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9시 7분 몽전대사묘
"자, 오늘도 코코로양이 무척 열심히 참여해서 수업을 잘 마쳤어요! 태자님."
아야가 고개를 숙였다 든 후, 환하게 웃자 코코로가 무심히 미코와 토지코, 옆에 자연스럽게 낀 후토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텐구께서 이렇게 수고가 많으니 우리의 흘러가는 시간이 더욱 의미있어지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쥔 홀을 다른 손으로 박수치듯 두드리며 반겨주는 미코에게 모미지도 인사하고는 코코로의 어깨를 짚어서 미코 쪽으로 집었다.
"하루종일 수고 많았군요. 서로가 말이죠."
두둥실 떠있던 토지코가 눈빛을 날카롭게 주시하며 넌지시 말하자 아야는 머리를 한쪽 어깨에 붙이고는 다시 빙긋 웃어주었다.
"암, 수고가 많긴 했네. 배운 것도 많았던 자리였다네."
"근데 너는 어떻게 거기에 낀 거야?"
토지코가 시치미를 딱 떼고 후토에게 물어보자, 후토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침을 삼켰다.
"으음, 어, 뭐. 그렇게 되었다네."
"뭔 소리야."
"아하, 그렇군요."
홀을 두드려 둔탁한 소리를 낸 미코가 알겠다는 듯이 그녀들을 쳐다보며 웃자, 바싹 긴장한 토지코와 후토를 보고 코코로가 미코의 옷자락을 잡으며 물었다.
"뭐야? 뭐야?"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저 귀 기울여 속을 읽으면 본질이 보일 뿐."
하품하는 모미지와 웃고는 있는데 눈매가 다소 날카로워진 아야를 시선에 두고 주저 앉아서 코코로의 등을 토닥여준 미코가 다시 정중히 인사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늦은 밤인데 살펴 가시길."
"네! 감사합니다. 코코로양. 내일 또 볼께요."
"잘 가!"
코코로가 아야와 모미지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고서 둘이 다시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면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는 흐뭇한 표정의 미코를 보았다.
"저기."
"알고 있어요. 정말 많은 걸 배웠군요. 믿고 맡길만 해요."
그렇게 말한 미코가 토지코와 후토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대들처럼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무, 물론입니다. 태자님!"
"황송하옵니다!"
바싹 긴장한 토지코와 후토가 허겁지겁 예를 갖추자 입꼬리가 올라간 미코는 코코로와 잡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자자, 자기전에 간식이나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이야기나 해봅시다. "
"응, 좋아!"
손을 맞잡은 그 둘이 토지코와 후토를 신경 쓰지 않고 싱글벙글 말을 나누며 들어가자, 남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는 오늘 뭘 했었나?"
"뭘 하긴. 몰래몰래 도교 부흥을 위한 전도도 하고 살림도 준비 했지."
긴장해서 마른 혀로 입에 침도 묻히지 않고 고개를 돌려 말하는 토지코를 보며 후토도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나도 불교 녀석들이 어떤 음해공작할지 모르니까 밀착 감시했다네."
그 말에 지금까지 쭉 지켜봤던 토지코가 어이없었지만 영혼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후토도 더 할말이 없어서 고개를 똑같이 흔들었다.
"그럼 그만 들어가세. 피곤하니 회포나 풀고 싶네."
"어, 먼저 들어가. 난 주변 좀 쓸고 들어갈게."
"알겠네. 늦은 밤에 무리하지 말게나."
돌아서서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가는 후토를 조심스럽게 살펴본 토지코가 심란한 한숨을 푹 쉬고는 한쪽 구석에 놓여있던 빗자루를 쥐고 몸을 돌렸다.
"쓸게 많나 보죠?"
"어잇! 깜짝이야!"
돌아서자마자 해맑게 웃는 곽청아의 얼굴이 클로즈 업으로 시야에 들어온 토지코가 놀라 빗자루를 떨어트리자, 요시카가 재빨리 집었다.
"잘했어. 참 좋은 작품이지 않아요?"
곽청아가 순식간에 싸늘한 웃음으로 요시카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자, 요시카는 곧바로 토지코에게 잡은 빗자루를 건네주었다.
"하루종일 어디있었던 게지?"
"호호, 많이 싸돌아 다녔답니다. 그쪽처럼 하루종일 따라다니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죠."
