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족한 미소로 마미조를 도와주는 손길이 빨라진 하타테가 의기양양하게 신문들을 날짜 별로 펼쳐놓았다.

"일단 핵심 주제들을 알아야 하니께 큼지막한 사건 별로 봐야쓰겄으이."

"큼지막한 사건이라면 헤드라인부터 보면 되죠! 그게 신문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니까 말이에요."

"그러제. 하타테 양도 기자답게 초점을 잡고 추론하는 능력이 날카롭구만 그려."

첫 번째 기준을 작년 요괴의 산에서 벌어진 자연이 황폐화된 이변으로 삼은 마미조가 날짜별로 신문들을 확인하자, 하타테도 아야의 신문들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내용을 살폈다.

"이 신문이 '요괴의 산 침공'으로 부터 1주일 뒤인데 이때부터 신문 발행 간격이 매우 빨라졌어요. 그럴만한 대사건이었지만."

"요괴의 산 침공 말여?"

"네. 사건에 대한 저희 공식 명칭이에요. 귀찮지만 저도 꼴에 텐구니까 어쩔 수 없이 나간 정기적으로 텐구들 회의 나갈때마다 뭣모르고 달에게 당했다고 분개해 했어요. 실은 저야 텐구 정기 회의에만 나가고 집에 박혀있다보니 상부가 어떻게 굴러 가는지 잘은 모르지만.."

하타테의 말에 '내부자'라서 기대했던 마미조가 미간을 살짝 찌뿌리며 심층정보에 대한 아쉬움을 몰래 표현하며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그때부터 ''방어'를 위한 '군' 개념이 생겨나긴 했어요. 구멍난 방첩력, 초계임무 및 방위력도요."   
"음? 방첩력?"

마미조가 희동그레진 눈으로 쳐다보자 하타테가 신문 하나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네, 공격 당한게 다가 아니었거든요. 보세요. 달 침공 이후 며칠 안 되서 나온 기사를요."

그녀가 펼쳐든 신문의 헤드라인과 기사들을 유심히 본 마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래 침공의 배후는 달, 명분은 천도

<긴급 단신>

이변조사 및 대처에 나선 무녀 레이무, 사나에 증언, 달에서 '천도'겸 '정화'목적으로 기계를 푼 것으로..

'이글레빗'이라는 달토끼 특작부대가 호수에 미리 침투하여 임무 수행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세간 경악.

빼돌려진 정보가 무엇인지 이변을 해결한 사나에 양과 협력하여 취재중. 

텐마 격노 '명백한 침공 행위 강력 규탄.'  대텐구 대변요괴 '구멍뚤린 외, 내부 경계에 대텐구 및 상부 충격, 엄밀히 조사해 백랑텐구 초계조 징계위원회 열 것.' 여론, 불시의 국지도발에 '보복불사' 주장피력, 격양되어 일촉즉발 위기.

 

"이글레빗이라.."

"적 특수부대가 본진 내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는건 명백한 선전포고잖아요. '침략'이 아닌 '천도'라는 혈압오르는 단어 사용에 투명한 기계로 단시간에 자연을 박살내놓은 압도적인 군사기술력에 유린당했으니... 게다가 백랑텐구들까지 풀어서 엄격히 경계를 서는 배타적이었던 우리로서 '산 안'의 호수에 침투까지 허용했으니 안방에 적이 있다는건 이미 비정규전을 당할 정도로 '전선'이 붕괴되었다는 거라서 얼굴도 거의 못 뵙던 텐마님이 아주 방방 뛰셨죠. 우리가 못 봐서 그렇지 텐마님도 이불이 남아나지 않으셨을테지만. 까하핫."

가볍고도 씁쓸한 헛웃음을 짓는 하타테의 말을 들은 마미조가 그녀의 자조섞인 농담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중하여 기사들을 살폈다.

"그 다음 2주 뒤의 신문이로구만 그려. 큰 제목들만 봐 봄세."

 

 영원정과 협력한 요괴의 산 침공 공동 진상규명위원회 발족, 달과 교섭 시작.

<주요 단신>

침공 원흉으로 월인인 키신 사구메로 밝혀져 영원정의 에이린 씨를 통하여 달에게 사죄와 피해보상요구할 것,  텐마 기자회견  '보복 이전에 순리와 자존심의 문제.'  전문가들 민심 완화 목적으로 보여.

-대텐구 에이린씨와 연계하여 공동 사과 요구교섭안 작성시작. 밀회 예정.

-초계조 징계위원회 대텐구령으로 해체, 그 이유로는 '방위 임무에 문제가 아닌 체계 자체의 문제'지적.

달의 우월한 기술은 캇파의 과학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어.- 카와시로 니토리 인터뷰 - 3면에서 계속

 

"달과 대화를 시도.. 지상에 있는 영원정을 매개체로 했나보구마이."

"네, 그럼요. 저도 알아봤는데 달과 직접 대화는 전혀 말이 안 통하는 애들인건 둘째치고 전쟁불사를 외칠 정도로 우리가 쳐들어 갈 분위기였으니까요. 하필 카라스텐구라 그때 끌려가서 민방위 훈련이 많이 귀찮았지만. 쯥.  그래도 체면과 가오로 사는 텐구다보니 폼나게 신사적으로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던 거죠. 뭐.. 근데.."

손으로 턱을 괴며 말을 머뭇거리는 하타테를 보며 마미조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근데 라니? 뭘 말임가그려?"

