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 애들 몇몇이 벌써 당했습니다."
마미조가 안경 너머로 측은한 눈빛을 숨기지 못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접시의 하얀 김이 향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누구에게 말여?"
"저희가 돌아다니는 지역에 보란듯이 놓여진 시체를 조사해보니 무언가에 관통상을 입은 후, 사인을 알 수 없게 하려는지 훼손되어 있었습니다. 알아봤더니 오니들의 수법이라더군요."
마미조가 말 없이 술을 들이키자, 겐스케도 놓인 물을 마시며 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경고하는 거겠죠?"
"그러겠제. 그 딱한 녀석들 가족이나 친구라도 있으면 잘 챙겨주랑께."
"네, 물론이죠. 요즘 저도 그렇고 애들 풀어서 조사하다보니 인간마을을 습격한다는 오니들이 무녀들에 대한 원망섞인 이야기를 하며 눈치를 심하게 보던데 저번에 무녀들이 응징이랍시고 습격한 것 때문에 보복조치를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가 자신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에 노이로제에 걸려 매우 강경적이라는군요. 우리 애들도 알아보다가 그렇게 당한 것 같습니다. 텐구니 캇파들도 요즘 눈에 띄게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무엇보다 여우요괴 녀석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여우 요괴들이 그래도 꼴에 눈치는 있는 갑제."
마미조가 비웃으며 말하자 주인이 맷돌로 갈아 반죽해 썰어서 만든 소바를 겐스케에게 건네며 말했다.
"처자도 싹싹 더운 날씬디 여여 국물에 차게 말아 잡수면 더위도 싹 가시고 맛있으니께 잡숴봐요."
"네, 감사합니다."
얼음 접시를 받아 내려놓은 겐스케의 안경에 차가운 김이 끼자, 그녀가 안경을 벗고 천으로 닦으며 투덜거렸다.
"아우, 이 안경이란건 불편하기 그지없군요. 오래 끼면 코에 자국이 남으니 이런 걸 어떻게 날마다 끼고 다닙니까."
"그래도 네는 도수가 없잖여."
"참.. 안경 낄 시력도 아니시면서 그러십니다."
안경을 다시 쓰고 태양빛으로 안 닦인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 그녀가 소바를 말아 오물오물 맛을 음미하며 삼키자, 거의 다 먹은 마미조가 물었다.
"여우 쪽은 어떤디 그려?"
"요새 인간마을에 대한 잠입이 좀 많아졌습니다. 우리의 활동구역마다 조우되는 걸 봐서는 우리를 견제하려는 것 같아요."
"글마들이 뭐 해봤자제. 혹시 오늘 신문 봤능가?"
"아, 그거요. 네, 길가에 뿌려진거 주워서 봤습니다."
"혹시 그것 뿌린 텐구도 봐 봤는지 묻고 싶은디 말여."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텐구네 신문은 돈주고 뿌리는 아르바이트도 시킨다고 들었습니다."
"역학도 힘들구마이, 그럼 오늘 돌면서 샤메이마루 아야라는 텐구는 봤는가? 지금쯤 열심히 주으러 돌아다니고 있을긴데."
겐스케가 고개를 젓자, 마미조가 겐스케가 따라준 술을 한잔 더 마시며 말했다.
"그 외에 소문이라든지 들은 게 있는감?"
"작년에 그 사건 이후로 요괴의 산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셨는데. 완전히 환골탈태를 했더군요. 산의 자연이 파괴되서 복구하는데 환상향의 많은 이들의 후원과 다른 요괴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후원차원인지 일종에 거래였는지 의혹이 좀 있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의혹?"
마미조가 겐스케를 쳐다보며 묻자, 겐스케가 말했다.
"소문이라는게 원래 확실한 물증이 없다보니 말은 사려야겠지만, 일종의 상호적 계약같은 고용이 아니었냐하는 거죠. 단순한 자선적 도움과 확실한 계약에 의한 도움은 의미가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편에 설 수 있도록 밀약을 했을 수도 있다."
"추측이지만 사건이 터지고 요괴의 산의 사정이 알려지자마자 요괴들이 몇주는 잠자코 있다가 갑자기 산을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좀 이상해서요."
"으음. 확실히 그라제."
"그래서 그 부분도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심증뿐이라 증거가 부족해서 말이죠, 그나저나 요즘 인간마을에 꿀이라도 발라놨답니까? 무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보망을 쓰면 쓸수록 신경을 안 쓰는 요괴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각자 물밑작업이 아주 해저지진급이랑께. 나중에 한번 거세게 휘몰아칠 것이여."
증거에 대해서 생각하던 마미조는 자신이 말했던 '신문'에 영감을 얻어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그 아야의 신문을 다 흩어보면 뭐 건질게 있겠구마."
"그거 불 피울때 쓰는 연료라고 들었는데 남아있는게 있겠습니까?"
"있을 수도 있는 자를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여. 미행이나 더 붙여놓으랑께."
