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마땅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하타테에게 아야가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 따라와!”
“훗, 그러죠. 말투부터 뭔가 퍼부울게 많을테니 말이야.”
하타테와 모미지가 곁눈질로 서로를 살펴보고 스쳐지나가는 사이, 그러거나 말거나 아야가 순순히 따라 걸어 나와 따로 둘만의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도 무슨 꿍꿍이인진 모르겠지만! 네가 기자라면 당장 그만둬!”
“뭘 말이죠? 다짜고짜 무슨 말이래?”
“지난봄처럼 꾸미고 있는 짓 말이야.” 하타테가 아야를 다그치며 말했다.
“아? 아하. 아하핫! 꾸미다니요. 엄연한 취재라고요. 취재!” 아야도 지지 않고 맞섰다.
“취재? 기자란 엄연히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 직업이지 사건을 일으켜서 그걸 찍는 게 진짜 기자라고 볼 수 있는 일이야?” 역시나 지지 않겠다는 듯이 하타테가 몰아붙였다.
“어차피 사건 자체로서 있는 사실 그대로 찍었는데 뭐가 문제람. 그리고 결과가 좋으면 그걸로 된 거지. 당사자들도 만족하고 있고 엄연히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텐데.”
“기사를 쓸 탐욕에 빠져 사건 자체의 원인에 관여한 것부터 지금 기자로서의 본분을 너무 악용하고 있는 거잖아! 너를 진정한 기자라고 할 수 있어?”
“진정한 기자라. 난 이제 그런걸 바라볼 영역은 딱 봐도 글러먹어서요. 게다가,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그쪽은 진정한 기자라도 되는 모양이네?”
“뭐, 뭐얏?” 하타테가 왼쪽 눈만 한번 깜빡거리면서 당황하자 아야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과연 방안에 틀어박혀서 염사(念寫) 1로 찍은 사진이 직접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찍은 내 신문보다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느냐는 거지. 사정상 발매가 늦어 같은 뒷북일지라도 말이야.”
“엑! 지금 너야말로 내 취재를 폄하하는 거야?” 하타테가 발끈하며 외쳤다.
“취재대상과 사건을 직접 사진에 담는 게 기자 아닌가? 그게 기자의 본분이고. 내가 꾸몄다 치더라도 이건 엄연히 현재에서 흘러가는 ‘사건’이고 내 신문은 그걸 취재하고 담고 있어. 하지만 염사(念寫)놀이에 취해서 직접 찍지도 않고 그렇다고 발매도 늦어 사건을 알리는 신문의 역할도 제대로 못 하는 그쪽 신문은 내 신문보다 못한 약소 신문인 게 당연한 거고. 난 적어도 사건은 아주 늦지 않게 보도했다고!”
“으으, 아야 너의 그 희망 사항에 맞춰진 그런 신문은 신문이라고 볼 수 없어! 그저 모두가 너의 각본대로 움직이는 너만의 소설일 뿐이지! 적어도 난 기사를 위해 사건에 관여하진 않았다고. 정당성 면에서 넌 기자로서 실격이야!”
“글쎄, 난 이미.."
답답한지 머리를 긁적인던 아야가 더 이상의 설명은 되었다는 듯,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네, 뭐. 잘 알겠어요. 주의할테니 그쪽도 직접 찍지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담아내지 말고 제때 발매하면 진정한 기자에 걸맞을 수 있을 거예요.”
"야! 내가 염사해 쓰는 건 내가 안 관여된 진짜 사건이거든!!"
아야는 화가 폭발한 하타테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렇게 불만이면 나처럼 직접 취재를 해오시던가. 읽어서 환상향이 어떻게 돌아가나 알 수 있는 소식지로 발돋음을 하시거나. 그러고 나서야 나에게 먼저 이래라저래라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될 것 같은데 말야.”
“으으으, 짜증 나! 지금 피장파장으로 때우는데 그런 입장이 아니어도 아닌 건 아닌 거거든! 억지 부리지 마! 이건 같은 기자로서 말도 안 되고 용납 못 할 일이라고. 기자는 지켜보면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입장이지 사건을 일으키며 관여해서는 안 돼!”
“참, 얘는 다른 기자요괴면 몰라도 눈치가 없어서 그런가 정말 백 번을 설명해줘도 모자랄 애네.”
머리를 긁적이던 아야는 웃으면서 돌아서며 말했다.
“어쨌든 너의 그 소리는 우리 붕붕마루 신문의 봄철특집을 아주 잘 감상했다는 소리로 알겠어. 이번 여름 편도 어떤 결과가 날지 모르니 기대하고 있으라고.”
“정말 아야는 말로 곱게 타이를 수가 없구나! 너의 주관이 가득한 사건을 담은 그런 기사가 무슨 의미가 있지?”
"음.. 사회적?"
어이가 없어진 하타테를 보고 너 아니어도 골치아프다는 표정으로 한숨과 함께 아야가 쏘아붙었다.
“굳이 견제하고 싶으면 이런 소모적인 언쟁보단 신문에 사설이라도 넣어서 비판하고 상대하시지 그래.”
준비가 다 된 모미지가 뭔일이지 하며 아야 옆에서자, 아야와 모미지를 보고 하타테가 속이 터지면서 외쳤다.
“두고 봐! 내가 기자로서 기자의 본분을 망각한 너의 그 행태를 뼈저리게 반성토록 만들어주겠어!”
아야가 대답 대신 뒤도 돌아보지않고 손만 흔들며 걸어가자 하타테는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모미지의 부관에게서 물 항아리를 건네받아 물을 잔뜩 마셨다.
"뭔 소리야."
"그런게 있어."
"아니 너 말고."
모미지의 퉁명쓰러운 말에 아야가 째려보며 외쳤다.
"모미지 얼른 가자고!"
"내 근무지는 내가 알아서 가니까 보채지마."
모미지는 푸념 뒤에 억지로 팔짱을 낀 아야에게 끌려가줘 주면서 하타테를 흘깃흘깃 바라보았고 하타테도 물을 계속 마시면서도 모미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후, 부관. 인수인계 시작한다. 나 없는 동안 니네 통제 좀 잘하고 있어. 감시 잘하고! 검문이 불응하거나 비행 및 출입 금지구역에 경보기 울리면 훈련한 것처럼 바로 차단선 꾸려서 나포하고.”
