마미조는 그저 황당해하는 하타테를 뒤로 하고 웃었다.

'정작 사건을 파헤칠 무녀는 움직이지 않는다라....혹시 이 무녀 위의 존재가 관여되어 있을지도.. 아니 어쩜 텐구와 캇파들이 바깥세계 기술을 얻은 것도 연관지으면...'

"뭐 칭찬으로 받아들이제."

" 참, 순진한 요괴 데리고 뭐하는거람.. 하여튼 나를 움직이려면 좀 확실한 증거를 찾던가, 이변이 일어나던가, 둘 중 하나면 와야지.. 안그래도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는 오니들 사건 때문에 짜증 폭발이라고."

"기사에 환장한 텐구야 기껏해야 자기 신문에 자랑거리라고 박을텐데. 뭐."

"그럼 이번 사건에 이 환상향의 관리를 맡는다는 경계의 요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시 아는겨?"

"유카리? 참.. 지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관심없어. 요즘 자기 집안 식구들끼리 소꿉장난한다고 푹 빠져있잖아. 도리도리 짝짝꿍 샤바샤바 아이샤바하면서."

레이무가 혀를 차며 못 봐주겠다는 얼굴로 투덜거리자 옆에서 듣고있던 다른 요괴가 린노스케가 가져온 신발을 살피며 바구니를 계속 뒤척이면서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어쩜, 주인께서 골라주신 게 우리 애 발이랑 딱 맞겠네요. 여기 계산좀."

"네, 거스름돈 받아 가시죠."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손님이 나가자 마리사가 슬쩍 쳐다보면서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하여튼 코우린은 남한테 친절하다니까."

"손님한테 친절한 거란다. 마리사."

주위에서 이야기를 듣던 하타테는 전혀 눈치채지는 못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염사로 오니들이 했다는 사진들이 나왔으니까 나중에 해결되면 기사로 쓰게 부탁해."

"에휴, 기자들이란."

레이무의 푸념과 함께 하타테가 아쉬운 표정으로 마미조와 같이 인사하고는 향림당을 나섰다.

"그럼 정보 공유 잘 부탁한당께. 하타테 양."

"네. 감사드려요. 저희도 합심해서 잘해보자고요. 히카리 씨"

마미조와 하타테가 번갈아서 헤어지자, 먼저 물건을 산 손님을 지나선 마미조가 다시 묘렌사로 발길을 돌렸다.

  1. Propaganda 널리 알리는 것. 주로 `사상(思想)'이나 `교의(敎義)' '이념(理念) 등의 선전에 대하여 쓰는 단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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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온 하타테가 토킨을 부여잡고 서둘러 인파 사이에서 날아가는 요우무를 보며 말했다.

"저기 잠깐만! 요우무!"
빨리 대령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날던 요우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반령이 드리프트할 정도로 급하게 멈추고는 황급히 돌아보며 말했다.

"응? 누구?"

자신을 부르는 하타테를 향해 멀뚱멀뚱 바라보던 요우무가 기겁하며 말했다.

"저, 혹시 제가 거기서 지갑놓고 갔나요??"

얼굴까지 붉어지며 황급히 꾸러미를 확인하며 어수선한 모습의 요우무를 보며 표정없이 그녀를 탐구하던 하타테가 반령의 한기를 살갗 그대로 느끼고는 폰카를 찍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닌데."

"휴, 있다! 실수한 줄 알았네.. 그럼 용건이 뭐죠? 저 이거 빨리 유유코님에게 가져다 드려야 돼요."

"그거 화과자치고는 크지 않아?"

상자의 크기를 보고 당황하는 하타테를 보며 요우무가 상자끈을 잡은 손으로 박수를 치며 말했다.

"네, 일부러 그렇게 했어요! 이번에 린노스케씨가 꾸미기 전문인 화과자 명인이랑 주문 제작 및 대행판매를 시작하셔서 전단지보고 엄청 크고 예쁘게 해달라고 했거든요."

"와, 정말? 혹시 이거야?"

하타테가 자신의 폰을 돌려서 화면을 보여주자, 요우무가 주문한 화과자가 아름다운 색깔을 자랑하며 나비와 벚꽂등이 밤앙금, 팥앙금과 더불어 딸기등 여러 과일 조각과 함께 장인의 손에 꾸며져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와! 대박!! 이거 맞아요!! 어떻게 이걸.."

"네 능력이 염사잖아. 생각 그대로 찍을 수 있거든."

'오오'하는 소리와 함께 감격한 눈으로 하타테를 바라보는 요우무에게 하타테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흠, 사실은 너에게 뭘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네, 역시 텐구시니까 딱 봐도 물어볼 게 많으실 것 같았어요."

한층 밝아진 모습의 요우무가 아량을 베풀듯 눈웃음과 함께 반령을 흔들면서 손짓하며 말하자, 하타테가 폰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기자라는 직업상 어쩔 수 없어. 저번 봄에 아야랑 같이 네 주인과 함께 붕붕마루 신문 봄 특집을 찍었지? "

"네, 정말 행복한 추억이었어요!"

그 때의 감휘에 도취되어 해맑은 미소를 짓고 추억하는 요우무를 보며 하타테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물었다.

"그 때 기사는 읽었는데 그때 현장은 어땠어?"

그 말에 슬쩍 당황한 요우무가 한 손을 누관검 손잡이에 대면서 말했다.

"그건 왜 물어보세요? 뭔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백옥루의 일이라 사생활 침해인데요."

그러자 하타테가 피식 웃으며 핀잔주듯 언성을 높히며 말했다.

"왜 그래, 나도 기자라고. 다만 기자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하잖아? 그런데 이 아야라는 애는 오히려 기사를 위해 사건을 만든다고. 얼마나 주객전도적인 일이야? 그래서 어떻게 사건을 꾸미고 다니는지 그 진상을 기자로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거든."

자신의 목 뒷덜미를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곰곰히 생각하던 요우무가 생각만해도 기분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리며 붉어진 얼굴을 티내곤 털어놓았다.

"그럼 할 수 없네요. 당장 말해 드릴게요. 너무 좋은 기억이라 뭐부터 말해야하나.. 아! 아야 씨가 모미지 씨랑 같이와서 제가 무슨 용건인지 알아보려 갔었는데 무슨 취재를 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방문객 많아지는 거 싫다고 실랑이좀 하다가 유유코님이 오셔서 승낙하시곤 취재에 들어갔죠. 아, 그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보니 모미지 씨랑 졸라서라도 붙어볼걸. 두고두고 아쉽네요. 저보다 무예에 대해 더 많이 아실텐데."

대충 낀 팔짱으로 눈을 감으면서 한숨쉬며 안타까워하는 요우무를 보며 하타테가 열심히 버튼들을 눌러 속기했다.

"오호, 그래서?"

"그렇게 유유코님이랑 같이 서로 이야기하다가 저랑 유유코님이랑 같이 음식도 만들고요. 정말 맛있었어요. 유유코님도 그렇게 요리할줄 알면 좀 알려주시지. 그리고 또 같이 사진도 찍고, 또 함께 벚꽃잎 날리는 아래서 다 같이 식사도 하고요. 거기에 또 나들이도 갔어요. 아야씨랑 다 같이요. 거기서도 사진도 많이 찍었고 그리고 또.."

요우무의 두서없는 말에 폰의 자판으로 타이핑하던 하타테가 깔끔하게 포기하고 무덤덤하게 녹음기능을 작동시켰다.

"유유코님이랑 둘이서 오긋하게 시간보내다가 태양의 꽃밭에 가서 봄철 꽃들도 보면서 유카씨도 봤고요. 또.."

"아, 알았어! 알았어. 생각만해도 좋은 거 알겠으니까! 제발 그 '또' 좀 빼줘."

"어머, 제가 그랬나요. 죄송해요. 그러니까요. 유유코님이랑 저랑 엄청 다정하게.. 흐히힛, 너무 좋게 봄을 보냈거든요."

미안해서 겸연쩍게 웃으면서도 좋은 티를 열심히 내며 손까지 이리저리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요우무를 보며 하타테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아냐.. 뭐 나중에 녹음한 거 들으면 되겠지. 어쨌든 아야가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먼저 꼬드겼다는 거지?"

"꼬드겼다기보단 음.. 제안에 가까우셨던거 같아요. 어쨌거나 유유코님이 오히려 좋게 보며 승낙해주셨으니까요."

화기애애하게 웃는 요우무의 얼굴을 보던 하타테가 불만족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미간을 찌뿌렸다.

"그럼 어쨌든 사건 자체를 자기가 기획하고 만들었다는 거네. 그게 신문이야? 잡지지. "

"어.. 뭐 문제가 있나요? 신문 진짜 사진 예쁘게 뽑혀서 나머지도 제 방에 스크랩해 놨거든요. 흐흐흐."

얼굴에 홍조를 가득 띄우고 웃는 요우무를 보며 하타테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야. 나나 아야나 기자야. 보아하니 검을 쓰는 것 같은데 검을 쓸 때도 뭐 검을 함부로 꺼내고 다루면 안된다거나 살생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던지 같은 무예도(武藝圖)나 윤리라는게 있잖아. 우리는 보고 기록하고 알리는 역할이지 그걸 만들어내는 역할이 아냐. 아야는 그걸 어겼고."

하타테의 말에 슬쩍 뜨끔한 요우무가 표정이 굳으며 어색한 웃음으로 두 집게 손가락을 맞대고 비비면서 눈을 못 마주치자 하타테가 빌빌꼬는 반령을 보면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응? 왜 그래."

"이, 아네요. 아네요. 헤헤." 요우무가 일부러 손사래를 더 치면서 어색함을 무마했다.

"그런데 저기 성함이 예전에 들었는데 하타테 씨였나.. 맞죠? 아야 씨야 이때까지 그래왔잖아요. 그렇다고 사실을 안 알린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기획기사라고 알려줬고요.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만족하면 된 거 아닐까요?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요우무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상자를 들면서 말하자 하타테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이건 '기자'라는 직업정신에 어긋나는 거야.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개입은 순리에 어긋나는 왜곡이라고."

"아, 그런가요? 마치 '이변'같네요. 이변도 순리에 어긋나는 거지만요."

사실 이변으로 찔린 구석이 있는 요우무가 여전히 붉은 얼굴로 솔직하게 흔들리는 반령과 함께 목소리를 흐리면서 말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이런 작태를 알리기 위해 사실에 근거한 증거를 모으는 중이야."

하타테가 무덤덤하게 녹음기능 중인 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래서 요우무, 음성증거 고마워."

다른 손으로 볼을 만지며 생각하던 요우무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네, 뭐, 옳은 게 옳은 거겠죠. 그래도 저는 그것이 그르다해도 무척 좋았는걸요. 정말 많은 게 바뀌었어요."

"응? 뭐가?"

"제가 유유코님의 종자(從者)로 봉사하면서. 솔직히 일의 연속이었거든요. 시종이 하는 일이라지만 솔직히 저도 아직 어리잖아요. 제가 뭐 제대로 된 휴가가 있나 쉬어보길 하나, 검 쓰는 일 아니면 집안일에 유유코님은 신경은 쓰시는 것 같긴 한데 거의 장난치시는 거 아니면 시키시는 거니까 슬슬 마음도 몸도 지치고 짜증도 나고 일상도 무덤덤하고 스트레스받고 정작 쌓인 심적 불만은 풀 여유도 없고 그러다보니 그동안 내색을 안했는데 저도 모르게 말투가 까칠해진다던가 그냥 티낼 정도로 못 견뎠었어요."

한숨을 깊게 쉬며 심호흡한 요우무가 눈 가장자리에 고인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털며 말했다.

"어후.. 아우.. 죄송해요. 하.. 감정 좀 올라오네요. 근데 봄날에 아야 씨랑 모미지 씨랑 와서 유유코님과 같이 취재 참여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었어요. 제가 혼자 해드리던 요리도 같이 하고, 저를 위해 도시락도 싸주시고 사진도 찍고 나들이도 가고.. 또 앨범이나 같이 찍은 사진이 든 액자도 집 안에 걸어놓고.. 유유코님이 표현은 잘 안하셨지만 절 얼마나 따뜻하고 생각하시는지를요."

물방울이 많이 고여 손등으로 눈을 훔치는 요우무를 보며 하타테는 생각에 잠기며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저 힘든 것만 생각하고 저야말로 표현도 잘 못하고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는지.. 또 얼마나 저를 한 식구로써 여기고 계시는지.. 그래서 정말 보람차게 모시고 헌신하고 있어요. 저도 유유코님을 아끼고 사랑하니까요."

요우무가 뭉클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며 다른 팔로 반령을 인형처렴 끼고서 자연스럽게 웃자, 하타테도 그러한 감정이 공감되었는지 떨리는 손으로 녹음기능중인 폰을 슬쩍 쳐다보고는 고개를 들어 요우무의 반짝반짝 글썽이는 눈동자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에서 어렵사리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휴, 주책맞게 남앞에서. 죄송해요. 부끄러운 모습 보였네요. 요즘 긍정적으로 살다보니 예전보다 너무 감정이 풍부해져버려서."

"아냐, 괜찮아. 반령의 차가움만 있는 것 보단 낫겠지."

하타테가 요우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하자 요우무도 '하아아'하고 숨을 고르며 등에 맨 두 검들을 만지면서 감정을 추스렸다.

"그럼.. 좀 도움이 되셨나요?"

복잡한 심경을 손과 같이 떨리는 폰으로 보여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요우무가 상자를 보이며 말했다.

"네,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또 뵈요. 이거 유유코님이 엄청 기다리시거든요."

"나도 반가웠어. 예쁜 걸로 잘 가져가,"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유유코님 웃는 모습 보러 갈게요. 살펴가세요."

요우무가 말을 마치고 반령까지 고개숙여 인사하고는 허겁지겁 날아가자, 녹음기능이 작동중인 폰을 힐끗 쳐다본 하타테가 토킨을 고쳐쓰며 난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어휴.. 쳇.. 이거 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돌아서며 머리를 쎄게 긁적이던 하타테가 '아차'하고 놀라며 외쳤다.

"아, 녹음기능 안 껐어!"

황급히 폰으로 정지후 저장을 누르고 재생한 하타테가 인상을 찌부리며 말했다.

"하.. 마지막에 했던 말도 녹음 되었잖아. 짜증나. 이 바보."

폰을 집어넣고 다시 향림당으로 발걸음을 옮긴 하타테가 다시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발로 뛰니 증거가 나오네. 이게 바깥에서의 취재하는 거구나. 그럼 좀 더 캐볼까."


한편 향림당에서 여유롭게 찻잔에 몇 번 우려낸 차를 따라 마시는 레이무를 보며 아주 작은 실리카겔 구슬을 집어 손 안에서 굴리던 마리사가 말했다.

"레이무는 날도 더운데 그 뜨거운 걸 잘 마시네."

"차는 몸에 좋으니까. 나름 이열치열이란 말야."

"어.. 알겠는데. 보는 사람도 더워."

린노스케가 파리가 붙은 끈끈이를 떼서 버리고 먼지털이로 주위의 먼지를 털자, 마리사가 '판매 대행'이라고 붙여진 진열장을 보며 말했다.

"코우린도 치르노에게 얼음판매 대행 하면 안 돼?"

그러자 한심한 질문이라는 표정으로 린노스케가 대답했다.

"얼음은 이 날씨에 금방 녹아서 무리다."

"아깝네. 요즘 치르노가 제일 바쁘고 잘 나가던데. 돈도 많이 벌고."

"뭐, 이 가게를 하는 게 굳이 돈 버는게 목적은 아니니까 상관은 없다만."

"어? 그럼 나 이거 하나 더 먹어도 되지?"

"아니." 린노스케가 칼같이 대답했다.

"치. 언행불일치야. 코우린. 요즘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 단게 많이 땡긴단 말야."

"복잡한 일이 환상향에 한 둘은 아니지."

린노스케가 무심하게 말하며 무연총에서 주어온 물건들을 정리하자 마리사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에이, 예전의 이변같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라니까. 답답한 건 지금 레이무도 마찬가지일걸."

레이무가 대답대신 차를 마시자, 인상을 찌뿌리는 마리사의 표정을 본 린노스케가 그녀들을 바라보며 만쥬 몇 개를 집어 탁자에 놓고 말했다.

"그래도 너희들이 그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꽤 큰일들이 잦은가 보군."

레이무와 마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만쥬를 집어 먹는 사이, 누군가가 들어오는 기척을 느낀 린노스케가 시선을 돌렸다.

"여어, 주인장 계시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에 두 소녀가 시선을 돌리자, 인사하는 린노스케의 앞에 곰방대를 들고 변신한 마미조가 꼬리를 살랑 흔들며 서있었다.

"뭐야?"

"여긴 뭐하러 온 거지?"

낌새를 파악하고 경계하는 레이무와 마리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시키는 린노스케가 차분하게 말했다.

"뭐긴 고객이 가게에 물건 사러 오셨겠지. 어서 오십시오."

"주인장이 참으로 자상하시구만. 허헛."

"찾는 물건이라도 있으십니까."

"린노스케 씨. 저런 요괴는 조심해야 돼요.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모른다고요."

레이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외치자 무안해하는 린노스케에게 마미조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혀, 내는 그저 물건좀 사고 좀 알아볼게 있어서 그런거제."

"결국 목적은 있었다는 거네." 마리사가 만쥬를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떤 걸 찾으시죠."

"부채랑 요즘 무슨 일이 일어나능가 알아보려 그러제."

린노스케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열대에서 부채를 찾아 주자, 부채를 흔들어본 마미조가 레이무를 보며 말했다.

"그려, 거기 얼라들은 근황이 어떤가 궁금하구마이."

"요괴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레이무가 혀를 차며 말하자, 마리사가 입가의 만쥬가루를 털면서 말했다.

"그래도 요번에 오니 퇴치건 있었잖아."

"그거 말도 꺼내지마. 짜증 올라오니까."

레이무가 한 쪽 머리를 부여 잡으며 인상을 쓰자 흥미롭게 본 마미조가 돈을 지불하고 물었다.

"호오, 무슨 일이 있었능가."

"믿을 수 없는 상대한테는 말 안해, 더구나 요사스러운 너구리면 더욱."

"경계심이 심하구마, 요괴가 이변을 일으킨다면 요괴가 이변을 해결할 수도 있는 게 이치거늘."

