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아쉬우니까 사진 몇 점 더 찍도록 하겠습니다! 자, 유유코 씨랑 요우무 씨 둘 다 붙으세요. 먹여주는 모습으로 설정을 잡고 카메라는 보시면 안 돼요!”
요우무가 아야의 말 대로 냉이초무침을 젓가락으로 집어 유유코의 입에 넣어주는 포즈를 취하고 유유코도 그걸 맛있게 먹으려는 표정을 취하자 덩달아 아야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자, 찍습니다!”
셔터버튼이 눌려졌다.
‘번쩍’
“묭??”
난데없는 섬광에 유유코와 요우무가 놀라자 아야가 카메라를 점검하며 말했다.
“어, 플래시 기능이 켜져 있었네요. 실수했습니다.”
“잘 좀 해주렴. 우리 요우우 놀랐잖,,”
‘번쩍’
비슷한 섬광에 내성이 생겼지만 놀라서 젓가락을 떨어트린 요우무도, 따지던 유유코도, 아야마저도 놀라 근원지를 향해 쳐다보자, 모미지가 카메라를 잡고 다시 셔터버튼을 누르려고 하면서 말했다.
“와. 신기하네, 이건 불빛 나가네요.”
‘번쩍’
“그만해 모미지!”
‘번쩍’
짜증이 폭발한 아야가 모미지에게서 카메라를 뺏어서 플래시 기능을 끄자 이미 빡친 유유코가 젓가락을 주섬주섬 챙기는 요우무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앞으로 부엌에는 위생상 개털이랑 깃털은 없도록 해야겠구나.”
"저기, 저 개 아닙니.."
아야는 한 손은 모미지의 입을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목을 잡은 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웃음으로 무마하면서 억지로 모미지의 고개를 숙이게 하고 자신도 숙이면서 말했다.
“아하하하, 기능상 실수예요, 실수. 모미지도 사과하세요.”
“죄송합니다.”
모미지도 아야의 힘준 손이 목덜미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의식해 정중히 사과하자 유유코는 아야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참새는 잔뼈가 많아서 싫은데 넌 그보단 통통해서 괜찮을 것 같아.”
순간 소름이 끼친 아야가 얼버무리자 그녀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호호호 장난 좀 쳐봤어.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아야, 모미지는 물론이고 요우무도 땀을 흘리며 같은 생각을 했다.
‘농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서 유유코는 자세를 고쳐 잡았고 요우무는 떨어트린 반찬을 닦아 낸 뒤, 다시 젓가락을 집고 포즈를 취했다.
”그럼 진짜 다시 찍도록 하겠습니다. 플래시는 껐어요.“
그렇게 몇 장이 또 찍히자 카메라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유유코는 폭풍흡입에 들어갔고 열심히 챙겨먹는 모미지와 다르게 아야는 지금까지 쓴 필름 수와 남은 필름 수를 계산했으며 요우무는 이제 이것들 설거지랑 뒷정리는 언제 다할까와 같은 새로운 근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란했던 식사를 마치자 배낭의 빈 공간에 도시락 통을 가득 담은 후에 모미지가 짊어지고. 나머지는 다른 가방에 나눠 담아 아야와 요우무가 각자 짊어진 후에 나들이를 갈 채비를 맞췄다.
“문지기 치고는 요리를 잘하던데요. 칼 솜씨도 보통이 아니고,”
빵빵해진 배낭위에 방패와 검을 얹고 등에 잘 붙도록 끈을 고쳐 매던 모미지가 요우무에게 묻자, 가방에 검들을 같이 묶어놓은 요우무가 웃으며 말했다.
“전 문지기는 아니고 정원사에요.”
모미지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자, 요우무는 그러거나 말거나 유유코에게 따라붙었다.
‘정원사가 저 정도인데 진짜 소문의 홍마관 문지기는 뭐가 되는 거지.’
“자, 그럼 가볼까?”