그리고는 움추려든 목으로 침을 삼키는 토지코에게 묵직한 꾸러미 하나를 건네주자, 안의 내용물을 본 토지코는 그안에 가득한 네모난 조각 종이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지?"
"자세히 봐봐요. 흔히들 삐라(ビラ, 전단)라고 부르는 전단이죠."
조심히 조각을 바라본 토지코의 눈에 반가사유상의 모습과 함께 '혹세무민 1의 세상 귀의하여 안식의 길로.'라고 적힌 앞면이 들어오자, 황급히 뒤집은 뒷면에는 불경글귀 및 명련사로 찾아오는 길과 비사문천의 화신인 쇼, 주지승인 뱌쿠렌등 주요층의 얼굴과 명단이 적혀있었다.
"뭐야? 어디서 구한거지?"
"길바닥이요. 주워오느라 애썼답니다. 이렇게 편하게 떠있기 불편하게 허리나 무릎을 굽혀야 하니까 말이죠."
살짝 표독스러운 눈매로 불만에 찬 말투에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곽청아의 말에 토지코가 응했다.
"우리도 태자님이 시장에서 포교하긴 했지만 불교 쪽도 약속한 합의 이행을 깼다고 봐야하겠군요,"
"아, 합의한 기간중에 뿌린건진 몰라요. 색이 바라거나 흙 묻은것도 있는걸 보면 뿌린지 오래 된 것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토지코에게 가까이 다가가 싸늘하게 꺼낸 다음 말은 토지코의 뇌리에 비수처럼 박혔다.
"이걸 누가 만들었냐는 거죠. 여기저기에 대량으로 뿌려댔는데 말예요. 마치 신문처럼."
잠시 멍하니 생각에 들어간 토지코가 황급히 놀라며 말했다.
"그럼 텐구 그것들이."
"뭐, 절의 사주를 받았을 수도 있었겠죠. 그래도 분명한 건 절과 요괴의 산쪽은 내통하고 있다는 증거가 이렇게 있다는 거예요."
"그럼 당장 이걸 들이대서 이 판을 깨야.."
주먹과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 언성을 높힌 토지코에게 곽청아가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자자, 흥분은 그만. 귀공 말씀대로 합의 전에 뿌린거고 지금은 상관없다고 잡아 떼면 어쩌려고요. 더 할말 있나요?"
"하지만 내통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는데 그걸."
"증거라는건 확실하고 결정적일 때에 터트리는 거랍니다. 이거 외에 다른 것도 찾으려고 했지만 그나마 건진게 다예요. 강가나 산길, 인간마을의 망한 가게 문앞에 떨어진 전단지들에서 말이죠."
바싹 마른 입술에 혀로 침을 뭍힌 토지코가 고심하며 머리를 감싸쥐며 말했다.
"오늘 하루종일 지켜봤지만 텐구들은 가만히 있었고 정상적으로 교육 진행되었어."
"그래요? 대놓고 티내지는 않나 보네요. 하지만 불안한 것들은 언제나 조짐을 보이기 마련이죠. 제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산 전체가 철통 경비로 삼엄하다는건 그만큼 지켜야할 게 중요하다는 거니까요."
"그래서 산에 들어가진 못하고 건진게 이것이라는 건가?"
요시카가 토지코의 손에 있던 꾸러미를 가져가자 곽청아가 요시카의 모자를 바르게 고쳐써주며 말했다.
"물론이죠. 그리고 멀리서 지켜봐도 보일 정도로 모리야 신사로 가는 직통 참배로까지 만들어주고 주변 경비나 지원을 해주는 걸 보면 텐구들이 굴복했다고 볼수 있어요. 결국 모리야신사와 명련사간의 보이지 않던 밀월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거죠,"
"음.. 하지만 확실히하려면 부인 못할 증거를 더 모아야 할텐데."
"그럼요. 이제와서 티 안나게 하려고 노력 했는데 워낙 얘들이 산에 들어가게 하질 못하니 글른거 같아 나중에는 더 대범하게 하려고요."
"음.. 알겠네. 사고나 치지말고. 나도 계속 조용히 알아보도록 하겠네."
"네, 흐흐 사고는 무슨. 수고들하세요. 여러 세력이 얽힌 만큼 이왕이면 텐구들과 혹시 모르는 그 너머를 알아보길 바라요."
