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로가 두 손을 무릎에 붙이며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자, 뱌쿠렌이 흐뭇한 미소로 말했다.
"배우려는 자세가 정말 열성적이네요."
"얼른얼른 배워야 하니까!"
"슬픔에 대해 가르치기 전에 기쁨에 대해서 집중하고 그대로 느꼈던 것처럼 코코로 학생도 몸과 느낌, 마음, 현상에 대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알아차렸으면 좋겠어요. 불교에서는 이름 4염처, 또는 4염주(念住), 4의지(意止)라고 하죠. 몸에서 몸을 관찰하면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판단하지 않고 지켜보는 거예요. 정확히는 몸 안의 생멸을 관찰하고 불건전한 탐진치가 생기지 않게 하는 거지만. 거기까지 나갈 필요는 없겠죠."
"판단은 왜 하면 안 되는 거야?" 코코로가 물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할 때 판단하지 않는 것이란 '좋다/싫다'를 분별하지 않는 것이고, 이 분별은 곧 감정이 개입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좋은 것에 더 마음이 가므로 탐욕이 생기고, 그 탐욕이 집착을 부르고 싫은 것은 기피하고 분노를 일으킨답니다. 그래서 그대로 지켜보고 받아들이는 거죠.
"음.. 감정은 오묘한 거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 벌일 수 있으니."
코코로가 슬픈 표정의 가면을 꺼내며 고민하는 사이, 모미지가 안 좋았던 일들이 떠올라 한숨을 푹푹 쉬고 심장을 가라앉히기가 힘들어서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가 바로 산 쪽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등을 돌리려 하자, 마미조가 이치린의 팔이 순식간에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코코로의 등을 재빨리 토닥여주면서 주목이 되도록 큰소리로 조언했다.
"그러니께 감정에 대해 잘 알아둬서 네 의지와 지금 감정이 어떤지 잘 봐둬서 혼란이 없게 해야제."
"이 너머가 깨달음의 요소인 7각지(覺支) 1지만 태도에 대해 가르쳐준 거니까 이건 넘어가도록 할게요."
모미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귀엽지 않냐고 묻는 이치린의 말까지 곁들여지자, 귀를 쫑긋 세우며 코코로를 살펴보는 모미지치럼 여러 가지 책을 살펴보던 뱌쿠렌도 원하는 페이지가 나오자 침을 한 번 삼키고 입을 열었다.
"슬픔은 상실감, 억울함, 실패, 불쌍함을 느낄 때 드는 감정으로 공통적인 유발 원인으로는 '상실감'이 있어요. 어떤 것이든 그 가치가 큰 대상이 클수록 슬픔이 더 크게 일어나죠. 거기에 라자루스 2라는 사람은 상실 자체가 큰 슬픔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상실로 돌이킬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낄 때 슬픔을 느낀다고 하였는데, 그 상황이 다시 돌아올 리 없으므로 슬픔을 느낀다는 거죠."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드는 여러 마음 그 자체라는 말인가?"
후토가 묻자 뱌쿠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남이 슬퍼하거나 슬퍼하는 장면을 봤을 때도 감정이 이입되어 슬퍼지기도 하죠. 우리가 슬퍼할 때 일어나는 작용으로는 불교적인 걸 다 빼고 말씀드리자면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슬퍼함으로써 '그것'에 대해 생체적으로 각인 및 학습이 되어 피하거나 견딜 수 있게 해준답니다. 예를 들어 이별을 겪고 슬퍼한다면 다음 이별에 대해 대비하거나 더 만남은 더 좋게 가지도록 노력하게 되는 거죠. 또한, 그 행동을 하지 않거나 그 대상을 만나지 않고, 조심하게 해줍니다."
지켜보던 이치린이 아야가 능력껏 일으키는 바람을 쐬면서 흥미로운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슬픔은 앞서 말한 '실패'나 좌절 같은 경우에 대해 극단적인 충격을 완화하되 잊지 않게 해주면서 반성하거나 되새겨보며 자아 성찰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누군가 슬퍼하면 무언가 위로를 해주고 싶고 측은해지는 경험들이 다들 있을 거예요. 다들 어떤가요?"
몇몇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슬퍼할 때 누군가 위로를 해주거나 안타깝게 봐주기도 할 거예요."