"계속 살펴보시면 아실 거예요. 저도 기사쓴 적이 있어서  제 화과자 염보랑 교차검증해도 내용은 비슷할 것 같긴 해도요."

아래에 있던 기사까지 꼼꼼히 읽은 마미조가 신문이 팟팟하게 펼쳐지는 소리로 응답했다.

 

산 복구 사업 1차 사업자 명단 공개

-이번 침공으로 파괴된 자연을 조속히 복구하기 위하여 요괴의 산의 자산으로 계획된 산 복구사업에서 사업 파트너로 '카자미 유카', '아키 시즈하', '아키 미노리코'가 선정되어 3일 내 계약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사업 당국이 밝혔다. 보조 사업 파트너로 '릴리 화이트', '리글 나이트버그'와도 조속한 산의 생태계 복구를 위해 선정대상으로 물망에 올라 계약 준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캇파의 기술로 비료설비 생산을 위한 화학 비료공장 부지 선정 완료, 착공 시작.


"확실히 이 사건 이후로 기존의 일상적인 내용이 많이 없구먼."

"아무래도 그렇죠. 다른 텐구들 신문도 마찬가지고요. 우리에겐 큰 충격이었으니까. 제 신문도 그렇고 다들 '눈 뜨고 당했다'는 사실에 눈이 뒤집혔거든요."

 

달 공개적 사과 거부로 협상 결렬. 피해배상은 할 의향 있다고 밝혀.

<주요 단신>

-텐마와 대텐구가 공동으로 주장한 요구사항 거부.  영원정 에이린은 달로서는 무리한 요구, 하지만 대리사과의 의미로 피해보상은 도울 것이라고 밝혀. 대화 창구로 공동 진상규명위원회는 유지할 것.

-대텐구 대변요괴 曰. 텐마와 산의 지배층, 피지배층, 타 요괴들이 격노한 상황이지만 뭐라도 얻기위해 피해보상에는 협의할 것.

-달에 대한 여론 악화, 보복불사하나 이번 사건을 바라본 군사고문 베테랑 백랑텐구과 기술고문 캇파들 의견으로 현재 방위체제와 무장능력으로는 달 못 이겨. 

"사건 후 두 달전 신문인데 제3자 입장에서는 꽤 달이 잘못한 것처럼 써진것 같구마이. 마치 기관지처럼 느껴지고 말여."

"우리도 그렇게 많은거 바란거 아니었어요. 저도 염사해서 지켜봤었는데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 진심으로 사과를 요구했을 뿐인데 그것마저 달쪽이 거부하더라니까요. 때려놓고 사과도 거부하니 더 빡칠 수 밖에요."

"흠.. 이게 그 다음 달 신문."

 

대텐구령 '주민 융합령 발령'

텐마 승인후 曰. 산의 부흥을 위해 종교와 신분제를 넘고 다양한 요괴들의 구심점될 것.

대텐구가 직접 사회, 행정 체계와 방위체계를 개편하면서 신분과 종족에 상관없이 능력만으로 그 계급을 맡는 '융합'을 위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텐구, 캇파, 신, 요정 할 것 없이 누구나 산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그에 합당한 자리와 함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여 큰 파장을 몰고 있다.

단순히 백랑텐구들이나 카라스텐구들이 초계 및 방위를 서던 기존 신분적 방위 체계에서 정규군대인 경비부대를 창설하고 치안을 위한 치안과, 보급과, 병기과, 전술및 작전, 통신을 위한 작전과등 부서를 나누어 효율적으로 운용할 예정이며 경비부대장으로는 천리안을 가진 백랑텐구 '이누바시리 모미지'가 다른 고위직을 제치고 능력만으로 낙점되어 파격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군사 방위력 강화를 위해 체계 개편 및 캇파의 과학기술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우대할 예정이며 다른 요괴나 종족들도 산에 산다면 그만큼의 능력대로 대우할 것을 약속하는 처사는 같은 공동체로서 모리야신사와의 관계 개선 및 협력을 신호탄으로 텐구들과 고위직을 제외하고 매우 환영받고 있으며 이번 주 말로 산 안의 종족에 대해 상호 방위 및 우호 협약을 맺을 것으로 밝혔다. 또한 적 침투부대의 공작을 막기위해 경비체계 개편 및 주민등록 제도가 실시되어 오는 월요일부터 주민 등록 및 주민관리를 위한 주민 통제소와 출입통제소를 설치하여 더 나은 주민 서비스를 위해 행정 체계도 개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세간에는 이번 조치가 개혁적으로 환영 받으나 기득층과 구 체계에 익숙한 이들에게 매우 강한 비판과 거부를 보이며 반발을 뜻으로 분열적인 움직임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강력한 항의와 규탄이 예상된다. -2면에서 계속


"항상 궁금했던 거신디 이 융합령이라는게 말혀. 말로만 들으면 꽤나 합리적이고 평등한 것 같은디 내가 보기엔 오히려 더 꽁꽁 싸매고 감추려는 것 같으이. 텐구아씨는 어쩐가?"

양갈래 머리를 각각 손으로 잡고 돌리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던 하타테는 고심하다가 대답했다.

"저야 뭐 산에서 기존의 기득권층에 가까운 종족인 카라스텐구긴 해도,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산을 보면 긍정적으로 봐요. 다만."

"다만?"

"말씀처럼 꽁꽁 싸맨다는게.. 저야 밖에 많이 안돌아다녀도 느낄수 있을만큼, 다양한 종족들이 서로 능력에 맞는 자리를 맡고 외부에 대해 허용선에는 개방적이지만 그 반대로 허용되지 않는 쪽에서는 심할만큼 폐쇄되고 통제받고 있어요.  주민등록도 그렇고 범죄를 막는다고 치안과가 막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끌려가는 자리도 많아지고 출입 불가구역도 많아졌고요."