"그러게, 레이무, 생각해보니 어차피 믿어야 본전이잖아."

깊은 한숨과 함께 못마땅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는 레이무를 신경쓰면서 마리사가 말했다.

"요즘 레이무 신경이 날카로울 수 밖에 없어서. 이해해 달라제."

"호오." 마미조가 흥미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말하자면 긴데. 오니들이 인간마을에서 납치등 온갖 소란을 벌이니까 사나에랑 같이 한 번 혼쭐을 내줬거든. 그런데 자기들은 한 거 아니라고 똑같은 짓을 더 하고 말야. 이미 오니가 납치하는 걸 봤다는 것도 많이 목격되었고. 또 응징을 해도 다시 복수로 돌아오니까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서 말야."

"그럼 사람들을 지키느라 한창 바쁠텐데 여기서 꽤 여유롭게 있구마이."

마미조의 말에 레이무가 '쯥' 소리와 함께 혀를 차며 불제봉으로 자신의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

"어차피 사나에가 먼저 있을텐데 뭐하러 귀찮게."

특유의 낙천적인 모습이기 보단 체념에 가까운 모습에 당황한 마미조가 황당해하며 물었다.

"으음? 자넨 무녀가 아니던가?"

"맞는데."

"그럼 요괴가 일으키는 사건을 해결하려 다니는게 그대가 아니던가?"

"아니, 그러니까. 내가 나서기도 전에 사나에가 다 해결한다고!"

언성을 높히며 짜증나는 레이무를 지켜보던 린노스케와 마리사가 다독이며 말했다.

"야, 야. 진정해. 레이무. 요즘 사나에가 요즘 이변이나 사건이나 귀신같이 알아채고 먼저 해결해버리니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 그러다보니 레이무나 나나 거의 뒤처리를 맡고 있고."

"그 무녀는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겐가?"

"내 말이!" 레이무가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며 팔짱을 꼈다.

"낸들 아나제... 본인 말로는 요즘 신기(神技)를 잘 받아서 그렇다던데. 그래서 다들 사나에만 찾다보니 레이무가 신앙심 얻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할일 하면 요괴들은 요괴들대로 분노에 차서 말썽부리고. 참, 요즘 신사에서 스이카랑은 어때?"

"걔 이야기 꺼내지마."

"왜?" 눈치를 보며 차를 마시는 레이무에게 마리사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걔도 어지간히 스트레스 받았는지 오니 습격과 관련해서 자기에게 한 번만 더 그 이야기하면 뿔로 조샤버린다고 하더라. 그렇게 비겁한건 오니도 아닌데 오니 전체가 욕먹는다고."

"참, 뭐 스이카같은 오니 입장에서도 빡칠만 하지. 근데 우리도 인간을 습격하니 빡칠만 하잖아."

두 소녀들의 말을 듣던 마미조가 진지한 눈빛으로 고심하자 마리사가 모자를 살짝 올리면서 다시 물었다.

"신묘마루는?"

"걔 요즘 내 눈치보면서 격려 많이 해주기는 해. 식사할 때도, 인간이랑 요괴랑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나나 걔나 서로 눈치밥이지 뭐."

"쩝, 여러모로 골치 아프고 피곤하다제."

"일단 사나에가 한번 더 화력시위로 크게 경고를 줄 생각이라는데 잘 해결될지는 모르겠군."

린노스케가 차가운 물을 떠와서 레이무와 마리사의 옆에 놔두자, 레이무가 바로 들이키며 말했다.

"글쎄요. 혼자 다 해먹으니 저도 부를지는 모르겠네요. 여러가지로 귀찮으니까 하나라도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린노스케 씨."

"그래도 인간마을에서 불만과 혼란은 진정될테니 좋게 생각하렴. 레이무"

"코우린 말이 맞는 것 같아." 마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대화중에 끼어서 미안허구만. 내가 붕붕마루 신문중에 지금 사건에 대해서 기사가 난 걸 찾고 있는디 혹시 모아놓은 안 쓰는 폐지중에 그 신문들이 있는감?"

소녀들의 넋두리를 감상하던 마미조가 차분히 말하자 린노스케도 콧등의 땀으로 내려간 안경을 쓱 올리며 말했다.

"네, 제가 구독자라 많이 모아두었죠."

"오오, 다행이구마이, 내가 그 신문이 좀 필요했당께."

"아하하, 네. 저기 보이세요?"

린노스케가 손가락으로 한쪽 벽을 가리키자, 기름에 적셔진 채로 액자에 포장된 신문이 고리에 걸려서 장식되어 있었다.

"저게 뭐당까?"

"아야가 준 붕붕마루 신문 애독자들에게만 주는 최고화력 붕붕마루 신문 기름함유 한정판입니다. 불쏘시개로 그만이라는군요."

"참, 둘 다 저런 쓸데없는 것에 애착을 둬." 레이무가 핀잔을 주며 말하자 린노스케가 레이무를 바라본 마미조를 살피며 말했다.

"레이무, 해괴..아니 희귀한 물건은 나름대로 소장가치가 있는거야. 궁금하면 살펴보시죠."

이미 오랫동안 적셔있어서 글씨도 알아보기 힘든 신문을 유심히 보자 린노스케가 마미조를 안내하며 말했다.

"여기로 오시죠. 요즘 종이가 귀해져서 손님 한꺼번에 모으고나서 재생종이로 만들어 아큐에게 주려고 놔두었거든요."

탐스럽고 복슬복슬한 꼬리를 들고 마미조가 따라나서자, 마리사가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와 저거 엄청 더워보인다."

"아, 마리사 너 요즘도 마법 공부하고 있어?"

"응, 요즘 그냥 순수 마법 외에도 마법시약이나 도구등 다양하게 응용하는 법을 연구하고 있지. 재료값이 많이 드는게 문제지만."

'책값은 안 드는 건가?'라고 물어보고 싶었던 레이무가 꾹 참으며 차가 내뿜는 증기로 코에 스물스물 깃든 물기를 닦고는 다시 물었다.

"혼자 익히려면 많이 힘들겠네." 

"응? 혼자가 아닌데. 파츄리랑 앨리스랑 같이 익히고 있어. 마법사들끼리의 조별과제라고."

"걔네랑?" 레이무의 눈이 마리사의 동공에 고정되며 빠르게 깜빡였다.

"응, 기계나 도구에 응용하기 위한 마법원리와 재료등 여러 방법들을 시연하려면 기존의 책으로는 힘들거든, 그걸 통해서 코우린의 도움없이 이 팔괘로를 엄청 강하게 개조해서 엄청 강해질거야."

"대단하네, 잘 해봐."

별로 탐탁지 않은지 영혼없는 말과 함께 고개를 돌리는 레이무를 눈치챈 마리사가 금발의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언성을 높히며 물었다.

"왜 그래? 뭐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있어?"

"뭐가?"

"아니 말의 억양이 좀 이상하잖아. 불만있는 것처럼.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이야기 해!"

그러자 레이무가 찻잔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더니 붉은 끈으로 묶은 양 옆의 흑발을 흔들면서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웬만하면 걔네들이랑 너무 마음 터놓고 어울려 다니진 마. 안 된다면 심리적인 거리감이라도 둬."

"왜?" 마리사가 황당해서 언성을 높히며 두 옆구리에 손을 데며 외쳤다.

"걔네도 엄연히 인간과 다른 종족인 마법사. 요괴나 마찬가지인 애들이잖아."

"응, 맞아.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모자가 흔들릴 정도로 따지는 마리사에게 앞머리를 쓰윽 내린 레이무가 무서운 눈빛으로 하타테의 들어오는 발 걸음과 함께 박자를 맞추며 자신의 의사를 입 밖으로 털어놓었다.

"요괴는 믿을 게 못 돼."

부적만 안 들었지 불제봉으로 당장이라도 요괴를 퇴치할 눈빛으로 말하는 레이무의 말을 듣고 마리사나 하타테나 당황하며 굳었다.

"아니, 레이무. 네가 요괴 퇴치전문이라서 그런 마음 드는 건 알겠는데. 걔들은 같은 전공이란 말야."

"어쨌든 안 돼, 특히 요즘은 진짜 안 돼. 하늘뿐만 아니라 머리가 두 쪽나도 안 돼. 다 널 위한 소리야."

레이무의 단호하면서도 울먹이는 듯한 얼굴과 말투를 본 마리사는 들어오다가 얼굴이 굳은 하타테와 눈이 마주치고는 신경 쓰이는지 흰 리본이 달린 검은 모자를 벗고 장발의 머리를 긁적이면서 한숨을 털어놓으며 말했다.

"하, 그래. 뭐 너야 언제나 쓸데없는 소리는 안 했으니까. 그럼 그 이유나 들어보자."

조심히 레이무의 눈치를 보며 휴대폰을 꺼내든 하타테를 보지도 않은 레이무가 더운지 붉은 리본을 다시 매고는 마리사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걔네들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아. 그게 왜 잘못된지 모르고 잘못된 걸 알아도 주저없이 하는 애들이라고. 도덕도 윤리도 없는 애들이니 네가 그 수단이 될 수도 있어."

레이무의 충고를 들은 마리사가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헝클어진 뒷머리를 정돈하며 말했다.

"뭐, 나도 요괴들의 잦은 이변을 봐왔고 요괴퇴치는 수도 없이 해봤지만 어느 정도 이성 박힌 애들은 그래도 이야기가 된단 말야. 유카리에, 스이카에, 신묘마루에 반요인 코우린까지 요괴들과 살고있는 네가 오히려 너무 다 싸잡아서 요괴를 나쁘게 보는 거 아냐?"

"살아봤고 잘 아니까 그러는 거야. 오히려 마리사 네가 더 요괴를 좋게 보는 거 아냐?"

한숨을 길게 내쉰 마리사가 자리에 앉아서 남은 냉수를 들이키자, 하타테가 정말 조심조심 마리사와 레이무의 사진을 찍고 녹음을 하며 구석에 앉아 눈치를 보며 살폈다.

"그럼 말야. 마리사, 너는 '인간'같은 '요괴'하면 느낌이 어때?"

"음.. 뭔가 요괴라 생각자체가 괴상할 것 같지만 좀 친숙하고 어딘가는 좀 따뜻한 구석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리와 생긴것도 비슷할 것 같고."

"그래?" 레이무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 너 '요괴'같은 '인간'하면 느낌이 어때."

"인성하나는 끝내주게 망가져있을것 같은 느낌인데.. 좀 부정적인?"

마리사가 대답하고 멀뚱멀뚱 레이무를 쳐다보자, 그 차이라는 듯이 레이무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머릿속에 의도가 정리된 마리사는 한숨을 쉬었다.

"어휴, 더운데 소모전은 그만 하자. 레이무 혹시 너 코우린 빼고 내가 말한 셋중 누구랑 싸웠니?"

"아냐. 아무튼 기억해. 내가 더 이상 자세히 말해줄 순 없어. 하지만 이것도 그나마 자세히 알려준 거야. 진짜로."

"뭔 소리야. 아까부터 진짜. 너 혹시 요즘 요괴퇴치 사나에게 뺏겨서 겪는 스트레스 나에게 푸니?"

"충고야. 충고. 너에게 도움될."

언성을 높히며 화를 내는 마리사에게 레이무는 마리사를 향한 안쓰러운 눈빛과 달관한 표정으로 남은 차를 들이켰고 하타테가 질문하면 척결당할 것 같아 조심조심 눈치를 살피며 마리사에게 물었다.

"저기 무슨 일이야..아니, 에요?" 

"아 몰라. 레이무가 뜨거운 것만 마시더니 더위 먹었나봐."

투덜거리는 마리사를 보며 주위를 살핀 하타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주인장은요?"

"더위먹은 거 아니야. 그렇게 우습게 흘려 보내지마."

"그러든지 말든지, 네가 뭐라고 하든 간에 나중에 걔네랑 연구하러 갈거야."

"후, 좋을대로 해. 하지만 참고로 요즘 벌어지는 사건 외에도 큰 이변들 중에는 네가 말한 이성 박힌 요괴들도 더 복잡하게 잘만 했어."

"그런 애들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아, 코우린은 너구리 요괴랑 저기로 들어갔어."

"너구리 요괴?"

레이무랑 실랑이를 벌이던 마리사의 말에 의아해한 하타테가 감사의 뜻으로 인사하고는 레이무 심기에 안 건드리도록 허리를 숙여 조신히 들어갔다.


여러 쓰지 않거나 파는 종이를 모아놓은 진열대에서 주위를 살피던 마미조는 린노스케가 한 구석에 모아놓은 신문들을 꺼내는 동안, 눈에보이는 딱 봐도 환상들이 한 것 같은 색이 바래고 헤진 다른 신문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1973年 5月 2日 워터게이트 事件(사건) FBI 本格搜査(본격수사) 착수

 상원 선 특별조사단 구성 결의 [워싱턴-로이터 합동]


그녀가 흥미롭게 보며 또 다른 신문을 살펴보자, 헤진 헤드라인에 날짜가 다른 다른 기사도 쓰여 있었다.


 
'1989年 11月 10日 東獨(동독) 國境(국경) 전면 開防(개방)

자유왕래 보장 사실상 베를린 장벽 와해, 해외 체류기간 제한 철폐 - 1961년 베를린 장벽 설치후 가장 극적인 대서방 개방조치 단행, 정치국원 권터 샤보프스키 대변인은..'



"자, 여기 있습니다. 손님. 아무도 안 반기는 신문이었지만 그래도 만든 정성이 있으니 년도 별로 묶어 놓았죠."

린노스케가 잡동사니를 치운 식탁에 붕붕마루 신문들을 놓자, 주변의 햇빛 사이로 미세하고 무수한 먼지들이 만개하였고 안경에 달라붙은 먼지를 린노스케와 마미조가 동시에 안경을 벗으며 입을 열었다.

"저 혹시 안경닦이 있습니까?"

"혹시 주인장 안경닦이 가지고 있능가?"

술쩍 머뭇거린 린노스케가 한숨을 쉬며 다른 손으로 안경닦는 천을 쥐고 건네주자, 받아든 마미조가 안경을 먼저 닦은 뒤, 돌려주었다.

"안 가지고 다니시나 봅니다. 나름 필수품인데."

"아니, 꺼내기 귀찮아서 그려."

그 말에 자신의 안경을 닦던 린노스케가 멈칫하며 한숨을 쉬고는 악력을 쌔게 주면서 닦눈 것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다시 안경을 썼다.

"그나저나 이거 다 가져가시려는 겁니까?"

"아녀, 그저 정보를 원하는 것 뿐이여, 작년에 달에서 벌인 사건 이후로 내용들이 필요하제."

그렇게 말하며 린노스케의 도움과 함께 신문들을 정리하며 작년의 신문들을 뒤지던 마미조가 헤드라인에 집중하며 페이지들을 넘겼다.

"근디 자네는 이 신문들을 많이 읽었는 것 같은디 뭐 달라진거 없었는가?"

"어떤 점에서 말씀하시는지요?"

"뭐, 느낌이나 뉘양스 같은 거 말이제."

곰곰이 생각해보던 린노스케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네, 확실히 느낌이 좀 달라지긴 했죠. 정확히 작년부터요."

"어떤 점에서 말여?"

"음.. 예전에는 기사에 사실이 들긴 했는데 자기 사견이나 사심이 섞인 약간 찌라시스러운 느낌이 강했다면 요금은.. 사건에 대한 기사가 굉장히 세밀하고 정확해졌다고 하면 되겠군요."

린노스케의 말을 듣고 살랑살랑 흔들던 꼬리를 멈춘 마미조가 이해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많은 신문들 중 하나를 찾아 꺼내서는 빛이드는 자리에 놓고 살펴보았다.


'요괴의 산이 공격받다'
-공격주체 파악 불명으로 초기대처 실패, 금일 '요괴의 산'에 대한 규명되지 않은 세력의 침공으로 벌어진 자연 대파괴에 전 소속요괴 복구요력 파견해 막심한 피해복구 들어가.. 이변 진상 파악 및 대처를 위해 모리야 신사와 하쿠레이 신사쪽에서 움직임 보여,'


마치 무언가가 지나가면서 쓸어버린 것 같은 황폐해진 땅의 사진들과 공중에 날아다니는 텐구들의 사진들로 장식된 사진들, 대서특필된 기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마미조가 말했다.

"그려. 일단 이걸 시작점으로 보믄.."

"어? 안녕하세요."

하타테가 조심조심 들어와서 마미조의 기운은 느끼고 정중히 인사하자 마미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죄송하지만 장사하는 입장이라 원래 자리로 돌아가보죠. 정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린노스케가 돌아가자, 마미조가 정식으로 인사하며 말했다. 

"어, 반갑네. 처자는 텐구로 보이는디. 내는 이 마을 근처에 사는 무명의 요괴 기자제."

"아, 저는 카라스텐구인 히메카이도 하타테에요. 저도 기자인데 실례지만 지금 어떤 걸 하시는가 취재해도 되나요? 너구리 기자씨."

하타테가 겸연쩍게 웃으면서 주위를 살피다 붕붕마루 신문들이 펼쳐 있는것을 보고 슬쩍 놀랐다.

"아, 그려그려. 하타테 양이 잘 왔구마이. 혹시 텐구인 하타테 양은 아야를 아능가?"

"알긴 한데.. 친하진 않아요. 아야에 대해서 조사중이신가요?"

마미조가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하타테도 방방 뛰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와! 저도요. 역시 저만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아니었어! 도저히 기자로서 다닐 수 없는 애의 내막을 밝히려고 저도 취재중이라고요!"

마미조의 두 손까지 맞잡으며 좋아하는 하타테를 보며 당황한 마미조가 마냥 미소짓자 들뜬 하타테가 신문들을 보며 말했다.

"이건 붕붕마루 신문.. 이걸로 증거들을 모으고 계셨군요."

폰으로 염사하는 하타테를 보며 마미조가 차분히 다가와 말했다.

"하타테 양도 내도 같이 취재하는 대상이 같은 것 같은디 지금 이걸 조사해 보겠능가?"

"네, 좋아요!"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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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 애들 몇몇이 벌써 당했습니다."

마미조가 안경 너머로 측은한 눈빛을 숨기지 못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접시의 하얀 김이 향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누구에게 말여?"