역시 몇 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뱌쿠렌이 다 따른 물을 한 컵 들이마시고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그렇게 슬픔은 동정심과 관심을 남에게서 유발해주기 때문에 주변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외부에서 감정적 지지를 얻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게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낮아진 자존심과 기댈 곳이 필요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슬픔은 보호와 돌봄을 받기 때문에 애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하네요. 아기가 울면 부모가 신경을 쓰면서 애착 관계를 유지하고 단절되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요."
쿄코가 눈치껏 빈 물병을 치우려고 일어서자, 순식간에 잠깐 흔들리다 균형을 잡는 새 물병이 뱌쿠렌의 옆에 놓였고 아야가 씨익 웃으면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또한, 환상향에서도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는 상대를 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처럼 상대의 공격성을 누그러트립니다. 예를 들어 패배한 대상은 인간이든 요괴든 신이든 십중팔구 우는 모습으로 나오고 더는 플레이어가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대화하고 다음 상대로 넘어가지."
"음, 뭔가 묘하지만 격하게 공감은 가네요." 말을 들은 전원이 수긍하며 한결같이 대답했다.
"계속 제가 슬픔은 자신뿐만 아니라 남도 신경을 쓴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만큼 슬픔은 연민을 일으키고 이 연민은 공감을 유발합니다. 이 공감은 전문용어로 '감정 이입(empathie)'이라고 하는데 감성 지능의 구성요소 중 하나라고 하네요. 이런 공감은 슬픔을 겪는 대상이 나와 가까운 사이일 때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하네요. 이 부분이 결여된 요괴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배우면 되니까요."
"아항. 그렇구나." 코코로가 고뇌하는 가면을 꺼내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슬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고. 슬퍼서 신경도 안 쓰이고 무기력해지는걸."
무라사가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한숨을 쉬면서 말하자 코가사도 우산을 위아래로 흔들며 수긍했다.
"무기력, 우울처럼 슬픔은 다른 감정들과 혼합하고 동시에 느끼기 때문에 그래요. 그러기 때문에 슬픔을 심하게 겪는 존재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살피고 돌아보아야 하죠. 기억과 상반된 감정까지도요."
"상반된 감정이라면?"
"예를 들어 분노가 섞인 슬픔이라면 슬픔이나 실패감을 느끼며 괴로울 때 남을 공격하거나 화풀이하는 것, 좀 더 극단적으로 기분 좋아지는 법으로 금지된 쾌락을 추구하는 등 더 호전적이 될 수 있겠죠. 쉬운 예로 슬픈 소식을 들었을 때 흥분해서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옆에 있는 나무나 의자를 발로 찬다거나 하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아님"
뱌쿠렌은 눈을 비비며 카메라를 다시 든 아야와 계속 한숨을 푹푹쉬는 미리 갈 필름을 준비중인 모미지를 감안하여 울적하지만 최대한 잘 찍히게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무언가 피해를 보았을 때 비탄과 슬픔에 차있는 상태로 그 대상에게 피해보상과 죗값을 추구하는 분노를 쏟아내는 것도 예를 둘 수 있겠죠. 소위 '울분'이라고 하는 것들을 말이죠."
"울분이면 감정이 섞인 거지?"
"네, 행동이 둔해지는 슬픔과 행동을 부추기는 분노가 섞이는 양가감정이에요."
"아하, 텐구언니가 말해줬던 건데 이런 걸 알고 싶었어. 가면을 한 가지만 쓰기 힘들거든."
셔터를 열심히 누르던 아야가 눈가가 붉어진 채로 말없이 다 찍은 카메라를 슬며시 건네주자,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던 모미지가 능숙하게 받아서 필름을 갈아 끼우며 돌려주고는 간 필름을 소맷자락의 필름으로 바꿔치기해 배낭에 넣으며 울먹이는 눈으로 떨리는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뱌쿠렌. 질문!" 누에가 속으로 '마음이 좀 축 쳐지고 답답한데 그나저나 저 텐구는 왜 웃었지?' 하고 의아해하며 손을 들었다.
"네, 누에 씨 말씀에 다들 집중해주세요."
"그럼 이런 슬픔은 어떻게 이겨내?"
누에가 히죽 웃으면서도 눈초리를 모미지를 향해 집중하자, 뱌쿠렌이 다시 책을 뒤져가면서 말했다.