'솔직히는 내가 요괴 많은 자리는 안내켜서 부쩍 많아진 여러 행사나 공무자리에 끌려다니기 귀찮아 그렇지만.'

그녀의 귓가를 쓸어내리며 자신이 요괴의 산에 침투했던 회상에 잠긴 마미조에게 문득 무언가 떠오른 하타테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 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처럼 부조리에 대해 파고계시다니 공감대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러자 마미조가 차분하게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

"아직 초야에 묻혀있지만 하루사키 히카리(春先 光)라고 하네."

"네, 히카리 씨. 같이 취재해서 다행이에요. 혼자면 아무래도 교차검증이 힘들잖아요."

정중히 악수한 하타테가 두 손을 모으고 몸을 흔들면서 기뻐하자, 여전히 머리속으로 의혹과 증거들을 종합하고 교정하던 마미조가 흐뭇하게 웃었다.

"혼자?"

"아, 네."

순간 모미지가 떠오른 하타테가 아차 싶었지만, 이미 먼저 말해버렸기에 뭐 상관있겠나 싶어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나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서 다행이구마이."

"네, 그러게요. 헤헤."

반짝이는 안경너머로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마미조의 동공을 본 하타테가 쑥스럽게 웃었다.

"그럼 같이 융합령 다음에 기사들을 보장께."


괴사건 발생, 전대 미문의 연쇄 실종사건.

3차례나 인간 및 요괴실종, 대상자들은 어떤 증거나 사유도 없이 사라져 하쿠레이 레이무, 키리사메 마리사, 코치야 사나에등 무녀와 마법사도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고 용의대상은 금품이나 원한관계는 아닌 것으로 지정하고 요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차례는 인간마을에서 실종자들이 최종 목격되었으나 이번 실종자는 3일 전 안개의 호수에서 낚시하던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마을을 자주 접하거나 이익및 생존상 머무르는 요괴들은 이번 주 토요일 결백을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하쿠레이 신사에 낼 예정으로 본래 있어야할 존재들이 없어지는 해당 '이변'의 목격자들은 두 신사에 제보하겠다고 밝혔다.

텐마 曰 요괴의 산은 기존의 고립주의에서 '부분적 개방주의' 노선 채택

-신설된 주민 통제소에서 가을 말까지 주민등록 완료, 개편된 행정체계 출범. 외부 출입통제의 전권은 경비부대가 담당할 것

이번 대 회의에서 '이글레빗 침투사건' 및 '요괴의 산 침공'에 대해 달 규탄 결의안과 더블어 산에서 오니를 몰아내고 삶의 터전인 산을 지키고 외부의 칩입을 경계하며 우리끼리 잘 사는 고립적인 노선이 이번 사건에서 겪은 산의 피해가 외부에 대한 관심이나 이슈가 되지 않는 것과 달에 대한 비판으로 외부 여론이 모아지지 않는 것의 원인이라고 파악한 상부의 의견에 공감한 텐마는 침공 및 침투를 받지 않도록 경계는 확실히 강화하되 타요괴나 인간에 대한 친선, 산의 등산로나 모리야 신사에 대한 참배루트등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적극적으로 환상향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산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개선하며 지지도와 동맹, 밀월관계를 조성하고 우리가 겪고 있는 사건이나 갈등처럼 완화할 수 있도록 시비곡직청과 협력하여 분쟁조정위원회를 창설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주요단신-'이나바 루트'로 임시명칭된 이글레빗 침투현장인 호수 주변 안보공원 조성, 초계에 대한 경각심 세워.


레이더 기지 3기 완공, 추후 경계지역 확보를 위한 관측소 및 탐지기 개발.

각자 주제를 정해 지원을 받고 하고싶은 기술을 개발하는 '개별연구'사업에서 캇파들이 그 지원과 기술을 활용해 도서관에서 얻은 바깥세계에 대한 정보로 OTH (Over the horizon) 레이더라는 거대한 초 수평선 레이더와 전파 수집, 방출용 안테나, 주파수를 다양히 활용하는 초대형 UHF(Ultra High Frequency) 3GHz ~ 30GHz 출력 레이더,  S밴드 주파수 레이더와 공중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고출력 비선회형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등 이번 침공에서 쓰인 달의 병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전파에 살짝 부딪히기만 하면 되며' 하늘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들을 마련 및 배치하고 백랑텐구들의 건설지원으로 '우리의 눈'을 완공하였다고 캇파들이 선언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감시체계의 기술 프로젝트장을 맡은 카와시로 니토리는 더 많은 금전 지원이 예정되고 설비가 늘어나는 만큼, 땅에서 쓸수있는 장비도 곧 대량생산에 들어가 걸어다니거나 날아다니는 것들은 화면으로 보고 전부 검문할 수 있을 정도의 더 고성능의 조기 경보 및 공중감시체계가 앞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실종사건에 대해서도 다뤘고, 내정도 굉장히 자세하긴 한데 이 부분은 기관지가 따로 없구먼."

혀를 차듯 '쯥' 소리를 낸 마미조를 보며 하타테가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취재했나 싶을정도로 굉장히 자세했다고요. 기자라면 늦더라도 이렇게 하나하나 정확히 기사를 내야 하는데."

