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
벌써 이틀이 흘렀다. 그것은 지독히도 차가웠던 이별이었다. 유유코는 그 선명했던 기억이 꿈처럼 재현되는 불안정한 현실에서 이불속에 움크린 자신의 모습으로 갈팡지팡 하고 있었다.
“유유코님 제 손녀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요우키는 자신의 친족 하나를 두고 유유코의 곁을 떠났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그 한마디와 더불어 자신의 반대쪽에서 몸을 부벼대며 세상 서럽게 울어대는 그것을 맞이한 유유코에게는 느닷없는 경험이자 시련이었다.
이 갓난아기를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몸을 꼼지락거리며 손발을 흔들면서 입과 눈으로 쉴세 없이 세상을 알아감과 동시에 뭐라도 맡겨놓았는지 요구하며 울어대는 모습이 보기만해도 피곤하면서도 경외스럽고 신기했다.
“요우키! 얘좀 봐.. 아.”
늘상 요우키를 부른 습관, 버릇이 되어버린 자신에게 칼같이 챙겨주던 요우키는 없었다. 오히려 챙겨줘야 하고 마치 애벌레처럼 이불속에서 꿈틀거리며 손을 잡았다 폈다하며 물고빠는 아기하나가 있었을 뿐이었다.
“하아, 진짜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네.”
골치 아픈 소음에 머리를 긁적이던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산자 때문에 깊은 잠을 못자는 자신의 모습에 더 황당한 마음이 든 유유코가 자리를 박차고 아기에게도 다가갔다.
“야, 이게 진짜!
버럭 외치는 소리에 놀란 건지, 호응 한 건지 더 시끄럽게 울어대는 모습이 기가차진 유유코는 좀 자라고 베개에 아기를 눕혀 보았으나 오답이라는 듯, 몸을 뒤집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침을 여기저기 흘리며 소란을 피웠다.
“아,, 제발 좀. 착하지?”
아기를 붙잡고 안은 유유코가 팔을 흔들면서 토닥여주면서 살펴보자 흰 머리카락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하고 큰 눈을 가지고 있는, 볼살이 도드라지고 부드러운 피부에 엄지손가락을 입에다 뺏다가 넣었다하며 목청 찢어져라 소리를 내는 그 아이의 목에 걸린 ‘콘파쿠 요우무’라는 이름표와 올챙이처럼 촐싹거리는 주먹만한 반령이 유유코의 눈에 비춰지고 있었고 반인반령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차가운 체온을 지닌 이 밤톨만한 덩어리가 자신을 벗어나려는 폭발적인 움직임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가만있지를 못해! 얘가!”
최대한 쪽쪽 빨던 손에 묻은 침이 자신의 옷이나 피부에 안 묻게 조심하려던 그녀가 입가를 닦으려 아기의 옷을 집자, 싫어하는 티를 빡빡 내는 아기가 왜 저러나 싶던 유유코는 엄청 차가운 옷의 느낌을 느끼고는 혹시나 싶어 다시 아기의 체온을 느꼈고 여전히 차가운 아기의 체온과 자신의 차가운 품을 느껴보았다.
“에.. 설마 추워서 그런 거야? 네 반령은 생각조차 없구나!”
어지간히 기가 막혔는지 이불이란 이불은 다 꺼내 롤케이크마냥 둘러싸주자, 따뜻한 체온을 대신할 두터운 이불들 덕분인지 아기의 울음소리가 은근 방음이 되는 것에 은근슬쩍 만족감이 들었다.
“이제 춥지 않겠지. 유령은 원래 차가운 법이라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작은 반령을 보며 타이르듯 말한 유유코는 이불 뭉치가 들썩 들썩 거리는 걸보고는 저게 어떻게 해야 진정이 되나 이마를 짚다가 입을 계속 빨던 게 문득 생각났다.
“아. 살아있는 쪽이 있으니까 뭘 먹어야하긴 하겠구나.”
