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가 서둘러 귀를 막으며 다른 부하들에게 시끄러우니 당장 금지구역에서 쫓아내라고 투덜거리다가 무전을 날리는 사이, 서로 큰 가방을 멘 레이센과 이나바 테위가 승강이를 벌이며 통제소를 향해 걸어왔다.
“힘들게 왔더니 여기저기에 시끄러운 소리만 가득하잖아. 뭐하러 이딴 곳에 와야 하는 거야?”
“이 산이 무슨 생각인진 몰라도 주변에 경보장치들을 잔뜩 깔아놨지 뭐야. 그래도 어쩌겠어. 우리 주요 고객인데.”
수십 개의 경보장치들이 충실히 내뿜는 시끄러운 경고음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귀를 막으며 화를 내던 모미지는 두 토끼를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검과 방패를 꺼내 들면서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정지! 정지!! 우리 요괴의 산에 출입하고 싶으면 출입 통제소 검문검색에 응해주시기 바랍니다.”
“엑, 뭐래? 얘네 이 넓어터진 산에서 병정놀이에 너무 심취한 거 아냐? 싫다면?” 테위가 피식 웃으면서 깐죽거리며 말했다.
테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미지가 손짓을 크게 하자, 부관이 동시에 준 신호에 맞춰 완전무장한 대기조 경비부대원들이 튀어나와 석궁과 활, 창, 검등 갖가지 무기들로 그들을 포위했다.
“그럼 강제집행 할 수밖에요. 아니면 돌아가시던가.”
하지만 병사경험이 있던 레이센은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광경이네’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자신에게 검을 겨누는 경비대원에게 수하는 어떻게 하는지 암구호는 안 하는지 물어보았고 그런 레이센이 뭘 하나 눈치를 보던 테위가 여전히 깐죽거리며 말했다. 1
“흥. 우린 너희 요청으로 온 거야. 우리가 돌아가면 너희가 손해고 계약 위반이니까 너희 대빵과 에이린이 가만두지 않을걸. 되도 않는 허세는 그만 부리지그래?”
안 그래도 경보기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살짝 심기가 불편해진 모미지가 테위를 무시하고 말이 통할 것 같은 레이센에게 통과에 필요한 서류를 요구하자 레이센도 대원들이 초여름에 고생하는 게 뻔히 보여서 안쓰럽다는 덕담과 함께 출입증과 선 계약된 서류, 가방 안의 약품들을 보여주었다.
“형식 생략하고 출입 허가되셨습니다. 허가된 지역 외에는 출입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특히 달 출신들에 대해서 우리 산의 감정이 좋지 않으니 이 점 유의하시고요. 솔직히 이 부분은 보호 못해드립니다.” 모미지가 서류를 꼼꼼히 읽으며 대답했다.
“참, 쥐들이 병을 옮길 우려가 있다고 맡긴 방역을 하러 온 우리를 이렇게 검문하는 건 좀 아니지. 유도리가 없어!” 2
방방 뛰는 테위에 비해 레이센은 은근히 공감하면서 땀을 흘리면서 듣는 모미지가 기분 상하지 않게 테위를 달랬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이 산을 아작낸 사건이 난 지 1년밖에 안 지났고 아래 요괴들이 윗요괴들 하라는데로 따르는 거니까, 서로 피곤한 건 똑같은 거지, 뭘. 암튼 수고하라고.”
여전히 못마땅했는지 궁시렁거리는 테위에게 레이센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모미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들어갔다.
그 둘을 바라보며 "달에서 온 것들이야."나, "영원정은 달 출신일 뿐이라지만. 그래도." 외에 "뭔 배짱이지." 또는 "달은 그 난리를 쳐놓고 사과도 없었잖아." 하며 비아냥거리면서 웅성거리던 부하 대원들이 다들 그만하고 복귀하라는 모미지의 말에 다시 궁시렁 궁시렁 제자리로 돌아갔고, 두 토끼가 등산로로 올라가는 것을 본 모미지는 다시 경비 임무를 수행하러 자신의 천리안으로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살피다가 초록색 머리칼의 무녀가 걸어오는 것을 확인하고서 시치미를 떼며 묵묵히 경비임무를 수행했다.
“고생이 많네요. 모미지씨!” 코치야 사나에가 한참 뒤에 날아오면서 인사하자 모미지도 정중히 인사하며 안부를 물었다.
“안녕하세요. 요즘 바쁘신 거 같던데 잘 지내세요?”