그 말을 들은 마미조가 슬쩍 병찐 표정을 지으며 '역시 그들의 사회에 속한 텐구는 텐구구마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바깥세계의 기술이라는게 영 거슬리는구마이."

"네? 왜요. 카메라나 제 폰카등 바깥세계에서 온 기술들중 쓸만한 건 써서 편리한데요."

"내 말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바로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대도서관에 바깥세계의 최신기술이 이렇게 자세히 나와있다는게 좀 걸린다는 거제."

"아, 그런가ㅇ..ㅛ." 고개를 끄덕이려던 하타테가 말끝을 흘리고는 잠깐 생각했다가 놀라면서 말했다.

"아니, 잠깐 근데 그 기술들이 '최신'기술이라는 건 그쪽이 어떻게 아세요? 바깥세계 기술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순간, 자신이 위장중이라는 걸 감안하던 마미조는 굳이 꼬리밟히게 자신이 바깥에서 온 요괴인걸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능글맞게 웃으며 무마했다.

"허허이, 그거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있는 바깥세계 문물중 들어본 것들이 아니니께 바깥세계에서도 최신이 아닐까 내가 유추한 거제."

"아, 그런가.. 오래된 대도서관에 그런' 최신'기록들이 없을 거라고 추측하시는 거군요. 근데... 추측하시는 것 처럼 그 기술이 최신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기술이라는게 어쨌든 원리만 알면 어떻게든 응용 가능하니까요."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치는 하타테가 핀잔을 주자 'OTH니 S밴드니 명칭자체가 환상향이 아니라 바깥세계에서 근래에 지어진 건데 그걸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니께.'라고 속으로 반박한 마미조가 오히려 하타테를 보면서 역시 조직에 속한 텐구라 안쪽 일은 감싸돌게 되는구려 하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다가 도대체 어떻게 텐구들과 캇파들이 바깥세계의 첨단기술을 얻어낸 것인지 추리하며 다음 신문을 꺼냈다. 


겨울철 독감 유행막는 음식 10가지 공개  

갑작스러운 추위로 독감환자 잦아 건강을 책임질 레티 화이트락(요정)의 겨울 특선 레시피 공개. -2면에서 계속

-모리야 신사의 겨울나기 

옛날의 앙금을 화해로 풀고 협력을 약속한 모리야 신사쪽 현인신인 코치야 사나에와 백량텐구들이 벤 장작을 풀어 통제구역 조성으로 임시 허용된 참배로를 이용하는 참배객들에게도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후지와라 모코우의 불쇼 행사 이달말 예정, 올겨울 가장 따뜻한 공연이 온다. 장소: 참배로 상업지구부지

-캇파 공병대 창설. 상호협력 협정 후 과학기술향상을 위한 지원 및 캇파도 산의 일원 우대, 그외 삼림복구 목적으로 비료생산 증대를 위해 화학 비료공장 제 2지대 신설부지 선정.
피해보상 합의차원에서 타결된 영원정 의료품 대량 공급지원 오늘부터 시작, 배포는 주민 통제소로 알려져.

 

"그 해 겨울 기사구마."

"이때가 무척 춥긴 했죠. 저야 다행이도 집안에서 따뜻하게 보냈지만."

마미조가 손가락으로 '통제구역 조성'이라는 단어를 문지르며 다음 신문을 살폈다.

"음, 이 다음의 기사는 봄에 그 특집이고 말이여."

"네, 그건 저도 읽었어요. 이때부터 아야가 취재가 아니라 자기가 기사를 만들기 시작했죠. 지금까지 읽은 기사들은 그래도 자기가 일어난 사건을 직접 찍은 취재였잖아요? 그런데 이제 신문을 위해 사건을 일으키다니,말도 안되는 거잖아요?"

경약되서 성을 내는 하타테가 폰으로 검색한 아야의 신문사진들을 보이며 미간을 찌뿌리자, 마미조도 공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라제. 당연하고 말고."

하지만 침을 삼킨 마미조가 타이르듯이 인자한 미소로 말했다.

"한디, 지금 이 기사들도이 엄연히 사실이래지마이 이렇게 충실한 기관지처럼 초점이 맞춰저 있다는 거슨 여론몰이를 위한 것일수도 있제."

살짝 인상을 찡그린 하타테가 대답했다.

"프로파간다[각주:1]라는 건가요?" 
"지금까지 읽은 작년 기사들은 느그 텐마나 대텐구 입장에서 쓴거처럼 보이니께 하는 말이제."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본 하타테가 망설이며 입술을 깨물자, 마미조가 봄 특집 이후의 기사들을 살폈다.

"쩝,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저도 어쩔 수 없이 집단에 속한 몸이라 생각 안해봤지만.. 하지만 그럴만한 큰 사건이었고 여기까지는 실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엄연한 신속한 사실이었어요. 적어도 자기가 창작하지는 않아서 곱게 봤다니 이것처럼 사건을 일으켜서 특종을 만들려고 한다니까요." 

"그렇구만.. 그짝은 취재의 진실성에 초점을 맞춰들고 있구마이."

봄철 특집 기사를 가리키며 못마땅해하는 하타테를 돌아본 마미조가 안쓰러운 눈길로 말했다.

"그래도 기자라면 신문의 방향과 읽은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봐야제. 어느 사건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를 말여."
머뭇거리며 그녀의 말을 경청한 하타테는 유심히 그녀를 보다가 알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럼 봄 이후에는 일반적인 사설이 가득한 신문으로 돌아왔구마이. 이번에 아야랑 모미지랑 코코로랑 절에 같이 붙어서 오는디 고건 하타테 양이 어떻게 생각하는감?"

