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조는 가정같은 느낌으로.

Posted by 라쿠n
,



솜사탐 먹는 유유코와 시치미 뚝 때고 이미 한입 먹은 요우무.

지인분 썰보고 드린 짤,

그 와중에 요우무 솜사탕도 쌍으로 들어서 본래 누관검,백루검의 이도류(二刀流)인 것과 비슷한데 실은 노린겁니다.

원작 게임그림은 요우무가 오른쪽을 향해 나가지만 전신 방향을 바꾸는데 시간 조금 걸렸던 걸로 기억.

Posted by 라쿠n
,

어이!”

순간, 유카의 목소리에 자신이 잘못 들었나 생각만 하던 아야가 뒤를 돌아봤다가 유카가 손을 흔들며 부르는 모습에 기겁하며 당황했다.

“응? 왜 다시 오신 건가요?”

필름을 가는데 열중하느라 오는 것을 보지 못한 모미지가 다시 방패와 검을 꺼내자, 유카가 한손에 뭔가 큼지막한 것을 들고서 말했다.

“필요할까봐 잡아왔어.”

“네? 뭘 잡아요??”

아야가 당황해서 유카가 든 물체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그것이 릴리 화이트인 것을 인지하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 크게 외쳤다.

“으아아! 저,지금. 설마?”

릴리 화이트의 등덜미를 잡은 유카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돌아 다니길래 탄막을 좀 써서 끌고 왔지. 이제 마음껏 취재하렴.”

아야는 몹시 당황하다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에에. 감사합니다. 유카 씨께서 이렇게 제 촬영에 협조해 주시다니요.”

“뭘, 꽃을 그대로 봐줄 줄 아는 것에 대한 보답이야.”

“그럼. 일단. 그거.. 아니 릴리 화이트 씨부터 좀 내려놔주세요. 살살.”

유카가 자연스럽게 놓자 아야가 재빨리 릴리에게 달라붙어서 카메라를 찍고 문화첩과 펜을 꺼내 기록할 준비를 하며 말했다.

“릴리 화이트 씨. 자자 정신 차리시고! 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자 정신이 든 릴리 화이트가 봄이라는 말만 듣고도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봄이에요! 봄!”

“봄을 알리는 자명종으로는 얘만한 애가 없잖아.”

유카가 말하자 아야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치 취조하듯 릴리가 하는 봄에 대한 찬양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고 모미지는 아야가 바쁜 것을 확인하고는 뭔가 자기가 해야 할 것 같아 반대편에서 유유코와 요우무의 사진을 대신 찍었다.

그렇게 만족할 만큼 문화첩에 기삿거리를 적은 아야는 문화첩을 도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좋아요! 이제 에이린 씨에게 춘곤증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자문만 받으면 특별기사는 완성이군요!”

“어머, 축하해.”

“그걸로 다들 봄을 더 중요하게 여겼으면 좋겠네요! 봄은 소중한 거예요!”

유카가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고 릴리도 격려는 격려인데 자기 할 말에 가깝게 말하자 아야가 웃으면서 감사의 인사로 고개를 한번 숙였다.

“이제 가는 거야?”

“이제 슬슬 사진들도 편집하고 기사도 정리해야 하고 할 일이 많아서요.”

“그래? 그럼 조심해서 가렴. 늦여름이나 가을엔 해바라기가 장관을 이루니까 볼만 할꺼야. 물론 내 능력을 쓰면 꽃을 피우겠지만 그런 걸 좋아할 것 같진 않으니까. 그리고 충고하자면 ‘춘설이변’이랑 관계있는 대상들이니 이변으로 오해해서 무녀 2에 마법사 +1을 받고 싶지 않으면 기사를 아주 잘 써야할 거라는 거고 ‘개화’라는 표현은 웬만하면 쓰지 않는게 조용할 거야.”

“아, 충고 감사합니다.”

“그럼 나도 갈게. 좋은 기사 기대하겠어!”

유카가 돌아서서 가자 릴리 화이트도 눈치를 살짝 보더니 아야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며 말했다.

“그럼 저도 다시 봄을 알리러 가볼께요. 수고하셔요.”

그렇게 둘이 가고나자 아야는 모미지와 함께 유유코와 요우무가 실컷 봄을 즐기고 다시 명계로 돌아가는 것까지 배웅하고서 영원정에 잠깐 들린 후에 요괴의 산으로 돌아가자마자 모미지에게서 배낭을 건네받고 편집에 들어갔다.

“수고했어요. 모미지.”

“뭐, 아야 씨도 고생하셨고 저는 이제 다시 근무 들어가렵니다.”

“그러세요. 저는 바빠서 이만!”

아야가 돌아가자 모미지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이 했던 경험을 돌이키면서 생각에 잠겼다.

 

 

무수히 많이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인화해 편집하면서 기사를 써가던 아야는 뭔가 초점이 안 맞는 사진들을 보고 인상을 찌뿌리며 살펴보았다.

“뭐야. 이거 모미지가 찍은 거잖아!”

플래시가 잘못 찍힌 사진, 움직여서 흐릿한 사진과 더불어 분명 찍힌 건 자신인데 팔만 보이거나 다리, 몸, 얼굴 한쪽등 가지각색으로 찍힌 사진들을 바라보자 짜증이 나서 외쳤다.

“아! 진짜 필름 아깝게!! 이건 진짜 일부러 골탕먹이려고!!”

그리고 인화한 다음 사진에서는 열중해서 사진을 찍는 자신의 모습이나 웃는 모습, 이야기를 하는 모습들이 찍혀 있는 것을 보고 괜스래 미안해지며 측은해져서 혼잣말을 했다.

“초점을 못 잡았던 거구나.”

 


“요우무! 일어나서 아침 차리렴!”

그 소리에 눈을 뜬 요우무는 잠이 덜 깨서 눈을 비비다가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 어젯밤이 꿈이라면 차라리 안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시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요우무! 몹시 시장하구나!! 아침은 멀었니?”

유유코의 부름을 듣고 '정말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구나.'는 생각에 흔들리는 자신의 반령처럼 아쉬움에 한숨을 길게 쉰 요우무는 부시시 눈을 뜨며 다시 시작된 일상생활에 속으로 심히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네, 유유코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부자리를 개고 잠결에 떡진 머리를 먼저 감은 뒤, 물기가 마르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머리띠를 쓰고서 검들을 찬 채로 유유코에게 문안인사를 드렸다.

“아침 잘 주무셨나요? 유유코님.”

“응, 잠은 잘 잤는데 아침은 멀었니?”

“금방 차려 드릴게요.”

요우무가 서둘러 아침상을 차리자 유유코가 먹기 시작하는 것과 더불어 요우무도 식사를 시작했다.

“맛잇게 드세요. 유유코님.”

“그래, 요우무도 맛있게 먹으렴.”

요우무는 밥을 먹다가 어제의 유유코가 직접 차려줬던 점심이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중에 아야 씨에게 감사하다고 따로 인사라도 드려야지.’

“아, 요우무! 이거 네 방에 걸어놓으렴.”

유유코가 보자기에 쌓인 큼지막한 것을 직접 건네주자, 요우무가 무심하게 받아들면서 말했다.

“뭘 사신 거예요?”

“응? 산건 아니란다.”

요우무가 보자기를 풀자, 거기는 자신과 유유코가 같이 찍은 사진이 큰 사이즈의 액자에 담겨 있었다.

“어? 어!! 유유코님! 이거??”

“아침에 텐구가 신문 주면서 같이 주고 갔단다.”

요우무가 놀라서 묻자 유유코는 또 뭔가를 꺼내 주면서 말했다.

“이건 그 텐구에게 따로 부탁해서 받은, 신문에 쓰고 남은 우리 둘의 사진들 만이 담긴 앨범이란다. 하도 많이 찍어서 내 것과 네 것이 충분히 되는구나.”

앨범을 펼치자마자 같이 요리하는 모습부터 계단에서 노는 사진, 벚꽃에서 식사하는 사진, 같이 비행하는 사진, 꽃놀이를 하는 사진등 다양한 모습들로 함께 있는 모습이 각각 사진으로 보기좋게 정리 되어있는 것을 본 요우무는 떨리는 손과 눈으로 감격에 차서 하나하나 집중하며 바라보았다.

“참, 우린 함께여서 꽃만큼이나 예쁘지 않았니. 요우무.”

하지만 어제 촬영이 연출이었음이 떠오른 요우무가 감정을 쉽게 가라앉힌 후, 아쉬움에 헛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에이, 그래도 이건 연출이잖아요.”

그러자 유유코는 웃으며 화답했다.

“어머, 요우무. 어떤 것이든 내면에서 본심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들어나오지 않는 법이란다. 연출은 네가 부담스럽지 않게 하기위한 핑계에 불과했거든. 그리고 네가 중요히 여겨줬으면 좋겠는데. 사진은 그 순간과 기억의 멈춰진 박제지만 우리는 이 시간안에서 같이 있어서 이런 추억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그 말을 듣고 다시 사진들을 바라본 요우무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서 대답대신 유유코를 순식간에 껴안고 감격에 차서 울며 흐느끼자, 유유코는 그런 요우무를 토닥였다.

“유유코님 어어엉. 유유코님!! 진짜 훌쩍, 제가 더 잘할께요! 으어어엉. 정말, 너무 감사해요.”

“요우무도 참. 이런 주인을 모시는데 고맙긴 내가 고맙지.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네!! 그럼요.”

요우무가 손으로 눈물을 닦자 유유코가 다정하게 자신의 옷깃으로 요우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다독이면서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계속 아침 먹자.”

“네,”

 

 


유유코와 요우무가 사진을 찍은 꽃밭 한쪽에서 앉은 유카는 붕붕마루 신문을 펼쳐들고 읽고 있었다.

"유카! 뭐해?"

메디슨 멜랑콜리가 유카를 부르자 유카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신문 읽어."

"뭐 재밌는거라도 거기에 쓰여 있나봐?"

메디슨이 유카옆에 앉아 신문을 살펴보며 말하자 유카는 메디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서 새싹이 크게 찍힌 사진과 함께 ‘새로 피려하는 아름다운 삶의 희망’이라고 적힌 신문기사의 글귀를 보고는 온화한 미소를 짓다가 바람을 받아 흔들리는 사진 속의 새싹을 직접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넌 너만의 때에 어떤 꽃을 세상에 피우게 될까?”