“신앙과 함께라면 만사형통이지요. 모미지 씨도 저희 신사에 한 번 오셔서 복을 받아야 산의 입구부터 모두가 운수대통 할 텐데 말이에요.” 사나에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핫, 말씀도 좋게 해주시고 참, 저 같은 요괴에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네요. 수고가 많으시잖아요. 여기저기 살피면서 지키는 일을 하는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자 모미지도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아휴, 아닙니다. 저야 대텐구님이 맡기신 임무를 굳건히 수행하는 건데 수고는요.”
사나에는 오오누사(불제봉)를 뒤로 빼면서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저희 새로 생긴 참배로 때문에 일이 많아지신 거 아니었나요?”
그리고는 두 손을 허리 뒤로 모은 뒤, 미안한 표정으로 오른발의 발끝만을 땅에 대고 빙빙 돌리면서 말을 이었다.
"저희야 그런 호의에 참배객이 많아져서 좋지만 그 때문에 산의 자연 복구 작업하기도 바쁘신 마당에 기존의 로프웨이 대신 산을 깎고 길을 닦아 참배로를 만들고 나선 경비를 맡은 텐구분들이 엄청나게 바빠지셔서 항상 죄송스런 마음이었는데요. 더구나 출세하셨다고 들었는데도 지켜보는 일은 달라진게 없으셔서..."
“물론 몇 달 전에 옛날 일에 사과도 하시고 요괴의 산과 그쪽 모리야 신사 간의 협정이 타결되어 친선교류 차원상 저희가 양보한 부분개방 조항 때문에 일이 많아지긴 했죠. 그래도 보시다시피 만들고 나서는 검문하는 일밖에 없습니다. 경비 서는 거야 똑같고요. 우리 산에 필요한 제 막중한 능력상 항상 굴림당하던 요괴가 체력 걱정할 리 없잖아요.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모미지가 웃으며 사나에를 달래자 사나에도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후훗, 그러셨구나. 저희 신사에 신도들이 간편하게 올 수 있는 참배로도 허용해주고 많이 개방되어 간다는 게 느껴져요. 수고가 많은 요괴의 산과 텐구 분들께 머지않아 기적이 찾아올 거예요!”
모미지가 붉어진 얼굴을 못 가누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다 사나에의 옆을 툭툭치며 말했다.
“에이, 말씀도 참. 흐흐, 저흰 대텐구님이 허락하시고 저희에게 명하셨으니 충성을 다해 따르고 있는 것 뿐 입니다. 그래도 덕담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어디 가시는 길인가요?”
“물론 당연히 신앙을 모으러 가는 길이에요.” 사나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미지는 웃으며 사나에를 쳐다보다가 슬며시 화제를 꺼냈다.
“저기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만.”
“무엇인가요? 모미지 씨.”
“물론 별건 아니고 사소한 일입니다만. 불경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세간에 아야 씨를 내팽개쳤다는 소문이...”
모미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실웃던 사나에의 얼굴이 싹 굳으면서 격분하며 모미지에게 쏘아붙었다.
“그 천벌받을 까마귀는 말도 꺼내지 마세요!! 정말 무례하다 못해 기본 상식 자체가 없는 텐구니까요!! 카나코 님과 스와코 님도 그때 얼마나 격분하셨는데요! 그것만으로도 말 다 한거죠!"
모미지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나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였다.
"아니 글쎄, 신사에 허가도 받지 않고 함부로 쳐들어와선 하는 말이, 뭐, 하참, 기가 막혀서. 온갖 사심 가득한 질문들을 꺼내고는 동의도 없이 기사로 내겠다고 해서 제가 대놓고 쫓아냈죠.”
“아, 그렄쿤요.” 모미지가 아야가 쫓겨나는 상상을 하면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럼요. 어쩜 그리 자기 멋대로인지. 카나코 님이 저것 좀 쫓아내라 하셨는데 뻔뻔하게도 화난 카나코 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서 제가 강제로 무력행사를 해서 쫓아냈죠! 그 까마귀도 참 억척같이 귀찮게 하고선 사실대로 쓰지도 않는 주제에! 어, 가만!"
화를 씩씩 내던 사나에는 모미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모미지 씨도 아야 씨 무척 싫어하시지 않아요? 제 기억엔 분명 붙어 다니시다가도 서로 싸우셨던 게 떠오르네요.”
“그냥 뭐 좀.. 마찬가지로 태도가 워낙 무례해서야 말이죠.” 모미지가 거들자 사나에가 웃으며 맞장구 쳤다.