마미조의 은근슬쩍 관계 정보를 얻으려는 말에 하타테가 친근한 말투로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다 아야의 쇼죠! 어마어마한 특종을 '만드려고' 하는 건데요. 코코로라면 멘레이키를 말하시는 것 같은데, 어쩔수없이 제 3자를 끌고와야 할 정도로 누가봐도 자연스럽지가 않잖아요? 세상에 모미지랑 아야랑 같이 붙어다니다니, 분명 모미지가 약점 잡혀서 억지로 끌려나오는 거라는건 산에 사는 누구나 다 알죠. 서로 죽이려고 벼르는 사이인데."

'모미지가 아야한테 약점을 잡혔다라.. 어찌면 완전한 한 패가 아닐 수도 있겠구마이..'

"아야랑 모미지 둘은 다 주변 이야기가 똑같구마이."

"아니 정말로 둘이 엄청 싫어한다니까요, 서로 죽이려고 한다는게 농담이 아니라고요. 그래서"

슬쩍 마미조를 쳐다본 하타테는 왠지 믿어도 되겠다는 호감과 친근함에 경계심을 풀고 말했다.

"그래서 같이 아야 뒤통수치려고 저랑 짜고 있거든요. 조심히요."

"뒤통수라니?"

마미조가 놀랐다가 곧바로 특유의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으며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바라보자, 하타테도 따라 웃으며 주위 눈치를 보고는 귀속말로 말했다.

"히카리 씨에게만 하는 말이니까 비밀로 해야되는 거 필수! 아시죠? 실은 말이죠. 아야하는 짓이 못마땅해서요. 아야에게 약점 잡혀서 억지로 끌려나오는 모미지가 대단히 빡쳐 있다보니 이번 취재에서 필름을 갈때 제가 제공한 빈 필름이랑 찍은 필름들을 바꿔치기해서 빼돌리기로 했거든요."

"오호. 대단하구마이."

"그래서 필름들 몇개를 제가 입수해서 저의 화과자염보에서 이런 사건을 쫓는 기자라고 할 수 없는 아야의 파렴치한 사건연출을 낱낱이 폭도해서 망신을 주고 기자윤리를 구현하는게 모미지와 저의 계획이에요."

의기양양한 하타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낄낄 웃으며 박수를 친 마미조가 대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멋지구마이. 산에도 이런 참 기자가 있다니께. 환상향도 그렇게 어둡지는 않으이."

"그럼요. 히카리 씨처럼 사실을 밝히려는 기자들끼리 힘을 합쳐야죠. 그래서 알려드린 거예요."

한손으로 브이자를 만들며 볼에 붙이고는 윙크하면서 하타테가 신뢰감을 표하자 그녀도 꼬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야제, 같은 기자들끼리 협력해서 진실을 밝히야지 말여. 하울없이 아는 정보를 줄 거랑께."

"어머, 고마워라. 모미지뿐만 아니라 연륜이랑 격식있으신 분과도 같이 한다니 다행이네요. 쓸만한 필름들이 입수되는 대로 정보를 공유해드릴게요. 잘 부탁드려요."

하타테가 악수를 청하자 마미조도 악수하면서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암, 내도 잘 부탁한당께. 고마우이."

서로 웃으며 악수하던 사이 선반 잡동사니 아래에 수북히 쌓인 신문들을 본 마미조가 악수를 마치자마자 시선에 있던 신문들을 꺼냈다.

"그런데 말이여, 같은 산의 기자양반이믄 아야가 지금 하는 일이 엠바고중인데도 소문이 나서 이 회동자체가 다른 텐구기자들에게도 다 기사로 나왔다는디 어찌 생각하는감?"

"네? 정말요??!!"

깜짝 놀라 몸서리치며 안절부절 못하는 하타테를 보고 오히려 마미조가 놀라며 물었다.

"응? 아는게 아니었나보이?"

"제, 제가 일체 교류가 없어서... 어떤 식으로 났는데요?? 네?"

허겁지겁 묻는 하타테에게 마미조도 직접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애일까 살짝 의심하며 말했다.

"불교와 도교가 만난다는것 자체에만 초점이 있제."

"아, 그래요? 다들 본질을 꿰진 못했군요. 그럼 제 신문이야말로 아야의 장난질에 대한 진실을 알릴 창이 되겠네요."

"그랬으면 좋겠구먼, 여여, 이 것이 주인장이 놔둔 다른 텐구들의 신문이로구마이."

"헉, 제 화과자염보도 있어요?"

하타테와 마미조가 같이 붕붕마루 신문과 섞이지 않게 신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하타테가 한숨을 쉬었다.

"아이.. 이 주인장은 구독을 안하나. 가게에 화과자만 겁나 많던데.."

"다른 텐구 신문들도 뉘양스가 붕붕마루 신문이랑 비슷하구마이. 대부분 신문에서 기자들이 '노선'이나 '성향'이라고 부르는 것 말일세."

"네? 예를 들면요?"

"보수나 진보, 중도, 강경과 온건 같은거 말이여. 대게 큰 사건의 초점은 아야의 신문이랑 같은 걸 보면 하타테 양이 말하는 '상부'의 영향인지 아니면 아야의 초점에 이들이 따르는 건지는 생각해봐야쓰것제."

마미조의 견문에 감탄한 하타테가 '오..' 소리를 내며 턱을 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폰으로 자신의 신문기사를 검색해 보여주었다.