 

 


아침부터 일찍 요괴의 산 경계 근무에 들어간 모미지는 잠깐 자신의 부대원과 근무 교대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하루지만 연수 잘 받고 오셨습니까.”

서류를 든 부하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묻자 모미지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뭐, 고생 좀 했지. 필름 가느라 손목을 워낙 많이 써서.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러자 부하가 웃으며 말했다.

“저 행정쪽에서도 작전과이지 않습니까. 제가 쥔게 아야 씨가 준 서류인데. 침투 및 정탐 임무까지 알차게 하셨던데요.”

모미지는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순간적으로 황당해져서 부하에게 되물었다.

“뭐? 어제 내가 겪은 걸로는 그럴 리가 없는데?”

“네? 진짜 제대로 교육 받으셨던데요. 상부의 결제를 받아야할 3급 보안서류지만 말 그대로 3급이고 어차피 서류처리상 저도 본 데다가 지금은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뭐 보셔도 상관은 없으시겠죠.”

부하가 건네준 서류를 펼쳐본 모미지는 명계의 경계사진과 침투 가능지역에 대한 표시, 백옥루의 곳곳이 찍힌 사진들과 각각의 위치, 자신만의 종합적 평가와 명계 주민 유유코와 요우무와 같은 주요인물의 사진과 동선 위치까지 같이 기록되어 있고 모미지 자신과 같이 찍은 사진들과 함께 이동루트, 백옥루의 경계 시스템 파악 및 분석과 모미지가 교육을 무난히 이수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소견 등 각각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게 뭐야!! 이렇게 서류 낼려고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었던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일단 서류의 처리에는 아무런 하자도 없습니다만."

모미지가 놀라면서 서류를 다시 건네주자 부하는 받고 나서 붕붕마루 신문을 건네주며 말했다.

“아, 그리고 아야 씨가 건네달라고 하던데요. 그럼 전 업무 들어가겠습니다. 나중에 시간되시면 내기 쇼기(일본식 장기)나 한판 두시죠.”

부하가 돌아서서 하던 일을 하고 신문을 건네받은 모미지는 한 장,한 장 읽어나가면서 아야가 이번 일에 대해 상당히 철두철미하게 계획 및 준비를 했음과 더불어 뒷처리도 깔끔하게 하는 등, 자신이 뭔가 그 안에서 쇼기말이 된 기분이 들어 평소에도 상당히 싫어하던 아야였기에 심기가 숭숭했지만, 오히려 경계 및 탐지 임무상 잘 나돌아다니지 않는 자신이기에 좋은 추억거리이가 될 만한 봄구경을 시켜줬다는 생각도 들어 그 양가감정에 칼끝을 땅에 꽂고 비비다가 다시 한 번 신문을 쳐다보고는 자신이 찍은 사진들도 같이 실린 것을 보면서 지금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기를 결심하고 유심히 신문을 읽어나갔다.




경계에서 나온 야쿠모 유카리는 차를 마시던 향림당 점주 모리치카 린노스케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점주, 잘 지냈어?”

“오랜만이십니다.”

린노스케가 건네 준 차를 받아든 유카리는 향림당 안에서 하쿠레이 레이무와 키리사메 마리사가 서로 옥신각신 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며 말했다.

“뭘 또 재밌는 것을 가지고 싸우나 그래?”

향림당 점주 모리치카 린노스케가 대답대신 자신이 읽던 붕붕마루 신문을 건네주자, 그것을 받아든 유카리는 릴리에 대한 기사나 야고코로 에이린의 춘곤증 예방방법 기사 보다도 신춘특집 백옥루의 봄, 절경 관광 5선과 그 외 봄맞이 코스이라는 기사에 유유코와 요우무가 함께 가지각색으로 찍힌 사진들을 보자마자 차를 격하게 뿜으며 외쳤다.

“뭐야! 이거!!!!!!!!!!!”

린노스케는 둘을 쳐다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그 신문 때문에 이게 이변이다 아니다로 둘이 서로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유카리는 당황한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이면서 말했다.

“언제부터 이 신문이 백옥루 가정통신문이 된거지?”

“글쎄요. 확실히 이번 편은 소식을 알리는 신문이라기 보단 잡지에 가까운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평소보단 제때 신문이 나왔고 기사도 한층 읽을 만 하더군요.”

린노스케는 붕붕마루 신문 애독자 기념품이랍시고 준 봄꽃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유카리는 신문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질투에 가까운 짜증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경계를 열어 야쿠모 란을 끄집어 내며 말했다.

“란!!!!”

“네! 유카리님!”

“당장 첸 데리고 소풍갈 준비해!! 지금 바로 봄철 가족 야유회다!!”

란은 난데없는 소리에 당황했지만 첸이랑 나들이라는 소식에 기쁜 표정을 감출겸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본부대로 준비하겠습니다.”

경계가 닫히고 찻잔과 신문만 나둔 채, 둘이 사라지자 린노스케는 별로 관심두지 않고 차를 마시며 사진만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이 두 요괴에 대해서 조사를 해야 한다니까. 봄을 또 모르려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게다가 세상에 유유코가 요리를 해서 밥상을 차린다는 게 말이 돼!”

“그냥 봄이니까 놀러 간 걸 수도 있잖아. 그리고 레이무 너는 이 신문을 믿냐!”

그렇게 다투다가 마리사가 린노스케에게 다가가 물었다.

“코우린, 봄의 사진 보는 거야?”

“응, 그 텐구가 신문이랑 같이 주더군.”

린노스케가 안경을 닦으며 말하자 마리사가 다시 물었다.

“봄인데 린노스케는 꽃구경 안 해?”

“여기서 일 하잖니.”

“일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시간이 없다는 거다. 각자 살아가려면 그만한 건 감수해야하는 거야.”

린노스케가 그렇게 말하면서 신문의 봄의 제철 음식 조리법과 꽃이 핀 사진을 보이며 말했다.

“그래서 세상엔 간접 경험이라는게 있는 거야.”

무심하게 말하는 린노스케와 신문을 번갈아 쳐다보던 마리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흥! 코우린. 그건 다 핑계야. 그냥 부담되서 그런거잖아. 같이 놀러가자! 따라와!!”

마리사가 린노스케의 팔을 잡고 끌고가자 린노스케가 당황하며 말했다.

“마리사! 잠깐!! 지금 바로 가겠다는 거야??!!”

“그럼, 가게는 레이무가 잘 닫아 놓을 거야! 얼른 꽃보러 가자!!”

그렇게 둘이 서둘러 향림당을 나가자 레이무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둘이 나간 방향을 쳐다보다가 신문을 다시 읽으며 말했다.

“분명 내 생각에는 이변인데. 아님 뭔가 기사 자체를 짰다는 말 밖에 안 되잖아.”

그리고는 한 구석에 있던 어떤 손님에게 귀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이제 이 가게는 문 닫을거야. 그만 가봐.”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읽던 붕붕마루 신문을 접어 가게 밖으로 나선 트윈 테일 헤어스타일의 텐구는 신문을 보고 못마땅해 하면서 독백했다.

“이건 분명 자연스러운 기사가 아냐. 아야가 짠거라고! 사건을 취재한게 아니라 사건에 개입한거란 말야.”

그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날아오르며 말했다.

“이건 정말 아냐. 선을 넘은 거라고! 어떻게든 이런 건 막아야 해.”

 


<[4계절 특집 4부작] 1부: 그 봄날의 연출 - FIN>

Posted by 라쿠n
,

“이대로는 아쉬우니까 사진 몇 점 더 찍도록 하겠습니다! 자, 유유코 씨랑 요우무 씨 둘 다 붙으세요. 먹여주는 모습으로 설정을 잡고 카메라는 보시면 안 돼요!”

요우무가 아야의 말 대로 냉이초무침을 젓가락으로 집어 유유코의 입에 넣어주는 포즈를 취하고 유유코도 그걸 맛있게 먹으려는 표정을 취하자 덩달아 아야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자, 찍습니다!”

셔터버튼이 눌려졌다.

‘번쩍’

“묭??”

난데없는 섬광에 유유코와 요우무가 놀라자 아야가 카메라를 점검하며 말했다.

“어, 플래시 기능이 켜져 있었네요. 실수했습니다.”

“잘 좀 해주렴. 우리 요우우 놀랐잖,,”

‘번쩍’

비슷한 섬광에 내성이 생겼지만 놀라서 젓가락을 떨어트린 요우무도, 따지던 유유코도, 아야마저도 놀라 근원지를 향해 쳐다보자, 모미지가 카메라를 잡고 다시 셔터버튼을 누르려고 하면서 말했다.

“와. 신기하네, 이건 불빛 나가네요.”

‘번쩍’

“그만해 모미지!”

‘번쩍’

짜증이 폭발한 아야가 모미지에게서 카메라를 뺏어서 플래시 기능을 끄자 이미 빡친 유유코가 젓가락을 주섬주섬 챙기는 요우무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앞으로 부엌에는 위생상 개털이랑 깃털은 없도록 해야겠구나.”

"저기, 저 개 아닙니.."

아야는 한 손은 모미지의 입을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목을 잡은 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웃음으로 무마하면서 억지로 모미지의 고개를 숙이게 하고 자신도 숙이면서 말했다.

“아하하하, 기능상 실수예요, 실수. 모미지도 사과하세요.”

“죄송합니다.”

모미지도 아야의 힘준 손이 목덜미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의식해 정중히 사과하자 유유코는 아야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참새는 잔뼈가 많아서 싫은데 넌 그보단 통통해서 괜찮을 것 같아.”

순간 소름이 끼친 아야가 얼버무리자 그녀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호호호 장난 좀 쳐봤어.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아야, 모미지는 물론이고 요우무도 땀을 흘리며 같은 생각을 했다.

‘농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서 유유코는 자세를 고쳐 잡았고 요우무는 떨어트린 반찬을 닦아 낸 뒤, 다시 젓가락을 집고 포즈를 취했다.