"미행을 붙여봤는데 너무 빠르게 사라져서 아무런 소용이 없던데요. 아, 네. 근데 마미조님. 그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마미조가 겐스케를 쳐다보자, 겐스케가 진지하게 술을 들이키고는 말했다.
"오니들에 대한 보복조치말입니다. 아무리 비공식 염탐이었다지만 우리 애들을 해쳤으니 당연히 가야하는 거 아닙니까."
"하기는 해야제. 하지만 일단 훼손할 수 있는 시체만으론 확실히 오니가 해쳤다는 증거가 되긴 힘들제. 현장이나 정황증거가 더 있으면 모를까."
"하지만 지금은 다들 좀 격양되어 있어서 말입니다. 힘쎄고 강한 오니들이야 이러면 입다물고 둔갑할 생각도 없이 두려워하겠지하며 도발한 거겠지만 우리 애들이 지금 분노로 어지간히 빡돈게 아니라 진정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마미조가 손으로 볼을 집으며 고개를 기울여 생각하고는 말했다.
"그럼 굳이 우리가 오니랑 전면적으로 대적할 필요가 읎이 이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요괴도 함부로 죽이고 다닌다고 소문내버리면 되겠제. 그럼 오니입장에서는 환상향의 일원이라는 특성상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라믄 자연스래 모두에게 위험해서 손 써야할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는 거시제."
"네, 아.. 그렇겠군요."
"그러면서 니랑 내캉 다른 아들 풀어가 정말 오니가 해쳤는지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해야제. 어쩌면 이간질일 수도 있응께."
마미조의 말을 이해하고 겐스케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옆의 길가에서 우람한 몸집에 삿갓을 쓴 자가 투벅투벅 짚으로 엮은 망태를 맨 체로 걸으며 자신의 얼굴에 부채질을 하다가 어떤 노파가 자리에 힘없이 앉아 바구니에 펼쳐놓은 야채와 채소들을 파는 것을 보고는 잠시 망설였다가 다가섰다.
"어르신. 이거 전부 얼마입니까?"
"음, 살끼여? 더운디 요즘 물가가 비싸니께 1엔 30전에 다 모셔가."
노파가 그를 보고는 바구니를 통째로 주며 말하자, 그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계속 앉아서 파시느라 힘드실텐데 요즘 시세에 2,3엔 정도는 족히 드려야할걸.."
"밭에서 열심히 키운 건데 얘네들도 먹혀야 채소구실을 할 거 아녀. 안 그럼 이 바구니에서 썩제."
"아, 네.. 그럼."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내 건넨 그가 오이 바구니를 받아들면서 돌아서자 노파가 돈을 확인하며 말했다.
"응? 자네 2엔을 왜 더 줬는가? 얼능 받아가."
"이 바구니 값입니다. 할머니."
"아우, 그걸 내가 왜 돈을 얹어 받나. 얼능 가져가래도."
"그럼 더운데 힘드니까 저기 차가운 소바로 요기라도 하시지요. 잘 데려가겠습니다."
삿갓을 흔들며 인사한 그가 인파 사이를 지나며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한 음침한 폐가에 도착하자, 주변을 살핀 그가 '돌림병 발생장소-소각예정'이라는 팻말과 여기저기 마당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 앞에 무수히 쳐진 금줄의 사이를 넘어 문안으로 들어갔다.
거미줄과 쾌쾌한 먼지가 가득하고 빛이라곤 거의 들어오지 않는데다가 지진이라도 났는지 가재도구들이 뒤엉킨 그 곳에서 그의 곰팡이로 푸석푸석한 다다미 밟는 발자국 소리만 들리다가 안방에 박힌 무른 벽 앞의 벽장에 이중, 삼중으로 된 문을 언거푸 열자, 계란판을 붙인듯한 방음벽들 사이로 수많은 통신기계와 모니터들이 배치된 책상에서 해드셋을 끼고 통신을 하던 캇파들, 마찬가지로 해드셋을 끼고 문서를 타이핑하거나 카메라가 보내주는 영상을 모니터로 관측하던 카라스텐구들이 조명에 의지해 곳곳에 '요괴의 산 분쟁 조정위원회'비표가 붙여진 기록지용 캐비넷과 한구석에 놓인 변압기와 여러 전선이 꽂힌 방수처리된 서버 및 초전도체 1를 사용한 양자 컴퓨터 본체들을 액체질소로 냉각 및 오버클럭 2해 하얀연기가 주위에 피어올랐고 복잡한 통신장비, 열감지장비, 망원경등과 같은 관측장비의 모니터들로 가득한 방 안에서 그에게 경례했다.
"산 밖에서 단결!"
"하, 이 산 요괴들아. 나한테 너희 식대로 경례하지 말라고 했잖은가."
삿갓을 벗은 귀신장이 망태와 바구니를 내려놓고 말하자, 각자 캇파 공병대나 치안과등 각각 비표와 함께 공통으로 '특수 공무집행팀'이라는 비표와 '파견'이라는 완장을 찬 그들이 말했다.