"그럼 저는요? 제 폰으로 염사해서 보여드릴게요."

하타테의 폰에서 화살표 버튼을 눌러 스크롤을 내리면서 기사를 읽은 마미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다르구마. 한디 신기한건 그 소위 말하는 '달의 산 침공' 이후에 신문들이 뭔가 그 '사건'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획일화가 된 느낌인디 그짝 하타테 양의 신문은 뭔가 사건을 따라가긴 하면서도 주관이 더 강한 느낌이로구마."

"아, 그런가요?"

저게 칭찬인지 아닌지 아리송해진 하타테가 언짢은 표정으로 대답은 하자, 마미조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기자는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면서 배우는 거제. 염사라는 기자로서 최고로 몸이 편한 능력이 있으니 기죽지는 말어."

 "헤, 역시 그렇죠?"

쑥쓰러워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던 하타테를 보며 자신이 말한 '염사(念寫)'라는 말에 뭔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 마미조가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

"근디 방금 그 신문, 그 폰으로 염사했던 기가?"

"네, 제가 생각하면 바로 이 폰으로 염사해서 화면에 사진을 띄어주죠. 그걸 인쇄장치로 뽑는거고요."

"그럼 말이제, 이번 오니들이 벌인다는 사건들좀 염사해 봐줄 수 있겠는가 말여."

"네."

하타테가 염사하며 사진을 보여주자, 불이 튀어나온 복면쓴 닌자같은 요괴들이 사람과 대면하거나 진짜 오니처럼 보이는 요괴들이 대질심문하는 모습들이 사진에 드러났다.

'음.. 이건 진짜 오니들이 하는 것일수도 있겄는디..'

"그럼 말이제, 아야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나 염사해 줄 수 있는가?

"그럼요. 잠시만요."

아야가 폰에서 폴더하나를 열어 사진파일 목록들을 꺼내 슬라이드 쇼 보기로 전환하며 말했다.

"옆에 화살표 버튼 누르시면 시간별로 보실 수 있어요."

안경 너머로 날카로워진 마미조의 동공에 아야가 앉아서 안경을 끼고 문화첩의 내용을 다시 기록하는 사진, 다른 요정들을 취재하는 사진, 코코로와 같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사진, 텐구 전통 정복을 입고 회의하는 사진등, 일상적인 사진들이 비춰지자, 마미조가 생각하는 이번 교육의 뒷사정과는 그리 관계가 없다고 판단해서 한숨을 쉬었다.

"그다지 별거는 없구마이."

"그쵸. 실은 그게 염사의 맹점이긴 한데요."

"엥, 그게 무슨 말인겨?"

하타테가 폰을 돌려받고는 눈을 감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염사가 제가 생각하는 주제를 그대로 사진으로 담아주는 거라 저의 상상력이 반영되면 사진 연상에도 영향이 가거든요. 그러니까 예륻 들면 제가 지금 포도를 먹는 장면을 생각해보죠."

하타테가 말을 끝나자마자 폰의 화면에 다양한 시간대의 여러종류의 포도를 먹는 요괴나 사람들의 사진이 무수하게 생겨나는 장면이 나타났다.

"자, 이 사진들은 실제로 있었던 것들을 염사했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제 폰을 먹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폰은 무심하게 곧바로 하타테가 체크무늬 폰을 입에 물거나 씹어먹거나 요리하는 사진들을 나타냈다.

"자. 보이시죠?"

"없는 장면은 하타테 양의 상상력에 의존하며 만들어진다는 거구마이,"

"네. 대신 시간은 애매하게 찍히죠. 사실 이걸로 판별 가능하긴 한데.. 생각과 상상에 의존하는 염사의 문제라서 어쩌면 저야말로 날조와 가까워 질 수 있어서 아야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들을 부러워했었고요."

"하아, 고러니께 신빙성이 없어서 그런거제?"

잠깐 하타테의 능력을 빌어 아야가 꿍꿍이를 벌이는 사진을 만들어 증거로 써볼까 생각해본 마미조는 아야야 사건정도는 훤히 꿰고있기에 바로 자신의 사진들로 위증이자 날조라고 반격할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만 생각을 접고 한숨을 쉬었다.

"네, 실은 뭔가 증거품라고 보긴 애매하죠. 제가 정말 아무 생각 안하고 정확한 현장이 찍히지 않는 한."

"그렇고만. 쓸만한 사진이 나오면 공유해주겠나?"

"그럼요. 물론이죠."

"고마우이."

"아, 이렇게 뵌것도 기념인데 우리 셀카나 찍을까요? 아야처럼 구식 카메라로는 절대 못하는 거예요."

"응?"

하타테가 마미조를 가까이 끌어당기면서 셀카모드의 폰에 둘의 얼굴이 다 들어가도록 잡고 귀여운 표정을 짓자, 마미조도 당황함을 감추며 미소를 따라짓는 사이 폰의 플래시가 터졌다.

"자, 예쁘게 나왔네요. 저장! 그쪽이 폰이 없으시니 전송은 못해드리고 나중에 출력해서 뵈면 보내드릴게요."

"흐미, 고맙구만." 마미조가 괜히 찍었나하는 생각이 들어 발랄한 하타테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차와 다과를 즐기던 레이무와 마리사는 바느질로 옷감의 안쪽 부분을 실밥이 안나오도록 마감하던 린노스케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린노스케 씨는 피서 안 가세요?"

뜨거운 차를 후후 불면서 들이킨 레이무가 이마의 땀방울을 소매로 닦으며 물었다.