”그럼 진짜 다시 찍도록 하겠습니다. 플래시는 껐어요.“

그렇게 몇 장이 또 찍히자 카메라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유유코는 폭풍흡입에 들어갔고 열심히 챙겨먹는 모미지와 다르게 아야는 지금까지 쓴 필름 수와 남은 필름 수를 계산했으며 요우무는 이제 이것들 설거지랑 뒷정리는 언제 다할까와 같은 새로운 근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란했던 식사를 마치자 배낭의 빈 공간에 도시락 통을 가득 담은 후에 모미지가 짊어지고. 나머지는 다른 가방에 나눠 담아 아야와 요우무가 각자 짊어진 후에 나들이를 갈 채비를 맞췄다.

“문지기 치고는 요리를 잘하던데요. 칼 솜씨도 보통이 아니고,”

빵빵해진 배낭위에 방패와 검을 얹고 등에 잘 붙도록 끈을 고쳐 매던 모미지가 요우무에게 묻자, 가방에 검들을 같이 묶어놓은 요우무가 웃으며 말했다.

“전 문지기는 아니고 정원사에요.”

모미지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자, 요우무는 그러거나 말거나 유유코에게 따라붙었다.

‘정원사가 저 정도인데 진짜 소문의 홍마관 문지기는 뭐가 되는 거지.’

“자, 그럼 가볼까?”

유유코가 들떠서 날기 시작하자 아야가 따라 붙으며 말했다.

“일단 백옥루의 계단부터 찍도록 하죠!”

“계단을요?”

요우무가 묻자 아야는 고개를 끄덕였고 요우무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래, 그럼 그럴까?”

백옥루의 수많은 계단중 한 부분에 도착한 그들은 가방을 내려놓고 아야의 연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자, 모미지는 카메라에 새 필름으로 채우고, 유유코 씨는 한계단 사이로 두고 위쪽에, 요우무씨는 아래쪽에 간격을 두어 서시고 서로를 쳐다보세요.”

모미지가 필름을 갈고 유유코와 요우무가 서로를 마주보며 위 아래로 서자 아야는 모미지가 건넨 카메라를 받아들면서 둘의 상을 렌즈에 담으면서 말했다.

“자 이제 두 분이서 가위 바위 보를 하세요.”

“에이? 뭐라고요?”

요우무가 당황해서 묻자 아야가 카메라를 얼굴에서 때지 않으며 말했다.

“뭐, 있잖아요. 서로 가위 바위보를 해서 진사람은 내려가고 이긴 사람은 올라가는 그런 놀이요. 계단에 대해선 이만한 촬영 컨셉도 없다고요.”

모미지는 생각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의아함이 들어 말했다.

“그럼 기사엔 이 설정된 상황을 찍은 사진으로 뭐라고 쓸거죠?”

그러자 아야는 집게 손가락을 흔들면서 말했다.

“백옥루 계단의 새로운 모습- 정겨운 유희의 보금자리로 정했습니다!”

모미지와 요우무는 아야의 끼워맞추기에 이젠 감탄이 들어 마지못해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정말 이래도 되나.’싶은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는 요우무와는 달리 유유코는 웃으며 말했다.

“편해 보이지 않는구나. 요우무.”

“아니 저 그게, 솔직히 부담 안 될 수가 없잖아요. 오늘 할 일도 많고 또 이것저것 신경도 쓰이고.”

마음속으로 정리가 안 되서 고개를 숙이고 두 집게 손가락을 비비며 뭔가 횡설수설하는 요우무에게 유유코가 말을 건네주었다.

“걱정하지 마렴. 이건 단순한 나들이고 놀러온 거니까 즐긴다고 생각하면 되요.”

그러자 머뭇거리던 요우무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유유코를 쳐다보았다.

“자, 준비 됬죠! 부탁드린 포즈 취해주시고. 절대 카메라 쳐다보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가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한 계단 차이로 위에 선 유유코와 아래에 선 요우무가 서로를 쳐다보고 웃으며 가위 바위 보를 하자 덩달아 아야의 손가락도 엄청난 속도로 셔터를 눌러댔다.

“좋습니다!! 제가 찍은 걸을 인화하기 전까지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네요. 두 분이 같은 계단에 있으니 한번 더 찍을게요!”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긴 요우무가 한 계단 위로 올라가고 유유코가 한 계단 내려가서 같은 거리에 있게 되자, 서로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가위 바위 보를 다시 했다.

“에이, 졌네요.”

“후후. 요우무 다시 내려가렴.”

요우무가 승부욕이 발동해 아쉬워서 내려가고 유유코가 부채를 꺼내서 펼치며 웃는 모습도 카메라의 필름에 담겨가자 남은 필름이 없는 카메라를 모미지에게 주고 새 카메라를 건네받은 아야의 손눌림도 빨라졌다.

그렇게 몇 번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슬슬 거리 차가 나자 아야가 제한을 걸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찍은 것 같네요.”

그러자 서너 계단 위에 있던 요우무가 아쉬운 듯이 말했다.

“에이, 이기고 있었는데. 끝이에요?”

“나도 몇 번 더 해야 할 거 같은데.”

이기고 있다가 연거푸 져서 아래에 있던 유유코도 승부욕이 발동해서 말하자 아야가 중재하며 말했다.

“그럼 두 분 몇 번 더 하세요. 저는 여기저기 찍고 올 테니까요. 모미지는 필름 간수 잘 하고요!”

아야가 새 필름 몇 개를 챙기고 힘껏 날아서 멀리서 본 벚꽃이 날리는 백옥루의 전경과 풍경이 될 만한 이 곳 저 곳을 찍어 다니는 사이 모미지는 필름통을 만지작거리다가 서로 재밌게 노는 두 명을 꼬리를 흔들면서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유유코님! 너무 늦게 내셨어요!”

“요우무! 내가 가위를 냈잖니.”

“제가 내고 나서 내셨어요! 이건 못 내려가요. 다시 해요!”

“요우무.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게 무(武)를 행하는 이의 도리인걸.”

“에이! 그걸 떠나서 반칙이잖아요!!”

둘이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시트콤을 보듯 재밌게 보던 모미지는 돌아온 아야가 준 카메라를 건네받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갔다오네요.”

“지금 둘이서 아직도 저러고 있는 건가요?”

아야가 놀이에 심취한 둘을 가리키며 묻자 모미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요우무. 없었던 걸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하자꾸나!”

“네. 이번에는 유유코님이라 하더라도 안 질 거예요!”

“저기, 잠깐!!”

아야가 다급하게 둘을 부르자, 놀이에 빠져있던 둘은 아야를 쳐다보았다.

“자자, 재밌게 즐기신거 같은데, 이 정도로 하고 점심 드시러 가셔야죠.”

아야의 말에 들뜬 유유코가 두 손을 번쩍 들면서 군침을 흘리며 말했다.

“응! 그래야지. 많이 기다렸는데 잘 됐구나.”

“유유코님, 체통상 침 좀 닦고 말씀하세요.”

모미지도 도시락 통으로 인하여 무거워진 배낭을 짊어지기 싫어서 반기며 필름을 주섬주섬 담아 이동할 준비를 마쳤고 나머지도 짐들을 다 챙기자 아야가 일행을 이끌면서 말했다.

“벚꽃이 휘날리는 곳에서 드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럼 저기 뜰 너머 정원에 있는 벚꽃들이 더 풍성하게 폈으니 보기는 더 좋을 거예요.”

요우무가 조언을 하자 아야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오, 그럼 거기서 드시도록 하죠. 사진은 배경이 좋아야하니까요.”

“후후, 생각만 해도 기대감이 부푸는구나.”

유유코가 좋아서 말하자 요우무가 되물었다.

“먹을 생각에요?”

유유코의 끄덕거림에 요우무는 ‘그럼 그렇지.’하는 생각으로 그냥 정면만 바라보았다.

모미지는 일행이 이끄는 대로 따라 붙다가 나무마다 벚꽃들이 수려하게 펼쳐진 장관을 보고 강한 꽃 냄새가 발달된 후각으로 인해 신경 쓰였지만 바람이 불 때 마다 수많은 벚꽃잎이 휘날리는 모습에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아야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점심을 먹을 자리를 몰색했고 요우무의 지도아래 벚꽃잎이 잘 날리는 풍광 좋은 곳을 선점하여 가방을 내려놓았다.

모미지가 배낭을 풀고 방패와 검을 뺀 뒤, 도시락 통들을 꺼냈고 요우무와 아야도 각자의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차리자 유유코는 만족스러운 듯 한쪽에 앉았다.

요우무도 조심스럽게 유유코의 옆에 앉고 카메라에 안 잡히도록 모미지가 뒤로 물러서자 아야는 모미지에게서 새 카메라를 받으며 말했다.

“캬, 아주 환상적이네요! 흩날리는 벚꽃 잎 아래서의 두 분이 오긋하게 식사하는 야외촬영이라니!”

아야가 안 볼 때 조금씩 날리는 벚꽃 잎을 잡는 장난을 쳐보던 모미지는 아야가 돌아보자 재빨리 같이 꺼내놓은 카메라 필름을 만졌다.

“그럼 이제 먹어도 돼?”

“네. 서로 오긋하게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으흐흐흐, 진짜 한폭의 그림 같군요.”

아까보다 신나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아야를 바라보던 유유코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요우무도 젓가락을 들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모미지는 조신하게 천천히 먹는 요우무와 대조되게 다시 흡입 모드로 들어간 유유코를 보고 자신의 부른 배를 만지며 아까 그렇게 먹고도 들어가나 하는 궁금함에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유유코님! 아까도 맛을 보고 맛있다고 했었지만 직접 만드신 음식들 정말 예쁘고 맛있어요!”

요우무가 감격해하며 웃자 유유코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고맙구나. 널 위해 준비한 거니 많이 먹으렴.”

“네!”

아야는 벚꽃나무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약간 불만이 가득한 상태로 말했다.

“생각보다 벚꽃 잎이 무수히 흩날리지는 않네요.”

모미지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아야씨 말대로 벚꽃 잎은 마구 흩날리는 게 장관이긴 하지만요.”

“그럼 그렇게 연출하도록 하죠!”

“네?”

아야의 말에 모미지가 당황하자 아야는 당당하게 외쳤다.