하지만 생각해보니 굳이 뭘 필수적으로 먹을 필요가 없는 유령인 자신으로서는 요우키가 다해줬을 텐데 귀찮게라는 생각으로 수납장을 열자, 수많은 술병들이 쏟아져 나와 괜히 머리가 피곤해졌다.
“요우키! 아니, 밖에 그 누구 없느냐!”
호명소리와 함께 유령시종이 문을 열고 나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저기 아기가 보이는가?”
“네.”
“아기에게 뭘 좀 먹여야 하겠는데 말이야. 지금 이 방도 치우고 먹을 것 좀 가져오고 요우키도 좀 잡아다 끌고 와.”
“네?”
“아니, 뒤에건 취소. 얼른 대령해오너라.”
“아, 넵.”
본심이 튀어나온 유유코가 한숨을 쉬며 이불속을 탈출해 칭얼거리는 아기가 자신을 바라보며 허공에 손아귀를 움켜잡고 발을 뒹구는 모습을 보며 요우키에 대한 감정도 슬쩍 아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오묘해졌다.
“참 살아있어서 피곤하구나.”
“저, 유유코님 아니면 힘드실텐데 저희가 보살필까요?”
시종의 말에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몰려오는지라 심신적으로 동의할려던 입과는 달리 요우키와 닯은 성과 은발의 그 모습이 순간적으로 겹쳐져 보인 유유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얘가 안 울었으면 좋겠어. 걔속 생각나잖아.”
“네, 네. 알겠습니다.”
시종이 물러가자 한숨을 푹 쉰 유유코가 주저앉아서 아기의 칭얼거림을 보며 말했다.
“이 할아범 진짜, 생전에 무책임하게 어딜 쏘다니는 거야.”
그리고는 은근히 측은해져서 아기를 품에 안아주며 말했다.
“넌 지 할배가 어떤지도 모르겠지. 쯧, 나도 모르지만.”
자신의 눈과 얼굴을 흩으며 빠져나가 싶어 발버둥치는 아기를 보며 자신의 품에서 나간 요우키 같았는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소리가 나왔다.
“나도 너 차갑거든! 따뜻한 건 엄청 찾네!”
방문이 열리고 유령시종이 소반에 희멀건 죽과 술병을 내오며 말을 곁들였다.
“아기는 이 죽을 먹이면 되겠습니다. 이유식입니다.”
“아, 이런 거 먹여야 되는 거야?”
“네, 이가 났기는 한데 엄청 약하니까요.”
“진짜 손이 많이 가네!”
유유코가 침이 줄줄 거리는 입가를 닦아주면서 째려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코의 배를 계속 쳐대자 시종이 더 당황하며 말했다.
“그냥 저, 저희가 보겠습니다. 귀하신 몸에서 옷 버리실까.”
“아니, 됐어. 오늘따라 술이 더 땡기니까.”
양반다리한 사이에 아기를 세워앉힌 유유코가 소반을 땡기자, 아기가 그사이를 놓치지않고 술병을 잡아 빨았다.
“야! 뭐하는 거야, 이거 놔.”
술병 주둥이를 쪽쪽 빨며 놓치 않자, 유유코가 힘을 줘서 겨우 술병을 뺏은 뒤, 당황하는 시종에게 넘겼다.
“아오, 진짜! 술병에 침 다 묻었잖아!”
아기가 항의하듯 울며 발을 동동 구르자, 시종이 술병을 받아들며 말했다.
“원래 아기들은 입을 가만두지 못하는데 보채는걸 보면 아무것도 못 먹었나봅니다.”
그러자 서럽게 울며 두 엄지를 빠는 아기를 슬쩍 보고는 혹시나 싶어 빈 술병을 가져오게 한 후, 죽을 담아 아기에게 주자. 아기는 비로소 울음을 멈추고 쪽쪽 병을 쪽쪽 빨기 시작했다.
비록 차갑기는 하나 삼키는 진동과 배의 소화기간이 움직이는 소리, 박동과 같은 움직임이 닿아있는 자신의 몸에 전해지는 것이 든 유유코는 뭔가 신기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렇게 먹여야 하는 거구나.”