"네, 잠깐만요. 우리 불교에서는 부처님 말씀을 따르고 참선하면서 불경을 외우는 것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하면 즐거워지는데, 다른 관점도 알려주어야 하니까요. 어디 보자, 일단 도교는 어떻죠?"
그러자 후토가 헛기침을 하면서 진지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두 손을 무릎에 올리며 생각하고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난 도교에 속해있지만, 정확히는 신토를 추구하는 입장이라.. 그래도 체면이 있으니 일단 떠오르는 대로..'
"솔직히 말해 일단 내가 아는 것으로는 장자 외편 13편 천도에서 마음을 비우면 고요해지고 고요하면 잘 움직일 수 있고, 움직이면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고 하였네. 장자가 심재(心齋)라고 언급한 '마음 비움'은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는 것이지. 그렇게 사물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면 잡편 23편에서 마음을 바르게 하면 고요해지고 고요하면 밝아지며, 밝으면 텅 비게 되고, 텅 비어 마음이 무위로 돌아가면 그것이 곧 자연의 도와 일치되어 못할 일이 없다고 하였네."
"그렇군요. 잘 들었죠. 코코로양. 어디, 좀 쓸만한 게.. 이게 좋겠다."
뱌쿠렌이 책을 들면서 펼쳐 들며 말하는 사이, 누에가 복잡한 생각이 들어 계속 눈동자를 모미지 쪽으로 돌려 그녀를 주시했다.
"슬픔은 그 감정 자체로 마음을 억누르고 계속 상실감과 패배감, 실패를 되새기게 만들기 때문에 내면으로 지치고, 또 위안과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의 마음도 지치게 만들고 의욕을 저하합니다. 게다가 모든 슬픈 일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만들며 주변에서 약한 대상으로 볼 가능성이 크죠. 이런 단점들 때문에 슬픔이 매우 낮게 평가되곤 하지만 슬픔은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게 좋아요. 어차피 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감정이니까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라." 누에가 따라 말하면서 모미지의 시선, 표정,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네, 또 슬픔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충분히 누구에게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을 하는 게 좋아요. 슬플때는 주의가 흐려지고 슬픈 기억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자기폄하가 더 심해지거든요. 자신이 사회적으로 약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이 경쟁구도나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일 때는 피해야 하죠."
코코로가 지난날 감정이 복받치고 슬펐던 기억들이 떠올라 한숨을 푹 쉬고 무릎을 세워서 주저앉은 자세로 무릎에 팔짱을 낀 두 팔을 포개어 받치고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묻으며 '으아앙 그치만 나도.. 나도 오해없게 표정짓고 싶어으흐흑' 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마미조도 지금 심정처럼 긴 머리를 바람에 흔들리며 슬퍼하는 코코로를 지그시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누에가 반대쪽의 모미지를 유심히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내려간 안경을 올리면서 덩달아 모미지를 바라보았다.
"활동을 하는 것도 좋아요. 무언가를 하거나 성취하면서 얻는 쾌감이 슬픔을 견디는 데 도움을 주거든요.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랍니다."
눈물 흘리면서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며 어깨를 토닥여 두드려주는 코가사와 함께 고개를 올리면서 말없이 끄덕이는 코코로를 바라보던 모미지는 무심결에 시선을 돌렸다가 누에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다른 쪽을 바라보는 누에를 보고는 의아하고 이상함이 뒤섞인 복잡한 생각이 껴서 누에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지금은 기분이 어떤 느낌인가요. 코코로 양?"
"그냥. 한없이 슬퍼. 가르쳐준 것처럼 몸도 마음도 축 처지고." 코코로가 바닥을 내려다보며 힘없이 말했다.
"네. 그게 슬픔이에요. 감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계속 느껴서 배워보도록 해요. 다른 분들도 궁금한 것 있으신가요?"
"뱌쿠렌, 그럼 그냥 슬픔이랑 흔히 말하는 우울이랑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궁금한데."
무라사가 붉어진 눈시울로 아야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묻자, 자신의 입장에 울컥하여 입을 가린 손을 덜덜 떨었지만 눈치껏 아야를 감시하던 나즈린도 동감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우울은 말할 때 뭔가 더 특화된 슬픔처럼 쓰이잖아."
