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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

 

 

벌써 이틀이 흘렀다. 그것은 지독히도 차가웠던 이별이었다. 유유코는 그 선명했던 기억이 꿈처럼 재현되는 불안정한 현실에서 이불속에 움크린 자신의 모습으로 갈팡지팡 하고 있었다.

 

유유코님 제 손녀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요우키는 자신의 친족 하나를 두고 유유코의 곁을 떠났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그 한마디와 더불어 자신의 반대쪽에서 몸을 부벼대며 세상 서럽게 울어대는 그것을 맞이한 유유코에게는 느닷없는 경험이자 시련이었다.

이 갓난아기를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몸을 꼼지락거리며 손발을 흔들면서 입과 눈으로 쉴세 없이 세상을 알아감과 동시에 뭐라도 맡겨놓았는지 요구하며 울어대는 모습이 보기만해도 피곤하면서도 경외스럽고 신기했다.

요우키! 얘좀 봐.. .”

늘상 요우키를 부른 습관, 버릇이 되어버린 자신에게 칼같이 챙겨주던 요우키는 없었다. 오히려 챙겨줘야 하고 마치 애벌레처럼 이불속에서 꿈틀거리며 손을 잡았다 폈다하며 물고빠는 아기하나가 있었을 뿐이었다.

하아, 진짜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네.”

골치 아픈 소음에 머리를 긁적이던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산자 때문에 깊은 잠을 못자는 자신의 모습에 더 황당한 마음이 든 유유코가 자리를 박차고 아기에게도 다가갔다.

, 이게 진짜!

버럭 외치는 소리에 놀란 건지, 호응 한 건지 더 시끄럽게 울어대는 모습이 기가차진 유유코는 좀 자라고 베개에 아기를 눕혀 보았으나 오답이라는 듯, 몸을 뒤집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침을 여기저기 흘리며 소란을 피웠다.

,, 제발 좀. 착하지?”

아기를 붙잡고 안은 유유코가 팔을 흔들면서 토닥여주면서 살펴보자 흰 머리카락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하고 큰 눈을 가지고 있는, 볼살이 도드라지고 부드러운 피부에 엄지손가락을 입에다 뺏다가 넣었다하며 목청 찢어져라 소리를 내는 그 아이의 목에 걸린 콘파쿠 요우무라는 이름표와 올챙이처럼 촐싹거리는 주먹만한 반령이 유유코의 눈에 비춰지고 있었고 반인반령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차가운 체온을 지닌 이 밤톨만한 덩어리가 자신을 벗어나려는 폭발적인 움직임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가만있지를 못해! 얘가!”

최대한 쪽쪽 빨던 손에 묻은 침이 자신의 옷이나 피부에 안 묻게 조심하려던 그녀가 입가를 닦으려 아기의 옷을 집자, 싫어하는 티를 빡빡 내는 아기가 왜 저러나 싶던 유유코는 엄청 차가운 옷의 느낌을 느끼고는 혹시나 싶어 다시 아기의 체온을 느꼈고 여전히 차가운 아기의 체온과 자신의 차가운 품을 느껴보았다.

.. 설마 추워서 그런 거야? 네 반령은 생각조차 없구나!”

어지간히 기가 막혔는지 이불이란 이불은 다 꺼내 롤케이크마냥 둘러싸주자, 따뜻한 체온을 대신할 두터운 이불들 덕분인지 아기의 울음소리가 은근 방음이 되는 것에 은근슬쩍 만족감이 들었다.

이제 춥지 않겠지. 유령은 원래 차가운 법이라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작은 반령을 보며 타이르듯 말한 유유코는 이불 뭉치가 들썩 들썩 거리는 걸보고는 저게 어떻게 해야 진정이 되나 이마를 짚다가 입을 계속 빨던 게 문득 생각났다.

. 살아있는 쪽이 있으니까 뭘 먹어야하긴 하겠구나.”

하지만 생각해보니 굳이 뭘 필수적으로 먹을 필요가 없는 유령인 자신으로서는 요우키가 다해줬을 텐데 귀찮게라는 생각으로 수납장을 열자, 수많은 술병들이 쏟아져 나와 괜히 머리가 피곤해졌다.

요우키! 아니, 밖에 그 누구 없느냐!”

호명소리와 함께 유령시종이 문을 열고 나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저기 아기가 보이는가?”

.”

아기에게 뭘 좀 먹여야 하겠는데 말이야. 지금 이 방도 치우고 먹을 것 좀 가져오고 요우키도 좀 잡아다 끌고 와.”

?”

아니, 뒤에건 취소. 얼른 대령해오너라.”

, .”

본심이 튀어나온 유유코가 한숨을 쉬며 이불속을 탈출해 칭얼거리는 아기가 자신을 바라보며 허공에 손아귀를 움켜잡고 발을 뒹구는 모습을 보며 요우키에 대한 감정도 슬쩍 아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오묘해졌다.

참 살아있어서 피곤하구나.”

, 유유코님 아니면 힘드실텐데 저희가 보살필까요?”

시종의 말에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몰려오는지라 심신적으로 동의할려던 입과는 달리 요우키와 닯은 성과 은발의 그 모습이 순간적으로 겹쳐져 보인 유유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얘가 안 울었으면 좋겠어. 걔속 생각나잖아.”

, . 알겠습니다.”

시종이 물러가자 한숨을 푹 쉰 유유코가 주저앉아서 아기의 칭얼거림을 보며 말했다.

이 할아범 진짜, 생전에 무책임하게 어딜 쏘다니는 거야.”

그리고는 은근히 측은해져서 아기를 품에 안아주며 말했다.

넌 지 할배가 어떤지도 모르겠지. , 나도 모르지만.”

자신의 눈과 얼굴을 흩으며 빠져나가 싶어 발버둥치는 아기를 보며 자신의 품에서 나간 요우키 같았는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소리가 나왔다.

나도 너 차갑거든! 따뜻한 건 엄청 찾네!”

방문이 열리고 유령시종이 소반에 희멀건 죽과 술병을 내오며 말을 곁들였다.

아기는 이 죽을 먹이면 되겠습니다. 이유식입니다.”

, 이런 거 먹여야 되는 거야?”

, 이가 났기는 한데 엄청 약하니까요.”

진짜 손이 많이 가네!”

유유코가 침이 줄줄 거리는 입가를 닦아주면서 째려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코의 배를 계속 쳐대자 시종이 더 당황하며 말했다.

그냥 저, 저희가 보겠습니다. 귀하신 몸에서 옷 버리실까.”

아니, 됐어. 오늘따라 술이 더 땡기니까.”

양반다리한 사이에 아기를 세워앉힌 유유코가 소반을 땡기자, 아기가 그사이를 놓치지않고 술병을 잡아 빨았다.

! 뭐하는 거야, 이거 놔.”

술병 주둥이를 쪽쪽 빨며 놓치 않자, 유유코가 힘을 줘서 겨우 술병을 뺏은 뒤, 당황하는 시종에게 넘겼다.

아오, 진짜! 술병에 침 다 묻었잖아!”

아기가 항의하듯 울며 발을 동동 구르자, 시종이 술병을 받아들며 말했다.

원래 아기들은 입을 가만두지 못하는데 보채는걸 보면 아무것도 못 먹었나봅니다.”

그러자 서럽게 울며 두 엄지를 빠는 아기를 슬쩍 보고는 혹시나 싶어 빈 술병을 가져오게 한 후, 죽을 담아 아기에게 주자. 아기는 비로소 울음을 멈추고 쪽쪽 병을 쪽쪽 빨기 시작했다.

비록 차갑기는 하나 삼키는 진동과 배의 소화기간이 움직이는 소리, 박동과 같은 움직임이 닿아있는 자신의 몸에 전해지는 것이 든 유유코는 뭔가 신기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렇게 먹여야 하는 거구나.”

백옥루에서 살아있는 존재들은 알아서 잘 먹고 다녔습니다만 아기니까요.”

하긴.”

술병을 툭 놓고 입가에 흥건한 음식물을 자신의 손에 묻혀 밀어넣고 혀를 낼름거리면서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모습을 본 유유코가 소반에 놓인 손수건으로 아기의 입가를 닦았다.

, 유유코님. 그 아기는 먹었으면 토닥여서 트림을 시켜줘야 합니다.”

응 왜?”

안 그러면 소화가 약해서 역류합니다. 그 배설같은 거죠.”

그 말에 당황해서 바로 시종에게 넘겨주자, 시종이 익숙하게 목을 뒤로 숙여 기도를 틔이고 등을 살살 토닥여서 트림을 시켜주었다.

기저귀로 쓸 천이 남는 게 있나 확인해드리겠습니다.”

기저귀?”

살아있는 것은 먹고 배설하니까요.”

.”

무언가 깨달은 듯한, 유유코가 시종이 아기를 보살피는 과정을 보며 뭔가 생각난 듯한 느낌과 함께 시종에게서 아기를 죽지 않게끔 보살피는 방법을 물어보고 나서, 술을 다섯 병 비우고는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비야냥 거렸다.

젠자으! 아무리 마셔도 나는 몸이 안 뜨거워지잖아! 유카리는 겁나 붉어지든만!”

그리고는 이불을 물어 뜯는 아기에게 삿대질 하며 외쳤다.

! 이거 술이니까 너 또 빨아마시면 안 돼! 내걸 건들면 큰일 나는 거야! 이건 내거니까!”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물던 이불을 흔들며 웃자, 술병을 거두며 말했다.

진짜, 이렇게 쉬지도 못하게 고생시키고, 진짜 크기만 해봐! 쉬게 해주나봐라.”

그리고는 대짜로 뻗은 유유코는 흘려보낸 시간을 뒤로하고 술김이 인도하는 깊은 잠에 들었다.

 

 

 

 

몇 달뒤, 매일 차를 내오던 요우키는 안중에도 없고 한없이 네발로 기어다니며 사방의 물건을 떨어트리고 꼭 맛을 본 후 침 묻은 손을 바닥에 발라가며 사방을 탐색하는 모습을 본 유카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쟤가 콘파쿠가의 손녀라구?”

, 미래의 시종이지.”

어째 저러는 거 보면 네가 시종같은데.”

아무것도 아기니까 별수 있겠어.”

유카리는 생기 넘치게 돌아다니며 가만있지 못하는 아기를 보고는 유유코에게 넌지시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시종들에게 육아를 맡기는 게 어때?”

그래도 유우키가 맡긴 애인데.”

그 말에 좀 놀란 티를 낸 유카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지. 주인을 나두고 어디로 튀었데. 주인 고생만 신나게 시키고.”

그치. 무슨 하루 종일 보살펴야 하더라. 그래도 사정이 있는 거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마.”

네가 오죽 착해야지. 그래도 고생을 뭐 하러 사서하니 얘, 시종은 나뒀다 국 끓여먹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하는 거 보면 재밌잖아. 그리고 얘는.”

유유코의 발랄한 그 다음 말에 유카리는 할 말을 잃었다.

내 노후대책이라고.”

허탈해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시는 유카리에게 오히려 유유코가 호기심이 들던 것을 물었다.

근데 유카리, 나도 식이 있잖아.”