“백옥루에서 살아있는 존재들은 알아서 잘 먹고 다녔습니다만 아기니까요.”
“하긴.”
술병을 툭 놓고 입가에 흥건한 음식물을 자신의 손에 묻혀 밀어넣고 혀를 낼름거리면서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모습을 본 유유코가 소반에 놓인 손수건으로 아기의 입가를 닦았다.
“저, 유유코님. 그 아기는 먹었으면 토닥여서 트림을 시켜줘야 합니다.”
“응 왜?”
“안 그러면 소화가 약해서 역류합니다. 그 배설같은 거죠.”
그 말에 당황해서 바로 시종에게 넘겨주자, 시종이 익숙하게 목을 뒤로 숙여 기도를 틔이고 등을 살살 토닥여서 트림을 시켜주었다.
“기저귀로 쓸 천이 남는 게 있나 확인해드리겠습니다.”
“기저귀?”
“살아있는 것은 먹고 배설하니까요.”
“아.”
무언가 깨달은 듯한, 유유코가 시종이 아기를 보살피는 과정을 보며 뭔가 생각난 듯한 느낌과 함께 시종에게서 아기를 죽지 않게끔 보살피는 방법을 물어보고 나서, 술을 다섯 병 비우고는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비야냥 거렸다.
“젠자으! 아무리 마셔도 나는 몸이 안 뜨거워지잖아! 유카리는 겁나 붉어지든만!”
그리고는 이불을 물어 뜯는 아기에게 삿대질 하며 외쳤다.
“야! 이거 술이니까 너 또 빨아마시면 안 돼! 내걸 건들면 큰일 나는 거야! 이건 내거니까!”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물던 이불을 흔들며 웃자, 술병을 거두며 말했다.
“진짜, 이렇게 쉬지도 못하게 고생시키고, 진짜 크기만 해봐! 쉬게 해주나봐라.”
그리고는 대짜로 뻗은 유유코는 흘려보낸 시간을 뒤로하고 술김이 인도하는 깊은 잠에 들었다.
몇 달뒤, 매일 차를 내오던 요우키는 안중에도 없고 한없이 네발로 기어다니며 사방의 물건을 떨어트리고 꼭 맛을 본 후 침 묻은 손을 바닥에 발라가며 사방을 탐색하는 모습을 본 유카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쟤가 콘파쿠가의 손녀라구?”
“응, 미래의 시종이지.”
“어째 저러는 거 보면 네가 시종같은데.”
“아무것도 아기니까 별수 있겠어.”
유카리는 생기 넘치게 돌아다니며 가만있지 못하는 아기를 보고는 유유코에게 넌지시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시종들에게 육아를 맡기는 게 어때?”
“그래도 유우키가 맡긴 애인데.”
그 말에 좀 놀란 티를 낸 유카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지. 주인을 나두고 어디로 튀었데. 주인 고생만 신나게 시키고.”
“그치. 무슨 하루 종일 보살펴야 하더라. 그래도 사정이 있는 거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마.”
“네가 오죽 착해야지. 그래도 고생을 뭐 하러 사서하니 얘, 시종은 나뒀다 국 끓여먹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하는 거 보면 재밌잖아. 그리고 얘는.”
유유코의 발랄한 그 다음 말에 유카리는 할 말을 잃었다.
“내 노후대책이라고.”
허탈해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시는 유카리에게 오히려 유유코가 호기심이 들던 것을 물었다.
“근데 유카리, 나도 식이 있잖아.”
“응? 그치.”
“그러면 저런 광경이 익숙하겠구나.”
되게 피곤한 표정으로 서랍에서 다 들어낸 책들을 찢는 요우무를 보며 유카리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저런 건 안보지.”
“응? 그래. 그래도 나는 너희가 가족 같은 분위기일줄 알았는데.”