여유만만한 곽청아가 안으로 날아들어가고 요시카가 터벅터벅 뛰면서 뒤따르자, 마찬가지로 돌아선 토지코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찌뿌린 미간에 전보다 더 깊은 한숨을 쉬며 깍지 쥔 손을 만지작거렸다.
'절이랑 모리야 신사쪽의 텐구들이 내통이라면 이번 일에 우리가 놀아나는게 아닌가.. 당장 태자님이 아셔야 할 것 같은데 워낙 강경하셔서 말한들 받아들이실까.'
밤인데도 불구하고 텁텁한 습기에 머리에 쓴 에보시(烏帽子)에 땀이 차자, 벗어서 머리를 밤바람에 털어주고는 손가락으로 빗어 머리 모양을 만들어주며 생각을 정리했다.
'애초에 합의대로 되는 게 거의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더 심각해지기 전에 나중에 파토를 내야겠어. 판단이 설때까진 곽청아와 합세하는 수 밖에..'
에보시를 바르게 쓰고 들어간 토지코는 멀리서 신난 표정으로 등불을 피우는 후토를 보며 먹먹해진 마음으로 혼잣말했다.
"얘는 처음과 다르게 점점 놀러가는 것 같단 말야."
"응? 토지코, 방금 나에게 뭐라고 했었는가?"
"아, 아냐! 혼잣말이야. 내가 소릴 너무 크게 했네."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돌려 다시 불을 피우는 후토를 보면서 얼굴이 붉어진 토지코는 손바닥으로 정신차리자 하며 볼을 두드리면서 후토를 계속 쳐다보았다.
'쟨 도대체 거기서 무슨 생각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미코와 코코로의 방이 시야에 들어오자 멈추고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면 태자님은 속셈이나 속마음같은거 다 읽으실 텐데 무슨 생각인지 의중을 모르겠어.'
생각이란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가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의 토지코와는 달리 미코는 환한 미소로 코코로의 복습을 기특하게 격려해주며 마치 무용담같은 코코로의 배움 자랑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PM 9시 35분 요괴의 산 입구
반대편에서는 아야와 모미지가 서로 아옹다옹하면서 요괴의 산의 관문인 출입 통제소 전방에 진입하였고,
산 전체에 수많은 불빛들과 함께 곶곶의 불켜진 초소들. 모리야 신사나 주거지역으로 안내하는 가로등, 안테나나 관측소같은 여러 시설들이 어둠을 밝히며 야경을 만들자 공중에 떠있던 모미지는 그 웅장함에 감탄하다가 아야를 보고 썩은 표정으로 착지했다.
"자, 다 왔네요. 모미지랑 싸우느라 심심하진 않았지만."
모미지는 배낭을 아야에게 집어 던지는 것으로 답했다.
"살살 안 다뤄! 얼마나 예민한 것들인줄 알아!"
"알아서 던진거다."
"아잇, 짜증나." 아야가 빵빵 뛰며 토라지자, 무장한 경비대원들이 전등을 들고 다가왔다.
"산 밖에서 척결!"
경비대원들의 경례에 모미지와 아야가 같이 경례를 받아주고 아야가 나중에 내리자, 대원들도 경례를 내리면서 무전기를 들고 신원을 확인했다.
"둥지, 통제소에서 2분 입산 심사중, 검사대 통과시고 신분증 보여주시죠."
모미지와 아야가 서로를 노려보며 검사대를 통과하고 신분증을 건네자, 그렇게 꼼꼼히 읽지도 않고 바로 돌려주며 간단하게 금속탐지기와 혈액 판별 기계로 신원을 확인한 뒤, 자신들의 경계태세를 풀었다,
"등록된 거주자 확인 완료, 환영합니다. 들어오십쇼."
"들어올때마다 바늘로 찌르는 혈액검사는 귀찮단 말야."
모미지가 투덜거리자 아야가 알코올 솜으로 문지르면서 말했다.
"그래도 안보가 털려서 모든 책임을 모미지가 독박쓰는거 보단 나을걸요. 후후."
"안보 걱정되면 날 밖으로 끌고 다니지 말던가."
퉁명스럽게 쳐다도 안 보고 기가찬듯이 말하는 모미지에게 아야가 피식 웃으며 혀를 찼다.
"야, 쟨 못들어오게 먼지까지 털어서 검사해."
"네?! 아, 아아 네.."