유유코가 들떠서 날기 시작하자 아야가 따라 붙으며 말했다.
“일단 백옥루의 계단부터 찍도록 하죠!”
“계단을요?”
요우무가 묻자 아야는 고개를 끄덕였고 요우무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래, 그럼 그럴까?”
백옥루의 수많은 계단중 한 부분에 도착한 그들은 가방을 내려놓고 아야의 연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자, 모미지는 카메라에 새 필름으로 채우고, 유유코 씨는 한계단 사이로 두고 위쪽에, 요우무씨는 아래쪽에 간격을 두어 서시고 서로를 쳐다보세요.”
모미지가 필름을 갈고 유유코와 요우무가 서로를 마주보며 위 아래로 서자 아야는 모미지가 건넨 카메라를 받아들면서 둘의 상을 렌즈에 담으면서 말했다.
“자 이제 두 분이서 가위 바위 보를 하세요.”
“에이? 뭐라고요?”
요우무가 당황해서 묻자 아야가 카메라를 얼굴에서 때지 않으며 말했다.
“뭐, 있잖아요. 서로 가위 바위보를 해서 진사람은 내려가고 이긴 사람은 올라가는 그런 놀이요. 계단에 대해선 이만한 촬영 컨셉도 없다고요.”
모미지는 생각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의아함이 들어 말했다.
“그럼 기사엔 이 설정된 상황을 찍은 사진으로 뭐라고 쓸거죠?”
그러자 아야는 집게 손가락을 흔들면서 말했다.
“백옥루 계단의 새로운 모습- 정겨운 유희의 보금자리로 정했습니다!”
모미지와 요우무는 아야의 끼워맞추기에 이젠 감탄이 들어 마지못해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정말 이래도 되나.’싶은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는 요우무와는 달리 유유코는 웃으며 말했다.
“편해 보이지 않는구나. 요우무.”
“아니 저 그게, 솔직히 부담 안 될 수가 없잖아요. 오늘 할 일도 많고 또 이것저것 신경도 쓰이고.”
마음속으로 정리가 안 되서 고개를 숙이고 두 집게 손가락을 비비며 뭔가 횡설수설하는 요우무에게 유유코가 말을 건네주었다.
“걱정하지 마렴. 이건 단순한 나들이고 놀러온 거니까 즐긴다고 생각하면 되요.”
그러자 머뭇거리던 요우무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유유코를 쳐다보았다.
“자, 준비 됬죠! 부탁드린 포즈 취해주시고. 절대 카메라 쳐다보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가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한 계단 차이로 위에 선 유유코와 아래에 선 요우무가 서로를 쳐다보고 웃으며 가위 바위 보를 하자 덩달아 아야의 손가락도 엄청난 속도로 셔터를 눌러댔다.
“좋습니다!! 제가 찍은 걸을 인화하기 전까지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네요. 두 분이 같은 계단에 있으니 한번 더 찍을게요!”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긴 요우무가 한 계단 위로 올라가고 유유코가 한 계단 내려가서 같은 거리에 있게 되자, 서로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가위 바위 보를 다시 했다.
“에이, 졌네요.”
“후후. 요우무 다시 내려가렴.”
요우무가 승부욕이 발동해 아쉬워서 내려가고 유유코가 부채를 꺼내서 펼치며 웃는 모습도 카메라의 필름에 담겨가자 남은 필름이 없는 카메라를 모미지에게 주고 새 카메라를 건네받은 아야의 손눌림도 빨라졌다.
그렇게 몇 번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슬슬 거리 차가 나자 아야가 제한을 걸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찍은 것 같네요.”
그러자 서너 계단 위에 있던 요우무가 아쉬운 듯이 말했다.
“에이, 이기고 있었는데. 끝이에요?”
“나도 몇 번 더 해야 할 거 같은데.”
이기고 있다가 연거푸 져서 아래에 있던 유유코도 승부욕이 발동해서 말하자 아야가 중재하며 말했다.