"저희가 돌아다니는 지역에 보란듯이 놓여진 시체를 조사해보니 무언가에 관통상을 입은 후, 사인을 알 수 없게 하려는지 훼손되어 있었습니다. 알아봤더니 오니들의 수법이라더군요."

마미조가 말 없이 술을 들이키자, 겐스케도 놓인 물을 마시며 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경고하는 거겠죠?"

"그러겠제. 그 딱한 녀석들 가족이나 친구라도 있으면 잘 챙겨주랑께."

"네, 물론이죠. 요즘 저도 그렇고 애들 풀어서 조사하다보니 인간마을을 습격한다는 오니들이 무녀들에 대한 원망섞인 이야기를 하며 눈치를 심하게 보던데 저번에 무녀들이 응징이랍시고 습격한 것 때문에 보복조치를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가 자신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에 노이로제에 걸려 매우 강경적이라는군요. 우리 애들도 알아보다가 그렇게 당한 것 같습니다. 텐구니 캇파들도 요즘 눈에 띄게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무엇보다 여우요괴 녀석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여우 요괴들이 그래도 꼴에 눈치는 있는 갑제."

마미조가 비웃으며 말하자 주인이 맷돌로 갈아 반죽해 썰어서 만든 소바를 겐스케에게 건네며 말했다.

"처자도 싹싹 더운 날씬디 여여 국물에 차게 말아 잡수면 더위도 싹 가시고 맛있으니께 잡숴봐요."

"네, 감사합니다."

얼음 접시를 받아 내려놓은 겐스케의 안경에 차가운 김이 끼자, 그녀가 안경을 벗고 천으로 닦으며 투덜거렸다.

"아우, 이 안경이란건 불편하기 그지없군요. 오래 끼면 코에 자국이 남으니 이런 걸 어떻게 날마다 끼고 다닙니까."

"그래도 네는 도수가 없잖여."

"참.. 안경 낄 시력도 아니시면서 그러십니다."

안경을 다시 쓰고 태양빛으로 안 닦인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 그녀가 소바를 말아 오물오물 맛을 음미하며 삼키자, 거의 다 먹은 마미조가 물었다.

"여우 쪽은 어떤디 그려?"

"요새 인간마을에 대한 잠입이 좀 많아졌습니다. 우리의 활동구역마다 조우되는 걸 봐서는 우리를 견제하려는 것 같아요."

"글마들이 뭐 해봤자제. 혹시 오늘 신문 봤능가?"

"아, 그거요. 네, 길가에 뿌려진거 주워서 봤습니다."

"혹시 그것 뿌린 텐구도 봐 봤는지 묻고 싶은디 말여."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텐구네 신문은 돈주고 뿌리는 아르바이트도 시킨다고 들었습니다."

"역학도 힘들구마이, 그럼 오늘 돌면서 샤메이마루 아야라는 텐구는 봤는가? 지금쯤 열심히 주으러 돌아다니고 있을긴데."

겐스케가 고개를 젓자, 마미조가 겐스케가 따라준 술을 한잔 더 마시며 말했다.

"그 외에 소문이라든지 들은 게 있는감?"

"작년에 그 사건 이후로 요괴의 산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셨는데. 완전히 환골탈태를 했더군요. 산의 자연이 파괴되서 복구하는데 환상향의 많은 이들의 후원과 다른 요괴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후원차원인지 일종에 거래였는지 의혹이 좀 있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의혹?"

마미조가 겐스케를 쳐다보며 묻자, 겐스케가 말했다.

"소문이라는게 원래 확실한 물증이 없다보니 말은 사려야겠지만, 일종의 상호적 계약같은 고용이 아니었냐하는 거죠. 단순한 자선적 도움과 확실한 계약에 의한 도움은 의미가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편에 설 수 있도록 밀약을 했을 수도 있다."

"추측이지만 사건이 터지고 요괴의 산의 사정이 알려지자마자 요괴들이 몇주는 잠자코 있다가 갑자기 산을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좀 이상해서요."

"으음. 확실히 그라제."

"그래서 그 부분도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심증뿐이라 증거가 부족해서 말이죠, 그나저나 요즘 인간마을에 꿀이라도 발라놨답니까? 무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보망을 쓰면 쓸수록 신경을 안 쓰는 요괴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각자 물밑작업이 아주 해저지진급이랑께. 나중에 한번 거세게 휘몰아칠 것이여."

증거에 대해서 생각하던 마미조는 자신이 말했던 '신문'에 영감을 얻어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그 아야의 신문을 다 흩어보면 뭐 건질게 있겠구마."

"그거 불 피울때 쓰는 연료라고 들었는데 남아있는게 있겠습니까?"

"있을 수도 있는 자를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여. 미행이나 더 붙여놓으랑께."

"미행을 붙여봤는데 너무 빠르게 사라져서 아무런 소용이 없던데요. 아, 네.  근데 마미조님. 그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마미조가 겐스케를 쳐다보자, 겐스케가 진지하게 술을 들이키고는 말했다.

"오니들에 대한 보복조치말입니다. 아무리 비공식 염탐이었다지만 우리 애들을 해쳤으니 당연히 가야하는 거 아닙니까."

"하기는 해야제. 하지만 일단 훼손할 수 있는 시체만으론 확실히 오니가 해쳤다는 증거가 되긴 힘들제.  현장이나 정황증거가 더 있으면 모를까."

"하지만 지금은 다들 좀 격양되어 있어서 말입니다. 힘쎄고 강한 오니들이야 이러면 입다물고 둔갑할 생각도 없이 두려워하겠지하며 도발한 거겠지만 우리 애들이 지금 분노로 어지간히 빡돈게 아니라 진정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마미조가 손으로 볼을 집으며 고개를 기울여 생각하고는 말했다.

"그럼 굳이 우리가 오니랑 전면적으로 대적할 필요가 읎이 이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요괴도 함부로 죽이고 다닌다고 소문내버리면 되겠제. 그럼 오니입장에서는 환상향의 일원이라는 특성상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라믄 자연스래 모두에게 위험해서 손 써야할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는 거시제."

"네, 아.. 그렇겠군요."

"그러면서 니랑 내캉 다른 아들 풀어가 정말 오니가 해쳤는지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해야제. 어쩌면 이간질일 수도 있응께."

마미조의 말을 이해하고 겐스케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옆의 길가에서 우람한 몸집에 삿갓을 쓴 자가 투벅투벅 짚으로 엮은 망태를 맨 체로 걸으며 자신의 얼굴에 부채질을 하다가 어떤 노파가 자리에 힘없이 앉아 바구니에 펼쳐놓은 야채와 채소들을 파는 것을 보고는 잠시 망설였다가 다가섰다.

"어르신. 이거 전부 얼마입니까?"

"음, 살끼여? 더운디 요즘 물가가 비싸니께 1엔 30전에 다 모셔가."

노파가 그를 보고는 바구니를 통째로 주며 말하자, 그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계속 앉아서 파시느라 힘드실텐데 요즘 시세에 2,3엔 정도는 족히 드려야할걸.."

"밭에서 열심히 키운 건데 얘네들도 먹혀야 채소구실을 할 거 아녀. 안 그럼 이 바구니에서 썩제."

"아, 네.. 그럼."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내 건넨 그가 오이 바구니를 받아들면서 돌아서자 노파가 돈을 확인하며 말했다.

"응? 자네 2엔을 왜 더 줬는가? 얼능 받아가."

"이 바구니 값입니다. 할머니."

"아우, 그걸 내가 왜 돈을 얹어 받나. 얼능 가져가래도."

"그럼 더운데 힘드니까 저기 차가운 소바로 요기라도 하시지요. 잘 데려가겠습니다."

삿갓을 흔들며 인사한 그가 인파 사이를 지나며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한 음침한 폐가에 도착하자, 주변을 살핀 그가 '돌림병 발생장소-소각예정'이라는 팻말과 여기저기 마당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 앞에 무수히 쳐진 금줄의 사이를 넘어 문안으로 들어갔다.

거미줄과 쾌쾌한 먼지가 가득하고 빛이라곤 거의 들어오지 않는데다가 지진이라도 났는지 가재도구들이 뒤엉킨 그 곳에서 그의 곰팡이로 푸석푸석한 다다미 밟는 발자국 소리만 들리다가 안방에 박힌 무른 벽 앞의 벽장에 이중, 삼중으로 된 문을 언거푸 열자, 계란판을 붙인듯한 방음벽들 사이로 수많은 통신기계와 모니터들이 배치된 책상에서 해드셋을 끼고 통신을 하던 캇파들, 마찬가지로 해드셋을 끼고 문서를 타이핑하거나 카메라가 보내주는 영상을 모니터로 관측하던 카라스텐구들이 조명에 의지해 곳곳에 '요괴의 산 분쟁 조정위원회'비표가 붙여진 기록지용 캐비넷과 한구석에 놓인 변압기와 여러 전선이 꽂힌 방수처리된 서버 및 초전도체[각주:1]를 사용한 양자 컴퓨터 본체들을 액체질소로 냉각 및 오버클럭[각주:2]해 하얀연기가 주위에 피어올랐고 복잡한 통신장비, 열감지장비, 망원경등과 같은 관측장비의 모니터들로 가득한 방 안에서 그에게 경례했다.

"산 밖에서 단결!"

"하, 이 산 요괴들아. 나한테 너희 식대로 경례하지 말라고 했잖은가."

 삿갓을 벗은 귀신장이 망태와 바구니를 내려놓고 말하자, 각자 캇파 공병대나 치안과등 각각 비표와 함께 공통으로 '특수 공무집행팀'이라는 비표와 '파견'이라는 완장을 찬 그들이 말했다.

"파견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관이신데 보면 경례라도 해드려야죠."

"그래, 와서 이것들 좀 들어,"

"와! 감사합니다. 귀신장님!"

쉴 수 있도록 된 2층 침대중 아래쪽 침대에 보자기를 깔고 망태에서 꺼낸 술과 고기들과 바구니를 놓자, 주위 전파 및 음파를 수집해 알고리즘을 파악할 겸 암호 해독 프로그램을 돌리던 캇파들까지 다들 모여서 잔을 꺼내 술을 냉각쿨러에 정말 잠깐 얼지않게 붙였다가 따라 마시고는 오이들을 각자 하나씩 잡고 입을 즐겁게 하자, 귀신장이 자리에 앉아 캇파들이 역설계하여 만든 선풍기를 쐬면서 술기운에 흐뭇하게 말했다.

"야, 시원타, 이 시렵게 차네. 밖에는 더워 떠죽는데 느그는 그늘에서 이렇게 시원하게 있으니 근무하기 편하고 얼마나 좋아."

귀신장의 너스레에 다들 웃으면서 고기를 건넸고 귀신장이 고기를 뜯으며 말했다.

"그래. 이 지부에서는 뭔가 좀 나왔나?"

그러자 오이를 까먹던 캇파가 손을 닦고 카라스텐구가 듣고 정리한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오늘자 인간마을에서 '곽청아'나 '신선' 또는 '도교'와 더불어 '세이쟈'나  '아마노자쿠'에 대해 소문이나 목격된 기록입니다."

받아들어 자세히 읽어본 귀신장이 술병을 기울이며 말했다.

"사진은 없나?"

"이틀 전에 찍어서 보내드린 사진이 최신입니다. 특히 아마노자쿠는 정말 꼭꼭 숨어서요. 재밌는 게 기록에 보다시피 청아에 대한 이야기가 인간들 사이에서 봤다고 나오긴 했습니다."

"다른 지부에서 확인하고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이동 루트와 소문 및 사진이 찍힌 곳과 일치하나?"

귀신장의 물음에 캇파가 각자 다른 동선지도들을 다른 카라스텐구와 같이 겹쳐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귀신장님."

"그래. 수고하고 있어. 요괴의 산에서 이렇게 기술적, 고급 요력 지원과 더불어 정의를 위해 협력하고 힘써주니 일할 맛이 나는구만. 자네들도 술복이 있고 말야."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웃으며 입가심을 하자, 카라스텐구 하나가 헤드셋을 벗으며 말했다.

"저희도 이렇게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파견도 나와서 공무집행에 도움이 되서 좋은 걸요. 더운 곳에 나갈 필요도 없고 보상도 잘 챙겨주고요. 하하."

그 말에 오이를 들고 좋아하던 캇파도 쥔 오이로 자신의 팔에 찬 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맞아요. 게다가 융합령 아니었으면 저희 캇파는 감투를 써볼 일도 이렇게 공적인 일에 도움 드리면서 참여 할 일도 없었을 겁니다."

"하, 그래. 그 것 때문에 내가 너희 텐마와 대텐구에게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른다고. 모름지기 이렇게 마음 열고 다같이 좋게 살아야지. 우리도 이렇게 대의에 뽑은 칼에 칼자루를 달아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거든. 자, 우리가 같이 협력하는 동안 사명감을 가지고 힘 써주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카라스텐구가 술을 따라주자 귀신장이 '하하'웃으면서 술잔을 단숨에 비우며 말했다.

"아, 그리고 통신기좀 줘보게. 너희들 보면 정말 기술의 발전을 느낀다니까. 우리가 구닥다리 같고."

몇몇은 다시 자리에 앉아 관측장비와 통신기를 다루고 한 카라스텐구가 입안의 고개를 우물거리며 두툼한 파일철 하나와 무전기를 귀신장에게 주자, 귀신장이 파일철을 열어 여러 사진과 대상 동선 기록지들을 보고는 무전을 날렸다.

"아, 아, 사신 코마치는 응답바람."

[아, 네! 귀신장니임!]

"코마치, 술은 좀 깼나?"

[네, 네. 그럼요.]

"작전 서류는 확인했나?"

[헉.. 네, 물론이죠.]

"헉? 인마, 헉이 왜 나와? 내용 싹싹 제대로 확인했나?"

[아하핫, 그럼요, 귀신장님.]

코마치가 강제로 찢겨서 너덜너덜해진 서류철의 접합부위을 살피면서 한숨을 푹 쉬고는 억지로 웃으며 무전기에 대답했다.

'사신의 낫으로 베어서 열리게끔 한걸 아주 무식하게 강제로 뜯어놨네.'

[그래, 그래, 내가 말야, 귀관의 노고를 모르는거 아니야. 알지? 지금 내가 말야, 인간마을 관측지점에서 요괴의산과 정보공유중이니까, 실마리가 잡히면 기습해서 체포하게 언제든지 바로 튀어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라고.]

"네, 네. 여부가 있겠어요? 헤헷."

[그래, 요즘 몇몇 체포 건의 성공으로 기대가 무척 크니까 끝까지 최선 다하도록. 이만 끊겠네.]

"네. 그럼요. 그럼요. 그럼 잘 살펴 들어가세요."

무전이 끝나자마자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술병을 보고 한탄하면서 작전명령서를 읽고 한숨을 길게 쉰 코마치가 자신의 머릴 쥐어뜯으며 말했다.

"에휴, 그 승려 입 진짜 잘 닫아주려나.. 아유 입맛 다시게 맛있긴 했는데 술을 왜 마셔서.."

무전기를 끈 귀신장이 별로 미덥지 않는다는듯 인상을 쓰며 삿갓을 벗어 다른 파견대원이 건네준 물수건으로 뿔을 닦고는 의자에 앉아 술을 들이켰고 감시, 통신 업무를 계속 하고있던 몇몇은 기계에 달린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집의 바깥에 교묘하게 숨겨져있는 다양한 렌즈와 필터를 단 고배율 감시 카메라를 작동시켜 시야를 넓히거나 배율을 높혀 확대하면서 주변 인간들의 동태를 관찰 및 기록했다. 
"채널 5로 변경완료. 2팀 보고바람." 

[사신 2팀 잠복중, 마을 내 요괴 파악했으나 목표대상은 아님.]

"마을 현장지휘소 수신완료, 1팀은 이동중이고 요괴의 변장여부 확인바람."

카라스텐구가 내용을 대필하고 캇파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바로 응답이 헤드셋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총 7마리 중 3마리 변장. 인간 모습이고 이중 식별 가능한 대상은 변신이 잠깐 풀릴 때의 귓가와 모습을 봐서는 요호(妖狐, 여우요괴)로 추정된다. 신원파악을 위한 요적 리스트에는 없는 대상이다.]

"입감, 2팀 송신 내용을 1팀에 전달하겠다. 혹시라도 목표물을 포착하거나 분란이 있을 시 1팀 대기 전에 기동타격임무 수행하기 바람. 1팀과의 교신은 3번 채널로 공유하기 바란다."

서로 분주하게 통신을 주고받고 카라스텐구가 대필한 내용을 따로 써서 귀신장에게 보여주자, 귀신장이 모니터에 나오는 풍경을 참고하면서 현장상황을 파악하며 말했다.

"아.. 그러니까 이 원래 파랬는데 주황색에서 붉게 형상이 잡히는게 그 열감지인가 뭔가 그런거란 거지?"

"네, 적외선을 이용해서 물체가 내뿜는 열을 파악하는거죠. 주로 생명체 같은 것들요."

캇파 대원이 설명해주자 귀신장이 곰곰히 화면을 쳐다보다가 물었다.

"근데 지나가는 행인 모습이 다 잡히는 것 같은데 바탕이 살짝 주홍빛에 가까운 것 같은데 말야."

"에이 귀신장님. 여름이잖아요. 지금 다 햇빛으로 달궈질 때입니다. 그래서 이런 열영상장비(Thermal Observation Devic)말고도 다른 관측장비들로 식별하고 있지요."

"그래, 그러니까 이것들로 변장하거나 둔갑한 것들도 꼬리의 열을 파악하는 것으로 다 식별 가능하다는 거 아냐? 대단하구만. 근데 이 파란게 움직이는 건 뭔가?"

귀신장의 질문에 한 캇파가 모자의 살짝 들어 앞머리를 한쪽으로 쓸면서 말했다.

"유령입니다. 귀신장님. 유령은 한없이 차가운 음기의 존재니까요."

"오오, 그렇군. 근데 이렇게 보니 인간마을 내에 요괴들이 너무 많은데 팀을 좀 더 늘려야 하나.... 아! 산 아그들아. 근데 방금 내가 한 통신 암호화 된 거지?"

"그럼요. 감청하더라도 기술적인 보안으로 무슨 소린지 모를 겁니다."