"파견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관이신데 보면 경례라도 해드려야죠."
"그래, 와서 이것들 좀 들어,"
"와! 감사합니다. 귀신장님!"
쉴 수 있도록 된 2층 침대중 아래쪽 침대에 보자기를 깔고 망태에서 꺼낸 술과 고기들과 바구니를 놓자, 주위 전파 및 음파를 수집해 알고리즘을 파악할 겸 암호 해독 프로그램을 돌리던 캇파들까지 다들 모여서 잔을 꺼내 술을 냉각쿨러에 정말 잠깐 얼지않게 붙였다가 따라 마시고는 오이들을 각자 하나씩 잡고 입을 즐겁게 하자, 귀신장이 자리에 앉아 캇파들이 역설계하여 만든 선풍기를 쐬면서 술기운에 흐뭇하게 말했다.
"야, 시원타, 이 시렵게 차네. 밖에는 더워 떠죽는데 느그는 그늘에서 이렇게 시원하게 있으니 근무하기 편하고 얼마나 좋아."
귀신장의 너스레에 다들 웃으면서 고기를 건넸고 귀신장이 고기를 뜯으며 말했다.
"그래. 이 지부에서는 뭔가 좀 나왔나?"
그러자 오이를 까먹던 캇파가 손을 닦고 카라스텐구가 듣고 정리한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오늘자 인간마을에서 '곽청아'나 '신선' 또는 '도교'와 더불어 '세이쟈'나 '아마노자쿠'에 대해 소문이나 목격된 기록입니다."
받아들어 자세히 읽어본 귀신장이 술병을 기울이며 말했다.
"사진은 없나?"
"이틀 전에 찍어서 보내드린 사진이 최신입니다. 특히 아마노자쿠는 정말 꼭꼭 숨어서요. 재밌는 게 기록에 보다시피 청아에 대한 이야기가 인간들 사이에서 봤다고 나오긴 했습니다."
"다른 지부에서 확인하고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이동 루트와 소문 및 사진이 찍힌 곳과 일치하나?"
귀신장의 물음에 캇파가 각자 다른 동선지도들을 다른 카라스텐구와 같이 겹쳐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귀신장님."
"그래. 수고하고 있어. 요괴의 산에서 이렇게 기술적, 고급 요력 지원과 더불어 정의를 위해 협력하고 힘써주니 일할 맛이 나는구만. 자네들도 술복이 있고 말야."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웃으며 입가심을 하자, 카라스텐구 하나가 헤드셋을 벗으며 말했다.
"저희도 이렇게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파견도 나와서 공무집행에 도움이 되서 좋은 걸요. 더운 곳에 나갈 필요도 없고 보상도 잘 챙겨주고요. 하하."
그 말에 오이를 들고 좋아하던 캇파도 쥔 오이로 자신의 팔에 찬 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맞아요. 게다가 융합령 아니었으면 저희 캇파는 감투를 써볼 일도 이렇게 공적인 일에 도움 드리면서 참여 할 일도 없었을 겁니다."
"하, 그래. 그 것 때문에 내가 너희 텐마와 대텐구에게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른다고. 모름지기 이렇게 마음 열고 다같이 좋게 살아야지. 우리도 이렇게 대의에 뽑은 칼에 칼자루를 달아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거든. 자, 우리가 같이 협력하는 동안 사명감을 가지고 힘 써주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카라스텐구가 술을 따라주자 귀신장이 '하하'웃으면서 술잔을 단숨에 비우며 말했다.
"아, 그리고 통신기좀 줘보게. 너희들 보면 정말 기술의 발전을 느낀다니까. 우리가 구닥다리 같고."
몇몇은 다시 자리에 앉아 관측장비와 통신기를 다루고 한 카라스텐구가 입안의 고개를 우물거리며 두툼한 파일철 하나와 무전기를 귀신장에게 주자, 귀신장이 파일철을 열어 여러 사진과 대상 동선 기록지들을 보고는 무전을 날렸다.
"아, 아, 사신 코마치는 응답바람."
[아, 네! 귀신장니임!]
"코마치, 술은 좀 깼나?"
[네, 네. 그럼요.]
"작전 서류는 확인했나?"
[헉.. 네, 물론이죠.]
"헉? 인마, 헉이 왜 나와? 내용 싹싹 제대로 확인했나?"
[아하핫, 그럼요, 귀신장님.]
코마치가 강제로 찢겨서 너덜너덜해진 서류철의 접합부위을 살피면서 한숨을 푹 쉬고는 억지로 웃으며 무전기에 대답했다.
'사신의 낫으로 베어서 열리게끔 한걸 아주 무식하게 강제로 뜯어놨네.'