“그럼 두 분 몇 번 더 하세요. 저는 여기저기 찍고 올 테니까요. 모미지는 필름 간수 잘 하고요!”
아야가 새 필름 몇 개를 챙기고 힘껏 날아서 멀리서 본 벚꽃이 날리는 백옥루의 전경과 풍경이 될 만한 이 곳 저 곳을 찍어 다니는 사이 모미지는 필름통을 만지작거리다가 서로 재밌게 노는 두 명을 꼬리를 흔들면서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유유코님! 너무 늦게 내셨어요!”
“요우무! 내가 가위를 냈잖니.”
“제가 내고 나서 내셨어요! 이건 못 내려가요. 다시 해요!”
“요우무.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게 무(武)를 행하는 이의 도리인걸.”
“에이! 그걸 떠나서 반칙이잖아요!!”
둘이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시트콤을 보듯 재밌게 보던 모미지는 돌아온 아야가 준 카메라를 건네받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갔다오네요.”
“지금 둘이서 아직도 저러고 있는 건가요?”
아야가 놀이에 심취한 둘을 가리키며 묻자 모미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요우무. 없었던 걸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하자꾸나!”
“네. 이번에는 유유코님이라 하더라도 안 질 거예요!”
“저기, 잠깐!!”
아야가 다급하게 둘을 부르자, 놀이에 빠져있던 둘은 아야를 쳐다보았다.
“자자, 재밌게 즐기신거 같은데, 이 정도로 하고 점심 드시러 가셔야죠.”
아야의 말에 들뜬 유유코가 두 손을 번쩍 들면서 군침을 흘리며 말했다.
“응! 그래야지. 많이 기다렸는데 잘 됐구나.”
“유유코님, 체통상 침 좀 닦고 말씀하세요.”
모미지도 도시락 통으로 인하여 무거워진 배낭을 짊어지기 싫어서 반기며 필름을 주섬주섬 담아 이동할 준비를 마쳤고 나머지도 짐들을 다 챙기자 아야가 일행을 이끌면서 말했다.
“벚꽃이 휘날리는 곳에서 드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럼 저기 뜰 너머 정원에 있는 벚꽃들이 더 풍성하게 폈으니 보기는 더 좋을 거예요.”
요우무가 조언을 하자 아야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오, 그럼 거기서 드시도록 하죠. 사진은 배경이 좋아야하니까요.”
“후후, 생각만 해도 기대감이 부푸는구나.”
유유코가 좋아서 말하자 요우무가 되물었다.
“먹을 생각에요?”
유유코의 끄덕거림에 요우무는 ‘그럼 그렇지.’하는 생각으로 그냥 정면만 바라보았다.
모미지는 일행이 이끄는 대로 따라 붙다가 나무마다 벚꽃들이 수려하게 펼쳐진 장관을 보고 강한 꽃 냄새가 발달된 후각으로 인해 신경 쓰였지만 바람이 불 때 마다 수많은 벚꽃잎이 휘날리는 모습에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아야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점심을 먹을 자리를 몰색했고 요우무의 지도아래 벚꽃잎이 잘 날리는 풍광 좋은 곳을 선점하여 가방을 내려놓았다.
모미지가 배낭을 풀고 방패와 검을 뺀 뒤, 도시락 통들을 꺼냈고 요우무와 아야도 각자의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차리자 유유코는 만족스러운 듯 한쪽에 앉았다.
요우무도 조심스럽게 유유코의 옆에 앉고 카메라에 안 잡히도록 모미지가 뒤로 물러서자 아야는 모미지에게서 새 카메라를 받으며 말했다.
“캬, 아주 환상적이네요! 흩날리는 벚꽃 잎 아래서의 두 분이 오긋하게 식사하는 야외촬영이라니!”
아야가 안 볼 때 조금씩 날리는 벚꽃 잎을 잡는 장난을 쳐보던 모미지는 아야가 돌아보자 재빨리 같이 꺼내놓은 카메라 필름을 만졌다.