"이 그늘에서 내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나에겐 피서야. 레이무."

"아니, 이렇게 햇빛이 잘 드는 계절에 바깥바람도 좀 쐬야지. 코우린도 참!"

"무연총가서 잘만 쐰단다. 마리사."

"아니! 그건 수집 일하러 가는 거잖아!" 마리사가 린노스케에게 역으로 따졌다.

"너무 일만 하는 것 같아서 쉬라는 거죠. 저나 마리사나 여기서 쉬는 것처럼요. 내일 요괴의 산에서 축제도 한다던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해주니 고려는 해봐야겠군."

고개를 숙이면서 작업하느라 콧등에서 내려간 안경을 다시 올린 린노스케가 대답하자, 레이무가 은근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 그리고 다음에 옷 만들 때 옷감 소재 좀.. 땀 흡수가 되든지 가볍고 얇아서 통풍이 잘 되든지 좀 해주세요."

"기능성이라.. 고려해보도록 하지."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인데 땀 흘리면 등에 딱 달라붙어서 겨드랑이 빼고 땀띠 날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이라고요."

"나도 이 옷 그대로 옷 소재만 바꾸면 시원할라나? 코우린?"

"내 리본이랑 네 모자도 코우린에게 따져서 소재 바꿔야할 것 같아. 푸흐흡."

"그런가? 하긴 내 모자도 이 날씨에 보기만 해도 더워니까.크히히힛."

소녀 둘이서 까르르 웃으며 이야기하자 사이에서 낀 린노스케는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다른 색의 실을 바늘구멍에 꿰었다.

"이것저것 감사드려요. 히카리 씨."

"내야 말로 큰 도움이 되었당께."

서로 대화하면서 창문이 비추는 바깥쪽으로 나온 하타테와 마미조를 본 둘은 레이무가 먼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요괴 둘이서 쌍으로 붙어다니네."

"꺼내놓은 신문은 다 정리했나?"

린노스케가 묻자 마미조나 하타테나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역시 그렇군."

바로 체념하고 고개를 젓는 린노스케를 본 마리사가 피식 웃었다.




동 시각, 마을 현장지휘소에서 바닥에서 새는 액체질소의 연기에 다리를 떨며 화면을 응시하고 있던 캇파가 눈을 비비면서 다시 확인해보고는 헤드셋을 벗으며 말했다.

"아우씨, 추워서 닭살 다 돋네... 저기 조장님!"

"왜?" 헤드셋으로 통신중이던 카라스텐구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혹시 저희 작전중에 카라스텐구 한 마리 추가 단독수행이라도 들어갔습니까? 화면에는 보이는데 어떤수단으로도 연락이 통 안되서 말입니다."

"뭔 소리야? 작전 수행 요원은 명단에 있는 게 다잖아."

"아니, 그게.. 여기 화면에 창문쪽 보시면.. 조장님 화면에 영상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텐구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있던 귀신장이 입술을 오므리고 턱을 올리면서 그녀들을 살피며 언성을 높혔다.

"야, 왜? 무슨 문제 있냐?"

"아, 아닙니다. 요원 점검중이라서요."

"그래? 아, 난 또 니들 호들갑 떨길래 사선이나 아마노자쿠라도 발견한 줄 알았잖아." 

"헤헤, 저희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일찍 퇴근하게요. 흐흐"

"그러니까 뭐든지 문제 일으키는 놈들 크게 한 건 잡으면 너희나 나나 서로 좋고 편하잖아. 계속 예의주시하도록 해."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능청스럽게 넘긴 조장이 바로 표정이 굳으면서 작전 요원리스트를 확인하며 화면의 채팅창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지금부터 귀신장님 못보는 화면상으로 회의한다. 작전 외 텐구가 관측되고 있는 화면의 카메라가 향림당을 비추고 있는게 맞는가?]

[그렇습니다. 조장님.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그 카메라의 열감지화면을 보시죠.]

조장이 열감지 화면에서 벽 넘어 하타테의 옆에있는 마미조의 큰 꼬리가 붉은 색깔로 표시되는 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변신해서 외형은 다르지만 열감지로 측정된 큰 꼬리로 보아 '주요관찰요괴'로 보인다. 옆에있는 카라스텐구의 신원을 조회하라.]

[중앙 서버 연결해 정보 확인해보겠습니다.]

[제가 아는데 히메카이도 하타테라고 보기 드문 애입니다. 밖에 잘 안 돌아다니는 애일텐데 의외네요.]

그러자 조장이 인상을 찌부리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아니 그럼 지금 주요관찰요괴랑 조우 하는 게 임무수행이 아니라면 현황상 문제있는 거 아닌가?]

[네?]

[지금 시국에 '주요관찰요괴'랑 이야기하고 있다는게 임무 수행중이 아니라면 이적행위로 당연히 의심해볼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거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어떻게 할까요? 그리고 본사에 보고해야 할까요?]

 '파견'이라고 적힌 글자 반대편에 '공무집행'이라고 쓰인 완장을 찬 백량텐구가 계속 둘을 감시하며 조이스틱으로 여러 카메라의 초점을 조작해 향림당 창문을 클로즈업하며 사진을 계속 찍으며 묻자, 조장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약주를 마시면서 자신들을 살펴보는 귀신장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본사 사장님에겐 내가 보고하겠다. 일단 모든 채널 열어놓고 더 자세하게 알도록 가용 가능한 요원 하나 투입해.]



"헌디 무녀에게 묻고 싶은게 있는데 말여."

"응, 난데 없이 뭔데?"