뱌쿠렌이 대답했다.
"우울이란 좋은 일이 생겨도 잘 해소되지 않고 완화되기가 힘든 슬픔이에요. 다만 그게 우울 '증'일 경우는 모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감정이자 몇 시간, 하루, 며칠 같은 일시적이고 경미한 신체적 느낌이자 자신의 평가기준이 약간 바뀌거나 일시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슬픔이라면 우울은 지속해서 수면과 식욕이 몇 주나 몇 달간 저하되어 고통을 느끼고 좋은 일이 생겨도 무기력해져서 자각하지 못하며 자신에 대해 비하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추진력과 집중력이 낮아지고 희망을 가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답니다."
누에를 살펴보던 모미지는 자신을 쳐다보는 모미지를 인식하고는 너무 티 나게 쳐다봤나 하며 점잖게 자세를 고쳐잡으면서 여전히 대성통곡하며 붉어진 얼굴로 설움의 눈물을 팡팡 쏟는 쿄코를 한번 쳐다보고 평상시의 여자 가면을 쓴 코코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부분 우울증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열등감 혹은 무능함, 미래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비관적이 되고, 세상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힘들다고 느끼며 까다롭고 부당하게 받아들이는 3가지의 시선, 즉 인지삼제( 3認知三題, cognitive traid)라고 하는 인지적 왜곡이 특징이라고 한답니다."
수긍하는 무라사를 찍던 아야가 은근슬쩍 모미지를 쳐다보자, 모미지는 인상을 팍 쓰며 눈에 힘을 주고 그녀를 노려보는 것으로 답했고 누에가 그 모습을 보고는 옆 머리를 긁으며 다문 입에 코로 날숨을 내쉬면서 주시했다.
눈치껏 아야와 모미지, 둘의 시선을 파악한 이치린은 아야와 모미지의 으르렁거리는 모습에 속으로 의아해 했다.
"그럼 이제 슬픔을 표현해볼래!"
코코로가 슬플 때 쓰는 할머니 가면을 꺼내면서 두 주먹을 쥐고 눈가에 가까이 붙인 뒤, 살짝살짝 흔들자, 귀여운 마음이 들어 웃던 코가사와 후토는 몇 초 지나지 않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물 콧물을 흘렸다.
"아, 다들 이렇게 우는 건가?"
코코로가 옆에서 얼굴이 붉어져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미지와 소매로 얼굴을 훔치는 아야등 주변 요괴들의 행동을 모방해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리고 몸을 웅크리며 '으으흐흑.'하는 낮은 소리를 내자, 쿄코와 이치린, 나즈린도 덩달아 대성통곡했다.
"어흐, 으흐흑, 자꾸 눈가에 눈물이.. 수업 태도가 이렇게 좋은데 왜 열심히 준비한 제가 다 슬플까요. 으허어엉. 손수건 좀 닦을게요. 미안합니다. 여러분."
그러면서 손수건으로 촉촉이 젖은 눈가를 닦은 뱌쿠렌도 상기된 얼굴로 책을 펴며 말했다.
"아무튼. 흑흑. 이렇게 슬픔을 배우면서 필수적으로 나오는 게 제가 흘리는 것과 같은 눈물이랍니다. 눈물은 훌쩍, 기쁨을 가르칠 때 이야기했던 것처럼 동공 괄약근의 움직임과 더불어 눈물샘이 자극되면서 눈물이 나오고 내면에서 나의 비통함을 느끼고 주위에 알리는 동정, 연민, 도움에 대한 신호이자 의사소통이기도 한답니다. 어흐흑, 왜 이리 마음이 아플까요."
고개를 푹 숙이며 얼굴을 감싸 쥐는 뱌쿠렌의 등을 토닥이며 안경에 묻은 눈물을 흔들어 털어내는 마미조와 그녀의 큰 꼬리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고 "으흐흐흡.'하고 흐느끼는 누에 등, 주변이 눈물바다가 되자, 코코로가 일일이 그녀들의 행동을 따라 하고 모방하면서 손가락으로 자기 입의 끄트머리를 크게 벌리거나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눈가를 당겨보는 등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해보았다.
"얼굴 붉어지는 건 나에게 무리야. 지금 주변에서 보이는 거 말고도 슬프면 어떻게 되는지 더 자세히 가르쳐줘."
