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안에는 사토리가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양팔을 기대며 그녀를 맞이했다.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뻔한 타이밍에 당연히 등장했습니다! 반가운 말씀 감사드려요. 저도 반가운 소식을 준비했답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매고 온 크로스백스러운 서류가방에서 붕붕마루 신문과 철제로 된 상자를 꺼내든 아야가 화면에 원안의 직선이 빙빙 돌아가는 수신기를 놓고는 배시시 웃으면서 사토리에게 그 상자를 건넸다.
"내일자 신문이군요. 지상의 소식을 알려면 이만한 것도 없어서요."
"그럼요, 여기저기 열심히 날아다니며 생생한 소식만 챙겨담은 건데요."
1면 머릿기사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다음 장을 펴본 사토리는 서드아이와 같이 아야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요즘 복잡한 그 쪽 머리속 만큼이나 정신없을 텐데 용캐도 취재하시나 보네요."
"본업이 기자잖아요." 아야가 능청스럽게 눈웃음을 지으면서도 입가는 살짝 쓴 웃음을 드러냈다.
사토리의 다른 애완동물이 오린과 함께 접시에 디저트를 대령해오자, 카엔뵤 린이 철저히 문단속을 지시하고는 귀빈 맞이를 세팅하면서 사토리에게 애교를 부리며 속삭였다.
"사토리니이임~ 자두맛 아이스크림과 달달한 생크림을 올리고 우유 조금에 라임을 넣은 새콤달콤 복숭아 아이스티에 청포도 티라미수 케이크 대령해왔어와요."
"아주 잘했어요. 거기다 놔주세요."
카엔뵤 린이 두 꼬리를 일자로 세우고 신나게 떨면서 접시를 놔둔 뒤, 허리를 숙인 채 고개를 들어 사토리의 쓰다듬을 받으며 행복해했고, 다른 손으로 신문을 넘기며 꼼꼼히 읽던 사토리를 바라보던 아야에게 기분좋은 표정으로 린이 다가가 말했다.
"텐구언니는 귀빈답게 산에 사니까 말차가루를 사용하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녹차 프라프치노에 산딸기브래드 준비했어요."
"와, 감사합니다."
자수정과 아쿠아마린으로 된 식기와 쟁반을 내려놓자마자 사진기로 차와 디저트의 사진을 찍은 아야를 보며 오린과 사토리의 병찐 시선에 아야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플래시를 끄는 걸 잊었네요. 직업병이라."
"나 참, 사토리님 놀라셨잖아요. 그러면 안 되어요. 설탕은 여기, 우유는 저기, 녹차가루는 이것, 스푼은 거기, 나이프는 구석, 냅킨은 왼쪽, 빨대는 오른쪽에 있어요. 아이스크림은 바람에 빨리 녹으니까 지금은 쓰지 마세요."
쟁반을 내려놓은 린이 주먹을 쥐곤 집게 손가락만 펴서 저으며 경고를 주고는 바로 웃으며 안내하면서도 귀를 쫑긋거리며 구석구석 살피면서 아야가 가져온 수신기를 들고 화면을 주시하며 닫힌 문 근처에서 대기하자, 더위를 식힐 아야의 바람 대신 냉기를 스물스물 피어내는 청포도의 에메랄드 빛을 담은 티라미수를 한 스푼 떠서 입에 넣고 녹여 먹으면서 빨대를 생크림 사이에 꽂아 한 바퀴 젓고 밑에 깔린 얼음의 묵직한 울림과 함께 아이스티를 마신 사토리가 신문을 접으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시는군요.."
숲속같은 우중충한 초록색이 가득한 프라프치노 위의 구름과도 같은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떠서 입에 머금고 맛을 음미한 아야가 준비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캬아! 맛있네요. 대단해요. 지상에서 팔아도 되겠어요. 이제 저도 더 대단한 걸 보여 드려야겠죠?"
기다렸다는 듯이 신문을 내려놓은 사토리에게 철제로 된 상자의 한쪽 버튼을 길게 눌러 지문인식을 하자마자 갑자기 튀어나온 쌍안경스러운 장치에 홍채인식을 마친 뒤, 덥개를 열어 등장한 자판에 품안에 있던 코드카드를 뒤집어서 인식장치에 넣고는 액정에 뜬 암호대로 자판에 입력했고 승인이 뜨는 것을 확인한 아야는 심호흡을 하고 상자 밑면에 손바닥을 데어 정맥 인식측정까지 마치자마자 마지막 뚜껑까지 오픈하면서 안에 든 서류 뭉치와 셀로판지들을 사토리에게 건네주었다.
"최근 일주일동안 세밀하게 알아낸 지상의 세력간 돌아가는 추세, 바깥세상의 출입 건수, 인간을 비롯한 무녀들의 움직임과 요괴들의 이변을 비롯한 사건발생 빈도등 시사적인 핵심정보들과 사토리님이 그렇게 원하시는 동생분에 대한 아주 자세한 자료들입니다."