모미지를 쫓아온 부관이 인수인계를 받고 빈 항아리를 하타테에게 건네받자, 아야와 모미지 그 둘은 구름 한 점 없는 초여름의 하늘을 날았고, 근처에 설치된 펌프에 다시 물을 담은 다른 텐구 경비대원들이 붕붕마루 신문을 실내로 가져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오른쪽 주먹을 턱에 괴고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붙었다 땠다 하던 하타테는 무언가 궁리가 생겼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해가 뜨거운 빛을 땅으로 내뿜는 오후가 무르익어 갈 때쯤, 묘렌사 법당 안에서 토라마루 쇼, 히지리 뱌쿠렌, 운잔과 코모이 이치린, 나즈린, 무라사 미나미츠, 타타라 코가사와 카소다니 쿄코, 호쥬 누에와 후타츠이와 마미조까지 전부 모여 옹기종기 앉아 분위기를 살폈고 그들 앞에는 후타노 코코로와 아랑곳없이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대는 샤메이마루 아야, 그리고 도대체 자기가 여기 왜 있는 건지 모르는 이누바시리 모미지와 도교 최고위 관계자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 소가노 토지코가 자리를 잡고 서로 눈치를 보다가 아야가 말을 꺼냈다.
“자, 관계자분들은 다들 모이신 거 같은데 이제 중대발표를 하겠습니다.”
“저기, 태자님. 왜 절에 왔는지 물어보기 전에 후토는 안 부르시는지요?”
그러자 미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걔 데려오면 이 절간에 불부터 질러서 안 돼.”
“하긴 불 보듯 뻔한 일이기야 하지만, 그럼 곽청아는.......”
“이 자리에선 절대로 안돼!” 미코가 쏘아붙이자 토지코는 ‘그럴 테지.’라고 생각하며 지켜보았다.
아야가 모두가 카메라에 들어오도록 뒤쪽으로 가서 플래시를 터트리며 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눈치를 보며 아리송한 표정의 얼굴들을 사진으로 담아내자, 미코와 쇼는 서로 서류를 각자 꺼내 들면서 미코부터 양해각서와 같이 든 합의서를 읽으며 말했다.
“이 시각 이후로 세 종교 간의 합의에 따라 모리야 신사 및 요괴의 산의 중재 및 감독하에 도교를 신봉하는 신령묘측의 대표로서 불교를 신봉하는 묘렌사에 대해 하타노 코코로에 대한 일정 기간에 따른 위탁을 정중히 권유한다.”
그러자 쇼도 합의서를 읽으며 말했다.
“이 시각 이후로 세 종교 간의 합의에 따라 모리야 신사 및 요괴의 산의 중재 및 감독하에 불교를 신봉하는 묘렌사의 대표이자 비사문천의 대리인의 권한으로서 도교 신령묘측의 하타노 코코로에 대한 위탁 요청을 정중히 받아들이는 바이다.”
그러자 아야도 카메라를 모미지에게 맡기고 자신을 찍으라는 손짓을 한 뒤, 합의서를 꺼내 들며 말했다.
“이 시각 이후로 세 종교 간의 합의에 따라 모리야 신사 및 요괴의 산의 대변인인 샤메이마루 아야는 불교와 도교의 위탁 과정에 대해 감독 및 고문 역할과 더불어 중재 역할에 충실하여 양쪽의 친선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세 명이 발표를 마치고 ‘7월 21일 현 시점에서 위탁이 종결되기 전까지 상대방에 대한 포교 및 공식적인 적대행위를 금지한다.’는 말과 함께 합의서까지 직접 바로 서명하자 그 세 명과 뱌쿠렌, 모미지를 제외한 모두는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이 경악하며 외쳤다.
“에엣??!!!!”
“자, 잠깐!!! 주인!! 잠깐만!!” 나즈린이 쇼를 끌어당기면서 말리며 말했다.
“아니, 태자님!! 그게 무슨!!!” 토지코도 미코에게 상소를 올리듯 외쳤다.
“히지리님.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그러거나 말거나 귀찮은 얼굴의 모미지가 그 광경을 아야를 대신해 카메라로 찍고 정작 당사자인 코코로는 주변을 살피는 사이, 이치린이 경악하며 뱌쿠렌에게 묻자 뱌쿠렌이 온화한 미소로 대답했다.
“보다시피 나름 역사적인 광경이지요.”
“아니, 그러니까 합의라는 건 말이죠. 말하자면 양쪽의 동의가 있어야.” 이치린이 땀을 흘리며 말했다.
“합의는 이미 끝났는데요. 뭘.” 뱌쿠렌이 더는 말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응답했다.
“태자님! 어쩌자고 저런 것들이랑 이런 합의를 하시는 겐지요!!”
토지코가 따지듯 묻자 미코도 말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자자,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라네. 우리가 밑지는 장사도 아니고 말이야.”
그리곤 마찬가지로 경악한 표정의 묘렌사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튼, 믿기 싫어도 상호 간의 이득 상 맡기는 거니까 그동안은 멘레이키를 잘 부탁하네.”
미코의 말에 나즈린과 무라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미코가 당황하며 뱌쿠렌에게 말했다.
“지금 태도가 왜 이런 건가?”
“서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한 거니까요.”
코코로가 모인 모두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쿄코와 코가사, 쇼도 코코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이, 나즈린이 말을 이었다.
“우린 정확하게 이런 사실에 대해 듣지 못했는데요. 그냥 주인이랑 뱌쿠렌이 모이라고 해서 모인 거지.”
“맞아.” 이치린도 거들었다.
“하여튼 불교는 참으로 일처리가 어수룩한 종교로군. 이래서 믿고 맡기겠나?”
미코의 말에 아야는 머쓱여진 듯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기, 그게. 제가 아직 이 계획에 대한 엠바고 2를 걸어놔서 여기 분들은 몰라요.”
미코가 혀를 차며 한심하게 쳐다보자 쇼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저도 한 시간 전에 뱌쿠렌에게 들었는걸요. 정말 뜬금없지만 저 역시 이번 위탁에 동의합니다. 양측의 무의미한 싸움은 결국 싸우는 우리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신자들도 지치기 마련이니까요. 서로 상생을 도모하면서 종교적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을 이루는 것이 서로의 위신과 함께 양측 간의 종교적으로 성숙한 면모를 아야 씨의 신문을 통해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코코로 양이 우리 절에 있는 동안은 감정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약속하죠.”
“그럼 못 미더워도 약속이니 일단 믿고 가보겠네. 언제든지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와서 감독하러 올 터이니 괴롭히지 말고 보필 잘하고 잘 대해주고 신경을 많이 쓰도록!”
미코의 말에 무라사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누가 들으면 얘 시집보내는 줄 알겠네.”
그말에 몇몇이 웃자, 토지코가 발끈해서 외쳤다.
“무엄하다! 감히 태자님에게!!”
그러자 미코가 괜찮다는 듯 토지코를 말리며 말했다.