[그래, 그래, 내가 말야, 귀관의 노고를 모르는거 아니야. 알지? 지금 내가 말야, 인간마을 관측지점에서 요괴의산과 정보공유중이니까, 실마리가 잡히면 기습해서 체포하게 언제든지 바로 튀어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라고.]
"네, 네. 여부가 있겠어요? 헤헷."
[그래, 요즘 몇몇 체포 건의 성공으로 기대가 무척 크니까 끝까지 최선 다하도록. 이만 끊겠네.]
"네. 그럼요. 그럼요. 그럼 잘 살펴 들어가세요."
무전이 끝나자마자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술병을 보고 한탄하면서 작전명령서를 읽고 한숨을 길게 쉰 코마치가 자신의 머릴 쥐어뜯으며 말했다.
"에휴, 그 승려 입 진짜 잘 닫아주려나.. 아유 입맛 다시게 맛있긴 했는데 술을 왜 마셔서.."
무전기를 끈 귀신장이 별로 미덥지 않는다는듯 인상을 쓰며 삿갓을 벗어 다른 파견대원이 건네준 물수건으로 뿔을 닦고는 의자에 앉아 술을 들이켰고 감시, 통신 업무를 계속 하고있던 몇몇은 기계에 달린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집의 바깥에 교묘하게 숨겨져있는 다양한 렌즈와 필터를 단 고배율 감시 카메라를 작동시켜 시야를 넓히거나 배율을 높혀 확대하면서 주변 인간들의 동태를 관찰 및 기록했다.
"채널 5로 변경완료. 2팀 보고바람."
[사신 2팀 잠복중, 마을 내 요괴 파악했으나 목표대상은 아님.]
"마을 현장지휘소 수신완료, 1팀은 이동중이고 요괴의 변장여부 확인바람."
카라스텐구가 내용을 대필하고 캇파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바로 응답이 헤드셋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총 7마리 중 3마리 변장. 인간 모습이고 이중 식별 가능한 대상은 변신이 잠깐 풀릴 때의 귓가와 모습을 봐서는 요호(妖狐, 여우요괴)로 추정된다. 신원파악을 위한 요적 리스트에는 없는 대상이다.]
"입감, 2팀 송신 내용을 1팀에 전달하겠다. 혹시라도 목표물을 포착하거나 분란이 있을 시 1팀 대기 전에 기동타격임무 수행하기 바람. 1팀과의 교신은 3번 채널로 공유하기 바란다."
서로 분주하게 통신을 주고받고 카라스텐구가 대필한 내용을 따로 써서 귀신장에게 보여주자, 귀신장이 모니터에 나오는 풍경을 참고하면서 현장상황을 파악하며 말했다.
"아.. 그러니까 이 원래 파랬는데 주황색에서 붉게 형상이 잡히는게 그 열감지인가 뭔가 그런거란 거지?"
"네, 적외선을 이용해서 물체가 내뿜는 열을 파악하는거죠. 주로 생명체 같은 것들요."
캇파 대원이 설명해주자 귀신장이 곰곰히 화면을 쳐다보다가 물었다.
"근데 지나가는 행인 모습이 다 잡히는 것 같은데 바탕이 살짝 주홍빛에 가까운 것 같은데 말야."
"에이 귀신장님. 여름이잖아요. 지금 다 햇빛으로 달궈질 때입니다. 그래서 이런 열영상장비(Thermal Observation Devic)말고도 다른 관측장비들로 식별하고 있지요."
"그래, 그러니까 이것들로 변장하거나 둔갑한 것들도 꼬리의 열을 파악하는 것으로 다 식별 가능하다는 거 아냐? 대단하구만. 근데 이 파란게 움직이는 건 뭔가?"
귀신장의 질문에 한 캇파가 모자의 살짝 들어 앞머리를 한쪽으로 쓸면서 말했다.
"유령입니다. 귀신장님. 유령은 한없이 차가운 음기의 존재니까요."
"오오, 그렇군. 근데 이렇게 보니 인간마을 내에 요괴들이 너무 많은데 팀을 좀 더 늘려야 하나.... 아! 산 아그들아. 근데 방금 내가 한 통신 암호화 된 거지?"
"그럼요. 감청하더라도 기술적인 보안으로 무슨 소린지 모를 겁니다."
"그래, 그래. 수고가 많아. 요즘 오니들 중에서도 정신나간 것들이 하도 극렬적으로 사고를 치니 오니 명예가 먹칠이 되고 있어서 곡직청내 오니 입지가 말이 아니야.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업무실적을 크게 낼 필요가 있어. 근데 진짜 추정되는 오니 용의자는 못 잡았나?"