누에처럼 마미조의 꼬리를 붙잡고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뱌쿠렌에게 묻자, 뱌쿠렌은 퉁퉁 부은 눈으로 책에 눈물까지 흘려가며 열심히 내용을 뒤졌다.
"어흐흐흑. 이거 빌린 거라 물 묻으면 안 되는데."
"엉엉, 남의 도움 없인 잘 놀래키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먹고살아. 어어어아아앙." 코가사가 흐느꼈다.
"으아아앙, 으흑, 으에에에엥. 으흑흐흐어어어어엉." 쿄코도 주체하지 못하고 응어리진 눈물을 쏟았다.
"주인은 항상 날 속상하게 하면서. 으으으엉, 미안해야 되긴 해도 좀 신경 좀 써줬다면. 으흑, 어흑, 으허헝."
나즈린이 코 풀 종이가 있는지 이치린을 바라봤다가 그녀도 마음에 쌓인 게 많은지 땅을 치고 엎드려서 대성통곡을 하는 것을 보고는 측은함이 느껴져서 아야에게 말을 하였고, 발자국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가 얇은 종이들을 가져오자 그녀의 속도만큼 종이들도 빠르게 동났다.
"어흑, 찾았어요. 코코로양. 크흡, 슬프면 말이죠. 눈과 얼굴이 눈물로 인해 부어있고 충혈되어 있으며 자기 손만 멍하니 바라보고 먼 데를 보거나 공허하게 응시하며 표정이 어둡고, 훌쩍, 턱을 달달 떨며 표정이 맥빠져 있거나 촉촉이 젖어 흐릿하게 됩니다."
마법으로 대충 얼굴 붓기를 가라앉힌 뱌쿠렌이 한숨을 두 번 쉬며 말했다.
"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슴을 손으로 문지르거나 양옆으로 팔을 늘어트리고 주먹을 가슴에 대고 문지르거나 누르며 팔로 어깨를 감싸고 양팔사이에 고개를 파묻으며 코를 훌쩍거리며 울부짓고 울먹이거나 몹시 쉰 목소리 또는 생기없고 단조로운 목소리가 되며 자신의 빈손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손수건, 휴지를 잦고 감정을 투사할 만한 징표를 움켜잡거나 발걸음이 무거워진답니다."
"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아니라 그걸 다 따라 하기엔 너무 긴데. 혹시 적어줄 수 있어?"
"잠깐만요. 누가 으흐흐흑. 적어 줄 거예요. 누가.."
그러자 아야가 눈물을 계속 쏟으며 흐느끼면서 외쳤다.
"저기 제가.. 제가 할께요으어어어엉, 으흐흐으흐앙. 제가. 훌쩍 제가아.."
"아야씨, 하기 싫은 건 어흑, 으흐흑, 아니시죠?"
"아니, 그게어엉, 아니라.. 제가 지금 슬픔이 복받쳐서어어으허헝."
두 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절규하는 아야를 포함해 신용하고 있던 부하들의 뒷골을 후리는 비리와 더불어 아야한테 시달리고 있는 현실 등, 쌓인 설움이 폭발해 두 팔에 얼굴을 포개고 크게 오열하는 모미지와 말없이 절규하는 무라사, '아이고 태자님 으아앙.'하고 꺼이꺼이 우는 후토까지 포함해 모두 덩달아 울어버리자 코코로는 무표정 그대로 한숨을 쉬었다.
할 수 없이 벼루와 먹, 붓을 가지러 아야가 문을 나서자 불공 4을 드리러 온 요괴나 사람들이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울음에 저게 무슨 곡소리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신기해했고 물건을 챙겨 재빨리 문을 닫은 아야가 눈물을 닦기 바쁜 모미지를 신경 쓰지 않고 먹을 갈아 붓을 잡고 쓸 준비를 마치자 뱌쿠렌이 손수건으로 입을 잠깐 가렸다가 입을 열었다.