? 그치.”

그러면 저런 광경이 익숙하겠구나.”

되게 피곤한 표정으로 서랍에서 다 들어낸 책들을 찢는 요우무를 보며 유카리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저런 건 안보지.”

? 그래. 그래도 나는 너희가 가족 같은 분위기일줄 알았는데.”

아무리그래도 식은 식, 도구야. 오히려 나보다 더 잘 돌봐주는 식이 살펴야 발달에 더 도움이 되는 거고.”

그런가?”

그래, 굳이 네가 저렇게 피곤한 광경을 볼 필요 없이 다른 시종에게 맡기고 네 삶에 평안히 안주하는 게 맞다고. 네 애도 아닌데 피로에 기미라도 생기면 어떡하겠니.”

,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요우무가 책을 찢고 귀찮은지 던지고는 자리에 누워버렸고 유유코, 이불에 포대기마냥 둘둘싸서 재움과 동시에 술을 마시며 말했다.

그래도 정이라는 게 있는데. 이 정도까지 해주면 콘파쿠 가가 나에게 뼈라도 묻겠지.”

유카리는 내심 걱정하던 생에 대한 미련이나 기억이 생길까봐 노심초사하던 마음에서 경계를

풀며 말했다.

어휴, 그러게. 이 기지배, 알고 보니 영도술이구나.”

, 주인이니까.”

역시. 유유코야. 가차없지끅끜

뭐 자세히보면 번데기 같아서 웃기다고.”

요우무를 둘러싼 이불이 숨쉴 때마다 들썩거리는 것과 함께 서로 빵 터진 둘은 웃음이 진정되자, 유유코도 차갑게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도구 같은 식을 두는 네가 뭘 키우고 가족 같다고 하면 좀 어색한 거긴 하네.”

, 네가 말하자면 어떤 느낌일까?”

인간도 아닌 게 마치 인간 흉내 내는 것 같아서.”

유유코의 말에 유카리는 부인인지 수긍인지 모를 이질적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지금의 유유코는 인간흉내일까 유령흉내일까?”

유카리가 손가락으로 요우무를 가리키며 심오하게 묻자 유유코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얘는, 유령 그 자체잖아. 같은 요괴끼리 얘는! 히힛.”

, 의외로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였어?”

생각나는 자가 떠오르니까 잠깐 사람 흉내내며 있을 뿐이야.”

, 어느 것이든 환상향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니까.”

더 이상 캐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유카리가 말을 흐렸다.

그래, 그래서 안방까지는 받아들인 거라구.”

커서 부려먹기나 해.”

유카리 너는 내가 이부자리도 받아들이잖아.”

좋은 말인데 그게 애 앞에서 할 소리니?!”

아기라 몰라.”

뭐 그렇긴 하다만. 금방 잘 자네.”

지금 안 재워두면 새벽에 못자고 난리치거든.”

마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피로섞인 말에 유카리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아주 젊을 때라 체력하나는 알아주나 보는구나.”

, 유카리도 살아있으니까 체력하나는 알아주잖아.”

그러자 유카리가 마시던 술을 뿜고 유유코를 주먹으로 보챘다.

얘가 진짜 못하는 말이 없네!”

혈기가 왕성한쪽이 너인건 사실이니까.”

까야.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진짜 죽는다 진짜. !”

그래라! 한번 죽지 두 번 죽냐! 흐흐.”

서로 방금 깬 아기들마냥 뒹굴고 날뛰며 덤벙거리는 두 요괴 반대편에서 반령과 함께 1+1 상품처럼 이불로 포개진 요우무는 곤히 잠에 들었다.

 

 

 

 

 

 

유유코님. 가위바위보!”

자신이 지자 백옥루의 계단에서 아래 칸으로 한 칸 내려갔다.

, 다시 가위바위보!”

이제 능숙히 걷고 조금 말할 줄 아는 요우무가 이기자 유유코가 같은 칸으로 내려왔다.

, 놀이는 이제 끝.”

, 더 놀고 싶어요.”

너는 이 유유코님에게 니 뼈를 묻을 때까지 평생 절대충성과 충정을 다해야한단다.”

네에에.”

진지하게 말하는 유유코에게 요우무가 고개를 숙였다.

는 농담이고.”

, 유유코님은 늘 뭐가 진짠지 모르겠어. 거짓말쟁이

그 자리에서 반령과 같이 방방 뛰며 계단에 주저앉아 토라진 요우무에게 유유코가 뒤쪽에 놔둔 길다란 보자기를 풀었다.

이건 눈에 보이니 진짜란다.”

큰 검과 작은 두 개가 검집에 포개져 있는 모습에 감탄한 요우무가 받아들고 흔들었다.

와아아! 멋지다! 나주는 거예요!”

그래, 네거란다. 아직 어린이용이지만 다른 요괴들에게 아주 센 검들을 유카리가 알려줘서 주문해놨으니 오기 전까지 이걸로 연습하면 될 거야.”

이 꽃은요?”

요우무가 검에 달린 꽃을 보자 유유코가 말했다.

이게 내가 너를 인정하고 하사했다는 증표.”

오오오오와아아.”

감탄한 요우무가 두 검을 흔들자, 유유코는 그 모습에서 예전의 요우키의 당부가 떠올랐다.

 

 

콘파쿠 가의 자손인 이상 검을 잡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정도의 당부야. 자손 대대로 나를 보필하는 마음은 감사히 받아들이겠네.”

황송한 말씀입니다만 검은 지키기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부엌칼이 요리할 때만 쓰이는 게 아닌 흉기이듯이요.”

부채를 펴고 입을 가린 유유코가 물었다.

무슨 소리인가.”

검은 방어이기도 하지만 공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검과 같은 무기라는 결국 투쟁의 상징이지요. 투쟁심이 있는 자는 강자를 갈망하고 명예를 열망하며 결코 멈추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불의를 참하고 진정으로 지켜야 될 것을 아는 것이지요.”

유유코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우키가 자신의 검을 놓으며 말했다.

생전의 검이 빛나는 것은 실력이요 사후의 검의 빛나는 것은 업적인 것. 제 손녀가 검을 잡는다면 반드시 이 핏줄상 유유코 님에게 평안과 칭송이 가득한 업적을 높이는 검이 될 것입니다. 약속드리죠.”

알았네. 그대의 충정을 높이 사는바, 그런 부탁정도야. 근데.”

유유코는 바로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근데 내가 검술을 모르는데.”

뭐 저는 자력으로 알았으니 제 손녀라면 검을 주면 알아서 잘 배울겁니다.”

아니 요우키랑 걔가 같겠냐고...”

그러자 요우키가 비장하게 말했다.

핏줄입니다!”

!!”

 

 

그렇게 말했지만...”

 

검으로 자기 반령을 매우 익숙하게 베려고 칼춤을 추는 요우무를 보며 유유코도 나름 대견하고도 한심한 듯이 말했다.

 

역시 콘파쿠 가는 달라.. 요우무! 그거 베면 안돼!!”

괜찮아요. 이걸로 다 벨 건데 아프기야 하겠어요! 내가 못 벨게 없드아!아앙!”

그렇게 막 휘두르는 게 아니고 짧은 걸로 방어하고 긴 걸로 푹 찌르는 거야.”

, 재밌다! 유유코님 왜캐 잘 하신다!”

요우무의 싱글벙글한 모습에 자꾸 무언가 아른거리는 유유코도 한쪽 검을 잡으면서 말했다.

 

, 이제 네 할아버지가 했던 검술에 대해 알려줄게.”

, 할아버지가!”

그래. 이거하고 얼른 밥 차리는 거다. 이번에 먹고 싶은 게 엄청 많이 생겼거든.”

좋아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할부지!! 할아부지!”

요우키가 가르쳐준게 아니라 요우키가 했던 검술을 머릿속으로 긴급회상에 들어간 유유코는 그 과정에서 생각나는 여러 과거가 뒤섞이자 더 해맑게 웃고 요우무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같이 검술을 재연하면서 나름의 추모와 애도가 실린 검의 살풀이를 추억이 될 시간 속에 바치고 있었다.

 

Posted by 라쿠n
,

 

1.

뭐하는 것이더냐! 누가 썰기를 이런 식으로 썰라고 하더냐!”

“그렇지만..

어찌 말대꾸더냐! 행동에는 책임을 지라고 하지 않았더냐.”

죄송해요.”

통탄할 노릇이로다. 잘 보고 배우라고 하는 것을 이리 소홀이 할고.”

소란스러운 부엌으로 다가간 유유코는 다그치는 할아버지와 울먹이는 손녀를 보며 부채질을 하였다.

어려서 그렇지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은데. 요우키.”

“유유코 님께서.”
요우키는 검을 집어 도마에 이리저리 미끄러진 토란을 여러 토막으로 썰어버리면서 깍듯이 인사했다.

역시 요우키 솜씨는 여전하다니까.”

콘파쿠가()가 유유코 님을 보필하려면 기본이지 않겠습니까만.”

근심 가득한 요우키가 돌아보자, 썰다가 미끄러지거나 뭉개져서 난장판이 된 토란 조각들이 다른 도마에 요우무의 걱정만큼이나 쌓여있었다.

할아버지의 할 말을 잃은 표정에 손녀가 쳐다보지 못하자 유유코가 실없는 표정으로 대신 대답했다.

“하다 보면.”

기본부터 다시 가르치겠습니다. 손녀의 보필에 만족하실 때까지.”

에에, 지금도 요우키가 잘해주는데 둘이서 더 잘해주겠지.”

“유유코 님의... ..”

가슴을 툭툭 치며 통탄하는 할아버지 옆에서 아무 말 못 하고 고개만 숙이며 울먹이던 손녀가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닦았다.

아직은 어리니깐. 요우무야. 요우키를 보고 잘 따라 배우렴.”

..”

유유코의 미소의 요우무가 글썽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심 마십시오. 아직은 미더워도 제가 이 넓은 포부를 걸고 유유코 님을 평생을 모실 반석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럼! 요우키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데.”

가슴을 툭툭 치며 자부하는 요우키 옆에서 유유코가 싱글싱글 웃으며 요우무를 쳐다보았다.

앞으로도 더 든든할 거고 말이야. 그렇지?”

!” 어린 시종이자 손녀가 주인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걱정 하덜덜 마시고 자, 방에서 편히 쉬고 계시지요. 제가 토란국에 맛있는 밥상을 대접하겠습니다. 자자.”

할아버지가 주인을 데리고 부엌을 나서자, 할아버지의 반듯하게 잘린 토란 토막들과 손질하는 요령을 몰라 검이 미끄러져서 난잡하게 썰리고 땅에 떨어진 자신의 토막 조각들을 손녀는 노려보듯 바라보았다.

 

2.

, 베어 보거라!”

마당에 놓은 대나무를 검기로 베어버린 요우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우무가 발도술로 재현하였다.

그래. 훌륭했다. 이렇게 곧은 것도 흐름에 베어지기 마련이지.”

두 검을 쥔 요우무가 다시 검을 거두고 발도 자세를 취하자, 요우키도 엄중히 말했다.