텐구들이 고개를 젓자, 귀신장이 혀를 차며 인상을 찌뿌렸고 다른 캇파가 눈치껏 귀신장의 빈 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저희도 협력하고 있는 한, 좋은 성과가 있도록 성심다해 돕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하하 참, 오래살고 볼 일이야. 그렇게 치열하게 싸운 텐구가 친해지자고 요청도 하고 이렇게 공조도 할 거라는 걸 옛날에 상상이나 했겠어? 그리고 사람들 대화중에 '명련사'도 나오면 기록하고, 곡직청에서 준 체포영장에 기간제한은 없으니까 잡으면 바로 기소 증거로 쓸 사진들도 모아놓도록 하고 말야. 내가 추리하기로는 이 교육의 장본인인 텐구 샤메이마루 아야에게 사선이 접촉하거나 건드릴 수 있으니 샤메이마루 아야도 지금 당장 동선 파악하고 대화내용 기록할 수 있도록."
"넵!"
명령을 받든 캇파와 텐구들이 다 먹은 자리를 치우고 제자리에 앉아 업무에 들어가는 사이, 귀신장의 눈치를 본 그들은 슬쩍 한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자기들끼리만의 신호를 주고 받고는 오히려 통신장비의 직통라인을 공유 및 우회하고 각도조작 조이스틱을 건드려가며 인간마을을 향한 감시 초점을 후타츠이와 마미조를 향해 돌렸다.
"어휴, 요괴끼리 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여긴 사람까지 많아서 불편해."
허리를 굽히고 몸을 사리며 팔짱을 낀 채, 주변 눈치를 살피며 걷는 하타테를 본 주변 행인들은 뾰족하고 긴 귀 외엔 별 차이없는 그녀의 외견상 그냥 희안한 여자애라며 알고 혀를 차며 지나갔다.
"분명 여기에도 정보같은 걸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을텐데.. 어디로 가야하지."
자신의 폰을 꺼내 염사를 해보며 몰색하던 하타테가 손부채질을 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이 외쳤다.
"맞다. 생각해보니 모미지에게 줄 필름도 필요하지!"
주위를 살피며 어떤 가게들이 있나 찾아보던 하타테는 필름을 어디서 팔까 고민하며 주의깊게 간판들을 살폈다.
PM 1시 7분 향림당
모리치카 린노스케가 무연총등 각지에서 가져온 여러가지 물건들이 진열된 그의 가게 향림당에서는 안경을 닦으며 난처해하는 그의 표정과 대비되게 하쿠레이 레이무와 키리사메 마리사가 방긋 웃으면서 그가 종이포장한 전병들을 까서 먹고 있었다.
가격표가 있건 말건 프리외상으로 포장지를 뜯는 소리와 싼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 전병이 '까득'하고 부셔져 아그작 씹히는소리와 소녀들이 웃는 소리 등이 가게 내에 진동을 하자, 인내심이 진동한 린노스케가 안경을 다시 쓰고 태연하게 물었다.
"마리사, 레이무. 지금 너희들 뭔가 까먹은거 같지 않은가?"
"아, 보다시피 린노스케의 자산을 까먹고 있지."
마리사의 말에 레이무가 빵 터져서 서로 낄낄 웃으며 박장대소하자 살짝 빡친 린노스케가 그래도 이성을 놓지 않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제 값을 주고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가?"
"에이, 코우린, 날도 더운데 화내지마."
"맞아. 나중에 주면 되지. 깐깐하긴."
이 둘의 뻔뻔하기 그지없는 당당함에 린노스케는 날도 더운데 화내고 싶지 않아 깊게 한숨을 쉬고 진열대의 빈 자리에 재고를 채워놓았다.
"어머 점주, 요즘은 장사가 잘 되나봐?"
진열대에서 갑자기 생긴 틈새로 야쿠모 유카리가 튀어나와 인사하자 깜짝놀란 린노스케가 뒤로 넘어지면서 그녀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워어우,, 왜 멀쩡한 대문 놔두고 거기서 튀어 나오는 겁니까!"
"어머? 여름인데 바깥 땡볕 맞으면서 대문으로 오라니 숙녀에 대한 예의가 없네."
"양산 들고 다니면서." 레이무가 콧방귀를 뀌며 핀잔을 흘리자, 놀란 마리사가 린노스케에게 다가가 앉았다.
"코우린 괜찮아?"
"응, 난 괜찮다."
"정말 어디 봐!"
린노스케가 마리사쪽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마리사가 곧바로 린노스케의 안경에 입김을 불어넣어 뿌옇게 김이 서렸다.
"마리사아아!!"
"으히히키키킼. 코우린은 장난치는 재미가 있다니까!"
마리사의 장난에 레이무도 몸을 숙여가며 낄낄 웃고 유카리도 포근한 미소로 바닥에 발을 딛고는 주변 물건을 살피다가 투덜거리면서 일어나는 린노스케에게 말했다.
"점주, 이건 얼마지?"
"잠깐만 기다리시죠. 안경의 김이 이제 거의 걷혀서요."
마리사와 레이무의 천연덕스러운 전병까는 소리와 함께 린노스케가 오랜만에 물건을 살피며 말했다.
"그건 총 합쳐서 5엔입니다. 유카 씨에게 수수료로 2엔 때줘야해서요."