“그럼 이제 먹어도 돼?”
“네. 서로 오긋하게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으흐흐흐, 진짜 한폭의 그림 같군요.”
아까보다 신나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아야를 바라보던 유유코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요우무도 젓가락을 들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모미지는 조신하게 천천히 먹는 요우무와 대조되게 다시 흡입 모드로 들어간 유유코를 보고 자신의 부른 배를 만지며 아까 그렇게 먹고도 들어가나 하는 궁금함에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유유코님! 아까도 맛을 보고 맛있다고 했었지만 직접 만드신 음식들 정말 예쁘고 맛있어요!”
요우무가 감격해하며 웃자 유유코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고맙구나. 널 위해 준비한 거니 많이 먹으렴.”
“네!”
아야는 벚꽃나무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약간 불만이 가득한 상태로 말했다.
“생각보다 벚꽃 잎이 무수히 흩날리지는 않네요.”
모미지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아야씨 말대로 벚꽃 잎은 마구 흩날리는 게 장관이긴 하지만요.”
“그럼 그렇게 연출하도록 하죠!”
“네?”
아야의 말에 모미지가 당황하자 아야는 당당하게 외쳤다.
“잊으셨나요. 제 능력이 바람을 다루는 정도의 능력이라는걸! 이렇게 말이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벚꽃나무의 수관(樹冠)에만 돌풍이 몰아쳐서 수많은 벚꽃 잎이 눈이 내리듯 떨어지자 유유코와 요우무는 감명깊게 벚꽃 잎들을 쳐다보고 모미지는 놀라서 아야에게 외쳤다.
“아니, 이런 건 사기잖아!!”
“어허, 사기라뇨. 촬영을 위한 부득이한 방편일 뿐이랍니다. 빨리 찍어야 하니 비키세요.”
따지는 모미지를 밀쳐내고 아야가 사진을 찍자 유유코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화과자를 요우무에게 건네주었다.
“요우무, 이것도 챙겨먹으렴.”
“네. 유유코님!”
음식에도 벚꽃 잎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벚꽃 잎 장식이 된 화과자를 두손으로 받아 맛있게 먹는 사진도 찍은 아야가 말했다.
“정말 아름답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군요! 두 분이서 다정하게끔.. 아! 유유코 씨가 뼈를 발라낸 생선살을 요우무씨에게 건네주는 사진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 말에 따라 유유코가 뼈를 발라낸 생선살을 요우무의 도시락 통에 건네주자 아주 빠른 셔터소리가 들리면서 아야가 말을 이었다.
“와, 와. 생각한거 보다 기대 이상인데요!! 그럼 요우무 씨가 손을 유유코 씨 어깨에 걸치고 서로 바라보면서 요우무씨가 젓가락으로 음식을 입에 넣어주는 포즈로 가겠습니다!!”
‘아주 신났네, 신났어.’
모미지가 혀를 차며 바라보자 요우무는 다시 얼굴이 붉어지며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런 걸 어떻게 해요! 모시는 사람에게 지금 무슨!!!!”
그러자 아야는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 좋아서 그러기는. 잘 생각해봐요.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괜찮단다. 요우무. 연출이잖니.”
요우무는 반령이 요동칠 정도로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며 얼굴이 붉어졌다가 유유코의 미소에 천천히 포즈를 취하면서 유유코의 어깨에 손을 잡자 조심스럽게 유우코를 쳐다보면서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유유코의 입에 가져다댔다.
“자, 요우무 씨! 얼굴 붉힌 거랑 부끄러운 표정 다 사진에 들어나니까 가라앉히시고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시고 유유코 씨는 투정부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다가 요우무씨를 바라보면서 입을 여는 모습으로 가겠습니다!”
요우무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날리는 벚꽃 잎을 보고는 숨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서 젓가락으로 딸기를 집어 자세를 취하고 유유코도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가 요우무를 보고 입을 열어 음식을 받아먹자마자 아야가 셔터를 광속으로 눌렀다.