서드아이까지 동원해가며 번호 하나와 검은 줄이 군데군데 가득한 해독용 셀로판지를 대고 번호에 맞게 서류들을 조밀조밀 검토해 본 사토리는 하나하나 세밀하게 읽어가다가 코이시에 대한 자료가 나오자 바싹 긴장하고는 매우 집중한 태도로 차근차근 흩어보면서 몰래 찍은 티가 나는 코이시의 사진등과 지도에 표시된 코이시의 이동경로, 목격자들 명단 및 환상향에 있는 장소간 노출 빈도 등, 수많은 자료들을 떨리는 손으로 세세히 바라보며 말했다.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이게 확실한 건지 좀 궁금해지네요. 정말 간절히 원하는 거라."
"저도 열심히 미행.. 아니 취재하고 우리 정보력을 다 총동원해서 알아낸 결실이에요. 무의식적으로 사라지시니 겨우겨우 목격자들 증언이랑. 저나 다른 텐구들이 돌아다니며 찍은 목격된 사진의 시간과 위치, 무의식이랑 아무런 상관없는 주위에 발산한 전파에 닿은 대형물체를 인식하는 수신기가 내는 신호를 종합하여 교차검증하고 거기에 열감지와 파동을 이용한 경보장치, 탐지기등에서 뽑은 자료도 규합하고는 동생분이 아닌 자들의 자료를 모조리 삭제한 결과죠. 일주일 간격이 있다보니 신뢰도도 높고 오차가 그리 크진 않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장에 몇일날 코이시가 무엇을 했는지 관찰결과나 목격자 진술, (음성식별 불가)칸이 조금 있는 혼잣말을 비롯한 대화 내용등 조목조목 기록된 자료들을 읽느라 혀의 침이 마르고 아이스티의 얼음이 다 녹아도 자료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토리를 보고 수신기를 계속 확인하던 린이 눈치를 보다가 큼지막한 얼음을 가져와 다른 애완동물과 같이 뽀개고서 주인의 아이스티에 넣어주었고 아야는 그런 사토리를 보면서 프라프치노를 비웠다.
"언니, 녹차 샷 추가해줄까?"
"네. 그래줄래요? 칵테일처럼 사케도 조금 추가해주세요."
주전자에 담긴 차가운 녹차원액을 아야의 컵에 붓고 말차가루를 조금 뿌린 뒤, 사케를 조금 넣고 스틱으로 섞어준 린이 아야에게 건네주며 다시 주인의 눈치를 보자, 아야도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빵을 나이프로 잘라 따뜻한 김과 함께 붉은 산딸기 과즙이 모락모락 흘러내리는 것을 포크로 찍은 뒤, 과즙이 묻지 않은 바깥 부분까지 바르고 오물오물 씹으면서 맛을 음미했다.
떨리는 손으로 힘없이 내려놓은 사토리가 서류를 쳐다보다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고는 떨리는 손의 손목을 잡으며 무릎에 가깝게 내려놓고 부쩍 움추려든 몸으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이 뜨거워진 눈시울로 침을 삼키며 말했다.
"... 수고했어요."
나오는 눈물을 옆의 티슈로 닦으며 걱정되어 다가온 린에게 손을 까딱이며 괜찮다는 사인을 주고는, 다른 티슈로 코를 풀은 다음에 빨대로 아이스티를 쪽 마시다가 안쓰러운 표정의 아야의 눈을 충혈된 서드아이로 마주보았다.
"네, 제 생각을 읽어보셔도 정확하다는 걸 아실 거예요. 저는 사토리 양에게 숨기는 게 아무것도 없답니다."
"숨길 수가 없는 거겠죠."
사토리는 린을 불러 준비하고 있던 서류와 펜을 꺼내며 말했다.
"그럼 약속대로 해드리죠. 지금까지 투자한 수많은 자금과 귀금속 자원 외에도 엄청난 전력 소모양만큼 오쿠의 간헐천 센터 발전 전력 송전케이블을 더 확대해 드릴게요. "
사토리가 더 많은 자원 지원 서류에 싸인하고 아야에게 건네 주던 중, 아래의 서류를 슬쩍 쳐다봤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아야의 눈을 계속 주시하면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와, 저도 텐마님을 대변해 함께 할 사이로서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이 체계가 움직이려면 지저의 지원이 매우 절실 하거든요."
"지저도 요괴의 산의 기술지원 덕분에 이렇게 원활한 전력 공급망과 뜨거운 기온에도 냉동장치랑 냉장고로 차가운 음식을 먹을수 있게 되어 감사 드립니다. 굳이 안올라가도 빠르고 알찬 지상의 소식들로 정보 전달도 고맙게 생각하고요."