자고로 병법에 이르기를, 적에게 대항할 때는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게(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하라 하였다. 항상 검을 뽑기 전에는 생각부터 해야 할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검을 뽑은 요우무의 이마에 할아버지의 딱밤과 함께 불호령이 엄습했다.

생각부터 하고 검을 뽑으랬지 않느냐! 발도 시합이 아니니라!”

죄송합니다.”

더 연습하고 벚꽃놀이 채비를 돕거라. 유유코 님의 모처럼 나들이니 말이다.”

그럼 저기 큰 벚꽃 나무로 가는 건가요?”

어허!! 그건 입에 담지도 말거라.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것이도다.”

그러자 요우무가 오기 겸으로 물었다.

만약 유유코 님이 가자고 하면요?”

그때는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말리거나 우리가 조용해지는 수밖에.”

살기 어린 할아버지의 엄포에 요우무가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조용히 명계에서 발 뻗고 살고 싶으면 알려고 하지 말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요우무가 다시 검을 뽑고 휘두르다가 검기로 주위 나무의 가지를 쳐내자, 요우키가 순간의 검기로 주위의 잡초들을 잔디처럼 마구 쳐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렇게 할 수 있도록 갈고닦으려무나.”

저도 할 수 있어요!”

암 그래야지! 그래야 유유코 님이 널 믿고 단 잠을 이룰게 아니냐.”

입술을 모은 요우무가 고개를 숙이며 답하자 요우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답했다.

유유코 님이 나를 믿는 것은 오랜 세월이지만 유유코님이 너를 믿는 것은 높은 실력이어야 할게 아니더냐. 부리나케 수련을 하거라.”

“유유코 님을.”

그랬으면 좋으려 만.. 말만 앞서는 자는 신용이 없는 법이다. 실력이 있으면 아쉬울 게 없는 것이야.”

실력을 기르도록 노력하면 될까요?”

손녀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세월 가득한 미간의 주름을 찌푸리며 말했다.

실력이 있어야 믿음이 있고 믿음이 있어야 의지가 될게 아니더냐.”

. 정진하겠습니다. 할아버지.”

항상 친족보다는 주인을, 모두를 사부처럼 여기거라.”

요우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결계가 열리며 유카리가 인사했다.

안녕, 유유코는 꽃놀이 준비 치장이 안 끝났다고 기다리라던데.”

! 유카리님. 편하게 기다리시도록 귀빈석으로 모시겠습니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깍듯이 인사하자. 유카리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손부채질을 했다.

뭐하느냐! 얼른 정중히 방으로 뫼시거라. 나는 다과상을 준비하러 가마.”

, 넵넵. 가시죠. 유카리님.”

됐어. 위치 아니까 얼른 따라오렴.”

유카리가 결계로 사라지자 요우무가 허둥거리면서 부리나케 집안으로 들어가고

요우키도 서둘러 부엌으로 들어갔다.

 

3.

 

한참 기다리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경단을 손수 빚어 모양을 내느라

새와 토끼, 꽃등 다양한 모양의 경단과 꿀, 그리고 술과 차가 담긴 다기가 가득한 상을 내온 요우키가 같이 기다리던 손녀와 함께 예를 표하자 유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어. 역시 경험상 감각적인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황공한 말씀이옵니다.”

요우키가 이제 물러가라며 요우무의 등을 두드리자, 요우무가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갔고 요우키도 일어섰다.

그럼 드시고 계십시오. 유유코 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아니, 됐어.”

아니, 그게 무슨 말씀 이시온지.”.”

내가 말이야. 그대와 좀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겠는걸.”

미천한 자에게 하실 말씀이라면 귀하게 새겨 듣겠습니다.”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이 휘동 그래진 요우키 앞에 유카리가 싱긋 웃었다.

오늘 같이 벚꽃 놀이하려고 가려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좀 염려스러워서.”

염려라면 이 제가 책임지고 보필하겠습니다.”

그러자 유카리의 인상이 날카로워졌다.

“사이 교우 아야카시.”

, 그 말씀이시라면..”

유유코 근처에 또 누가 알지?”

쏘아붙이는 유카리 앞에 요우키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저뿐입니다.”

그래. 그쪽만 조용히 하면 저 벚꽃나무도 그냥 큰 벚꽃에 불과하고 유유코도 그 비밀을 일단을 모를 거란 말이야. 그치?”

요우키는 엄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 그래도 벚꽃 철인데 눈치 빠른 유유코면 뭔가 염려스러워서 말이지.”

이미 세월의 무게만큼 제 입도 무겁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아니 아니,. 자네와 유유코와의 정도 무겁잖아.”

유카리는 일어서서 앉아있던 요우키의 두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이 백옥루를 책임지는 손발이라면 아무리 주종관계라도 사사로운 정에 약한 법이니까.”

그전에 저는 무도가입니다. 사심 따위는 이 검에 벤지 오랍니다.”

그전에 시종이잖아.”

요우키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그 반동에 의해 요우키의 머리도 살짝 흔들렸다.

종이 주인의 말을 거스를 수 있나?”

안 되는 걸 말리는 것도 종의 역할이지요.”

그래, 안 말리면 큰일 나니까.. 다만 담벼락에 구멍이 나면 꼭 그게 커져서 담이 허물어진단 말이지.”

그렇다는 즉슨.”

적어도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개화라도 하는 사달이 안 날려면 유유코 앞에서는 아는 사람도, 알아도 말해야 되는 위치 있는 자는 없어야 안심할 수 있지 않겠어?”

그런 것입니까...”

요우키가 주먹을 쥐었다가 떨리는 손을 피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쪼그만 꼬맹이도 아는 거야?”

제 손녀는 모릅니다.”

다행이네. 걔도 알았으면 유유코가 한동안 스스로 청소하고 밥 해 먹어야 했을 테니.”

많이 배웠으나 아무쪼록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아입니다.”

직접 가르쳤으니 그거야 보장된 거겠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소신은 망극합니다.”

유카리는 요우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조용히 초야에서 수련의 길을 떠나겠습니다.”

요우키는 결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그동안 집안일하느라 검이 무척 고팠을 텐데 수고 많았어.”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것마저도 충절이라면 그게 맞겠지요.”

간단하네. 이제 그쪽이 자유고 꼬맹이는 고생해야 되겠지만.”

인연으로 이어진 만남, 회자정리 거자필반이 아니겠습니까.”

유카리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턱을 괴며 쳐다보자 요우키가 엄숙히 일어섰다.

그러면 조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소신 이제 유유코 님의 보위에서 검객으로서의 사명을 찾으러 물러나겠습니다. 손녀가 미덥지 못하더라도 유유코 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유유코가 멍하니 쳐다보자 요우키가 후덕하게 웃었다.

오래된 지음이시니 동등히 행복하게 해 주시니라 믿습니다.”

대답 대신 손을 들어준 유카리에게 요우키가 가볍게 일어서서 나갔고, 깊은 한숨과 함께 술잔을 들이켠 그녀는 정성이 담긴 알록달록한 경단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4.

그게 어디 있더라. 늙어서 그런가, 큰일인 것이야.”

고문서가 가득한 방을 열심히 뒤져보던 요우키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면 내가 이미 처리를 해서 없는 것이던가. 그러지 않았기를 바라야겠구먼.”.”

책들을 정리하고 대문에 싸 둔 작은 짐을 들고 백옥루를 한번 살펴본 요우키는 마치 호연지기와도 같은 포부로 외쳤다.

이 한 몸 남은 생은 벨 수 없는 검성이 되어 돌아오겠노라!”

, 멋잇어.”

유유코는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박수를 치면서 환호해주었고 요우무도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어찌 여기까지 나오셨습니까.”

한동안 이별의 배웅인데 언제 볼 줄 알고?”

귀하신 몸과 얼굴 상하십니다.”

그동안 노고로 상한 몸과 얼굴인 요우키보다야.”

요우키가 웃으면서 경의를 표하고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유유코 님을.”

, 할아버지.”

“세상 물정.”

요우키 손녀니까 잘할 거야 아마.”

유유코의 미소에 요우키는 요우무의 두 어깨를 주물러주었고 그녀도 화답하듯 와락 껴안고 울먹이자 반색하며 꿀밤을 먹였다.

에끼! 주인님 앞에서는 아무리 사적 자리라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느니라.”

..”

“유유코 님을.”

, 못 미더우시겠지만 노력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손녀를 토닥이며 주인에게 절을 올렸다.

신 콘파쿠 요우키, 이만 하직하옵니다. 만년해로 하시옵서서.”

검성이 돼서 돌아오면 그때 잘 큰 손녀를 가르쳐주러 와야 해.”

요우무도 같이 주인에게 절을 올리고 일어선 후, 백옥루를 지탱하던 기둥 하나가 떠나가듯 요우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떠나는 길을 바라보던 유유코와 요우무는 적막과 함께 경의를 표했다.

 

, 요우무.”

, 유유코님.”

오늘은 몹시 피곤하구나, 씻을 물과 얼굴 부기를 뺄 찬 물과 이부자리를 펴 오너라.”.”

, 유유코님. 믿고 맡겨주세요.”

유유코가 방으로 돌아가자 요우무는 대문 쪽을 흘깃 보고서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우물을 향했다.

진작 저 좀 믿으시지 그러셨어요. 할아버지.”

그렇게 우물에서 푼 물을 옆에 있던 물통에 담으며 한스러운 독백을 이어나갔다.

이제 저를 믿어주세요. 가르쳐주신 만큼 잘할게요.”.”

그리고 지금 와서는 성공적이었던 지난 일을 떠올렸다.

 

 

뭐어? 요우키가?”

, 저에게 뭔가 큰일 날만한 비밀이라고 까지만 말하고 함구하라고 했어요.”

가만있어보자, 거기에 또 뭐라고 했는데?”

큰 벚꽃나무 보고 그렇게 말씀만 하신걸요.”

그래? .. 그러면 좋아. 너는 거기까지 아는 거 같고.”

, 뭐를요?”

요우무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의아해하자 유카리는 대조적으로 이마를 짚었다.

, 큰일이네. 이걸 염두에 두고 있어야 했는데.”

, 뭔가 큰일이 나는 게 정말인가 봐요?”

“큰 일 뿐이겠니.. 살고 싶다면 나가보렴.”

?”

요우무가 경악하며 묻자 유카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유유코를 위해서라도 나가라고.”

! 유카리님.”

.. 이게 미리 일어날 큰일을 막은 거기를 바라지만.”

요우무가 고개를 숙이고 한 구석에 앉자, 유카리가 차가운 낯빛으로 요우키를 기다렸다.

 

 

"그래요. 죄송한 일이지만 저도 할아버지도 어쩌면 기회가 필요했어요."

요우무가 도르래의 손잡이를 놓자 우물 끝으로 큰 소리와 함께 울림이 가득했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으니.. , 이제 백옥루에는 유유코 님과 그분이 의지할 저뿐이에요.”

경의를 표하듯 담담한 어조를 마치자마자 요우무가 매우 기다렸다는 듯한 희열감으로 두 물통의 손잡이를 쥐었다.

콘파쿠가의 새로운 손발인 만큼 그동안 고생하신 할아버지의 믿음과 가르침대로 주인님을 열심히 보필하고 모시겠습니다!”