“와! 와! 대박!!!”
마찬가지로 요우무도 자세를 광속으로 풀며 다시 어쩔 줄 몰라 음식만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자 유유코가 요우무의 등을 툭툭 두드리면서 다독이다가 천천이 끌어서 자신의 무릎에 눕혔다.
물론 이를 놓칠리 없는 아야가 신명나게 셔터를 눌러대고 심심했던 모미지 마저 카메라를 들어 촬영에 가세하자 요우무는 부끄러움과 좋음이 뒤섞여서 볼을 유유코에게 파묻었고 그런 요우무를 유유코는 그녀의 머리띠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와, 진짜 두 분 ‘엄마와 딸’같네요.”
모미지가 그 모습을 보고 감상에 젖어 외치자, 순간 유유코는 화를 냈다.
“응, 다시 말해볼래?”
그러자 아야가 눈치껏 웃으면서 말했다.
“아뇨, 마치 ‘언니와 동생’같네요.”
그러자 유유코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고맙구나.”
모미지가 그 어감 차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사이 아야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럼 유유코씨가 저 벚꽃이 가득한 나무가지에 앉아서 아래의 요우무씨를 바라보고 요우무씨가 아래서 도시락을 들고 부르는 모습도 한번 찍어 보는 게 어떨까요?”
그러자 유유코가 다시 역정을 내며 외쳤다.
“좀 먹고 찍자! 먹고!!”
“아, 네. 네.”
아야가 겸연쩍은 듯 고개를 숙이자 유유코는 이것저것 챙겨 먹으면서 무릎에 누운 요우무를 챙겨주었고 계속 누워있으면 소화가 안 된다며 일으켜 세워서 요우무에게 물을 건네주는 그 광경까지도 카메라는 필름에 하나하나 쉬지 않고 기록했다.
도시락이 동이 나고 요우무와 잠시 할 일이 없어진 모미지가 뒷정리를 마치자 유유코는 벚꽃 나무의 큰 가지에 앉아서 말했다.
“많이 먹었더니 차가 마시고 싶네. 벚꽃이 흩날리는 아름다움에 취하니 더더욱 그래. 뜨거운 물을 이 밖에서 구하기는 어려운텐데, 그렇겠지”
그러자 아야는 역시 눈치껏 반응했다.
“그럼 부엌에 갔다 오겠습니다. 모미지! 갔다올때까지 그쪽 대신 찍고 있어요!”
모미지는 아야가 잔상을 남기고 사라지자 카메라를 들었고 요우무는 여전히 표정 관리가 안되서 유유코의 옆에 서서 말했다.
“여,연출이라지만 유유코님. 괜찮으세요?”
“응? 뭘 말이니?”
유유코가 가지에 여전히 걸터앉은 채로 부채를 펴들면서 말하자 요우무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요우무를 쳐다보던 유유코는 부채로 입을 가리고서 웃으며 말했다.
“요우무도 참, 그런 마음 가질 필요 없단다. 지금은 상하관계라든지 이것저것의 틀 때문에 부담 느끼지 않아도 되요. 오히려 그럴 순간에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눈에 더 담고 하나하나 즐겨가도록 하렴. 그게 나들이의 묘미 아니겠니.”
요우무가 다시 고개를 크게 숙이며 말했다.
“네.. 네! 그럴게요.”
모미지는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해서 말이 잘 들리진 않았지만 둘이 같이 있는 걸 아야가 좋아하니 셔터를 눌렀고 아야도 재빨리 찻잔을 쟁반에 담아와 유유코와 요우무에게 건네주었다.
“아야씨. 잘 마실게요.”
요우무가 감사의 인사를 하자 ‘천만에’라는 말 대신 손등을 흔들었고 모미지에게도 찻잔을 거칠게 건네며 말했다.
“받아요! 일단 조수 역할을 하면서 수고하고 있으니까 마시고 해야죠.”