“잊으셨나요. 제 능력이 바람을 다루는 정도의 능력이라는걸! 이렇게 말이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벚꽃나무의 수관(樹冠)에만 돌풍이 몰아쳐서 수많은 벚꽃 잎이 눈이 내리듯 떨어지자 유유코와 요우무는 감명깊게 벚꽃 잎들을 쳐다보고 모미지는 놀라서 아야에게 외쳤다.

“아니, 이런 건 사기잖아!!”

“어허, 사기라뇨. 촬영을 위한 부득이한 방편일 뿐이랍니다. 빨리 찍어야 하니 비키세요.”

따지는 모미지를 밀쳐내고 아야가 사진을 찍자 유유코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화과자를 요우무에게 건네주었다.

“요우무, 이것도 챙겨먹으렴.”

“네. 유유코님!”

음식에도 벚꽃 잎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벚꽃 잎 장식이 된 화과자를 두손으로 받아 맛있게 먹는 사진도 찍은 아야가 말했다.

“정말 아름답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군요! 두 분이서 다정하게끔.. 아! 유유코 씨가 뼈를 발라낸 생선살을 요우무씨에게 건네주는 사진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 말에 따라 유유코가 뼈를 발라낸 생선살을 요우무의 도시락 통에 건네주자 아주 빠른 셔터소리가 들리면서 아야가 말을 이었다.

“와, 와. 생각한거 보다 기대 이상인데요!! 그럼 요우무 씨가 손을 유유코 씨 어깨에 걸치고 서로 바라보면서 요우무씨가 젓가락으로 음식을 입에 넣어주는 포즈로 가겠습니다!!”

‘아주 신났네, 신났어.’

모미지가 혀를 차며 바라보자 요우무는 다시 얼굴이 붉어지며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런 걸 어떻게 해요! 모시는 사람에게 지금 무슨!!!!”

그러자 아야는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 좋아서 그러기는. 잘 생각해봐요.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괜찮단다. 요우무. 연출이잖니.”

요우무는 반령이 요동칠 정도로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며 얼굴이 붉어졌다가 유유코의 미소에 천천히 포즈를 취하면서 유유코의 어깨에 손을 잡자 조심스럽게 유우코를 쳐다보면서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유유코의 입에 가져다댔다.

“자, 요우무 씨! 얼굴 붉힌 거랑 부끄러운 표정 다 사진에 들어나니까 가라앉히시고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시고 유유코 씨는 투정부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다가 요우무씨를 바라보면서 입을 여는 모습으로 가겠습니다!”

요우무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날리는 벚꽃 잎을 보고는 숨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서 젓가락으로 딸기를 집어 자세를 취하고 유유코도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가 요우무를 보고 입을 열어 음식을 받아먹자마자 아야가 셔터를 광속으로 눌렀다.

“와! 와! 대박!!!”

마찬가지로 요우무도 자세를 광속으로 풀며 다시 어쩔 줄 몰라 음식만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자 유유코가 요우무의 등을 툭툭 두드리면서 다독이다가 천천이 끌어서 자신의 무릎에 눕혔다.

물론 이를 놓칠리 없는 아야가 신명나게 셔터를 눌러대고 심심했던 모미지 마저 카메라를 들어 촬영에 가세하자 요우무는 부끄러움과 좋음이 뒤섞여서 볼을 유유코에게 파묻었고 그런 요우무를 유유코는 그녀의 머리띠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와, 진짜 두 분 ‘엄마와 딸’같네요.”

모미지가 그 모습을 보고 감상에 젖어 외치자, 순간 유유코는 화를 냈다.

“응, 다시 말해볼래?”

그러자 아야가 눈치껏 웃으면서 말했다.

“아뇨, 마치 ‘언니와 동생’같네요.”

그러자 유유코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고맙구나.”

모미지가 그 어감 차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사이 아야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럼 유유코씨가 저 벚꽃이 가득한 나무가지에 앉아서 아래의 요우무씨를 바라보고 요우무씨가 아래서 도시락을 들고 부르는 모습도 한번 찍어 보는 게 어떨까요?”

그러자 유유코가 다시 역정을 내며 외쳤다.

“좀 먹고 찍자! 먹고!!”

“아, 네. 네.”

아야가 겸연쩍은 듯 고개를 숙이자 유유코는 이것저것 챙겨 먹으면서 무릎에 누운 요우무를 챙겨주었고 계속 누워있으면 소화가 안 된다며 일으켜 세워서 요우무에게 물을 건네주는 그 광경까지도 카메라는 필름에 하나하나 쉬지 않고 기록했다.

도시락이 동이 나고 요우무와 잠시 할 일이 없어진 모미지가 뒷정리를 마치자 유유코는 벚꽃 나무의 큰 가지에 앉아서 말했다.

“많이 먹었더니 차가 마시고 싶네. 벚꽃이 흩날리는 아름다움에 취하니 더더욱 그래. 뜨거운 물을 이 밖에서 구하기는 어려운텐데, 그렇겠지”

그러자 아야는 역시 눈치껏 반응했다.

“그럼 부엌에 갔다 오겠습니다. 모미지! 갔다올때까지 그쪽 대신 찍고 있어요!”

모미지는 아야가 잔상을 남기고 사라지자 카메라를 들었고 요우무는 여전히 표정 관리가 안되서 유유코의 옆에 서서 말했다.

“여,연출이라지만 유유코님. 괜찮으세요?”

“응? 뭘 말이니?”

유유코가 가지에 여전히 걸터앉은 채로 부채를 펴들면서 말하자 요우무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요우무를 쳐다보던 유유코는 부채로 입을 가리고서 웃으며 말했다.

“요우무도 참, 그런 마음 가질 필요 없단다. 지금은 상하관계라든지 이것저것의 틀 때문에 부담 느끼지 않아도 되요. 오히려 그럴 순간에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눈에 더 담고 하나하나 즐겨가도록 하렴. 그게 나들이의 묘미 아니겠니.”

요우무가 다시 고개를 크게 숙이며 말했다.

“네.. 네! 그럴게요.”

모미지는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해서 말이 잘 들리진 않았지만 둘이 같이 있는 걸 아야가 좋아하니 셔터를 눌렀고 아야도 재빨리 찻잔을 쟁반에 담아와 유유코와 요우무에게 건네주었다.

“아야씨. 잘 마실게요.”

요우무가 감사의 인사를 하자 ‘천만에’라는 말 대신 손등을 흔들었고 모미지에게도 찻잔을 거칠게 건네며 말했다.

“받아요! 일단 조수 역할을 하면서 수고하고 있으니까 마시고 해야죠.”

모미지가 받아들자 아야는 자신의 찻잔을 들어 쟁반을 가방에 쑤셔놓고 마시면서 말했다.

“오늘 예상을 벗어 나는 게 많아요. 생각보다 수확물이 좋은 것과 저의 체력소모가 많은거요.”

모미지는 차를 마시다가 지금 자기보고 이야기하는건가 싶어 눈치를 봤다.

“그래! 이제 한 곳만 더 가면 완벽해! 흐흐!”

잔뜩 들뜬 아야를 계속 살피던 모미지가 혼잣말이라고 판단하고 차를 들이키자, 아야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정말 수고하셨어요! 그와 더불어 유유코 씨랑 요우무 씨랑 마지막으로 촬영할 곳이 있답니다.”

“응? 그럼 또 이동해야 돼? 귀찮은데.”

유유코가 차를 마시다말고 가지에 널부러지자 요우무는 염려스러운 듯 바라보고 아야는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만큼 풍경이 좋은 곳이니까 만족하실 거예요.”

아야와 요우무가 달래자 유유코도 할 수 없이 일어났고 모미지는 쓴 필름과 남은 필름을 구분하다가 의아심이 들어서 물었다.

“아야 씨! 그런데 분명히 백옥루의 봄에 대해서 찍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후훗, 백옥루만 찍는다고 한 적은 없어요.”

모미지는 그냥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런가 보다.'하고 정리를 마친 뒤, 자신의 방패와 검을 챙기고 배낭을 멨다.

잠시 부엌에 들려 찻잔과 도시락 통들뿐만 아니라 일거리에 대한 요우무의 깊은 한숨도 함께 나둔 후,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던 일행은 아야의 요청으로 봄이 찾아온 지상이 카메라의 렌즈에 담길 수 있는 구도로 위치를 바꿔 몇 번 찍은 후, 유유코가 먼저 날아가고 요우무가 뒤따르는 설정의 사진도 알뜰하게 찍었다.

아야의 지도로 일행이 도착한 태양의 밭에는 피지 않은 해바라기들의 초록 물결이 가득했고 모미지는 '역시나.'싶은 마음에 당황하며 말했다.

“저기, 해바라기는 여름에 핍니다만. 그거 감안하고 온 거죠?”

그 말에 그녀가 비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요. 설마 이 태양의 밭에 해바라기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녀가 따라오라고 손짓하자 모미지는 유유코와 요우무를 지도했고 그렇게 아야가 이끄는 데로 찾아간 들판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연산홍, 유채꽃 복수초등 수많은 봄꽃들이 서로 아름답게 핀 곳에 도달하자. 요우무는 탄성을 질렀다.

“와, 진짜 꽃이 많이 폈네요. 그것도 하나하나 예쁘게요.”

하지만 모미지는 매우 강한 꽃냄새에 코를 훌쩍거리고 심히 기침을 했다.

“에취! 훌쩍! 이런 데를... 어우 코 간지러웍! 으 에취! 언제 미리 점찍어 두에취! 었던 겁니까?”

“제가 괜히 기자를 하는 거 같나요? 환상향 구석구석은 다 꿰고 있답니다.”

그리고는 유유코를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역시 꽃밭에는 나비가 찾아와야 하는 법이지요.”

그 말에 유유코는 그저 부채를 펴들어 웃었고 요우무는 들뜬 나머지 직접 돌아다니면서 꽃들을 종류별로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와, 진짜 예쁜 것들만 골라서 피었어요. 유유코님!”

유유코도 꽃밭에 들어가서 꽃 냄새를 맡는 것으로 화답하자 아야는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꺼냈다.

“하기웨취! 하긴. 저쪽은 정원사니까 받아..웨취! 크흐흡! 어후! 꽃냄새. 받아들이는 것도 남다르겠네요. 훌쩍!”