당황 경비대원들이 억지로 웃으며 시선을 돌리자, 뿔난 아야가 모미지쪽으로 바람을 몰아쳤다.
"하기만 해봐! 좋은꼴 못 볼 거니까."
"시원한데 한번 더 해보지 그래. 난."
칼을 뽑아든 모미지가 허공을 한번 가르며 바람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이걸로 시원스럽게 베어줄테니까."
"후후후후, 해봤자 잔상만 가르겠지. 할일도 많고 바쁘니까 나 먼저 간다."
"니 까짓게 하루종일 일해놓고 뭘 또 할게 있다고."
"너 골려줄 구상이요."
씽긋 웃으며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고 모미지를 가르킨 아야의 모습에 빡친 모미지가 칼을 휘둘렀으나 빙그레 웃는 아야의 잔상만 허공에 흩어졌다.
"거봐 내가 말했지? 캬하하핳하핫"
이미 저 멀리에서 고래고래 외치며 폭소하는 아야를 보며 토킨도 떨어트린 모미지가 씩씩거리든 말든 주위의 경비대원들은 모미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와아.' 하고 감탄했다.
"내일도 푹 쉬어서 시달릴 준비 잘 하라구! 꺄르륵. 푸히힛."
잔상을 남기고 순식간에 사라진 아야의 꽁무니만 바라보며 분한 마음을 삭히던 모미지는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후.. 아 짜증나. 칩입자 및 출입대장 줘봐."
"네. 경비대장님."
야간투시경을 벗은 카라스텐구가 모미지에게 관련 서류를 건네주자, 하나하나 조목조목 확인한 모미지가 말했다.
"침입자가 생각보다 많아진것 같으니까 경계 최대한 신경쓸 수 있도록."
"네, 대장님. 자택으로 돌아가십니까?"
"아니, 부대 복귀."
"네, 둥지! 둥지! 각응 장기판으로 귀환. 반복한다. 각응 장기판으로 귀환."
"무전은 됐어. 조용히 들어갈거야."
무전기를 조작하던 캇파와 카라스텐구가 당황하며 모미지의 눈치를 보았다.
"주파수 다 맞췄는데.."
"그래도 당번병이라도 붙이시지.."
"아냐, 늦었는데 교대시간 될때까지 경계근무 열심히 하도록."
"네! 산 안에서 단결!"
날아서 부대 막사로 들어간 모미지는 불침번과 경계임무의 대원들에게 경례세례를 받은 뒤, 금방이라도 잠들것 같은 표정으로 초퀘해진 부관이 경비대장실 문 앞 의자에 서류를 안은 모습으로 맞이했다.
"산 안에서 단결."
"응, 기다리느라 고생많았어."
"대장님이 무전기를 안 가지고 가셔서 보고사항 드리려고 기다렸습니다."
반가운 목소리로 빠르게 경비대장실 문을 연 부관은 책상에 수북한 결재서류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물론 처리하실 일도 많고요."
"하아아.. 그냥 전결하면 안 돼?"
"위에서 내려온 사항들 간추린 겁니다."
"왜 내가 없을 때만 쏟아지는 건데.."
"모르겠습니다, 죄송한데 저 하품좀 해도 되겠습니까?"
"응, 해."
그 말과 함께 눈물까지 흘릴만큼 긴 아픔과 함께 기지개를 피며 눈을 비빈 부관이 인감도장함을 모미지에게 대령했다.
지문 인식과 함께 함의 뚜껑이 열리며 인감도장을 쥔 모미지는 결제서류를 읽고 부관이 허리를 세우며 자리에 앉아 대기했다.
"화요일날 축제한다며."
"네. 그렇습니다."
서류를 꼼꼼히 읽으며 도장을 찍던 모미지는 서류에 있던 축제관련 계획을 읽으며 말했다.
"경계태세를 낮추고 경비부대의 일부를 축제 통제 인원으로 쓴다고 되어있는데 내가 부재인 상황에서 심각한 안보 공백인것 같은데."
"위에서 내려온 지침입니다. 현장을 잘 모르실 수 있겠죠."
"아니 내가 있으면 병력을 몰아쓰든 말든 커버가 가능한데, 외부존재들을 다 받아들이면서 초계임무를 헐겁게 한다는 건 너무 태만한것 같아. 아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잖아."