모미지가 받아들자 아야는 자신의 찻잔을 들어 쟁반을 가방에 쑤셔놓고 마시면서 말했다.
“오늘 예상을 벗어 나는 게 많아요. 생각보다 수확물이 좋은 것과 저의 체력소모가 많은거요.”
모미지는 차를 마시다가 지금 자기보고 이야기하는건가 싶어 눈치를 봤다.
“그래! 이제 한 곳만 더 가면 완벽해! 흐흐!”
잔뜩 들뜬 아야를 계속 살피던 모미지가 혼잣말이라고 판단하고 차를 들이키자, 아야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정말 수고하셨어요! 그와 더불어 유유코 씨랑 요우무 씨랑 마지막으로 촬영할 곳이 있답니다.”
“응? 그럼 또 이동해야 돼? 귀찮은데.”
유유코가 차를 마시다말고 가지에 널부러지자 요우무는 염려스러운 듯 바라보고 아야는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만큼 풍경이 좋은 곳이니까 만족하실 거예요.”
아야와 요우무가 달래자 유유코도 할 수 없이 일어났고 모미지는 쓴 필름과 남은 필름을 구분하다가 의아심이 들어서 물었다.
“아야 씨! 그런데 분명히 백옥루의 봄에 대해서 찍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후훗, 백옥루만 찍는다고 한 적은 없어요.”
모미지는 그냥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런가 보다.'하고 정리를 마친 뒤, 자신의 방패와 검을 챙기고 배낭을 멨다.
잠시 부엌에 들려 찻잔과 도시락 통들뿐만 아니라 일거리에 대한 요우무의 깊은 한숨도 함께 나둔 후,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던 일행은 아야의 요청으로 봄이 찾아온 지상이 카메라의 렌즈에 담길 수 있는 구도로 위치를 바꿔 몇 번 찍은 후, 유유코가 먼저 날아가고 요우무가 뒤따르는 설정의 사진도 알뜰하게 찍었다.
아야의 지도로 일행이 도착한 태양의 밭에는 피지 않은 해바라기들의 초록 물결이 가득했고 모미지는 '역시나.'싶은 마음에 당황하며 말했다.
“저기, 해바라기는 여름에 핍니다만. 그거 감안하고 온 거죠?”
그 말에 그녀가 비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요. 설마 이 태양의 밭에 해바라기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녀가 따라오라고 손짓하자 모미지는 유유코와 요우무를 지도했고 그렇게 아야가 이끄는 데로 찾아간 들판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연산홍, 유채꽃 복수초등 수많은 봄꽃들이 서로 아름답게 핀 곳에 도달하자. 요우무는 탄성을 질렀다.
“와, 진짜 꽃이 많이 폈네요. 그것도 하나하나 예쁘게요.”
하지만 모미지는 매우 강한 꽃냄새에 코를 훌쩍거리고 심히 기침을 했다.
“에취! 훌쩍! 이런 데를... 어우 코 간지러웍! 으 에취! 언제 미리 점찍어 두에취! 었던 겁니까?”
“제가 괜히 기자를 하는 거 같나요? 환상향 구석구석은 다 꿰고 있답니다.”
그리고는 유유코를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역시 꽃밭에는 나비가 찾아와야 하는 법이지요.”
그 말에 유유코는 그저 부채를 펴들어 웃었고 요우무는 들뜬 나머지 직접 돌아다니면서 꽃들을 종류별로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와, 진짜 예쁜 것들만 골라서 피었어요. 유유코님!”
유유코도 꽃밭에 들어가서 꽃 냄새를 맡는 것으로 화답하자 아야는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꺼냈다.
“하기웨취! 하긴. 저쪽은 정원사니까 받아..웨취! 크흐흡! 어후! 꽃냄새. 받아들이는 것도 남다르겠네요. 훌쩍!”