물통을 들고 할아버지, 유유코 님 기다려주세요.’ 신나게 뛰어가는 요우무의 표정에는 천진난만함이 가득할 뿐이었다.

 

 

Posted by 라쿠n
,

                                       산하엽(傘荷葉, 학명:Diphylleia grayi / 이명:Skeleton Flower)

                              6~7월에 산형(形) 꽃차례로 흰색 꽃이 핀다.   일본에 분포하며 꽃잎이 물에 젖으면 투명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문 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바닥의 따뜻한 온기로 데워진 방석 위의 두 요괴는 탁상위의 활짝 핀 달맞이꽃 화분을 사이에 두고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니?”

그렇습니다.”

노란 달맞이꽃 사이로 요우무의 입안 살을 계속 깨무는 듯한 오물거림이 여과 없이 유카리의 눈동자에 비춰줬다.

내가 수긍할지 아닐지를 떠나 일단 저지르고 보는 용기는 가상하구나.”

단도직입이니까요.”

그럼 내 대답이 듣고 싶겠지.”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현자님의 직언을 기다릴 뿐입니다.”

이제 아는 문자 좀 쓸 줄 아는구나.”

감사합니다.”

요우무가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유카리의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그렇게 아랫사람은 위의 평가에 반응하게 되어있지.”

그리고 그녀는 부채를 큰 소리로 폈다.

너에게는 그렇게 유유코의 평가가 신경 쓰이는 거니?”

그럼요!!”

벌떡 일어나 소리를 내지른 요우무는 아차 싶어 다시 무릎을 꿇고 헛기침을 했다.

물론입니다.”

너 얼굴 빨개졌는데.”

물론이라고요.”

그래그래. 뭐 오죽하면 여기까지 왔겠니.”

아랫사람으로서 위의 평가를 바랄 뿐입니다.”

너에게는 그게 보상 같은 거구나.”

부정하진 않지만 확신이 더 정확하겠지요.”

확신이라네 계획처럼 네가 내 식처럼 나를 섬기고 내가 아껴주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주는 헤프닝속에 유유코가 둘 중 누구에게 더 아쉬워하고 질투하나 반응을 보고 그걸 알 수 있다는 거 말이지?”

오랜 친우분이시니 자신과 호기심이 있으시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유코의 애착의 종착이 가까이에 둔 벗이냐같이 사는 종이냐

유카리는 언짢은 표정으로 부채를 접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

요우무는 자신 있게 말했다.

어째서?”

왜냐하면 유유코 님은 반드시 둘이 짰다는 걸 눈치 챌게 분명 하거든요.”

호오. 계속해봐.”

눈치는 이미 귀신같은 분이시니 분명히 저희 의도를 눈치 채실 것이고, 유유코 님의 능청 상 분명 호감 있는 대상에게 역으로 말을 많이 거면서 재미로 떠보실 게 분명하니 그걸로 얼추 내심을 들어내실 겁니다.”

일부러 패를 보여주고 그걸 역 이용한다 라.”

기만이야 말로 허허실실. 방심을 유도하는 기습의 정석이니까요.”

확실히 오래 주인을 본 종이 할 만한 짓이구나.”

현자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주인급인 자가 할 만한 짓은 아니라는 소리야.”

유카리의 다그치는 말투에 요우무는 아쉬운 듯 읊조렸다.

제 아둔한 머리론 현명하신 유카리 님도 내심 궁금 하실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참 말이 많구나.”

죄송합니다.”

내 식은 그저 필요한 말과 답만 말한단다.”

유카리의 표독스러운 표정에 요우무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유카리 님.”

더 숙이렴.”

요우무가 움찔하며 모은 손을 데었던 이마를 정수리로 오도록 숙였다.

그리고 쓸데없는 말은 네 검처럼 다 쳐내렴.”

.”

어차피 이런 제안을 꺼냈다는 거 자체가 나와 유유코의 사이가 이런 일을 장난으로 넘길 만큼 깊다고 네가 봤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경계에서 손을 넣어 요우무의 볼을 찔렀다.

그렇게 우리 사이가 질투가 났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네가 유유코를 종으로서 섬기는 건지 사모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그래서 확신이라고 말씀 드린 겁니다.”

그래, 자꾸 이야기하는 확신. 그거 한번 주인의 입장에서 들어보자.”

제가 노력하는 만큼 높으신 분으로서 그 노력과 마음을 알아준다는 믿음이요.”

인정받고 싶니?”

유카리의 보조개가 들어간 속삭임에 요우무도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우애도 인정 받으셔야죠.”

어머 얘는.”

유카리의 핀잔에 요우무가 자세를 다시 폈다.

나 일어서라고 안했다.”

죄송합니다.”

너나 굴릴 바보 같은 구상이라 나나 유유코나 재미는 있겠구나. 유유코가 질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짜릿할 거 같단 말이지.”

그리고는 요우무의 반령을 잡고 강아지의 털을 쓸 듯 쓰다듬었다.

누가 더 소중한지 떠보는 건 동일선상으로 보는 듯해 건방지지만 심심하기도 하고 언젠가 한번 우리 둘 사이에서 너를 손봐줄 필요가 있었으니 잘 되었구나.”

수긍하신 걸로 알고 그때는 유유코 님처럼 식처럼 모시겠습니다.”

내 식에게 살가운 건 아니지만 노력해보도록 하마. 내숭 많은 유유코의 종을 잃은 표정으로 첫 단추를 꿰는 것도 오래 살면서 보기 힘든 별미 일 테니.”

희열감에 젖은 유카리의 손에서 벗어난 반령과 함께 인사를 하고 유카리의 집을 나선 요우무는 들고 있던 자신의 검집에 매달린 꽃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산하엽(Diphylleia grayi/Skeleton Flower)이 서리가 서려 잎이 투명해져 있을 만큼 서늘한 백옥루의 부엌에서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와중에 구슬땀도 튀지 않게 머리를 천으로 싸맨 요우무가 부지런히 뜨거운 고슬 밥을 고봉으로 푸고 남은 밥은 오니기리를 빗었다.

뜨거운 기름에 튀긴 카라야케를 세어 나오는 기름이 티나도록 하얀 접시에 올리고 미소된장국과 야채볶음을 같이 올려서 상에 올린 요우무가 수증기를 뚫고 나온 반령과 함께 부엌을 나섰다.

유유코 님, 식사하세요!”

. 이것만 하고

방에서 쇼기 연습을 하던 유유코가 대답하자, 천을 벗고 손 부채질을 하던 요우무가 식사상에 앉았다.

유유코 님 식사하세요.”

알았다니까, .”

투덜거리며 방에서 나와 자리에 앉은 유유코가 만족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

오늘도 잘 먹을게.”

. 맛있게 드세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요우무도 낮은 상에서 젓가락을 들자, 유유코는 자신의 상 반대편에 떠진 밥공기를 보며 말했다.

, 이게 요우무 네 밥 아니니?”

, 그거요?”

, 먹고 더 먹으라는 거구나.”

, 아니에요. 그런 건 옆에 둔 오니기리에요.”

그럼 이건 누구 밥이니? 설마 반령 밥?”

아뇨. 얘가 먹을 건 공기인데요.”

! 그럼 누구 제사 밥이니??!!”

그러자 해맑은 미소로 요우무가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

유카리 님이요!”

어안이 벙벙해진 유유코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진짜에요. 그렇죠. 유카리 님!”

얘는 무슨, 유카리가 경계의 요괴라지만 명색이 대 요괴인데 네가 부르면 부른다고 나오는.”

유유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계가 열리며 익숙한 손이 젓가락을 들고 고슬고슬한 밥을 퍼서 경계로 가져가기 시작하자 무안해진 유유코가 말했다.

유카리 제사 밥이라니..’

오늘 온다는 말 없었잖아.”

? 네 종이 말을 안했나보네.”

다른 경계에서 유카리가 밥을 오물거리며 요우무를 비웃듯 말하자 요우무가 살짝 인상을 지었다.

그래? 뭐 밥하느라 잊었나보네.”

그러게. 너네 집 밥 되게 맛있네.”

공짜밥 이니까 그렇지.”

그런가? 푸핫. 유유코도 참. 내가 와서 신경써준 거 아니겠어?”

슬쩍 웃으며 말을 뜬 유카리의 바통을 요우무가 이어받았다.

그럼요. 누구보다 귀하신 분이 오셨는걸요.”

어머, 주인님 친구라고 귀하게 손님대접을 해주니 되게 아래교육 잘 시켰나 보다. 호호.”

내 친구이자 손님에게 당연히 해야 하는 예절인걸. 새삼스럽게.”

그래, 그러네.”

그 말과 함께 유카리의 밥에 카라야케를 손수 소스를 발라 야채에 싸서 요우무가 올려주자, 밥과 같이 집어 먹은 유카리가 미소를 지었다.

근데 내가 손님인데 되게 새삼스럽다.”

에이, 유카리 님도. 맛있게 드셔주시는 것도 기쁜데 이 백옥루에 기쁨만 가져가시게 잘 섬겨야죠!”

되게 예절 깍듯하구나. 귀엽네.”

기특한 듯이 요우무의 머리를 쓰다듬자 유유코도 밥상머리에서 부담스럽게 왜 저러냐는 듯한 표정을 짓으며 밥을 먹었다.

카라야케가 맛있구나.”

, 유카리 님 오신다고 더 신경 많이 썼어요!”

오구오구, 잘했어욤. 내가 먹고 싶다 흘린 말이었는데도 다해주고

젓가락을 놓고 요우무의 두 볼을 꼬집으며 흔들고는 등을 토닥이자, 유유코가 젓가락으로 밥그릇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보기 좋네, 나 내 친구모습도 다 보고 싶으니까 몸 다 들어내서 먹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습을 다 드러낸 유카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요우무에게 그것보라는 듯이 푸시를 주듯 말했다.

자 이제 만족해?”

당연하지. 아까처럼 먹으면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르잖니.”

에이 그거야 경계로 넘어가는 거지.”

, 그런가?”

그럼. 아하핫.”

유카리와 유유코 둘이서 폭소를 터트리자 요우무는 준비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계속 유카리의 밥에 반찬을 올려주며 상황만을 살폈다.

유카리, 근데 왜 갑자기 카라야케야?”

따스한 밥에 따뜻한 카라야케면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아?”

거기에 미소국물까지 밥에 스며들면 금상첨화죠.”

그럼, 요우무. , 너 뭘 좀 아는구나.”

카라야케를 씹던 유카리가 맞장구에 감탄하자 요우무가 재빨리 미소 국물을 받쳐 들며 대령했다.

넵넵. 이제 국물과 드셔요.”

, 그래.”

유카리 님 체하시면 안 돼요, 아셨죠.”

그래그래. 착하다.”

유카리 님이 받아 주시는 건 좋은데 내가 뭔가 딸내미같이 오버하는 건가.’

유카리가 쟤네들 왜 저렇게 부산떠나 하는 유유코의 표정을 보며 슬슬 반응이 나올거 같다 싶은 마음에 들뜨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거이거 이래서는 내가 주인이 아니라 무슨 엄마나 식구가 된 느낌이잖아.’