"그래, 그래. 수고가 많아. 요즘 오니들 중에서도 정신나간 것들이 하도 극렬적으로 사고를 치니 오니 명예가 먹칠이 되고 있어서 곡직청내 오니 입지가 말이 아니야.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업무실적을 크게 낼 필요가 있어. 근데 진짜 추정되는 오니 용의자는 못 잡았나?"

텐구들이 고개를 젓자, 귀신장이 혀를 차며 인상을 찌뿌렸고 다른 캇파가 눈치껏 귀신장의 빈 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저희도 협력하고 있는 한, 좋은 성과가 있도록 성심다해 돕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하하 참, 오래살고 볼 일이야. 그렇게 치열하게 싸운 텐구가 친해지자고 요청도 하고 이렇게 공조도 할 거라는 걸 옛날에 상상이나 했겠어? 그리고 사람들 대화중에 '명련사'도 나오면 기록하고, 곡직청에서 준 체포영장에 기간제한은 없으니까 잡으면 바로 기소 증거로 쓸 사진들도 모아놓도록 하고 말야. 내가 추리하기로는 이 교육의 장본인인 텐구 샤메이마루 아야에게 사선이 접촉하거나 건드릴 수 있으니 샤메이마루 아야도 지금 당장 동선 파악하고 대화내용 기록할 수 있도록."

"넵!"

명령을 받든 캇파와 텐구들이 다 먹은 자리를 치우고 제자리에 앉아 업무에 들어가는 사이, 귀신장의 눈치를 본 그들은 슬쩍 한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자기들끼리만의 신호를 주고 받고는 오히려 통신장비의 직통라인을 공유 및 우회하고 각도조작 조이스틱을 건드려가며 인간마을을 향한 감시 초점을 후타츠이와 마미조를 향해 돌렸다.



"어휴, 요괴끼리 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여긴 사람까지 많아서 불편해."

허리를 굽히고 몸을 사리며 팔짱을 낀 채, 주변 눈치를 살피며 걷는 하타테를 본 주변 행인들은 뾰족하고 긴 귀 외엔 별 차이없는 그녀의 외견상 그냥 희안한 여자애라며 알고 혀를 차며 지나갔다.

"분명 여기에도 정보같은 걸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을텐데.. 어디로 가야하지."

자신의 폰을 꺼내 염사를 해보며 몰색하던 하타테가 손부채질을 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이 외쳤다.

"맞다. 생각해보니 모미지에게 줄 필름도 필요하지!"

주위를 살피며 어떤 가게들이 있나 찾아보던 하타테는 필름을 어디서 팔까 고민하며 주의깊게 간판들을 살폈다.


 

PM 1시 7분 향림당
 

모리치카 린노스케가 무연총등 각지에서 가져온 여러가지 물건들이 진열된 그의 가게 향림당에서는 안경을 닦으며 난처해하는 그의 표정과 대비되게 하쿠레이 레이무와 키리사메 마리사가 방긋 웃으면서 그가 종이포장한 전병들을 까서 먹고 있었다.

가격표가 있건 말건 프리외상으로 포장지를 뜯는 소리와 싼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 전병이 '까득'하고 부셔져 아그작 씹히는소리와 소녀들이 웃는 소리 등이 가게 내에 진동을 하자, 인내심이 진동한 린노스케가 안경을 다시 쓰고 태연하게 물었다.

"마리사, 레이무. 지금 너희들 뭔가 까먹은거 같지 않은가?"

"아, 보다시피 린노스케의 자산을 까먹고 있지."

마리사의 말에 레이무가 빵 터져서 서로 낄낄 웃으며 박장대소하자 살짝 빡친 린노스케가 그래도 이성을 놓지 않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제 값을 주고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가?"

"에이, 코우린, 날도 더운데 화내지마."

"맞아. 나중에 주면 되지. 깐깐하긴."

이 둘의 뻔뻔하기 그지없는 당당함에 린노스케는 날도 더운데 화내고 싶지 않아 깊게 한숨을 쉬고 진열대의 빈 자리에 재고를 채워놓았다.

"어머 점주, 요즘은 장사가 잘 되나봐?"

진열대에서 갑자기 생긴 틈새로 야쿠모 유카리가 튀어나와 인사하자 깜짝놀란 린노스케가 뒤로 넘어지면서 그녀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워어우,, 왜 멀쩡한 대문 놔두고 거기서 튀어 나오는 겁니까!"

"어머? 여름인데 바깥 땡볕 맞으면서 대문으로 오라니 숙녀에 대한 예의가 없네."

"양산 들고 다니면서." 레이무가 콧방귀를 뀌며 핀잔을 흘리자, 놀란 마리사가 린노스케에게 다가가 앉았다.

"코우린 괜찮아?"

"응, 난 괜찮다."

"정말 어디 봐!"

린노스케가 마리사쪽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마리사가 곧바로 린노스케의 안경에 입김을 불어넣어 뿌옇게 김이 서렸다.

"마리사아아!!"

"으히히키키킼. 코우린은 장난치는 재미가 있다니까!"

마리사의 장난에 레이무도 몸을 숙여가며 낄낄 웃고 유카리도 포근한 미소로 바닥에 발을 딛고는 주변 물건을 살피다가 투덜거리면서 일어나는 린노스케에게 말했다.

"점주, 이건 얼마지?"

"잠깐만 기다리시죠. 안경의 김이 이제 거의 걷혀서요."

마리사와 레이무의 천연덕스러운 전병까는 소리와 함께 린노스케가 오랜만에 물건을 살피며 말했다.

"그건 총 합쳐서 5엔입니다. 유카 씨에게 수수료로 2엔 때줘야해서요."

다량의 개박하잎이 든 거대한 자루와 캣그라스 화분 2개를 든 유카리가 두 소녀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어엿한 숙녀들끼리 있는데 반요라도 조금 인심 써줄 생각은 없어?"

"하하, 그럼 계산은 나이값으로 받겠습니다." 린노스케가 가차없이 반격하듯 말했다.

"점주, 내 나이만큼 맞고 나서 계산할래? 지금도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유카리도 능글맞은 표정으로 지지않고 맞섰다.

"아주 둘이서 요괴성이 폭발하네."

지겹다는 레이무의 말에 마리사가 '우히힛'하고 전병 부스러기를 사방팔방 튀기며 웃자, 유카리가 지갑을 열어 돈을 주었고 린노스케가 거스름돈과 함께 물건을 확인하며 말했다.

"근데 이것들 전부.."

"응, 요즘 첸이 무척 좋아하거든.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사랑스러워서 말야. 란도 그걸 좋아하고."

"아, 네." 린노스케가 자루를 틈새에 먼저 넣고 화분들을 챙긴 유카리의 행복한 미소를 보며 말했다.

"거기에 놀아주면 첸이 유심히 날 쳐다보면서 두 꼬리를 바닥에 대고 꼬리 끝을 까딱까딱거리는게 그게 얼마나 귀여운거 있지."

 웃으며 어쩔줄 몰라하는 유카리를 보며 린노스케가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지간히 귀찮게 했나보군요. 그거 고양이가 짜증나서 자릴 피하고 싶을때 하는 행동인데."

"어?.. 응? 진짜?"

린노스케가 고개를 끄덕이고 뒤의 소녀들이 까르르 뒤집어지자, 민망해진 유카리가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점주도 그 옷 참 숨막히게 더워보인다."

"맞아. 코우린. 이 더위에 팔이라도 접으라고!"  미 프릴이 달린 모자를 탁상에 놓고있던 마리사가 반팔인 자신의 드레스을 보이며 꽁꽁 싸맨듯한 린노스케 특유의 복장을 보며 말했다.

"아님 린노스케 씨가 만든 내 옷처럼 겨드랑이 쪽 소매만 오려놓던가."

리본을 풀고 긴 머리를 풀어헤친 레이무까지 거들자 슬쩍 짜증난 린노스케였지만 그래도 꿋꿋이 시크하게 말했다.

"그럼 옷감 사서 여름 옷 만들어 입게 전병 값 좀 내주겠나."

"에이, 뭘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해. 코우린. 레이무 말처럼 그냥 그 옷의 소매를 오리면 반팔이잖아."

"맞아. 겨울에 다시 꼬매 입으면 되지."

이젠 유카리까지 거들어서 폭소하자 고개를 숙인 린노스케가 빨리 받아가라는 듯이 짤랑짤랑 거스름돈을 흔들었다.

"어머, 점주. 갑자기 서둘긴. 흐흐흣. 역할 잘 하고 있으면서."

거스름돈을 받아 지갑에 넣은 유카리를 보며 린노스케가 콧등아래로 슬쩍 내려간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며 말했다.

"무슨 역할 말씀이시죠?"

그러자 유카리가 큰 결계를 만들며 빠르게 사라지면서 말했다.

"딱 봐도 '웃고 싶은' 분위기를 잘 맞춰주는 역할."

"네? 무슨 말씀인.."

말을 이으려던 린노스케는 유카리가 사라지자 어리둥절했고 그 모습을 본 레이무와 마리사가 말했다.

"린노스케 씨. 유카리가 뭐랬어요?"

"응? 코우린. 유카리가 무슨 말 했어?"

"어,, 아니, 아니다. 니들도 계산이나 해."

"에이~ 요즘 하나같이 다 비싼데 좀 깎아주라제."

"주지도 않았으면서 뭘 깎아!"

린노스케가 탁상에 엎어져 뒹기적거리는 마리사에게 투덜거리는 사이, 내부로 조심스럽게 들어온 하타테가 점주와 그녀들에게 인사했다.

"저기, 혹시 이 가게엔 동그랗고 길다랗게 생긴 필름 있어?"

"음.. 찾아보면 있을 것 같군. 기다려주겠나."

목소리의 톤이 바뀌며 영업모드로 들어간 린노스케를 보고 마리사와 레이무가 서로 도라야키를 집어먹으며 웅성거리자. 저 소녀들이 어떤 애들인지 대충 아는 하타테도 조심조심 그녀들의 눈치를 살피며 점주를 기다렸다.

"조금 먼지가 쌓였는데 혹시 필요하다면 다 사가겠나? 요즘 사진기란 사진기는 텐구들이 다 싹쓸이해버려서 필름이 있어봤자 소용없거든."

"응? 왜 우리가 사진기를 다 사가?"

하타테가 물어보자 린노스케가 병쪘는지 멀뚱멀뚱 하타테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그쪽에게 묻고 싶은데. 뭐 비싼 돈 주고 사주니 파는 입장에선 좋다지만 텐구들이 왜 그렇게 많은 사진기가 필요한지 말이다."

사진기를 안쓰는 하타테는 자신의 폰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네. 나도 요즘 사회랑 교류가 없어서."

"음.. 잠시 이리와 주겠나."

얼굴에서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는 린노스케가 물품이 가득한 구석에서 필름이 가득 든 상자를 꺼내 행주로 먼지를 닦고 하타테에게 건넸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필름인데 악성재고 땡처리할겸 3엔정도면 어떻겠나?" 
"음.. 좋아."

지갑을 꺼내 돈을 내려던 하타테는 누군가 허겁지겁 달려와 숨을 고르는 요란한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헉, 허헉. 아우 숨차. 저기 린노스케 씨이!! 계세요??"

"코우린은 저 안에 물건 팔고 있는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린노스케가 바깥으로 나가자 물건이 아야의 사진기와 호환되는 제품인지 확인하던 하타테는 선반에 낡은 붕붕마루 신문이 있는 것을 보고 슬쩍 놀라 눈치를 보면서 증거자료를 모으듯, 폰카를 찍은 뒤, 곰곰히 생각해보며 자신의 묶은 옆머리 한쪽을 여러번 만지작거렸다.   

린노스케가 나오자, 반령이 주위를 돌며 한기를 뿌리는 요우무가 달궈진 볼과 이마의 땀을 닦고는 활기차고 행복한 표정으로 들떠서 외쳤다.

"저번에 전단그림보고 부탁드린 맞춤형 대형 화과자 들어왔나요?" 

레이무와 마리사가 당황해서 그녀를 쳐다보자, 린노스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그거라면 오늘 아침에 들어왔지."

린노스케가 음지에 둔 장인의 도장이 찍힌 나무궤짝을 예쁜 보자기에 능수능란하게 포장하여 건네주자

물건을 건네받은 요우무가 해맑은 미소로 물었다.

"벚꽃에 나비무늬가 올려진 화과자 특대형 맞죠?"

"물론. 찬 곳에 두었으니 상하지 않게 빨리 먹어야 할 걸."

"어차피 유유코님에게 보이면 금방 사라질 거예요. 헤헷. 계산할게요."

허겁지겁 누관검과 백루검 사이에 매고 있던 꾸러미에서 거액을 계산한 요우무가 목의 리본을 고쳐매고 뒤돌아서자, 린노스케가 물품에서 요리도구 몇 개를 자루에 담아주며 건넸다.

"이거 챙겨가게나."

요우무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쓰윽 돌아간 머리띠를 고쳐쓰며 말했다.

"어? 그건 안 샀는걸요?"

그러자 린노스케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우수고객 사은품."

"와, 안 그래도 요즘 물건들이 하나같이 비싸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자루를 건네받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린노스케에게 90도로 연거푸 고개숙여 인사하면서 좋아하는 요우무를 본 하타테가 아야의 봄철 신문에 나왔던 반인반령임을 생각해내고 '어?'하며 놀라자, 도라야키 포장지를 뜯는답시고 안에있던 실리카겔 제습지 포장까지 같이 뜯어버린 마리사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와, 코우린! 너무해. 요즘 마법 책이나 재료도 비싼데 나도 좀 챙겨주지."

찻잔을 든 레이무가 '캇파 화학비료공장 제조'라고 적힌 제습지 포장에서 수많은 하얀 알갱이들이 굴러떨어지는 모습에 슬쩍 기겁하고 그 말에 소름 끼치도록 천천히 고개를 돌린 린노스케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도라야끼를 먹는 마리사를 보며 말했다.

"들어보니 맞는 말이구나. 마리사."

그 말에 웃는 마리사와는 달리 다음 말에 나올 말을 뻔하게 예상한 레이무가 한숨을 쉬며 찻잔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돌렸다.

"코우린, 정말?"

린노스케가 정말 가볍게 마리사의 이마에 딱밤을 놓으며 말했다.

"그래, 딱밤 맞는 말! 그거 다 납부고지로 달아둬버린다."

"에이 너무해! 예전에 5전짜리였던 게 지금은 8~9전이라고,"

"그럼 좀 생각좀 하고 먹던가 하렴. 마리사. 다 장사하는 입장이잖니."

"치, 린노스케는 안 먹어도 살면서."

마리사가 투덜거리며 자연스럽게 알갱이들을 손으로 밀거 털면서 바닥으로 다 떨어트리자, 린노스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거 다 주워라."

"흥, 싫어!"

마리사가 메롱과 함께 콧방귀를 끼었지만 한 쪽에 놓아둔 그녀의 빗자루가 마법이라도 걸렸는지 다가와 대충 투박하게 알갱이들을 쓸기 시작했다.

"마리사 씨, 그거 작아서 굴러다니면 잘 안 잡혀요. 얇은 빗자루로 천천히 쓸어담아야 멀리 안 굴러가니까요."

요우무가 겸연쩍게 웃으며 말하자 레이무가 "하긴. 넌 쓰는 건 전문가니까."라고 거들고 깍지를 머리뒤에 대고 쭉 당기며 두 눈을 감은 마리사가 모른쇠로 린노스케의 반응을 살폈다.

"어휴, 어쩜 애 같은 건 여전하군."

"코우린도 정말 너무해!"

토라진 마리사가 팔짱을 끼며 '핏.'소리를 내자, 레이무가 찻잔을 내려놓고 주전자에 우린 차를 부으며 말했다.

"둘 다, 참.. 서툴긴."

"그러게요, 푸힛."

레이무의 말에 공감하며 키득키득 웃는 요우무를 보며 무안해진 마리사가 얼굴을 붉히며 레이무의 옆구리를 툭툭 치자, 별로 할말이 없고 시선도 회피할 겸, 안경을 닦는 린노스케를 제외하고는 서로 저게 뭔상항인지 멀뚱멀뚱 바라보는 하타테만 어이없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응, 살펴가게나."

공손히 인사하는 요우무를 보며 안경을 다시 쓴 린노스케가 인사하자, 마리사가 '쩝'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래도 가니까 아쉽네. 잘가."

"어머, 마리사 씨. 감사합니다."

요우무가 환히 웃으며 답하자 레이무가 머리를 흔들곤 리본을 묶으면서 답했다.

"너 있을땐 반령 때문에 시원해서 그런거야."

"에휴, 그럼 그렇죠. 그래도 말씀 감사합니다! 세 분이랑 거기 있는 텐구 분까지 잘 지내세요!"

손까지 흔들며 홍조와 함께 인사하고는 바쁘게 나가는 요우무를 보며 레이무와 마리사가 못볼 것이라도 봤는지 병쪄서 말했다.

"쟤 왜 저렇게 텐션이 넘치지. 전엔 밝아보여도 묘하게 힘들어보이고 음침했었는데"

"그거 반령 때문에 그런거 아닐까."

"얘는.. 당연히 그건 아니지. 말투도 굉장히 밝고 딱봐도 느낌이 그렇잔항."

"요즘 뭐 기분 좋은 일 있는 것 같다제."

"장난도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걸 보면 그전보더 꽤 마음이 편해진 것 같군."

린노스케의 말에 마리사가 괜히 신경쓰여서 말했다.

"코우린은 같은 은발이니까 신경쓰이나봐."

"마리사아앗! 그렇게 몰아가지 마."

주위상황을 곰곰히 지켜보던 하타테가 조심스럽게 린노스케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넋이 밖으로 나온 애가 요우무야? 반인반령?"

"그렇다네. 근데 말이 좀 심하군." 린노스케가 뜬금없는 질문에 황당해하면서도 하타타가 준 3엔을 받아들며 대답했다.

"그 백옥루의 시종이라는게 사실인가 보네."

"자넨 여기선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사실을 소문처럼 말하는군, 마치 밖엔 돌아다니니지 않는 것처럼."

"에이, 말이 심하잖아!"

하타테가 사실을 들켜서 당황하자 오히려 두 소녀도 꿋꿋이 전병 포장지를 까다가 '쟨 뭐지.'하듯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필름을 사는 것을 보니 기자인 듯 한데 기자가 오히려 모르니 그럴 수밖에."