아야는 후각이 매우 민감하게 발달한 나머지 코를 훌쩍거리며 기침하는 모미지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모미지의 주변에만 바람을 일으켜 냄새를 분산시켰다.

“이제 됬어요?”

모미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야는 다시 활력에 넘쳐서 외쳤다.

“그럼 촬영 들어갑니다! 준비하세요, 모미지!”


그렇게 유유코와 요우무가 꽃밭을 헤집으면서 꽃놀이를 하며 노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하나가 되 어우러진 둘의 순간을 필름에 담기 위해 아야가 셔터를 누르고 필름이 다 된 카메라를 건네주면 모미지가 필름을 간 카메라를 건네주는 로테이션이 작동하는 사이, 모미지는 뭔가 수상한 물체가 접근하는 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보고는 아야에게 눈치를 줬다.

“저, 아야씨.”

아야는 모미지를 쳐다보지 않고 셔터만 눌러대며 말했다.

“아, 왜요? 지금 바쁜거 안 보여요!”

모미지는 한숨을 길게 쉰 뒤, 말했다.

“초록색 머리를 하고 양산을 든 요괴가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는데요.”

“그런가요? 알았어요.”

그말과 함께 여전히 사진을 찍는 아야를 보고 오히려 모미지가 당황했다.

“저기 괜찮은 건가요. 그거?”

“네, 그러니까 빨리 필름이나 갈아요!”

오히려 면박을 당한 모미지가 의아해하며 자신의 일을 계속하자, 몇 분이 안되서 양산을 든 꽃의 요괴 카자미 유카가 그들에게 다가섰다.

“어? 안녕하세요! 유카씨!”

아야가 시치미를 떼면서 지금 본 듯 인사하고 그 소리를 들은 유유코와 요우무도 반기자 유카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받아들이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돌변하며 물었다.

“너희 여기서 뭘하는 거지?”

“보다시피 봄 특집 기사를 위해서 촬영 중이랍니다. 봄에 핀 꽃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유유코 씨와 요우무 씨의 사진을 찍고 있죠.”

유카가 아야의 말을 듣고 꽃밭을 헤집고 다니는 둘을 살피고 모미지는 혹시라도 유카가 돌변할지 모르기에 방패와 검을 조심스럽게 챙겼다.

“지금 사진 몇장 찍으려고 우리 애들을 밟거나 귀찮게 하는 건 아니겠지?”

“아유, 그럼요. 사실 진짜 찍을 것은 따로 있지만요.”

아야의 뒷말에 유카는 흥미를 가지며 물었다.

“호오, 진짜 찍을 거라니?”

“바로 이거랍니다!”

아야가 유카에게 가리킨 곳에는 아직 자라고 있는 땅에서 비집고 나온 새싹이 자리잡고 있었다.

모미지가 그 광경을 보고 한숨을 정말 길게 쉬며 방패와 검을 잡았고 유카도 의아해하며 물었다.

“정말 얘를 찍을 거란 말이야?”

“그럼요.”

못미더워 하는 유카에게 아야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모두들 봄 하면 저렇게 아름답게 핀 꽃들을 생각하고 좋아하시지만 저는 이렇게 겨울을 지내면서 땅속에서 자신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해서 자신이 어떤 꽃을 피울까 하며 봄을 기다리면서 세상에 나와 자라면서 다른 꽃들이 꽃을 피우든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그 희망의 의미로 이 새싹을 찍어 기사에 낼 거랍니다.”

그리고는 새싹에 가까이 접근해 접사를 하자 유카는 여전히 차갑게 바라보다가 피식하고 웃으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봄에는 정말로 봄을 기다려온 그 애가 잘 맞을 지도 모르겠네. 내 능력으로 그 애를 꽃 피우게 해줄 수 있는데 도와줄까?”

유카가 양산을 흔들면서 말하자 아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이 모습 이대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전 더 마음에 드네요.”

그렇게 사진을 열심히 찍는 아야에게 유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 꽃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꽃이 핀 것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단 말이야. 네 기사로 많이들 그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그 말에 모미지는 괜찮겠지 싶어서 방패와 검을 놓고 다시 카메라에 필름을 갈았고 유카는 꽃을 맛보려는 유유코를 말리는 요우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봄을 배경으로 잡으면서 왜 저기 백옥루 두 명을 데려온 거지?”

모미지도 사실 궁금했던거라 귀를 쫑긋 세우자 아야가 다시 카메라의 시점을 꽃밭의 두 명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백옥루는 유령이 가득한 차가운 느낌이잖아요. 유유코 씨 능력 자체가 죽음이랑 관련되어있고 요우무 씨는 아예 반령이고. 모름지기 봄이란 따뜻한 느낌이 강하니까 저 둘이 봄놀이를 하며 봄을 즐긴다는 건 차가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이 되는 그 순리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거죠. 한마디로 죽음과 탄생이란 역설적인 의미도 함축되고요. 더구나 저 둘은 주종관계잖아요. 봄에 저 둘이 다정하게 서로 생각해주는 것에 분명 관계적인 면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것을 설정을 부여해서 정말 자연스럽게 어렵지 않도록 연출해주면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더 따뜻한 모습들이 따스한 봄의 이미지와 어루려져서 뜻 깊은 사진이 나오는 거죠.”

아야의 말에 유카는 여전히 웃었고 모미지는 생각에 잠겨서 아야를 바라만 보았다.

“생각보다 속이 깊네. 평소에는 안 좋은 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좋은 쪽으로도 말이야. 여기서 마음껏 찍다가렴. 대신 우리 애들이 꺾이거나 조금이라도 부러지면 너희들 팔다리도 부러질 거라는 건 잊지 말고.”

아야는 자신이 꽃밭에서 꽃들 뜯어다 도시락 재료를 만들어 먹은 사실이 생각나 당황하면서 얼버무렸다.

“헤에. 하하., 그럼요.”

마찬가지로 모미지도 유카가 눈치 챌 까봐 입을 닫고 아예 다른 곳을 쳐다보는 사이, 요우무가 정말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꽃들이 정말 예쁘게 펴서 칼로 다듬고 정돈하면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요우무가 검을 휘두르면서 외치자 유카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렇다고 함부로 칼을 대려고 하지는 마렴. 각자 태어나고 자라온 본질 그 자체로도 예쁜 법이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뭔가 생각난 듯, 유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봄인데 아직 릴리 화이트는 안 찍을 거야?”

“글쎄요. 찍긴 해야하나. 사실 평범할 것 같아서 생각은 안 해뒀어요.”

“음, 그래? 그럼 촬영 열심히 해.”

유카가 말을 마치고 돌아가자, 꽃밭에서는 유유코가 팔배게를 해주고 요우무가 따라서 같이 누워 꽃향기에 취해 눈을 감았고 아야가 그 위로 날아서 모미지가 건네준 카메라를 받아서 사진을 찍었다.

‘번쩍’

순간 섬광에 놀라서 유유코와 요우무가 눈을 뜨고 쳐다보자 아야가 일부러 모미지에 격하게 화를 내며 외쳤다.

“아잇!! 모미지! 플래시 기능!!!!”

그러자 모미지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플래시 끄는 법이 뭔데요? 안 가르쳐 줬어요.”

유유코는 짜증이나서 저 둘에게 탄막을 던질까 말까 만지작거리다가 뭔가 탄막 날라가는 소리에 설마 날아갔나 싶어 자신의 팔을 쳐다보았고, 그 순간 요우무가 평소에 보기 힘들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행복에 겨워 팔을 기대며 자신의 품으로 파고들자 요우무의 머리띠 때문에 머리 무게로 인한 강한 압력으로 팔이 몹시 아팠지만 흐뭇함에 그저 미소를 지으며 꽃향기를 들이마셨다.

“와, 진짜 두 분. 이 꽃들에 뒤지지 않게 예쁘군요. 아주 좋아요!!”

Posted by 라쿠n
,

“요우무. 왜 이렇게 소란이니?”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마당으로 걸어 나오면서 물어보자 요우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말했다.

“유유코님. 청소 중에 침입자를 발견해서 쫓아내고 있던 중이었어요.”

방패를 다리에 걸친 뒤, 검을 지팡이처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옆구리를 감싼 모미지와 자신을 보고 인사하는 아야를 살펴본 유유코가 말했다.

“둘 다 이 백옥루엔 무슨 볼일인거지?”

“안녕하세요! 붕붕마루 신문의 깨끗하고 올바른 사메이마루 아야입니다. 봄맞이 특집으로 이 백옥루를 취재하러 왔습니다. 유유코 씨와 요우무씨도 포함해서요.”

“봄이라....... 이 백옥루가 유령들이 가득한 곳이라 그 한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주로 여름에 더 많이 찾아온다는 건 알고 그러는 거지?”

“그럼요. 하지만 저는 지금의 봄을 배경으로 찍을 거랍니다.”

야아의 카메라를 한번 흩어본 유유코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신기하네. 대부분 죽어서 오는 곳을 구경오게 하겠다는 것도 그렇고 함부로 촬영하기로 유명한 텐구가 당사자들에게 허락을 다 받고 말이야.”

“슬슬 초상권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거든요.”

아야도 능청스럽게 받아넘기자 모미지와 요우무는 서로 눈치를 보며 상황의 흐름을 살폈다.

“좋아. 일단 내 허기를 건드리지 않고 우리 요우무에게도 폐끼치지 않는 조건에서 찍어가도록 해.”

모미지는 그 말을 듣고 내가 '심기'를 지금 잘못 들었나하는 생각과 이제 아야가 원하는 대로 된 건가 싶어 아야를 살펴보았으나 아야는 여전히 능청맞은 표정으로 바뀜이 없었고 허가로 받아들인 요우무는 다시 검을 검집에 도로 집어넣었다.

“네. 감사합니다! 역시 두터운 신망과 덕이 지극하시고 속이 깊으시니 뭔가를 좀 아시는군요! 사실 이번에는 좀 특별하게 제가 설정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두 분이 모델이 되어 주셨으면 하는데요.”

요우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유유코는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흐음. 지금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나?”