"뭘요. 그렇게 서로 상부상조하는게 친선이자 동맹인걸요. 구독자이시기도 하시니까 신경 써드리는게 당연하죠."
"그리고 어떤 수로든 이렇게까지라도 제가 동생에 대해 알수 있다는 것도요.."
아야가 빙긋 웃으며 서류를 가방에 담자 사토리가 펜을 내려놓고 슬며시 담고있던 말을 털어 놓았다.
"네, 저기 근데 .. 지금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일 있으시죠."
"아, 네."
감정이 복받쳐서 그런지 손을 떨지 않으려고 깍지를 끼고 턱에 댄 사토리가 눈시울이 붉어진 서드아이를 매섭게 뜨며 싸늘하게 말했다.
"우리 동생까지만 해주시고 그 후로는 그만둬주세요. 솔직히 저도 점점 이성의 경계를 넘을까봐 고민하고 있어요."
살짝 놀란 아야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두 눈 사이에 주름과 함께 인상을 슬쩍 썼다가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미소로 말했다.
"아하핫, 여기까지 와서 이젠 내가 멈출수도 없어요. 이미 많이 엮여 버린걸요."
아야가 대답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허리를 피면서 고개를 어깨선까지 집어넣고 눈초리로 탁상위의 서류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사토리가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아요. 이런 말 할 자격 없는거 알지만, 당신의 그 강박적이고도 항상 불안속에 살게하는 계산에 계산을 거듭하는 계획중에서 내가 읽은 게 정확하게 맞다면."
사토리가 격양되어 한숨을 다시 푹 쉬면서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대로 쭉 가다간 앞으로 환상향을 더 엉망으로 만들 뿐더러. "
그리고 한탄하듯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이며 입안의 단어를 털어놓았다.
"지금도 우리가 거리낌을 느끼면서 이미 정도를 넘어버렸는데 이젠 더 쉽고 편하게 막나가게 될 것 같아 모두가 비참하게 될 거에요.. 분명히."
빙긋 웃던 오린의 표정이 어느 새 심각해지면서 빳빳하게 선 두 꼬리의 털이 바싹 돋고 가늘던 동공이 커짐과 동시에 사토리를 바라보던 아야는 그 말을 듣고 빙긋 웃던 미소에서 점점 미소기가 가시며 표정이 굳어진 뒤, 녹차를 쭉 들이키고는 입맛을 다시고 매서운 눈빛과는 다르게 입가는 웃으며 말했다.
"과연 그럴까요. 정작 당사자들은 잘 되기를 바라며 환영하고 반기던데요."
"하지만 이건 그나마 우리에게 남은 일말의 이성과 양심의 문제에요."
"다 감수하고 용인하셨어요. 대텐구님도, 텐마님도, 우리의 동맹도 말이죠. 사토리 양도 결국 우리에게 기대고 계신만큼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대응하는지도 다 알고 지원해주시고 있잖아요. 그것도 소신있게 말씀하시기엔 결국 암묵적인 용인이시죠. 무르실 생각은 없으시잖아요."
"그래서 내가 자격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게 그대로 굴러간다면 그대로 문제가.."
아야가 사토리가 사인한 서류를 집게 손가락으로 톡톡두드리며 보란듯이 말하자 사토리가 자신의 머리띠가 손에 닿이도록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쥐며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길게 쉬었다.
"에휴.. 그쪽도 마음을 너무 가볍게 아는군요. 나도 정말 방법이 이것뿐이니 어쩔 수가 없었고 오죽했으면 이랬겠어요. 이게 누군가에게 얼마나 지독한 상처가 될지 감안했으니 더더욱요. 하지만 그쪽은."
"알죠. 오히려 너어무 자아아알 알죠."
아야가 그말에 놀라서 '그런데도'라고 말하려 고개를 든 사토리를 보며 바로 목청을 높히며 반박하듯 외쳤다.
"하지만 이 작전으로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응어리가 풀릴 누군가도."
일부러 말을 끊은 아야는 탁자에 왼팔을 내려놓고 사토리의 글썽이는 눈물로 흔들리는 동공을 바라보며 그녀를 향해 제안하듯 손을 내미는 사인을 취하며 말했다.
"반, 드, 시, 있답니다."
"... 정말 지독하기 그지없는 억지의 당위성이군요.."
"애초에 방금 드린 사토리 양의 아픈 손가락에 대한 정보가 이 일의 부산품인걸요."
여유만만해진 태도로 미묘하게 웃는 아야를 보며 다시 손을 깍지쥐고 자신의 목등을 감싼 사토리는 감당하기 힘든지 몸을 떨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하아.. 그러니까."
"네, 말 못할 고민이신거 알죠. 그만큼 각오하시고 절박하신 것도요. 그리고 그걸 들어주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오죽하면 저희겠어요."
안쓰러운 표정의 아야 앞에서 사토리는 무너지듯 흐느끼면서 울먹였다.