"그래서 캇파들의 감지기나 레이더등 탐지 체계와 조기 경보장치에 그렇게 투자하시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병력 분산과 대장님의 부재를 염두해두고 말이죠."
"아니 그냥 내가 안나가면 되는 거 아냐. 대텐구님의 신하이자 산의 방위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데 경계태세를 낮출 순 없어. 이건 대텐구님에게 말씀 드리거나 보류 해야겠어."
모미지가 싸늘하게 도장을 찍지 않고 서류를 넘기자 부관이 벽에 걸린 부채로 모미지에게 부채질해주며 말했다.
"하긴 모든 사단이 나면 책임지셔야 하는 자리이신데 요즘은 자리에도 없으시니까요. 가뜩이나 갓파들의 장치들로 만회한 경비 병력들이 다 공병대나 여러 다른 작업에 끌려가는 실정이기도 하고요."
"응? 배수로 공사 안 끝났어?"
"계곡쪽으로 물 잘 빠지도록 새로 판답니다. 그리고 그쪽 서류에 파견 건 있을 텐데요."
모미지가 부관의 말을 듣고 다른 서류판을 보자 '대인간지원-시설 건축 파견'이라는 제목의 계획서가 들어왔다.
"인간마을에 경비부대 2개 중대병력과 캇파 공병대 제 1건설단을 파견하여 저수지, 둑 및 주거생활 개선 지원 임무.. '텐마'령.."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긴 모미지는 '텐마령'이라는 글자에 도장을 찍으며 말했다.
"우리가 사는 곳 내부공사도 안 끝나는데 이젠 인간들 사는 곳까지 외부공사라니. 남는 TO 2 있어?"
두 손을 모으고 입에 대면서 한숨을 불어 모은 모미지가 따뜻해진 손을 비비며 묻자 부관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난처한 기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만들어 봐야죠."
"아.. 아 짜증나. 우리가 주력 전투부대인지 막노동부대인지... 공병대장에게 산을 다 갈아엎을 거냐고 따지든가 해야지."
"직접 연결할까요?"
구석의 직동 무전기의 수화기를 든 부관이 묻자 모미지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늦었잖아. 얼른 퇴근하고 편하게 눈좀 붙여."
"네, 알겠습니다. 산 안에서 단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경례하고 잽싸게 나간 부관을 바라보던 모미지는 다른 서류에 대텐구 직할대 소속 의무대 정기검진 계획서 등 다른 서류에 도장을 찍고 액자에 걸린 부대 배치 현황 지도를 꺼내서 돌돌만 후에 경비대장실의 문을 잠그며 막사를 나섰다.
밤이 더욱 칠흑같이 깊어갈 무렵, 산의 봉우리중 정상쪽 동쪽에 둥글고 커다란 레이더와 여러종류의 안테나들, 고개를 푹 숙인 수많은 깃발들과 거대한 망원경이 자리잡은 막사안에서 레이더 화면과 관측장비들을 번갈아보던 텐구와 캇파, 다른 요괴들이 근무복에 구름과 태양 사이에 눈이 자리잡은 앰블럼 비표를 단 채로 통신장비를 다루며 근무하고 있었다.
[여긴 기상관측소. 7/24일 기상 관측 부대 관측결과를 전파한다. 현재 날씨는 맑음. 적운마저 없으며 풍속은 0.1m/s로 바람마저 불지 않음. 달은 하현달. 기온 27도의 열대야가 기승이며 내일 앞으로도 무더위가 예상되니 작업 및 근무시 주의 요망.]
마이크에 전파를 마친 텐구가 관측 사진에 승인 도장을 찍고 날짜별로 정리하는 사이에 문이 열리며 관측소 안의 분주하던 모든 이들이 경직되어 시선을 집중했다.
집게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킨 모미지가 경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사이, 뒤따라 온 다른 백랑텐구들이 통신장비들의 전원을 강제로 끄거나 끄도록 한 후에 어리둥절한 그들 주위로 가져온 술과 부식거리등 보급품을 구석에 나두었다.
"청소 다했나?"
"눈에 보이는 것들은요."
"좋아. 이제 여기 부대장은 어디있나?"
당황해서 웅성거리는 관측소 대원들 사이로 키작은 캇파가 터벅터벅 걸어오며 경례했다.
"기상 관측 부대장입니다. 연락도 없이 경비대장님이 무슨 일로."