“제가 틀을 잡고 그 안에서 두 분이 배경 속에서 주제에 맞게 연출된 모습을 제가 찍는 거죠. 나중에 그걸 기사로 내면 아주 좋은 특집이 완성될 거예요!”

“기자가 사실적이지 않게 상황 그 자체에 개입해도 되는 거였던가?”

아야는 상관없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특집이니까요. 주제는 찍으면서 꽤 바뀌겠지만 일단 핵심은 봄맞이나 배려로 정했습니다!”

“배려라니?”

유유코가 흥미로워 하며 물어보자 아야는 품안에서 요우무가 일하는 모습들로만 가득한 사진들을 꺼내 유유코에게 건네주었고 그것을 본 요우무와 모미지는 합창하듯 동시에 말했다.

“참 많이도 몰래 찍으셨네요.”

“언제 들어오셔서 이렇게 많이 찍으셨어요?”

아야는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어흠, 엄연히 취재한 거예요. 취재!”

유유코가 백옥루 이곳저곳을 청소하고 요리하고 정원을 가꾸거나 칩입자를 퇴치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장면들이 찍힌 사진들을 하나하나 넘기며 살펴보자 아야는 유유코의 표정변화를 주시하며 말했다.

“부하가 이 넒은 정원에서 혼자 얼마나 성실히 임하다 못해 고생을 하면 어린나이에 머리가 다 흰머리가 되어 있겠어요?”

그러자 요우무가 화를 내며 대답했다.

“저기 그런 거 아니거든요!”

유유코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모미지를 가리켜며 말했다.

“그럼 그쪽 부하는 머리털부터 꼬리털까지 흰색으로 탈색이 되어있는 것을 보면 그곳에서 실컷 고생하고 있나 보구나.”

아야와 모미지가 서로를 번갈아 보며 당황하자 요우무가 알겠다는 듯 맞장구를 치며 외쳤다.

“아! 그래서 메이드장인 사쿠야 씨의 머리색도 희셨던 거군요!”

“아니야!”

황급히 외치는 둘과는 달리 유유코는 사진들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발끈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사진대로라면 이곳 백옥루의 일을 크게 맡는 우리 요우무에게 내가 전혀 배려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거니?”

순간, 요우무가 난처해하면서 유유코의 반응을 보고 검을 뽑아들자, 모미지도 대응차원에서 검과 방패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사진은 직접 사실 그 장면만을 찍었을 뿐이지만 백옥루 밖의 세간 인식은 이미 다 알아서 그런 이미지로 통하던데요? 기삿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로요. 그러니 이번 특집을 통해 주종관계라지만 아마 평소보다는 좀 더 신경을 쓰신다면 아마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한참 전만 하더라도 임시 주종관계를 통해 자신에게 대했던 태도를 생각한 모미지는 그녀의 취재용 멘트에 그저 코웃음만 쳤고, 요우무는 검을 높이 들면서 말했다.

“유유코님의 위신을 건드리시다니 모시는 사람으로서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업풍신...”

“요우무! 그만두렴!”

유유코가 손을 들어 말리자 베려는 본능대로 검만 허공에 휘두르는 차원에서 멈춘 요우무가 대답했다.

“하,하지만 유유코님.”

“그럼 주위에서 보는 눈이 이렇다는 건 우리 백옥루에 대한 이미지나 다름없잖아! 좋아, 그럼 이번 기회에 내가 얼마나 요우무를 신경 써서 챙겨주고 아껴주는지를 보여주겠어!!”

여전히 발끈한 모습으로 외치는 유유코를 바라보던 모미지는 대체 무슨 상황으로 흘러가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어서 아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가 미소를 짓는 아야가 주먹진 손과 팔을 뒤쪽으로 한번 힘껏 당기는 제스쳐를 취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묭?!”

요우무는 깜짝 놀라면서 대체 무슨 일을 벌이시려고 저러실까 하는 염려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유유코를 바라보았다.

“자! 일단 이제 곧 점심이니까 내가 요우무를 위해 점심을 직접 만들어 차려주겠어.”

유유코의 말 한마디에 세 명이 ‘풉’하고 터졌다가 요우무부터 재빨리 표정관리를 하고 자신을 수습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유유코님. 예상 못한 말씀인지라. 아니, 그러니까 일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주 좋아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시는 것에 저는 정말 감복했습니다!! 모미지, 당장 촬영준비 들어가세요!!”

고개를 흔들면서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는 아야와 당혹한 모습 그대로 안절부절 못하는 요우무가 대조를 이루는 사이, 모미지는 이젠 자기도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말 몰라서 달관한 상태로 무심하게 배낭에서 여분의 카메라와 필름을 꺼냈다.

카메라와 필름을 챙긴 모미지와 아야가 뒤에서 따라붙은 채로 부엌으로 들어간 유유코는 앞치마를 둘렀고 요우무는 여전히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섰다.

“그런데 무슨 요리를 하실 건가요?”

요우무가 묻자 유유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봄이니까 봄에 맞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구나.”

모미지가 건네준 필름을 끼우고 카메라를 점검하던 아야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점심 드신 다음에 밖에서 들려야 할 곳이 많은 점도 생각해주세요.”

“음, 글쎄. 밖으로 나들이 갈겸 도시락을 많이 쌀 거라는 생각은 안했어.”

나머지 3명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가 아야가 문화첩을 꺼내면서 먼저 반응했다.

“와!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그럼 전 기사로 쓰기 좋은 사진을 위해 지금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찍을게요!”

“사진은 아까부터 찍었잖아요.”

모미지가 핀잔을 주자 아야는 억지로 웃으며 모미지에게 펜을 던졌고, 모미지가 재빨리 방패를 들어 방어에 성공하는 사이, 요우무가 옆에서 노심초사하는 것을 의식한 유유코가 말을 걸었다.

“왜 그러니? 방에서 쉬지 않고.”

“아니, 저기 유유코님은 드시기를 잘하시지 요리를 해보시는 걸 뵌 적이 드문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단 말이에요.”

그러자 유유코는 요우무의 등을 툭툭 두드려주면서 말했다.

“그렇게 염려스러우면 옆에서 도우려무나.”

“네. 유유코님.”

말을 마치고 유유코가 조리도구를 챙기는 사이 요우무가 식칼들을 손질하고 아야는 모미지를 데리고 조수로서 쓰기 위한 교육에 들어갔다.

“자, 모미지! 이거 카메라 잡은 상태에서 뒤로 돌리고.”

모미지가 아야의 말에 따라 카메라를 들어 뒤를 돌렸다.

“이걸 당기면 뚜껑이 열려요. 그리고 안의 필름을 빼고.”

아야가 연결된 필름을 직접 빼서 필름 통에 담는 것까지 모미지가 따라하자, 아야는 새 필름을 통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자, 이 새 필름을 여기 이 부위에 끝부분을 연결하고 필름 자체를 규격에 맞게 끼워요.”

“이렇게 하는 거 맞는 건가요?”

필름 연결을 잘 못하는 것을 본 아야는 답답해져서 직접 모미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요! 이 부분을 이렇게!!”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필름이 갈아 끼워지자, 흥미롭게 쳐다보는 모미지에게 그녀가 말했다.

“자, 이제 알겠죠! 이제 내가 사진을 찍을 테니 필름을 다 쓴 카메라는 내가 주는 대로 필름을 이렇게 갈아주면 돼요!”

모미지는 직접 자신의 손을 잡고 가르쳐주는 것과 취재대상이 있어서 자신에게도 존댓말을 쓰는 것에 미묘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젠 생각해봐야 피곤하기만 해서 빨리 끝나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시키는 대로 하려는 마음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자, 그럼 교육은 끝냈고 유유코 씨. 봄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해주시면 좋겠네요.”

아야가 사진을 찍을 자세를 취하며 말하자 유유코는 요우무를 돌아보았다.

“그럼, 요우무. 봄이다 보니 봄꽃으로 장식한 음식들로 도시락을 만들어 보자꾸나.”

“앗. 그럼 도시락 통으로 쓸 나무 갑들 꺼내 놓을게요!”

“그러렴, 내가 듣기론 그쪽 텐구가 무척 빠르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하하, 환상향 최속이죠. 그렇게 알아주시다니 이거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래. 그럼, 몸 둘 필요 없이 좀 갔다오렴.”

“음?! 무슨 말씀이신지?”

머쓱해서 웃던 아야가 뜬금없는 소리에 놀라자 유유코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알다시피 명계보단 밖이 더 재료로 쓸 예쁜 봄꽃들이 많이 피어서 말이야. 너보다 느린 우리가 직접 가는 것 보단 환상향 최속이면 뿌리까지 뽑아서 빨리 가지고 오는 건 일도 아니지 않니? 오늘내로 촬영 마치고 싶다면 말이야.”

“하아, 그럼 하는 수 없군요. 바로 갔다 오죠. 모미지!”

모미지가 아야를 쳐다보자 아야는 모미지에게 카메라의 셔터 부분을 보이면서 말했다.

“이걸 누르면 사진이 찍히고 그다음에는 여기 이 부분을 소리날 때 까지 돌리세요. 내가 금방 갔다 올 때까지 사진 잘 찍고 있어요!”


건네받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모미지가 고개를 들자 이미 아야는 사라지고 없었고, 그 와중에 유유코가 스스로 밥을 짓고 식칼로 도마 위에 올려놓은 야채를 썰자 요우무가 말리면서 말했다.

“유유코님! 칼은 함부로 다루면 안 되니까 제가 할게요.”

식칼을 받아 든 요우무는 손목을 풀면서 다채롭게 재료를 썰면서 말했다.

“이렇게 베면 반달썰기, 이렇게도 베면 어슷썰기, 또 단순하게 이러면 십자썰기, 이렇게 잔잔하게 썰면 채썰기가 되요.”

“와, 우리 요우무가 칼을 아주 잘 다루는구나.”

유유코의 칭찬 때문인지 단순히 칼을 잡아서 그런지 신나게 칼을 다루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모미지는 저걸 찍을까 말까하며 생각했다.

‘쟤는 왜 베는 것만 눈에 불을 켜고 하는 거지?’

그리곤 옆으로 다가가 그 둘을 몇 장 찍자마자 뒤에서 자신을 툭툭 치는 느낌이 들어 말했다.

“벌써 왔어요?”