"코이시는.. 코이시는 말이죠.."
기겁한 린이 손수건을 들고 황급히 다가섰다가 손을 들어 만류하는 사토리를 보고 고개를 숙이며 옆에 서자, 탁상에 놓인 티슈로 코를 푼 사토리가 아린 명치에 손을 대고 말했다.
"사토리가 저랑 이야기하지 않고.. 피해다니거나 다른곳은 잘 돌아다니는데 지령전에서 보이거나 저랑 있으려 하지 않아 얼굴 보기도 힘들어서.."
"네, 언니이자 세상에 단 둘인 혈육으로서 얼마나 가슴아프실지 느껴요. 더구나 다른 상대도 아니고 동생분은 생각도 읽으실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더 찹작하시겠죠."
"난.. 아니, 전.. 그냥 잘해주려고. 잘해.. 주려고.. 우린 가족이잖아요. 가족인데.. 우리끼리라도 뭉쳐야 할텐데.. 근데.. 얘는 나를.."
흔들리는 서드아이만큼 속이 타는지 아이스티를 그냥 들고 들이킨 사토리가 격양된 손짓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좀 더 친절하게 해주고 맛있는 것도 챙겨주고 안부도 물어보고 방도 새로 예쁘게 꾸며주고... 정말 잘해주고 기분좋게 해주려고 노력하는데.. 코이시는.. 동생은.. 아니 그 아이는 더 불편해하고 꺼려하기만 하고... 얘길 해보려고 해도 듣지 않을 뿐더러 피해버려서 이젠 얼굴도 잘 보질 못하니.."
사토리를 위해 바람을 살살 일으킨 아야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사토리의 눈을 쳐다보았다.
"사토리 양은 동생에게 물심양면으로 챙겨주려 노력하는데 동생이 받아주지 않아 마음이 너무 힘드시겠군요."
아야의 말에 코이시를 생각하다 참아왔던 감정이 울컥하여 속상함의 울분과 동생과 자신, 자매에 대한 안타까움, 서글픔이 뒤섞인 사토리가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흐느꼈고, 힘없이 덜덜 떨리는 몸과 눈물을 흘리는 서드아이가 안쓰럽게 쳐다보는 아야와 린을 충혈된 동공으로 힘들게 마주치며 말했다.
"으흐흐흑. 나.. 난 그저.. 동생이 행복했으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모진 밖에서 잘 먹고 잘 입히고.. 조금이라도 힘든세상 그래도 자매인데 우리끼라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려고... 근데 이젠 마음을 몰라주니 괜스래 미워지고.."
녹은 티라미수가 끈적끈적한 자국을 남기며 줄줄 흐르는 것처럼 사토리도 그동안 봐온 주인의 공감하여 측은해진 린이 들고있던 손수건으로 급하게 얼굴과 서드아이의 흥건한 눈물자국을 닦으며 말했다.
"난.. 동생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셔서 오죽 답답하셨겠어요.."
아야의 말에 상에 엎드려 팔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쌓여왔던 울음을 터트린 사토리는 린과 아야가 다가가 등을 토닥여주였고, 진정이 된 사토리가 고개를 들자 아야가 인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가에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저희가 마음고생을 덜하실 수 있도록 사토리 양의 말 못할 고민을 계속 신경 써 드릴게요. 자매를 위해서 말이죠. 그것이 구독자들에 대한 의리니까요."
팔로 눈가를 닦듯이 가리고 눈물이 고인 서드아이가 물 때문에 상이 일렁이며 흔들리면서도 아야를 쳐다보자, 아야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구독자이실 뿐만 아니라 스폰서측에는 동맹일때까지 비밀보장을 약속드리죠. 한 배에 타있으니까요. 물론 저희랑 다르게 속을 도저히 알 수 없는 그쪽도 조용히 해주셔야겠지만요. 후후."
그러자 깊은 한숨과 함께 의자에 등을 붙이며 고개를 젖히며 부은 눈과 붉어져서 뜨거워진 볼, 남은 눈물을 아야의 살랑살랑 상냥한 바람에 말린 사토리가 감정을 추스리며 말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건데.. 그쪽의 모든 일이 만약 잘못되거나 들통났을 때, 아니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의 미움과 분노를 당신이 절대로 감당하지 못할 거라 장담하죠. 전체의 미움이 뭔지 직접 겪은 자로서 그보다 훨씬 모질고 더할테니 당신이 빌수 있는 모든 것에 성공을 비셔야 할 겁니다."
"뭐, 저도 말이 쉽게 나올만큼 다 단단히 각오하고 하는 건데요."
여유만만한 몸짓으로 쓴웃음을 지어보이는 아야에게 앞의 태도와는 다르게 무서울정도로 냉소적인 표적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사토리가 고개를 들었다.
"마음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그 다수의 미움에 못 견뎌 지저로 내려올 지경인데, 모든 밝혀지면 그런 저보다 더할 그쪽이요?"