“어쨌든! 우리 도교가 이만큼 선심을 썼으니 그쪽도 화답하는 게 이치이지 도리인게지. 그럼 이 정도만 하고 맡겨두도록 하겠네!”
“태자님이 직접 나서신거니 합의를 깨는 짓이나 적대행위를 보여다간 해치울 테다!”
미코와 토지코가 말을 마치고 틈새로 사라지자, 묘렌사의 멤버들이 멋적인듯 앉아서 주위를 살피는 코코로와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부산하게 떠들고 아야가 웃으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코코로에게 말했다.
“자자, 그럼 코코로양은 들은 대로 묘렌사 일동 분들이랑 있으면서 감정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을 같이 겪을 거예요.”
“감정을 알아간다고?”
코코로가 황당해 하며 자신의 수많은 감정을 담은 가면들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난 이미 감정이 풍부해. 뭘 더 알아간다는 거야?”
그러자 아야가 냉철하게 말했다.
“엄밀히 말해서 감정표현이 풍부한 거지. 그 감정이 어떤 건지 아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자 코코로는 화난 표정의 가면을 보이면서 말했다.
“흥! 난 내 가면들을 충분히 알고 쓴다고!”
그리고 슬픈 표정의 가면, 기쁜 표정의 가면 등 여러 가면을 차례차례 보이면서 말했다.
“난 내 감정을 충분히 알고 있어! 무시하지 말라고!”
이치린, 나즈린은 뱌쿠렌과 쇼까지 끼어들어 계속 승강이를 벌이고 누에는 마미조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무라사, 코가사와 쿄코가 코코로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와중에 아야는 웃으면서 말했다.
“코코로 양은 가면이 몇 개가 되죠?”
“한 66개 될걸?”
“그래요? 66개라.” 아야는 진지하면서도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흔히 쓰이는 말 중에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을 그 66개의 가면으로 상황에 맞게 잘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코코로가 반야의 가면을 꺼내 분노를 표현해 보이자, 가면의 영향으로 실랑이를 벌이던 나즈린과 이치린, 쇼와 뱌쿠렌의 언쟁이 격해지기 시작했고 무라사, 코가사와 쿄코, 마미조와 누에도 분노에 휩쓸려 언성을 높이면서 그들의 싸움을 구경하자 검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모미지의 팔을 붙잡은 아야가 다른 손을 펴서 위아래로 흔들며 말했다.
“자잣! 무시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죠?!”
코코로의 능력에 의해 주변 인물들에게도 감정의 영향이 미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아야가 마찬가지로 화를 내며 말하자 코코로가 다시 평범한 여자가면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물론! 감정의 요괴한테 감정에 관해 묻다니 실례되는 말 아냐?”
아야는 이치린과 나즈린이 쇼와 뱌쿠렌에게 급히 사과하고 다른 요괴들이 싸움 구경한 티를 안 내려고 눈치를 보는 것과 모미지가 놀라서 검을 황급히 떨쳐내는 것까지 지켜보면서 말했다.
“글쎄요. 그럼 양가감정(兩價感情)도 제대로 알고 표현할 수 있나요?”
“응? 양가감정?”
얼굴은 무표정한 코코로가 원숭이 가면을 보이며 곤란함을 표하자 아야가 말을 이었다.
“어떤 것이나 상황에 대해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을 양가감정이라고 하죠. 흔히 저 사람이 좋다가도 싫고 어떤 일이 몹시 두려우면서도 설레고 무척 즐거운 상황에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한없이 슬퍼지는 경우 같은 경우 말이에요.”
“그럴.. 수가 있나?”
코코로가 여전히 아리송한 말투로 아야를 쳐다보자 아야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럼요. 혹시 사랑하면서도 미운 감정에 대해 느끼는 대로 표현해 보실래요?”
“허허헛, 그거 재밌겠구마이. 으렵지 않을 터니 한번 해 볼텨?”
마미조가 격려하면서 코코로에게 묻자 코코로는 머뭇거리며 기쁠 때 쓰는 노인가면에서 즐거울 때 쓰는 방화범 가면, 슬플 때 쓰는 할머니 가면까지 선보이며 빙빙 돌리다가 화가 났을 때의 반야 가면까지 꺼내 들며 온갖 가면들을 선보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몰라. 그런 상반된 감정 같은 거 느낀다는 거 자체가 이상하잖아.”
“이상할 수야 있죠. 이게 심해지면 마음의 병이 되는 거니까.” 아야가 말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거예요. 그만큼 감정은 하나하나의 가면처럼 딱딱 끊어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결같은 것 같으면서도 우발적이고 변화무쌍한 거니까요.”
“그럼 내가 그런 다양한 감정들을 다 알면 더 강해질 수 있어?”
코코로가 무척이나 궁금해하며 묻자 아야가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글쎄요. 감정의 요괴이니 감정에 대해서 잘 알면 감정을 조절하기가 수월해질 수 있으니 그만큼 강해지지 않을까요? 코코로 양의 감정은 주변에 있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아마 어떤 부정적인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대상에게 그 감정에 대해 더 쉽게 공감하고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바꾸어 그 부담을 덜어 줄 수도 있겠죠. 그럼 코코로씨의 영향력도 향상될 테고 다방면에 걸쳐서 강해진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자 코코로는 친근할 때 쓰는 노인 가면을 보이면서 재빨리 자신의 몸을 숙이며 말했다.
“그럼 너! 나에게 감정에 대해 가르쳐 줘!”
모미지는 그 말을 듣고 아야가 폭소를 터트리는 것에 의아해했다.
“그건 남이 말로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야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맞는 말이긴 하죠. 애초에 내가 내 감정도 잘 모르는데.” 이치린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럼 어떻게 배워?” 코코로가 아야를 향해 다시 물었다.
그러자 아야는 손을 펼쳐서 모두를 가르키며 말했다.
“자, 이제 그걸 일단은 이 분들을 통해서 같이 배우는 거죠.”
아야와 뱌쿠렌, 마미조를 제외한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아야가 말을 이으려다가 마미조가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알겠당께. 요 이 텐구가 아주 머리를 잔뜩 굴렸으니 말여.”
그리고는 코코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찌면 이게 네 복일지도 모른 일이니 말혀.”
“그럼 아야 씨와 우리 모두 잘 부탁하도록 하죠.” 뱌쿠렌도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코가사와 쿄코가 눈치를 보는 사이 나즈린이 난처한 표정으로 외쳤다.
“아우 답답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야기를 해야지!!” 누에가 짜증을 내자 마미조가 누에를 달래며 차분히 말했다.