모미지가 뒤를 돌아보니 무수히 많은 꽃들을 뿌리채로 다 뽑아와 두 손으로 움켜쥔 아야가 숨을 헐떡거리며 외쳤다.

“무.. 물 좀! 헉. 헉.”

모미지는 칼질에 빠져 신나하는 요우무 대신 컵을 꺼내 항아리에서 물을 퍼다 주었고 컵을 받자마자 바로 들이킨 아야가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최대한 빨리 갔다 왔는데 이 정도 충분하신가요.”

유유코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야는 재료를 내려놓은 뒤, 사진기를 꺼내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예쁜 것들로 잘 가지고 왔구나. 이걸로 더 아름답게 꾸밀 수 있겠어.”

썰기를 끝낸 요우무가 삶아놓은 고기를 칼로 다지고 육수를 미리 챙겨놓자, 유유코는 재료들을 살피며 말했다.

“두릅은 튀김으로 하면 괜찮겠고 유채는 나물로 해서 삶아 된장에 무치고 냉이는 초절임으로 하면 되겠구나. 나머지 꽃들은 주먹밥이나 샌드위치, 화과자 주위에 장식하면 되겠어.”

“과연! 요리에서조차 그 관록이 묻어나오는 군요! 봄의 제철음식 기사에 참조하도록 하죠!”

모미지는 탄성을 지르는 아야가 재빠르게 건네주는 카메라의 필름을 갈아 돌려주면서 음식냄새에 입맛을 다셨고 아야는 봄에 어울리는 음식과 둘이서 요리하는 모습이 생각한 만큼 인상적으로 나와서 유유코가 이야기 하는 대로 문화첩에 받아 적고 뭔가 생각대로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희열감에 입맛을 다시며 셔터를 눌러댔다.

다 된 밥을 우메보시(매실 장아찌)나 여러 재료를 넣어 꾹꾹 눌러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를 만들어서 들꽃들을 꽃아 장식하고 갑에 차곡차곡 쌓아 도시락을 만들어가는 유유코를 요우무는 끓는 기름에 재료를 넣어 튀김을 만들면서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요우무, 전부터 계속 염려스러운 게 있는가 보구나.”

“아아, 그게 저기 모시는 분께 무례가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을 안했는데요.”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말을 해보려무나. 요리가 걱정이면 지금 잘 되어가고 있지 않니.”

요우무는 머뭇거리다가 유유코의 입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은, 요리가 만들어지는 게 걱정된 게 아니고요. 지금 완성 되어가는 걸 유유코 님이 다 드셔 버리실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그러자 유유코는 군침을 흘리고 있던 자기 입을 황급히 닦으며 웃었다.

“에이, 그럴 리가 없잖니.”

“하긴 유유코님 식탐에 입에 넣지 않으시고 지금까지 참아 오신 것도 대단하세요.”

요우무가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는 것에 아야는 문화첩에 이걸 고스란히 받아적었다.

“요우무, 기름 몸에 튀지 않게 조심하렴.”

“네, 걱정하지 마세요.”

긴 젓가락으로 익은 튀김을 건져내는 요우무에게 유유코는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생선 손질은 했니?”

“그럼요. 내장을 발라내고 반으로 갈라놨어요. 그런데 유유코님. 여기 가까이 오시면 기름 튈지도 몰라요.”

“망령이 끓는 기름을 무서워하겠니.”

“와! 잠깐만! 유유코씨 좀 더 붙어주세요!”

아야의 요청에 유유코가 요우무한테로 붙자 아야가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지금 요우무 씨가 잡은 젓가락좀 같이 잡아주세요!”

유유코가 시키는대로 요우무의 젓가락을 잡은 손을 잡자 요우무는 표정관리가 안될 정도로 난처해졌고 아야는 아주 흐뭇해져서 말했다.

“자자, 카메라 보지 마시고 표정 자연스럽게! 같이 요리하는 그 포즈 그대로 찍을게요.”

그렇게 몇 장을 더 찍자 요우무는 심적으로 난처해서 얼굴이 붉어지며 아무 말 못하고 두릅을 튀기는 것에 집중했다.

“다 되었니?”

유유코가 묻자 아야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협조를 잘해주셔서 좋은 사진이 많이 나오겠는데요! 봄철의 두릅요리를 설명하는 기사에 같이 실으면 되겠어요!”

“그러렴.”

“근데 진짜 먹음직스러워 보이네요.”

모미지가 꼬리를 흔들면서 카메라를 들고 음식을 향해서만 찍자 아야가 슬쩍 짜증을 부렸다.

“모미지! 필름 낭비하지 말아요!”

그러자 모미지는 바닥을 보이는 재료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다 떨어져 가는데요?”

아야가 깜짝 놀라 살피자 그 말을 들은 요우무는 미안한 표정으로 아야에게 고개를 한번 숙였고 유유코가 웃으며 손짓했다.

“그럼 좀 갔다오렴.”

“아오. 그럼 갔다 올 테니 모미지는 사진 함부로 찍지 말아요!!”

그렇게 아야가 몇 번 왔다 갔다하는 사이, 요우무가 기미스(황신초) 소스를 얹은 생선구이와 삶은 고기들을 썰어 넣고 유유코가 볶은 야채나 과일, 화과자들을 꽃잎으로 장식한 후 여러 봄의 제철 반찬과 음식들을 싸면서 꽤 많은 도시락이 만들어지자 도시락 뚜껑이 닫히기 전, 그 장식된 자태를 필름에 담는 아야와는 달리 이 정도로 많은 양이면 먹다가 배가 터지지 않을까 고민이 든 모미지가 물었다.

“유유코 씨, 도시락을 더 만드실 건가요?”

유유코는 턱을 괴면서 살짝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 정도면 가서 요기는 될 것 같아. 이제 그만 만들지 뭐.”

“그럼 이제 나머지 음식들은 어떡하실 건가요?”

모미지가 다시 묻자 유유코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서 먹지, 뭐.”

“예?! 이걸 다요?”

모미지가 놀라자 나머지 3명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니, 저 도시락도 가서 드실텐데, 미리 배를 채우시겠다고요?”

그러자 요우무가 웃으며 말했다.

“유유코님은 그걸로는 배 안 차세요.”

할말이 없어진 모미지가 아야가 다 쓴 카메라 필름을 다시 갈아 끼웠고 유유코가 요우무를 시켜서 남은 음식들을 조금 나눠주면서 말했다.

“넉넉하게 만들었으니 부담없이 넉넉하게 먹자꾸나. 요우무는 조금 있다 도시락을 같이 먹어야하니 조금만 먹으렴.”

요우무가 고개를 숙이는 걸로 답하고 아야와 모미지도 감사의 인사를 올리면서 식사를 시작했다.

“음식들 마다 맛있네요. 잘 먹도록 하겠습니다.”

맛을 보고 감탄하던 모미지는 입에다 음식을 넣기 바빴고 유유코도 참아왔던 만큼 요우무가 건네주는 대로 먹어치우기 시작했으며 아야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과연 미각이 좋으시다보니 요리도 그만한 맛을 자랑하시는군요!”

아야도 감탄의 말을 하자 요우무는 유유코가 자신을 위해 직접 만든 음식들을 몇 점 먹으면서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에 나오는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맛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Posted by 라쿠n
,

봄이 찾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점심 무렵이 되자 카라스텐구인 샤메이마루 아야와 등에 큰 배낭과 방패, 검을 함께 짊어진 백랑텐구 이누바시리 모미지 두 명은 창공을 날아 백옥루의 경계를 가볍게 넘었다.

낮은 속도로 비행하면서 카메라를 쥔 채, 주변의 사진을 찍으며 들떠있는 아야와 달리 모미지는 같이 날다가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직여 배낭을 들썩거리면서 아야에게 투덜거렸다.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올 겁니까?”

“어머? 뭘요.”

아야가 빙긋 웃으며 묻자 모미지는 화난 표정으로 종이하나를 꺼내들었다.

“이 공문. 그쪽 농간이잖습니까.”

그러자 눈웃음은 어쩔 수 없다지만 베시시 나오는 입의 웃음이라도 카메라로 가린 아야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글쎄요, 후훗, 혹시 지금 대텐구님이 직접 내리신 명에 감히 의구심을 가지는 건지?”

“하아, 진짜! ‘백랑텐구 이누바시리 모미지 귀관은 경계 및 수비 임무에 성실히 임하여 이 곳의 안위를 지켜온 것에 대해 치하하나 앞으로 적의 다양한 침투 및 잡입 후 공작 등에 대한 수색, 호위 및 방어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바, 기존 임무와 병행할 새로운 임무로 침투와 잡입에 능한 카라스텐구 샤메이마루 아야를 따르며 직접 연수를 실시할 것을 명한다’고 대텐구님 명으로 저에게 날아온 이 공문이 그쪽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요?”

모미지가 따지자 아야는 살짝 위로 날아 도도하게 웃으면서 모미지를 아래에서 쳐다보았다.

“뭐, 내가 위에다가 환상향에서 최속이라는 것밖엔 언급 안했던 거 같기도 한데, 잘 기억이 안 나네!”

“대텐구님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명령이 나온다는 게 그쪽 수작이 아니고서야.”

모미지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그럼 이거라도 답해 주시죠? 왜 하필 저로 고른 겁니까?”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아야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뭐, 모든 건 수단일 뿐이니까요. 사실 이번에 준비하는 취재가 있는데 도우미가 필요하기도 해서 그쪽을 데리고 합법적으로 좀 부려 먹으려고요.”

그나마 참아주던 이성의 뚜껑을 따는 아야의 말에 모미지는 성질이 폭발하여 외쳤다.

“지금 대텐구님 명령이니까 하는 수 없이 오늘 근무를 넘기고 그쪽이랑 같이 다니는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

“훗, 이것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것 같네.”

모미지가 든 공문과 똑같은 공문을 품에서 꺼낸 아야는 방방 뛰는 모미지에게 그것을 흔들어 보이며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이 공문은 말이죠. 대텐구님이 내리신 이 교육임무가 종료될 때까지 그쪽은 나에게서 배워야 하는, 제가 엄연히 교육자! 즉 교관이 되고 상하관계가 성립됨을 증명하는 아주 중요한 문서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아래에서 배우는 입장이니 내가 지금 있는 사실 그대로 보고하기 전에 그런 태도를 버리고 얌전히 나에게 협조 하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못마땅한 표정인 모미지는 억지로 이성의 뚜껑을 닫기는 했으나 짜증만 가득해서 자신이 맨 배낭을 다시 들썩거리며 말했다.