다량의 개박하잎이 든 거대한 자루와 캣그라스 화분 2개를 든 유카리가 두 소녀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어엿한 숙녀들끼리 있는데 반요라도 조금 인심 써줄 생각은 없어?"
"하하, 그럼 계산은 나이값으로 받겠습니다." 린노스케가 가차없이 반격하듯 말했다.
"점주, 내 나이만큼 맞고 나서 계산할래? 지금도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유카리도 능글맞은 표정으로 지지않고 맞섰다.
"아주 둘이서 요괴성이 폭발하네."
지겹다는 레이무의 말에 마리사가 '우히힛'하고 전병 부스러기를 사방팔방 튀기며 웃자, 유카리가 지갑을 열어 돈을 주었고 린노스케가 거스름돈과 함께 물건을 확인하며 말했다.
"근데 이것들 전부.."
"응, 요즘 첸이 무척 좋아하거든.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사랑스러워서 말야. 란도 그걸 좋아하고."
"아, 네." 린노스케가 자루를 틈새에 먼저 넣고 화분들을 챙긴 유카리의 행복한 미소를 보며 말했다.
"거기에 놀아주면 첸이 유심히 날 쳐다보면서 두 꼬리를 바닥에 대고 꼬리 끝을 까딱까딱거리는게 그게 얼마나 귀여운거 있지."
웃으며 어쩔줄 몰라하는 유카리를 보며 린노스케가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지간히 귀찮게 했나보군요. 그거 고양이가 짜증나서 자릴 피하고 싶을때 하는 행동인데."
"어?.. 응? 진짜?"
린노스케가 고개를 끄덕이고 뒤의 소녀들이 까르르 뒤집어지자, 민망해진 유카리가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점주도 그 옷 참 숨막히게 더워보인다."
"맞아. 코우린. 이 더위에 팔이라도 접으라고!" 미 프릴이 달린 모자를 탁상에 놓고있던 마리사가 반팔인 자신의 드레스을 보이며 꽁꽁 싸맨듯한 린노스케 특유의 복장을 보며 말했다.
"아님 린노스케 씨가 만든 내 옷처럼 겨드랑이 쪽 소매만 오려놓던가."
리본을 풀고 긴 머리를 풀어헤친 레이무까지 거들자 슬쩍 짜증난 린노스케였지만 그래도 꿋꿋이 시크하게 말했다.
"그럼 옷감 사서 여름 옷 만들어 입게 전병 값 좀 내주겠나."
"에이, 뭘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해. 코우린. 레이무 말처럼 그냥 그 옷의 소매를 오리면 반팔이잖아."
"맞아. 겨울에 다시 꼬매 입으면 되지."
이젠 유카리까지 거들어서 폭소하자 고개를 숙인 린노스케가 빨리 받아가라는 듯이 짤랑짤랑 거스름돈을 흔들었다.
"어머, 점주. 갑자기 서둘긴. 흐흐흣. 역할 잘 하고 있으면서."
거스름돈을 받아 지갑에 넣은 유카리를 보며 린노스케가 콧등아래로 슬쩍 내려간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며 말했다.
"무슨 역할 말씀이시죠?"
그러자 유카리가 큰 결계를 만들며 빠르게 사라지면서 말했다.
"딱 봐도 '웃고 싶은' 분위기를 잘 맞춰주는 역할."
"네? 무슨 말씀인.."
말을 이으려던 린노스케는 유카리가 사라지자 어리둥절했고 그 모습을 본 레이무와 마리사가 말했다.
"린노스케 씨. 유카리가 뭐랬어요?"
"응? 코우린. 유카리가 무슨 말 했어?"
"어,, 아니, 아니다. 니들도 계산이나 해."
"에이~ 요즘 하나같이 다 비싼데 좀 깎아주라제."
"주지도 않았으면서 뭘 깎아!"
린노스케가 탁상에 엎어져 뒹기적거리는 마리사에게 투덜거리는 사이, 내부로 조심스럽게 들어온 하타테가 점주와 그녀들에게 인사했다.
"저기, 혹시 이 가게엔 동그랗고 길다랗게 생긴 필름 있어?"
"음.. 찾아보면 있을 것 같군. 기다려주겠나."
목소리의 톤이 바뀌며 영업모드로 들어간 린노스케를 보고 마리사와 레이무가 서로 도라야키를 집어먹으며 웅성거리자. 저 소녀들이 어떤 애들인지 대충 아는 하타테도 조심조심 그녀들의 눈치를 살피며 점주를 기다렸다.
"조금 먼지가 쌓였는데 혹시 필요하다면 다 사가겠나? 요즘 사진기란 사진기는 텐구들이 다 싹쓸이해버려서 필름이 있어봤자 소용없거든."
"응? 왜 우리가 사진기를 다 사가?"
하타테가 물어보자 린노스케가 병쪘는지 멀뚱멀뚱 하타테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그쪽에게 묻고 싶은데. 뭐 비싼 돈 주고 사주니 파는 입장에선 좋다지만 텐구들이 왜 그렇게 많은 사진기가 필요한지 말이다."