레이무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마미조가 진지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요즘 요괴의 산 분위기가 꽤나 요란스러운디 말여. 특히 아야가 뭔가 종교가들을 모아 주선떠는 것도 그렇고 하쿠레이 신사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궁금하당께."

"하하, 참나. 난 또 무슨 소린가 했네."

레이무가 피식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요괴의 산에서 요괴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인간을 건들거나 이변이 아니라면 굳이 나설 필요가 없지."

"호오. 다른 종교들이 관련된 일인데도 말이여?"

"요괴의 산 녀석들이야 모리야 신사에게 충성하는 건 아니꼽지만 이제 인간들에게 잘해주니까 많이 좋아진 상황이고, 그 녀석들이 지지고 볶다가 한탕 터져서 종교전쟁이라도 벌어지면 그때 나서면 되지. 미심쩍지만 아직까지 일어나지도 않은 조용한 일에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진 않아. 벌집쑤시는 것처럼 무척 귀찮다고 그거. 여기서 차나 축내는게 나아."

레이무의 피곤 섞인 말에 듣다 짜증이 올라오는 린노스케였지만 다른 손님이 들어오자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아, 안녕하세요. 어린 요괴한테 신길 신발이 필요한데 혹시 아주 작은 규격도 있나요?"

"네. 잠시만 기다리시죠. 발 크기가 얼마나 되시죠?"

"한, 요만해요."

바구니를 맨 주부 요괴로 보이는 상대를 맞이하고 물건을 꺼내러 간 린노스케 옆에서 마미조가 흥미롭다는 듯이 레이무를 보며 말했다.

"내가 아는 무녀는 무슨 일이 있으면 들쑤시기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말이제."

"아니, 지들끼리 잘 되가는 거에 내가 굳이 건드려서 독박 쓸일 있어? 뭔가 분명히 틀어져서 지들끼리 싸울 때, 그 때 참여할거라니까."

"그치, 어차피 서로 그렇게 싸웠는데 그거 자리 몇 번 가진다고 화기애애 한다는 건 쇼지."

마리사도 남은 만쥬를 먹으면서 맞장구 치자, 하타테가 녹음기능을 그대로 킨 체로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무녀랑 마법사에게는 얻을만한게 생각보다 없네요. 히카리 씨."

그 말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레이무가 하타테와 마미조를 번갈아보자, 마미조가 능청스럽게 웃었다.

"뭐? 히카리??"

"히카리가 누군데?"

"이분." 하타테가 손가락으로 마미조를 가리켰다.

"얘 이름이 뭐라고?" 레이무도 어이없어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히카리 씨라고! 히카리! 같은 기자분이고!" 도리어 하타테가 키득키득 웃는 마리사 반대편에서 성을 내며 외쳤고 그 말에 병쪄서 입을 닫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해진 레이무가 기가 막힌듯이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와하하.. 진짜 사기를 밥 먹듯이 치는 능력이네"

마리사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마미조를 쳐다보자 마미조는 그저 황당해하는 하타테를 뒤로 하고 웃었다.

'정작 사건을 파헤칠 무녀는 움직이지 않는다라....혹시 이 무녀 위의 존재가 관여되어 있을지도.. 아니 어쩜 텐구와 캇파들이 바깥세계 기술을 얻은 것도 연관지으면...'

"뭐 칭찬으로 받아들이제."

" 참, 순진한 요괴 데리고 뭐하는거람.. 하여튼 나를 움직이려면 좀 확실한 증거를 찾던가, 이변이 일어나던가, 둘 중 하나면 와야지.. 안그래도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는 오니들 사건 때문에 짜증 폭발이라고."

"기사에 환장한 텐구야 기껏해야 자기 신문에 자랑거리라고 박을텐데. 뭐."

"그럼 이번 사건에 이 환상향의 관리를 맡는다는 경계의 요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시 아는겨?"

"유카리? 참.. 지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관심없어. 요즘 자기 집안 식구들끼리 소꿉장난한다고 푹 빠져있잖아. 도리도리 짝짝꿍 샤바샤바 아이샤바하면서."

레이무가 혀를 차며 못 봐주겠다는 얼굴로 투덜거리자 옆에서 듣고있던 다른 요괴가 린노스케가 가져온 신발을 살피며 바구니를 계속 뒤척이면서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어쩜, 주인께서 골라주신 게 우리 애 발이랑 딱 맞겠네요. 여기 계산좀."

"네, 거스름돈 받아 가시죠."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손님이 나가자 마리사가 슬쩍 쳐다보면서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하여튼 코우린은 남한테 친절하다니까."

"손님한테 친절한 거란다. 마리사."

주위에서 이야기를 듣던 하타테는 전혀 눈치채지는 못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염사로 오니들이 했다는 사진들이 나왔으니까 나중에 해결되면 기사로 쓰게 부탁해."

"에휴, 기자들이란."

레이무의 푸념과 함께 하타테가 아쉬운 표정으로 마미조와 같이 인사하고는 향림당을 나섰다.

"그럼 정보 공유 잘 부탁한당께. 하타테 양."

"네. 감사드려요. 저희도 합심해서 잘해보자고요. 히카리 씨"

마미조와 하타테가 번갈아서 헤어지자, 먼저 물건을 산 손님을 지나선 마미조가 다시 묘렌사로 발길을 돌렸다.

  1. Propaganda 널리 알리는 것. 주로 `사상(思想)'이나 `교의(敎義)' '이념(理念) 등의 선전에 대하여 쓰는 단어 [본문으로]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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