“아하핫. 그쵸? 그쵸! 그것봐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조금이라도 상대가 기삿거리로 보이면 눈빛이랑 태도가 돌변하는 게 참, 이번에도 두 분에게 사죄드리고 잘못을 만회하겠다고 무슨 부탁을 했나 본데요. 누가 봐도 결례죠. 결례. 대체 신을 어떻게 보는 건지.”
사나에는 생각할수록 기가 찬 지 팔짱을 꼈다.
"다른 텐구 보는 눈도 그런데 오죽하겠어요." 모미지도 덩달아 혀를 내둘렀다.
요괴의 산에서 할당받은 시체를 수레에 담아 거둔 뒤, 지령전으로 돌아가려던 오린은 사나에와 모미지가 신나게 떠드는 것을 보고 뭔 뒷담화를 저렇게 대놓고 열심히 까나 흥미롭게 바라보며 다른 텐구 경비대원에게 시체와 관련 서류, 출입증을 건네받고 출입통제소를 나섰다.
한참을 떠들다가 사나에가 자리를 떠나자, 부관이 건네준 출입기록 일자에 싸인을 해주고 초소로 들어가려다가 멀리서 아야와 코코로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는 것을 천리안으로 발견한 모미지는 ‘또 시작이군.’이라며 하소연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며 짜증을 부린 후, 초소에 들어가 의자에 앉아 항아리에 든 물을 들이켰다.
한참을 기다려도 그들이 오지 않자 턱을 괴며 무료해진 모미지는 자신의 능력인 천리안으로 그들을 찾아보면서 ‘느려터진 것들’이라고 혼잣말했다가 그것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부하들의 시선들이 눈에 밟혀 머리를 긁적였다.
큰 배낭를 멘 채 자신의 문화첩에 무언가를 적으면서 코코로와 떠들던 아야가 출입통제소에 들어서자, 모미지가 직접 나와 인사하며 말했다.
“또 무슨 일이죠?”
“당연히 취재하러 가야죠! 냉큼 따라오세요.” 아야가 배낭을 던져준 뒤, 손짓하며 말했다.
“어서 따라오라고! 이 몸은 얼른 더 배워서 강해져야 한단 말이야!” 코코로도 아야를 거들며 외쳤다.
“대체 이 요괴 애한테 뭔 수작을 부리는 겁니까?”
모미지가 집어든 배낭을 반사적으로 멘 채, 한숨을 길게 쉬면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수작은 무슨. 우린 날씨 이야기를 한 걸요. 멀리서 봤을 테니 알 거 아네요.”
“아니, 내 능력으로 멀리 있는 걸 볼 수는 있지만, 그 거리까지 들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응? 그럼 뭐야. 멀리서부터 지켜보면서 의심한 거야?” 코코로가 노인 가면을 꺼내며 친근하게 묻자 모미지가 난색을 보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모미지는 당황하면서도 왜 이 텐구에게서 풍겨오는 달짝지근한 냄새를 느꼈다.
“그런 게 아니면 빨리 가죠.” 아야가 모미지에게 메고 있던 배낭을 던진 후, 박수를 한번 치고 상황을 정리하며 모미지를 등 떠밀었다.
"저기 잠깐. 혹시나 해서 내가 개가 아니라 개과라서 그런데 아까 내가 맡은 냄.."
"말 길게 하지 말고 빨리 오기나 하시죠!"
말을 하지도 못하게 막은 아야가 자신을 끌고 가는 것을 본 부관이 남는 인원이 적힌 상황판을 고쳐 쓰며 또 나가시는 거냐는 푸념 섞인 말을 던지자 상관으로서 뭔가 태업 같아 창피하기도 하고 볼 낯이 없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수인계를 마친 모미지가 한숨을 길게 쉬자, 한숨 쉬면 오래 못 산다고 코코로가 뒤에서 한소리를 했고 어차피 요괴라 저 꼬라지 그대로 오래 산다고 아야가 거들자, 역시나 둘이 한바탕 싸웠고 코코로도 껴서 서로 개인전으로 싸우다가 먼저 정신 차린 아야가 조금 낡은 대탠구의 명이 적힌 서류를 꺼내자 그 즉시 모미지가 할 수 없이 멈추면서 상황이 종결되었지만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다가 우여곡절 끝에 명련사에 도착했다.
AM 9시 명련사
햇빛이 드리운 명련사의 일주문(절의 대문) 앞에서 빗자루로 너저분하게 흩어진 흙먼지와 나뭇잎을 쓸던 쿄코가 허공에 물결처럼 퍼지는 흙먼지에 눈을 감고 기침을 한번 한 후, 눈을 한 번 비볐다.