사진기를 안쓰는 하타테는 자신의 폰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네. 나도 요즘 사회랑 교류가 없어서."
"음.. 잠시 이리와 주겠나."
얼굴에서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는 린노스케가 물품이 가득한 구석에서 필름이 가득 든 상자를 꺼내 행주로 먼지를 닦고 하타테에게 건넸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필름인데 악성재고 땡처리할겸 3엔정도면 어떻겠나?"
"음.. 좋아."
지갑을 꺼내 돈을 내려던 하타테는 누군가 허겁지겁 달려와 숨을 고르는 요란한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헉, 허헉. 아우 숨차. 저기 린노스케 씨이!! 계세요??"
"코우린은 저 안에 물건 팔고 있는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린노스케가 바깥으로 나가자 물건이 아야의 사진기와 호환되는 제품인지 확인하던 하타테는 선반에 낡은 붕붕마루 신문이 있는 것을 보고 슬쩍 놀라 눈치를 보면서 증거자료를 모으듯, 폰카를 찍은 뒤, 곰곰히 생각해보며 자신의 묶은 옆머리 한쪽을 여러번 만지작거렸다.
린노스케가 나오자, 반령이 주위를 돌며 한기를 뿌리는 요우무가 달궈진 볼과 이마의 땀을 닦고는 활기차고 행복한 표정으로 들떠서 외쳤다.
"저번에 전단그림보고 부탁드린 맞춤형 대형 화과자 들어왔나요?"
레이무와 마리사가 당황해서 그녀를 쳐다보자, 린노스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그거라면 오늘 아침에 들어왔지."
린노스케가 음지에 둔 장인의 도장이 찍힌 나무궤짝을 예쁜 보자기에 능수능란하게 포장하여 건네주자
물건을 건네받은 요우무가 해맑은 미소로 물었다.
"벚꽃에 나비무늬가 올려진 화과자 특대형 맞죠?"
"물론. 찬 곳에 두었으니 상하지 않게 빨리 먹어야 할 걸."
"어차피 유유코님에게 보이면 금방 사라질 거예요. 헤헷. 계산할게요."
허겁지겁 누관검과 백루검 사이에 매고 있던 꾸러미에서 거액을 계산한 요우무가 목의 리본을 고쳐매고 뒤돌아서자, 린노스케가 물품에서 요리도구 몇 개를 자루에 담아주며 건넸다.
"이거 챙겨가게나."
요우무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쓰윽 돌아간 머리띠를 고쳐쓰며 말했다.
"어? 그건 안 샀는걸요?"
그러자 린노스케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우수고객 사은품."
"와, 안 그래도 요즘 물건들이 하나같이 비싸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자루를 건네받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린노스케에게 90도로 연거푸 고개숙여 인사하면서 좋아하는 요우무를 본 하타테가 아야의 봄철 신문에 나왔던 반인반령임을 생각해내고 '어?'하며 놀라자, 도라야키 포장지를 뜯는답시고 안에있던 실리카겔 제습지 포장까지 같이 뜯어버린 마리사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와, 코우린! 너무해. 요즘 마법 책이나 재료도 비싼데 나도 좀 챙겨주지."
찻잔을 든 레이무가 '캇파 화학비료공장 제조'라고 적힌 제습지 포장에서 수많은 하얀 알갱이들이 굴러떨어지는 모습에 슬쩍 기겁하고 그 말에 소름 끼치도록 천천히 고개를 돌린 린노스케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도라야끼를 먹는 마리사를 보며 말했다.
"들어보니 맞는 말이구나. 마리사."
그 말에 웃는 마리사와는 달리 다음 말에 나올 말을 뻔하게 예상한 레이무가 한숨을 쉬며 찻잔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돌렸다.
"코우린, 정말?"
린노스케가 정말 가볍게 마리사의 이마에 딱밤을 놓으며 말했다.
"그래, 딱밤 맞는 말! 그거 다 납부고지로 달아둬버린다."
"에이 너무해! 예전에 5전짜리였던 게 지금은 8~9전이라고,"
"그럼 좀 생각좀 하고 먹던가 하렴. 마리사. 다 장사하는 입장이잖니."
"치, 린노스케는 안 먹어도 살면서."
마리사가 투덜거리며 자연스럽게 알갱이들을 손으로 밀거 털면서 바닥으로 다 떨어트리자, 린노스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거 다 주워라."
"흥, 싫어!"
마리사가 메롱과 함께 콧방귀를 끼었지만 한 쪽에 놓아둔 그녀의 빗자루가 마법이라도 걸렸는지 다가와 대충 투박하게 알갱이들을 쓸기 시작했다.
"마리사 씨, 그거 작아서 굴러다니면 잘 안 잡혀요. 얇은 빗자루로 천천히 쓸어담아야 멀리 안 굴러가니까요."