"중대 사항이다. 이 시간 후로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3급 기밀로 취급해도 된다."
모미지의 엄숙한 목소리에 기술담당인 캇파들이 이미 전원이 꺼진 헤드셋과 마이크, 이어폰을 내려놓고 아예 다른 장비의 전원을 내리자 모두들 보급 술병을 들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이 외진 곳까지 오신 거라면 엄청난 중대사항이겠지요?"
모미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린 텐마님과 대텐구님이 발령하신 주민 융합령으로 이렇게 누군가를 다스리고 능력에 맞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지 않았나."
"네, 물론입니다. 지도부의 은공 덕분에 이렇게 종족이 달라도 인정과 대우받고 있죠."
같이 온 대원들이 관측소 병사들에게 보급품을 전달하고 모미지와 같이 술병의 뚜껑을 까고는 건배하며 마시려던 부대장은 모미지와 같이 따라온 병사들의 비표가 치안과, 보급과, 병기과, 요사과(妖事課)등 다양한 것을 보고 의구심을 가지며 술을 들이켰다.
"캬아, 감사합니다. 경비대장님. 그런데 그런 말씀은 어째서?"
마찬가지로 병나팔은 분 모미지도 심각한 얼굴로 인상을 찌뿌리며 말했다.
"그런 텐마님과 대텐구님의 은덕을 배신하는 일이 요즘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확실한 겁니까? 그런 큰일날 소리를!"
놀라서 벌떡 일어난 부대장이 펄쩍펄쩍 뛰자,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심해지든 말든 모미지가 서류를 꺼내들며 말했다.
"현재 예산을 검토해보면 운영비에 심각한 누출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비리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 내사를 맡고 있는 내 휘하의 치안과와 자금운영을 맡고 있는 경리과 등에 대해 특별 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필요하면 캇파 공병대도 말이지."
잠시 한대 맞은 듯, 멍하니 모미지를 바라본 부대장을 마찬가지로 병나팔을 불고는 술병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하... 그러니까 감사를 맡고 있는 치안과에 대한 감사를 포함하여 경비부대의 핵심에 대한 비리조사를 하신다는 말씀이군요."
모미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부대장이 '꺄하핫.'하고 웃었다.
"감사하는 쪽을 감사하자니 재밌군요."
그리고는 표정을 바꾸어 한숨과 함께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런데 그걸 왜 저희에게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압수수색이나 내사는 말씀하신대로 치안과 전문이고 저희야 기온이나 재고 지진등 재해를 경보하거나 하늘만 쳐다보는 곳이지 않습니까?"
"치안과장이나 공병대장등 조사 대상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병력이 필요해. 뜻을 함께 모아서 결행때까지 입닫고 기다리다가 바로 압수수색해서 자료를 박스에 담고 나올 수 있는 머릿수말야."
"아, 그래서 뒤 쪽에 소속이 가지 각색인 이유가."
"내 뜻에 따르는 임관한지 며칠 안 된 소대장 및 병사들이야. 여러곳을 압수 수색하려면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직속상관의에게 누설해서 입밖으로 세어나가지 않아야 하니까."
그녀가 건네준 요(妖)적관리 직위 현황표 서류를 건네받고 뒤를 흩어보며 생각에 잠긴 부대장이 주변 대원들을 바라보며 보급된 오이를 까득 소리가 나게 씹으면서 말했다.
"좋습니다. 여기야 외진 곳이지만 정상에 있다보니 주거지역이나 근무지랑 가까워서 전원 무장하고 투입되면 신속하니까요. 아랫요괴에서 잘못된 곳은 고쳐야 하는 법. 대텐구님 승인은 받으셨겠죠?"
모미지가 고개를 젓자 부대장이 살짝 당황하며 불안한지 오이를 잘근잘근 씹었다.
"어.. 이거 잘못해서 아무것도 안 나오거나 마찰이라도 일어나면 항명에 항명이 꼬리를 무는 내란으로 취급받을수 있다는걸 감수 하시는 건지요?"
"간접 증거는 있어. 그저 나는 돈의 행방과 이것이 비리와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 뿐이야. 진짜 비리라면 그런 암덩어리는 축출해야지."
"어쩔 수 없군요. 꺼읍, 죄송합니다. 갑자기 술이 들어가니 트림이.. 그럼 담을 박스는 구비해 놓았습니까?"