느닷없이 강풍이 쿄코의 머릿결을 스치며 한쪽으로 몰아붙여 버리자, 쿄코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빗자루를 부여잡고 주변을 두리번 살폈다.
주위의 나뭇잎과 흙먼지가 강풍이 한쪽으로 몰아놓아 수북이 쌓여있는 것을 본 쿄코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웃거리다 일주문 쪽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니 그곳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야와 머리와 옷을 정리하며 표정만큼은 무덤덤한 코코로, 방패를 만지작거리며 싫증 난 표정의 모미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바람이 적당히 부는 좋은 날이죠?”
아야의 말에 빗자루와 한꺼번에 모인 흙과 나뭇잎들을 살짝 번갈아 본 쿄코는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안녕하세요오옷!!!!!!!!!!!”
쿄코의 고음에 일찌감치 귀를 막고 얼굴을 찌푸린 모미지와 미동도 않는 표정과는 달리 가면은 놀란 표정의 가면으로 솔직한 코코로와는 달리 아야는 억지로 귀를 막지 않고 그 소음을 다 들은 뒤, 방긋 웃으면서 모미지와 어깨동무를 하고 코코로의 손을 잡은 채로 쿄코에게 다가가 말했다.
“일하느라 고생하는 거 같아서 저의 바람을 조종하는 능력으로 거들어 드렸는데 괜찮죠?”
잠깐 멍하니 아야의 얼굴을 바라보던 쿄코가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그럼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잇! 야!! 1절만 해!! 1절만!!" 모미지가 여전히 귀를 막으며 윽박질렀다.
아야는 그런 모미지의 등을 툭툭 치며 적당히 하라고 면박을 준 뒤, 코코로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코코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한 뒤, 싱긋 미소를 지어주며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주었다.
“항상 지나가다 보는 거긴 하지만 쿄코 씨가 티는 안 내지만 문지기 일도 잘하시고 수고와 고생이 많아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참 보기 좋으니까요. 자, 피곤할 텐데 입가심하세요. 시장의 유명한 가게에서 산 화과자가 남았었는데 마침 잘 되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더니 그런 데도 다녀왔나 보죠?” 모미지가 코코로의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코코로도 눈도 안 마주치고 눈치껏 말했다.
“난 먹었는걸.”
“멀리서 다 봤다면서 그건 못 봤나 보죠?” 아야가 어깨동무를 풀어 쿄코에게 화과자를 건네주고는 모미지를 비웃었다.
“내가 그쪽처럼 한가한 것도 아니고 충분히 못 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이 단순하긴.” 모미지도 쏘아붙이며 말했다.
“그럼 가까이 있는 건 본단 이야기네요, 아까 좀 서로 손 좀 봐주는 통에 뭉개질까봐 걱정했는데 말이에요.” 아야가 화과자를 하나 더 꺼내 모미지의 눈앞에 비췄다.
“또 장난인가요? 아우, 그래도 이왕 준 거니 잘 먹도록 하죠.” 모미지가 질린 표정으로 받아들자 아야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쯧쯧. 그렇게 생각이 단순하긴.”
그러거나 말거나 포장지를 조심히 풀어 예쁜 모양의 화과자를 본 쿄코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한입 베어 문 후, 입을 오물거리며 맛을 느끼자마자 초롱초롱한 눈을 글썽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아야와 모미지는 덩달아 흐뭇해졌고 코코로는 그 광경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아야가 펜과 문화첩을 꺼내 들면서 물었다.
“없어요!!!!!” 쿄코가 크게 답했다.
“아잇, 좀 조용해 말해줄 수는 없어?”
모미지가 귀를 막다 말고 짜증을 내자 쿄코가 살짝 위축되어 두 손을 빗자루에 모은 뒤, 조심스럽게 모미지를 살폈다.
“자자, 괜찮아요. 이 개가 하는 말 신경 쓰지 마세요.” 아야가 모미지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아니,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난 개가 아니라 늑대라니까!!” 모미지가 답답해서 짜증을 부리자 아야는 대답 대신 강력한 팔심으로 어깨동무 상태에서 팔을 안쪽으로 조금 틀어 힘을 주면서 힘껏 모미지의 목을 죄었고, 말문과 함께 숨통도 막힌 모미지가 놓으라는 뜻으로 으르렁거리면서 아야의 옆구리를 툭툭 쳤으나 아야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먀비코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충실한 모습이잖아요. 뭐 어때요?”