, 유유코. 방에 못 보던 쇼기가 있던데?”

그거 봤어? 내가 이번에 심심해서 취재하러 오는 텐구들이랑 술내기 쇼기를 둘까 하고 연습하고 있었어.”

어느 쪽이든 술이 동은 나겠네.”

에이 참. 또 그런다.”

, 부인은 못하는거봨크크크킄.”

그럼, 결혼은 못했잖닣히힛.”

얔크크킄킄.”

무릎을 연달아치며 웃는 유유코와 함께 폭소하던 유카리의 옆에서 자신의 밥을 차분히 먹은 요우무는 유카리의 옆에서 무릎을 꿇고 조신조신 그녀의 밥그릇에 가지런히 반찬을 올렸다.

그래. 밥은 잘 먹었니?”

유카리가 목소리를 내려 깔자 요우무도 각을 잡았다.

. 황송합니다. 유카리 님.”
그래, 네 덕에 정말 맛있고 편안하구나.”

감사합니다!”

너 같은 식, 시종이 있어 유유코는 참. 편하겠어.”

그럼 물론이지.”

과분한 칭찬 정말 감사합니다.”

유유코가 자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절을 하며 감사해하는 요우무를 보며 무안해지자 유카리가 속으로 낄낄거리면서 표정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얘는! 네 주인이 보고 있잖니.”

그래도 저는 유카리님이요. 저에게 어엄청 격려해주셔서 넘넘 좋아요.”

요우무가 팔까지 벌리며 격양하자, 유카리의 입에서도 유유코와 같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유카리 님이 맛나게 드셔주시는 모습도 너무 도도하시는 걸요.”

아하핫, 얘는. 네 주인 다 보는데. 란 어릴 때 같네.”

유카리가 눈치 채라는 듯이 크게 팔꿈치로 요우무의 옆구리를 치자, 맞은 상대 쪽도 슬쩍 눈가를 찌뿌렸다.

요우무가 너희 집에서 술 좀 얻어 마신 것 같은데 맛있게 먹고 있는 걸.”

, 유유코님이야 뭐든 맛있게 드시잖아요.”

?”

그럼, 요우무가 뭐든 맛있게 해주니 유유코가 잘 먹겠지.”

격찬 감사드립니다.”

유유코는 이런 착실한 종을 둬서 참 편하겠어.”

아니아니, 잠깐.”

저도 백옥루에 몸이 계신동안 더 보살펴 드릴게요,”

어유, 이 예쁜 것.”

유카리나 요우무나 이제 눈치 챘을 거라 생각하고 서로 갖은 아양을 다 떨자, 유유코도 카라야케를 씹으며 말했다.

요우무, 그만 끼어들고 이제 유카리와 둘이서 이야기 좀 하도록 하마.”

, 좋았는데 그래야 되나?”

능청스럽게 아쉬운 듯이 유카리가 말하자 요우무도 유카리의 품에 파고들며 머리를 비비며 쳐다보았다.

유카리님 말씀이 너무 따스해서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건 내 몸에 붙어서 따스한 거고. 종자.. 아니 식아.”

, 실례했습니다. 식으로서... 아니 종자로서 죄를 지었습니다.”

죄는 니 주인에게 하는 거란다. 나는 식에게 하듯 애교로 봐줄게.”

넓으신 아량 감사드립니다.”

그 광경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유유코가 물었다.

너 식에게 진짜 그렇게 해?”
예쁜 짓을 하면.”

, 그럼 요우무에게는 예쁜 짓을 해서 한다는 거지?”

우아아! 저를 그렇게 예쁘게 보시다니!”

요우무가 벌떡 일어나며 90도로 인사하고 유카리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날선 검 두 사이의 파란만장에서 이렇게 존중받은 몸, 계신동안 가호하며 충정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유카리가 보란 듯이 따라준 술을 마셨다.

봐봐, 예쁜 짓을 하잖아.”

에이 부끄럽다고요.”

그리고 빈 술잔을 크게 내려놓았다.

캬아, 마셔서 그런지 밥도 맛나게 짓고 하는 짓이 더 예쁘네.”

아앙, 감사해요. 유카리 님.”

둘이 쿵짝이 맞는 모습에 야채를 파드득 씹은 유유코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다음 행동을 떠나서 유카리는 자기는 재밌게 놀고 이제 밥상을 엎고 쏟아질 리스크는 선 넘는 요우무쪽으로 갔다고 안도했고, 요우무는 유카리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얼추 보여줬다고 안도하는 그녀들만의 동상이몽이 밥상 위에 차려졌다.

야아, 종자.. . 대견하구나. 그치 유유코?”

반대야.”

, . 내 정신 좀 봐. 식 아니, 종자가 참 대견한 거 같아. 매력에 헤어 나오질 못했는데 너 밑에서 커서 그런지 충성도 곧고 애교도 많고.”

그래, 이제 슬슬 그럼 데리고 살아라는 말이 나올 때도 되었다고.’

응응 맞아. 요우무만한 종이 어딨겠어.”

그러자 요우무의 얼굴에 만족이 번졌다.

역시 모든 걸 꿰뚫어보시는 현명한 지휘자 유유코님!’

그치. 참 잘해주지.”

그러자 유유코가 카라야케를 야채와 같이 집어 유카리의 입에 넣어주면서 말했다.

하지만 너네 식은 이렇게 예쁜 짓을 못해서 안타까워.”

서로 짠 둘이서 사색이 되어 빙긋 웃는 유유코를 바라보자, 유유코가 당황한 유카리의 턱을 한손으로 집고 살짝 올렸다 내렸다 하며 말했다.

이렇게 꼭꼭 씹어 먹으라고.”

으응, 으응.”

옆에서는 육성으로 .’이라고 내뱉을 뻔한 요우무가 경악한 얼굴로 그것을 보며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 .. 부럽다.’

, 유유코 너도 좀 먹어,”

유카리가 다른 반찬을 집어 주자 유카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나는 그런 예쁜 짓 못해.”

그리고는 요우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식은 예쁜 짓 잘하자나.”

……

……

무안해진 둘은 유카리의 슬쩍 못마땅한 눈초리를 최대한 요우무가 의식하며 눈을 내리 깔았다.

.. 그래도 저기 유유코님.”

자자, 아까처럼 예쁜 짓.”

유카리가 유유코 눈치를 보며 능청스럽게 웃으며 손을 돌리자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며 최대한 반령이 몸서리치는 귀여움으로 받아먹었다.

, 진짜 예쁘게 먹는다. 유유코 말 그대로야.”

그럼. 그럼. 누구네 종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컵을 오물거리는 요우무에게 주며 말했다.

오물거리는 건 좋은데 체하겠다. .”

반인반령이 감사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컵을 받아들어 마시자마자 쓴맛에 기침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유령이 웃었다.

어머, 미안. 술이었네?”

어우, 놀랐겠다. .”

그치, 하사주가 되어버렸을 텐데 미안하네. 유카리도 등 좀 토닥여주자. 얘 반은 살아있어서 기도 막히면 유령 직행이라 염마님도 오고 귀찮단 말야.”

? . 그래.”

기침을 하는 요우무에게 둘이서 등을 토닥여주자 요우무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안타까워했다.

으아아.. 유유코님 하사주 라니..’

유카리도 일부러 세게 등을 때리듯 토닥이며 되뇌었다.

유유코 장난이 참 심하네.’

, 괜찮아졌니?”

, 감사합니다.”

괜찮아. 주인이 잘 챙기겠지.”

유카리와 어깨동무를 한 유령주인이 배시시 웃자 요우무도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제가 챙겨드릴 거예요.”

네 몸도 좀 챙기렴.”

유카리가 거들자 요우무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숙이면서 말했다.

흐글흐긍윽, 위가 안전하다면 아래는 상관없지만 검을 보존하듯 언제나 몸도 보존하겠습니다.”

그래그래. 백옥루는 위나 아래나 정말 안전하겠지. 안 그래 유카리?”

물론이지. 맨몸으로 안심하고 오겠는 걸?”

그리고 밥그릇을 보이며 말했다.

밥도 맛있고 말야.”

유유코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요우무가 해준걸.”

그리고는 빈 자신의 밥그릇을 보이며 말했다.

매일 매일 말이야.”

으아아아앙.. 매일매일 해드릴게요 유유코니임.”

요우무가 도게자하듯 엎드려 절하자 유카리가 이제 연극할 필요 없나 싶어서 뒷짐을 졌고, 유유코가 젓가락을 다시며 말했다.

식이 귀엽지 유카리?”

어릴 땐 종자가 다 그렇지 뭐.”

크면?”

글쎄다. 내가 너무 계산기로만 굴렸나.”

아래는 단순한 거 같아.”

뼈있는 말에 유카리도 뼈있게 말했다.

아니 눈앞에만 봐도 복잡은거 같은데.”

그 말에 유유코가 웃음을 지으며 요우무에게 다가가 어깨를 짚고 일어서라고 부축하고 요우무가 울먹이며 격양된 얼굴로 올려보자, 눈물로 글썽이며 일렁거리는 눈가에 분홍색 유유코의 상이 들어왔다.

저기 요우무.”

, 유유코님! 유카리님 말고 유유코님!!”

카라야케 다 떨어졌어.”

?”

얼레, 유유코 너 언제 다 먹은 거야?”

다시 튀겨와.”

. 넵넵!”

아까 요우무가 더운데 힘들게 밥짓고 튀겨와서 더 맛있었단다.”

그녀가 빈 접시를 주며 젓가락으로 자신의 입꼬리를 찌르듯 흔들며 턱을 괴었다.

, 나도 튀겨올게.”

눈치껏 유카리가 경계에 손을 벋어 빈 접시를 들어주었다.

아네요. 종자인 제가 해야죠! 유카리 님은 앉아서 드시고 계세요. 사랑해요. 아니 유유코님을 더 사랑해요! 알았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우무가 유카리의 빈 접시를 뺏어서 부엌으로 달려나갔다.

!”

후훗.”

고함을 지른 유카리 옆에서 유유코가 웃자 유카리가 슬쩍 친구를 바라보았다.

사실 저런 모습이 더 귀엽다니까.”

그러자 유카리도 부엌과 유유코를 슬쩍 바라보며 탄식을 뱉으며 웃었다.

악취미야. .”

더 크기 전에 봐두는 거라고. 봐주지 그러니?”

그런 거라면 참견할 필요는 없지.”

나도 보고나서 더 큰 거 같거든.”

유유코의 흐뭇한 미소에 겸연쩍어진 유카리가 냉수를 들이켰다.

좋게 봐줘서 다행이네.”

후후. 참견해줘서 고마워.”

유유코의 악수 요청에 유카리도 웃으며 악수를 받아들였고 유유코가 잡은 손을 당기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종자가 뭘 원하는지 알았으니 한번만 더 참견해줘.”

그러자. 뭐 맛있었는데 이렇게 된 거 남의 식구 데리고 재미 좀 더 봐야겠어.”