'끄응'소리 밖에 할 말이 없어진 하타테가 시선을 아래로 향하며 얼굴을 붉히자 그 모습을 보던 레이무가 찻잔을 입에서 때며 말했다.

"텐구가 요우무한테 왜 관심을 가지는 거지? 만나려고?"

하타테가 대답대신 두 양갈래 머리가 쎄개 흔들리도록 고개를 끄덕이자 레이무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조심해야할 것 같은데? 요우무는 예의바르고 베려심 강한 애라서 말야."

"맞아. 누구한테나 보면 베려한다고킄흐크흐흨."

마리사가 맞장구치며 탁자까지 손으로 두드리며 웃자 레이무도 키득키득 웃으며 낄낄거렸다.

"후히히힠, 검 두 개로 휙! 휙! 말이짘킼킼."

"맞앜. 푸힉, 레이무 너 말장난 대박으히히히낄낄."

소녀들의 왁자지껄한 모습을 무신히 보던 린노스케 옆에서 머리를 쓸어넘기던 하하테는 지나간 반인반령에게 물어봐야한단 생각에 급하게 들어 허겁지겁 필름상자를 챙기고 나섰다.

"암튼 고마웠어. 안녕!"

급하게 나간 하타테를 보며 린노스케가 슬쩍 밖으로 나가 그녀를 보면서 쥔 3엔을 바람에 흔들며 황당해하자, 레이무와 모자를 다시 쓴 마리사가 전병을 열심히 까먹으며 말했다.

"하여간 텐구라는 것들은 지멋대로니까."

"그렇다제."



  1. 특정 임계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초전도현상이 나타나는 도체이다 [본문으로]
  2. overclocking 설계반경보다 전도성을 높혀 더 성능을 빠르게 하는 것 [본문으로]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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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1시 삼도천


한편 운잔과 같이 명련사를 떠난지 시간이 지나 사신 오노즈카 코마치의 건성건성 노젓기를 감상하며 황천을 건너가던 이치린은 미간을 잔뜩 찌뿌리고는 너저분한 배 안에서 강풍(江風)에 양갈래 머리를 살랑이며 키득키득 웃는 코마치를 흘겨보았다.

"그만 좀 웃어요."

"아흐크큭. 웃는 건 내 자유거든? 크흐익."

"그렇게 노질을 하니 날아가는 것보다 느리잖아요."

이치린이 잡동사니들과 한 구석에 놓여있는 널부러진 술병들을 가리키며 말했으나 여전히 코마치가 웃으며 말했다.

"에이, 오랜만에 웃을 거리인데 왜. 크큭. 요괴 승려랑 뉴도가 직접 죽으러 오다니. 윤회(輪廻)와 업(業)은 버린거야? 까하핰."

"아, 거참! 잠깐 염마님만 보고 오는 거라고 말했잖아요. 그렇게 놀려 먹을거면 도착이나 하고 말하시던가."

이치린의 말 끝나기가 무섭게 거리를 조절하는 능력으로 순식간에 배가 반대쪽에 도착하자, 거짓말스러운 현실에 당황한 이치린을 상대로 코마치가 진지하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 피안(彼岸)이다. 시비곡직청(是非曲直庁)은 저 방향으로 좀 날아가면 돼."

"아니 진작 올 수 있으면..."

"심심한데 재미가 없잖아. 자 술이나 놓고 가."

"근데 얼굴만 봐도 대낮부터 마신 것 같은데 그렇게 또 마시면서 일해도 되는 건가요?"

"에이, 귀신장님이 일하러 가기전에 무훈을 빈다고 사주신 거라고. 근무중 특혜야."

내려서 하얀 안개꽃과 붉은 피안화가 만개한 땅을 밟은 이치린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운잔에게 들고있던 술을 내려놓으라고 지시하곤 자리를 떴고, 운잔과 함께 도착한 시비곡직청의 접수청에서 빈 재판시간에 시키에이키와의 훈화 예약을 받고 대기 번호표와 함께 앉아서 대기했다.

"그래도 재판받는 싸늘한 유령들이 하도 많아서 덥진 않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운잔을 보며 한 구석에 있던 차를 타 마시던 이치린은 정파리의 거울을 들고 바쁘게 교대하여 오가는 염마들과 사신들, 재판받는 유령들로 빠르게 돌아가는 광경을 보다가 잡일 처리를 맡던 사신이 번호를 부르자, 운잔을 로비에 두고 청탁 및 수수에 대한 금지 교육과 기타 안내를 받으며 집무실로 들어섰다.

노크와 함께 허겁지겁 서재의 서류를 정리한 시키에이키 야마자나두가 헛기침을 하며 용모를 단정히 하자, 방안에는 햇빛이 들어와 밝았으나 수북한 서류뭉치의 그늘이 염마를 덮고 있었고 정갈한 분위기와 여러 고서들, 햇빛에 피어오르는 먼지들과 매치되는 앤틱한 가구과 장식이 가득한 배경을 두고 의자에 앉은 이치린이 그녀를 독대했다.

"여기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 봅시다."

정파리의 거울을 보며 이치린을 파악한 염마는 주위에 수북한 결제서류 만큼이나 머리가 살짝 길어있었고 눈 아래가 조금 어두웠으나 꼿꼿하고 당찬 기품으로 거울을 내려놓고 회오의 봉을 들며 말했다.

"예약을 훈화 말씀으로 온건 처음이라서 뜻밖이로군요."

"빈 재판시간에 접수가 그거밖에 안 되어서요. 제보 건으로 말씀드릴 것도 있고요."

염마가 아쉽다는 듯이 고개와 함께 봉을 돌리며 긴 한숨과 함께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에이허~ 그럼 그렇지. 내 설교를 들으러 올리가.,"

"그 점은 죄송합니다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이 곳 피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알았다는 듯이 허리를 피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이치린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아네요. 저야말로 직접 나서서 행하는 자를 좋아합니다. 사항이 중한 것 같으니 귀 기울여 들어보도록 하죠."

이치린은 서재 주위의 시계와 피로회복제등을 눈치껏 보면서 말을 이었다.

"샤메이마루 아야에 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무언가 꾸는 것 같은데 의심만 있어 정확하게 판단이 필요한데, 정파리의 거울이라면 갈등이 서로 오해없이 풀릴 듯합니다."

회오의 봉으로 입을 두드리며 생각하던 염마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오호, 그 꾸민다는 일을 대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네? 음.  뭔가 텐구라면.. 요즘처럼 빈번하게 사건을 벌여놓고 그 뒤에서 이득을 챙기려고 할 수 있겠지요."

"음, 그렇군요. 그래서 공권력에 의한 수사가 필요하다?"

"네. 자기가 떳떳하면 나올 게 없을테니까요."

"맞는 말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염마를 보며 입가가 밝아진 이치린이 허리를 다시 피며 들뜬 마음을 '네!'로 표현했다.

"안그래도 요괴의 산의 카라스텐구, 샤메이마루 아야건에 대해서는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오래전에 그녀를 평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

"네." 이치린이 상기된 낯빛으로 경탄하듯 대답했다.

"그래서 요즘 이런 것들도 보고 있습니다."

다른 서류 뭉치에서 회색 빛 종이 뭉치 하나를 건네받은 이치린은 뭔가 익숙함에 의아해하며 접힌 부분을 제대로 펴보았다가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이건.. 오늘 아침에."

"네. 참 부지런하기도 한 어떤 텐구가 이름도 처음듣는 자기 신문처럼 초짜인지 별로 쓸모없는 피안까지 뿌렸더군요. 그리고 불교와 도교가 서로 멘레이키의 교육을 통해 평화적인 교섭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뭔가 살짝 불안해진 이치린이 입술을 떨면서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빨간 펜으로 신문의 한 쪽에 줄을 그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여기 밑줄 친 곳에 기사에서는 '요괴의 산과 모리아 신사의 대표권을 대여받은 샤메이마루 아야가 이 모임에 대해 주선하고 있는것으로 보여지며 그녀가 멘레이키와 긴밀하기 때문에 그녀를 통해 세 집단간의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적혀 있지요."

"네. 보입니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저는 말입니다. 승려인 이치린 씨가 드는 마음처럼 종교전쟁도 벌였던 불교와 도교가 대화로서만 이렇게 쉽게 접촉하고 교류하는건 아주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모리아 신사쪽 텐구들까지 꼈으니 당연히 의심이 들겠죠."

"네. 사실 그런 마음에 저도 정확하게 알아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집단원이 집단에 대해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이죠. 그러나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이를 예전에 아큐 양이 종교지도자들을 모아 회동을 가졌던 것처럼 이번 교육을 종교적 화합으로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멘레이키에게 감정을 가르치기 위해 모리야 신사와 명련사, 신령묘 세 종교집단이 협력하면 평화적인 우호관계 형성도 매우 쉬워지겠죠. 이 교육은 그걸 노리고 있고요."

"..네."

부정할 수는 없는 말이었기에 이치린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래서 서로 이해의 과정을 가지는 저번 아큐 양의 회동과 더불어 서로 갈등을 해결하고 한 요괴의 자아성찰을 위해 다수가 협력하는 이 과정에 대해 저는 매우 가치있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 집단이 군소리없이 참여할 수 있는 교집합이 바로 최대한 교육을 주선했고 중일 수 있는 샤메이마루 아야죠.  그녀가 좋은 의도가 아니라 특종과 기사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치린이 대답 대신 아래를 쳐다보며 한숨으로 아쉬움을 표현하자, 시키에이키가 계속 말을 이었다.

"물론 수사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 수사해서 서로간의 오해가 생겨 이 자리가 파토나면 이런 평화를 위한 자리는 앞으로 영영 어려울 수 밖에요. 물론 논외자의 이야기지만 적어도 저번 회동이 이 자리를 이끌어 낼 선례가 된 것처럼 이 교육이 저는 환상향의 평화를 위한 선례가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리고 보셔야할 게 있는 것 같군요."

염마가 오래된 문서관리함을 열어 쌓인 붕붕마루 신문중 중간쪽에 있는 바랜 신문 하나를 이치린에게 건네주자, 이치린이 공손히 받아서 읽어보았다.

"응? 1면에 '요괴의 산이 공격받다'라고 써있네요."

"작년에 달이 천도한답시고 환상향을 침공했던 사건을 기억합니까?"

"네, 그 때 무녀들이랑 영원정이랑 소동좀 벌어진건 알고 있지만."

"단순하게 아시는 것 같군요. 지금 드린게 그 때 다음 날 샤메이마루 아야의 붕붕마루 기사 신문입니다. 잘 읽어보세요."

신문 1면을 읽어본 이치린은 천천이 정독하며 기사를 하나하나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요괴의 산에 대한 달의 기습 도발로 보이지 않는 물체의 공격에 산의 일부인 자연이 '소멸'되었으며 텐마 및 대텐구는 일제히 산에대한 재산 피해 및 기습 공격에 의한 '침공'으로 규정하였고 심각한 재산피해 수습 및 2차 공격 대비를 위한 긴급 병력동원 태세에 들어갔다."

황폐화된 산의 사진과 피해를 파악하는 텐구와 캇파등, 산의 요괴들의 참혹하게 나온 신문을 보고 살짝 놀란 이치린이 머리를 긁적이자 염마가 재판의 죄질을 다양히 싣은 서류의 그늘이 아닌 창문의 햇빛을 쐬면서 말했다.

"달의 천도와 함께 요괴의 산에 내려앉은 달의 물체가 산을 박살냈다고 하더군요. 만만치않은 피해를 입어 복구에 시간과 비용도 엄청 들었다고도 적혀있지요. 흔히 당한 만큼 몇 배로 돌려준다는 게 요괴들의 가장 쉬운 방식이지 않나요. "

이치린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신문의 피해규모와 공격 배후에 대한 기사를 읽어보자 염마가 다른 붕붕마루 신문을 건네주며 계속 말을 이었다. 

"과거에 오니와 전쟁을 벌였던 텐구들인만큼 그들의 호전성은 강합니다. 하지만 공격을 받았어도 오히려 산을 복구하면서 융합령을 내려 종족간 신분차별을 없에 내부갈등을 줄이고 부분적이긴 하지만 산을 개방하여 모리야 신사에 참배로도 놔주면서 인간과 다른 요괴, 종교와 화합하며 산 안의 평화를 가져옴과 동시에 이렇게 평화적인 자리에 참여하고 대민지원이라고 하여 다른 요괴들을 도와주고는 오히려 갈등해결에 나서고 있지요."

이치린이 받아든 다음 기사에서는 5달 전에 '요괴의 산 분쟁 조정위원회 창설. 대표인 텐마 대변인인 대탠구는 우리의 아픔에 환상향의 일원들이 도운만큼 타 집단에 대한 갈등과 싸움에 대한 고등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요괴의 산은 성심을 다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도울 것이라고 발표했다.'라고 적혀있자 동공이 흔들린 이치린은 눈을 의심하며 신문을 계속 읽었다.

"제가 이런 걸 본 적이 없는데요."

"아야씨 신문을 보지 않았을테니까요. 흔히들 찌라시라고 하지 않던가요. 하지만 적어도 텐구들이 환상향의 평화를 위해 모든 걸 열어젖히고 우리와 협력도 요청할 만큼 애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평화적인 일에 아야 씨가 백옥루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계속 주선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죄 지었다는 내용이 가득한 기사와 재판만 보다 이런 훈훈하고 철든 성숙한 노력에 마음이 더 갈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저는 카라스텐구 샤메이마루 아야를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쿠모이 이치린 씨는 명련사라는 불교계 요사(妖士)로서 종교적 화합과 평화. 갈등 해결에 얼마나 이바지하셨나요."

말문이 막힌 이치린이 바닥을 쳐다보며 신문을 내려놓고서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화끈 붉히고 눈을 못 마주치자 뒷짐을 쥔 염마가 의자에 앉아 회오의 봉으로 자신의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수사를 원한다면 적어도 이번 교육이 끝난 다음에 수사 들어가도록 하죠. 하구한날 이변에 쌈박질에 갈등으로 비롯한 사건에 적어도 피곤하고 귀찮아서 안 싸우는 '나태'에 의해 평화가 그나마 유지되는 환상향에서 갈등요소를 완화하거나 없에고 진정한 의미의 이해와 화합을 통한 평화를 추구한다는데 저는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1시간이라도 아니 하루라도 그럴수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겁니다. 그것이 정의의자 도리이며 대의니까요."

한숨을 쉬면서도 고개를 끄덕인 이치린이 살짝 손을 떨면서 고개를 떨구자, 서류의 그늘 속에 들어간 염마도 손을 떨면서 말했다.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저도 실은 요괴의 산이 공격받은게 어쩌면 다행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의 불행이자 비극이지만 결국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한 어른처럼 요괴의 산도 남의 불행을 이해하고 해아릴 뿐만이니라 덜어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는 현실 앞에서 말입니다. 게다가 그들의 그릇을 칭찬할 수 밖에 없는 건."

몸을 의자등받이에 젖히며 회오의 봉을 포개듯 두손으로 감싸쥐며 심장쪽에 붙인 염마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한치의 떨림도 없이 사실을 말하며 이치림의 마음을 흔들었다. 
"자신들을 공격했던 달에 대해 영원정을 중재로 삼아 화해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더군요, 일종의 평화적인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건이 맞지않아 잘 되지 않는 모양이지만.. 뺨을 때린 자에게 맞싸대기가 아니라 서로 이성적인 해결과 화해의 손길을 내밀 줄 안다는 건 얼마나 큰 자비인지 승려이신 이치린 씨가 더 잘 알거라고 봅니다."

머리가 하얗게 되어 더이상 할말이 없어진 이치린이 두건을 감싸쥐었다 피면서 염마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가 분위기 어색해질까봐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진 마세요. 이번 일만 잘 끝나면 개별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죠. 요즘 저희도 분쟁조절을 위해 바쁘거든요. 대화를 하거나 구제불가한 요소들을 척결하거나 하면서 말이죠."

이치린이 머뭇거리다가 자리에 일어나서 말했다.

"네. 그럼 이번 교육이 끝나면 좀 부탁 드립니다."

"그러도록 하죠.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아뇨. 근데 좀 많이 피곤하신가 보네요."

"아, 요즘 재판에 업무에 바빠서 말이죠."

이치린을 보며 서재 위 다른 서류를 무의식적으로 정리하던 염마가 별 생각없이 놓던 서류의 제목에 [[극비문서(**장)-아마노자쿠 보고서 (정보공유협정 지원)]]라고 쓰인 것을 눈치껏 본 이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야 씨는 남의 말을 잘 귀 기울여 들을 줄 압니다. 이치린 씨도 남의 말에 경청하는 부분에 대해 배우시면 대인관계와 자아성찰에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남의 의지를 받는 종교요사로서의 필수덕목이기도 하겠지요."

'생각해보니까 아야랑 요괴의 산에 대한 칭찬밖에 없네.'라고 생각이 든 이치린은 '하긴 뭐 그럴 만하지.' 하며 속으로 자문자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교육에 대해 평화적인 교류 외에도 요괴의 정신적 성장이라는 면에서 정말 기대하고 좋게 보고 있습니다. 잘 마무리해서 서로간의 갈등을 푸는 좋은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도록 하죠. "

"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치린이 살짝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그럼 그 의뢰 외에 더 용건이 있으신가요?"

이치린이 고개를 흔들자 염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저는 다음 재판시간까지 이 서류 업무결재를 해야할 것 같아서 다음에 여유있을 때 같이 설교하고 토론해보도록 합시다."

'아니, 안 그러셔도 돼요.'라는 말이 나올뻔한 이치린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네, 그럼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염마님도 여름 휴가 잘 갔다오시고 휴향했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염마가 외계인이라도 본 표정으로 황당하게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요즘 중대한 일이 많아서 쉴 틈이 없습니다. 끊임없는 죄에 대한 정의실현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고 요즘은 재판도 그전보다 늘어나고 있고요. 재정은 그나마 후원을 받아 나아지는데 휴가 일수가 박해서 저로서는 태업이라도 하는게 휴가겠군요."