“둘이 싸우는 거야? 나도 껴도 돼?”
쿄코는 아야와 코코로를 슬쩍 쳐다보고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볼을 만지며 ‘그런가?’ 하며 혼잣말했다.
“쿄코 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역할에 관해 정말 잘 살아가고 있잖아요.“
“어? 어, 네!!!”
쿄코가 기쁜 마음에 소리를 지르자 코코로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껴들지 못해 그저 쿄코와 아야를 지켜보았고 모미지는 상황 타개를 위해 아야의 긴장이 풀리는 때를 노렸으나 그녀의 근육은 물론 말초 신경계마저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자, 청소할 거리는 제 능력으로 해결되었으니 이제 쿄코 씨가 할 일은 끝난 거죠? 그럼 조수기악 새 곡은 언제 나오나요?”
아야가 직업 정신을 발휘하며 펜을 꺼내기 위해 자세를 틀면서 자연스럽게 풀려나온 모미지는 목을 어루만지다가 이 카라스텐구에게 검을 뽑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아야가 펜을 꺼내 문화첩에 적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충실한 직업 정신을 드러냈다.
“어, 어. 그거 미스티아랑 상의해야 해요!!!”
“응? 공연도 하는 거야?” 코코로가 전혀 안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요. 쿄코 씨는 미스티아 씨랑 같이 활동하는 세간에 아주 유명한 밴드라고요.”
“와, 진짜? 나도 유명한 건 뒤지지 않지만.” 코코로가 아야의 말에 춤사위를 보이며 답했다.
‘시끄러운 거로 유명한 거겠지.’ 모미지는 속으로 혀를 찼지만 쿄코의 표정이 너무 좋아 보여 괜히 좋은 분위기에 초 칠까 봐 말하지 않았다.
“코코로 씨도 보게 되면 춤출 때처럼 엄청나게 신날 거예요. 저번에 취재할 때 관람한 저도 들떴거든요. 엄청 자유분방하고 남이 던진 탄막을 붐 없이 다 피하는 것처럼 짜릿하고 흥미진진 하다니까요.” 아야가 신이 나서 코코로에게 말하는 사이, 모미지가 아야를 툭 건들며 속삭였다.
“저기 그거 예가 좀 괘씸한 거 같은데.”
“유명하다는 건 곧 인기. 그렇게 인기를 얻는단 말이야?” 코코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러 가지 의미로 유명하죠. 맞다. 쿄코 씨 그럼 다음 공연은 언제인가요?”
아야는 모미지를 가볍게 무시하며 문화첩에 이것저것 적으며 쿄코에게 물었다.
“그것도 미스티아랑 상의해야 해요!!!!”
“그렇군요! 그럼 다음 기사에 싣게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가서 저번처럼 취재 겸 응원하러 갈게요.”
“그럼 그때 공연으로 승부하길 기대하겠어.” 코코로도 여우 가면을 꺼내 결투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세를 풀어 평소의 가면으로 돌아왔고 딱 봐도 질린 표정의 모미지와 방긋 웃으며 펜을 돌리는 아야를 뚫어지라 바라보던 쿄코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외쳤다.
“네!!!!!!”
그리고는 빗자루를 잡은 두 손까지 숙이면서 아야에게 몇 번이고 고맙다는 표시로 인사를 하자 아야가 코코로와 같이 손을 흔들며 모미지를 끌고 대웅전으로 향했다.
절의 안쪽에서는 이미 들어올 방문객은 다 들어왔었는지 한적했던 입구와는 달리 합장 3하는 사람들이나 걸어가는 사람, 시주하는 사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요괴나 불상에 절하는 요괴 등 다수가 만들어가는 다양한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뱌쿠렌이 사람들에게 설교하느라 한창 바쁜 쇼를 끌고 와 보좌를 하던 나즈린과 같이 그녀들을 맞이하자, 찾아온 일행도 감사의 예를 표하며 그들을 상대했다.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네. 그런데 생각보다 취재할 분들이 많이 안 모이셨네요?” 아야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거야 부르면 되죠.” 뱌쿠렌이 쇼와 같이 웃으며 말하자, 나즈린이 눈치껏 그 자리를 나섰다.
몇 분되지 않아 술병을 든 이치린을 끌고온 운잔, 늦잠을 잤는지 하품을 길게 내뱉고 부스스한 머리를 털며 걸어온 무라사가 나즈린과 같이 대웅전으로 들어오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이치린과 뱌쿠렌에게 모여졌다.