“아으으... 그리고 잠입하기 쉽게 해주는 빠른 속력은 그쪽 고유 능력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배웁니까!! 레이센 씨가 에이린 씨 제자로 있다고 해서 봉래의 약을 만들 줄 안답니까!!”

아야는 일부러 속력을 더 내면서 대답했다.

“뭐, 못하면 교육 참여율이 저조했다고 보고하면 되니까.”

“애초에 가르쳐 줄 마음도 없으면서. 그럼 일단 이 배낭에 담긴 건 뭐죠?”

“아, 그건 여분의 카메라와 긁어모은 필름들이야. 오늘 사진을 좀 많이 찍을 거거든.”

“혼자서 잘만 돌아다니면서 찍어내다가 이번엔 도우미가 필요하답시고 끌고 오다니, 이젠 그 역량도 눅눅치 않은가 보죠?”

모미지의 도발적인 말에 아야는 비웃으며 말했다.

“후훗, 그런 건 아니고 다 생각이 있어. 말해줄 수 있는 모미지의 일차적 역할은 짐꾼 역할이지만.”

“진짜 알뜰하게 부려먹으려고 수 쓴 건 확실하군요. 그럼 이거 버리고 바로 복귀해서 그냥 임무중 분실로 시말서나 쓸랍니다.”

모미지가 퉁명스럽게 배낭을 벗어 한쪽 끈만 잡고 버리려는 행동을 취하자 아야가 곧바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거 필름 하나라도 잃어버렸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럼 맡기지 말고 직접 챙기시던가.”

배낭을 흔들며 아야를 약 올리던 모미지는 갑자기 어딘가를 주시하며 말했다.

“멀리서 칼든 문지기가 우릴 향해 오는데요.”

“오호, 과연 천리안! 그렇다면.”

아야는 모미지를 향해 한손에는 공문, 다른 한손으로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거리며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목줄이 없어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진 못하니까. 느려 터졌겠지만 알아서 충실하게 잘 따라와.”

모미지는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면서 억지로 화를 참으며 말했다.

“진짜 개 취급 하깁니까. 길가다 뒤에서 탄막 날아오면 전줄 아십쇼!”

하지만 아야의 모습이 희미하게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잔상(殘像)임을 그제서야 안 모미지는 주변을 다급히 살피며 날아가는 아야와 문지기가 뿌리기 시작한 탄막의 위치를 재빨리 파악하였다.

‘뭐지? 교란작전인가? 아니, 그러면 따라오라고 할 리가 없는데..?’

그녀는 할 수 없이 배낭을 다시 메고 자신의 방패와 칼을 잘 챙긴 뒤, 멀리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탄막과는 반대 방향으로 회피기동하며 아야가 먼저 기다리고 있는 마당을 향해 날아갔다.

모미지가 도착하자 기척을 느낀 아야는 백옥루의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몇 장 찍다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잘 따라오질 못하네, 그래서 우리 요괴의 산에서 잘 안 벗어나고 박혀있는 건가?”

“그쪽이 엄청 빠른 겁니다. 저야 뭐 그게 제 임무고 그 자리에서 침입자를 격퇴할 때까지 싸우니 스피드가 중요치 않지만 그쪽이야 튀어야 할 테니 빨라야겠죠.”

그러자 아야가 화를 참으면서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후후, 미안하지만 저 힘좀 쎄요. 오히려 도망치는 적을 끝까지 따라가서 박살내는 편이랍니다.”

“그럼 저처럼 침입자 쫓는 경비나 하시죠? 잘하시겠네요.”

“각자 제 역할이 있는 법이죠. 모미지처럼 열심히 집 지키는 개 역할이 있고 저처럼 정보를 수집, 공유, 전달하는 역할이 있고요.

모미지는 화를 내며 대답했다.

“거 참! 개 취급 그만하시죠! 늑대라니까!!”

그러건 말건 아야도 비웃으며 화답했다.

“늑대는 개과 아닌가요? 내가 잘못 알았나아?”

옥신각신 다투던 둘은 가까이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 자리에는 콘파쿠 요우무가 빗자루와 백루검을 같이 들고 서 있었다.

“지금 명계에 함부로 넘어오셨죠!”

“아 그 탄막이 경고사격이었던 건가?”

모미지가 그렇게 말하고는 요우무를 살펴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지금 저 들고 있는 빗자루는 뭐죠?”

그 말을 듣고 요우무가 황급히 빗자루를 버리자 아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마당 쓸다가 급하게 왔나보죠.”

요우무는 살짝 민망해서 헛기침을 한 뒤,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경계를 넘어서 오신 이상, 허가받지 않고 오셨다면 침입자로 간주하고 베겠습니다.”

“자자, 모미지. 뭐하고 있어요?”

아야의 말에 모미지가 눈치껏 방패와 검을 들고 무장하자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대치(對峙)상황이 벌어졌다.

아야는 나서려다 말고 귓속말로 모미지에게 조용히 명령을 전달했다.

‘절대로 이 상황에서 공격하거나 그러지 말고 가만히 있어.’

“지금 싸우러 오신 걸로 보고 베어도 되는 거죠?”

요우무가 등 뒤의 누관검도 꺼내서 검자루를 고쳐 잡으며 묻자 아야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아니죠. 정식으로 인사하면 깨끗하고 올바른 샤메이마루 아야입니다! 저희는 백옥루를 취재를 하러 왔답니다. 유유코 씨와 요우무 씨도 같이요.”

모미지는 '공문서로 장난치는 텐구가 올바름은 개뿔.'이라고 생각하며 딴지를 거려다 대화중이므로 억지로 참았다.

“엥? 취재요?”

검들을 다시 검집에 꽂아두고 머리를 만지며 반령을 바라보면서 기억을 더듬어보던 요우무가 되물었다.

“전 취재요청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 혹시 유유코님께 허가 받으신 건가요?”

그러자, 아야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뇨.”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들을 뽑아들며 겨누는 요우무를 보고 모미지도 방패와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허가도 안 받으셨다니 그럼 확실히 침입자시네요. 경고는 이 정도로 하고 돌아가시지 않으면 당장 베도록 하죠.”

“아님 제가 유유코 씨에게 지금 직접 받아도 될 텐데요.”

“침입자이신 이상 저를 거치시지 않고서는 유유코님을 뵐 수 없으실 겁니다!”

모미지는 어차피 만날거면 잔상으로 문지기를 따돌리고 찾아가보면 되지 자기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냐는 생각에 아야에게 말했다.

“참, 침입자를 쫓던 저에게 침입자 역할도 시켜주시고 여러 가지로 상큼한 경험 감사합니다. 아야 씨.”

모미지의 비꼬는 말에 아야도 화답했다.

“그대로 있기나 하세요. 제가 말한 거 잊지 말고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제가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봅니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지 말고 자세나 잘 잡아요.”

요우무는 침입한 두 명이 큰 소리로 서로 싸워대는 양상에 뭔가 이상함을 느껴 계속 지켜보다가 다시 물었다.

“저기, 두 분 진짜 여기에 뭐 하러 온 거죠? 아야 씨는 이변에 대해서 기사를 쓰시더니 이젠 기사를 쓸 겸 직접 이변이라도 일으킬 생각이라도 하고 오신건가요?”

모미지는 빨리 끝나고 복귀하고 싶은 마음에 초를 칠 생각으로 말했다.

“우리 임무는 침투 및 잠이ㅂ,, 컥!”

하지만 순식간에 아야의 팔꿈치가 모미지의 옆구리를 강타하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네? 뭐라구요?”

옆구리를 부여잡고 뒹구는 모미지를 바라보던 요우무도 지금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 당황한 말투로 다시 물었다.

“하핫, 그럼 거창하게 한번 말해볼까요. 이번에 봄 특집을 기획중인데 이 백옥루의 구석구석과 아름다운 장관을 이 카메라로 찍어서 봄맞이 백옥루 관광명소 특별편도 실을 예정이랍니다.”

‘뭐? 지금 그런 거 찍으려고 날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거야??!!’

들뜬 아야와는 달리 바닥을 구르던 모미지는 아프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고 요우무도 정말로 놀라서 되물었다.

“지금 그게 무슨?”

“봄 특집이면 릴리 화이트만 데리고 써도 한가득일 텐데요.”

모미지가 핀잔을 주자 아야도 비웃으며 화답했다.

“후후 이 아야가 그렇게 단순하게 쓸 것 같아요? 아마 제 기사를 보면 백옥루만의 아름다운 봄과 그 장관에 특집기사를 본 인파가 많이 찾아올 거예요.”

일단 아야의 말에 ‘기사를 보고 많은 이들이 구경하러 백옥루를 찾아온다 ⟶ 그들이 넓은 정원을 더럽히거나 쓰레기를 버린다 ⟶ 그걸 내가 다 치운다’ 라는 환상의 삼단논법이 머릿속에서 자동완성된 요우무가 격하게 반응했다.

“안돼요! 절대 안돼요!! 지금도 혼자 일하느라 힘든데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참, 이 넒은 곳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알리겠다는 건데 그렇게 협조가 어려운가요?”

“명계가 어떤 곳인지 정말 몰라서 그러세요! 그리고 여기 한번 청소해보시면 아야 씨 입에서 그런 말씀 안 나오실걸요!!”

“에이, 오히려 그쪽이 더 잘 몰라서 그런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요우무는 아야의 말을 끊고 검을 겨누며 말했다.

“네, 말씀대로 저는 잘 모르겠고 일단 경고를 무시하셨으니 베겠습니다.”

그러자 아야는 어딘가 보고서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참, 불법 침입 그런 거 아니라니깐 그러네.”

검을 어깨위로 든 요우무는 익숙한 기척과 함께 아야가 반가운 모습으로 자신의 등 뒤를 바라보자 반사적으로 등 뒤를 바라보았다.

 

Posted by 라쿠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