부엌에서 닭고기를 썰던 요우무는 썰어놓은 고기가 밑의 경계로 떨어져 반죽 쟁반으로 굴러가 튀김옷이 되자, 슬쩍 놀랐다.

열심히 하는데 요우무?”

그치? 하루 종일 빗질 쓸 때처럼 열심히 한다니까? 기특하지.”

유유코가 요우무의 볼 살을 꼬집으며 말하자 요우무의 볼가가 붉어졌다.

우리 란이 계산할 때처럼 꾸준하네. 덕분에 손님주인도 더 거들어서 맛나게 먹겠어.”

저기 요우무, 우리는 네가 해준 게 맛있는데 어떻게 해야 맛이 있을까?”

! 유유코님! 제 특제 양념이고요. 무조건 기름이 끓었는지 확인해 봐야하고 뭐부터 말씀 드리자면.”

우리 첸처럼 씩씩하네. 검사야 검사.”

, 유카리님 손부터 씻고 오세요!”

손에 물 묻은 거 안보이니?”

유유코님은 제가 씻겨드릴게요! 여기 이 나무 그릇에

너는 요리법이나 알려줘. , 유유코 이 경계에 손을 넣어.”

아악! 거기서 유카리님이랑 유유코님이랑 손잡을 것 모를 줄 알아요?”

얌전히 닭이나 썰래?”

아악, 너무해,”

참 둘이 귀엽다니까.”

유유코가 공평하게 양손을 내밀면서 둘의 손을 잡어주면서 뜨거운 부엌과 분위기의 열기에 덥혀진 건지 모를 유유코의 손의 온기도 둘의 체온과 맞닿아 따스히 스며들고 있었다.

 

 

 

 

 

 

 

after

 

저기 유카리님.”

왜 그러니. ?”

요리하는 법 배워 오셨다면서요.”

그래, 참 맛있었지.”

그런데 왜 배워 오신 분이 저희에게 가르쳐주시는?”

……

유카리가 째려보는 란과 첸을 보며 우물쭈물 말했다.

이 대 현자 유카리는 너희가 손맛으로 해주는 게 맛있어서 그런단다.”

역시! 유카리 님!”

!”

그리고 둘은 동시에 노려보며 말했다.

거짓말쟁이.”

늘 차갑던 손이 따뜻한 걸 느꼈으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줘.”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서는 유카리를 보며 기가 찬 란이 음식 앞이라 혀는 못 차겠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란님, 유카리 님이 뭐라고 씨부리.. 아니 대체 뭐래는 거예요?”

밥 먹기 싫으신덴다.”

그럼 우리끼리 먹는 거예요?”

란은 굳은 결심으로 유카리의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저 맛집이 해줄 거 얻어먹어야지.”

어머, 많이 컸구나. . 나보고 하는 말이니?”

그럼 그 두 손 못쓴다고 때 쓰실 거면 장갑이라도 끼고 제대로 좀 알려주세요.”

란님, 굳이 식사할 필요는 없다지만 그러다 겨울잠 주무실 때까지 뻐기시면 어쩌시려고요.”

, 그럼 같이 식사하면 되겠다. 이것 보렴. 그게 기름 끓는 거부터 중요한데 그 온도가..”

2.

! 요우무 빗질을 1001번 했어! 대단해!”

,, 감사합니다 유유코님..”

와 요우무 빗질을 1002번 했어! 대단해!”

, 감사드립니다. 유유코님..”

와 요우무 빗질을 1003번 했어! 대단해!”

감사드립니다. 유유코님..”

와 요우무 빗질을 1004번 했어! 대단해!”

그러자 요우무가 나사가 빠져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럼요! 대단하죠! 누구 종인데요!”

유카리네 식이잖니.”

흑흑, 너무해. 아니 죄송해요. 제가 너무할게 아니군요.”

유카리가 해주는 카라야케를 먹으러 곧 갈 텐데 왜 그러니? 진짜 주인을 시험하다니 못됐어.”

제가 못난 종입니다. 사죄드립니다.”

누가 죽게 놔둔데?”

?”

유유코가 작업한다고 한쪽에 두었던 요우무의 검에 달린 꽃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열심히 증명하며 사는 애를 격려안한 내 잘못부터 인과가 아니니?”

저기 그건 유유코 님 업보나 잘못이 아니라 제가 유유코 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제 짧은.”

혹시라도 확인하고 싶다 거든 격려를 받고 싶다고 말을 하렴.”

유유코는 검에 달린 꽃을 풀어 요우무의 머리띠를 올려주고 흰 머리카락사이에 꽂아주었다.

천사같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단다.”

종자가 아무 말 못하고 팔뚝의 반팔 소매로 눈가를 감쌌다.

너처럼 나도 내 검에 달았으니 언제나 잘 보존하고 기억해주렴.”

!”

그때만큼은 반인만이 아닌 반령과 유령의 교감도 푸른 백옥루에 윤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후기: 산하엽은 물이 묻으면 투명해지는 꽃이라 뻔히 속내가 다 보이기 때문인 것과 해골화라는 별명이 흰색 요무와 유령 유유코와 백옥루와 어울린다고 생각해 넣었습니다.

분명 저녁에 쓸 때는 각잡고 썼는데 밤새워서 탈고하니 다 풀어져 있네요. 모두 츄츄하는걸 보시면서 재밌게 봐주시길.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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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참 격세지감을 느껴요. 어쩌면 이런 요상하고 괴팍스러운 일이 사소했을지 모를 짧은 삶에 계기가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운명이나 계시라는 게 있다면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절묘하게 삶을 부여잡고 짜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이 들 만큼요. , 사실 이제 신은 믿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가타카나를 배울 때 조심해야 되는 요괴들의 이름과 종류를 알려주는 부모님과 같이 자라오면서 두 분과 같이 산길을 외우고 송이를 캐어 파는 녹으로 살아왔습니다. 송이는 정말 귀한 식물인지라 잘 차려입은 분들과 거래를 하는 흙투성이의 부모님을 보며 흥정하는 배짱을 동경했습니다. 산바람에 거칠어지시는 부모님의 주름살과 대비되는 그분들의 붉은 눈 속 검열 대에 부모님의 노력의 대가가 정해졌고 그것은 우리 집안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었죠.

부모님은 그분들의 이름을 전부 텐구라고 불러주셨고 저는 붉은 눈은 다 이름인줄 알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불러왔었습니다. 불품 없는 송이들은 저희 집안의 밥상으로 올라왔고 좋아라하는 저를 보며 그분들께서는 우리 같은 직업 말고 높으신 분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죠. 그래야 이런 고생을 안 하고 더 맛난 걸 먹는다고요. 정작 저는 부모님이 캐시는 송이가 좋았는데 말이에요. 우리가 그걸로 먹고 살잖아요?


제가 어린이를 갓 넘을 때가 되었을 무렵, 부모님께서는 학당에 계속 보내시면서 이 요괴 천지에 기술이든 지식이든 교육을 받아야 그나마 살아남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말 깨어 있으셨던 분들이었어요. 어떻게든 쓸모가 없으면 정말 살아남기 힘든 곳이라는 걸 그분들이 더 잘 아셨을 테니까요. 학당에서 공부를 시작해서 끝나면 다른 친구들을 사귀면서 놀고 훈장님께 숙제 못한 부분을 야단도 맞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에게 얼마나 배웠는지 알려드리면 아버지는 그 힘든 산행의 고생도 잊으신 듯 흡족해하시고 어머니께서 캐온 송이를 고르며 칭찬하셨었습니다. 그때는 참 학당이라는게 좋았어요. 친구들도 뵙고 예쁜 훈장님도 보고 무엇보다 힘들게 일하시고 오신 부모님이 제가 뭘 하면 웃으셨거든요.


머리가 점점 영글어가면서 부모님께서는 송이 캐는 법을 알려는 주시는데 그렇게 공을 들이시진 않았었어요. 저는 모르는 단어지만 보험이나 최후의 밥줄이라는 단어를 쓰시더라고요. 그리고 이 일은 고생을 사서하는 일이랍시고 항상 야단치는 말투로 투정을 부렸던 건 기억나네요. 그래서 그저 훈장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공부를 하긴 했는데 점점 어려워 지다보니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거나 제 머리의 한계를 느끼는 날들이 많았어요. 그럴수록 부모님께 그런 모습을 점점 안보여주거나 감추게 되었던 거 같아요. 두 분 기대가 워낙 크셨고 힘들게 일하고 오셨는데 자식으로서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는 않았었으니까요.


청소년이 되고 어느 정도 컸다 싶었을 때는 공부는 어렵고 고생은 무슨 일이든 따라온다는 것을 제일 먼저 깨달은 거 같았어요. 그때는 히에다노 가가 속기사라는 걸 구한다고 하는 등 소위 전문직 이라는게 생겼거든요. 나중에 알고 나서야 머리와 손이 고생하는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안정된 수입과 사회의 인정, 무엇보다 안전하고 몸이 고생하지 않는 직업들이 늘어난 거예요. 물론 아무나 뽑을 수 없으니 등급으로 직업을 나누고 또 마도서일 경우 각 요괴들마다의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지 없는 지를 따져서 높낮이가 생겼어요. 당연히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높은 경쟁률이 치솟았죠. 직업은 한정되어 있고 실력자는 많았으니까요. , 그때 그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많았네요. 그리고 그것은 어린 마음의 패기로 누구나 다 도전하게 하는 욕망을 주었어요. 그래서 뛰어들었죠,


워낙 소문에 능한 그 고위직 텐구들을 상대해서인지 부모님은 먹고사는데 지장도 없고 인정받는 그 안정되고 높으신번역 겸 속기사를 한다는 말에 무척 기뻐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주말에 송이 캐는 걸 일손 돕는다고 따라가면 저 길을 텐구가 나오고 저 길은 액신이 다니니 위험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해주시면서 두려움을 가지게 하셨었죠. 아마 공부에 집중하라고 했던 거 같아요.

한다고 하긴 했었는데 높아진 공부의 질만큼 제 머리가 못 따라간게 문제였죠. 마음속 패기랑 머릿속 암시능력이 맞질 않으니 앉아있기는 거의 하루 종일 앉아있는데 든게 많지가 않았어요. 그럴수록 부모님이 고생하셔서 번 돈을 학당에 바치는 만큼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이 생각으로 도전 했었어요. 정말 중간 평가를 해보면 점수가 안 나오는 부분에서 자괴감이 드는데 어떻게든 붙어서 머리 터질 듯이 했던 걸 생각하면.. 아우 생각하기도 싫은데 생각해버렸네요. 이런.


아무튼 몸서리치는 그런 준비기간을 보내고 시험을 쳤는데 그만 낙방을 해버렸어요. 된 친구들은 좋은 미래를 위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정당한 대가를 얻었고 저는 다시 그 미래를 준비해야 했었죠. 당연한 순리인건 알았지만 좀 아쉬웠어요. 아니 안타까웠어요. 이 현실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말이에요,


참 지금 와서 재밌는 것은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떨어졌는데 부모님이 먼저 생각이 난다는 점이었어요. 낙방에 대한 절망이 지나가면 내 자신에 대한 실망이 왔고 그 다음에 부모님의 실망이 오더군요. 그리고 저는 제 마음속에 죄인이 되었어요. 첫 시험이라 어려웠을 거라는 친구의 조언에 그걸 이룬 친구들보다 노력을 안 하고 공부도 더 못했던 제 자신의 현실이 더 크게 느껴져서 한숨만 푹푹 쉬었어요. 엄연히 사실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날 부모님의 침울한 얼굴 다음에 애써 달래시는 그 표정을 보면서 그것은 현실이 되었어요. 참 뭐하고 해야 할까요. 왜 내 자신이 더 미워졌을까요. 그 땐.