아야는 후각이 매우 민감하게 발달한 나머지 코를 훌쩍거리며 기침하는 모미지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모미지의 주변에만 바람을 일으켜 냄새를 분산시켰다.
“이제 됬어요?”
모미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야는 다시 활력에 넘쳐서 외쳤다.
“그럼 촬영 들어갑니다! 준비하세요, 모미지!”
그렇게 유유코와 요우무가 꽃밭을 헤집으면서 꽃놀이를 하며 노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하나가 되 어우러진 둘의 순간을 필름에 담기 위해 아야가 셔터를 누르고 필름이 다 된 카메라를 건네주면 모미지가 필름을 간 카메라를 건네주는 로테이션이 작동하는 사이, 모미지는 뭔가 수상한 물체가 접근하는 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보고는 아야에게 눈치를 줬다.
“저, 아야씨.”
아야는 모미지를 쳐다보지 않고 셔터만 눌러대며 말했다.
“아, 왜요? 지금 바쁜거 안 보여요!”
모미지는 한숨을 길게 쉰 뒤, 말했다.
“초록색 머리를 하고 양산을 든 요괴가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는데요.”
“그런가요? 알았어요.”
그말과 함께 여전히 사진을 찍는 아야를 보고 오히려 모미지가 당황했다.
“저기 괜찮은 건가요. 그거?”
“네, 그러니까 빨리 필름이나 갈아요!”
오히려 면박을 당한 모미지가 의아해하며 자신의 일을 계속하자, 몇 분이 안되서 양산을 든 꽃의 요괴 카자미 유카가 그들에게 다가섰다.
“어? 안녕하세요! 유카씨!”
아야가 시치미를 떼면서 지금 본 듯 인사하고 그 소리를 들은 유유코와 요우무도 반기자 유카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받아들이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돌변하며 물었다.
“너희 여기서 뭘하는 거지?”
“보다시피 봄 특집 기사를 위해서 촬영 중이랍니다. 봄에 핀 꽃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유유코 씨와 요우무 씨의 사진을 찍고 있죠.”
유카가 아야의 말을 듣고 꽃밭을 헤집고 다니는 둘을 살피고 모미지는 혹시라도 유카가 돌변할지 모르기에 방패와 검을 조심스럽게 챙겼다.
“지금 사진 몇장 찍으려고 우리 애들을 밟거나 귀찮게 하는 건 아니겠지?”
“아유, 그럼요. 사실 진짜 찍을 것은 따로 있지만요.”
아야의 뒷말에 유카는 흥미를 가지며 물었다.
“호오, 진짜 찍을 거라니?”
“바로 이거랍니다!”
아야가 유카에게 가리킨 곳에는 아직 자라고 있는 땅에서 비집고 나온 새싹이 자리잡고 있었다.
모미지가 그 광경을 보고 한숨을 정말 길게 쉬며 방패와 검을 잡았고 유카도 의아해하며 물었다.
“정말 얘를 찍을 거란 말이야?”
“그럼요.”
못미더워 하는 유카에게 아야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모두들 봄 하면 저렇게 아름답게 핀 꽃들을 생각하고 좋아하시지만 저는 이렇게 겨울을 지내면서 땅속에서 자신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해서 자신이 어떤 꽃을 피울까 하며 봄을 기다리면서 세상에 나와 자라면서 다른 꽃들이 꽃을 피우든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그 희망의 의미로 이 새싹을 찍어 기사에 낼 거랍니다.”
그리고는 새싹에 가까이 접근해 접사를 하자 유카는 여전히 차갑게 바라보다가 피식하고 웃으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봄에는 정말로 봄을 기다려온 그 애가 잘 맞을 지도 모르겠네. 내 능력으로 그 애를 꽃 피우게 해줄 수 있는데 도와줄까?”
유카가 양산을 흔들면서 말하자 아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이 모습 이대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전 더 마음에 드네요.”