“고것이야 저 텐구 입에서 듣는 게 좋겠제?”
아야는 코코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 이제 지금부터는 묘렌사의 임시적인 일원으로서 이분들이 어떻게 대화하고 어떻게 지내면서 어떤 감정으로 서로를 대하고 표현하고 일상을 살아가는지 행동을 관찰하고 지켜보는 게 교육이에요. 물론 다른 곳에도 들르면서 감정에 대해 느끼고 배워나갈 것이고요. 대신! 무조건 듣고 느끼고 보는 조건 한에서 물어보거나 표현하고 할 때만 감정을 표현하세요.”
“뭐? 그 감정을 가르쳐 달랐더니. 속은 기분인데?”
코코로가 못마땅한 표정의 가면을 보이자 아야가 달래며 말했다.
“일단 다른 요괴들이나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어떻게 느끼는지 경험부터 쌓는 게 우선이니까, 그 정도는 지킬 수 있죠?”
“저희 입장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뱌쿠렌이 온화한 미소로 대답해주자 마미조, 운잔, 이치린도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러거나 말거나 무심한 듯 시크하게 바라보는 무라사와 누에와 달리 코가사와 쿄코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 지겨운 대화 언제 끝나나 벼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다 끝난 거지? 안녕! 난 타타라 코가사야!! 딱히 불교에 귀의 3한 건 아니지만 뱌쿠렌이 불러서 그냥 왔어. 난 카라카사(쓰지 않은 우산이 변한 요괴)라서 너처럼 츠쿠모가미야. 비슷한 츠쿠모가미로서 엄청나게 반가워. 어때! 놀랐지!!!”
난데없는 자기소개에 당황한 코코로가 황당한 표정의 가면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코가사는 들떠서 외쳤다.
“와하! 역시 기습적으로 해야 놀라는구나!! 내 능력이 인간을 놀래키는 능력이거든. 히힛!”
신나는 코가사와는 달리 코코로는 적나라하게 말했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순간에 튀어나와서 놀랐어.”
그 말에 코가사가 실망하자 무라사도 황당한 표정으로 코가사에게 말했다.
“얘 말이 너무 사실이라 쉴드 쳐 줄 수가 없네. 미안,” 그리고는 코코로를 보며 말했다.
“난 무라사 미나미츠. 배유령이지.” 이치린도 끼어들면서 말했다. “전 쿠모이 이치린. 이쪽은 운잔. 일단 요괴지만 불교에 귀의한 몸이라 수행중이죠.”
“불경보단 술로 말이지.” 무라사가 태클을 걸자 주변 요괴들이 키득키득 웃었고 동시에 뱌쿠렌이 도끼눈으로 이치린을 쏘아보자 이치린은 당황하며 고개를 흔들며 손을 저었다.
“저번 일도 있고 허니 내는 알틴디. 후타츠이와 마미조. 너구리 요괴제.”
“난, 호쥬 누에. 그 이상은 알 필요 없어.” 누에가 무심하게 말했다.
누에의 태도에 기분이 상했는지 코코로가 반야 가면을 다시 꺼내자 마미조가 코코로를 달래며 말했다.
“누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제. 정체불명의 요괴란 사정이 있응께 네가 이해해 줘야 하지 말허.”
“전 카소다니 쿄코!!!! 야마비코(메아리 요괴)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문지기 일을 하고 있어요!!!!!!!!!”
쿄코를 제외한 모두가 쿄코의 말이 끝날 때까지 귀를 막자, 코코로가 귀에서 손을 뗌과 동시에 이치린이 나지막이 말했다.
“웬만하면 쟨 건들지 마세요.”
놀랐을 때 쓰는 화들짝 가면으로 바뀐 코코로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응! 저 우산 요괴보다 더 크게 놀랐어.”
그 말에 코가사가 고개를 숙이며 축 처지자 무라사가 안쓰러운 듯이 말했다.
“진짜 미안. 이것도 도저히 쉴드 쳐 줄 수가 없네.”
“흐으그으윽으흑, 원-망-스러워. 으흑.”
“지금 안 놀라서 내가 원망스럽다는 거야?”
코코로가 저 요괴 왜 저러냐는 듯이 묻자 누에가 덧붙였다.
“아니, 오히려 지 자신일걸.”
“전 히지리 뱌쿠렌. 이 묘렌사의 주지승이죠. 지금은 마법사의 몸이지만 부처의 가르침에 대한 소중함을 설파하고 요괴들이 귀의하여 힘듦 없이 편안히 사는 세상을 꿈꾸며 이루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나즈린은 눈치를 보다가 쇼가 말하기 전에 재빠르게 외쳤다.
“난 나즈린. 쥐 요괴지만 비사문천 님의 부하지.”
“전 토라마루 쇼. 이 묘렌사의 본존이자 비사문천의 대리인입니다. 부디 좋은 가르침 받고 사무량심(四無量心: 모든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을 없애주는 네 가지 무량심, 자(慈)무량심 4, 비(悲)무량심 5, 희(喜)무량심 6, 사(捨)무량심 7 을 통한 수행방법)을 증장시키길.”
그러자 코코로는 곤란해져서 원숭이 가면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허헛, 이게 습관이 돼서. 좋은 경험하라는 거예요.” 쇼가 머쓱여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아야와 모미지, 코코로에게 돌아가자 아야가 웃으면서 모미지에게서 카메라를 건네받으며 말했다.
“전 샤메이마루 아야! 요괴의 산에서 온 카라스텐구이자 신문기자입니다. 보시다시피 취재 중이죠.”
“전 이누바시리 모미지. 백랑텐구이고 요괴의 산 경비부대 총대장이자 출입통제소장으로 근무중입니다.”
“난 하타노 코코로! 멘레이키(가면에 혼이 깃든 츠쿠모가미)야. 감정을 다루는 요괴지.”
“자, 그럼 자기소개들은 얼추 다 끝난 건가요?”
쇼가 온화한 미소로 물어보자 아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격식 차릴 필요 없겠네.” 아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쇼가 돌변하며 말했다.
“히지리. 새 손님도 왔는데 이야기도 나눌 겸 술이나 하죠? 대화는 술자리로 트는 거지.”
“이 절에서 술은 안 됩니다.” 뱌쿠렌이 단호하게 외치자 이치린이 거들었다.
“그럼 고기는 구워도 되죠?”
“안돼요!”
“거참, 좀 마시면 어디가 덧나나! 술!!”
“안돼요!” 뱌쿠렌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술! 수우우울!!!” 쇼도 지지 않고 맞섰다.