그리고 저는 다시 내년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하다보니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맞는지 회의감이 들긴 했어요. 워낙 어려워서 말이죠. 어릴 때부터 봤던 텐구들의 말은 알겠는데 그 높으신 분들이 쓰는 미사어구 어휘력 시험이랑 다른 요괴들 문자는 외우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점수는 종합이었고 그것 때문에 쪽지 시험에서 좌절하다보니 내가 정말 큰 목표를 잡은 게 아닌가 싶었어요. 훈장님은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했지만 솔직히 노력 했는데 안 됐잖아요.(...) 그래서 저는 내가 노력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구나 하고 코피 터지게 했는데 그만큼 머리도 몸도 혹사가 되니 내가 공부할 뇌가 아닌가 싶어서 밤에 공부하다 밖에 나가 한숨만 푹푹 쉬었어요. 그러다 슬쩍 보면 항상 산행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서로 피로로 누워계시고 제가 안마를 해드리려 하면 공부할 시간 아깝다고 하셔서 측은해져서 안 읽어지는 책을 붙잡고 공부하게 되었네요.


그러다보니 공부보다 사실 부모님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했어요. 아버지께서 산행하시다 미끄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름을 앓으셨거든요. 텐구들은 자기들 네 그 높은 텐구들에게 바칠 송이가 필요한데 저희도 경쟁자가 많으니 밥줄이 끊길 염려가 있어서 비상사태라 어머니랑 같이 산을 타며 송이를 캐면서 독버섯 구별법이나 독도법등 여러 가지를 배웠거든요. 어머니께서 맹수 같은 요괴들에 대해 알려주고 절대 얽히면 안되는 액신이나 엉덩이 구슬을 노리는 캇파 등 정말 자세히 알려주면서 조심스러웠지만 그래야 제 교육비를 버니까요. 그리고 나서 저는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버시는지 더 잘 알게 되었고 공부할때마다 복잡한 생각만 가득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작년의 낙방을 뒤로하고 재시험을 보게 되기 며칠 전 낮, 외울게 하도 많다보니 작년의 시험문제를 외워도 문제를 살짝 비틀거나 조금만 바꾸면 거의 틀리는 제 자신을 보며 정말 머리의 한계를 느껴 학당에서 하당한 후 밖에 나가 바람을 쐬며 멍청한 제 자신을 원망했어요. 이것밖에 안되는 내 자신으로 그 겁나는 결과를 맞이해야 한다니..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누구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켜 주고 싶지 않잖아요. 근데 이제 내 자신도 실망해야하는 판인데 어쩌겠어요.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그 순간 산이 보였고 머릿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실력으로 깨져서 떨어질 바엔 뭔가 일이 있거나 불운으로 떨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 거듭된 실망으로 붙을 희망보다 떨어질 걸 걱정하던 저는.. 그래요 시험 한번밖에 보지 않았지만 예상 문제랑 쪽지시험은 수십, 백 몇 번을 1년 내내 보았으니 제 심정으로는 어려웠어요. 산에서 목숨이 안 위험할 정도로 탈이 나면 시험에서 못해도 덜 부끄럽지는 않을까 이 생각이 들어 바람 쐬러 나갔거나 버섯을 캐러갔다는 핑계를 댈 생각으로 익숙한 산행에 나섰어요.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해야하나.. 실은 그때 무식한 게 맞았으니까요. 그리고 산의 중턱에 오를 때쯤 코스는 아니까 만날 요괴를 정해야 했어요. 아무리 봐도 추수의 신님들은 그렇게 부모님이 위협적으로 말 안했으니 별로 저에게 도움 안 될 거 같고 캇파는 목숨이 위험할 거 같고 적당히 탈이 나려면 얼굴이 익은 텐구들 아니면 액신님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소위 그 액신님의 길에 들어섰어요. 적어도 시험에 떨어지면 그 액신님을 봤기 때문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었으니까요. 참 어린마음에 저도 생각이 참 엉성했네요.


그리고 부모님은 정말 전문가셨어요. 그래서 지금도 존경합니다. 진짜 그 액신님께서 다니시는 길이었거든요.(...) 제가 송이와 독버섯 말고도 돈 되는 나물을 구별할 줄 아는데 계속 갈수록 그런 것들이 점점 손길을 닿지 않고 무성히 자라있었어요. 버릇처럼 조금씩 뜯어가며 가다가 어떤 여자의 말을 들었어요.


넌 초식동물이야? 뭘 그렇게 뜯고 다녀?”

돌아본 뒤에는 마치 가을의 단풍처럼 붉은 옷에 제가 뜯은 나물처럼 푸르고 긴 머리의 여러 장식, 마치 누군가 만든 인형 같은 핏기 없는 모습, 사방에서 돌아가는 검푸른 기운들과 함께 호기심의 찬 눈빛이 저와 마주쳤어요.

그리고 아차싶었는지 서로 물러서고는 액신님이 머리를 긁적였어요.

에이 일 났네... 마주하면 안 되는데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될 걸 사람 하나 잡아버렸잖아.”

말로만 보던 액신님은 정말 표정이 싹 변하는 것도 공포스러웠어요.

! 누가 그러기에 풀을 뜯고 다니래!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 난 잘못 없어.”

액신님의 꾸중에 항상 실수로 아는 문제를 틀리면 꾸중 받던 저의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나물들을 떨어트리고 말했어요.

잘못했어요. 늘 항상 하는 걸요.”

? ?”

잘못할 짓을요.”

그 말을 하는 제자신의 말에 왜 눈물이 고였을까요. 그때 정말 힘들었던 게 폭발 했었나 봐요. 더구나 그 액신님까지 봤으니 더 이상 무너질 곳도 없었겠죠. 그땐.

아니, 내 말 뜻은 꼭 그런 건 아닌데. , 그렇게 큰일이 나지는 않을 거야. 아마도.”

울먹이던 저를 웃으면서 다가와 토닥여주던 액신님을 보며 저도 이젠 만져졌으니 진짜 큰일 났다는 생각에 울먹여져서 그동안 온갖 힘들었던 마음고생이 주마등처럼 지났어요. . 심장이 멎을듯했으니 진짜 주마등이 맞겠네요. 제가 자초한 상황인데 누구나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면 겁을 내게 되는...

그래, ,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너도 참 딱하다고 해야하나 뭔가 사연이 있거나 그러겠지.. 혹시 길을 잃었니?”

제가 고개를 저었어요.

, 다행이다. 난 날 만나서 길을 잃은 줄 알았지. 헤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땐 제가 지지리 궁상이라 귀에 안 들어왔지만요.

발랄한 목소리에 명랑한 말투로 웃는 액신님의 미소에 마음이 조금 진정된 저는 한숨을 쉰 차분히 말했어요.

그래도 액신님을 봐서 기뻐요.”

? 정말?”

제 두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으면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기뻐하는 액신님의 그 밝은 표정은 정말 기뻐보였어요.

어머 어머, 너 정말 보는 눈이 있구나! 솔직히 이 액 때문에 나도 남도 서로 피하기 바쁜데 날 보러 왔다니 정말 고마워. 히히, 덕분에 기분 좋아졌네. 나도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너가 기뻐할까?”

그 해맑은 미소와 감사의 표시에 저는 지금 여러분들이 들으신 말을 다 털어놓았어요.

.. 그랬었구나. 참 많이 힘들었었겠다.”

가장 고생이 많으실 액신님께서 할 말이 많으실 텐데 제가 얼마나 살았다고 이야기를 그렇게 읊고 있었는지,

그래서 여기까지 왔구나. 날 만나러?”

저는 액신님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그래도 고마워. 난 항상 피해 다니는 삶이었는데 어쨌든 날 보러 와주고 이렇게 말도 섞고 있잖아.”

그리고는 제 손을 끌어다 잡으며 말씀하셨어요.

, 악수. 이왕 이렇게 늦어버린 거 서로 고맙다는 의미로 감사의 인사라도 나누자. 얼른.”

, 이렇게요?”

그래! . 손에 힘주고. 그치. . 손뼉도 치자, !”

같이 손뼉까지 치며 친근함을 표현하시는 액신님께 저도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했어요.

액신님도 할 말이 많으시죠?”

에이, 나야 할 말은 많지만 너도 이미 내가 액신이라 알고 있는 걸 털어놔봤자 누가 더 힘드나 밖에 더 되겠어? 네가 하는 일도 경쟁인데 힘든 것마저 경쟁이면 슬프잖아.”

제 손을 잡고 말씀해주시는 액신님의 손은 맥박이 느껴지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안정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냥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만 말해줄게.”

액신님의 하루 일과를 들은 저는 누가 봐도 힘들고 외로워 보이는데 밝게 말씀해주시는 말씀에 숙연해졌어요.

그렇게 지내고 있어.”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살다보니 이렇게 아는 요괴 말고도 말 상대가 생기는 예상치 못할 삶이잖아?”

, 사실 액신님을 처음 뵙게 되서 좋은데 그냥 좀 힘들어서 막 나간 거 같아요...”

말끝을 흐리자 액신님이 두 손으로 잡아주시며 말했어요.

물론 너는 괜찮지 않겠지. 복잡하잖아. 여러 가지 생각이 내 주변의 액처럼 휘감을 테고.”

고개를 끄덕이자 액신님도 주변에 도는 액 하나를 잡았어요.

나도 그래. 이 액들로 인해 나도 말 상대할 대상이 적거든. 정말 밝게 지내려하지만 이 복잡한 속은 썩는데 말이야. 그저 내가 하는 일로 말이야.”

.. 저도 제가 선택한 일인 걸요.”

그래도 서로 속 썩는 건 같구나.”

..”

, 다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목표가 있으면 걱정은 이 액처럼 항상 쌓여만 갈 거고.”

액신님도 그래요?”

저의 질문에 액신님은 주의의 액들을 가리켰어요.

그걸로 파생된 액이 이렇게 산더미처럼 많은걸. 내 몫도 물론 있지만 남의 몫까지 말이야.”

다 짊어지는 삶이신데 힘들지 않으세요?”

뭐 액신이니까 내가 자초하는 거고. 그래서 내가 액신으로서 존재하고.”

힘드시겠다.”

너도 학생으로 존재하느라 고생 많았어.”

그러게요. 서로 다 힘드네요. 내 주변에도 다 힘든 분들 밖에 없어.”

그러게, 힘드니까 서로 이렇게 산골짜기에 박혀있네.”

풀숲에 드리운 저희 그림자가 참 처량하게 느껴졌는데 이상하게 잡힌 손은 오래 잡고있어서 제 맥박이 느껴지다 보니 더 놓고 싶지 않았어요.