한숨을 길게 쉬는 염마를 보며 '그럼 강가의 사신은 1년 내내 휴가겠네.'라는 생각이 든 이치린이 별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네. 알겠어요. 그럼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엄숙한 표정으로 담담히 바라보는 시키에이키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안내했던 사신과 함께 집무실에서 나온 이치린이 답답한지 두건을 벗고 머리를 흔들어 헤친 뒤, 어떻게 됬냐는 운잔의 물음에 울상을 지었고 운잔도 설교가 아니라 야단이라도 맞았냐고 다시 물었다가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시무룩해져서 '쯥쯥'하며 혀를 찼다.

"아, 뭐 그렇게 소득이 없잖아. 그 까마귀에게 한번 비추는게 그렇게 어렵나. 이젠 외부에서 억지로라도 붙여놓으려고 하네."

운잔이 다 들린다며 이치린의 옆구리를 툭툭 치자, 이치린이 미간을 찌뿌리며 말했다.

"아, 다 들으라고 그래. 내가 아야 칭찬 들으려고 여기 온게 아니잖아. 이건 운잔이 말한 야단보다 더해. 차라리 평소의 설교를 들었음 들었지."

'그래도'라는 듯이 운잔이 웅성웅성 신기하게 바라보는 주변 유령들의 눈치를 보며 말하자 아쉬운 마음에 이치린이 얼굴을 붉히며 털어놓았다.

"좋은 일은 맞는거 같긴 한데 왜 우리보다 외부에서 더 잘 알고 더 관심가지냐는 거지. 마치 지들은 한 편의 연극이라도 구경하는 양 말야."

뭔가 살짝 찔리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목 아래쪽 옷깃을 집고 막 흔들며 털던 이치린이 푸념하듯 말했다.

"에이 모르겠다. 솔직히 염마님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건 뭐 좋은 일이 맞는데...  산의 요괴들이 좋은 일 하는것도 맞고.. 어휴, 이게 뭔.."

뭐가 그리 답답하냐는 운잔의 물음에 이치린이 혀를 차며 대답했다.

"뭔가 분위기가 이번 '교육'이 파토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분위기었어. 솔직히 언니나 도교수괴나 자꾸 그런 느낌을 은근히 풍기는데 정작 상관없을 구경꾼들이 그러니. 게다가 그래도 내가 승려인데 여기저기 신경쓰는 기자에 비해 술 마시고 놀았던 거 같아 뭔가 부끄러워."

뭐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고 겉보기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는 운잔의 말에 이치린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관자놀이를 긁으며 말했다.

"몰라. 솔직히 혼란와. 일단 운잔 말대로 지금까지는 누가봐도 좋게 흘러가는게 맞는 거 같긴 하거든." 

강바람이나 쐬자는 운잔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이치린이 다시 황천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지 몇분 지나지않아 이치린을 태우고 정박한 나룻배가 그대로 놓여있는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둘이 '설마~'히며 조심스럽게 배안을 살폈다.

배 안에는 운잔이 가져온 술병들이 빈 채로 기존 술병과 함께 더 널브러져서 물결에 흔들리는 배와 같이 소리를 내며 굴러다니고 방금 빨아서 널었는데 바람에 툭 하고 떨어진 빨랫감처럼 자빠진 코마치가 팔자좋게 침을 흘리고 코를 골며 새근새근 무거운 눈거풀을 닫고 있었다.

순간 어이가 없어지다못해 딱 봐도 고생해보이는 염마가 떠오른 이치린이 '허허' 웃으면서 억지로 깨우려다가 낫도 뒹굴고 술병으로 너저분한 주변에서 서류철 하나를 보고는 운잔에게 조용히 하라고 요청하고는 정말 조심스럽게 배에 올라 서류를 살펴보았다.

검은 가죽 서류철에 [극비임무일지 - 눈으로만 읽을것. 숙지시 파기요망]이라고 적혀지 있는걸 본 이치린이 슬쩍 코마치를 살펴보고는 그녀를 등지고 서서 용접이라도 했는지 강하게 포장된 라벨을 운잔의 괴력으로 뜯어버리고는 천천히 내용을 읽었다.

안에 든 쪽지에 '잃어버리면 즉시 보고할것, 특히 너 코마치는 조심 또 조심.'이라는 쪽지와 귀신장들의 서명. 비용 내역서와 더불어 '잠복 및 긴급 기습 작전 - 목적 사선 체포'라고 적히고 각각 작전 시간시 누가 언제 투입 되는지에 대한 내용들과 귀신장, 염마의 승인 도장이 들어있었다.

살짝 손을 떨었으나 서류가 바람에 날라가지 않게 꼭 잡으면서 당황한 이치린은 이게 수확인지 아닌지 판단하기에 앞서 이 사신이 깨서 알면 어쩌지하는 불안이 들어 서류철을 닫고 포장을 다시 붙이려 운잔과 애썼으나 뜯긴 자국이 잘 맞지 않아 당황하며 허둥지둥했다.

"아이, 어쩌지 이거. 너 너무 쎄게 힘준 거 아냐?"

운잔이 아니라고 말하며 자신이 해결하려고 이치린이 쥔 서류를 힘껏 뺏자, 이치린이 반동으로 넘어지면서 배가 흔들려 머리를 부딫친 코마치가 머리를 감싸쥐고 말했다.

"아잇ㅆ 아, ㅆ.아으흐그응.."

바닥에 좀 쎄게 박았았는지 주위 구르던 술병을 헤치며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못들며 울상을 짓던 코마치를 어찌할줄 모르며 기겁하는 이치린과 달리, 운잔이 눈치껏 다른 곳을 쳐다보며 코마치의 옆에 서류철을 던져놓았다.

"아으그... 겁나아파.. 잘자고 있었는데 뭐야. 바닥인가?"

주위를 눈물실린 실눈으로 살피던 코마치가 주섬주섬 바닥을 살피다 서류철이 보이자,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술이 덜깬 표정으로 이치린에게 물었다.

"뭐야. 너 이거 보면 안돼. 보지마. 훠이훠이, 뒤로 돌아."

전혀 정돈 안된 뒤숭숭한 머리로 손을 여러번 젖는 코마치를 보며 이치린이 황급히 몸을 돌리자, 코마치가 술병을 헤치고 서류철을 만졌다가 뭔가 이상한것같아 여러번 만졌다가 깊은 푸념에 들어갔다.

"이거에 박았었나. 아우. 머리야. 뭐야. 너 벌써 온 거야?"

이치린이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코마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코마치가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어휴, 그럼 또 한 명 보내줘야겠구..."

순간, 서류철을 다시 잡은 코마치가 얼굴이 붉어지면서 강물이 요동치듯 집은 손을 요동치며 인상을 쓰며 외쳤다.

"야! 너 이거 읽었어?!!!"

안그래도 기분 안좋아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잔머리를 굴린 이치린이 시치미를 때며 말했다.

"아, 그게요. 그쪽이 머리를 박는 바람에 배가 흔들려서 그게 펼쳐지는 바람에.. 한 두 장 정도?"

 "뭐? 야! 이거 보면 안 돼. 아이 나 귀신장님이랑 염마님에게 죽게 혼나겠네.. 아이."

울상이 된 코마치가 어쩔줄 모르며 발을 동동구르면서 허둥지둥하다 분위기가 급변하며 천천히 이치린을 쓰윽 바라보자, 이치린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진짜 한 장 밖에 못 봤어요.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요."

"휴, 다행이네. 이거 어떻게든 입막음해야되는 작전이거든."

"그런 걸 그걸 왜 눈에 잘보이는 곳에 둬요?"

머리를 긁적이며 어설프게 웃는 코마치에게 이치린이 황당해하며 일침을 놓자. '하아아~'하는 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얼굴을 포개며 한탄하는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그넘의 술이 웬수지.. 맛있어서 주는 대로 받아 마셨더니.. 아닌가, 배가 좀 흔들려서 그런건가? 그것도 아님."

 "비밀 지킬게요. 술 더 필요하시면 구해다드리면 되니까요."

이치린이 더 나갔다간 자신이 안 좋게 엮일까봐 재빨리 말했다.

"아니, 이건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서.. 하아, 어차피 봤으면 상관없나. 암튼 이게 내 과실로 실패하면 내가 영혼까지 털려서."

"근무 중에 자는것도 안 털리시는데 뭘 걱정하세요. 흐흣."

농담삼아 말한 이치린의 말에 고개를 흔들며 체념한 코마치가 주위에 술병 하나를 까서 쭉 들이킨 뒤,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어크흑,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아하니 주위에 보는 사람도 없고.. 어차피 내 과실이기도 하니까 확실히 입막음을 부탁할 겸 말해주지. 정확히 이야기해줘야 협박보단 입을 닫을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 테니까."

"네, 뭐."

'역시 근무중에 자는건 아무 말이 없네.'

이치린이 뭐 잘 된건가 싶어 눈치를 보는 운잔을 살피며 바르게 앉자, 코마치가 노를 저어 뭍에서 멀어진 뒤, 주위를 더 살펴보고는 손가락으로 얼추 앞머리를 빗으며 입을 열었다.

"하아, 그러니까 그 작전을 위해 미리 귀신장님이랑 건승하자고 술을 마셔서 그렇게 있었던거야. 그런데 네쪽이 술을 가져와서. 하아.. 머리 어지럽군."

코마치가 자신의 오른쪽 묶은 머리를 계속 손으로 잡고 볼에 부딪히듯 흔들면서 인상을 쓰자 이치린이 강바람에 머리를 살랑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사선체포라뇨."

"그게.. 그게.. 아우!! 그렇게 크게 말하지마! "

방방 뛰며 붉어진 볼로 울먹이는 코마치를 보며 이치린이 손바닥으로 입을 여러번 두드리며 미안함을 표현하자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운잔을 째려보며 말했다.

"목표대상을 아직 체포 못해서, 정보 들어오는 대로 계속 잡으려고 하고 있거든. 확실하게 말야."

생각나는 사선이라면 하나밖에 없던 이치린이 계속 물었다.

"지금 시점에서요?"

"응, 요즘 자주 목격되고 이동 동선이 확실해져서 계속 시도하면 가능성이 있거든."

'이번 일 때문도 있겠군.'이라고 생각한 이치린이 '아하~'하며 수긍했다.

"그래서 염마님이 계속 추진하고 있어. 꺼윽. 요즘 워낙 재판이 많아지니 죄지은 자가 늘어난다며 개탄하고 계시거든, 그래서 염마님이 요즘 지시를 많이 내리셔."

누가 봐도 술기운에 말하는 것에 이치린이 귀를 기울이며 물었다.

"어떤 지시요? 저도 한 소리 들었거든요."

"너도? 하. 역시 염마님은 가차없으셔. 그러니까 작정하시고 그러시지. 염마님은 요즘 더 이상 설교와 같은 대화로 평화와 정의가 실현되기는 사실상 힘든 것같다고 회의감에 빠졌었거든. 특히 이 인내마경인 환상향은 더더욱. 그래서 체계적으로 나서기로 하셨었어. 일명 '실천하는 정의'리고 해서 평화와 화합같은 좋은 일에는 계속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되.."

그리고 씨익 웃은 코마치가 낫과 서류를 같이 잡으며 말했다.

"자연의 법칙 및 시류(時流)와 평화를 어지럽힐 수 밖에 없는 대상들은 축출하고 배제해서 순리대로 흘러가게 고쳐놓는 거지."

"네?"

이치린이 당황하면서 염마의 서재에서 봤던 아마노자쿠 관련 내용이 기억나 기겁하자 코마치가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왜? 대화와 교섭이 안 되는 것들은 훈화도 안 되잖아. 따라서 갱생도 어렵겠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배제하고 서로 공생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죄짓는 자든 피해자든 줄어들어 어느 정도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적어도 되지 않겠냐는게 염마님의 바뀌신 생각이야. 가만히 앉아있는 정의는 죽은 정의라고 말이야. 그래서 안그래도 많은 재판일을 기본으로 깔고 일처리도 더 많아지신거고, 우리는 현장직만 하면 되는데 사무직하시는 분이 현장지휘까지 맡으시려 하니."

"저기 그런데.. 그 사선이 지금 우리랑 교육중인 도교쪽이랑.."

"뭔 상관이야. 일단 잡아서 신병확보부터 하고 너희는 할 거 하면 돼지. 우린 그런거 신경 안 써. 정의구현을 위해 움직이는 시비곡직청이라는 자신감에 오히려 들떠있고 말이야."

"아니, 좀. 써야 한다고요. 염마가 우리가 하는 교육을 무척이나 신경쓰고 파토 안내려고 아주 밑에서 압력을 주는데 도교 측을 건든다는 건."

당황하는 이치린과는 달리 코마치가 정말 깔끔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혀 상관 없으니 걱정마셔!"

"아니.. 아으. 이 사신 씨가 진짜."

너무 답답해져서 옆에 있던 술 하나를 까서 단숨에 병나팔을 분 이치린이 한숨을 길게 쉬며 말했다.

"아잇 이해를 못하겠네. 염마님은 나한테 이번일을 파토 나지 않게끔 하고, 밑의 사신은 염마의 지시로 파토 날 일을 하고.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나는."

"몰라 나도. 나도 명령받고 하는 입장이야. 너건 너가 해야지."

서로 답답함을 토로한 이치린과 코마치가 서로 남은 술들을 까며 마시자 운잔이 말려야하나 걱정하며 둘을 지켜보았다.

"아니 그게 공무집행인건 아는데. 이걸 해도 도교쪽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리가 없잖아요."

"아니 아까부터 왜 그걸 걸고 넘어지는거야. 사선이라 아무런 상관이 없다니까 그러네."

술기운이 올라온 이치린이 순간 그러면 이 사신과 염마가 알아서 이 교육을 망쳐줘 안그래도 찜찜한 이 일들을 다 끝나게 해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내던 얼굴을 반색하고는 해맑게 웃으며 공손히 말했다.

"네, 생각해보니까 그런 것 같네요. 꼭 작전 성공하세요."

물결에 소리를 내며 굴러다니는 잔을 집어 코마치에게 건네고 공손히 술을 따라주는 이치린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진 코마치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너 술 너무 많이 마신거 아냐?"

"아네요. 아네요. 자! 아무쪼룩 잘 부탁드려요."

술잔과 이치린의 어설픈 웃음을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코마치가 일단 술잔을 한번에 비우자, 운잔은 황천의 물결을 구경하며 될대로 되라는 듯이 배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천연덕스럽게 술병들을 걷어내고 노질을 하는 코마치를 보고 이치린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찜찜함에 술을 한 병 더 까서 마시고는 말했다.

"그럼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예요? 내가 알기론 벽도 통과하고 용의주도해서 알기 힘들텐데." 

"너 기밀 한번 봣다고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한다?"

코마치가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듯이 매섭게 쏘아보자 이치린도 배 안에 다 마신 술병을 툭하고 던지면서 말했다.

"에이, 왜 이래요. 내가 아는 한에서 도와줄수도 있는데."

슬쩍 던진 말에 솔깃해진 코마치가 노질을 멈추고 턱을 괴면서 생각해보다가 집게손가락으로 이치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는 것 부터 말해봐."

이치린은 낚시하듯 떡밥을 아무거나 던지면 반응이 오겠지하는 마음에 정말 아무거나 말했다.

"그냥 그 사선이 비녀로 도술을 부리는데 그게 대부분 벽을 통과하는 거고. 요즘 인간마을에서 자주 보인다는 거요."

"뭐, 얼추 비슷하긴해. 우리가 파악한 동선이랑. 우리도 우리만의 제보가 들어오는 정보처가 있거든."

"더 이상 알려는건 보나마나 기밀이겠죠?"

코마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노질을 하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암튼 저도 아는 것 있으면 제보할게요. 엄청 빵빵한 제보자인가 보네."

"그치, 게다가 후원도 엄청 많이 받.."

무심결에 한 말을 바로 멈추고 자신의 입을 쎄게 치며 후회하는 코마치를 보고 이치린이 진지하게 그녀의 태도를 바라보며 운잔과 눈을 마주쳤다.

"아우, 내 입. 진짜. 술까지 더 마셔놓으니까 그런가.. 이렇게 방정맞아서 어떡해."

'그냥 평소태도가 엄청 덜렁이인거 같은데.'

이치린이 슬쩍 생각하면서 다시 두건을 쓰자 코마치가 버럭버럭 화내며 이치린에게 따졌다.

"야! 너 이제 그만 물어봐."

"그 후원자가 아야죠? 정보처도 아야고."

"아니, 익명의 제보자야. 그 찌라시 텐구가 정보의 질이 좋을 리도 없고 돈이 많을리가 있겠니. 에이 이렇게 된 이상 다 말할 수 밖에 없잖아. 시비곡직청내에 정보기관이 있어. 거듭된 사신 체포 실패에 귀신장님이 빡쳐서 만든건데 그게 좀 커졌지. 현재 환상향내에 우리 측이 작전을 위해 잠복수사중이고. 돈은 여기저기서 행사를 벌이며 후원받고 있고."

홧김인지 술김인지 자 열어버린 코마치가 허탈해져서 깊은 한숨과 함께 눈을감으며 빠르게 노질을 하면서 말했다.

"아이고.. 입조심 못해서 염마님이랑 귀신장님에게 죽었다. 난."

이치린이 말없이 술병 하나를 건네주는 것으로 답하자 코마치가 분개하며 다시 방방뛰었다.

"야아!!! 너 지금 장난하지!!"

그러면서 단숨에 병나팔을 불며 비운 코마치가 머리를 무척 쎄게 긁으면서 짧게 말했다.

"암튼 넌 너무 많은 걸 알았어. 내가 사신인만큼 조심하는 게 좋을거야."

"네." 라는 대답과 함께 유유자적 흔들리는 나룻배때문에 술기운이 올라와 속이 울렁거렸으나 다행히 황천을 건너간 이치린은 배에서 내려 쓰레기를 치우는 코마치를 합장하며 응했다.

"감사합니다. 무훈을 빌게요."

"너 진짜 입 무겁게 다녀야해. 함부러 입 열면 진짜로 죽어."

"그쪽도 물어보면 다 말해주지 마시고 적당히 마시세요."

"맞아. 나 그거 좀 고쳐야 할것 같아. 그럼 잘가. 비밀 꼭 지키고!"

고개를 숙인 후, 날아서 돌아가던 이치린이 곰곰이 생각중인 운잔에게 말했다.

"거기까지 갔는데 수확이 많이 없긴 하네. 오히려 혼란만 오고 말야."