“아무리그래도 식은 식, 도구야. 오히려 나보다 더 잘 돌봐주는 식이 살펴야 발달에 더 도움이 되는 거고.”
“그런가?”
“그래, 굳이 네가 저렇게 피곤한 광경을 볼 필요 없이 다른 시종에게 맡기고 네 삶에 평안히 안주하는 게 맞다고. 네 애도 아닌데 피로에 기미라도 생기면 어떡하겠니.”
“뭐,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요우무가 책을 찢고 귀찮은지 던지고는 자리에 누워버렸고 유유코, 이불에 포대기마냥 둘둘싸서 재움과 동시에 술을 마시며 말했다.
“그래도 정이라는 게 있는데. 이 정도까지 해주면 콘파쿠 가가 나에게 뼈라도 묻겠지.”
유카리는 내심 걱정하던 생에 대한 미련이나 기억이 생길까봐 노심초사하던 마음에서 경계를
풀며 말했다.
“어휴, 그러게. 이 기지배, 알고 보니 영도술이구나.”
“뭐, 주인이니까.”
“역시. 유유코야. 가차없지끅끜”
“뭐 자세히보면 번데기 같아서 웃기다고.”
요우무를 둘러싼 이불이 숨쉴 때마다 들썩거리는 것과 함께 서로 빵 터진 둘은 웃음이 진정되자, 유유코도 차갑게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도구 같은 식을 두는 네가 뭘 키우고 가족 같다고 하면 좀 어색한 거긴 하네.”
“음, 네가 말하자면 어떤 느낌일까?”
“인간도 아닌 게 마치 인간 흉내 내는 것 같아서.”
유유코의 말에 유카리는 부인인지 수긍인지 모를 이질적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지금의 유유코는 인간흉내일까 유령흉내일까?”
유카리가 손가락으로 요우무를 가리키며 심오하게 묻자 유유코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얘는, 유령 그 자체잖아. 같은 요괴끼리 얘는! 히힛.”
“에, 의외로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였어?”
“생각나는 자가 떠오르니까 잠깐 사람 흉내내며 있을 뿐이야.”
“뭐, 어느 것이든 환상향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니까.”
더 이상 캐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유카리가 말을 흐렸다.
“그래, 그래서 안방까지는 받아들인 거라구.”
“커서 부려먹기나 해.”
“유카리 너는 내가 이부자리도 받아들이잖아.”
“좋은 말인데 그게 애 앞에서 할 소리니?!”
“아기라 몰라.”
“뭐 그렇긴 하다만. 금방 잘 자네.”
“지금 안 재워두면 새벽에 못자고 난리치거든.”
마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피로섞인 말에 유카리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아주 젊을 때라 체력하나는 알아주나 보는구나.”
“뭐, 유카리도 살아있으니까 체력하나는 알아주잖아.”
그러자 유카리가 마시던 술을 뿜고 유유코를 주먹으로 보챘다.
“얘가 진짜 못하는 말이 없네!”
“혈기가 왕성한쪽이 너인건 사실이니까.”
“까야.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진짜 죽는다 진짜. 너!”
“그래라! 한번 죽지 두 번 죽냐! 흐흐.”
서로 방금 깬 아기들마냥 뒹굴고 날뛰며 덤벙거리는 두 요괴 반대편에서 반령과 함께 1+1 상품처럼 이불로 포개진 요우무는 곤히 잠에 들었다.
“유유코님. 가위바위보!”
자신이 지자 백옥루의 계단에서 아래 칸으로 한 칸 내려갔다.
“자, 다시 가위바위보!”
이제 능숙히 걷고 조금 말할 줄 아는 요우무가 이기자 유유코가 같은 칸으로 내려왔다.
“자, 놀이는 이제 끝.”
“애, 더 놀고 싶어요.”
“너는 이 유유코님에게 니 뼈를 묻을 때까지 평생 절대충성과 충정을 다해야한단다.”
“네에에.”
진지하게 말하는 유유코에게 요우무가 고개를 숙였다.
“는 농담이고.”