"네, 저야 언제나 최악일 때 쓸 카드가 이젠 많거든요, 게다가 말은 그렇게 하셔도 그런 일이 없도록 그 쪽이 안 보이는 데에서는 모를까 오히려 대놓고 협조하시고 스스로도 입도 뻥긋 안하실 거라는건 알죠."
"결국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당신의 내면에선 한치앞의 불확실성에 느껴지는 불안함에 함부로 모든걸 맡기고 있는 거겠죠. 의지로 하기엔 버겨운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헤, 속마음을 제대로 읽었다면 아셨을텐데 저는 알아도 쉽게 말할거에요. 이게 누구를 위한 일이 될 수도 있는지 사토리양의 아낌없는 지원이 증명하잖아요?" 아야가 능청스럽게 베시시 웃으며 음료를 들이키면서 말했다.
"말씀처럼 외부정보와 동생을 위해서 이번 일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입도 다물고 있지만.."
사토리는 울분에 찬 얼굴로 아야를 보며 몸서리치며 말했다.
"난 적어도 읽은 생각과 남의 마음가지고 장난치려고 하진 않아요."
그 말에 아야가 멍하니 쳐다보다가 동의한다는 듯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겠어요. 그럼 궁금한것 중에 하난데 마음은 읽으시는건 자동이라 어쩔수 없다해도 유일하게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동생분에게 불안함을 느끼시는 건요?"
그리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사토리에게 준 서류중 '코이시 목격일지 및 대화문건(7/21~22)'라는 이름이 써진 비밀문건과 인간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웃는 코이시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도 동생분 입장에서는 장난치는거나 마찬가지일텐데 사토리 양이 동의하고 사주까지 한 이걸 다른이가 본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저는 사토리 양 속마음 못 읽으니까 우리 진짜 솔직해져요."
사토리가 울먹이는 눈으로 깊게 한숨을 쉬며 얼음이 다 녹은 아이스티를 쭉 들이키고 코를 풀었다.
"나도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상처받는 답답한 현실도 갖은 수를 다 쓰면 그나마 도움이 되니까 수란 수는 그것이 도박이라도 우리를 위해 더 쓸까봐 그러죠."
걱정되어 조심조심 다가온 오린이 떨면서 슬며시 건네준 냅킨을 받아든 사토리는 입가와 눈가를 두드리며 서드아이까지 닦으면서 깊은 한숨을 풀었다.
"모든 일은 동생분에게 최대한 안 들키도록 하고 있는데다가 들켜도 최후의 수단이 있으니 너무 걱정마세요. 우리도 최대한 보험은 많으니까요. 게다가 '우'리잖아요. 사토리 양이 호소하는 걱정과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동생분과의 관계개선도 잘 책임 질게요. 저희의 친선임무니까요."
"혹시나 이 복잡한 일이 잘못되면 입을 열지않는 조건으로 지저로의 망명은 받아들이죠. 지저는 미움 받는 요괴에게 항상 열려있는 곳이니까요."
"네, 감사합니다."
"물론 내 애완동물로서 말이죠. 아는 게 많은 까마귀를 밑에 두는 건 어떨지 궁금해지는군요. 같은 까마귀인 오쿠가 반길거예요."
린의 등을 토닥이면서 입가는 웃는데 눈에 초점이 없는 묘한 미소를 짓어보인 사토리를 보며 아야가 대수롭지 않게 농담으로 여기며 겸연쩍은 미소로 화답하고 뒷목을 쓰다듬자. 오린의 눈이 번쩍이며 꼬리를 흔들었다.
"와, 언니 내 밑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네에."
"그럴 거란다. 오린."
너무나 빠른 사토리의 대답에 슬쩍 당황한 아야가 서류들을 챙기며 화제를 돌렸다.
"네, 알겠습니다. 지저도 보는 눈이 있으니 여기 오래 있을 수는 없겠네요. "
"그럼 지저의 대표로서 산의 대표인 텐마는 지금 우리 관계에 뭐라고 하시던가요."
"언제나 친선과 화합을 강조하시죠. 저희는 언제나 도움받은 만큼 도울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그럼 지금 외에 따로 협상계획도 잡을 수 있겠군요."
"저야 아래요괴일 뿐이니까 텐마님이나 대텐구님이 결정하시겠지요. 그래도 우리의 거래로 충분한 이득을 보시고 계시잖아요. 질좋은 지원을 주셔서 가장 정확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점에서 말이죠."
눈썹을 올리며 살갑게 눈웃음을 짓는 아야와 대조적으로 어두운 표정으로 기운없이 바라보던 사토리의 서드아이가 먹이를 노려보는 뱀처럼 매서운 실눈으로 바라보았다.
"네, 그렇군요. 솔직해서 좋네요."