그렇게 사진을 열심히 찍는 아야에게 유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 꽃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꽃이 핀 것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단 말이야. 네 기사로 많이들 그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그 말에 모미지는 괜찮겠지 싶어서 방패와 검을 놓고 다시 카메라에 필름을 갈았고 유카는 꽃을 맛보려는 유유코를 말리는 요우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봄을 배경으로 잡으면서 왜 저기 백옥루 두 명을 데려온 거지?”
모미지도 사실 궁금했던거라 귀를 쫑긋 세우자 아야가 다시 카메라의 시점을 꽃밭의 두 명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백옥루는 유령이 가득한 차가운 느낌이잖아요. 유유코 씨 능력 자체가 죽음이랑 관련되어있고 요우무 씨는 아예 반령이고. 모름지기 봄이란 따뜻한 느낌이 강하니까 저 둘이 봄놀이를 하며 봄을 즐긴다는 건 차가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이 되는 그 순리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거죠. 한마디로 죽음과 탄생이란 역설적인 의미도 함축되고요. 더구나 저 둘은 주종관계잖아요. 봄에 저 둘이 다정하게 서로 생각해주는 것에 분명 관계적인 면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것을 설정을 부여해서 정말 자연스럽게 어렵지 않도록 연출해주면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더 따뜻한 모습들이 따스한 봄의 이미지와 어루려져서 뜻 깊은 사진이 나오는 거죠.”
아야의 말에 유카는 여전히 웃었고 모미지는 생각에 잠겨서 아야를 바라만 보았다.
“생각보다 속이 깊네. 평소에는 안 좋은 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좋은 쪽으로도 말이야. 여기서 마음껏 찍다가렴. 대신 우리 애들이 꺾이거나 조금이라도 부러지면 너희들 팔다리도 부러질 거라는 건 잊지 말고.”
아야는 자신이 꽃밭에서 꽃들 뜯어다 도시락 재료를 만들어 먹은 사실이 생각나 당황하면서 얼버무렸다.
“헤에. 하하., 그럼요.”
마찬가지로 모미지도 유카가 눈치 챌 까봐 입을 닫고 아예 다른 곳을 쳐다보는 사이, 요우무가 정말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꽃들이 정말 예쁘게 펴서 칼로 다듬고 정돈하면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요우무가 검을 휘두르면서 외치자 유카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렇다고 함부로 칼을 대려고 하지는 마렴. 각자 태어나고 자라온 본질 그 자체로도 예쁜 법이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뭔가 생각난 듯, 유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봄인데 아직 릴리 화이트는 안 찍을 거야?”
“글쎄요. 찍긴 해야하나. 사실 평범할 것 같아서 생각은 안 해뒀어요.”
“음, 그래? 그럼 촬영 열심히 해.”
유카가 말을 마치고 돌아가자, 꽃밭에서는 유유코가 팔배게를 해주고 요우무가 따라서 같이 누워 꽃향기에 취해 눈을 감았고 아야가 그 위로 날아서 모미지가 건네준 카메라를 받아서 사진을 찍었다.
‘번쩍’
순간 섬광에 놀라서 유유코와 요우무가 눈을 뜨고 쳐다보자 아야가 일부러 모미지에 격하게 화를 내며 외쳤다.
“아잇!! 모미지! 플래시 기능!!!!”
그러자 모미지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플래시 끄는 법이 뭔데요? 안 가르쳐 줬어요.”
유유코는 짜증이나서 저 둘에게 탄막을 던질까 말까 만지작거리다가 뭔가 탄막 날라가는 소리에 설마 날아갔나 싶어 자신의 팔을 쳐다보았고, 그 순간 요우무가 평소에 보기 힘들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행복에 겨워 팔을 기대며 자신의 품으로 파고들자 요우무의 머리띠 때문에 머리 무게로 인한 강한 압력으로 팔이 몹시 아팠지만 흐뭇함에 그저 미소를 지으며 꽃향기를 들이마셨다.
“와, 진짜 두 분. 이 꽃들에 뒤지지 않게 예쁘군요. 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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