"저희 치안과 3중대 치장창고에 짱박힌 박스들 쓰시면 될 겁니다."
치안과 비표를 단 백랑텐구가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주위의 비표를 살펴보던 부대장이 말했다.
"뭐 저희야 순환 파견도 많고 근무도 많아서 은근히 머릿수가 많아질 때니까요. 다만. 궁금한게 왜 작전과는 없는지요."
"급하게 모의한거라 아직 포섭하지 못했네."
모미지가 술을 마저 들이키며 말하자 부대장이 더 못믿겠다는 표정으로 눈쌀을 찌뿌리며 말했다.
"에에? 그거 곤란한 말씀이군요. 지금 통신의 외적인 부분은 우리 캇파가 담당하지만 부대에서 내적인 통신관리는 작전과가 맡고있지 않습니까. 대텐구님과의 직통전화도 말이지요. 누구보다 상부에서 내려오는 정보를 전달하는 부서인데 상부와 조율하려면 당연히 필요하지 않습니까. 정말 저쪽이 모의하고 있어서 모함이나 누명같은 반격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푸시려고..?"
솔직히 작전과장이 조금 껄끄럽기도 했던 모미지가 말은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지금 만남이 끝나는 즉시 포섭할 생각이네. 자정작용을 위해서 하는 대의라면 충성심 박힌 누구나 다 동의할거야."
"충성심.. 충성심이라. 아, 작전과라면 좀 그게 걸릴 수도 있겠군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듯 헤픈 웃음을 짓는 부대장을 보며 모미지가 당황하여 물었다.
"어째서?"
"솔직히 경비대장님이나 저나 텐마님과 대텐구님의 융합령 덕분에 밑에서 위로 직위상승하지 않았습니까?"
"응, 그건 그렇지."
"카라스텐구인 작전과장은 융합령 때문에 위에서 밑으로 좌천된 사례거든요."
"..."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한 모미지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숨기려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래도 대텐구님의 녹을 먹고 사는 자라면 충성할 걸세. 내 밑이면 내 명령에 따르게 되어있는게 규칙이고."
"네, 뭐. 아무튼 이 불안요소는 반드시 해결 되셔야 뭐 소득이 있을겁니다. 그렇게 큰 거액이 사라진거라면 그만큼 대비가 되어있다는 거니 치밀하지 않으면 헛탕만 칠 테니까 말이죠. 보니까 경비대장님이 직접 나실정도로 많이 헤쳐먹긴 했네요. 여기가 한직이라 멀리있긴 해도 돌아가는 걸 보면 이해도 갈 듯 싶지만..."
서류를 돌려준 부대장이 자신의 부하들에게 미묘한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부하들도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압수수색은 언제 할겁니까? 증거라도 보존해서 어떻게든 얻으려면 아주 불시에 해야할텐데요."
"일단 기회보고 소집명령을 내릴 때까지 본업하면서 대기하게."
"그럼 더더욱 작전과가 필요합니다. 우리끼리 무전을 주고받거나 조사대상들의 무전을 끊고 주위 정보를 통제할 필요가 있어요. 제가 기기를 만드는데 협력한 캇파라 더 잘 압니다."
"일단 니토리에게 도움받으면서 지휘관 권한으로 작전과도 부속시킬테니 걱정하지 말게."
그러자 납득됬다는 듯이 부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명령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참, 보급품 감사드립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모미지가 경례를 받고 방패와 검을 진 채로 같이온 부대원들에게 손짓하자, 모든 기기의 전원을 대원들이 상냥하게 켜주고 관측소를 벗어났다.
"얼추 조사병력은 만든 것 같습니다."
"수고했네. 경리과 쪽은 명령 나오는 즉시 자네가 쓸어서 조사하게."
"네. 맡겨만 주십시요. 백랑텐구의 감으로 다 쓸어 모으겠습니다."
"그리고 자네들은 집에 들어가거나 부대로 복귀하게."
그러자 옆의 보급과 비표를 단 카라스텐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 작전과로 안 가십니까?"
"갈 거야. 하지만 이렇게 티나게 무력시위할 필요는 없어. 그래도 격식이 있으니 진지하게 이야기해봐야지."