코코로와 모미지는 저 양반이 아까까지 격식 있고 온화했던 그 양반이 맞나 쳐다보면서 코코로의 화들짝 놀란 가면과 함께 모미지도 황당하게 쳐다보자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즈린이 다가가 말했다.
“우리 주인이 실은 좀 감정적이라서. 비사문천님의 대리인이라는 체면이 있어 밖에선 그렇게 안 하지만.”
“그래도 손님이 왔는데 맞이는 제대로 해줘야 하지 않겠어?”
무라사가 차분히 말하자 한쪽의 틈새에서 미코가 튀어나와 말했다.
“우리 도교의 특사나 다름없는 손님을 이렇게 맞이하다니 격식도 없고 우습기 짝이 없구나!”
“안 그래도 이제 맞이하려 했었다구.” 근처에 있던 무라사가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자 쿄코가 미코를 보고 외쳤다.
“안녕하세요!!!!!!!!!!!!!!!!!!!!!!!!!!!!!!!”
미코가 너무도 시끄러워 재빨리 틈새로 사라지자 모두가 귀를 막았다가 다시 귀에서 손을 뗀 후, 몇몇은 쿄코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도교 쪽에서 자꾸 저렇게 틈새로 쳐들어오면 곤란한데.” 누에가 푸념하듯 말했다.
“아무래도 자기가 만든 요괴니까 관심이 가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겠죠. 합의한 이상 왔다 갔다 하는 걸 문제 삼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공식적인 적대행위 금지라는 안전장치가 있으니 잘 지내보도록 해요.”
그리곤 뱌쿠렌이 누에와 마미조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니 코코로양이 위탁된 동안에는 모두 따로 놀지 말고 무조건 묘렌사에 거주하면서 잘 지내도록 하세요! 코가사도, 나즈린도요.”
마미조, 누에와 나즈린이 뜨끔한 듯 놀라서 쳐다보자 뱌쿠렌은 단호히 말했다.
“그러니 나즈린은 당장 짐 빼서 오세요.”
그러자 나즈린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쳐다보고 쇼는 나즈린의 어깨에 자신의 몸을 기대면서 말했다.
“와! 그럼 나즈린도 이제 밤마다 얼굴 볼 수 있겠네! 따로 살아서 낮에만 보기 좀 그랬는데.”
“주인. 떨어져.” 나즈린이 짜증이 나서 쇼를 밀쳐내며 말했다.
한구석에서는 코가사가 실의에 빠져 있자 쿄코가 다가가 귀속말을 크게 외쳤다.
“코가사!!!!! 힘내!!!!!!!!! 기죽지 마!!!!!!!!!!!!!!!!!!!”
그 소리에 코가사가 화들짝 놀라서 짜증을 내려다가 자괴감에 울먹거리며 말했다.
“으흐흐흑. 내가 요괴인데 요괴에게 놀라다니. 엉엉.”
“으휴, 귀속말을 저렇게 크게 하믄 다 들리는 건 둘째 치고 귀청 떨어지겄어.”
마미조가 담뱃대를 입에 물고 누에가 부싯돌을 쳐대는 사이, 그들 곁에서 자리를 잡고 서 있던 아야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사진을 찍어대고 코코로는 그런 광경을 관찰하자, 모미지는 저번 봄처럼 아야가 준 카메라의 필름을 갈면서 자신이 여기 왜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나즈린이 쥐들을 불러와 무연총에 있는 자신의 집의 위치와 가져와야 할 물건들에 관해 설명하고 이치린과 쇼가 몰래 고기와 술을 반입하려는 계획을 너무 대놓고 세우려다가 자비로운 탄막과 함께 저지당하는 사이, 아야가 코코로에게 말했다.
“어땠나요?”
“그냥 자기들끼리 서로 떠드는 거잖아!” 코코로가 따지듯 말했다.
“아니죠. 저들의 대화나 상황을 잘 들어본다면 그들의 겉으로 보이는 말투나 표정, 감정에 대해 느끼는 것이 있으니까요.”
“음, 서로 언성 높이며 싸우는 거?”
“아직은 무리일 수 있으니 계속 지켜보도록 해요.” 아야가 사진을 한 장 더 찍으며 말했다.
"나 솔직히 사기당하는 기분이야."
코코로가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의 가면을 보이자, 뱌쿠렌이 말을 꺼냈다.
“그럼 오늘은 첫날이니까 식사하고 이야기나 하면서 끝낼까요?”
뱌쿠렌의 말에 코코로와 아야가 고개를 끄덕였고 쇼는 아쉬운 듯이 말했다.
“술이 없잖아!!”
“고기도 없으니 술이 있을리가.” 이치린도 혀를 차며 말했다.
“하하, 둘 다 작작 좀 하세요.” 뱌쿠렌이 주먹을 들어보이며 그 둘에게 말했다.
“작작 좀 하세요!!!!!!!” 쿄코도 옆에서 거들었다.
모미지는 도대체 이런 정신없는 상황에서 이 멘레이키가 뭘 보고 배우라는 건지 아야의 머릿속이 전혀 이해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몰라서 그냥 잠자코 지켜만 보다가, 묘렌사 일동과 코코로, 아야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코코로와 같이 묘렌사를 나온 후, 그녀를 배웅해 준 뒤, 아야와 함께 요괴의 산에 돌아왔다.
한편, 신령묘로 돌아온 미코는 토지코와 승강이를 한참 벌이고 있었다.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약속을 하신단 말입니까! 네?”
“생각해보게나. 토지코여. 엄밀히 말해 멘레이키가 된 가면은 내가 만든 것이고 이 몸이 도교의 상징임과 동시에 내 손이 간 그 멘레이키도 우리 도교의 상징적 의미가 충분히 될 수 있다네. 그러므로 이런 자리가 잘못되면 불교와 요괴의 산, 모리야 신사에 모든 책임을 물으며 우린 쏙 빠질 수 있고 잘 되면 적에게 위탁까지 맡기는 우리의 관용과 높은 종교적 역량을 과시하는 것이니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므로 우리가 거절할 이유가 없지.”
그러자 토지코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풀지 않으며 말했다.
“태자님! 그럼 사실상 태자님이 만드신 가면이 요괴가 된 그 멘레이키가 불교쪽이랑 어울리다가 불교로 개종이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가 망신을 톡톡히 당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미코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 도교의 가르침에 그런 얄팍한 종교가 끼어들 틈새는 없다네. 게다가 그런 일이 있으면 믿고 맡겼더니 불교 쪽이 배신을 때렸다고 선언하고 약속을 파기하면 그만이지.”
그리고 덧붙이며 말했다.