"저야 숨기는게 없다고 했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사토리가 무심결에 타라미수가 들었던 접시를 만졌다가 녹은 타라미수 크림이 손에 묻어 린이 눈치것 물에 적셔서 준 티슈로 닦고도 끈적거림이 남아 찝찝한지 계속 만지작거리자, 아야도 다 흘러내리고서 시간이 지나 응고된 붉은 크림을 문지르듯 빵에 발라먹고 녹차로 목을 적시며 입가심을 하고는 시원하게 바람을 일으켰다.
"이 계절에 가장 유용한 능력이로군요."
"네, 그래서 찾는 분들도 많고 다들 부러워하시죠. 칭찬 감사합니다."
"부러워하는 능력이라.. 하긴 제 능력도 남들이 부러워하죠. 부러워만 하고 배척을 했으면 했지 찾지를 않지만..."
사토리가 차분하게 이야기하다 뒷말에 울분과 체념이 뒤 섞여 부정확한 발음으로 말하자, 아야가 상체를 사토리 쪽으로 다가서며 두 손을 총모양으로 쥐고 집게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래서 제가 찾아왔죠."
"...당신 속셈도 참.."
질린다는 표정의 사토리가 애교를 부리는 아야의 눈을 보며 길게 푸념하듯 말했다.
"나도 별말 할 수 없는 똑같은 요괴지만.. 만약 내 능력을 그쪽이 가졌다면 환상향이 진작에 수천 번, 수만 번은 망하고도 남았을 거예요."
그 말에 아야도 린도 말을 꺼낸 사토리도 키득키득 웃자, 너무 웃어서 옷 매무새를 다듬은 사토리가 기묘한 미소로 싸늘함에 가까운 말투로 읊조렸다.
"마음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미움 받는데 마음을 다루려하는 그 쪽은 얼마나 미움살지 진심으로 걱정되네요."
"참, 걱정마시라니까요. 저만 미움 받지는 않을테니."
"하긴 당신 머릿속의 그 생각들대로 된다면 그렇긴 하겠네요. 그게 현실화 되기에는 운이 많이 따라줘야겠지만,"
"사실 그게 문제이긴 하죠. 상황파악도 그렇고 계속 숙지하고 있기도 힘들정도로 유기적이고 꽤 복잡하거든요."
아야가 남은 차와 음식을 비우며 말하자, 사토리도 아이스티에 송글송글 달라붙은 물기가 탁상에 흥건해진 곳에 서류의 모서리가 닿아자마자 순식간에 그 부분이 녹아버리자 황급히 닦으며 말했다.
"보안용 종이인걸 깜박했군요."
"아, 그럼 다음에는 다른 보안 용지로 드릴게요. 이번에 캇파들이 개발한 암호해독기도 가져다드릴까요?"
"아, 이번에 지저와 요괴의 산을 잇는 직통 전화선 개통 축하식이 있어서 그때 니토리씨에게 받기로 했어요. 바깥 세상에서는 핫-라인(hot-line)이라고 한다고 니토리 씨가 자랑하던 걸요."
"네, 더구나 그 친구가 그 사업으로 많이 챙겼으니까요."
실없이 웃으며 이야기한 아야가 가지고 있던 철제상자에 아야가 했던 보안절차의 반대로 서류를 담는 사토리를 보고 나서 갈 준비를 하자, 오른쪽 팔꿈치를 탁상에 대고 턱을 괴며 손날로 볼을 눈가까지 쭉 올린 사토리가 한숨쉬듯 말했다.
"조심해서 가세요. "
"네, 근데 말이죠. 사토리님. 더 하실 말씀 없으세요?"
아야가 천진난만한 표정에 매서운 눈매로 사토리처럼 싸늘한 미소로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며 묻자, 린이 슬쩍 아야 쪽으로 눈동자를 돌렸고 사토리는 별 생각도 미동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없네요. 의심을 두고 있는 요괴한테 할 말은요. 오린!"
"에이, 서운하게. 제가 마음은 못 읽어도 눈치라는 게 있어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으며 오린을 부르는 사토리에게 아야가 몰아붙였다.
"참, 저도 기자의 촉이라는게 있답니다!"
순식간에 의자를 밀어서 바닥을 쓰는 모션을 취한 아야의 손에 검은 머리카락이 보이자, 다가오다가 당황한 린이 야옹소리를 내었고 사토리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참나'소리까지 내며 한숨을 쉬었다.
"어? 왜 놀라시죠. 린 양?"
"아니, 그게, 그 검은 머리카락이 거기 나오니까."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는 아야가 몰아붙이자, 당황한 린이 횡설수설했고, 사토리가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꽤 재밌었어요. 아야 씨. 머리카락 색깔이 같으시니 그런 얄꿎은 장난도 치시고요."
린이 아차 싶어서 두 꼬리를 휘두르며 수신기를 내려놓고 얼굴을 붉히자 미간을 살짝 찌뿌린 아야가 말했다.