“에휴, 또 시작이겠군.” 상황파악이 된 무라사가 지겹다는 듯 푸념을 하자 코코로는 그저 무심히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 절에서 웬 술병이죠!”
뱌쿠렌이 ‘그것참, 해장술로 몇 잔 걸칠 수도 있는 거죠.’라고 음주파로서 조심스럽게 변호하는 쇼의 말을 외면하며 이치린을 꾸짖자 상황파악이 된 이치린이 앞머리를 움켜잡으며 긴 탄식을 하고는 술병을 밖으로 멀리 던져 버리면서 말했다.
“에이, 웬 술병이요? 보세요. 없잖아요?”
뱌쿠렌과 쇼, 무라사, 나즈린과 아야는 물론 모미지와 코코로마저도 무심히 쳐다보자 이치린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 제가 술병이 없어지는 마법으로 히지리 님의 말씀처럼 이 절에서 술을 없앤거예요.”
운잔마저도 깊은 탄식을 내뱉자 뱌쿠렌은 조용히 아야에게 말했다.
"혹시 저 모습 찍었나요?"
"아, 맞다! 찍어야지."
“아뇨. 저거 기사에 내지 마세요.” 뱌쿠렌이 분명 웃고는 있는데 손은 주먹을 쥐며 말했다.
“끄음. 고려해볼게요.” 가십거리를 놓치지 않는 그녀의 습관상 알겠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코코로는 그러거나 말거나 뱌쿠렌과 쇼를 주시하다가 말했다.
"뭐야, 그때 여자 승려네? 여기 대빵이지?"
"엄연히 말하면 최고로 높은 건 우리 주인이지만 뱌쿠렌이 그냥 실세 같은 거지. 뱌쿠렌을 중심으로 모였으니까."
나즈린이 쥐들을 시켜 던져진 술병을 바로 주워오며 대답하자 이치린이 기겁하며 화를 내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술병을 받아든 뱌쿠렌이 이치린에게 꾸중을 하다가 옆에서 술병을 받아든 쇼가 그새를 못 참고 조금이라도 남아있을까 술병에 입을 대는 바람에 둘이 덩달아 손님 앞에서 한소리를 듣는 광경이 펼쳐졌다.
"방금 건 찍지 않았지?" 나즈린이 민망해하며 아야에게 묻자, 아야는 대답대신 움찔하며 쳐다보질 않았다.
"원망스러워!" 코가사가 뒤에서 다가와 아야의 어깨를 짚으며 속삭였다.
"으앗!" 아야가 깜짝 놀라자 코가사가 신이 나서 우산을 돌려가며 혀를 내밀며 말했다.
"역시! 모든 건 타이밍이었어!"
"모든 건 타이밍!!!!" 따라온 쿄코가 복창했다.
놀란 아야를 본 모미지가 속이 시원해지면서 고소해 하는 사이, 코코로는 매우 벅찬 표정의 코가사와 난처해 하는 아야, 오히려 만족해하는 모미지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어, 옹기종기 모여서 재밌게 놀고 있구마. 그려."
때맞춰 마미조가 담뱃대를 들며 누에와 같이 들어오면서 인사하자 쇼는 박수를 크게 한번 치며 말했다.
"아, 다행히 누에 씨랑 같이 오셨네요."
"이 쥐들이 하도 시끄럽게 해서 말이지." 누에가 투덜거리며 자신과 마미조를 쫓는 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역시 나즈린이에요. 착실하고 일 처리 하는 것도 확실하단 말이에요!"
쇼가 감탄하며 말하자 나즈린은 '뭘 그런거 가지고'라며 귀찮은 듯 볼을 긁적이자, 아야는 바로 만족스러운 듯 셔터를 눌렀다.
"어? 어! 뭐야!! 찍지맛!!"
"에이, 플래시 안 터지는 걸로 바꾸든가 해야지. 쯥" 아야가 시크하게 계속 셔터를 누르며 말했다.
"그냥 하던 거 멈추고 사과를 하지그래." 모미지가 보다못해서 아야에게 말했다.
"뭐야! 그러면서 계속 찍지 마!"
그렇게 방방 뛰는 나즈린이 아야와 승강이를 벌이자 쇼는 완전히 화제를 돌릴 겸 말했다.
"자, 그럼 아야 씨. 코코로씨도 그렇고 다 모였으니까 이제 슬슬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공양객 분들이 더 들어오기 전에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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