“게다가 그 까마귀 텐구가 자기 잘못을 돌려놓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것도 위정자가 보기에 안쓰럽지 않은가. 그 정도의 아량은 있어야 한없이 높고 열려있는 도교지. 잘하면 요괴의 산 쪽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는 것이고.”
토지코가 태자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일단은 그런가 보다라고 혼잣말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무노노베노 후토가 튀어나와 외쳤다.
“태자님!!! 멘레이키가 불교로 배신했단 말씀입니까!!!!”
그러자 미코는 후토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후토여. 자넨 왜 말들의 앞뒤를 다 잘라 듣는 건가?”
“우리도 불교 놈들에게 지지 않고 포교를 해야 합니다. 태자님!!”
열혈 단신으로 자신의 신앙력을 설파하는 후토에게 미코가 귀찮은 듯 토지코에게 눈치를 줬고 토지코가 정말 대충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태자님! 결코 불교 놈들이랑은 손을 잡아선 안 됩니다!!”
피를 토하듯 열변을 내뿜는 후토에게 미코는 무심하게 턱을 괴고 말했다.
“자네 말대로 우리 도교의 신자를 많이 만들려면 인기가 필요하고 인기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는 덜 수 있는 거라네. 즉, 우리 도교도 진입 장벽 없이 더 쉽게 신자를 늘릴 수 있도록 이미지를 환골탈태 8할 때라네.”
“태자님의 깊은 통찰력에는 감명했으나 그래도 세상을 기만하는 그자들을 가만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방방 뛰는 후토에게 토지코가 합의서를 꺼내 들며 말했다.
“나도 아쉽게 생각은 하지만 서로 간의 공식적 적대 행위는 금지야.”
“그럼 비공식적으로 몰래몰래 하면 되지 않겠나!” 후토도 지지 않고 맞섰다.
“굳이 그걸 말리지는 않겠네. 대신 티 안 날 자신이 있으면 하라고.”
미코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토지코가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며 미코를 쳐다보았다.
“자, 이제 우리가 밑지지도 않는 장사와 같은 이 일에 대해 거론하고 싶지 않군. 곽청아는?”
“놀러 나갔습니다.” 토지코가 미코에게 대답했다.
“최대한 곽청아의 귀에 이 소식이 듣지 않도록 지금부터 모든 입을 닫는다. 분명히 뭔가 일을 벌여서 이 협약이 파투나는 것도 모자라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수습하는데 골치 아파질 테니까.”
토지코가 고개를 끄덕이고 강경하던 후토도 일단 고개를 끄덕이자 미코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 우린 수행이나 하며 떡이나 먹으면 되는군. 히힛.”
7월 22일 금요일 AM 8시 요괴의 산 (교육 1일차)
다음 날, 검문검색 및 경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던 모미지는 대문을 나서면서 저 멀리까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걷다가 그저께 밤을 새워 먹을 갈아 쓴 샤메이마루 아야에 대한 탄원서를 품 안에 잘 챙기고 근무지인 통제소로 날아갔다.
통제소에 도착해 당직사관에게 업무를 인수인계 받고 검과 방패를 찬 그녀는 곧장 행정 부서로 들어가 지난번에 봤었던 작전과 텐구의 자리로 걸어갔다.
“엇! 오셨습니까.”
“행정 업무상 급하게 상부에 처리해야할 공문인데. 혹시 대텐구님에게 다이렉트로 보낼 수 있나?”
모미지에게서 공문을 건네받은 텐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최대한 빠르게 보내 보겠습니다. 오늘이...... 22일 금요일. 그러고 보니 대서(大暑 9)네요.”
공문을 처리하는 텐구를 바라보던 모미지가 주변의 일하는 텐구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작전과에 병력이 많이 배치되었다던데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네.”
“네?” 작전과 텐구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그건 무슨 반응이야? 너희가 잘 알 거 아냐.”
그러자 그 텐구가 눈치를 보더니 다 죽어가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일할 대원들에 비해 일이 얼마나 많은지 계속 연등이라 저희 죽어 나가요. 가뜩이나 더운 날씨인데요.”
모미지는 ‘뭐지?’ 하며 당황해하면서 '단순히 소문이었나?'라고 의아해한 뒤, 아야에 대한 부당한 권력남용을 규탄하는 탄원서와 병력 증원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새롭게 써서 제출하고 나서려 하자 작전과 텐구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경비대장님. 이거 받으시죠."
"응? 뭔데."
모미지가 상당히 익숙한 탄원서 뭉치들을 받아들자 작전과 텐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상부에서 다 거절해서 반송되셨습니다."
"이거 대텐구 님에게 까지 올라간 건가?"
"글쎄요. 아마도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모미지가 탄원서마다 '귀관의 사정은 알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정이 있어 임무 교육상 열혈이 임하기 바람'이라고 대텐구의 필체로 써진 것에 분을 삼키지 못하고 외쳤다.
"이봐, 이 공문 우리 산에서 가장 높은 텐마 님에게 직접 보낼 수 있나?"
"네?!"
작전과 텐구가 기겁하면서 덜덜 떨며 외쳤다.
"아니, 아니, 지금 그게 무쓴 말씀이세요! 아무리 우리 병력의 핵심인 경비부대를 지휘하는 경비대장님이시라지만 정해진 보고체계가 있고 단계별로 올라가는 건데 그걸 건너 뛴다는 건.."
"할 수 있어? 없어?"
분노가 느껴지는 단호한 그녀의 말에 작전과 텐구는 한숨을 길게 쉬며 골치 아파 하면서 말했다.
"할 수야 있긴 하지만.. 비상시에만 쓰는 긴급 통문으로 바로 텐마 님에게 올려볼게요. 혹시 저에게 불똥 튀면 안되니까 작전과장님에게 보고는 할게요."
"어차피 작전과장이 내 밑인데.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걱정하지 마. 난 지금 엄청 절실하단 말야."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암구호 방금 바뀌었는데 궁금하시면 한번 보시고 가세요."
마지못해 공문을 받아든 작전과 텐구가 붉은색으로 된 도장을 찍은 후 특별한 케이스에 넣는 것을 확인한 모미지는 비문 케이스를 열어 '호랑이/여우' 암구호를 확인한 뒤, 탄원서 뭉치와 함께 터벅터벅 걸으면서 다시 통제소의 초소 안으로 돌아왔다.
“저기, 경비대장님. 부대 입구에서 찾으시는 분이 있습니다만.”
부관이 찾아와 묻자, 모미지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카라스텐구지?”
“네.”
“아우씨. 진짜. 이번에는 진짜 사달을 내든가 해야지.”