"받아 적으세요. 아야씨. 흐흐흑. 슬픈 이는 몸가짐은 움찔하고 놀라며 어깨가 축 처지고 딱 굳어있으며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으흑, 어떡해. 매사에 어색해 하며 힘없어 보이는 몸눌림과 마음에 안정을 찾으려 노력하고 어깨와 등이 굽거나 외부세계와 상호작용이 점점 줄어듭니다. 어으흑, 으흑, 생체반응으로 가슴이 아파 견디기 힘들며 눈자위가 뜨겁게 부풀어 오르며 목구멍이 따갑고 콧물이 줄줄 세어나오며 목구멍과 갈비뼈 안쪽이 쑤시고 어지럽거나 기력이 쇠진한 듯이 느껴지며 심장이 쪼개질 듯이 아프거나 시야가 흐릿해지고 에너지가 한없이 소진되어 한기가 느껴지게 됩니다. 크흐흑. 그리고 대답하거나 질문이 어려워지고 더 나은 미래를 낙관할 수 없으며 자기 내면에 칩거하고 슬픔에서 벗어나려 하며.. 혼자 있고 싶거나 술, 친구를 찾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기를 바라며 고통스럽거나 부정적인 화제를 피하기도 하고 그리고 고통의 순간이 끝나기만을 바란다. 장기간이 되면 통절하게 울부짖고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리며 호흡이 가빠지고 식욕이 저하되며 절망, 체념, 낙담하게 됩니다."
아야가 조밀한 글씨로 알뜰하게 받아적고 눈물에 종이가 젖지 않도록 모미지가 왼쪽 눈, 코코로가 오른쪽 눈을 맡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자, 마미조가 슬픔에 못 이겨 회한이 드는지 한숨을 쉬면서 술병에서 술을 따라마시고 쿄코가 아무 울음소리나 따라 하며 흐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억압되면, 훌쩍. 세상을 등지고 살거나 자신을 통제하려 들며 심호흡과 잦은 눈의 깜빡거림, 관심사를 바꾸려 하거나 미소가 떨리고 술을 찾으며 크흡, 손으로 입이나 턱을... 가리거나 모임에서 빠져나오며 어흐, 미소가 떨리고 관심사를 바꾸려 한다고 하네요. 흐흑."
숨을 내쉬는게 마치 한숨쉬듯 길게 내쉬던 뱌쿠렌이 물병채로 물을 마시고 말했다.
"그리고 애석하거나 우울하면 무거운 한숨과 미간을 찌푸리게 되고 눈을 깜빡거리지 않으며 촉촉이 젖어 충혈된 눈과 함께 다크서클이 지고 눈이 멍해지며 앞머리를 내려뜨려서 되도록 모습을 감추고 싶어합니다. 어흑, 제 이야기네요. 흐흑."
"아뇨, 저희도 그래요. 뱌쿠렌." 나즈린과 무라사, 이치린이 서로 부둥켜 울면서 말했다.
"이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손은 늘어뜨리거나 힘이 없으며 떨기도 하고 합리화하거나 설명하려 들며 자주 대화의 맥락을 잃고 헤매게 됩니다. 흐흑, 하다 만듯한 의사표현과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하며 웅얼거리고 안타까움에 스스로 비하하기도 한답니다."
코코로가 가면을 유지하며 아야가 속기한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자 뱌쿠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용을 이었다.
"자세는 구부정하고 손놀림이 굼떠지며 팔이 무겁고 어깨가 처지고 자신의 발 쪽으로 시선을 내려뜨리면서 자신이 예전에 했던 선택이나 언행을 후회하고 질책하고 돌이키고자 발버둥 치기도 하며 울부짖고 변명거리를 찾으며 불면증, 신경성 위장장애, 식욕저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어허윽, 진짜 지금 제 심정이네요. 흑, 남에 눈에 띄고 싶지 않거나 심란함, 순간을 잊기 위한 노력, 체중감소와 건강에 소홀해지고 흐느껴 울게 됩니다."
목 아래를 감싸 쥐고 숨을 한숨 쉬듯 잠깐 고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계속 말했다.
"그러면서 친밀한 교류가 힘들고 자기 자신을 용납하지 않으며 만회할 과잉보상이나 쾌락을 추구하게 된답니다. 어흐으흐,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거나 발을 질질 끄거나 인기척을 무시하며 잘 먹지 못하고 훌쩍, 약속을 깜빡하며 수척해지고 잠시 고립을 자처하게.. 됩니다. 흐으흐읍, 의욕이 없고 심장박동이 둔화되며 내부에만 관심이 쏠려있고 힘이 들며 시간 감각이 마비되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내부의 상처에 집착하고 비관적이 되게 됩니다."