"예상한게 맞나보군요. 도중에 사라지셔서 말이죠."
"아니, 전 아야언니는 직모인데 언니가 쥔 머리카락이 반곱슬이니까 그래서.."
"오린! 그만!"
너무 당황해 횡설수설하는 린을 제지시킨 사토리가 린을 불러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등을 토닥여 주면서 말했다.
"내 가족같은 애완동물을 그만 건드리세요. 장난 그만 치시고요."
"으앙. 사토리님. 으흐흐그으흐으극"
"옳지, 착하지? 오린이 잘못한 게 아니에요. 눈물을 거두렴. 이런걸로 기분 상하지 않는단다. 이해할 수 있어."
"으흐흑. 너무 감사해요. 사랑해요. 사토리니이임."
"그래 나도 사랑한단다. 진심으로 아껴주고 싶은 너를."
린과 볼을 대고 부비며 안아주는 사토리의 광경이 끝날 때까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며 기다린 아야가 차분하게 사토리에게 말했다.
"아무튼 침묵으로 협조해주시고 계시니까 이번 작전은 마음에 안 드시더라도 좀 협조해주세요. 지금처럼 하시면."
철제 상자를 삿대질로 가리킨 아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서로 믿고 맡기는 이 일의 보안 문제로 정보제공이 더 힘들어질 수 있어요. 누구보다 코메이지 자매의 우애와 결합을 위해 애쓰고 근심을 덜어드리고 있는 게 저희라는 걸 잊지 마세요."
"그러죠. 제가 당신 생각에 대해 오로지 동생을 위한 길이 될 수 있어서 모른척하고 지저에 얌전히 지원하고 있는 것도 동맹으로서 충분히 협조하고 있는 거니까요. 아니었으면 다 같이 끝장 났겠죠."
"네, 그나저나 다음부턴 저의 정보망을 무시하지 마세요. 어떻게든 다 아는 수가 있으니까요."
"그러죠. 바로 돌려보냈으니 충분히 조용해줬다 싶어서 굳이 얘기할 필요 없겠다 생각해서요. 다음부터는 아쉽지 않게 소통하도록 하죠."
"네, 감사합니다.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해드리죠."
"저야말로 감사드리죠. 저희 자매를 위해 애쓰고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하시는 것도요. 근데 수단이 꺼림칙하게 문제지만.... 하아아아.. 좀 힘드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오린. 입구까지 모셔다드리렴."
"훌쩍, 네. 사토리니임."
사토리가 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오린이 방긋 웃으면서 아야를 안내하자, 사토리는 쓸쓸히 그 자리에서 자신 위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수신기를 옆 좌석에 두고는 왼손으로 집어넣지 않은 코이시의 최근 날짜에 웃는 사진을 보며 쇄골 중앙을 감싸쥐고는 눈물을 훔치며 지령전의 공허한 공간을 울음소리로 채웠다.
"아~ 진짜. 아까 청소 좀 잘할 걸.. 사토리님 앞에서 속상하시게 이게 뭐람.."
굳이 수레를 투덜투덜 끌며 쪽팔림에 혀를 차는 린에게 아야가 사진 몇 장을 건네주며 말했다.
"에이, 그래도 애정표현이랑 위로 받으셨잖아요. 덤으로 이것도요."
사토리의 빛과 각도가 잘 맞아 떨어지는 도촬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린은 해맑게 웃으며 꼬리를 격하게 흔들었다.
"꺄햐~ 이 언니는 정말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잃어버릴라 급하게 수레 안에 주섬주섬 집어넣고 덮개를 씌우고는 웃으며 안내하자, 아야가 슬쩍 당황하며 말했다.
"근데 그 수레 시ㅊ...ㅔ."
"가자, 언니."
아야가 내뿜는 강풍으로 저저의 열기를 식히며 날아가던 둘은 땋은 머리가 자꾸 때리듯 닿아 귀를 눕힌 린이 웃으며 말했다.
"언니 근데 사진 몇 장 더 있어?"
"얼마든지요."
"역시 환상향 최속이라더니 대답도 빠르네. 언니랑 엮인게 솔직히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애매하게 웃는 린을 보며 아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다행이라뇨."
"사토리님은 나랑 오쿠, 다른 애완동물들을 포함해 우리를 가족같이 대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데 진짜 가족이신 코이시님은 그러질 못하시잖아. 어떻게보면 사토리님이 느끼는 코이시님의 빈자리를 우리가 대신 채워주고 받고 있는 셈이되어버리지 뭐양."
"아하, 무의식의 요괴이니까 기자인 제가 놓칠수 없는 희귀 소재이기도 하니 정보 공유할 뿐이에요. 헤헤."
"그래도.."