카라스텐구와 연결되어 있는게 아니겠냐는 운잔의 질문에 이치린도 생각을 하고 말했다.

"아니,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한게 말야. 이게 사선 체포라며. 이 교육을 평화적인 교섭시도로 좋게 평가해준 시비곡직청에 만약 아야가 도교와 연결된 사선에 대한 정보를 줬다고 가정하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일로 도교측이 들고 일어날거고, 그럼 이 교육 자체와 더불어 평화적인 교섭분위기도 파토가 나는데 그걸 뻔히 알고 있을 시비곡직청이 분위기 망칠 작전을 하는것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이걸 어떻게든 주선해서 평화적 분위기로 기사로 써먹으려는 텐구가 뒤에있는 모리야신사랑 시비곡직청도 기겁할 그런 대혼란을 일으키려 하겠어? 이건 저번 종교전쟁보다 더할걸."

생각해보니 시비곡직청이 그런 작전을 한다는게 이상해진 운잔도 고개를 끄덕이자 이치린도 투덜거리며 말했다.

"게다가 걔네 내부 정보망이 있다잖아. 시비곡직청이 박봉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든 돈을 끌어모아서 하는거 보면 염마님이 작정한거 같고.. 아우,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게다가 아까 염마님이 했던 말들에 가책이 들어서 좀 짜증나고 거슬려."

팔짱을끼며 고심하던 운잔이 이치린에게 소곤소곤 말하자 이치린도 예리한 눈빛으로 흘기면서 말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른건 몰라도 아마노자쿠에 대한 정보는 확실히 줬겠지. 어쩌면 우리도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을지 몰라. 그러니까 이번 건 그냥 실패했다고 하고 더 이상 입 열지말자."

굳이 그럴필요가 있겠냐는 운잔의 태도에 이치린이 인상을 찌부리며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이 말했다. 

"아까 너도 들었잖아. 기밀이라고. 그 작전 실패라도 하면 불똥이 우리에게도 튈걸. 넌 시비곡직청을 적으로 돌리고 싶어?"

고개를 야래야래 젓는 운잔을 보며 '어휴' 소리와 함께 혀를 찬 이치린이 무심결에 본 발 아래에 인간마을이 보이자 명련사를 향해 더 힘껏 날면서 운잔에게 말했다.

"그렇게 마셨는데 술로도 해결이 안 되는거 보면 나도 무진장 마음에 걸리나 보다. 얼른가서 추스려야겠어."

운잔이 속삭이자 다시 이치린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두건처럼 목소리가 흔들리면서 버럭 투덜거렸다.

"아, 또 그런다! 들어가기 전에 해장술 안하니까 걱정마!"


PM 12시 30분 인간마을


이치린의 발 아래에 가지런히 차려진 인간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지나가거나 물건 및 음식을 파는 자판이 형성되어 있었고 몇몇이들은 탄력이 나도록 몇번이고 나무도마에 치고 삶아서 바로 찬물에 담아 쫄깃하게 담아낸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소바(そば 메밀면)을 새하얀 연기를 뿜는 얼음쟁반에 담고 가쯔오부시와 쯔유(つゆ 가다랭이등으로 맛을 낸 일본간장)등의 여러 국물에 말아서 입에 폭풍흡입하며 혀 안의 한기로 몸 밖의 열기를 다스리고 있었다.

"하, 역시 이 집 소바맛은 더위에 직빵이라니까. 맛도 맛이지만 어떻게 얼음쟁반을 슬 생각을 하셨누."

그러자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메밀 반죽을 만들며 말했다.

"얼음 요정에게 산 얼음을 깎아서 만들었지요. 양도 한정되어있고 녹기 때문에 시간제한이 있지만 여름에는 차게 먹어야 더위에 걸리지 않잖아요. 건강 생각하셔야지."

"캬, 역시 이 집 이모 인심하나는 최고라니까. 쯔유좀 더 주시구려."

"장마비(梅雨, 쯔유로 읽음)를 장마 끝나고 찾으시는 거유?"

"아하하핫, 농담도 잘하신다니까."

"돈내고 재미도 있어야 또 오고 장사가 잘 되지요. 여기 직접 만든 거니 가져 가시구려."

국자로 통에 든 쯔유를 풀어 접시에 담아준 주인이 다른 쪽을 보며 말했다.

"처자는 입맛에 맞는가벼, 맛있게 먹으니 보기 좋네. 물도 좀 마셔가."

"허허, 감사하구려. 처자소리도 다 듣고 기분이 좋구마이."

"보아하니 요괴양반 같은디 요괴에 입맛에도 맛으면 파는 입장에서는 기쁠 뿐이죠."

반팔 소매를 너풀거리며 소바를 여러번 국물에 말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던 마미조는 요괴라는 말에 술렁이는 다른 손님들을 보며 씽긋 미소를 짓곤 주인에게 말했다.

"나 때문에 손님들 입맛이 불안해진 것 같은디 미안하게 되었구마이. 주인장."

다른 사람이 불안한지 눈치를 보며 뭐라고 말을 하려 하자, 주인이 포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우리집 손님은 다 같은 손님이지요. 드시고 값만 내면 다 됩답니다."

'캬하핫.' 소리와 함께 호탕하게 웃은 마미조가 할말없이 꾸억꾸억 소바를 삼키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게 자신의 술병을 꺼내 선반 한 구석에 놓인 빈잔들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주인장이 참으로 맘에 드니께 한잔 하시구려. 맛좋은 술이니께 좋은 사람이든 좋은 요괴든 좋은 음식을 대접받았으면 좋은 술로 대우해야제."

"어휴, 장사중에 술기운 올라오면 음식들 맛보기가 힘드니 맛 다 뵈리니까 장사가 엉망되서 마음만 받을게요."

"그럼 데펴 먹으면 된당께. 자 받으라카이."

주인이 공손히 받고 끊는 냄비에 중탕하듯 잔을 올려놓자, 눈치를 봤던 몇몇 사람들은 분위기가 풀어져서 다시 소바를 먹으며 말했다.

"자네들 그거 아나? 이번에도 모리야 신사의 현인신께서 이변을 바로 해결하였다더군."

"과연 신속이야. 자연의 법칙을 어지럽히는 자들의 사단을 귀신같이 알고 나서니 신통하구만."

"그뿐인가, 마을을 침범하고 인간을 습격하려고 한 야만바(山婆[각주:1])을 피해자 없이 바로 격퇴했다던만."

"보면 사나에 현인신께서 마을을 위해 요즘 가장 열심히이신것 같어. 그래서 인간마을이 더 안전해졌잖은가."

"그럼 뭐하나."

다른 사람의 푸념섞인 말에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이 주목하자, 그는 물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럼 뭐하냐는 말일세."

"이 사람아. 현인신이 잘하고 계신다는데 무슨소리인가."

"이보게, 그 잘난 현인신이든, 저기 기존부터 봉사한 하쿠레이 신사의 무녀든 하다못해 흑백의 마법사든 누구하나 실종사건은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잖나."

 그러자 어이없다는 듯이 다른 이가 소바를 먹으며 말했다.

"쓰으읍, 쩝. 허헛, 왜 해결을 못했나. 이 사람아. 무녀들이 용의자인 오니들을 저번에 싹 털어버리지 않았나."

"그래서 실종사건이 해결이 되었나? 오히려 분노한 오니들이 몰래몰래 보복하고 있지 않냐는 말일세. 불안은 계속될 뿐이야. 자네들이나 나나 그저 무녀들을 믿기보단 아무 해가 없도록 입조심하는게 더 안전할 걸세."

듣는이들이 어이가 없었는지 허허허 웃어버리자, 주인이 데핀 술을 집게로 꺼내서 맛을 음미하며 입맛을 다시듯 마셨고 마미조가 진지하게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들었다.

"감사합니다. 손님. 참으로 고운 술이네요."

"고마우이."

"그런데 손님 잔이 두 잔이네요. 누구 기다리는 사..아니 동료라도 있으슈?"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마미조가 모자를 벗어서 손으로 머리를 털며 올라온 열기를 식혔다.

"입조심이나 누구나 하는 일이지 않은가. 결국 우리가 믿어야할 건 솔선수범 우리를 위하고 당한만큼 대신 값아주고 순리를 다시 돌리려 나서는 무녀들이야. 특히 요즘은 우리를 위해 더 열심히 손쓰고 있는 모리야 신사의 현인신에 믿음이 가는게 당연하고."

"당한 자들이 그러더군, 다 입조심 하라고. 하여튼 나는 피보기 싫으니까 말일세.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도 있어."

그러자 다른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은 낮이니까 쥐는 못 듣고 새는 듣고 있겠구먼. 허허헛."

주위에서 웃음이 터지자 그 사람이 됐다는 듯이 소바를 말아먹었고 유심히 살펴보던 마미조는 옆 좌석에 누군가가 앉자 기척을 느끼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잘 지내셨습니까?"

어깨선까지 오는 덥수룩한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안경을 낀 여인이 얇은 여름용 블라우스와 치마차림으로 마미조의 시야에 자신을 비추며 정중히 인사했다.

"오랜간만이제."

"겐스케 인사드립니다."

"변신한 차림이 무척 세련되구마이."

인간으로 변신한 모습에 마미조가 웃으며 말하자 겐스케도 마미조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변신 안해도 갈수록 회춘하시네요. 혹시 젋게 꾸미고 다니십니까."

"내가 젊어 보이는게 아니라 겐스케 쪽이 늙어보일 수도 있제."

피식 웃는 겐스케가 마미조가 미리 따라놓은 술잔을 비우자,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어휴, 요괴 처자 손님은 마음씨만큼이나 만나는 인간처자도 곱구만요. 요즘 젊은 아씨들처럼 예쁘장하게 꾸미고 다니시네요."

"예쁜 말씀 감사합니다. 이모."

"여기 집에서 묵힌 우메보시(메실장아찌)니까 같이 입가심이라도 하셔요."

"네, 잘 먹겠습니다."

겐스케가 기분좋게 대답하고는 마미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집 마음에 드는데요."

"그려. 말을 아주 곱상하게 잘하지 않어?"

"네, 근데 여기 인간마을에 와서 변신도 안하셨네요. 혹시 아직도 꼬리를 안 없에고 변신하시는지요."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으이. 그리고 아무리 현혹과 가장의 변신술이래도 나라는 나름에 정체성이라는게 남아있어야 한다는기 내 철학이랑께."

"그러기엔 위험부담도 크고 귀털이랑 꼬리털때문에 더워서 생기는 땀띠 때문에 고생이지만.. 본 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혹시 몰라서 도수도 없는 안경까지 주워다 쓰는데..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겐스케가 살짝 내려간 안경을 콧등에서 손가락으로 올리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 애들 풀어서 조사 중인데 환상향 돌아가는 분위가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이 곳 인간마을은 더 그렇고요."

"무슨 일인데 그려."


  1. 노파의 형상으로 어린아이등 인간을 습격한다는 일본의 식인요괴 [본문으로]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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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월요일 AM 7시 25분 (교육 4일차) 몽전대사묘


다음 날, 이부자리를 개고 일어난 토지코는 머리를 감고 용모를 단정히 하고는 식사준비를 위해 마당으로 나섰다.

"태자님, 기침(起枕[각주:1])하셨습니까?"

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토지코가 다시 문을 두드리자마자 문이 벌컥 열렸다.

"어흠, 어허어? 토지코 자네 아닌가?"

"아이, 깜짝야. 야. 후토 니가 왜 태자님 방에서 나와?"

그러자 후토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햇다.

"아, 그건 말일세. 태자님과 긴히 의론할게 있어 들렀다네."

"뭐?"

기가 막혀하는 토지코에게 방석에 앉은 미코가 홀을 손에다 두드리며 반갑게 말했다.

"토지코여. 좋은 아침이지 않은가. 후토는 내가 불렀었다네. 걱정하지 말게나?"

"네? 아아, 네."

뭔가 의아함을 느낀 토지코가 방의 내부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사이, 후토가 헛기침을 하고는 미코에게 인사하고 터벅터벅 자리에서 벗어났다.

"한데 멘레이키는 어디에.. 같이 있으셨던거 아니었습니까?"

"아침 일찍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옆방에 있다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도 거하게 차려오도록 하겠습니다."

몸을 돌려 걸어가려는 토지코의 발목을 미코의 다음 말이 잡아세웠다.

"음, 알겠네. 근데 자네 곽청아를 보지 못했는가?"

"네?"

당황한 토지코가 동공을 흔들리면서 어설프게 두 손을 모으고 묻자 미코가 다른 손으로 헤드셋을 만지작거리며 눈웃음으로 말했다.

"요새 통 보이지 않아서 말이지. 후토는 못 봤다하니 자네가 알 수 있지 않을까해서."

토지코는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잡생각을 없에고 고개숙여 말했다.

"저도 통..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네. 그럼 시장하시기 전에 차려오도록.."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니까 말이야. 후후."

"아아, 네. 그럼요. 저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 그래주겠나. 알겠네. "

미코가 능글맞게 웃자 토지코도 어설프게 웃으며 손가락을 떨며 말했다.

"군신의 걱정을 더는 것이 신하된 자의 도리임을요."

"알겠네, 알겠네. 얼른 같이 식사하고 시장기만 아니라 토지코의 긴장기도 풀도록 하세. 하하핫."

토지코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해주는 미코와는 달리 토지코는 목덜미에 더위때문인지 모를 땀을 한 방울 흘리며 바로 자리를 벗어나 옆방을 두드렸고, 기척이 있자 문을 열었다.

"멘레이키, 나오렴.  같이 식사하자."

토지코의 눈에 수많은 화선지, 종이들과 먹, 색이 있는 염료로 그려지고 칠해진 그림들이 수북히 말라가고 있는것을 본 토지코는 그림마다 수많은 가면들과 자신의 얼굴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기겁했다.

"지금까지 다 그린거야?"

"응, 그리고 웬만하면 코코로라고 불러주겠어? 내 이름 코코로야."

"으음, 알았어. 코코로, 지금까지 다 그린거니?"

"응, 이거 저어어언부우우우 다 나다. "

두 팔을 벌려 천장을 향해 올리며 몸짓언어로 표현하며 웃을때 쓰는 방화범 가면을 꺼내든 코코로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 토지코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거 정말 대단한데."

"그치. 이것도 그렸어."

코코로가 꺼내든 화선지에 토지코와 미코, 자신과 코코로가 그려지고 살짝 떨어져서 곽청아와 요시코가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본 토지코는 감탄하며 손으로 환해진 입을 가렸다.

"와.. 대박인데. 잠깐만. 자세히 볼께."

"응."

코코로에게 그림을 받아든 토지코가 바로 옆방으로 가서 미코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태자님. 멘레..아니 코코로가 그린 것 좀 보세요."

"오호, 이게 난가? 토지코와 후토도 있고."

그리고 슬쩍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곽청아도 자주 못 볼 텐데 그렸구만. 대단한 걸."

"그렇습니다. 태자님. 아주 잘 묘사하였사옵니다."

토지코가 가면의 영향으로 살짝 분위기 파악을 못했음에도 미코가 여전히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나 말일세.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고 묘사 능력이 크니 코코로의 복일세."

대견하다며 옆구리를 두드려주는 미코에게 기분이 좋아졌는지 춤을 한번 추고는 다른 그림들을 보여주자, 여러 가면들의 그림과 시장 풍경등, 자신이 봤거나 경험한 것을 그대로 그려놓은 것에 미코와 토지코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태자님, 토지코와 여기서 뭐하시는지요?"

주위를 살피다 방에 들어와 살피는 후토에게 토지코와 미코가 동시에 보라고 손짓하자, 영문을 모르는 후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에 들어왔다가 코코로의 그림을 보며 말했다.

"응? 이게 난가?"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후토가 집중해서 보며 말했다.

"진짜 이 나를 그린겐가? 멘레이키여?"

"얌마, 코코로. 코코로!"

토지코가 면박을 주자 후토가 실수했다는듯 급하게 자신의 입을 몇번 치면서 코코로를 보며 말했다.

"어 음, ㅁ,오..코. 코코로여! 정말 고마우이!"

표정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코코로의 시크해보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어보이자 후토가 '오오.'하고 감탄하며 그림을 계속 쳐다보았다.

"뭘, 후토 언니나 토지코 언니나 머리가 조금 하얘서 안 칠해도 되니까 좋았어."

후토가 코코로의 말이 너무나 쿨하게 들려 감탄하고 토지코가 슬쩍 위를 보았다가 방화면 가면을 눈치채고 '아~'하고 상황을 인식하자 미코가 슬쩍 당황하며 말했다.

"그럼 저기 코코로여, 그럼 나는 그릴때 어때었는가?"

"어, 그 표현 저번에 마미조 씨가 아무도 몰래 가르쳐 줬는데."

잠시 생각하던 코코로가 집게 손가락으로 한 쪽의 눈꺼풀 아래를 광대뼈까지 잡아 당기고 혀를 내밀며 말했다.

"딥따 어려워!"

그 모습에 살짝 굳은 미코를 보고 웃긴데 웃으면 큰일날 것 같아 후토와 토지코가 서로 급하게 눈치를 보자, 미코는 '허허' 실없이 웃으며 천천히 물었다.

"이 너구리가 진짜. 왜? 인가? 코코로여?"

"너무 꾸밀게 많아!"

코코로가 자신이 그린 미코 그림의 헤드셋, 머리, 홀, 높은 옷깃, 허리띠등을 하나하나 가리키자 당황한 미코가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 그래도 난.. 아니 과인 모자는 안 썼는데..."

"아하핫, 이 코코로가 농도 참."

"그러게 말입니다. 귀여우니 너그럽게 봐옵서서."

토지코와 후토가 달래듯 진정시키자 아쉬운지 '쯥.'소리를 낸 미코가 다른 그림에 눈이 가서 말했다.

"명련사 쪽도 그렸군그래. 하긴 조금 있으면 절에 보낼 시간이겠지."

후토나 토지코나 '절에 보낼 시간'이라는 말이 도교의 태자 입에서 나오는게 영 적응이 안 되서 신기하게 보자. 코코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근데 이 그림은 뭔가?"

미코가 흘깃 보다가 든 그림에 살기 가득한 붉은 눈의 백랑텐구가 검을 들고 노려보고 마찬가지로 노란 눈으로 노려보는 카라스 텐구가 부채와 카메라로 서로를 겨누듯 바라보는 사이에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의 가면이 놓여져 있었으며 그 주위를 수많은 가지각색 원들이 채워진 모습에 당황하며 물었다.