부관은 모미지가 투덜투덜 거리며 빠르게 숫돌을 꺼내 검을 날카롭게 가는 살벌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아야! 근무 중에 또 무슨 잡스러운 일..” 검을 치켜들고 초소 밖의 부대 정문으로 나온 모미지는 경비부대원이 암구호를 물어보며 겨누는 칼들의 날들이 화살표처럼 가리키고 있는 카라스텐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하였다.
마찬가지로 시퍼런 검을 들고 살기를 보이는 백랑텐구들이 버럭버럭 외치며 자신을 경계하는 걸 본 하타테도 기겁하며 쳐다보았다.
"호랑이!"
"엥? 뭔 소리야?"
"호랑이! 문어에 답하고 움직이지 마!"
"응? 뭐? 음.. 어흥?"
"문어에 더 틀릴시 구금하겠습니다! 호랑이!!"
"어.. 음.. 으허어엉?" 하타테가 두 손을 앞으로 허공에 할퀴는 시늉을 하며 소리쳤다.
“저,저기, 무슨 일이시죠? 출입 통제소의 출입 검색대는 저쪽 입니다만?” 모미지가 눈 앞에서 벌어지는 소란에 당황하면서 검을 뒤로 숨기며 방패로 방향을 가리켰다.
아침 해의 빛을 받아 날이 반짝반짝 빛나는 날카로움을 뽐내던 검이 사라지자 하타테가 마음을 추스르며 침착하게 말했다.
“후, 으흠. 역시 우리의 병권을 책임지는 경비대장이자 무(武)를 다루는 쪽이라 과격한가. 나랑 좀 같이할 대화가 있어.”
“이쪽은 근무 중이라 근무가 끝난 다음에 오시죠.” 모미지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야에 관한 거라고! 중요한 거야.”
하타테의 말에 눈초리가 달라진 모미지는 상황통제를 다시 부관에게 맡기고 경비대장실로 하타테를 데려와 문을 닫으며 말했다.
“다 나가리 된 줄 알았는데 벌써 공문이 처리되었나 보죠? 엄청나게 빠르군요. 대텐구 님이든 텐마 님이든 위에서 저에게 뭐라고 하시던가요?”
모미지의 질문에 하타테가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난색을 보이자, 모미지는 실망했다.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닌가 보군요. 하긴 그렇게 빨리 처리될리가 없겠죠.. 그럼 대체 무슨 일로 오신 거죠?”
“말하자면 긴데. 일단 내가 아야처럼 신문기자를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모미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타테가 심각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
“나야 염사(念寫)의 능력으로 사진을 찍어 기사를 만들지만 아야는 직접 사건을 취재해서 찍잖아. 처음에는 내 신문이나 다른 텐구들의 신문보다 아야가 그렇게 신선한 사건들을 보도할 수 있는지 의구심도 들고 신기했었거든. 하지만 저번에 그 모든 걸 알았고, 몇 달 전 이거.”
모미지는 저번에 백옥루에 가서 찍은 사진들로 만들어진 붕붕마루 신문 봄철 특집 편을 보고 이젠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하타테의 얼굴을 뻔히 바라보았다.
“알고 봤더니 다시 사건을 조작해서 기사를 쓰고 있더라고. 뻔뻔히도 말이야.”
자리에서 일어선 모미지는 문을 열고 다른 부하를 불러 차를 내오게 한 뒤, 자신의 서재에 올려진 붕붕마루 신문을 가져와 보이면서 정말 진지하게 들을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저도 그것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비로소 사정을 이야기할 대상이 저에게도 생겼군요.”
“뭐? 무슨 사정?” 하타테가 차를 들이키며 물었다.
“계절마다 무슨 특집기사를 쓰겠다고 대텐구 님에게 이상한 요청을 해서 저는 동의도 안 했는데 대텐구 님의 명으로 제가 아야 씨에게 연수를 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정작 연수는커녕 필름을 가는 취재 보조로서 손이 많이 가는 허드렛일만 하고 있죠.”
“어, 일단 왜 끌려다니는지 이유를 몰랐었는데. 이제 알겠네. 이번에도 하고 있지?” 하타테가 물었다.
“물론입니다.” 모미지도 차를 마시며 말했다.
“난 말이야. 밖에 나가긴 싫어하는 편이지만 엄연히 염사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기자라고. 각색이 들어가든 기자로서의 사심이 들어가든 간에 그 사건 자체가 일어나는 건 건들지 않아. 그건 기자로서의 본분이자 진정성, 도덕성에 위반되니까. 하지만 아야는 ‘목적’이 있는 사건을 고의로 일으켜서 소위 특종을 잡아내려 하고 있어.”
“기자가 아니라서 무슨 말인지 이해는 잘 안 가지만 사건 일으키고 무척 골치 아프게 하는 건 사실이니까 공감합니다. 엄연히 경비대장이자 출입통제소장으로 임명됐는데 근무를 설 때마다 아야 씨가 대텐구님의 명령이 적힌 공문서를 보이며 연수라는 명목으로 끌고 나가버리니 귀찮은 건 둘째치고 애초에 천리안을 쓰는 제가 없으면 우리 산의 안보가 매우 위험해지고 그리 좋은 사이도 아닌데 얼굴 보며 부하직원처럼 움직여야 하는 것도 기분 나쁘고 제대로 된 근무수당 받기도 어렵죠.”
“그건 그렇고 공문서를 그렇게 사심을 들여 발급받았다는 건 대텐구님을 우롱한 거 아냐?”
“적어도 공문서위조는 아니니까 권력 남용에 관해서 탄원서를 오늘 올렸습니다. 대텐구 님도 뭔가 애매하게 거절을 하셔서 당혹스럽길래 텐마 님께 직접 보냈죠. 제대로 된 근무를 원활히 할 수 없다는 제 의견까지 다 적어놨고요. 지금 아야 그 속도 검은 까마귀는 대텐구님의 명을 가지고 호가호위 10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그 하찮은 신문도 구독자가 늘어나고 영향력이 향상될 수밖에요. 대텐구 님이 아야씨에게 권한을 줬으니 대텐구님에게 충성하려면 따를 수밖에 없는 아래 요괴니까요. 어떻게 자기 목적을 위해 합법적으로 잔꾀를 내어 대텐구님을 그렇게 속이고 남을 이용해 먹을 수 있는지 참 치사하기도 하고요.”