고개를 끄덕인 주위에서 하나둘씩 흩어지자, 마찬가지로 부대내로 들어간 모미지는 손바람으로 열기를 식히며 귀를 팔랑이고서 천리안으로 부대일정표에 작전과장이 퇴근한 것을 확인하고는 품안에서 필름을 꺼내어 만지작거리면서 늘 가던 약속장소로 날아올랐다.
기척을 내며 착륙한 모미지가 조심이 주변을 서성이자 풀숲에서 각진 무언가가 튀어나와 모미지의 어깨를 덥썩 잡았다.
"거기 계셨습니까?"
"아, 뭐야. 왜 이렇게 늦은건데. 여기 날파리도 달라붙어서 짜증나고 올빼미가 '꽤애에' 하고 울어대지 않나. 언제 울릴지 모르는 경보기의 공포에 날씨는 또 더워서 애먹었단 말야."
토킨이 떨어질 듯이 묶은 양갈래 머리를 흔들면서 목에 멘 목걸이 카메라를 들썩거리며 울상으로 방방뛰며 야단법석을 떠는 하타테를 보고 당황한 모미지가 황급히 입을 막으며 말했다.
"쉿, 조용. 지금까지 잘 숨어있다가 치안과 대원들에게 들키고 싶어요?"
"아, 알았어. 알았다고." 하타테가 잔잔하게 뭉치는 날파리 때를 허둥지둥 손으로 쫓아내며 대답했다.
"그리고 '꽤애애'하고 우는건 부엉이에요. 올빼미는 '아우 우'하고 운다고요. 저기 절벽 너머에 있는 게 딱 생긴것도 부엉이네."
안쓰러운 표정으로 천리안까지 쓰면서 친절하게 가르쳐주자 하타테가 울상으로 모미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워낙 밖에 안 돌아다니니까 울음소리까진 모르지.. 그리고 어차피 둘 다 육식하는 사나운 애들이잖아."
'허허.'하고 웃었지만 난처한 기색으로 팔에서 하타테를 떨어트린 모미지가 물건을 꺼내들었다.
"자, 여기 물건입니다."
모미지가 건넨 필름들을 받아든 하타테는 만족스러운듯이 체크무늬 가방에 넣고 말했다.
"고마워! 수고 많았어."
"그 까마귀 곤란해지도록 잘 모아서 확실히 터트려야 되는 거 알죠?"
"그럼, 그럼. 잘 보관하고 있다고."
"다행이군요. 그것만 믿고 이 일하는 거니까요."
"요즘은 좀 어때?"
"그냥 끌려다니고 코코로양 교육시키는 것 보면서 필름갈고 짐꾼하는데.. 전 제 일이나 하고싶군요. 화요일에 하계제를 여는데 아무나 다 오는 자리에 보안경계태세를 낮추려고 하니 뭔 일이 터저셔 피박쓸까봐 그게 걱입니다."
"보안 경계를 낮춰? 그건 좀 이상한데. 나중에 물어봐야지." 하타테가 수첩에 기록하며 말했다.
"텐마님과 대텐구님 령으로 내려온거라 공적으론 알아내기 힘들겁니다."
"그래도 의심은 해봐야지. 지금 하는 일도 그렇고, 이해가 안 되잖아."
"그건 그렇죠. 아니 근데 이해 안 되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니 미치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혀를 내밀고 체온조절하던 모미지가 갑자기 생각이나서 말했다.
"맞다. 나중에 일 하나 벌일건데 그때 특종하나 물어다드리죠."
"응? 특종이라니?" 하타테가 한손으로 펜을 돌리면서 모미지를 쳐다보았다.
"내부 병폐와 관련된 비리건이라 나중에 부를 때 같이 동행하시면 자료 모아서 큰 거 하나 확실하게 드리겠습니다.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응, 물론. 걱정하지마. 잘 할테니까, 나도 잘 부탁해."
모미지가 눈치를 보다가 주위를 살피며 자리를 뜨고 하타테도 손 부채질을 하며 눈치를 보면서 풀숲에서 벗어나 어둠속에 행방을 지웠다.
PM 11시경 지령전
깊어가는 지상의 어둠만큼 어둠을 간직한 깊은 아래에 위치한 지저에서는 지령전의 주위를 돌던 오린이 누군가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두 손을 모으고 반갑게 인사하고는 다른 애완동물들에게 다과상등 이것저것 준비할 것을 말하고 오쿠에게 주위를 경계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상대를 천천히 호위하며 집무실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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