요우무가 겸연쩍게 웃으며 말하자 레이무가 "하긴. 넌 쓰는 건 전문가니까."라고 거들고 깍지를 머리뒤에 대고 쭉 당기며 두 눈을 감은 마리사가 모른쇠로 린노스케의 반응을 살폈다.
"어휴, 어쩜 애 같은 건 여전하군."
"코우린도 정말 너무해!"
토라진 마리사가 팔짱을 끼며 '핏.'소리를 내자, 레이무가 찻잔을 내려놓고 주전자에 우린 차를 부으며 말했다.
"둘 다, 참.. 서툴긴."
"그러게요, 푸힛."
레이무의 말에 공감하며 키득키득 웃는 요우무를 보며 무안해진 마리사가 얼굴을 붉히며 레이무의 옆구리를 툭툭 치자, 별로 할말이 없고 시선도 회피할 겸, 안경을 닦는 린노스케를 제외하고는 서로 저게 뭔상항인지 멀뚱멀뚱 바라보는 하타테만 어이없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응, 살펴가게나."
공손히 인사하는 요우무를 보며 안경을 다시 쓴 린노스케가 인사하자, 마리사가 '쩝'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래도 가니까 아쉽네. 잘가."
"어머, 마리사 씨. 감사합니다."
요우무가 환히 웃으며 답하자 레이무가 머리를 흔들곤 리본을 묶으면서 답했다.
"너 있을땐 반령 때문에 시원해서 그런거야."
"에휴, 그럼 그렇죠. 그래도 말씀 감사합니다! 세 분이랑 거기 있는 텐구 분까지 잘 지내세요!"
손까지 흔들며 홍조와 함께 인사하고는 바쁘게 나가는 요우무를 보며 레이무와 마리사가 못볼 것이라도 봤는지 병쪄서 말했다.
"쟤 왜 저렇게 텐션이 넘치지. 전엔 밝아보여도 묘하게 힘들어보이고 음침했었는데"
"그거 반령 때문에 그런거 아닐까."
"얘는.. 당연히 그건 아니지. 말투도 굉장히 밝고 딱봐도 느낌이 그렇잔항."
"요즘 뭐 기분 좋은 일 있는 것 같다제."
"장난도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걸 보면 그전보더 꽤 마음이 편해진 것 같군."
린노스케의 말에 마리사가 괜히 신경쓰여서 말했다.
"코우린은 같은 은발이니까 신경쓰이나봐."
"마리사아앗! 그렇게 몰아가지 마."
주위상황을 곰곰히 지켜보던 하타테가 조심스럽게 린노스케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넋이 밖으로 나온 애가 요우무야? 반인반령?"
"그렇다네. 근데 말이 좀 심하군." 린노스케가 뜬금없는 질문에 황당해하면서도 하타타가 준 3엔을 받아들며 대답했다.
"그 백옥루의 시종이라는게 사실인가 보네."
"자넨 여기선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사실을 소문처럼 말하는군, 마치 밖엔 돌아다니니지 않는 것처럼."
"에이, 말이 심하잖아!"
하타테가 사실을 들켜서 당황하자 오히려 두 소녀도 꿋꿋이 전병 포장지를 까다가 '쟨 뭐지.'하듯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필름을 사는 것을 보니 기자인 듯 한데 기자가 오히려 모르니 그럴 수밖에."
'끄응'소리 밖에 할 말이 없어진 하타테가 시선을 아래로 향하며 얼굴을 붉히자 그 모습을 보던 레이무가 찻잔을 입에서 때며 말했다.
"텐구가 요우무한테 왜 관심을 가지는 거지? 만나려고?"
하타테가 대답대신 두 양갈래 머리가 쎄개 흔들리도록 고개를 끄덕이자 레이무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조심해야할 것 같은데? 요우무는 예의바르고 베려심 강한 애라서 말야."
"맞아. 누구한테나 보면 베려한다고킄흐크흐흨."
마리사가 맞장구치며 탁자까지 손으로 두드리며 웃자 레이무도 키득키득 웃으며 낄낄거렸다.
"후히히힠, 검 두 개로 휙! 휙! 말이짘킼킼."
"맞앜. 푸힉, 레이무 너 말장난 대박으히히히낄낄."
소녀들의 왁자지껄한 모습을 무신히 보던 린노스케 옆에서 머리를 쓸어넘기던 하하테는 지나간 반인반령에게 물어봐야한단 생각에 급하게 들어 허겁지겁 필름상자를 챙기고 나섰다.
"암튼 고마웠어. 안녕!"
급하게 나간 하타테를 보며 린노스케가 슬쩍 밖으로 나가 그녀를 보면서 쥔 3엔을 바람에 흔들며 황당해하자, 레이무와 모자를 다시 쓴 마리사가 전병을 열심히 까먹으며 말했다.
"하여간 텐구라는 것들은 지멋대로니까."
"그렇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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