“아야에게 이런 속사정을 진지하게 이야기 해 본 적 있어?” 하타테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말을 해봐도 소용이 없죠. 이번에도 무언가를 꾸미는데 거기에 얽혀서 명련사를 자주 들락거리게 생겼습니다. 저야 능력상 이때까지 이 요괴의 산의 경비를 맡아 왔으니 산에서 거의 벗어날 필요가 없어 다른 곳에 나들이 가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할 일도 많이 쌓여있고 무엇보다 꼴 보기 싫은 아야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는 게 무척 기분 상하는 일이죠.” 모미지가 못마땅한 듯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니까, 아야가 꿍꿍이가 많다니까. 말해줘 봤자 고집도 세서 무시할 뿐 듣지도 않아. 그래서 말인데. 난 아야의 기자로서 진정성을 망각한 이 모든 연출을 폭로하여 아야를 정신 차리게 할 생각이야.”
모미지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정말로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하타테가 들떠서 말했다.
“간단하잖아. 그쪽도 대텐구 님의 위세를 빌려 자기 목적을 위해 명령을 해대는 아야가 싫고 나는 기자라면 하면 안 되는 사기를 쳐 보이는 아야가 미운 거니까 공동으로 배척해야 될 대상은 똑같잖아. 그래서 나에게 좋은 계획이 있으니 공공의 적을 향하여 서로 협력을 하자는 거지.”
모미지는 그 제안에 솔깃해져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 문밖에 누가 있나를 살핀 뒤, 문을 잠그고 하타테에게 말했다.
“일단 그 계획에 먼저 들어보고 싶군요. 저로서는 최대한 협력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아야가 자신이 꾸미는 사건을 취재하는 중이라고 했지? 게다가 아야가 대량으로 찍는 사진들의 필름을 가는 일을 했다고 말했었잖아. 그날 취재에 대해 말해주고 그 필름 중 일부를 바꿔치기하거나 빼돌려서 입수한 후에 나에게 넘겨.” 하타테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나는 그 사진들을 가지고 아야가 이때까지 꾸민 사건들에 관하여 기사를 써서 독자를 우롱했던 모든 것들을 폭로하는 거지. 그럼 아야는 도덕성과 진정성에서 망신과 비난을 당할 테고 아야도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기사를 쓰려 하겠지. 그쪽이야 아야가 지금까지 자신을 속였단 사실을 안 대텐구 님에게 아야가 꾸중 받으며 제대로 망신당하거나 좀 과하면 징계도 받아서 반성하게 될 테니 앓던 이가 빠진 기분 일 거 아냐.”
모미지는 너무도 간단한 하타테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차피 붕붕마루 신문이야 종이가 되려고 죽은 나무에 사죄해야 할 정도로 아무렇게나 적은 찌라시라 도덕성 면에서 외부적으로 별 타격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대텐구 님에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따끔한 소리를 들을 테니 아주 좋군요. 맘에 듭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타테 씨.”
“나야말로. 바꿔치기할 필름은 요청하면 구해다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네. 안 그래도 이번에는 묘렌사와 신령묘, 모리야 신사 쪽과도 얽혀있어서 아마 아야 씨가 그 망신을 톡톡히 당하게 될 것 같군요. 생각만 해도 속이 후련합니다.”
모미지가 진짜 앓던 이라도 빠졌는지 감격해 하며 하타테와 악수하자 하타테도 믿음직스러워서 모미지와 악수를 한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잘해보자고!”
“그럼요. 무를 행하는 자에게 여부 따윈 없습니다.”
용건을 마친 하타테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돌아섰다가 잠긴 문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자 모미지가 직접 열어주며 말했다.
“아야 씨가 모리야 신사에서 망신당했던 것처럼 스스로 전전긍긍할 정도로 파장이 컸으면 좋겠군요.”
“응? 뭔 망신? 아야가 망신당한 적 있어?” 하타테가 물었다.
“아니, 기자라면서요. 이미 바깥엔 벌써 소문 다 났던 모양이던데”
“아니, 뭐.. 난 밖에 잘 나가지 않으니까. 염사가 아니면 소문 그 자체는 모르지.”
“임무 상 산 밖에 잘 나가지 않는 저랑 비슷하군요. 저도 들은 겁니다만 모리야 신사에 무리하게 취재하러 갔다가 두 신의 노여움을 사서 사나에 씨에게 대놓고 내쫓겼다던데요.”
그 말을 듣고 하타테가 폭소를 터트리자 모미지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꾸미는 것도 취재 건도 있지만 모리야 신사에 잘 보이기 위해서도 있는 거로 보고 있어요.”
“아흑, 진짜 웃겨서. 눈물이 다 나네. 어떤 광경이었을지 보고 싶다. 그 자존심 강한 아야가 그렇게 톡톡히 망신을 당했으니 종교가들을 다 건드릴 만도 하네. 좋은 정보 고맙고 앞으로도 많이 좀 보내줘.”
하타테가 인사하며 경비대장실을 나가자 모미지는 환호성을 지르며 드디어 당하기만 하다가 아야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십년 묵은 체중이 내려간 듯 들떠서 방안을 덩실덩실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마음을 추스르고 히쭉히쭉 웃음이 나오는 표정을 관리하며 방에서 나와 경비용 초소로 걸어가다 무언가를 보고는 부하를 불렀다.
“야, 능선 쪽으로 3시 방향 공중에 느린 속도로 요정 다섯 접근 중이다. 비행 및 통제 금지구역으로 가까이 가고 있으니까 제재해.”
“네?”
부하가 급히 허공을 쳐다보았지만 시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급하게 망원경을 꺼내 모미지가 말하는 방향을 살펴보면서 무전기를 꺼냈다.
“비상!! 12번 초소 지역 방향으로 미확인 비행물체 5명 접근 중. 즉각 제재 바람!”
무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미지가 말한 방향에서 자동화된 경보장치의 사이렌들이 산을 진동하자 모미지가 심기가 불편해져서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아우... 이 소리 듣기 싫어서 최대한 빨리 말한 건데.”
- 노출 광선 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만으로 풍경과 대상을 찍어 내는 심령 현상 [본문으로]
- 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뜻하는 매스컴 용어 [본문으로]
- 歸依:부처의 위엄과 덕망에 마음을 기울여 믿고 의지함 [본문으로]
- 한량없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마음 [본문으로]
-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고통의 세계로부터 구해내어 깨달음의 해탈락(解脫樂)을 주려는 마음가짐 [본문으로]
- 중생으로 하여금 고통을 버리고 낙을 얻어 희열하게 하려는 마음가짐 [본문으로]
- 탐욕이 없음을 근본으로 하여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보고 미움과 가까움에 대한 구별을 두지 않는 마음가짐 [본문으로]
- 換骨奪胎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낸다는 뜻으로 몰라보게 바뀌는 것을 의미, 도교에서 유래 [본문으로]
- 24절기중 12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하는 절기 [본문으로]
- 狐假虎威 남의 위세를 빌려 세도를 떨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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