“에, 유유코님은 늘 뭐가 진짠지 모르겠어. 거짓말쟁이”
그 자리에서 반령과 같이 방방 뛰며 계단에 주저앉아 토라진 요우무에게 유유코가 뒤쪽에 놔둔 길다란 보자기를 풀었다.
“이건 눈에 보이니 진짜란다.”
큰 검과 작은 두 개가 검집에 포개져 있는 모습에 감탄한 요우무가 받아들고 흔들었다.
“와아아! 멋지다! 나주는 거예요!”
“그래, 네거란다. 아직 어린이용이지만 다른 요괴들에게 아주 센 검들을 유카리가 알려줘서 주문해놨으니 오기 전까지 이걸로 연습하면 될 거야.”
“이 꽃은요?”
요우무가 검에 달린 꽃을 보자 유유코가 말했다.
“이게 내가 너를 인정하고 하사했다는 증표.”
“오오오오와아아.”
감탄한 요우무가 두 검을 흔들자, 유유코는 그 모습에서 예전의 요우키의 당부가 떠올랐다.
“콘파쿠 가의 자손인 이상 검을 잡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정도의 당부야. 자손 대대로 나를 보필하는 마음은 감사히 받아들이겠네.”
“황송한 말씀입니다만 검은 지키기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부엌칼이 요리할 때만 쓰이는 게 아닌 흉기이듯이요.”
부채를 펴고 입을 가린 유유코가 물었다.
“무슨 소리인가.”
“검은 방어이기도 하지만 공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검과 같은 무기라는 결국 투쟁의 상징이지요. 투쟁심이 있는 자는 강자를 갈망하고 명예를 열망하며 결코 멈추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불의를 참하고 진정으로 지켜야 될 것을 아는 것이지요.”
유유코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우키가 자신의 검을 놓으며 말했다.
“생전의 검이 빛나는 것은 실력이요 사후의 검의 빛나는 것은 업적인 것. 제 손녀가 검을 잡는다면 반드시 이 핏줄상 유유코 님에게 평안과 칭송이 가득한 업적을 높이는 검이 될 것입니다. 약속드리죠.”
“알았네. 그대의 충정을 높이 사는바, 그런 부탁정도야. 근데.”
유유코는 바로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근데 내가 검술을 모르는데.”
“뭐 저는 자력으로 알았으니 제 손녀라면 검을 주면 알아서 잘 배울겁니다.”
“아니 요우키랑 걔가 같겠냐고...”
그러자 요우키가 비장하게 말했다.
“핏줄입니다!”
“야!!”
“그렇게 말했지만...”
검으로 자기 반령을 매우 익숙하게 베려고 칼춤을 추는 요우무를 보며 유유코도 나름 대견하고도 한심한 듯이 말했다.
“역시 콘파쿠 가는 달라.. 요우무! 그거 베면 안돼!!”
“괜찮아요. 이걸로 다 벨 건데 아프기야 하겠어요! 내가 못 벨게 없드아!아앙!”
“그렇게 막 휘두르는 게 아니고 짧은 걸로 방어하고 긴 걸로 푹 찌르는 거야.”
“와, 재밌다! 유유코님 왜캐 잘 하신다!”
요우무의 싱글벙글한 모습에 자꾸 무언가 아른거리는 유유코도 한쪽 검을 잡으면서 말했다.
“자, 이제 네 할아버지가 했던 검술에 대해 알려줄게.”
“와, 할아버지가!”
“그래. 이거하고 얼른 밥 차리는 거다. 이번에 먹고 싶은 게 엄청 많이 생겼거든.”
“좋아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할부지!! 할아부지!”
요우키가 가르쳐준게 아니라 요우키가 했던 검술을 머릿속으로 긴급회상에 들어간 유유코는 그 과정에서 생각나는 여러 과거가 뒤섞이자 더 해맑게 웃고 요우무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같이 검술을 재연하면서 나름의 추모와 애도가 실린 검의 살풀이를 추억이 될 시간 속에 바치고 있었다.