"으흑, 계속 들으니까 더 슬퍼." 무라사가 코를 세게 풀면서 울먹였다.
"이런 감정에 반할 경우에는.. 반할 경우여요, 여러분. 직장을 바꾸거나 이룬 성과를 과장하거나 삶의 방향에서 다른 선택을 하거나 애써 행복한 웃음을 지으려 하고 반응하기 전에 멈칫거리고 억지스럽거나 과장된 감정 성찰이나 과음,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하네요."
마미조의 눈물 묻은 안경을 안경 닦는 천으로 닦아주고 나서 그녀의 꼬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쏟던 누에는 퉁퉁 부은 눈과 붉어진 볼을 손바닥으로 두드려 진정시켜주면서 아야의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얼굴의 열기를 식히면서 말했다.
"으흑, 으헝, 훌쩍, 나 우는 거 너무 힘들고 마음도 아파서 그러는데 잠시 생에서 겹겹이 쌓인 슬픔 좀 삭히고 올게요."
팔등으로 두 눈을 가리듯 닦으며 우는 누에에게 뱌쿠렌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안경 사이로 마미조의 눈이 예리해졌고 이치린과 나즈린도 눈이 슬쩍 돌아가면서 누에와 아야를 동시에 살폈다.
문을 열고 바깥의 늪과도 같은 무더운 공기를 마신 누에는 안이 더 시원하다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투덜거리면서 필기에 정신이 없는 아야를 마지막으로 보면서 문을 닫았고, 차가운 물을 받아놓은 통에 얼굴을 담그는 등, 최대한 빠르게 부기를 빼고는 눈물 젖은 리본 등 매무새를 단정히 하면서 주위를 살피며 허공을 날아올라 절을 벗어났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토지코는 의문에 찬 얼굴로 묘렌사를 찾았다.
"태자님 뒷바라지해드린다고 너무 늦어버렸네. 후토도 분명 절에 갔을 텐데."
'내막을 알기 위해서 감수하고 곽청아랑 손잡았지만 영 찜찜해서 계속 걸린단 말야."
관음전에서 자두와 술로 목을 축이며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파하는 쇼의 목소리를 지나가면서 들으며 후토의 목소리를 찾던 토지코는 주변을 걷던 요괴나 사람들이 하나같이 기이한 표정으로 웅성웅성 떠들 정도로 대성통곡이 흘러나오는 방을 발견하고는 너무 놀라서 눈이 희둥그레지며 재빨리 문에 귀를 대고 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혀를 찼다.
"뭐야? 후토도 울잖아? 다들 이게 뭔 청승이람?"
토지코가 어떻게든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았지만 모르겠다는 소리를 들어서 최대한 벽에 밀착하여 소리를 들으려 하며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이,
몹시 내키지 않는지 인상을 팍 쓰고 투덜거리던 누에는 팔등으로 이마에 가득한 땀을 닦으며 지열이 가득해 공기마저 매섭게 끓는 지령전에 도착했다.
- 1. 염각지. 알아차리기라는 깨달음의 요소 2. 태법각지. 안팎의 현상들을 선별하는 깨달음의 요소 3. 정진각지. 정진이라는 깨달음의 요소 4. 희각지. 기쁨이라는 깨달음의 요소 5. 경안각지. 편안함이라는 깨달음의 요소 6. 정각지. 집중이라는 깨달음의 요소 7. 사각지. 평온함이라는 깨달음의 요소. [본문으로]
- Richard Lazarus (1922. 3.3 ~ 2002. 11.24) 미국의 심리학자, 스트레스, 인지, 감정에 대해 연구 및 정의에 업적 [본문으로]
- Aaron T. Beck (아론 백) 인지치료에 업적을 남긴 미국의 정신의학자, 인지삼제는 그의 인지치료이론에서 언급 [본문으로]
- (佛供) 불보살에게 음식, 향, 꽃등을 경건한 마음으로 바치거나(공양) 그것을 바치며 소원이 성취되기를 바라는 불교의식, 살아있는 대상의 소원의 성취를 위한 것으로 죽은 넋을 위로하는 규모가 큰 재(齋)와는 다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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