아야가 웃자 린이 어설프게 웃다 처량한 표정으로 딱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가 사토리님의 애완동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살짝 이해가 안 되서 말야. 그냥 다같이 행복하게 살수 없는건가 하고.. 사토리님이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애쓰시는데 정작 그래주고 싶은 코이시님은 우리에게 해주는 것보다 물질적 심적으로 그렇게 열정적으로 대해주시는데 부담스러워 하시는 건지 무의식이라 외면하시는 건진 몰라도 항상 소통도 안 되시고 외면하거나 다투기만하고 마음 아프게 하니까."
"서로 잘해보려고 하는 마음을 안 알아줘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무척 속상하시군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공감 및 반영해주며 바라보는 아야에게 린도 생각을 털어버리려는 듯이 고개를 여러번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사토리님에게 어떻게 위로가 되어주려 노력하고 힘내라고 해줘도 사토리님이 여전히 코이시님을 겪으며 느끼는 공허감처럼 우리도 사토리님에게 그런 마음이 든단 말야. 어떻게 노력하고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힘들때 위로하고 신경써줘도 전혀 행복하고 즐겁게 하기 어려운 그런 마음.. 난 그런 불편함이 정말 싫어. 잘해보려고 해도 더 비참해지잖아. 난 사토리님이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어. 코이시님도 우리도 다 같이. 누가 누구의 빈자리에 대한 대용품이 아니라.."
아야를 돌아본 린이 코로 날숨을 뱉으며 말했다.
"가족말야. 다 같은. 우리가 비록 애완동물이라 해도.. 그래서 코이시님이 살짝 미워지기도 해. 좋은게 좋은거 아냐.."
"네. 그래서 동생 소식이라도 알아서 더 속상하고 오해생기지 않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해드리고 있죠."
"응, 그건 정말 언니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만큼 만만치 않게 우리도 퍼주고 있지만."
'어휴.'소리와 함께 고개를 저은 린이 문화첩과 펜을 든 아야에게 말했다.
"대화도 소통도 안 되서 눈치만 보다 동생분이 언니를 피하고 언니분이 동생의 행적을 수소문하는 이런 비참한 지경까지 가야한다는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그래도 소식 조차 몰랐으면 사토리님의 멘탈이 멀쩡하시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저희도 추적이 지금이야 기술이 발전해 겨우 되는 거지 금방 사라지시니 만남을 주선시킬 수 없어요."
"하긴 그건 그렇지. 그걸로 얼마나 힘들어하고 괴로워하셨는데. 대화록에 언니이야기만 나와도 통곡을 하신다고.. 상처가 많으신 분이라 항상 퍼주고 잘해주시는 분이니까.. 그래서 언제든지 다가오면 맞이하고 잘해줄 준비를 하고 계시지. 다만 그럴 연습을 우리에게 계속 하시고 계신 것도.."
"에이! 몰라. 아까 사토리님에게 감정이 이입되서 그런가봐. 나도 언니에게 무슨 소리하는건지. "
실언을 했다는 듯이 주먹으로 입을 치며 '야옹' 소리를 낸 린이 두 꼬리를 까딱거리자 아야가 문화첩에 받아적으며 말했다.
"이건 참고해서 사토리님에게 더 감동 서비스를 줄 수 있도록 할게요."
"사토리님에게 잘해주는 거면 고맙지. 비밀보장만 된다면 말야. 그래서 언니에게 지저의 최고 귀빈대접해주는 거고."
통로 근처에서 야마메의 출입 확인증 없이 프리패스를 받은 아야가 린의 배웅을 받고 통로를 오가던 중에 만난 키스메와 같이 셀카를 몇장 찍고 나눠가지며 지상으로 올라온 아야는 주위를 돌아보며 열대야의 텁텁한 습기를 시원한 바람으로 날려버고는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 하나를 때었다가 빌빌 동그랗게 여러번 꼬면서 반곱슬머리처럼 만들며 말했다.
"참. 아무리 그래도 이런 뻔한 거에 낚일 줄은 몰랐는데."
바람으로 저 멀리 머리카락을 날려버리며 온갖 단어와 문장으로 빼곡한 문화첩에 누에→지령전 접선이라는 내용으로 다른 펜으로 서명하고는 재빨리 린이 쥐고있던 것과 비슷한 수신기를 확인한 아야가 자신의 쇄골에 몇번 치면서 말했다.
"안쓰럽지만 이제와서 마음 약해지지 말자. 사토리 양도 스스로 마음을 닫고 여기저기 경험하고 다니는 동생의 마음을 이해해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저 상태론 들을 리도 없고. 계속 되풀이되던 갈등이잖아."
가방을 열어 문화첩과 펜을 집어넣고 이어폰을 낀 아야가 다른 단말기를 연결하며 코드를 입력하고는 '취재중-구독료 납부'처리가 되자, 사토리가 쓴 계약서가 든 철제상자를 미소로 조심조심 쓰다듬으며 가방을 닫고 쏜살같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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