그럼 그 시험만 합격하면 행복한 거야?”

아마도요?”

네가 잘하는 거고?”

시험만 통과하면 잘 하겠죠?”

.. 잘 해야 시험을 통과할 텐데.”

뭐 그렇긴 한데.. 솔직히 그것 때문에 걱정이에요. 제가 선택했잖아요.”

또 해볼 수 있잖아.”

또 하다뇨?”

네가 잘 하는 거.”

, 글쎄요. 그때 제가 잘 하는 거랑 제가 하고 싶은 걸 구별하려고 생각하게 되었던거 같네요.

잘하는 거라면.”

나는 잘하는 게 말이야. 이렇게 말 거는 거랑 말을 나누면 내가 거의 이야기를 끄는 거랑 예쁜 거랑 빙빙 도는 춤도 잘 추고 남의 액도 잘 가져가고 행복하게 해주고 엄청 보람찬 게 많아. 너는 어때?”

저는.. 잘 하는 게, ..송이를 잘 따요. 그리고 텐구 들이 주로 쓰는 문자도 알고요. 다른 고급 나물들도 알고 산도 잘 타요.”

그래, 그렇게 말하는 거야. 네 못하는 걸 채우느라 힘들었으니 네가 여기서는 잘하는 걸 생각해.”

하지만 못하는 건 여전한걸요.”

얘는, 내 말을 뭘로 들었니? 난 남의 액을 가져가준다고.”

그리고는 주위의 액 하나를 집어서 윙크하시면서 말했어요.

이게 너의 액이야. 네가 잘하는 걸 한다면 잘 이루어질 거야.”

정말요?”

그럼!”

액신님이 제 액을 가져가 주셨다는 말로도 너무 가슴이 고동치고 들뜬저가 반색하자 액신님도 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이렇게 능력 많고 명석하니 먹고 살 걱정은 없겠네. 네가 잘하는 게 뭐라고?”

제가 시험 걱정을 놓고 들떠서 다시 말하자 액신님도 좋아하시며 말했다.

우와, 그럼 우리 네가 잘하는 거 하러가자.”



그렇게 그날 저는 액신님께 약초나 산나물을 알려드리고 액신님이 두려워 흉한 요괴들이 안 오는 깊은 곳의 고급 송이를 잔뜩 캐고, 캇파들이 노는 폭포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다가온 액신님을 아시는 니토리라는 캇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텐구 문자를 아는 애는 신기하다고 알려준 캇파들이 쓰는 문자를 살짝 배웠어요.


그리고 액신님이 불러서 온 엔가초를 열심히 하는 아야라고 본적 있는 텐구에게서 텐구 문자를 아는 것으로 보안에 조금 위협적일수도 있지만 '기특한 이번 달의 화제대상기사 예약도 받고나서 산에 내려왔어요.


정말 네가 잘하는 게 이렇게 큰 줄 몰랐네. 그치.”

.”

서로 캇파가 준 오이를 한입 베어물고 텐구가 준 과자, 버섯, 더덕, 나물이 가득한 바구니를 가득 든 저와 액신님은 서로 미소를 지었어요.

액신님은 신사가 없으세요?”

생기는 날에는 금지구역이라 거의 나밖에 오지 않겠니. 그래서 내가 사는 곳이 신사지.”

아하. 찾아 뵙고 싶네요. 근데 액신님은 이름이 뭐에요.”

, 카게야마 히나야. 그리고 너는.”

히나님께서 처음 봤을 때 지으신 표정으로 정말 달콤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열심히 살고 경험한 너의 장점으로 선택한 대로 곧 삶을 개척할 누군가겠지.”

뭘 말하든 사족 같은데 제가 굳이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요. 그냥 뭉클한 이 마음을요.

, 참 맞다, 맞다. 멋진 말 생각하느라 깜빡해서 큰일 날 뻔 했네. 빨리 엔가초하자.”


그렇게 둘이 무슨 데덴찌하듯 신나게 엔가초하고 히나님은 돌아서서 말했어요.


고마워. 덕분에 누군가를 만나면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넌 정말 멋진 경험을 주는 아름다운 애야.”

히나 님도 아름다우세요.”

그때 본심이 나와서 히나 님 께서 겸연쩍게 웃으신 거 기억나네요. 묘하게 솔직하신 분이었어.

그럼, 얘가 이제 뭘 좀 아네. 남들보다 짧은 시간에 좀 오래봐서 그런가?”

내일도, 내일 모래도, 그냥 일상이 힘들텐데 히나 님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

그러자 히나 님이 인자하게 말씀하셨어요.

일회일비하지 마렴. 누구나 불행만이 가득하지 않고 그 다음은 행복할 수 있어. 그 반대도.”

그렇군요.”

그래도 어쩌면 이 고생을 하면 누군가는 액을 덜어 행복해지고 나도 내일은 즐거울지도 모르잖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오늘처럼 행복하자.”

그 붉으신 옷과 리본처럼 제 볼도 그 색에 물들여 공감했던 거 같아요.

.”

 

그렇게 제일 생각 많이 나는 그날 저녁에 부모님에게 바구니를 건네 드리고 놀라신 부모님께서 기특하게 보셨다가 표정관리 하신 걸 아직도 기억해요. 하긴 부모님 생에 볼까말까한 정말 비싼 최고급을 캐왔으니 그런 모습도 기특하셨던 거 같아요. 가격 입찰 때 저를 데려오셨더라고요. 아야라는 텐구도 엄청 고급적인 차림으로 그 높으신 텐구 옆에 있었는데 깍듯이 하면서도 저를 보며 알고 있다는 듯 미소지은거 보면 참.


두려움과 불안이 일으킨 사단으로 벌어진 이야기다보니 그래서 그 시험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아마 핵심이 아니까 싶지만 액신님이 액을 다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본 시험은 정말 털렸죠. 그래도 기존보다 점수가 조금 된 것으로 위안삼고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 송이 캐는 기술을 즐겁게 배우고 아무래도 점점 더 텐구들과 서로 친해지면서 신용이 생겨 제가 텐구들의 거래장부기록을 텐구 네 말로 대필해서 편하게 주는 것으로 소문이 나 이쪽 납품으로 어린나이에 으뜸가는 대상이 되어서 명성도 쌓고 잘하고 좋아하는 걸로 열심히 살게 되었거든요. 히나님이 기특하다고 하셨고요. 정말 대놓고 말해주셔서 신사 짓자는 이야기로 너스레를 떨면 회피하시긴 하시지만.


솔직히 시험은 망쳤으니 아무래도 액을 가져간다는 건 그냥 하는 소리였던 거 같아요. 아니면 진짜 뵈어서 불운해 졌는지 도요. 아니 제가 잘하는 걸로 소위 성공을 했으니 액을 가져가신게 맞는 걸까요? 결국 남는 건, 저의 믿음인데 히나님께서 알고 계시겠죠.

그리고 히나님을 보면 불행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산을 타다 다칠 때도 있고 거래가 잘 안될 때도 있고 누구나 죽으니까(...) 결국 끝에는 불행이 있잖아요. 그러니 살면서 행복할 필요는 어느 정도 있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정말요.


그렇게 이 이야기에서 앞으로가 어떻게 되든 생은 길어서 제가 공부하면서 배운 말인 호사다마도 새옹지마도 될 수 있는 인생이니 결과에 너무 불안해하고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나 남는 게 무엇이든 제가 다시 선택을 내리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거나 잘하는 거와 좋아하는 것을 구별 하는 거, 뭐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처럼, 또 자상하고 발랄하셨던 히나님처럼 누군가에게는 말을 들어줄 대상이 필요하다는 거, 그리고 그걸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 그것이 이런 인연의 소중함이 아닐까 싶어요. 그저 이 글로 이어지는 모든 인연들에게 그것이 누구시든지 기댈 대상이 필요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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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최근에 수능철이다보니 지금은 다들 진로 정하기 바쁠때라 SKY캐슬같은 드라마도 나오고 지금은 수시결과가 나왔지만 수시 전까지 포함한다면 올해 하반기는 다들 장고와 불안 걱정에 빠져있으실 때일 거예요.

 

이런 고생하고 수고하신 분들에게 공감도 공감이지만 위안가는 내용을 주고 싶어 무언가를 빈다면 신이지만 불안과 걱정은 사실상 불운과 같은 액이나 다름 없으니 좀더 액을 가져가주시는 액신님에게 어울리고 더 정서적으로 유대되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일부러 독자의 마음으로 느끼게 할수 있는 서사를 구축한 화자가 있는 이야기로 인터뷰/수픽 스러운 문체로 내적 공감이 들도록 적었습니다.(알퐁소 도데의 '별'같이 묘사했어요.) 수많은 불안과 걱정 피로를 이겨내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어려운 목표, 장점과 선호에서 갈등하시면서 다양한 삶을 온갖 감정으로 살아가시는 분들께도 많은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힐링 소설로 남아주기를 바랍니다.


제목인 재수가 없어졌던 어느 날에서 '재수'는 중의적인 단어입니다. 히나를 만나면 불운의 아이콘이니 일단 엔가초부터 해야되서 재수가 없어지는 것도 맞겠지만 2수,3수,4수등 시험볼때의 그 '재수'를 담고 있어서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에 자신의 장점을 살려 막연히 두려워하지 않게된 '나'의 성장으로 재수생이라는 책임감에서 시험을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연연하지 않게 되어 사실상 삼수일수 있는 현실이자만 '나'에겐 더 이상 연연할 필요가 없어 재수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의 '나'는 최대한 중의적으로 써서 요괴일 수도 인간일 수도 있습니다. 히에다노가라고 하기엔 시험낙방에 요괴천지의 요괴의 산을 거늴만큼 요괴들과 더 친숙하고 히나가 사람이라고 한건 그냥 사람처럼 생겨서 말한 걸 수도 있는 거고 엉덩이 구슬은 아무래도 인간적인 공감을 주기위해 넣은거지만 산을 두렵게 하기위한 어머니의 블러핑일 수 있어요. ㅎㅎ 그리고 정말 힘들어서 회피하고 싶은 순간에 회피하려고 하는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아무말이나 하는것 처럼 감정묘사를 솔직히 숨기지 않게 하도록 나이가 어립니다. 그러니 감정을 이입하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본은 송이버섯을 최고급으로 치기 때문에 소위 '잘 하는 것'을 더 값지게 부각시키기 위해 소재로 삼았습니다. 텐구 문자나 캇파문자 속기사등은 창작 설정이에요. 뭐 걔네들 문명이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ㅎㅎ


히나가 만나면 불행해지지만 원래 발랄한 성격이라고 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이런 소재에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자애롭고 나쁜 액도 가져가고 착한 히나 액신님을 찬양합시다.ㅠㅠ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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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랬어야 말이 된다고 봅니다. 실제로 안저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데스메탈조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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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짱센 마동석 신비가 박살을 내려 갑니다.


만우절 기념 짤방.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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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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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포즈 보면 칼날뽑은 울버린 로건 생각나서 합성해보았습니다.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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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힘이 요하임이라고 불리는게 더 많아서 합성..

Posted by 라쿠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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