"응? 그거. 그 맨날 오고 보는 텐구언니들이랑 나."

"그럼 이 중앙에 있는 가면이.."

"나야."

슬쩍 의미를 파악한 그녀들이 계속 쳐다보다가 미코가 배경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이 원들은 설마."

"당연히 이거야."

코코로가 열려진 방문을 향해 탄막 몇 개를 쏘며 그대로 보여주였다.

"태자님. 정말 고려하옵건데 아무래도 불교놈들의 이단성과 텐구의 폭력성을 배워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토지코와 동감이옵니다. 태자님. 사고라도 쳤다간 무녀들이 가만있지 않을겁니다."

미코가 잠깐 생각하다가 자신의 무릎을 치며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괜찮다네. 이런 요괴 저런 요괴 있다는거 경험하며 배우는거지. 그리고 대처하는 법을 터득하는게 사회생활 아닌가."

"네에?"

그리고는 당황하는 토지코 옆의 후토를 가리켜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 말야. 사고는 너가 치지. 내가 교육 기간중에 아무것도 하지 말랬더니 바로 불 지르러 가?"

"아. 송구하옵니다. 태자님."

"귀공이 그럴 때마다 내 속이 탄다네. 그리고 토지코!"

"넵! 태자님!"

바싹 긴장한 토지코에게 미코가 정말 진지하고 근엄하게 명령을 하달했다.

"코코로에게 높임말 가르치도록,"

"...."

"...."

"높임법?"

코코로가 당황하자 토지코와 후토는 어이없는 표정을 어떻게든 숨기려고 절을 하며 팔 사이로 얼굴을 가렸다.

"왜 대답이 없나?"

"네, 알겠습니다."

"알겠사옵니다. 태자님."

"많이 배울수록 생각이 깊어지는 법이니 기회를 잘 잡도록 하게. 코코로여."

"응, 알았어. 언제가?"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보낼걸세. 토지코나 후토나 준비 맞추고 보내도록 하게."

"그럼 나 저 그림들 자랑하게 몇 장 챙겨가도 돼?"

"그러도록 하게나. 나는 도사들과 호흡수련을 하고 가르침을 주려 하니 이만 행차 하도록 하겠네."

"조심히 다녀오시옵서서."

토지코가 방문을 벗어나는 미코를 바라보고 나서 미코가 있던 자리를 보았다가 코코로가 그린 그림중에 만다라[각주:2]가 있는 것을 보고 슬쩍 불안한 눈초리로 후토와 같이 붓과 염료, 먹을 정리하는 코로로를 쳐다보았다.

"아으.. 이거 뭐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모르겠네."

대놓고 본심이 나온 토지코의 말에 후토와 코코로가 동시에 그녀를 쳐다보자, 무안해져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저은 토지코가 답답한지 밖에 나왔다가 신령묘 바닥에 박혀있는 신문 문텅이를 발견하고는 힘을 주어 빼고는 끈을 풀었다.

"이 텐구는 벌써 아침밥 볼쏘시개를 쓸 신문을.."

신문 1면에 [文々。新聞(ぶんぶんまるしんぶん 붕붕마루 신문)]이라고 전혀 적혀있지 않아 당황한 토지코가 듣도 보도 못한 신문이름에 헤드라인이 '7/25 특보, 불교-도교간 회동 입수.' 라고 쓰이며 코코로와 뱌쿠렌, 미코가포함된 사진들이 실려있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뭐야? 텐구가 기사 아직 안 낸다더니?"

그 외에 만남에 관해 여러 추측기사들과 사진들이 가득한 2,3면 기사를 본 토지코가 침을 삼키며 시선을 고정하자, 후토가 다가와 물었다.

"토지코, 내가 불 올려놨다네. 여기서 가만히 서서 뭐하는가?"

"이거 봐."

토지코가 건네준 신문을 보고 동공이 커져서 굳은 후토를 보며 들어와서 이야기 하자는 듯이 그녀의 팔을 잡고 들어간 토지코는 코코로와 마주한 식사자리에서도 서로 밥을 깨작깨작 먹으며 냉수를 들이켰다.

"..."

'왜들 저러지?' 하며 젓가락 물면서 눈치를 보던 코코로는 그릇이 젓가락에 부딪히는 소리도 내지 않는 둘을 보며 계란말이를 집고 소리나지 않게 씹었다.

답답한지 냉수를 다시 들이킨 토지코가 입을 열었다.

"이건 이미 약속을 저 버린게 아닌가 싶은데 후토 생각은 어때?"

"이건 아니라고 보네만 내가 알기로는 그 텐구의 신문은 아니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 일이 주목 받으면 정말 복잡 해진다고."

"보는 눈도, 들쑤시고 다닐 자들도 많아질 거라고 보네."

"이건 태자님에게 말씀드려야지."

"아무렴."

둘이 뭔 얘기를 하는건지 모르는 코코로가 미소된장으로 양념한 가지새우 볶음을 집어 오물오물 씹고 스물스물 김이 올라오는 하얀 쌀밥 한 움쿰을 떠서 후후 불며 입에 넣자. 밖에서 무언가 요란한 소리가 났다.

재빨리 방문을 연 토지코의 눈에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아야와 지겨운지 미간을 찌뿌리며 배낭과 검, 방패를 맨 모미지가 그녀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토지코가 대답대신 신문을 던져주자, 모미지가 움직이기도 전에 받아든 아야가 천진난만하게 토지코에게 장난치시는 거냐고 말하며 1면을 보고는 손부터 시작해 몸을 떨면서 입술을 깨물며 눈가를 심하게 찌뿌렸다.

"이, 이게 뭐얏!!"

 "그거 우리가 할말이라네." 토지코가 소리를 지른 아야에게 표정의 미동도 없이 냉소적으로 따졌다.

"이건.. 그래요! 알겠네. 다른 텐구기자가 눈치채고 터트린거예요. 기자란 특종에 혈안이 있으니까요."

'자아비판 쩌네.' 라고 생각한 모미지가 너무도 꼬신 광경에 가만히 있자, 아야가 고개를 들리며 주먹을 쥐듯 신문을 구기며 말했다.

"아잇.. 옆집 꽃이 붉어보인다[각주:3]고 내 특종에 감히 다리를 뻗어? 신경 쓰여서 짜증나네."

"그럼 자네랑 관계 없다는 건가?"

"네? 이거 제 신문도 아니잖아요. 봐봐요. 붕붕마루라고 써져있나."

"하지만 지금 자네가 요괴의 산을 대표하고 있잖나. 이걸 주도하는 것도 자네고."

그러자 아야가 헛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명치를 주먹으로 툭툭치면서 한숨을 쉬었다.

"어휴, 어휴우~ 요괴의 산에 기자가 한 둘도 아니고.. 저도 이거 남에게 지금 선수 뺏긴라고요. 기사의 양과 질로 경쟁하는 기자의 사회에서 제 타격이 얼마나 큰지 알아요?"

'기자'라는 말에 혹시 하타테가 썼나하고 신문을 슬쩍 보았지만 '화과자염보'라고 쓰여있지 않아 슬쩍 아쉬운지 황당해하는 토지코와 후토, 열심히 밥 공기를 비우는 코코로를 바라보았다.

"요즘 좀 자주 돌아다녔더니 미리 요청한 엠바고를 무시해.. 찌라시들 아니랄까봐! 당장 가서 따져야지."

"우히히히힣"

갑자기 빵 터지 모미지를 보며 "쟨도 왜 저러냐'는 듯이 토지코와 후토룰 의식해 아야가 따졌다.

"넌 또 왜 웃어?"

"아후훗, 커흨, 아니, 참, 찌라시가 찌라시라고 하니까."

"인정."

"나도."

순식간에 세 명의 마음이 통하자 짜증이 복받친 아야가 신문을 심하게 구기며 말했다.

"아잇, 몰라요! 너도 그만해! 진짜 그만해! 코코로양 데리고 가기전에 이 신문들 다 처리하고 올 게요."

"이미 퍼질대로 퍼졌을 텐데.크크킄"

모미지가 웃으며 아야를 보았다가 온데간데 없이 순식간에 사라진 모습을 보며 후련한지 코웃음을 쳤다.

"잔상도 없는거 보니 급하게 주으러 갔나보네."

"뭐야. 근데 자네는 왜 안 가나?"

후토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는 모미지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그녀를 멀뚱멀뚱 바라보자, 후토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자네도 저 카라스텐구와 한패 아닌가?"

"아닌데요."

"그럼 왜 같이 다니나. 같은 소속이라서 그런게 아니었나?"

"아니, 그러니까 말하자면 실습 연수 강제계약이라.."

볼을 긁적이며 한숨을 쉬는 모미지를 보며 두 명이 미간을 찌뿌리며 잠시 시선을 돌려 조심조심 속삭였다.

"생각보다 텐구들도 콩가루인거 같은데."

"위계질서도 헤이한거 같다네. 지들끼리도 믿음이 없잖나."

헛기침을 한 토지코가 밥그릇을 비운 코코로의 손을 잡고 모미지의 옆으로 보내며 말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이 일이 지금도 제대로 굴러가는 길이길 바라네."

"에이, 난 모르죠. 그 망할 까마귀가 지 알아서 다 들쑤시고 다니는데 어떻게 알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난 그냥 짐꾼에 필름 가는 역할이라 잘 몰라요."

"아, 알겠네. 아무튼 코코로여 잘 다녀오게나."

"네, 코코로도 인사하자."

황급히 정리한 후토에게 모미지가 무사답게 깍듯이 인사예절을 보이고 코코로도 인사하며 둘이 멀어지자, 혼령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영문을 모르겠다는듯이 두 손을 올린 토지코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후토가 혀를 끌끌찼다.

"사회성이 높다는 텐구들도 저 지경이라니."

"최근에 산 쪽에 위계질서가 자유로워졌다는 걸 들었는데 질서의 방임이자 방종의 광경이로군."


AM 8시 50분 명련사


절간에 도착한 모미지와 코코로가 서로 두 손을 잡고 흔들면서 다정하게 일주문에 들어서자,  쿄코가 큰소리로 인사하며 반겼고 오전 법회를 준비하던 이치린과 나즈린, 쇼, 무라사가 다가와 인사했다.

"쿄코 목소리를 듣고 알았네요. 좋은 월요일 아침이죠?"

"네. 그럼요. 흐흐."

"모미지 씨 안색이 밝아 보이시는데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봐요."

해맑게 웃는 모미지를 보고 뱌쿠렌이 말하자 나즈린이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응? 아야는 어디있어."

"신문 주으러 갔어."

코코로가 대신 대답하자 무라사가 귓가를 긁적이며 물었다.

"무슨 신문?"

"아아, 혹시 이거요?"

쿄코가 구석에 있던 신문을 꺼내들어 뱌쿠렌에게 건네자 다들 몰려들어 신문 1면을 읽기 시작했다.

"그 까마귀가 아직 여긴 안 왔나보네요. 누가 터트렸다고 빡쳐서 수거하러 다닌다던데. 푸훕"

통쾌함에 입이 귀에 걸려서 웃음을 참기 힘들어하는 모미지를 살핀 코코로가 의아해하건 말건 명련사 쪽도 수근수근 이야기가 오갔다.

"음.. 이런 관심이 어쩌면 곤란해질 수도 있을까요."

"에이 근데 아야가 터트린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자주 만나니까 관심받는 것도 당연한거고."

뱌쿠렌과 무라사가 서로 말을 나누자, 이치린이 모미지의 태도를 유심히 보며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곤 말했다.

"근데 넌 왜 같이 안 갔어?"

"네? 제가 왜요?"

'한패잖아.'라고 말이 나올뻔한 이치린대신 나즈린이 흘기며 말했다.

"같은 산 쪽이잖아."

"같은 산 쪽이잖아아아요오오!!."

"그래서요? 그 까마귀는 고생 좀 해 봐야해요."

깨소금이라도 씹었는지 희열감을 느끼는 모미지를 보며 다들 의아한 태도를 보였고 나즈린이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그럼 그 까마귀는 어디갔어?"

"제가 왜 알아야 하죠? 다 주으면 나중에 오겠죠."

"아니. 그래도 항상 같이 왔었잖아?"

무라사도 황당해서 묻자, 모미지가 한숨을 길게 뱉고는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끌려오는 겁니다. 그 까마귀 이야기 짜증나니까 그만 좀 하시죠. 가뜩이나 요즘 할 일도 생각도 많아서 스트레스 받는데."

"뭐 스스로가 싫다면야 그만 해야죠."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들어낸 모미지를 보며 쇼가 달래는 사이, 마미조와 누에가 같이 들어왔다.

"오, 코코로 양 아닌가? 좋은 아침이구마이."

"좋은 아침이구마이이잇!!!!!!!"

복잡한 심경이 묻어나오는 뱌쿠렌을 보며 의구심이 든 누에가 총총걸음으로 뱌쿠렌에게 다가가 물었다.

"주지승 님도 무슨 일 있어?"

"아뇨. 누에씨 조금 생각해봐야 할 게 있어서."

뱌쿠렌이 쥐었던 신문을 받은 누에가 마미조와 같이 보자, 마찬가지로 복잡한 심경으로 신문을 보는 둘과 모미지를 번갈아 바라보는 이치린과 나즈린도 그녀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흠, 일단 아야의 신문은 아니구마. 엠바고도 무시했으니 다른 기자 텐구들이 눈치를 본 모양이제."

"일단 다행히 나는 모자이크네. 아야 걘 어딨는데."

"어딨는데에에에요오옷!!!!"

"빡쳐서 그 신문 전부 수거해서 없에려 돌아다니는 중입니다. 한심하긴."

모미지의 고소하다는 심경이 묻어나오는 말에 여럿이 공감하며 말했다.

"과연. 근데 자기도 아무렇게나 기사 썼던 거 보면 겪어봤어야 해."

"나무에게 사과하는 것보다 이런 일이 빨리 일어나서 다행이네요."

주위를 살피던 코코로는 박수를 몇 번 쳐서 자신에게로 집중시키며 말했다.

"그 언니는 지금 없으니까. 지금 있는 나 좀 봐줘봐."

자신이 그린 그림 몇장을 꺼내 자랑하듯 보여주자, 쿄코나 다른 요괴들도 그림을 보며 감탄하고 덕담을 나누었다.

"와. 예쁘게 잘 그렸네요 선이 너무 곱고 본질에 다가가는 만다라까지 있으니 성찰을 많이 하였군요."

"그리느라 정말 고생 많았겠어요. 색도 여러색이라 손이 많이 갔을텐데 정말 열심히 노력했네요."

뱌쿠렌과 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하는 코코로를 보며 모미지도 자신이 그려진 그림을 보며 웃으면서 코코로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색도 앙증맞고 귀엽네.."

"내 두건과 운잔의 명암까지 묘사하다니 대단한 걸."

"한 둘이 아닌데 그리느라 진짜 힘들었겠다."

"진짜 힘들었겠다!!! 그리고 예뻐!!!!"

무라사, 이치린과 옆에 있던 나즈린 및 쿄코도 싱글벙글 웃으며 감탄하자 코코로도 기분좋은 표정의 가면으로 의기양양하게 어깨에 힘을 주며 화답했다.

"으흐흐. 누에도 여기 있구마이."

"아.. 근데 난 정체 밝혀지면 안 되어서."

자신이 그려졌다는 그림을 살펴본 누에는 마치 다시마를 방물케하는 검은 줄 몇 개로 잘 안보이게 번져있는것을 보며 당황했으나 이내 의미를 알고 한쪽 입꼬리에 미소가 번졌다.

"당연히 그릴 때 감안했지."

대견한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해해준 것에 감사를 표한 누에 옆에서 마미조가 수많은 가면 그림들을 보며 말했다.

"그려, 이제 자신을 이해하니 남도 이해할 줄 아는 구마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하믄 참으로 신명난당께."

"고마워."

코코로가 칭찬에 두 손으로 볼을 눌러 입꼬리를 강제로 올리면서 표현하고는 여전히 웃은 가면으로 다음 그림도 보였다.

"이것도 내가 관찰한 거다."

아야와 모미지, 자신이 그려진 그 그림을 보고 마미조가 살짝 얼어붙어서 실없이 미소로 모면하려 하고 주위에서는 의심가득한 표정으로 모미지를 바라보았다.

"지금 교육환경에 외부적으로 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모미지 씨."

"잠깐, 그림이 뭘 표현한건지 들어봅시다. 설명해줄 수 있어요? 코코로 양."

그러자 코코로가 침도 삼키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두 텐구 언니가 탄막까지 뿌리면서 댑따 싸우는데 그걸 내가 봤어."

"아~" 하고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그 때 아야와 싸웠던 그 일이 떠오른 모미지가 한숨을 길게 쉬고는 해명하려 입을 열였다.

"아니,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이미 수습하기 힘든 주위 눈초리에 사면초가가 된 모미지는 너풀거리는 소매자락과 손으로 입을 가리곤 웅성웅성거리는 무라사와 쇼등을 바라보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해명했다.

"아니 그건 아야가 먼저 시비를 걸어서. 암튼 죄송합니다."

그렇게 해명을 보던 이치린은 '아야'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마미조에게 슬쩍 눈치를 주고는 정신 없을 때 사라지려고 바쿠렌을 향해 말헸다.

"아! 맞다! 깜빡했네. 저 공양간 양식좀 채우게 장좀 보고 올게요."

"네, 알겠어요. 이치린도 수고하시길. 나무삼."

서로 합장하고 대기하고 있던 운잔과 함께 급하게 활공하여 사라지자 뱌쿠렌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아. 저기 아무리봐도 그 쪽은 인간마을 방향은 아닌 거 같은데.."

"주지승께 미안하구마이. 내도 우리 아그들이랑 잠시 볼있이 있어가 좀만 보고 와도 될랑가?"

"아, 네. 그러세요."

모미지가 이탈조짐인 분위기에서 슬쩍 눈치를 보며 하타테에게서 받은 필름을 빈 필름과 교체하자, 뱌쿠렌이 코코로에게 다가갔다.

"자, 참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괄목상대하고 있어 대견스럽네요. 오늘도 절에서 많이 행하고 배워가도록 해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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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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